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인디고의 밤~화이트 크로우 - 가토 미아키


2008년 동경창원사
2010년 문고판

호스트 탐정단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 국내에는 2편까지 소개되었다. 하지만 인기가 없었는지, 아니면 드라마화 되면서 판권료가 올라갔나? 아무튼 어른들의 사정으로 3편은 출간되지 않았다.

3편은 기존 이야기와 노선이 약간 달라졌다. 매장 리모델링 때문에 클럽 인디고가 다른 곳에 임시둥지를 틀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가 총 네 편으로 실려있다. 게다가 전편까지는 클럽의 실질 오너인 아키라 사장의 시점에서 호스트들이 동분서주하는 모험담이었다면, 이번에는 단편 3편이 호스트 '입장'에서 그려진다. 1편인 가미야마 그래피티는 '존타'가 자주 찾은 가게의 셔터에 낙서를 하는 범인을 찾는 이야기고, 2편 라스칼3은 알렉스가 다니는 킥복싱 관장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서 구출한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진 솔직히 아무리 관대하게 봐주더라도 미스터리라고 하기에 어려운 스토리였는데, 3편 신 아이스는 그나마 좀 낫다. 노숙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누맨'이 조사를 벌이는 내용이다. 역시 미스터리라면 사람이 죽어야 한다!  이어서 일어나는 4편 화이트 크로우는 표제작이면서 앞서 이야기한 3편의 등장인물이 총출동하는 종합선물세트같은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클럽 인디고의 단골이자 매장 리모델링을 맡고 있는 회사의 어시스턴트인 쿠로짱(별명)이 사라진다. 해서 호스트 들이 일치단결해서 그녀의 행방을 쫓는다는 이야기.

드라마도 있었다. 물 건너 소식에 별 관심이 없었다보니 나온지도 몰랐다. 아니, 나왔다는걸 알았어도 보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상상속으로 생각하던 캐릭터가 실사가 되면 언제나 벌어질수 밖에 없는 '괴리'에 고통스런 몸부림을 쳤을 것 같으니까.나는 기본적으로 겁쟁이라서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

참, 미스터리 재미는 변함없이 '꽝'이다. 귀여운 호스트 보는 재미지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말자.ㅠ.ㅠ

평점 3 / 10

소녀들의 나침반 - 미즈키 히로미

2011년 우리말 (폴라북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신인 작가.  무슨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류 상은 뭐 일본에도 많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했다가 심사위원이 '시마다 소지'라고 한다. 흠, 이러면 관심도가 최소한도로 올라가기는 하겠군. 하는 심정으로 집어든 책인데, 결론부터 가자면

미묘~


인기여배우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재의 '나'. 하지만 나는 7년전 여고생 극단 나침반의 멤버 중 한명을 죽인 '살인자'다. 그런 내 상황을 쪽집게 마냥 꼬집은 신작 영화 시나리오에 나는 동요한다, 과연 누가 과거의 나를 알고 있는 걸까? 해서 소설은 현재와 과거의 교차진행을 취하고 있다. 결국 미스터리의 포인트는 '나'의 정체가 되겠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과거의 균형감각일진데, 소설은 어째선지 과거에 더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 분량문제 때문일까? 현재의 내가 느끼는 심리적 동요와 불안을 더 묘사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마지막 범인의 트릭과 여고생들의 연극 이야기가 잘 섞이지 않는다. 트릭 부분만 붕 떠있는 느낌. 두루뭉술하더라도 트릭 부분은 아예 없애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사족) 이 소설도 결국 궁극적으로는 거시기 트릭인데, 거시기 덕분에 충분히 영상화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듯.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보고 싶다.

평점 5.5 / 10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2011년 우리말(열린책들)

매그레 시리즈 01
매그레 반장 시리즈야 소문만 많이 들었지(<명탐정 코난>을 통해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실제 소설을 읽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에 출간되는 메그레 시리즈는 완역 예정이라니까, 참 대단한 행보가 아닌가.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수상한 라트비아인>의 첫 인상은,  책 장정은 아담해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안정감을 준다. 두툼한 종이질은 책을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맛을 잘 살려준다. 그리고 양장본(소프트) 이면서 비교적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가격까지. 외관상으로는 백 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내면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내면이란 추리소설로서 갖는 재미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에 관한 전보를 받은 메그레 반장. 하지만 용의자가 열차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용의자와 빼닮은 사람과 관계된 인물을 추척하는데.......내용은 시종일관 추적이다. 정말 단순무식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솔직담백한(비꼬는 의미도 담겨있긴 하다.) 미스터리다. 그 외에는 뭐라 더 말할 구석이 생각나질 않는다. 해서 이거 읽고 나서 '우와 엄청나게 끝내주게 재밌는 추리소설이야!' 라고는 로또 1등짜리 복권 안겨준다면 말할 수 있겠다.

뭐 그렇다고 이 시리즈를 한쪽만 보고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비록 추리 재미는 꽝이지만 인물, 대사, 배경을 묘사하는 필력이 좋기 때문이다(번역도 한몫했다). 자극적인 맛으로 무장한 현대 미스터리에 질린 사람들한테 추천하고 싶다. 가끔가다 기름기 쏙 뺀 담백한 미스터리도 읽어야 정신 건강에 좋을테니까 말이다.  

평점 5 / 10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 돈 윈슬로

1991년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2011년 우리말 (황금가지)

<개의 힘> 때문에 기억하고 있던 작가 돈 윈슬로의 대표작 닐 캐리 시리즈 첫 권이다. 이야기는 소매치기 출신 대학원생 탐정 닐 캐리가 상원의원의 골칫거리 딸의 가출사건을 맡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초반에 닐이 지금의 '아빠'를 만난 과정과 자라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넣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건은 2부 부터 시작된다.

사건 자체는 단순무식하다. 하드보일드 방식을 따르고는 있고 뭔가 숨겨진 것이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라고 해봐야 별 볼일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한 조각의 진실일 뿐이다. 대단한 걸 기대했다면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모를 일. 소설 속 닐 캐리가 말하는 '비밀 수사에 배신은 따라붙는 것' (이와 비슷한 뉘앙스다) 처럼 '추리소설에 기대와 실망은 한끝 차이라는 것'.

닐 캐리라는 캐릭터와 그의 입담이 소설의 재미를 이끄는 힘이다. 사건 자체는 그저 옆에서 살짝 거들 뿐. 캐릭터물로서는 추천작이지만 순수한 미스터리로서는 비추천한다.

여담) 25장과 26장 제본이 뒤죽박죽이라서 점수를 박하게 준 건 결코 아니다!! (.......)

평점 5 / 10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2011년 우리말 (시공사)

시공사 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동서문화사 판본이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이었다. 동서문화사판 이야기는 하자면 한도 끝도 없기도 해서 그냥 여기서는 두루뭉술 넘어가자. 아무튼 시공사판은 기존판과 차별화를 꿰하기 위해서 단편과 중편 각각 하나씩 추가했다. (똥서판에서는 나비부인 사건이 들어갔다.)

표제작이야 뭐 미스터리 팬이라면 익히 알만한 녀석이니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새롭게 수록된 녀석들 읽고 느낀 점이나 간단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서두 연대기식으로 가문 이야기가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이게 스무 페이지나 잡아 먹고 있다. 이부분만 넘어간다면 그 다음부터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특히 소녀가 오빠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으로 인물들의 심리와 환경이 변해가는 과정이 단편치고는 꽤 재밌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단편보다는 장편 쪽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켠에서는 장편이었다면 지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1인 2역을 소재로 하고 있다.

-흑묘정 사건
얼굴 없는 시체를 소재로한 변주 미스터리. 처음부터 대놓고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내는 형식과 다름없어서 호기롭게 읽을 수 있는 녀석이다. 물론 너무 정직하게 도전하면 작가의 속임수(?)에 당할 수 있으니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긴 하다. 소재도 그렇고 그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사건 자체도 심플한 편이다.

혼진 살인사건이 아니라 새로 수록된 두 녀석 때문에라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평점 6 / 10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데몰리션 앤젤 - 로버트 크레이스

2000년 Demolition Angel
2011년 우리말(비채)

폭발물조사반 소속 경찰이 폭탄이 터지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담당하게된 주인공 캐롤 스타키. 그녀는 3년전 악몽같은 경험이 있다. 폭탄물 조사하던도중에 파트너를 잃고 그녀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것. 당시 후유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캐롤이지만 술과 담배의 힘으로  미스터 레드라는 연쇄폭탄마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녀를 옆에서 도와주는 잭 펠 요원.  캐롤은 펠이 가져온 미스터 레드 정보와  담당하게 된 폭탄사건을 조사하면서 미묘한 균열을 감지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주로 캐롤의 입장이지만 중간에는 범인 미스터 레드 시점으로 진행되기도 한다.(펠의 시점도 있긴 하지만 많지 않으니까 여기서는 통과) 구성 자체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특기사항은 없다.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 정도가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구성의 묘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이 역시 실시간으로 이 작품을 봤다면 지금의 감상이 좋은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무래도 소개된 시기가 늦었다.

게다가 난 미스터 레드라는 범인 캐릭터에 불만이 많다. 좀 더 '천재적'일 것 같은 범인상이 너무 어이없게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라고 외치던 범인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허접한 단서를 남기고 나무에서 떨어진다니,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건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의료보험 혜택도 그대로 받도록 했다'라는 문장이었다. 정말 감동했다. 이 보험을 받을 수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 후의 인생은 천국이냐 지옥이냐로 갈릴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몰리션 앤젤>은 극상의 해피엔딩이 분명하다!

의료보험 만세!! (....)

평점 6 / 10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오쿠이즈미 히카루

2011년 우리말(시공사)

 결론부터 갑니다.
 슈만 동인 소설입니다.

 어릴 적에 피아노 레슨을 받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피아노 솔로 곡이나, 피아노 소재인 것들만 보면 그저 기분이 좋습니다. (각인효과일지도 모르겠네요) <손가락 없는 환상곡>에서는 초반부터 슈만과 그가 작곡한 곡들, 그와 관련된 음악 이야기가 쉴새 없이 쏟아집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한테는 너무 설명이 많아서 여기서 넉다운 되고 책표지를 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마구 터집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집어든 독자라면 슈만보다는 '미스터리'에 더 치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더 그런 결과가 예상되는데요, 사실 이 작품은 슈만과 피아노 그리고 음악을 기본 소재로 두고 거기에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미스터리는 그저 부수적으로 딸려왔을 뿐입니다. 뭐 다 읽고 나면야 사건의 진상이나 전체 플롯 그 모든 것이 올곳이 '슈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반부 슈만전과 후반부 사건 파트 그리고 마지막 결말부의 연결이 썩 매끄럽지 않은 것이 흠인데 그것조차 슈만 만세!이 한 마디면 다 용서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녀석을 '동인소설'로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슈만 탄생 200주년에 맞추어서 날짜까지 엄선해서 발간했던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던 작품이지,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녀석은 아닙니다. 그냥 여기저기 일보내 미스터리 순위 리스트에 올라서  계약 맺고 출간됐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 나니까 원제목 <슈만의 손가락>이 더 잘 어울립니다.

평점 5 / 10

콜드 게임 - 오기와라 히로시

2011년 우리말 (예담)

중학생 시절 반 전체로부터 왕따를 당했던 히로요시. 4년의 시간이 흘러 히로요시의 복수가 시작된다.
그를 괴롭혔던 반 애들이 하나 하나 의문의 메일과 사고를 당하는데......

굳이 분류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 쪽이겠다. 거기에 청소년들 문제도 담고 있으니까 청춘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겠지만 뭐 아무려면 어떠랴. 왕따야 뭐 일본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만연한 문제라서 남 얘기가 아니다. 독자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을 소재다. 단지 소설에서는 왕따를 당한 피해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반대로 가해자였던 애들이(정확히는 그 중간 존재이긴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왕따 피해자이지만 지금은 가해자가 된 녀석을 '찾아다니는' 설정. 약간 비틀긴 했지만 기본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것 외에 사실 그다지 볼거리는 없다. 충격적 반전이라는 광고 문구가 얼핏 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현실이 더 시궁창인데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충격을 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구성이라서 미스터리 쪽 재미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평점 5 / 10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 쓰쓰이 야스타카

1990년 신초사

2011년 우리말(시공사)

검은숲이라는 브랜드로 나와서 처음에는 신생 출판사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시공사였습니다. 미스터리 위주로 나오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품은 1990년도에 나왔습니다. 거의 20년 전이니까 꽤 오래된 작품이라고 봐야겠죠.19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도 있지만, 미스터리는 1,2년 만 지나도 고전(?)소리 듣는 참 힘든 업계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의미로 20년 전이라면 고전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만한 시간입니다. 걸림돌은 내용도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이냐겠죠. 그리고 저 또한 거기에만 집중했습니다. 미스터리에서 시간은 양날의 검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니까요.

이 책은 대놓고 출판사에서 '대반전'을 선전문구로 사용했습니다. 책 표지 안 쪽에 검은숲 함량표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의 대반전 항목(독자기만점수)은 측정불가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나)는 당연히 엄청난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할 겁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책 마지막에는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결말이 자리잡고 있죠. 매복입니다. 그것도 아주 대담한 매복입니다. 작가가 독자를 죽이기 위해 장치를 설치했는데, 이게 참 뻔하다면 뻔한 것이면서, 미스터리에서 흔히 들어본 '보이지 않는 범인'이란 트릭을 비꼬아 만들어놓은 구성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결말까지 읽은 다음에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 작가가 정말 깨알같이 박아놓은 단서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아마 번역한 사람이나 편집부 측도 골머리 좀 싸맸을 것 같습니다. 번역을 정말 아주 약간만 잘못해도 작가의 의도를 훼손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책의 분량은 꽤 적은 편입니다. 양장본이지만 종이 재질 때문에 두꺼워 보일 뿐이고 실제는 정말 볼품없을 정도로 얇습니다. 페이지 당 활자량도 적죠. 하지만 마지막에는 납득이 갑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려면 <철서의 우리>같아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테니까요.

독자에 따라서는 기가 찰 노릇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스터리의 재미는 바로 그런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배신(기만) 당해야만 즐거운 문학이라니. 참 재밌는 장르죠. 그런 의미에서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은 충분히 즐거운 작품입니다. 다만 소개 시기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미 이런 류의 트릭에 익숙해진 미스터리 독자라면 그리 놀라운 녀석은 아닐테니까요. 당시 이 책을 실시간으로 읽었을 독자의 반응을 상상하며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평점 6 / 10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6개 돈가스 2 - 소부 겐이치


2005년 고단샤 노블스
2008년 문고판

감히 이 녀석 속편이 나올 것이라고는 작가는 물론 편집부, 출판사 아니 가장 독자가 상상도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 시리즈의 연속출판(후속편은 또 나왔으니까)야 말로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다.

어쨌든 제목은 속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냥 소부 겐이치 단편 모음집이다. 수록된 단편은 다해서 12편. 그룹a,b,c로 나누어놓고 있는데, 그룹a에 속한 3편이 전작 <여섯 개 돈가스>의 주인공과 탐정 콤비가 등장하는 내용이고, 그룹b는 도서추리 형식의 내용으로 마지막에는 항상 한 장의 그림으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끝나는 김 빠지는 내용의 미스터리 단편이다. 마지막 그룹c는 a,b에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내용을 한데 묶어놓았다.

해서 전작의 미칠 듯한 병신 같지만 멋있었던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나에게 이번 단편집은 실망 그 자체였다. 초반 3편이 전편의 맥을 잇고는 있지만 많이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만 대충 읽고 던져버리고 평점 1 점 이러면 아무리 쓰레기라도 예의가 아니니까 꾹 참고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재활용불가 쓰레기가 재활용 휴지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니까 '만족'했다는 말이다.

뭐 개인마다 만족이라고 써놓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 다를테니까, 굳이 여기서 뭐시라 떠들 필요는 없을 테고, 일단 그룹b부터 얘기한다. 정말 허무개그 수준의 내용인데, 이게 묘한 중독성을 띈다. 그룹c에서는 썰렁한 미스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내용인데,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네가 선물한 멜로디'는 너무나 평범(!!)해서 어안이 벙벙했던 작품이다. 아니 소부 겐이치가 이렇게 정상적인(!!) 단편을 쓰다니!! 이거야 말로 미스터리!! 그런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뇌출혈 일으키는 반전 아니겠는가? ㅋㅋ 참고로 내용은 오츠이치의 '너에게 밖에 들리지 않아'와 비슷한데 글빨 때문에 오츠이치 쪽이 훨씬 유려해 보인다. 소부 겐이치의 단점은 바로 엉성한 문체. 뭐 허무개그와 엉성한 문체 때문에 오히려 잘 어울리는 부분도 있지만 '평범하고 정상적인 내용'의 단편에서는 그것이 단점이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수록된 보너스 트랙에서 작가 본연의 병맛을 보여주기에 내심 다행(?)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계속 보고 싶어졌다.

평점 3 / 10



2011년 11월 8일 화요일

퀀텀 오브 솔러스 - 이언 플레밍

2011년 우리말(웅진싱크빅)

앞서 정식 소개된 007 장편 소설은 사실 기대 이하였다. 워낙 영화 007의 영향력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백한(좋은 의미로) 원작은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기름기가 너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원작을 접한 후에 읽게 된 제임스 본드 단편집.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퀀텀 오브 솔러스>는 원래 원작은 이렇다!라고 긍정하고 나서 보았기 때문일까? 007 원작 소설 본연의 재미를 가장 잘 보여준 녀석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단 페이지가 두껍다! 아싸! 총 9개 단편이 수록됐는데 (마지막 뉴욕의 007은무척 짧은 단편이라서 실제로는 8편 정도로 보는 것이 좋겠다.) 볼륨도 그렇고 각 단편의 내용도 그렇고, 영화와는 완전 다른 원작만의 007 향기를 잘 풍기고 있다. 원작 내용을 좀 말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 근질한데, 스포일러는 백해무익 아닌가. 그냥 영화와는 완전 다른 원작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싶다. ㅋㅋ

007 장편은 솔직히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조건부 추천이지만)이 단편집 만큼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007 영화를 빠짐없이 본 사람이라면 더욱더!

참,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를 찾는 사람한테 <퀀텀 오브 솔러스>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주의하자.

평점 6 / 10

인어의 노래 - 발 맥더미드

1995년 The Mermaids Singing

2011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마이클 코넬리와 제프리 디버의 소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랜덤하우스. 이번에는 발 맥더미드의 토니 힐 시리즈다. 이쪽이 의외로 돈 벌이가 되는 건지, 이렇게 소개가 된다면야 독자로서 그저 흐뭇할 뿐이다. 단지, 계속 나와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어쨌든 1995년 작이다. 무려 16년전 작품.

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우고 주인공 토니 힐은 프로파일러다. 지금이야 누구나 알고 있는 - 국내에는 아직도 정식 도입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 프로파일링이지만 16년전이라면 얘기가 좀 틀려질 것 같다. 아무튼 소설은 두 개의 구성으로 나뉘어져있다. 연쇄살인범인의 일기같은 짤막한 챕터와 경찰과 주인공 토니 힐의 수사기록인 일반 챕터로 말이다. 이런 구성 자체는 지금에서야 너무 흔해 빠진 모양새다. 영미권 스릴러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자체에 이런 플롯은 뭐 두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으로 많다.

지금 읽기에는 소재도 그렇고 구성은 더더욱 흔해빠져서 시대에 뒤쳐지는 스릴러가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랬다고는 좀 쪽팔려서말 못 하겠다.) 실제 소설을 들쳐보면 얼마 안 가서 그런 생각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읽는 내내 1995년도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몇 몇 부분은 잘만 손질해서 2011년도 영국에서 출간된 최신 스릴러라고 하면 그렇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니까.

여기에 토니 힐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인상깊다. 롤플레잉(역할놀이)를 통한 프로파일링을 하는 주인공과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고민까지, 이런 독특한 주인공 때문에 범인과 토니 힐로 나뉘는 챕터 구성과 마지막에 하나로 딱 합쳐지는 것까지, 흔하지만 그게 딱 알맞는 느낌이라서 절로 납득이 가는 내용을 보여준다, 특히 결말이!! ㅋㅋ

그래서 후속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토니가 '그 고민'을 해결할 것인가!! (아니 이건 아닌가?ㅋㅋ)

그럼에도 세월의 흔적을 깨끗히 씻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터리 세계에서 16년이란 시간은 강산이 수 만번은 변할 시간이니까 말이다.

평점 7 / 10

외침과 기도 - 시자키 유

2010년 동경창원사
2011년 우리말(북홀릭)

5개 단편이 수록된 연작 단편집.

첫 단편부터 독특하다. 사막을 횡당하는 낙타와 상인. 그걸 취재하는 이방인이자 주인공.그리고 그 모래천지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두 번째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과거 실연당했던 스페인을 다시 찾은 나. 풍차와 그녀, 그리고 풍차와 전설. 여기에 친구들과의 여행. 척 하면 척이라고 온다 리쿠가 썼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그런  분위기와 꽤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결말쪽만 빼고) 세 번째는 무대가 러시아로 옮겨진다. 수녀원과 성인.두 가지 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결말. 마지막으로 표제작 중 하나인 네 번째 단편 외침과 다 섯번째 단편 기도가 뒤를 잇는다. 외침은 아마존 오지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마지막은 앞선 단편을 보다듬는 역할을 기도와 재생으로 다루고 있다.

미스터리 관점에서만 보자면 세 번째 까지는 그냥 독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단편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 번째부터는 급반전한다. 동기의 특수성이 강조되는 재미보다는 깊이있게 파고드는 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수록된 세 편도 다시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동기라는 면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마지막 단편으로 이어진다.

미스터리에서 범행 동기는 어찌보면 참 뭐라 단정짓기 힘든, 매우 오묘한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그런 면에서 <외침과 기도>에서 나오는 동기는 일단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겠다(두 번째 단편은 제외하고) 아니,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이방인'이자 '여행자'인 독자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지 않을까?

이 연작 단편집을 단순히 쪼개서 미스터리로만 받아들여도 좋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보는 것도 독자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겠다. 이 작가 나중에 뭔가 터트릴 것 같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평점 7 / 10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총과 초콜릿 - 오츠이치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오츠이치 소설 중에서 개인적으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총과 초콜릿>이다. 미스터리 랜드라는 아동을 대상으로한 동화같은 미스터리이지만, 어른이 봐도 충분히 재밌는 내용으로 오츠이치의 장난끼 섞인 캐릭터와 구성이  책을 더 맛나게 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린츠는 이민자 아버지를 둔 혼혈아다. 혼혈아라고 차별을 받는 장면과 주인공을 철저하게 괴롭히는 두바이욜이라는 캐릭터는 '동화'에서 익숙한 클리세에 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총과 초콜릿>은 캐릭터의 변화가 이채롭다. 단순한 악역으로 그냥 그렇게 끝날거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예상 밖의 대활약을 펼치고 신데렐라를 위한 요정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사실은 마녀같은 캐릭터라는 등,  정도를 걸으면서 그 속에서 살짝 살짝 비틀어 꼬아놓은 구성이 제법 인상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총과 초콜릿>에서 가장 인상 깊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악동이 아니라, 악'당'이다.) 두바이욜과, 린츠와 함께 모험을 하는 명탐정 로이즈이다.

참, 미스터리 자체는 평이한 편이다.

평점 7 / 10

츠나구 - 츠지무라 미즈키

2010년 신초사
2011년 우리말(문학사상)

문학사상에서 츠지무라 미즈키 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작가의 소설타입이 문학사상에서 보통 나오는 일본 소설과는 좀 다를텐데 어째서 나왔을까?의구심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학상 수상작이란다. 그럼 그렇지.

일단 장르는 판타지.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하는 '츠나구' 
다섯개 단편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연작 단편 식으로 전부 이어지는 내용이다. 처음 네 편은 죽은 자를 만나고자 하는 살아있는 의뢰인의 이야기이고, 마지막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하는 주인공 이야기다.

앞선 네 편까지는 그냥 감동 이야기에 가깝다. 평범하기만한 OL이 죽은 여자 탤런트를 만나고 싶어하거나, 죽은 어머니를 만나고자 하는 장남, 사고로 죽은 단짝 친구를 만나고자 하는 여학생, 그리고 7년전 실종된 약혼녀를 찾는 남자. 이 들의 이야기는 그냥 특출날 구석이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마지막 단편이 들어감으로 해서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거시기'는 기존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을 즐겁게 보는 독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밤과 노는 아이들> 만큼은 읽어봤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말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올 가능성이 영 없어보이기도 하다만) <나의 계량 스푼>과 <방과후 이름찾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츠나구> 마지막 챕터는 무척 반가왔으리라.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는 또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평점 6 / 10




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이언 플레밍

1962년
2011년 우리말(웅진싱크빅)

원작으로는 10번째, 영화로도 같은 10번째 <나를 사랑한 스파이>
사실 이번 원작으로 보고 솔직히 제일 놀란 녀석이다. 아니 영화가 이런 내용이었나? 솔직히 영화 내용은 거의 기억에 나지 않는다. 그냥 '로저 무어' 멋쟁이!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는거야!!ㅋㅋ) 아무튼 그저 머릿속에 고전 007영화중에 꽤 재밌게 봤던 녀석 정도였는데, 원작은.....

대략 난감하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뭐 다른 영화도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심하다.

왜냐하면 여자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용은 여자의 성장일기 - 두번의 연애 실패담까지 포함해서-다.


페이지 수는 230페이지 정도. (쓸데없는 줄변환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는 200페이지후반대 정도 분량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냥 외전이다. 그 뿐이다. 여기에 뭐라 토를 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다.오히려 이런 상상 밖의 내용이라서 뒤통수를 그냥 도끼로 찍힌 듯한 어리벙벙한 느낌이 기분 나쁘면서 한켠으로는 의외여서 기분이 좋다.

표지는 이쁘네, 표지는.


평점 4 / 10

007 죽느냐 사느냐 - 이언 플레밍

1954년
2011년 우리말(웅진시크빅)

원작으로는 두 번째, 영화로는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죽느냐 사느냐>.
해서 원작 초반에 보면 '카지노 임무'가 어쩌구 잠깐 지나가듯이 얘기가 나온다.  원작 소설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는  전작인 <선더볼> 이야기가 나오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차피 제임스 본드라는 주인공의 액션과 활약이 중요한 것이니까.

내용은 솔직히 구시대적이다. 흑인 범죄집단을 응징하는 백인 주인공. 지금 보면 정말 눈쌀 찌푸려지는 대목이다. 이렇게나 노골적으로 흑인을 깔아뭉개는 오락소설이라니. 하지만 1954년이란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납득이 간다. 지금도 무시당하는 유색인종인데 당시에는 심했으면 심했지 최소한 덜하지는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해서 기분나쁜 구석을 제외한다면한 편의 오락소설로서 크게 흠 잡을 구석이 없는 녀석이다.적당히 유머도 있고, 액션도 있으며, 미녀도 등장하니까. 그리고 악당을 응징하는 대리만족과 미녀와 함께 묶여 상어밥에 처해질지도 모를 스릴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국한해서 본다면 참 심심풀이 땅콩같은 녀석이다. 그만큼 플롯이 단순무식하다. 평지를 뛰다가 듬성듬성 돌은 보이는데 그게 뜀박질하는 데 전혀 지장을 줄 요소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전은 나중에 읽혀도 정말 끝내주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이런 오락소설은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퇴색하기 마련인가 보다.

추억으로서는 좋지만, 이걸 과연 14,000원씩이나 주고 사서 봐야하느냐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대목. 가격대 성능비가 과히 좋지 않다. 좋지 않아~~

평점 4 / 10

여름, 19세의 초상 - 시마다 소지

2011년 우리말 (해문)


청춘 미스터리입니다. 19살 남자 주인공. 성인이라고할 수도 있고, 아직 소년이라고 할 수도 있는 애매한 나이죠. 주인공이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해있는 동안 맞은편 단독주택의 한 여자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죠. 하지만 그녀가 묘한 행동을 하는 걸 목격합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땅에다 암매장하는 장면을 말이죠.  그 후로 책 내용의 대부분은 수수께끼의 그녀와 벌이는 주인공의 내면과 외면 묘사입니다. 초반 그녀가 저질렀던 범죄행위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죠. 상충되는 말인데,이 격언이 그대로 어울리는 내용이 바로 본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소설 마지막에서 주인공한테는 결코 마주하기 싫은 진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생각이죠. 하지만 시간은 만병통치약입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역시 아는게 힘이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죠. 따라서 본작품은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보다는  최소 30대 이상의 독자-당연히 남성-가 읽는다면 더 와닿을 내용이 아닌가 싶네요. 어린 시절 저질렀던 웃지 못할 행동을 지금 떠올려 보면 부끄럽다가도 이제는 절대 그렇게 못하는 걸 알기에 풋풋했던 행동이 애틋함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미스터리 보다는 그냥 청춘 소설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단, 미스터리 재미는.......꽝입니다.


 평점 4 / 10

2011년 10월 20일 목요일

비트 더 리퍼 - 조시 베이젤

2009년
2011년 우리말 (황금가지)

전직 킬러였던 의사 이야기.
과연 그 의사에게는 어떤 과거가 있었고, 어떤 연유로 의사가 됐는지 다양한 이야기가 생각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소설은 현재 인턴 중인 주인공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어릴적 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거 이야기가 털실 처럼 짜여져있다. 단, 여기서 명심해야할 것은 이 책은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에 기대를 한다면 그걸 철저하게 배반하는 모순된 재미를 준다는 점이다. 인생은 아이러니하니까 그런 걸로 재미를 찾는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순수 미스터리 재미보다는 잡탕찌개  '블랙 코미디'로 받아들이고 읽는다면 그것이 이 책을 대하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참 잘했어요~ 잡탕이라고 무시하지는 말자. '송곳'도 숨어있으니까. 약간 녹이 슬어보이는게 흠이지만 말이다.

다 읽고 나니 저자 경력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보니 어라~ 실제 의사네?(그래서 책말미에 경고가 달렸나?) 실제 의사질을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 고등학생이 심심풀이로 판타지 소설을 써서 출판하는 것과 같은 - 쓴 녀석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생겼다. 뭐 의도야 어떻든 결과만 봐서는 훌륭한 B급 코믹 스릴러로 딱 적당한 녀석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영화 버전에서는 스토리 변경이 있을 것 같다.

평점 6 / 10

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산마처럼 비웃는 것 - 미쓰다 신조

2011년 우리말 (비채)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읽고 놀랐던 즐거움이 지금도 생생(?) 합니다. 사용한 소재는 기존 미스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들 뿐이고, 핵심 소재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흔한 재료만으로 반죽을 빚었는데 탄생한 녀석은 정말 맛깔나는 빵이었다고 말이죠. 똑같은 재료를 갖고만들어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건 비단 이쪽 세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살아가는데 필수인 음식의 세계만 들여다보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 <산마처럼 비웃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핵심 힌트이자 소재인 '거시기'의 경우 참 흔해 빠진 것입니다. 개나 소나 사용해서 이제는 식상할대로 식상한 소재인 것이 분명한데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확 달라집니다. 깨알같이 뿌려놓은 복선(정말 깨알 같습니다.)과 그걸 간단하게(?) 회수하는 작업과 마지막에 엎치락 뒤치락하는 구성까지, 전작의 재미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재밌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산마처럼 비웃는 것> 역시 비슷한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막판 마무리 만큼은 잘린 머리 쪽이 더 맘에 듭니다.

평점 8 / 10

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극장판 명탐정 코난 ~ 침묵의 15분

15탄.
도쿄 도지사를 목표로한 치하철 폭탄 테러. (성공하길 바랐는데...)
설원 마을 기타노사와에서 8년전 일어난 뺑소니 사건.
같은 날 일어났던 한 소년의 실족 사고와 기억상실.

이런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고 있기는 개뿔....
이번에는 만능 스노 보드 타고 열심히 달리는 코난을 빼고는 볼 건덕지가 없는 내용이 되버렸다.

초반 폭탄 테러와 막판 댐 과눈사태 장면에다가 제작비를 다 쏟아부었는 지 그 외에는 정말 별로 볼거리도 없던 녀석이다. 물론 몇 탄인지 기억도 안 나느데, 거시기 해적 어쩌구 하는 내용의 극장판보다는 낫다. 물론 앞으로도 언제까지 코난 극장판이 제작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개발로 만들어도 해적 거시기 보다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겠지.

욕 하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코난 극장판. 16탄은 또 얼마나 허접하게 나오려나? ㅋㅋ

평점 2 / 10

2011년 10월 12일 수요일

문학소녀 견습생의 졸업 - 노무라 미즈키

2010년 패미통 문고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전편 '상심'에서 당황스러웠던 결말에서 바로 이어지는 스토리.
나노의 친한 친구인 히토미가 코노하와 사귄다는 폭탄선언에 숨은 진실찾기가 메인 스토리를 장식하며 후에 '졸업'이 단편 내용으로 들어가서, 외전 시리즈도 전 3 권으로 끝을 맺었다.

히토미와 나노 이야기인 '적막'은 뭐 문학소녀 시리즈 전통(?)다운 내용 전개를 보여주니 여기서 뭐라 더 말할 필요는 없고, 마무리 단편 '졸업'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긍정적인 소녀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만들어놓아선지 마무리도 최대한 배려를 한 느낌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 그걸 바라보아야 하는 독자들한테 이 정도 마무리면 뭐 무난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현실에서의 이야기라면?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기에 픽션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게 아닐까? 아무튼 만약 현실에서 나노 같은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사기당해서 진즉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 같다. 현실은 시궁창이니까.

그럼에도 나노가 문예부 부장으로 나오는, 나노가 '진짜' 주인공인 장편(또는 단편)을 보고 싶다.

평점 5 / 10

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2010년 우리말 (시공사)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것도 1인칭 시점이다.
규중처녀인 주인공 오토네가 백억 엔이란 놀라운 유산 상속을 둘러쌓고 겪게 되는 서스펜스와 모험을 그리고 있는 <삼수탑>. 설정 자체는 지극히 요코미조 세이시 다울 법하지만 그걸 진행하는 방식은 기존의 작풍과는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있다. 라고 보기에는 이미 <팔묘촌>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그걸 좀 더 깔끔하고 가볍게 다듬은 것이 <삼수탑>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 특히 후반부 장면은 팔묘촌과 그대로 겹칠 정도다. 해서 이 작품은 호오가 부부싸움 이혼 도장 찍 듯이 갈라진다. 작중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물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우연의 일치도 존재하니까요.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원문과는 뉘앙스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제대로 옮겼다고 생각한다. <삼수탑>의 주제는 저기에 함축되어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 안타까운 점이라면 일본+요코미조 세이시라는 특수성으로 여주인공의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모험소설이 정말 교과서 같다. 

같은 소재로 현대 미스터리 작가가 '트릭'을 가미하고 캐릭터 특징도 가다듬으면 더 재밌는 녀석으로 탈바꿈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평점 5 / 10

2011년 10월 10일 월요일

허공 말뚝이 상,하 - 오트슨

2011년 시드노벨

내년은 되야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미얄 시리즈> 최신작이 뜬금 없이, 그것도 상,하권 두 권이 동시 발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그것만으로도 흥분으로 아랫도리가 젖어버려서 막상 책의 재미는 뒷전이 되버렸다. 아무튼 내용은 정장으로 이어지는 8권이 아니라, 추천과 정장 사이에 들어가는 스토리다. DTB 시리즈로 보자면 1기와 2기 사이 헤이와 인의 러브러브 이야기에 해당한다.

일단은 장편 구성이긴 한데,각 챕터를 독립된 단편 또는 이어지는 내용으로 이해해도 지장은 없는 뼈대다. 걔중에는 이번 작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바깥 이야기가 있다면, 시리즈 주인공 또는 조연을 앞세운 이야기도 들어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장편을 이루고 그 장편은 결국 시리즈를 위한 피와 살이 된다. 그리고 <허공 말뚝이>는 아동 소설이자 할리퀸 로맨스가 되고. 하권 말미를 보아하니 스핀 오프는 계속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상, 하권 각권 440페이지 정도다. 꽤 두껍다. 만약 이 녀석이 단권으로 나왔다면 약 900페이지. 단권으로 나왔다면 이 또한 괜찮았을 법도 한데 말이다. 국산 라이트노벨의 신기원으로 말이다.

평점 6 / 10

저택섬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05년 동경창원사
2008년 문고
2011년 우리말(폴라북스)

유머(피식) 미스터리로 나름 입지를 구축한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리말 첫 소개작. 이걸 처음으로 읽은 것이 아마 2년전 정도 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우리말로 소개 될 거란 상상은 하질 못 했다. 그러다가 우리말로 나올 예정이란 걸 보고 내심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녀석이 나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다른 작품들이 속속 (벌써 세 작품이 더 나왔다.) 우리말로 발간되는 걸 보면서 이제는 그 놀라움을 가슴에서 지울 법도 할 만한데, 여전히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뭐 그렇게 소개된 계기는 그야말로 '뻔한 것'이었긴 하지만, 어쨌든 일정 수준 이상의 미스터리가 계속 나와주는 것 자체로 고마울 따름이다.

뭐 내용이야 인터넷 서점 잠깐만 들여다봐도 대충 다 알 수 있는 것이니 넘어가고, 유머와 미스터리 얘기나 해볼까 한다. 원서로 먼저 읽고 현재 우리말로 재독한 것이라 아무래도 첫 느낌이 바랜 점도 있으니까 그걸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유머. 유머라는 것은 사람마다 고유의 코드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공통 요소도 있다. 그렇다면 <저택섬>의 유머는 어디에 속할까? 엄밀히 말해 <저택섬>의 유머는 빼어나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허접쓰레기 수준으로 낮출 필요까지는 없지만,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실실 쪼개는 캐릭터들이영 미덥디 못할 수도 있고, 심각해야할 분위기가 이 유머 때문에 카스테라 같은 느낌이 든다. 무게감 있는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한테는 이 런 병신같은 게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고, 가벼운 미스터리가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딱 맞는 녀석이다. 이런 것은 독자의 기호에 따른 호오가 갈리는 것이지 그것이 미스터리의 평점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추리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미덕은 역시 '미스터리'! 이거 하나만 잘 짜놓으면 나머지는 그냥 덤일 뿐이다!해서 미스터리. 트릭 미스터리다. 콜롬부스 달걀 같은 녀석이다. 알고 나면 참 쉽고, 모를 때는 대단해 보이는 그런 트릭 말이다. 미스터리에서는 그런 깔끔한 트릭이야말로 깨끗한 맛 때문에 돋보이기 마련이다. 여기에 독자를 피식(유머)하게 하는 상황 설정(대사)와 복선(단서)를 교묘하게 엮어놓은 것이 <저택섬>의 장점이다.

단, <저택섬>은 미스터리 초심자 용이 아니다. 물론 몰라도 핵심 트릭(재미)은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저택섬의 모든 재미를 만끽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한 십각관(이 녀석은 일본 미스터리를 꾸준히 읽고자 한다면 반드시 거쳐가야할 녀석이다.)과 여탐정이 무얼 말하는지는 알고 보면 좋을 것이다.

평점 6 / 10

2011년 10월 9일 일요일

어둠 아래 - 야쿠마루 가쿠

2011년 우리말(북홀릭)

사람들 이목을 잡아 끌기쉬운 사회적 이슈를 주로 소재로 삼아 미스터리로 엮는 작가 야쿠마루 가쿠. 이번에는 아동 성범죄가 주제다. 과거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당하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범인은 경찰과 매스컴에 성명서까지 발표한다.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이 두려움에 떨도록..... 경찰은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범인 검거에 박차를 가하지만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 그런 경찰 중에는 과거 때문에 범인의 심정에 동조하는 경찰도 있었는데.......

미스터리 포인트는 범인의 정체. 사용한 트릭은........거시기. 눈치 빠른 사람은 거시기라고 하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거시기라고 하겠다. 사족을 달자면 너무 평이한 트릭이라서 하품까지는 아니지만 실망스럽다. 그 외에는 범인의 동기가 문제가 되겠는데, 페이지 수가 참 적다보니 범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건 범인 뿐만 아니라 주인공 경찰과 아동 성범죄 피해자 가족도 마찬가지. 작가는 독자들이 그네들의 기분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어서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만이 지상과제인 것 처럼 말이다. 불편한 것을 소재로 삼은 미스터리지만 실제로는 별로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게 <어둠 아래>의 단점이라 생각한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런 소재를 삼아 소설을 썼다면......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안 해도 될 것이라 믿는다. ㅋㅋ



평점 3 / 10


2011년 9월 26일 월요일

호랑이와 나 - 야나기 고지

2009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2011년 우리말 (새앙뿔)

미스터리 야! 시리즈 중의 하나. 주로 들녘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가끔가다 계약 삑쌀인지 뭐신지 다른 출판사에서 간헐적으로 우리말로 나오곤 하던데, 그 중의 하나가 <호랑이와 나>이다. 게다가 작가는 역사+추리를 결합한 재미진 녀석을 보여주던 야나기 코지. 이번에는 <산월기>(중국의 <인호전>을 번안한 일본소설)를 밑바탕으로, 주인공 '나'가 아버지가 호랑이가 된 이유를 찾아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분량은 중편 정도로 짤막하다. 열 네살 먹은 소년이 주인공이다보니 문장 자체도 심플하고 분량도 컴팩트해서 독서를 싫어하는 그 나이 또래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미스터리 포인트는 왜 아버지는 호랑이가 되었는가? 이다. 물론 중요한 곳은 '왜'가 되겠다. 사람이 호랑이가 되다니? 판타지 미스터리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스포일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미리 밝히자면 <호랑이와 나>는 충분히 '논리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특히 '거시기'에 얽힌 '트릭(?)'이 정말 깔끔하다. 하나의 사실로 인해 모든 것이 전부 뒤집히는 구성을 거시기로 압축한 것이 일품.

야나기 코지의 미스터리는 일단 믿고 읽을 수 있는 녀석이란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점 6 / 10

2011년 9월 22일 목요일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 이시모치 아사미

2010년 우리말

우스이 유카가 탐정역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도서 추리 삼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녀석. 원제목은 '네가 바라는 죽음'인데, 우리말로 나오면서 좀 더 알기 쉽게 바뀌었다.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범인역, 피해자역, 탐정역, 이렇게 세 명이 있는데, 독특한 부분이라면 피해자는 범인이 자기를 죽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해서 범인이 좀 더 편안(?)하고 쉽게 범행을 이룰 수 있도록 피해자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리고 탐정은 여기에 우연히 얽혀들어, 사소한 것으로 사건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개성적인 부분은 사건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논할 뿐이라는 것이다. 탐정은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기는 걸 극력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범행하기 걸끄러운 환경을 조성할 뿐이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피해자에게 협력까지한다.

도서추리방식과 유사하지만 속내용은 크게 달라서, 사실 독자의 찬반이 심할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함 때문에 재밌게 봤던 작품이다. 원판으로 두 번, 번역본으로 한 번이나 총 세 번 읽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감점요인이라면 탐정이 피해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단서가 좀 조악하다는 것. 너무 사소한 걸 연결해서 피해자의 의도를 탐정이 파악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평점 5 / 10

2011년 9월 18일 일요일

TV애니메이션 슈타인즈 게이트 전 24 화


2011년 방영 (완)

얼마전 24화를 끝으로 방영이 끝난 슈타인즈 게이트 애니메이션.
1화 방영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작화 때문에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어쨌건 원작을 즐겁게 즐겼던 입장으로 애니메이션도 끝까지 시청하고야 말았다. 마키세 크리스의 작화는 거의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명탐정 우사미로 생각했으니까;;;;; 다행히 노리고 만든 건지 어떤 건지 후반으로 갈수록 제대로 그려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발동걸리기까지 초반에 많은 에피소드를 할애한 점. 분기점은 12화다. 그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원작의 트루 엔딩으로 가는 건 좋은데 그걸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서브 캐릭터들 이야기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 듯 진행된 점. 원작을 최대한 압축하면서 엑시그만 뽑다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고 쳐도 여전히 아쉬웠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원작의 반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선방에 선공한 22화 엔딩 크레딧 부분,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최고조에 이른 23화. 그리고 라스트 에피소드 (모에카 만세!!) 마지막에 보여준 '특보'(이게 진정한 반전이었다. )까지. 원작 팬들도 즐겁게 볼 수 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같은 세계관의 <카오스 헤드>의 애니메이션이 죽을 쑨 것과는 완전 반대다.


참, 성우 연기는 전체적으로 애니 쪽이 좋다. (모에카 만세!!)
나에 닌자 가이덴이 잘린 건 정말 아쉽다.

평점 6 / 10

2011년 9월 16일 금요일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3 - 노무라 미즈키

2010년 패미통 문고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한동안 뜸하다가 - 역자가 바뀌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계약 문제? - 나온 <문학 소녀 시리즈 외전 단편집>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전편에서는 나나세 친구였던 모리와 소리마치가 주역이었는데, 이번에는 치아가 주인공으로 두 편이 나오고, 우마왕이 한 번 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반드시 본편을 읽은 후에 봐야하는 단편도 들어있네요.본편 4권과 6권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까발리고 있거든요. 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즐겁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순서대로 읽어야하겠습니다. 이걸 의식했는지 작가 후기에도 꼭! 발간 순서대로 읽어달라고 하네요. 우리말로는 친절하게 '번호'가 붙어있어서 따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없이 번호 순서대로 읽으면 되겠습니다. 단, 본편 전 8 권을 먼저 읽은 후에 삽화집과 견습생 시리즈를 봐야한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일본에는 우리처럼 번호가 붙어있지 않아서 별 관심 없다면 어느게 먼저인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이건 문학소녀 시리즈 말고도 시리즈 소설뿐만 아니라 기타 등등 대부분이 그렇더군요. 불친절하죠. 해서 출판사마다 책 넘버가 있는데 그걸 보면 일목요연하게 어느게 먼저 나왔고 어느 책이 나중에 발간됐는지 알 수는 있지만 문학소녀 같이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경우는 우리방식이 직관적이라서 편하긴 합니다. 반면 카야타 스나코의 <크래시 블레이즈> 같은 경우는 각권이 등장인물만 같지 독립된 내용이라서 일본 처럼 넘버링 없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요. 일본은 소제목이 책 제목인데 반면, 우리말에서는 넘버링으로 구분하고 있죠. 예를 들어 크래시 블레이지 시리즈 1권 제목은 일본에서는 그냥 탄식의 세이렌이라고 한다면 우리말에서는 크래시 블레이즈 (1) 이라고 하고 있는 차이입니다.

쓸데없는 얘기는 이쯤에서 집어치우고, 마지막 단편의 감정의 고조가좀 느닷없이 벌어집니다만, 이런 점이 문학소녀 시리즈의 매력이자 단점이니까 두루뭉술 넘어가주는 아량이 필요합니다.그 외에는 반드시 본편을 읽은 독자만을 위한 에피소드 라는 점이 단점이겠지만 시리즈 독자한테는 즐거운 경험이 되는 장점으로 작용하겠죠. 

이제 남은 것이 견습생 시리즈 마지막인 졸업과 삽화집4권 그리고 문학소녀 편집자 정도가 남았네요. 아 추상화랑2도 있구나. 그리고 신 시리즈로 보이는 두 권도 있는데, 일단은 문학소녀 시리즈나 마저 다 번역되서 나오길 기다려야겠습니다.

평점 5 / 10

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월요일은 물방울 모양 - 가노 도모코


1998년 슈에이샤
2001년 문고판 (사진)

월,화,수,목,금,토,일로 시작하는 총 7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

장르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 

주인공이자 탐정역은 20대 직장 여성 가타기리 도오코.
조수 역은 하기 히로미라는 남성.

캐릭터 조형은 가노 도모코 답다고 할까? 주인공 여성은 <손 안의 작은 새>의 남녀 주인공을 반반씩 합쳐놓은 듯한 인상이다.

불만이라면 미스터리 부분.

착안점이 좋은데 귀결 부분에서 뜬금없이 날개짓하는 부분 때문에 - 복선회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다만 - 읽고 나서 좀 허탈한 단편들이 있다.

제일 아쉬웠던 녀석이 병원에서 약봉지가 바뀌는 사건(화요일은 두통 발열)인데, 사건 자체는 꽤 흥미롭고 좋았는데 어째서 결말을 그런식으로 끌고 갔는지 안타까웠던 단편이다. 또 하나는 제일 재밌었지만 단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결말이 되버린 녀석도 있다. '수요일은 미아 안내'라는 제목인데, 말그대로 미아가 된 여자애 엄마를 찾아주는 것과 젊은 직장 여성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의 직장생활과 퇴사 등을 상당히 공감가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누구나가 갖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결합시킨 부분이 인상 깊었다. 다만 그런 식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구성이 아쉬울 뿐이다. 이 외에도 좋은데 왜 그렇게 연결 시켜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 좀 있는데 그래서 그냥 한 번 쯤 읽기는 좋겠고, 소장용으로는 글쎄요~가 되겠다.

미스터리 완성도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못해도 중간 이상은 갔을 것이다.

평점 4 / 10

2011년 9월 13일 화요일

뱀파이어 나이트 - 김이환

2010년 노블레스 클럽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금방 나오는 거니 여기서는 패스.

스토리는 나노머신을 몸속에 박은 피의 기사(주인공)가 뱀파이어 여왕의 부활(복수)를 위해 뱀파이어 사냥을 하는 내용이다.짤막하게 요약하자면 그렇긴 한데 실제 다 읽고 난 소감은 그냥 10편짜리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한 번에 몰아서 본 느낌이다. 실제로 총 10개 단편이 수록되어있고, 각 단편은 연작식으로 주욱 이어진다. 유머도 있고, 액션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우정(?)도 있고,뭐 비빔밥 같은 장르 소설이라고 보면 알맞다. 

데이비드라는 나노 머신이 이 책의 재미를 일구는데 한 축을 담당한 것은 분명하다.
시끄러워 데이비드! (입닥쳐 말X이가 떠오르긴 하지만.....)
아에 마지막 단편 제목이 '시끄러워 데이비드'일 정도니까 말이다.

뒷 이야기 단편으로 한 편 정도는 더 들어갔어도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인데, 읽을만 하니까 아쉽게 끝나는 게 이 책의 단점이 아닐까? 뭐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경사로세~경사로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나오면 무척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점 5 / 10

정신자살 - 도진기

2011년 들녘 (미스티 아일랜드)

새로운 브랜드로 런칭됐길래 스탠드 얼론인가 싶었는데, 까놓고 말해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최신작.  처음에 시리즈 2권이 나온 이후로 잠깐 소식이 뜸했다가 나온 것이라서 더욱 반가왔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 그 흔한 소개문구 하나 신경쓰지 않았고, 오로지 알고 있는 것은 책 제목과 작가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초반 챕터에 익숙한 이름이 나왔을 적에 무척 기뻤다. 아싸! 시리즈 최신작이구나 하고 말이다.

간략한 스토리는 책 소개문구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 굳이 여기서 키보드 내구성을 깎아가면서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나 해볼까 한다. 물론 헤살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굵직한 트릭과 소소한 트릭이 혼재하면서 그 속에는 물리 트릭과 비물리 트릭이 다시 얽혀있는 모양새. 그렇다고 그것이 마구잡이식 공사를 벌려놓은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탄탄한  '거미줄'같아서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단 하나의 사실로 모든 사실이 꼬치 꿰듯이 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정적 트릭에 있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 작품의 평가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초반 주인공 등장 에피소드가 꽤 맘에 들었다. 그리고 그건 나중에 또 하나의 에피소드와 어울려서 주인공의 조수(?)가 얘기해주는 힌트와도 이어진다.  힌트 자체가 뜬금 없이 등장하는 것 보다는 작은 에피소드와 이야기 그리고 그 속의 복선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등장하도록 꾸미고 있다. 하지만 처음 에피소드는 주인공 소개와 더불어 자연스런 느낌이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위화감이 들었다. 과연 두번째 녀석 없이 조수가 조언을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했을테고 그렇다면 둘째 녀석을 어떻게 요리했어야 좋았을까? 나는 작가가 아니니 무책임하게 떠넘길 뿐이다. ㅋㅋ 또 하나는 우연에 의존한인 에피소드. 그 부분이 중요한데, 이 책을 마지막에 점수 메길 때까지 나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심했던 부분이다. 뭐 결론적으로는 감점 요인으로 들어갔지만.

그 외에도 복선을 지뢰 깔 듯이 깔고 있는 게 눈에 훤하다. 물론 어느 정도 진상을 깨닫고 나면 수면위로 올라온다는 얘기. 그 전까지는 복선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녀석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중간에 출판사 측의 '명백한' 오타가 아닌가 싶은 (실제 오타 부분도 있다) 부분이 있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던 대목이라서 순식간에 이건 일부러 그런거다! 라고 확신하면서 나름 자신의 추리에 힘을 싣다가 '미끌'한 부분은 스스로도 좀 부끄러웠다.

결말은 호오가 갈릴 것 같다. 물론 나는 好~. ㅋㅋ
모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 거시기 영화는 정말 쓰레기였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말이다. 영화 2편도 나온다는데 정신자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다.

이로써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도 전환기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정신 자살>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역시 주인공 '고진'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캐릭터성도 탄탄해졌고, 상대역(?)도 정해진 듯 하고, 정규직(?)으로 보이는 캐릭터들도 보이는 등, 1부끝 2부 시작! 개봉박두! 같은 느낌이 든다. 따라서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거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은데, 이래저래 작가한테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 같다. 즐거운(?) 스트레스로 말이다.

다만 책 판형이 바뀐건 감점이다. 1,2,3권 꼽아놓고 봐라. 이게 뭔 짓인지. 내가 책 사모으면서 제일 싫어하는게 책 판형을 막 바꾸는 건데 말이다. 그걸 이 시리즈에서 볼 줄이야.....ㅠ.ㅠ

평점 7 / 10

2011년 9월 11일 일요일

친절한 킬러 덱스터 - 제프 린제이

2009년 Dexter by Design
2010년 우리말(비채)

시리즈 4번째
권수가 거듭될 수록 1권이 재미가 서서히 바래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시리즈다.
이제는 독특한 캐릭터를 앞세운 개성적이었던 스릴러가 그냥 인기를 등에 업고 시트콤화 되서 신변잡기 갖다가 되는대로 소재로 삼아 적당히 분량 조절해서 내놓는, 그런 내용의 시리즈. 4권 막바지를 보니 5권은 보지 않아도 내용이 절로 상상이 간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덱스터의 꼬맹이들 대까지 내용이 어어질 것 같은데 그야말로 네버 엔딩 스토리.

어차피 이 시리즈는 추리 보다는 그저 캐릭터와 블랙유머에 의존한 것이었다보니 권수가 늘어질수록 스토리가 산으로 갈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다만, 그 예측이 틀리길 바랐고, 그래야만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인데, 아무튼 안타까운 작품이다. 나온다면 습관처럼 보기는 하겠지만 그냥 별도의 노선을 걷고 있는 TV 시리즈를 보는 것이 더 낫지 싶다.

그래도 그 동안의 정과 초반 신혼여행 장면은 그나마 재밌었으니........

평점 3 / 10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 - 노리즈키 린타로

2006년 고단샤 (미스터리랜드)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솔직히 미스터리 랜드가 우리말로 소개될 거라고는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 초에 학산에서 시리즈 3권이 나오는 걸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미스터리 랜드'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을 아우르는 전연령-비중으로 따지자면 어린이 쪽이 더 높겠지만 -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팬 층이 두텁다면 이것은 전혀 문제될 소지가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팬 층이 협소하다. 일반 독자는 충성도가 떨어지고, 충성스런 독자는 대부분이 마니아이고, 아이들이 주대상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 독서환경이 그와는 동떨어져있는 등 여러 악재조건이 많기에 이 시리즈가 우리말로 소개되기에는 어려울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일단은 3권이 나와서 '간보기(?)' 수준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나왔다는 것 자체의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책 내용과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는데,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은 도둑이 주인공인 첩보물이다. 정부 산하 첩보기관에 책이 잡힌 괴도 그리핀이 밀명을 받아 물건 하나를 훔쳐온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노리즈키 린타로, 특히 국내에 정식으로 나온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라>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은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생뚱맞은 느낌마저 들지 모른다. 괴도 그리핀은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모험 액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복선과 단서 그리고 회수와 퍼즐처럼 맞물리는 마지막 파트의 정리까지 요소 자체는 본격 스럽긴 하지만 그 맛은 꽤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아이들 취향에 부합하도록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퍼즐은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굴곡이 적은 완만한 경사를 보여준다. 여기서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쉬울 지언정 작품의 평가를 나쁘게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사족) 장정은 충실하게 일본 원판을 그대로 따라했다.

사족2) 처음 소개된 3권은 여기서 소개한<괴도 그리핀, 위기일발>과 오츠 이치의 <총과 초콜릿> 이렇게 2개가 현지에서도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우타노 쇼고의 <마왕성 살인사건>은 평가보다는 작가의 지명도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닌가 상상(?)해 본다.

사족3) 다나카 요시키의 <라인의 포로> 오노 후유미과 아야츠지 유키토의 <깜짝관의 살인> 까지는우리말로 나올 확률이 꽤 높아 보인다.

평점 6 / 10

2011년 9월 7일 수요일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 하지은

2010년 이타카

'소원이 있니? 그런데 아이야, 소원을 빌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단다.'

나한테 누군가 단 하나 소원을 들어준다면 난 이렇게 답할란다.
그 소원을 100개로 늘려줘, 아니 무한대수로 늘려줘!! 
우주평화!

아무튼 하지은의 이번 작품은 '소원'을 들어주는 남자의 이야기다. 총 7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각 단편은 독립적인 내용이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에 그냥 하나의 장편으로 생각해도 별 지장은 없다.

이번작에서 주목할 부분은 각 단편에 쓰인 소재다. 마지막 작가 후기(스페셜 피처라고 되어있다)에서도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사실 각 단편은 그대로 장편으로 발전시켜도 무방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지은의 전매특허인 예술과 성장이 얽힌 스토리는 두 번째 단편 <시인의 방>에서 짤막하지만 그대로 맛 볼 수 있다. 또한 첫 단편 '걸작의 방'은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가 등장하고, '연인의 방'에서는 사랑과 증오의 로맨스를 맛 볼 수 있고, '부정의 방'은 나중에 따로 떼어서 하지은식 유머와 미스터리를 잘 섞으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여인의 방'은 '연인의 방'과는 다른 의미의 로맨스적인 내용이며, 마지막 '의사의 방'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 반전을 다룬 녀석이다. 이 녀석 덕분에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기묘한' 이란 문구가 제법 잘 살아나지 않나 싶다.

내용 뿐만 아니라 가격대 성능비도 만족스러워서 후속편이 나온다면 좋을 녀석이다. 특히 '부정의 방'에서 등장했던 휴안과 루서 콤비는 부디 다시 보고 싶다.

평점 7 / 10

2011년 8월 31일 수요일

완전연애 - 마키 사쓰지

2008년
2011년 우리말(문학동네)

<완전연애>는 짝사랑을 담은 연애소설이면서 그 안에는 서술트릭, 알리바이 트릭, 밀실 트릭 등이 숨어있는 본격 미스터리 테이스트를 물씬 풍기는 녀석입니다. 제목 부터 연애라고 달고 나오는데 이 제목이 참 재밌는 것이 아무도 모르는 범죄(물론 범인은 알고 있는)를 완전범죄라고 하듯이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 있다면 완전연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완전연애를 기본 바탕으로 두고 그 안에 본격의 풍미를 내주는 요소들이 꼽사리(...)로 껴있습니다.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사건도 3가지죠. 챕터 하나당 사건 하나 정도로 보면 됩니다. 주인공 기와무의 어릴적 에피소드와 미군 장교 살인사건이 첫 사건이고, 기와무가 화백으로 데뷔해서 어느 정도 명성이 알려진 시기에 일어난 원격 밀실 살인사건이 두 번째, 노년의 기와무가 겪는 불가능해 보이는 철벽의 알리바이 트릭이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끝에가서 진실이 밝혀지는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고나면 의미심장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이랬구나. 제목의 완전연애는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는, 아무튼 제목 자체가 소설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게 지었습니다. 아마 이 소설의 재미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만 재밌습니다.

문제는 본격 테이스트는 떨어지더라도 연애에 집중을 했다면 오히려 멋진 작품이 나왔을지 모른다는 것이죠. (이누이 구루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가 대표적) 하지만 작가는 욕심꾸러기라서 그런지 이것 저것 잘도 갖다 붙여버렸습니다. 비대한 몸집을 자랑하지만 여기저기 반창고로 떼운 구석에, 붕대를 감은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삐걱거리는 느낌입니다. 책은 두툼한데 진행은 워낙에 빨라서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생각은 알 수도 없습니다. 엄멀히 말하자면 그것 자체도 책 전체의 구성을 아우르는 하나의 미스터리 장치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생기는 단점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상까지 탔다고 하는데, 이 정도가 상을 탈 수준이라면 일본 본격 미스터리도 이제는 볼 장 다 봤나 하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혹평을 하는 것 같지만 뭐 '사랑놀음'에만 주목한다면 아주 못 볼 녀석은 아닙니다. 실제 제가 주는 평점도 나쁘지는 않으니까요. ㅋㅋ



마지막의 삼억 엔 사건은 그냥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네요. 실제 저는 데굴데굴 굴렀으니까요.

평점 4 / 10

통제불능 - 찰리 휴스턴

2006년 No dominon
2010년 우리말(시작)

뱀파이어 탐정 조피트가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기본 설정은 전작에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해서 전작 덕분에 실업자(?)가 되버린 조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들어온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냄새가 난다. 냄새가. 결국 조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진짜 난관은 따로 있었다. 일처리를 하려면 조를 따다가 볕에 말리려고 벼르고 있는 뱀파이어 그룹을 지나가야 하니까.

기본 노선은 전작과 동일.
일을 받는다.
단서를 찾아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생명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진실을 밝히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미스터리 재미를 여기서 찾으면 GPS 맛탱이 간 내비 달고 골목길 돌아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시리즈의 재미는 그저 조 피트라는 캐릭터에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조 피트의 끊임없는 수다(?)를 따라서 챕터 구분도 없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굴곡을, 우리 독자는 음미해가면서 따라가야 하는데, 이 일이 결코 쉽지많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놀라울만한 미스터리 쾌감이 따라온다면 다행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일이 없어서 독자를 가린다. 첫 편 <이미 죽다>를 재밌게 봤다면 <통제불능>까지 읽고 후속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할테고, 첫 편에서 재미를 못 봤다면 이런 녀석이 있는지 조차 관심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평점 5 / 10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 기노시타 한타

2011년 우리말 (바다출판사)

악몽 시리즈 외에 처음으로 소개된 녀석인 것 같은데, 뭐 노선은 별 차이는 없다. 아니, 전작 악몽은 그나마 미스터리 분위기를 살짝이라도 풍기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그런 냄새의 냄자도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려나?

아무튼 소설의 줄거리는, 콩가루 가족(이라고 해도 요즘에는 하도 막장스런 집안이 많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수긍하고 넘어갈 수준의)이 이런 저련 일을 겪으면서 결국 가족愛를 회복한다는 감동 스토리.

진행 대부분은 대사에 의존하고 있고, 대사 자체도 매우 짧은 구어체라서 소설을 처음 접하는 미취학아동들도 '속독법'을 패시브 스킬로 습득하게 해준다. 게다가 페이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이리 저리 줄이면 아마 중편소설 정도 분량 밖에 되지 않을 정도라서 진짜 빨리 읽는 사람이라면 1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걸 뒷받침 해주는 것이 내용인데, 내용은 위에 간략하게 요약해놓은 것이 전부고 그 이상의 것은 없기에 '킬링 타임용'으로 정말 적격인 소설이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요즘 금값은 장난 아니고) 어느 의미에서는 귀중한 시간을 들여서 돈을 발로 차는 형국이긴 한데, 요는 그렇게 투자한 만큼 '재미'를 보장해주느냐는 것이다. <폭주가족>의 문제는 그 재미에 있다. 워낙 빨리 읽혀서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아니 쥐는 알고 있었을지도) 끝나버리고 마니까.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이 책의 가치를 크게 떨구는 요소는 아니다. 이 녀석의 단점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다. 정가 11,000원. 8,800원 정도였다면 그냥 저냥 수긍이 갔을 법하지만 11,000원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딱한번 읽고서 다시는 찾지 않을 내용인데, 이걸 11,000원이나 (실제 투자해야할 돈은 그보다는 적지만) 갖다 바쳐야 하는지 의문이 간다.

평점 3 / 10

2011년 8월 24일 수요일

제물을 품은 밤 - 니시자와 야스히코

2004년 고단샤 노블즈
2007년 문고판 (사진)

시리즈 7번째이자 4번째 단편집. 총 7개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 타이틀과 같은 제목은 중편에 가까운 분량이긴 한데 편의상 그냥 단편으로 분류해도 지장은 없겠다. 아무튼 이번 단편집 최대 특징은 시리즈 정규 캐릭터 시점이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첫번째 수록된 단편만 주인공급인 호시나 노케오(미스터리 작가 겸 시리즈 탐정 역활)와  가나마리 교코(초능력대책 소속 소녀) 의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작가 후기에서도 스스로 언급하고 있지만 니시자아 야스히코는 시리즈물이 거듭되면 주인공을 다른 캐릭터 시점으로 바라보는, 외전 같은 내용이 정말 써보고 싶어진다고 한다. 뭐 그래서 나온 것이 <제물을 품은 밤>이란 것인데, 문제는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레귤러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서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 자체가 재미가 없다. 그나마 첫 단편은 걔중 그나마 읽어줄 만한 미스터리여서, 마지막 단편은 미스터리는 볼 것 없지만 동기가 웃겨서 나름 재밌게 봤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시리즈 최신작은 2006년에 나온 <소프트 터치 오퍼레이션>. 역시 단편집이다. 그 후로 영 소식이 없다.

평점 3 / 10


2011년 8월 16일 화요일

소녀지옥 - 유메노 큐사쿠

2011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최근에 읽은 소설들이 대부분, 정말 하나같이 대부분 지뢰 같은 녀석들이어서 우울증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하나같이 내용이 다 그따윈지 내가 써도 그것보단 잘 쓰겠다-이게 얼마나 오만스런 생각인지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집은 것이 <소녀 지옥>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게 읽은 <도구라 마구라>의 작가의 단편집이라서 오히려 기대감이 더 상승했기에 사실 위험한 독서였기도 했죠.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 기대에 그대로 부응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일단은 총 여섯 편이 수록됐는데 앞선 세 편은 소녀 지옥이라는 것으로 묶여 있고, 뒤의 세 편은 아마 페이지 수를 맞추기 위해서 비슷한 작품특성의 녀석을 골라서 넣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각 단편의 방향성입니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은 (화자를 떠나서) 여성입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성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단편들 배경은 전부 1930년대 일본입니다.)에 비추어 보았을 적에 우리식으로 보자면 '신여성'에 가까운 그런 캐릭터들입니다.

여기에 전부 서간문 형식의 고백체를 이용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진실을 알리려고 고백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 자체도 하나의 흥미진진한 요소가 됩니다. 뭐 지금이야 '편지'라는 것이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지만 예전에는 일상적인 의사소통 중 하나였죠. 편지와 이메일(휴대전화) 변화를 동시대에 살면서 겪어본 사람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정말 설렜는데, 이제는 편지가 오면 설렙니다.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는 완전 쓰레기통 천국이 돼버렸으니까요. 스팸만 보면 넌덜머리가 납니다. 아무튼 일단 소녀지옥 파트 단편 세편(그 중 하나는 중편입니다만)은 전부 추천작입니다. (물론 후삼편도 재밌는(?) 녀석들입니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찾아보자. 맞는 말입니다. 최근에 읽은 녀석들이 하나같이 기대 이하였다가 1930년대 나온 단편집을 보고 개안한 기분입니다. 아, 이런 느낌의 소설을 찾고 있었다고 말이죠.
평점 7 / 10

카인의 유전자 - 톰 녹스

2010년 The Marks of Cain
2011년 우리말(레드박스)

데뷔작 보다 더 못한 완성도의 두 번째 작 이라고 평하면 딱 좋을 녀석이다. 데뷔작 <창세기의 비밀>은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5점 정도 수준은 되는 무난한 녀석이었는데, 어째 두 번째 <카인의 유전자>는 전작의 '우성인자'는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온데 간데 없고, '열성인자'만 갖다가 모아서 만들어놓은 '독특한' 녀석이 되버렸다. 탄생의 신비인가?

일단 초반은 두 가지 시점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하나는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한 기자의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할아버지의 이상야릇한 유언으로 스페인 지방을 찾게 된 남자의 시점이다. 딱 이때까지가 제일 재밌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초반 몇 십 페이지 정도까지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고 그 이후로는 정말 너무나도 뻔한, 게다가 개연성 떨어지는 허무하기 짝이없는 플롯으로 도배한 내용이, 그것도 페이지 수를 엄청나게 잡아먹으면서 - 나무가 아깝다 - 진행되는데 읽고 있노라면 대체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이 책을 붙잡고 있는가? 철학적 사색에 잠기게 된다.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마다 오 자네는 누구이군, 아버지랑(또는 할아버지)너무나 닮았어! 라면서 설을 풀어내는 플롯을 보고 있으면 무협지(무협소설이 아니다...) 주인공이 만나는 기연이 생각날 정도다. 이건 주인공 보다는 그따구로 플롯을 만든 작가가 욕을 먹어갸겠지만 말이다.

대체 이딴 내용으로 600 페이지 가량을 잡아먹는 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실제 소설을 써본 분들은 알겠지만 양을 늘려서 쓰는 것 자체도 엄청난 능력이니까. 그런 면에서 작가는 분명 칭찬받을만 하다. 다만 다음부터는 제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줬으면 싶다. 그래서 +1점해서

평점 2 / 10

달과 게 - 미치오 슈스케

2010년 문예춘추

2011년 우리말(북폴리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아마도 국내 출판사 간의 작은(?) 경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미치오 슈스케가 수상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수상작이려면 차라리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하 해바라기)>이 훨씬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달과 게>의 내용은 <해바라기>의 순화 아니 퇴화 버전이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여러 작품이 존재하지만 결국 원점은 언제나 해바라기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달과 게>의 주인공의 시선의 높이는 결국 해바라기의 주인공, 아니 <섀도>의 소년과 마찬가지다. 초기작에 보이던 차이점이라면 기괴하면서 마니악한 요소를 전부 쳐내버리고 최대한 모양 좋게 빚어낸 것이 <달과 게>라는 것. 나같이 작가의 초기작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달과 게>는 심히 심심한 녀석이다. 데뷔 이래로 지속적으로 미스터리 색이 옅어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실망이다. 독특한 미스터리 작가였기 때문에 좋아했지 일반문학가 미치오 슈스케라면 관심을 둘 이유가 전혀 없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을 다시 읽을 기회는 없으리라, 아마도.

<까마귀의 엄지> 정도까지가 좋았다. 뭐 하긴 매번 비슷한 서술트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작가의 한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기출간된 작가의 소설을 전부 읽어보면 속임수 자체의 방향성이 전부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평점 2 / 10

2011년 8월 13일 토요일

라이브하우스 살인사건 - 아비코 다케마루

2011년 우리말(북홀릭)

<인형 탐정 시리즈> 4편입니다. 일단은 시리즈 마지막(?) 이긴 하는데, 이번에는 원점으로 회귀해서 다시 단편집이 됐더군요. 다만, 추리 요소는 갈수록 퇴색해서 이번에는 이게 추리소설로 봐야 할지 (없는 건 아닌데) 시트콤으로 봐야 할지 애매합니다. 일단 수록된 단편은 총 6편. 살인사건도 나오고, 강도에 등장하는 사건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데 어째선지 라이트한 느낌이 강한데 아무래도 사건과 사건 사이에 끊임없이 주인공들의 연애전선 이야기가 끼어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실질 탐정인 마리오(..)의 활약이 눈에 잘 띄지도 않네요. 뭐 그냥 시리즈 읽던 것이라서 여기까지 함께해 왔을 뿐, 이젠 더는 이 시리즈에서 미스터리 재미를 찾는 것은 포기해야겠습니다. (뭐 1권에서 포기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작가 후기를 보면 뒷이야기를 더 그리고 싶다는 이야기는 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단편 몇 편은 있지만, 쪽수를 못 채워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딱히 찾아서 확인해볼 기운도 안 생기네요. 그냥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의욕상실이네요. 사실 나오더라도 그걸 읽어야 하나 고민 좀 하게 될 것 같네요. 그래도 그동안 4권까지 함께 해 온 정을 생각해서……. 옛따~

평점 3 / 10

2011년 7월 31일 일요일

블랙 아이스 - 마이클 코넬리

1993년  The Black Ice
2010년 우리말 (랜덤하우스)

 해리 보슈 시리즈 두 번째.

 시리즈 두 번째지만 아마 제대로 해리 보슈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이 두 번째 작품이 아닌가 싶다. 과거에 얽매인 동료 경찰을 통해서 주인공 해리의 과거 이야기가 슬며시 나오며, (이복형제 이야기는 아마 여기서 처음 나온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그 이복형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얼마 전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되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버전 추천!) 결국 다음 작품에서 해리는 자기 어머니의 과거를 속속들이 파헤치기 된다. 그리고 마지막 코요테에서 일단락되는 구성. 아마 필연이었을 것이다. 해리 보슈라는 시리즈 주인공의 관점에서는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순수하게 사건만을 놓고 본다면 스탠드 얼론과 마찬가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용은 이하와 같다.

 해리가 알고 지낸 경찰 한 명이 자살한다. 유서에는 달랑 한 문장이 적혀 있다. 난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고 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동료 경찰은, 들어갈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올 때는 뜻대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산탄총으로 자기 머리를 날려 버렸으니까. 때마침 해리는 자신이 맡은 사건과 죽은 동료 무어의 자살 사건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서 사건의 이면을 들쑤시다 보니 뭐 어쩌고저쩌고 해서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니 정말 단순한 것 같다.

  구성 자체는 상당히 정통 스타일이다. 사건의 발생. (자살, 살인 등) 용의자와 단서 추적. 범인 체포.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까지.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변칙(또는 반칙) 스타일의 스릴러를 더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좀 싱거운 녀석이 될 것이고, 정통파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담백한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깔끔한 녀석이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전자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점수를 박하게 줄 수밖에 없지만, 그걸 고려해도 적당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평점 6 / 10

2011년 7월 30일 토요일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 도진기

2010년 들녘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2편이다. 1편과는 달리 좀 더 간결하고 깔끔하게 변한 것이 이번 편의 최대 특징이다. 또 하나는 전편은 의외의 범인과 속임수 중에서 트릭 쪽에 약간 더 비중이 있고 그다음에 범인이라는 (굳이 나누자면) 느낌이었다면 이번 2편은 기교 보다는 범인의 정체와 동기 쪽이 비중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이건 읽는 사람에 따라서 바뀔 부분이니까 딱딱하게 흑백논리처럼 나뉘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사건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술집 호스티스가 직업인 젊은 여성이 살해당한다. 그런데 여자 시체 옆에 젊은 청년의 시신이 같이 발견된다. 알고 보니 밑에 층에 사는 젊은이로 무직에 여자를 쫓아다니던 스토커라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살인사건인 것 같았지만 갈수록 범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합류하면서 사건 속에 숨은 진실이 밝혀진다.

이 책은 다 좋은데, 아쉬운 점이라면 사건 자체가 너무 담백하다는 점이다. 사건이 복잡하지 않고 깔끔해서 독자도 이리저리 짱돌이 아니라 머리를 굴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점은 분명히 장점이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사건에 충격이 없다 보니 김빠진 맥주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사건을 더 복잡한 형태의 꽈배기로 만들었다면 분량도 늘고 진행도 늘어져서 신속한 맛은 적어졌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어떤 형태의 작품이 나왔을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1편 초반의 늘어짐을 2편에서는 없애려고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1편과 2편 출간에 틈이 있던 것이 아니라서, 얼마 전 새로 나온 시리즈 3편을 읽어봐야 더 자세한 사정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초반에 법정 장면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법정물도 좀 나오나? 했지만 아직은 아닌가 보다.

 평점 6 / 10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 이우혁

2010년 해냄

<퇴마록> <왜란종결자> <치우천황기>의 작가 이우혁의 3권짜리 스릴러. 15년간 준비한 대작이라는 광고문구와 미스터리 분위기를 잔뜩 풍길 것 같은 줄거리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했던 녀석이다. 뒤늦게나마 읽긴 했는데, 독서 후에 남은 건 착잡함이다.

일단 책은 3권으로 이루어졌고, 한 권당 대략 320-330 페이지 정도이다. 다 합치면 거의 1,000페이지에 육박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게다가 1페이지당 26줄이고 폰트도 작은 편에 속하니까 활자양도 꽤 많은 축에 속한다. 분량만 보면 대작이 맞다. 게다가 미국을 배경으로 초반부터 등장하는 엽기 범죄자와 정체불명의 헤라클레스로 몰입도도 꽤 좋은 편이다. 물론 1권까지의 얘기다. 하지만, 2권을 지나 3권을 가게 되면 책의 장르는 이리저리 바뀐다. 이 바뀌는 패턴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떠올려보니 <가다라의 돼지>가 이와 꽤 유사하다. <가다라의 돼지>는 아예 무대가 바뀌면서 장르도 같이 완전히 탈바꿈한다면 <바이퍼케이션>은 같은 무대에서 장르가 살짝 변형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또 하나는 기시 유스케 스타일의 소설인데, 문제는 나는 기시 유스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람 소설 중에 재밌게 본 건은 <푸른 불꽃>과 <유리망치> 1부와 <신세계에서> 정도다. 나머지는 다 그저 그랬다. (<악의 교전>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우혁의 <바이퍼케이션>에서 왠지 모르게 기시 유스케 냄새가 나서 좀 기분이 나빴는데, 그래서 더 평가에 인색했을지도 모른다. 그 점을 고려하길.

콘솔 게임에서 <바이오 하자드>라는 유명한 공포 액션 게임이 있다. 이것보다는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갑자기 게임을 들고 나온 이유는, 호러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블록버스터 액션처럼 바뀐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있는데, 1탄에서 갇힌 저택 안에서 오밀조밀하게 좀비와 놀던 재미가 나중에는 꽝꽝~ 으로 바뀌는데, 이게 <바이퍼케이션> 느낌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직 <바이퍼케이션>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점에 유의해서 읽는 편이 좋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의외의(?) 범인이 나오기는 하는데, 사실 이건 <쏘우> 수준인지라 그다지 의미를 둘 요소는 아니지 싶다.

평점 4 / 10

2011년 7월 19일 화요일

새컨드 사이트 - 나카노 준이치


2003년 문예춘추 (20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2006년 문고판

나카노 준이치의 데뷔작.
카바레에서 일하는 하야마 타쿠토. 실은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피아니시트를 목표로 했다가 손가락 부상을 계기로 삐딱선을 탄 인생이다. 오늘 어쩐일인지 가게 넘버원 '에리카'가 상담할 일이 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스토커 퇴치. 에리카의 부탁을 받아서 스토커를 퇴치하지만, 정작 에리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카바레를 무대로한 2시간 특집 드라마 같은 내용의 미스터리이다. 왜 이 녀석이 대상을 탔나 그게 더 미스터리에 가깝긴 한데, 어쨌든 주인공이 호스티스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다고 하는 기본적인 노선이 '마약'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별 볼일 없을 뿐.  하드 보일드 스타일을 답습하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에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이 썩 재밌지가 않다. 술술 잘 읽히지만 그 뿐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이 녀석이 대상을 탔다는 게 더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타쿠토와 여주인공 카린이 다시 나오는 후속편도 있다. 제목은 <론도 카프리치오소>. 안타깝게 미스터리는 여전히 발전이 없었다.

평점 3 / 10

2011년 7월 18일 월요일

론도 카프리치오소 - 나카노 준이치

2007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주인공 히야마 타쿠토는 유명 지휘자 아버지에 유명 첼리스트 어머니를 두고 어릴 적에 천채 피아니스트라고 불리우기도 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싸움으로 손가락 부상을 입고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고 불랑스럽게 놀다가 현재는 신주쿠 모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 알바하면서 먹고 살고 있죠. 타쿠토한테는 친구 아키라와 고지가 있는데, 이 중에 고지가 빌딩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타쿠토는 고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란 생각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는, 뭐 그런 평범한 미스터리입니다.

<론도 라프리치오소>는 작년 12월에 발매한,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수상으로 데뷔한 나카노 준이치의 3번째 장편 미스터리입니다. 간단한 스토리는 위의 소개한 뼈대대로 진행됩니다만 세부적으로는  주인공 타쿠토에게는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는 애인 카린이 있는데, 그녀는 '예지능력자'입니다. 상대방과 접촉하면 상대방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먼 미래는 아니고 가까운 미래죠. 물론 100% 성공도 아닙니다. 상성이 맞는 사람은 접촉하는 족족 미래가 보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주물러도(?)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소설 중간에는 이 능력을 이용해서 고지의 사망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협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 타쿠토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작자가 나타나서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카린이 신주쿠 서쪽 출구로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 말 안듣고 갔다가 도모미란 여성과 만나게 된다거나, 카린을 집적거리는 신사적인 남성은 알고보니 야쿠자에다가, 친구 고지는 죽었지, 주인공 주변에 이런 저런 소동이 일어납니다만, 워낙 뻔해서 마지막에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새로운 등장인물이라고 나와봤자 '뻔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준비는 했는데, 앞의 모든 걸 예상할 수 있다면 앞으로 등장할 반전도 그 범위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외성이 거의 전무한 미스터리가 됩니다.

의외성(반 전)이 아니라 논리를 파고드는 독자라고 해도 반응은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체는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 가깝게 여기저기 탐문하러 다니면서 정보를 하나 하나 얻는 방식- 여자와 관련되는 것까지....- 입니다. 후반부에 범인(?)일당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면서 근거를 제시하는 항목에서는 실소가 흐릅니다. 그런 근거를 제시하면서 설명하는 부분은 한정적이고 나머지는 책장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밝혀진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할 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무척 단순하죠.

대신 진행이나 문체 템포가 좋아서 읽기가 무척 편합니다. 술술 막 읽힙니다. 미스터리 때문에 점수를 짜게 줬지만 그냥 적당히 읽기에는 나쁘진 않더군요.

참 고로 본서는 <새컨드 사이트> 2003년(20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자 동상 마지막 수상작이)의 후속편에 해당합니다. <새컨드 사이트>는 주인공 타쿠토가 카린과 만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음 해에 <크로스 게임>을 발표하고 한동안 신작이 없다가 2007년에 본서가 발간됐더군요.

사족) 제목의 유래는 멘델스존의 곡입니다. 음악 관련 사전지식이 없다고 해도 '멘델스존' 이름은 많이들 들어봤을 겁니다. 아무튼 한 때 저도 피아노를 좀 했던터라 그리운(?) 이름을 미스터리에서 접했습니다.

평점 3 / 10

2011년 7월 17일 일요일

워치맨 - 로버트 크레이스

2008년 THE WATCHMAN
2011년 우리말(에버리치홀딩스)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스릴러가 유행하는 것 같다. 이름있는 출판사에서 상표를 하나 만들어서 그런 녀석들만 모아다가 꾸준히 출간하고 있고, 이번에는 이스케이프라는 브랜드로 로버트 크레이스의 '조 파이크' 시리즈 첫 작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대표작인 <몽키스 레인코트>는 비슷한 브랜드 노블마인에서 출간되었고, 스탠드 얼론이었던 <투 미닛 룰>과 <데몰리션 앤젤>은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서 나왔다.

  원래 조 파이크는 앨비스 콜 시리즈에서 파생한 작품이다. 앨비스 시리즈에서 콜의 파트너로 인상적으로 나왔던 캐릭터가 반대로 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인데, 뭐 그래봤자 <워치맨>을 실제 보면 알겠지만 앨비스 콜도 출연해서 이런저런 활약상을 보여준다. (주로 농담 따먹기로??)

 이야기는 간단하다. 이번 파이크의 임무는 부잣집 딸내미를 보호하는 것. 단순 자동차 충돌 사고를 냈던 젊은 처녀가 살인,살인청부업자,테러와 관련되고 여기에 파이크가 끼어들면서 사건은 미묘하게 얽힌다. 다만, 스토리 자체는 그리 특출 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작품의 재미는 치밀한 플롯과 반전이 아니라 (있긴 있지만, 솜방망이 같은 녀석들이니 기대는 하지 마라) 파이크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까. 파이크 만세! 만세! 만세! 하면 재미도 따라온다. 반대로 파이크가 시답지 않다면 <워치맨>은 괜히 똥폼만 잔뜩 잡다가 소화불량 걸려서 피식 피식 방귀가 나와 기분 잡치게 하는 녀석이 될 것이다.

(사족) 모 만화가 떠오른다. 도시 모였나, 모모 사냥꾼이었나? 주인공 파이크가 호색한처럼 그려졌다면 쌍둥이 형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스케이프  출간 예정작을 보니 기대되는 녀석들이 제법 된다. 다들 무사(?) 출간되길 기원해 본다.

평점 6 / 10

모차르트 컨스피러시 - 스코트 마리아니

2008년 THE MOZART CONSPIRACY
2011년 우리말 (노블마인)

전직 SAS 요원 주인공이 동료의 여동생을 호위하게 되면서 그 속에서 모차르트와 관련된 음모론이 전개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동료이자 친구. 친구의 여동생은 과거의 연인이자 15년 만의 재회. 표적이 된 연인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 보니 역사를 거스르는 음모와 살인이 현재에 되살아난다. 제목 그대로 내용을 담은 액션 스릴러.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 담긴 '숨은 음모'와 관련된 이야기니까 말이다. 다만, 문제는 음모 자체의 규모는 크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대단히 가늘다는 것이다. 야금야금 추적해가는 맛은 있지만, 진실 자체는 워낙 앙상해서 (원래 진실이란 게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고 해도) 미스터리만 따로 떼어놓고 평하면 솔직히 기대 이하다. 앙상한 뼈를 오로지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액션으로 가리는 면이 마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골다공증 환자 같다. 페이지 수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400쪽. 그런데 챕터는 총 70개 정도 아니한 챕터 당 평균 5-6쪽이니 얼마나 화면 전환이 빠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녀석은 '벤 호프'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 물 중의 한 편이다. 벤 호프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연금술사의 비밀>이란 녀석이라고 하는 데 아쉽게도 우리말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뭐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리처가 좀 더 지적이며 마초답다면 벤 호프 쪽은 긴박감 넘치는 빠른 진행과 화면 전환에 액션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는 점이 두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이가 아닐까 싶다. 뭐 다른 벤 호프 시리즈를 전부 읽어보고 내린 것이 아닌지라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이 느낌은 바뀔 가능성이 크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겠다.

평균 5 / 10

벤 호프 시리즈
1. 연금술사의 비밀
2. 모차르트 음모
3. 둠스데이 예언
4. 이단자의 보물
5. 그림자 프로젝트
6. 잃어버린 유물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살인의 숲 - 타나 프렌치

2008년 In the Woods
2011년 우리말(영림카디널)

2008년인가 그 해 유력한 미스터리 신인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단, 미리 말해둘 것은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살인의 숲>은 정말 실망스런 녀석이 될 거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스터리는 있지만 '진정한' 미스터리는 없으니까.

정말 방대한 분량이다. 페이지 수만 보면 540. 여기까지는 영미권 소설이라면 뭐 보통 수준의 페이지다. 하지만 한 페이지당 활자량으로 세세하게 따지면서 들어가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살인의 숲>은 1페이지당 '27줄'이 들어갔으며 폰트 크기도 '작다'. 작금의 초등학생용 소설 같은 폰트 크기만 보다가 깨알같은 녀석을 보니 내가 벌써 '노안'인가 싶은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아무튼 사실 마음만 먹으면 두 권으로 분권해서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분량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단권으로 나왔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느낀 거지만 단권으로 내놓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분권으로 내놨다면 아마 욕은 딱 10배는 더 먹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과거 실종됐다가 기억을 잃은채 발견된 주인공이 커서 형사가 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맡은 어린소녀가 살해당한 사건이 과거의 잃어버렸던 기억과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 페이지 수는 엄청나게 많은데 사건 자체는 황야 처럼 썰렁하다. 과거의 사건이 있지만 그 과거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성장에 영향을 줄 뿐 결정적인 부분과는 끝까지 동떨어져있다. 오히려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보다는 주인공 라이언의 파트너 '캐시'라는 캐릭터가 훨씬 생동감 있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알고보니 다음 작의 주인공이 캐시라고 한다. 오히려 그 작품이 훨씬 재밌을 것 같지만, 데뷔작 같은 심리묘사에만 중점을 둔다면 별로 읽고 싶지는 않다.)

왜 제목을 '살인의 숲'으로 했을까? 다 읽고 나면 부적절한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그냥 숲 속에서 라고 했더라면 차라리 점수가 +1은 됐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감성이 심히 거슬린다.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가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부' 드러내도 충분히 통할 법한 내용이다. 뭐 다른 의미로 독자 뒤통수를 후려 패는 구조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집 뒤에는 무조건 해답편이 실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내가 싫어했던 요소를 다른 누군가는 장점이라고 치켜 세울 것이다. 말하자면 <살인의 숲>은 취향차이를 노골적으로 타는 소설이니까 잘 선택해야한다.

평점 4 / 10

2011년 7월 4일 월요일

마지막 형사 - 피터 러브시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편.



 사건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그냥 호숫가 근처에서 신원미상의 나체 여성 시체가 발견되고, 피터 다이아몬드는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가 야금야금(정말 양파껍질 벗기는 것 같다.) 밝혀진다. 그런데 책 두께는 꽤 두껍다. 종이재질 때문에 두꺼운 감이 더 들긴 하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쳐도 거의 600페이지에 육박하기에 객관적으로 봐도 두꺼운 편이다. 사건은 단순한데 책이 두껍다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루함을 <마지막 형사>는 시점 교환이란 걸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반 지지부진하던 사건 진행은 중요한 용의자(?)의 말 한마디로 인상이 확 달라지는데, 그다음에 곧바로 그 용의자의 시점으로 사건이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나중에 또 나온다. 단순히 페이지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이걸 통해서 플롯을 더욱 흥미롭게 꾸민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도 재밌게 꾸몄다. 초반에 단순하게 넘어갔던 요소가 나중에 크게 주목받고, 다시 그걸 뒤집기도 하는 등 반전의 반전을 꾸민 요소가 귀여울 정도다. (피터 다이아몬드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백화점 앞에서 애들을 상대하는 것만큼이나.ㅋㅋ)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진실은 씁쓸하지만, 여운이 남는다.

 다 좋은데 문제는 아무리 봐도 국내에서 그리 팔릴 녀석 같지가 않다. 게다가 시공사. (뭐 다른 출판사들도 비슷하겠지만) 돈 안 되는 시리즈물은 과감히 커트하는 곳 아닌가. 이렇게 시공사가 손대서 커트당 한 시리즈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걸 내주고도 욕먹는다고 하나? 그냥 아예 안 나오면 그러려니 하는데 감질나게 한 두 권 내놓고 커트시켜버리면 기다리던 독자는……. 그래 그럼 영어를 배우자!! 영어학원 등록해야 하는 건가? ㅠ. ㅠ 아무튼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도 아무래도 그 리스트에 들어갈 것 같다. 차라리 그냥 건너 띄고 시리즈 4편을 다음에 내는 건 어떨까?

평점 7 / 10

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최제훈

2011년 자음과모음

일단 이 소설은 '캐논 변주곡'을 염두해두어야 할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캐논 변주곡은 워낙 많은 걸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같은 갈래에서 나왔지만 닮은 듯 하면서도 닮지 않은 각자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하는데,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 들어있는 4개 중단편도 비슷한 구도를 갖고 있다. 제일 처음에 수록된 '여섯 개의 꿈'은 범죄 카페의 회원 여섯 명이 눈 덮힌 산장에 고립되고 그 안에서 차례차례 정체불명의 범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방패로한 곳에서 나와 직접 마주보게된 사람들은 '연쇄살인'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딜레마를 겪는다. 여기서 각자 밝혀지는 개개인의 신상은 그대로 다음 중편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묘하게 연관이 있는 듯 없는 듯 두루뭉술한 것 같다가 때로는 선명하게 가슴을 휘잡기도 한다.

보고 나면 엔터테인먼트의 탈을 쓴 순문학 쪽에 가깝다는 느낌도 들지만,  받아들이는 독자에 따라서 이런 반응 역시 갈릴 것 같다. 나야 순문학이건 오락문학이건 '미스터리' 형식을 받아들여서 그걸 활용(적든 많든)했다면 모든 건 전부 '미스터리'로 수렴된다는 입장이라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역시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로 넣는다. 아무렴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내가 죽으면 세상은 멸망하는 거 아니겠는가? ㅋㅋ

사족) 번역가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지면상에서 벌이는 묻지마 살인극이라.......상당히 재밌는 내용인데, 이 녀석만으로 어떻게 장편으로 꾸미면 꽤 흥미로운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점 7 / 10

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 아카가와 지로

2010년 우리말(태동출판사)

 97년인가 98년도 경에 '서울문화사'에서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로 나온 적이 있는 녀석이다. 당시 <소년탐정 김전일>이 한창 인기를 끌었기 때문인지, 학산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6권이 전부 출간되기도 했고 서울문화사에서는 김전일 소설판 뿐만 아니라 아카가와 지로의 대표작이기도 한 <삼색 고양이 시리즈>에 손을 댔다. 하지만, 결과는 둘 다 개망신? 관 시리즈는 나중에 절판되고서 입소문이 타서 중고가격이 더 높아지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삼색 고양이 시리즈>는 그런 입소문조차 없던 것 같다. 아는 사람만 그냥 재밌게 보거나, 한두편 보고 머릿속에서 지웠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도 같은데……. 나야 뭐 전자에 속하는 경우겠다. 원래부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를 좋아했고,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가 제격이다.

  아무튼,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녀석이 아마 대략 8권인가 9권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내가 갖고 있는 녀석은 작은 판형의 6권이 다다.) <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이하 기사도)>는 <얼룩 고양이 홈즈의 로맨틱 가도 살인사건>과 같은 녀석이다. 사실 기사도가 원래 일본어 제목 그대로이고, 로맨틱 가도 살인사건은 알기 쉽게 풀어놓은 타이틀이다. 이외에도 서울문화사판 제목은 원제목과 다르다. 참, 서울판에는 삽화도 그대로 실렸지만, 태동판에는 없다. 이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다. 뭐 내용이야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 거니 생략하고, 미스터리 자체도 사실 특출난 녀석도 아니다. 하지만, 난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중에서 이 녀석을 제일 좋아한다. 이유야 갇힌 고성에서 벌어지는 클로즈드 서클(....)이고 로맨스와 치정을 유머로 엮어 놓은 면이 시리즈 장점만 잘 섞어놓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판은 판형도 작고 얇아서 좋았는데, 태동판은 어째선지 같은 내용의 책이 엄청 두꺼워 보인다. (사실은 종이 때문이지만) 

평점 6 / 10

2011년 6월 24일 금요일

컬렉터의 신비 - 니카이도 레이토


2005년 고분샤 (캇파 노블즈)
2008년 문고판

 미즈노 사토루 학생편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미즈노 시리즈는 편의상 두 가지로 갈리는 데 데뷔작 <가루이자와 매직>은 사회인으로, <기적섬의 신비>는 학생 시리즈로 나뉜다. 그리고 시리즈 구분은 제목으로 바로 알 수가 있다. 무슨 무슨 매직으로 끝나면 사회인이고, 아무개 신비로 끝나면 학생편이다. 해서 이번에 읽은 <컬렉터의 신비>는 볼 것도 없이 학생편이고 순서상으로는 세 번째이다.

 책 사진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가 눈에 띄는데 (최근 독자 연령대에 따라서는 모르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왜 데쓰카 오사무 그림이 미스터리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나 의아해할지도 모르는데, 이번 편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데쓰카 오사무 동호회' 회장이 살해당하고 보유하고 있던 희귀본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 미즈노 사토루는 해당 동호회원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학생편에서의 미즈노는 각종 거기기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설정이다.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듯. 한마디로 그냥 갖다 붙이면 다 되는 수준이다.)

해서 프롤로그는 살인장면이면서, 어째선지 그 살인이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지 100페이지도 넘게 걸린다. 거기다가 다시 탐정 역인 주인공이 참가하기까지 수십 페이지 잡아먹는다. 그런데 초반부 내용은 데츠카 오사무 만화 관련 이야기다. 아무개 책이 희귀하네, 어쩌네 하면서 떠드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붓다> <불새> <우주소년 아톰> 등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작품이 워낙에 많은 작가이다 보니 아마 그쪽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솔직한 심정을 글쎄올시다 수준이다. 물론 작가가 데츠카 오사무 광팬이기 때문에 지나친 면도 있을 법도 하지만 그걸 살핀다고 쳐도 그렇게 떠든 이유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범행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의 컬렉터(수집가) 심정은 같은 컬렉터만이 알 수 있듯이,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뭐 초록은 동색이란 말이 딱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초반의 허들을 넘으면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머리 위로 슬며시 물음표가 옅게 떠오른다. 밀실 살인이긴 한데, 밀실이 중점인지, 알리바이 쪽이 중점인지 애매하고, 해결방식 짜깁기해놓은 스타일이다. 치밀함 보다는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플롯이려나? 겨우 이런 걸로 포장한 범행을 표현하기 위해서 430여 페이지가 필요했나? 싶은 마음이다. 오히려 미스터리는 손님이고 데츠카 오사무관련 이야기가 주인이다.

평점 4 / 10

2011년 6월 8일 수요일

일곱 번째 이름 - 루스 뉴먼

2009년 Twisted Wing
2011년 우리말(비채)

케임브리지 대학을 배경으로한 엽기살인사건. 그리고 마지막 사건의 목격자. 하지만 목격자에게는 비밀이 있는데............ 일단 소설은 3번째 살인사건의 목격자인 올리비아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는 일시적 기억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걸 치료하는 것이 다른 법의학자 매튜이다. 소설은 그렇게 매튜가 올리비아의 기억을 복원하는 장면과 함께 올리비아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같이 그리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살인사건의 이야기도 나오게 된다.  중반이 넘어가면 모든 것이 '현재'로 일치된다. 해서 초반이 너무 루즈하다. 게다가 올리비아의 첫 번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들은 '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뭐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읽어가다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바탕으로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후던잇이지만 그걸 알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올리비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곱 번째 이름>은 직설적인 작명이다. 원제인 <비틀린 날개>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만, 읽기 전의 제목으로는 <일곱 번째 이름>이 낫다. 모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런 소재는 이미 전세계 공용(?)이다보니 굳이 그런 걸로 이 소설에 흠집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영상화가 된다면 훨씬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일반 영화보다는 3부작 특집극 정도의 TV영화 버전 정도면 잘 어울릴 법하다.

평점 5 / 10

2011년 6월 7일 화요일

어둠의 변호사 - 붉은집 살인사건 - 도진기

2010년 우리말(들녘)

국산 본격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범인은 누구인가와 범인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 후던잇과 하우던잇 두 가지를 맛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초반은 주인공 고진이 한 여성의 의외로 집안에 찾아가면서 그 집안에 얽힌 과거사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되는데, 본격적인 사건은 100여 페이지가 지나간 뒤에나 시작된다. 초반 스타트가 좀 느린 감이 있지만(전체는 약 400 페이지 정도) 전체 분량을 감안하면 페이스 조절은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해서 진짜 뜀박질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는 꽤 진행이 빨라진다. 과거의 사건은 게속 불거져 나오고, 현재의 사건 역시 알리바이 때문에 애를 먹는다. 그러면서 피해자 집안의 숨겨졌던 이력이 야금야금 드러난다. 그러면서 마지막 '봉인' 페이지에 도달하게 되는데.......서점에서 그냥 서서 읽는 사람들한테는 '천인공노'힐 짓이다. 결말을 봉인해놓다니!! 후던잇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봉인하다니!! 라고 하지만 마지막 부분 전부를 봉인해놓은 게 아니라서 사실 봉인부분을 건너띄더라도 전체 구성을 아는 데 지장은 없다. 그게 좀 아쉽다. 아예 다 봉인하는 편이 더 낫지 싶다. 반전의 반전을 넘다드는 구성은 분명 볼만하지만, 시종일관 등장하는 '유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좀 불편하다. 뭐 이건 개인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올테니 그러녀니 넘어간다고 한다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꽤 좋은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막장 중의 막장'같은 결말이 아니라서 상당히 '의외'였긴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가가 일부러 그런 막장을 피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불공정한 면도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이 공정하다고 재밌는 건 아니니까 크게 문제 삼을 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국산 본격미스터리에 목말라한 독자에게는 단비 같은 녀석이다. 현직 판사가 썼다고 해서법률용어가 난무한다거나 현장감 넘치는 그런 녀석이 나오나 싶었지만 의외로 평범한(?) 추리소설이라서 관련 지식이전혀 없는 독자도 손쉽게 집어들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그런 게 아마 배려가 아닌가 싶다.

평점 7 / 10

추상오단장 - 요네자와 호노부

2009년 슈에이샤
2011년 우리말(북홀릭)

정작 데뷔작은 소개되지 못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이 우리말로 나왔다. 보통 요네자와 호노부 하면 청춘 미스터리라는 말을 떠올리는데 아마 데뷔작이 고등학생들의 일상 미스터리 모험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소시민 시리즈>나 <사요나라 요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분명 초반에는 젊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결코 즐겁게만은 그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 여타 청춘 미스터리와 노선을 달리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우울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던 <사요나라 요정>은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 안에 숨어든 미스터리의 완성도는 솔직히 별로였다. 아마 그 후부터 노선이 살짝 변경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후에 나온 <보틀넥>은 미스터리보다는 판타지스런 소설이지만 우울한 분위기는 <사요나라 요정>에서 잘 계승됐고, 잘 섞여들지 못했던 일상 미스터리의 완성도는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서 처럼 이야기 자체에 잘 융합되도록 다듬고 있다. <추상오단장> 역시 그 연장선상 중의 하나다.

간단한 내용은 이렇다. 고서점에서 알바중인 주인공은 한 여성의 의리로 다섯 개 단편소설을 찾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섯 단편은 과거의 어떤 사건과 연관이 되어있다. 짤막한 스토리의 단편이 다섯개 하지만 결말은 없다.미스터리 강도는 약한 편이지만 분위가와 구성력으로 재미를 찾아야 하는 녀석이다보니 정통 미스터리 팬 보다는 다양한 독자에게 먹힐 분위기의 단편집이다.  앞으로도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는 <소시민>과 <고전부> 시리즈는 일상 미스터리로 쭈욱 밀고 나갈 것 같고 그 외의 스탠드얼론은 이런 식으로 두루 먹히는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데뷔작인 <고전부 시리즈>도 잘하면 우리말로 나올 것도 같은데......

평점 6 / 10

손 안의 작은새 - 가노 도모코

2011년 우리말(노블마인)

<손 안의 작은새>는 <거울 집의 앨리스> <무지개 집의 앨리스> <유리 기린>에 이어 4번째로 소개된, 가노 도모코의 연작단편 미스터리집입니다.  게다가 초기작입니다. 데뷔작인 <일곱개 이야기>와 그 후로 이어지는 <코마코 시리즈>가 나오던 시기에 출간된 작품인데, 그래서 그런지 작풍이 당시 여타 작품과 흡사합니다. 독립된 단편같은 지류가 본류로 모여서 대해로 흘러가는 그런 느낌의 단편집이 말이죠. 가노 도모코 만의 특색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잘 꾸며놓았으니까요. 거기다가 이번에는 대놓고 (데뷔작 시리즈도 비슷하긴 했지만)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를 전면에 내세워놓고 일상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같이 진행시킵니다. 탐정역은 남자가 맡고 있습니다만, 요즘 이런 스타일이 나왔다면 여자가 탐정역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강한' 여성이 아름다우니까요.

어쨌든 처음 이 작품을 읽은 게 몇 년 전이긴 한데 당시에는 꽤 즐겁게 읽긴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미스터리 쪽 완성도는 솔직히 별로 볼 게 없네요. 심리와 서술트릭이 섞인 것이라서 딱히 정통 미스터리 쪽과 연관성을 찾는 것 자체가 바보스럽다고 느껴지니까요. 그냥 로맨스 장르로 받아들이고 미스터리는 부록 안의 부록 정도로 받아들이면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참고로 이 작품(5개 단편)에서는 사에의 가족이 나오지 않는데, 일종의 외전격인 단편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사에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물론 <손 안의 작은새>를 읽은 독자라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입니다. 그 단편집이 우리말로 출간될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외전 단편만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번역해보고 싶긴 합니다. 뭐 마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요. ㅋㅋ

평점 5 / 10

2011년 5월 29일 일요일

언노운 (2011)

2011년 개봉

리암 니슨 주연의 언노운.
리암 오빠라고 해서 <테이큰> 같은 거 기대하고 봤던 사람들은 당혹했을 법한 내용의 <언노운>.

일단 간단한 스토리는 공항에서 잃어버린 짐을 찾으러 택시 타고 가던 도중에 사고가 나서 기억에 혼선을 겪게 된 주인공 마틴 해리스(리암 니슨). 어찌 어찌 마누라 찾아갔더니 아 글쎄 마누라가 하늘 아니 엿 같은 남편을 생 까고 앉아있네. 우째 이런 일이 하면서 나는 누구지롱? 하는 내용이다. 스릴러나 서스펜스 계열의 영화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액션영화는 아니다. 자동차 추격전이나 격투장면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닌데 <테이큰>같은 거 기대했다면 아니올시다일 것이다.  물론 주인공의 정체성에 관련된 내용의 플롯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니 적당하니 딱 좋다. 나름대로 깔아놓은 반전 역시 괜찮고 말이다. 그저 러닝타임은 2시간이나 되는데 액션 장면은 별로 없어서 좀 지루하다는 게 단점이겠다. 하긴 액션 장면이 되도록 억제된 이유는 나중에 가면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대목. 영화보다는 소설로 본다면 더 재밌을 법한 내용이었다.

who am I?


평점 5 / 10

2011년 5월 28일 토요일

이나와시로 매직 - 니카이도 레이토

2003년 문예춘추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즈)
2006년 문고판

문예춘추에서 발간했던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스는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기획물로 당시 문예춘추 창간 80주년 기념이네 어쩌네 하면서 다양한 인기 작가들이 참여했던(하기로 했던) 기획물이다. 국내에는 일본 미스터리 팬이라면 익숙한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바로 그 중의 하나다. 그 밖에도 시마다 소지의 <마신 유희>, 아비코 다케마루의 <미륵의 손바닥>, 아시베 다쿠의 <홍루몽 살인사건>, 온다 리쿠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가노 도모코의 <무지개 집의 앨리스> 등이 있다. 당시에는 이 밖에도 아리스가와 아리스, 노리즈키 린타로등 본격 미스터리 쪽에서 유명했던 사람들은 대거 참여하기로 해서 상당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 기획 시리지는 전 18권으로 완결 났고 참여하기로 했던 작가 중에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작가는 결국 미지참으로 끝내 볼 수 없었기도 해서 유달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여기서 위에 소개한 작품을 전부 읽어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얼레? 본격 미스터리? 뭔가 좀 이상한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본격 미스터리와는 좀 다르지 않나? 싶은 작품들이 섞여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이 기획시리즈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던 <벚꽃……. 하네>조차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여름의 마지막 장미>만 봐도 이게 본격 미스터리?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당시 편집자는 작가한테 의뢰할 적에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본격 미스터리를 써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해서 나온 게 저런 내용이니 뭐 해당 작가의 성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해서 니카이도 레이토의 <이나와시로 매직>은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스 16번째 작품이자 '미즈노 사토루'가 여행회사 사원이자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3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시리즈 물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내용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이런 기획물에 들어가도 무방하다. (가노 도코모의 앨리스 시리즈와 시마다 소지의 화장실 군 시리즈도 있으니까 뭐…….)

간략한 스토리는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아니 일하러 갔다가 결국 연쇄살인사건을 접하고 그쪽으로 눈이 돌아간 사토루가 결국 사건을 무사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니까 정말 간단하다. 다만 10년전 해결된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재등장. 밀실상태에서 벌어진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 명탐정의 존재. 처음부터 깔아놓은 복선과 그것을 해결편에서 얼마나 무사히 회수하느냐? 등을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로 본다면 <이나와시로 매직>은 본격 미스터리로 충분히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일단 10년전 처형마 사건으로 불리던 사건은 범인이 사형을 당해서 이미 없지만, 그와 똑같은 사건이 두 건이나 벌어진다. 그중에 두 번째 살인사건은 밀실상황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우연히 말려들게 된 미즈노 사토루라는 명탐정이 등장한다. 첫 장부터 꼼꼼하게 풀어놓은 복선을 마지막에 가서 전부 회수하니까 뭐 이렇게만 보면 꽤 훌륭한 미스터리인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직접 읽고 나면 그리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일단 진행이 너무 느리다. 일본 문고판 기준 460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제법 되는데 초반부터 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실제 쓰인 트릭이나 플롯 자체도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그리 주목할만한 녀석도 아니다. 또한 트릭 자체는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는 것이라 미스터리 팬이라면 그냥 시큰둥할 수도 있는 녀석이다. 뭐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한방'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그건 본격이라는 공정한 경쟁과는 별 관계가 없는 그냥 이스터 에그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다. 해서 그런 깜짝 상자 같은 구석을 제외하고 전체를 조망해보면 뜻밖에 단순무식한 내용이다. 뭐 본격이란 녀석이 까놓고 보면 별 볼 일이 없어 보이기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나와시로 매직>은 그걸 고려해도 좀 앙상하다. 차라리 분량이라도 확 줄었다면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의 콘셉트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와 맞물려서 훨씬 재밌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점 5 / 10

2011년 5월 24일 화요일

사라진 내일 - 리 차일드

2009년  (잭 리처 시리즈13)
2010년 우리말(오픈하우스)

랜덤하우스 쪽에서 나오다가 최신작에 속하는 (2010년작 말고) <사라진 내일>이 뜬금없이 이상한(?) 출판사에서 나와서 약간 당황했다. 앞에 당당하게 잭 리처 스릴러라고 해놓은 걸 보면 이거 한 편으로 끝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어쨌든 자세한 건 머니 사정이니 내버려두고 왜 <사라진 내일>이 이렇게 소개됐나 그게 제일 궁금했다.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는데 혹시 영화 원작이 <사라진 내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 실제 책을 읽고 나면 그런 확신이 든다 - 아니면 말고 아무렴 어때라는 심정이긴 한데, 어쨌든 잭 리처 시리즈기 때문에 이 시리즈의 독자는 그냥 리처만 믿고 따라가면 된다.  

JL 님께서 다 해주실 거야!! 그런 거다.

초반부는 자살 폭탄 테러범 구분법으로 시작한다. 테러범의 징후를 보고 구분하는 법인데, 재밌는 사살은 현재 리처가 있는 곳은 뉴욕 시내 지하철. 시간은 새벽. 분명히 그런 징후를 드러내는 여자가 있는데 시간 기타 제반사항은 그녀를 테러범이 아니라고 지목하고 있다. 해서 리처는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초반부터 폭발적인 흡입력을 자랑한다. 활자 크기도 적당하고 글자 간격, 줄 간격 전부 상당히 일기 편하게 꾸며졌다. 재생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부담 없이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는 환경요인을 포함한다고 해도 초반부 소설은 독자의 흥미를 확실하게 잡아당긴다. 이래도 안 따라올래? 그런 의지마저 느껴지는데, 잠시 독자의 자존심(?)을 풀고 리처와 시선을 맞추면 그때부터 거의 600페이지에 이르도록 재밌는 여행을 보여준다. 그것도 남자를 위한 멋진 판타지를 말이다. 아 물론 가상경험을 판타지로 얘기한 것이지 책 내용이 판타지라는 말은 아니다. 내용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스릴러니까. 거기에 최근 커다란 이슈로 떠오른 모 사건을 연계해서 생각한다면 더욱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남녀평등 주의자(?) 잭 리처를 하루빨리 다시 볼 수 있기를…….

여담) 잭 리처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고룡의 추리 무협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잭 리처가 될 수 없으니까…….
평점 7 / 10

라스트 코요테 - 마이클 코넬리

1995년 (해리 보슈 시리즈4)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해리 보슈 시리즈가 열 편이 넘게 나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사실 <라스트 코요테>로 이 시리즈는 종지부를 찍었더라도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불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에서 보면 이번 편은 1부 끝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정체성과 연관이 깊은 사건이 핵심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독자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 이 책으로 처음 접한다고 해도 다 본문에서 설명해준다 - 보슈의 어머니는 길거리 매춘부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잔혹한 죽임을 당하고 보슈는 보육원 신세를 지게 된다. 시리즈 전편에 걸쳐서 등장하지만, 어머니가 살해당한 사건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내용이 <라스트 코요테>다. 해서 사실상 시리즈 독자를 위한 내용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물론 사건만 집중해서 본다면 그냥 35년 전 끝나지 않은 사건을 파헤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본다면 이 녀석의 진가가 다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가 매우 단순하기 때문이다. 해서 거의 후반부까지는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스타일로 진행되며 밝혀지는 사실조차 시야 안에 전부 들어오는 수준의 사실들뿐이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진행 속에 주인공 해리 보슈가 얽히면서 <마지막 코요테>는 흥미롭게 바뀐다. 해서 아직 보슈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 운이 좋게도 시리즈 1편부터 차근차근 번역되고 있다. -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길 권한다. 취향에 따라 <블랙 에코>가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블랙 아이스>까지도 포함한다고 해도 3편 <콘크리트 블론드>부터는 이 시리즈의 진정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재미없다면 뭐 해리와는 안녕 하는 걸 추천한다.

초기작 중에는 <콘크리트 블론드>가 내 취향에 딱 맞았지만 <라스트 코요테>를 읽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어느 놈을 우위에 두어야 할지 말이다. 흠, 나는 관대한(?) 독자이니 후자에 한 표 던져야겠다. 그래서 +1점 추가해서...
평점 8 / 10

2011년 5월 23일 월요일

밀실살인게임 2.0 - 우타노 쇼고

2009년 고단샤
2011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전작 <밀실살인게임>의 후속편입니다. 번역자 후기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반드시 전편을 먼저 읽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중반 지나면 전편 내용이 전부 나오거든요. 뭐 그 나오는 내용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전편의 마무리 쪽이고 실제 전작이 재밌던 이유는 직접 읽어봐야만 아는 것이라 딱히 재미의 핵심을 해치지는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만, 조그만 헤살에도 민감한 독자라면 반드시 전작부터 읽어야 직성이 풀리겠죠. 아무튼, 후속편은 전작의 변주곡 비슷합니다. 일단 다섯 멤버라는 회원의 존재가 그렇고 사용하고 있는 트릭이나 정체와 관련된 변주 등이 전작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작만큼 흥미로운 소설이긴 하지만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여지없이 증명해주는 실례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더군요. 어찌 보면 사실 이 시리즈는 그냥 전작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인데,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늘어져서 이렇게 돼버린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저런 잡스런 생각을 떠올리면서 한눈을 팔게 되면 파는 만큼 재미가 깎여 나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트릭을 파헤치는 재미 자체만은 살아 있으니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으면 역시 재밌는 독서가 되리라 봅니다.

번역자 후기를 보니 3.0이 아니라 매니악스라고 해서 시리즈 3편도 연재중이라고 하던데, 1편 만큼 재밌는 녀석으로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평점 6 / 10

밀실살인게임~왕수비차잡기 - 우타노 쇼고

2007년 고단샤
2010년 우리말(한스미디어)

개인적으로 기대하던 작품입니다. 일단 제목부터 흥미진진하죠. 밀실, 살인, 게임. 미스터리 팬이라면 세 가지 키워드는 배덕적이 아니라, 자극적인 조합입니다. 그렇게 나온 소설로 실제 내용도 세 가지 요소를 잘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익명의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모여서 추리게임을 벌입니다. 단순히 가상의 살인과 범인 동기 등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추리합니다. 그리고 그 실제 사건은 회원 구성원이 '직접' 벌이죠. 해서 이 소설은 후던잇이 아니라 하우던잇이 되겠습니다. 의외의 범인 쪽에 무게를 더 두는 독자라면 초반부터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약간의 힌트를 넣자면 속는 셈 치고 그냥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요~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건 그렇다 치고 소설은 단편으로 구성됐습니다. Q1부터 해서 Q7까지 총 7가지 문제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문제와 문제 사이에는 회원 멤버 중 한 명의 시점으로 짤막한 내용이 들어가 있고요. 각 단편은 비슷한 분량의 단편이 아니라 약간은 색다르게 꾸며졌습니다. Q1은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중편에 가깝지만, Q2는 30페이지 만에 끝나버립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페이지 수에 맞게 사용된 '트릭'의 완성도가 차이가 많이 나서 그렇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단편과 그렇지 않은 단편이 섞였지만, 이것들이 한 데 묶여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게 되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녀석까지도 예뻐 보이게 되죠.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 하겠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입니다. 소설이기 때문에 아름답고 재밌는 것이죠. 그래서 <밀실살인게임>은 무척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입니다. 기대하던 만큼의 재미를 줘서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단 마무리는 제 취향이 아니었네요. 굳이 그렇게 마무리를 지어야했나? 회의적입니다. 뭐 이때까지는 후속편 계획은 없고 그냥 그걸로 끝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평점 7 / 10

솔로몬의 개 - 미치오 슈스케

2007년 문예춘추
2010년 우리말 (해문)

최근작으로 갈수록 동글동글 귀여운 미스터리로 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미치오 슈스케의 2007년도 작품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용신의 비>도 그랬지만 이번에 읽은 <솔로몬의 개>도 비슷하더군요. 소재도 그렇고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사용된 트릭도 그렇고 딱히 주목할 것 없는 것들을 이리저리 비벼다가 만들어놓았습니다. 초기작에서 보여주던 광적인 그런 느낌이 이제는 거의 사라져서 남녀노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돼버렸습니다. 약간의 저항은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미치오 슈스케의 초기작에 비하면 그딴 저항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겠죠. 참, 서술트릭은 이번에도 쓰였습니다만, 이제는 흥미가 떨어지네요. 나오는 타이밍이 다르긴 합니다만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여흥일 뿐이네요. 재미없고 나쁜 미스터리는 아닌데, 계속 이런 식이면 아마 미치오 슈스케 소설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을 거라 봅니다. (너무 속단하는 걸까요?)

아무튼 <솔로몬의 개>는 일단은 한 소년의 죽음에서 시작됩니다. 개가 갑자기 튀어 나가는 바람에 개줄을 잡고 있던 소년은 같이 딸려가고 그래서 차에 치여 숨집니다. 그리고 이 소년의 죽음에 일조했을지도 모르는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하죠. 대충 줄거리 꾸며보자면 이런 식이긴 한데 자세한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책을 읽어보면 되겠고, 여기서는 여기기까지만 얘기하렵니다.


평점 5 / 10

2011년 5월 4일 수요일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2011년 상반기 '화제(?)'의 애니메이션이었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얼마 전 12화로 완결이 됐다.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마법소녀물 (어린 소녀가 마법으로 변신해 악당을 응징하는 스타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아니 전혀 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지만, 일반적인 마법소녀를 생각하고 시청한 사람들의 기대를, 좋은 의미로 배신했다고 표현해야 맞겠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흥했던 애니메이션이 또 하나 있는데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가 되겠다. 이 역시 제목이나 주인공과 등장인물 등은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마법소녀물 주제에 '격렬' 한 액션 묘사가 화제가 되면서 2기가 등장하고 화제가 됐던 액션은 2기에서 완성. 3기에서는 무슨 전대물 밀리터리물도 아니고 기존 팬들에게는 악평을 들었지만, 흥행에서는 제일 성공하기도 했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역시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얼마 전 발매된 블루레이 1권의 누적 판매량을 보아하니 흥행 청신호가 열린 것 같다. 역대 TV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매상 1등을 차지했다고 하니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화제가 된 이유는 일반적인 마법소녀물과의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인데, 어떤 점이 차별화가 됐는지 다 설명하면 솔직히 재미가 없다.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도 많고 하니 그래서 그냥 다르다고만 하고 끝내련다. 앞으로 이 녀석을 찾아보려는 사람이라면 헤살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마법소녀의 정체가 하나 둘 밝혀져 나가는 과정이 극적 긴장감과 더불어 재미를 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니까. 물론 꼼꼼하게 포장된 미스터리는 아니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전반과 중반부의 파격적인 행보에 비해 후반부는 사실 무난하게 끝을 맺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말까지 파격적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냥 화제성 있는 애니로 흥하고 정작 매상으로 직결되는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보여주기식 설명이나 감동 코드로 포장한 요소들 중에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적절하게 재단했더라면 지금보다 빛나는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뭐 일본애들한테는 이 정도가 잘 먹히는 거겠지만. 잘 나가다가 뱀 꼬리 수준도 못되는 애니메이션이 많은 걸 감안하면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결말은 무난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한계다.

평점 6 / 10

2011년 5월 3일 화요일

크래시 블레이즈 ~ 탄식의 세이렌 - 카야타 스나코




 원서로 모으다가 무슨 마음이 들어섰는지 한글판으로도 모아보자 해서 일단 저렴하게 올라온 중고를 구해봤다. 표지를 보니 뭐 원판과 똑같네 하는 느낌으로 뒤적거리다보니 제법 차이점이 많다. 일단 뒷표지 그림 삭제...... 뭐 이건 그렇다 치고 가장 심각했던 것은 3번째 사진이다.

원서에도 없는, 쓸데없는목차는 넣었으면서 컬러 페이지는 삭제! 딱 1페이지 들어있는 걸 삭제!! 스즈키 리카의 이쁜 일러스트, 그것도 만화풍인데 <크래시 블레이즈> 모든 시리즈는 이렇게 각권 마다 1장씩 컬러 그림이 들어있는데, 한글판은 삭제. 혹시 몰라서 가장 최근에 나온 10권 비닐을 벗겨서 확인해 보니 역시 삭제. 우히.....대원씨아이 이 새끼들이 독한 놈들인지는 알았는데 이딴 식으로 제작비 절감하면서 가격 인상은 제일 빨리 하는 씨부럴 놈들일 줄은 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니들이 이겼다. 빌어먹을 놈들아. OTL

2011년 4월 26일 화요일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 미야베 미유키

1995년 중앙공륜사
2002년 가도카와 문고
2010년 우리말(황매)

오가타 (작중화자 나)와 시마자키 중학생 콤비가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전작은 거액의 유산상속이라는 로또를 맞은 가족의 소동극을 약간은 씁쓸하게 그렸다면 속편격인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라는 성격을 달리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대놓고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중학생 콤비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중화자이면서 관찰자인 주인공은 특히 그렇다. 평소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근처 공원에서 살해당한다. 직접 신원확인까지 하고 주인공은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죽은 여자는, 주인공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사촌 언니였던 걸로 밝혀진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주인공. 하지만, 그게 과연 다행이었을까? 죽은 여자의 과거가 점점 밝혀지면서, 진실은 누구에게나 기쁜 건 아니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그대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중학생이라서 가볍고 즐거운 미스터리를 생각하고 집어들었을 독자에게 회심의 뒤통수 치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럴까. 전작은 고단샤의 파랑새 문고라는 저연령층을 위한 아동용 도서로 재간되기도 했는데, 그 후속편은 아동용으로 나오질 못했다. 그냥 지레짐작이려나? 하지만, 성인독자, 그중에서도 미야베 미유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라는 주목할 만한 녀석이다. 이유는, 작가의 주요관심사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이름없는 독>의 원형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 가치는 있는 책이다.그게 다지만.......

평점 5 / 10

콘크리트 블론드 - 마이클 코넬리

1994년 The Concrete Blonde
2010년 우리말 (랜덤하우스)

해리 보슈 시리즈 3번째 이야기. 국내에 번역된 보슈 시리즈 초기작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어 하는 녀석이기도 하다. 일단 보슈의 데뷔작 <블랙 에코>에서 꼬리표처럼 보슈를 따라다니는 '인형사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이클 코넬리 데뷔작 보면서 시종일관 언급되는 인형사 사건을 보면서 이게 정말 흥미로운 소재거리인데 어째서 이걸 소설로, 데뷔작으로 삼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품었었는데, 그게 통했는지 (시간을 초월해서?) 시리즈 3번째에서는 인형사 사건 속편 같은 내용이 펼쳐진다. 내용은 대충 예상은 갈 것 같지마는 장르는 무려 '법정극. 당시 인형사 사건의 범인을 사살한 혐의고 고소당한 보슈와 인형사 사건 범인으로 사살당한 범인의 미망인 측 변호사. 그리고 종결된 사건의 모방범이 벌인 듯 추정되는 콘크리트 블론드 사건. 법정 소송과 새롭게 불거진 인형사 사건이 교차 진행되는 방식이다. 장소가 한정되는 불리한 면을 가진 법정극이면서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중간마다 끼어든 새로운 사건(또는 과거의 연장?) 때문에 한치의 숨을 돌릴 틈도 없다. 그야말로 읽는 내내 '검은 심장' 흥분으로 벌렁 하게 만들어주는 녀석이다. 어두운 소설인 것 같지만, 마지막에는 희망의 빛도 보여주는 어둠과 빛의 미스터리. <콘크리트 블론드>는 딱 그런 말이 잘 어울리는 추리소설이다.

평점 7 / 10

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살인자의 연금술 - 캐럴 맥클리어리

2009년 The Alechmy of Murder
2010년 우리말 (비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다. 19세기 말 파리를 배경으로 실존인물들이 펼치는 모험극. 잔혹한 살인마에 맞서는 여주인공의 분투와 그녀를 도와주는 소설가. < 살인의 연금술> 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그렇다. 초반부는 주인공 넬리가 한 살인범의 뒤를 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절체절명 위기에 맞닥뜨리면서 프롤로그는 끝나고 왜 그녀가 그 자리에 있게 됐는지 설명하게 된다. 처음부터 배경과 인물 등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서 그런 걸 묘사하는 데만 치중했다면 처음 좀 읽어보고 지루하다는 생각에 책을 한 쪽에 치울지도 모를 독자까지 고려한 구성이 아닐까? 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레 소설 속 세계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넬리의 과거사 또한 길게 끌지 않는다. 빠른 묘사로 포인트만 딱딱 집으면서 진행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해서 2부부터가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여기에는 쥘 베른, 루이 파스퇴르, 오스카 와일드 까지 가세해서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포장하고 있다.

매춘부들만 골라서 잔혹하게 난도질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마와 그 뒤를 쫓는 젊은 여성기자. 미스터리 진행은 탐문과 수사를 기본바탕으로 한 '비정'물과 다를 바 없다. 단서를 찾아 여기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범인의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플롯 자체가 대단히 간단하다. 범인의 정체나 목적은 사실 그렇게 숨길 요량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다만 소설 안에서 19세기 프랑스를 실제 가 본 것처럼 살짝 맛만 보여줬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아주 즐겁기 때문에, 미스터리적 재미가 떨어진다고 해서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다. 이 책의 가치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인물들의 균형이다. 매력적인 조역을 만들어 놓고도 작가는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려 600페이지가 되는 두꺼운 녀석임에도 말이다. 실제 비중은 쥘 베른이 가장 높고, 파스퇴르는 중간 정도, 와일드는 존재가치가 제일 떨어진다. 사실 캐릭터 성만 보자면 다들 한 인물 하는데 아무래도 작가의 능력부족이라고 보인다.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할리우드판 < 셜록 홈즈> 같은 스타일로 나올 것 같다.  <핑거 스미스> 드라마 버전같이 만든다면 오히려 더 재밌을 것이다. 특히 시각적 재미가 남다를 것 같지만, 그럼에도 소설이 주는 본연의 재미는 해치지 않을 것이다.

여담) 이 책 보고 나니 모처럼 '파스퇴르 우유'가 먹고 싶어졌다. ㅋㅋ
평점 6 / 10

2011년 4월 21일 목요일

리라장 사건 - 아유카와 데쓰야

1958년 광풍사
2010년 우리말 (시공사)

모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이 우리말로 나왔다. 아마 내가 알기에는 아유카와 데쓰야의 추리소설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도 작가 이름은 많이 들었지 정작 그 작품은 많이 보지는 못했고, 동경창원사에서 간행한 두 권짜리 단편기획물을 본 것이 전부다. (이 기획물 1권이 '다섯 개 시계'이고 그중에는 호시카게 류조가 등장하는, 비슷한 제목의 '장미장 살인사건'이란 녀석도 있다.)그 기획물을 보고 느낀 점은 고전의 향수+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명작이었다는 점. 그런 면에서 이번 <리라장 사건>도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이야기는 대단히 단순하다. 리라장 이란 곳에 대학생들이 모이고 하나 둘 살해당한다. 분명히 범인은 이 안에 있는데, 누군지 모른다. 동기도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러다 마지막에 명탐정이 등장한다. 만세 만만세~끝.

정말 간단하지 않나? 전형적인 고전의 탈을 쓴 플롯이며, 거기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퍼즐이다. 따라서 캐릭터들이나 이야기 진행이 대단히 작위적이다. 이건 사실 두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고전미를 풍기는 좋은 의미인 동시에, 최근의 추리소설과 비교해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나쁜 의미도 풍긴다. 물론 나는 전자 쪽이다. 후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자 쪽 회색 뇌세포가 쪽수로 앞서니 어쩌겠나. 소수의견을 존중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그래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추리소설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영미의 고전 미스터리가 출간됐는데 그런 녀석들을 보면 눈이 사이코패스처럼 빛나는 사람이라면 <리라장 사건>은 꿀 맛일 테고, 아니라면……. 뭐 알아서 해석하길……. 어쨌든 기괴하면서 오묘한 맛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투아웃 쓰리볼에 직구로 승부를 겨뤄오는 분위기의 소설이니 맘껏 범인을 추리해보길…….

여담) 몇 가지 트릭은 워낙 많이 쓰여서 곧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험에 의한 통계에 기반을 뒀을 뿐, 똑똑한 독자라면 해결편을 직접 집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런 독자는 되지 못했다.  참, <검은 트렁크>도 우리말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도 되려나? 되겠지? 되야지? ㅠ.ㅠ


평점 8 / 10

2011년 4월 20일 수요일

미얄의 정장 7 - 오트슨


2011년 시드노벨

 참 오랜만에 나온 미얄 시리즈 최신. 전편 6권이 2009년 10월 초에 나왔으니, 무려 18개월 만에 나온 속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페이지 수는 역대 최다. 400페이지다. (뭐 사실 6권도 380페이지 정도로 두꺼운 편이었지만) 6,800원에 이 정도 분량이라면 '양'만 따진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무진장 높은 녀석이다. 그렇다면 '질'은 어떨까? 그쪽은 좀 아쉬워졌다. <미얄 시리즈>는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작가가 여기저기서 빌린 듯한 장치가 복선으로 작용하고 마지막에는 해결부분이 등장. 그리고 그 후에 뒤집는 플롯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7권은 그런 구성에서 오는 재미가 떨어진다. 시리즈 1부 중에서 그냥 평범하게 완성된 그런 녀석이다. 게다가 7권은 사건 자체가 독립적이기보다는 전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7권만 따로 떼어 놓고 판단하기 어렵다. 지금도 7권의 내용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을 때리고 있다. 6권은 그냥 그대로 '그런 결말'로 끝내는 게 최선은 아니었나? 이렇게 7권으로 내용이 그대로 '이어져야' 했는가? 등등 말이다. 그와는 반대로 '여' 동생 '님'이 나중에 가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지는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된다. 이율배반적인 것 같지만 원래 사람이란 게 그렇지 않나? 흑백논리가 편하기야 하겠지만. 미스터리적 구성에서는 점수가 떨어졌지만, 세계관을 이루기 위한 잡다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더도 말고 1년에 딱 두 권 정도만 나와주면 좋겠다.

평점 6 / 10

2011년 4월 17일 일요일

고스(GOTH) (2008)


오츠 이치 소설 <고스>를 원작으로 만든 일본 영화. 2008년도 작이다.
일단 <고스>는 소설, 만화, 영화 이렇게 3가지 버전이 있는데 아무래도 완성도는 원작인 소설이 제일 높다. 다음으로 원작 중 몇몇 부분에 손을 가해서 단권짜리 그려낸 만화판이 낫고, 제일 완성도가 떨어지는 녀석은 영화 버전이다. 원작과 만화에서 가장 쉬운 부분만 골라다가 굼뱅이 기어가듯 연출해놓은 것이 영화판이라고 보면 딱 맞다.

기본 구도는 '암흑계'이며 그걸 그대로 영상화 했다가는 100% 슬래셔 무비가 될 것 같아선지 잔인한 부분만 '리스트컷 사건'에서 따왔다. 기본 플롯이 이런데 문제는 원작은 짤막한 단편이었다는 것. 금방 끝나는 단편을 질질 늘렸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트윈스'를 섞긴 했는데 섞는 방법을 잘못 택해서 부탄가스 마신 꼬꼬마들 처럼 겉돈다. 각색 파트만 네 명인가 되더만 이런 걸 보면 참 돈 벌기 쉽겠군 생각이 들곤 한다. 머리가 나빠서 각색 하는 게 그리도 어려우면 만화판을 충실하게 옮기던가. 하긴 그것도 어려웠겠지. 아무튼 1시간 40분 되는 영화 전체가 '불면증 치료제' 같다.

<인사이트 밀> 영화판도 참 쓰레기였는데 <고스>는 그와 쌍벽을 이룰만 하다. 둘이 의기투합해서 의형제 맺으면 딱 좋을 듯. 여주인공 목소리 하나 마음에 들어서 1점 준다.


평점 1 / 10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인형은 잠들지 않아 - 아비코 다케마루

1991년 가도카와 노블즈
1996년 고단샤 문고판

인형탐정 시리즈 3탄. 이번에는 연작 단편 구성으로 장편 냄새가 나도록 꾸며놓았다. 단, 기본은 토모나가와 작중화자 '오무츠'의 연애 이야기다. 오무츠에게 대시하는 남자가 나타나서 삼각관계 내용을 주 관심사로 두고 인형탐정 마리오의 탄생 비화가 곁가지로 들어간다. 여기에 오무츠를 좋아하는 남자의 정체 플러스 연쇄 방화범 이야기까지 가세한다. 각각 단편으로 만들어도 좋은 내용을 따로 수록하지 않고 살살 달래서 장편 구성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이번 3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그거 빼고는 미스터리는 볼 게 없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 '실소'가 터지는 - 예상했던 것이었다고 해도 - 결말은 이 시리즈의 지향점을 대변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페이지 수는 적고, 진행 속도는 꽤 빠른 편이고, 문장은 알기 쉽다. 내용도 어려운 구석은 전혀 없다. 로맨틱 코미디에다가 달콤새콤한 미스터리로 적당히 맛깔장. 가볍게 읽기 좋은 녀석으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시리즈. <살육에 이르는 병>을 쓴 작가가 이런 부류의 미스터리도 썼군, 흠흠. 하고 살짝 놀랐다면 그걸로 좋지 아니한가? 섣부른 기대는 금물.

그러고 보니 아비코 다케마루의 <탐정영화> 이 녀석은 우리말로 안 나오려나? 이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평점 5 / 10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성 아우스라 수도원의 참극 - 니카이도 레이토

 1993년 고단샤 노블즈
1996년 문고판 (사진)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 전작 <지옥의 기술사>가 에도가와 란포 풍의 기괴한 분위기를 맘껏 살린 괴기 미스터리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험 미스터리가 됐다. 이번에도 란포 오마주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외딴섬 악마>의 후반부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본서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됐다. 단, 그냥 찬조출연 수준이다.

아무튼, 대략적인 이야기는 수도원에서 발생한 기괴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란코와 레이토가 아우스라 수도원으로 가면서 일어난다. 밀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여학생의 투신사건. 그리고 목이 잘려서 벚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발견된 외국인 신부. 그리고 또다시 벌어지는 밀실 살인. 이렇게 기괴한 분위기에 의존한 미스터리를 기본 플롯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진행방식은 전작과는 많이 다른데 <지옥의 기술사>가 소거법에 의한 란코의 추리가 기본이었다면 이번에는 하드 보일드 풍으로 이런저런 조사를 하면서 밝혀지는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이 독자에게 밝혀지는 구조다. 따라서 전작에서는 란코의 생각을 독자도 같이 공유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결정적 구간을 제외하면) 이번에는 탐정 란코가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독자도 잘 알 수가 없다. 물론 작중화자인 레이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논리적인 추리에 의한 범인 검거보다는 기기 괴괴한 사건 속에서 밝혀지는 진실이 주는 충격이 <성 아우스라 참극>의 재미의 핵심이 되겠다. 약 600페이지 정도 되는데 후반부 100페이지가 해결부분이다. 해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범인의 정체뿐만 아니라 '진짜'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다들 '헛웃음'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허허. 그런 면에서 교고쿠 나쓰히코 분위기가 많이 풍긴다. 출판시기를 기준으로 데뷔작 <우부메의 여름>은 1994년도 작품이니 시기적으로는 니카이도 레이토가 앞서지만.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니카이도 레이토에 대한 판단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평점 7 / 10

2011년 4월 12일 화요일

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1938년
2010년 우리말(생각의 나무)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는 정작 원작인 소설 보다는, 1940년도 알프레드 히치곡 영화 <레베카>로 더 잘 알려지지 않았나 싶은 녀석입니다. 그동안 동서문화사 번역본 외에는 쉽게 구할수 없던 녀석을 다른 출판사에서 '분권'해서 재출간했습니다. 동서판본의 일반적인 번역의 질은 익히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을 거라 보고 여기서는 자세한 얘기는 넘어가고, 2010년도판 번역은 80점 정도 주고 싶네요. 중간에 오타도 좀 보이고, 대화에서 좀 어색한 부분이 보이거든요. 그래도 동서판보다는 개인적으로 이 쪽이 더 낫더군요. 대신 2010년 판은 1,2권으로 분권 됐고, 각 권 14,000원 합해서 28,000원으로 엄청난 고가의 서적이 되버렸더군요. 나중에 50% 할인해도 14,000원이니 눈물이 흐르는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멋드러진 양장으로 나온 것도 아니라서 가격대 성능비는 그야말로 바닥을 칩니다. 덕분에 저렴하게 <레베카> 맛을 볼 수 있는 동사판의 존재의의는 사라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내용이야 익히 알려진 이야기니 그렇다치고, 사실 <레베카>는 명성에 비해 요즘에 읽기에는 좀 재미가 떨어질지도 모르죠. 일단 진행속도가 꽤 더디고, 초반에는 '로맨스' 소설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인데요. 한 소녀(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레베카라는 책 제목과 대비되는 점이다.)가 아버지 뻘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갑작스런 결혼까지만 본다면 사실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거기서 끝을 맺었을 겁니다. 그렇게 결합한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해피 엔딩~ 경사로세~ 경사로세~ 끝이겠지만, <레베카>는 그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남편의 죽은 전 아내의 망령에 시달리는 주인공.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사람을 서서히 압박해가는 모습이 음습하게 그려지죠. 그러다 레베카의 진실과 직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스피디한 전개와는 거리가 멀죠. 그렇다고 숨은 진실에 놀랄 요소도 없습니다. 당시 기준이라면 모르지만 요즘에는 색이 바랜 요소들이죠. 핵심만 뽑아다가 더 맛깔나게 꾸민 작품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레베카>를 무척 좋아합니다.  주인공 소녀가 여성에서 아내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도 맘에 들지만, 사실 레베카라는 여자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선악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이미 죽어서 없는데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 그래서 제목이 <레베카>겠지만 말이죠.



평점 7 / 10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 시마다 소지

1989년 고분샤
1993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시공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 11번째 작품.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가 아니라 이 녀석이 나온 이유는,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밝히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여기서는 두루뭉술 넘어간다. 어쨌든 주인공 요시키 다케시는 조사1과 형사다. 해서 담당하는 사건은 형사사건이고,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느 그런 사건이다. 단순히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녀석으로, 우리는 제품가격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은 소비세라고 옆에 세 포함, 세제외등 제품 가격 옆에 항상 명기되어 있다.) 문제로 사람을 죽인 노인을 두고 요시키는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과연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였을까?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면서 요시키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둘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노인이 썼다는 '기묘한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들어가 있다. 빨간 피에로의 시체와 소실 그리고 하얀 거인을 다루는 짤막한 단편이야기인데, 이 녀석들이 '본격 테이스트'를 강하게 풍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주로 사회성을 띈 소재를 갖다가 만든 미스터리를 지칭하는데, 그런 면에서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라는 그런 식의 장르 목사리 채우기에 알맞은 녀석일 지도 모른다.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 점차 실체를 갖게 되면서 밝혀지는 진상이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 생각해 보고 넘어갔으면 하는 점은 '왜' 그런 소재를 들고왔느냐는 점이다. 작가가 독자를 계몽하기 위해서? 남들이 잘 안 쓰는 소재를 선택해서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기 위해서? 과연 어떤 이유로 그런 '소재'를 사용했는지는 '진상'은 작가 혼자만 알겠지. 아쉬운 점은 기묘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수수께끼는 많지만 정작 그걸 지탱하는 기둥은 '거시기'에 의존하고 있어서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마신의 유희> <용와정 사건> <마천루의 유령> 등에서도 느꼈지만 기묘한 수수께끼의 제시와 썰렁한 해결부분의 '원조'를 보는 것 같아 껄끄러웠다.
평점 6 / 10

2011년 4월 11일 월요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 R.오스틴 프리먼

1907년
2010년 우리말(시공사)

국내에 붉은 손가락이란 소재로 3권 정도의 추리소설이 발간됐다. <붉은 손가락> <붉은 오른손> 그리고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이다. 이 녀석들의 공통점은 전부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데 그 중에 <붉은 손가락>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더 직접적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것과는 다르다. <붉은 손가락>은 과학수사와는 상관없이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철저하게 증거와 추론에 초점을 맞추어, 보석 도둑으로 몰린 피고를 변호하기 위해, 검찰 측에서 주장하는 명백한 증거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소설이 나온 연도가 더 대단하다. 1907년. 내가 태어나기 100년(?) 전에 나온 소설인데 그 내용은 과학수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렇다고 재미 면에서도 좋으냐고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지문이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다른 부차적인 사건의 매력은 '전혀' 없다. 손다이크 박사를 도와주는 작중 화자 '나'가 있긴 하지만 여자에게 한 눈이 팔려서 고민하고 있고, 실제 범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명명백백해서 이 소설은 초반부터 진범의 정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틀리지 않은 이유는 작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도 크게 특별날 것도 없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지문에 대한 상식을 깨기 위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해서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빈 '계몽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다. 어려운 통계, 수학도 만화로 하면 쉬운 것처럼 (쉽기는 개뿔이지만 아무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의 위치는 그런 곳에서 찾아야지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면 결코 재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1900년대가 소설을 접했다면 정말 '경악'했을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2010년도다. 지문 '따위'는 훗하고 웃어넘기면서 미세증거물 갖고 씨름하는 '링컨 라임'을 읽고 있으니까 말이다.

평점 5 / 10

2011년 4월 6일 수요일

머독 미스터리1 죽음 이외에는 - 모린 제닝스

1997년
2010년 우리말(북피시)


캐나다 미스터리 작가 모린 제닝스의 데뷔작. E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영향으로 원작이 우리말로 소개된 것 같은데 솔직히 좀 많이 늦었다. 지각생이긴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가끔은 지각도 하니까 말이다. 소설은 19세기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 윌리엄 머독은 경찰이다. 해서 경찰 미스터리로서 접근해도 좋고 당시 캐나다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시대 미스터리로 읽어도 좋다.

추운 겨울날 알몸으로 발견된 소녀의 시체. 사건은 머독 담당이 되고 조사를 하면서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는 구조다. 뭐 미스터리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이 소설의 장점은 그게 다가 아니다. 이 녀석의 미덕은 약 100년 전의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현대의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 간의 대립, 계층 간의 대립, 인종 간의 대립 등, 예나 지금이나 어째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 말이다. 시체로 발견된 소녀는 프랑스계면서 어린 나이에 귀족 가문에 하녀로 와서 일하고 있다. 나이는 15-6세이지만 부검 결과 '임신' 사실이 밝혀진다. 게다가 팔뚝에는 아편 주사 자국까지. 그래서 머독의 경찰 '혼'이 불타서 범인을 잡게 되기는 하지만, 가련한 한 소녀의 죽음을 앞에 두고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은 심히 씁쓸하다. 비록 바다 건너 저 멀리 캐나다라는 이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소설이라고 한다고 해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미스터리를 대단히 좋아한다. 따라서 내 취향에는 꽤 잘 맞아떨어지는 녀석이지만 그게 모든 이들에게 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스터리 재미는 좀 떨어질 것이다. 단서와 미스 디렉션등 기본적인 요소는 깔고 들어가지만 아무래도 플롯 자체가 간단해서 영악한 독자들은 범인의 정체를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죽음 이외에는>이 가지는 장점을 전부 조각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아쉬움은 남는다고 해도 말이다.

평점 7 / 10

2011년 4월 5일 화요일

시골형사의 취미와 일 - 다키타 미치오

2007년 동경창원사(미스터리 프론티어)
2009년 창원추리문고

다키타 미치오는 동경창원사에서 발간 중인 <미스터리즈!>라는 잡지에서 '시골 형사의 취미와 일'이라는 단편으로 제3회 미스터리즈 단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수상작과 '시골 형사의 적과 흑' 두 편은 잡지 <미스터리즈!>에 수록됐고 나머지 3개 단편은 단행본 발간에 맞추어 나온 신작들이다. 이후 2009년도에 속편인 <시골 형사의 투병기>가 발간됐다.

일단 장르는 제목대로 경찰 미스터리. 경찰이 주인공이니까 경찰 미스터리다. 다만, '시골'이란 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소설 내에서는 지역명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지만 대충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골을 떠올리면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 시골에서 근무하는 형사가 주인공이다. 이름은 구로카와 스즈키. (일본어에 익숙한 분이라면 스즈키라는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 제명이란 걸 느낄 것이다.) 직책은 순사부장이다. 그 밑으로는 멍청한 역할담당인 시라이시. 그리고 제정신 박힌 듯한 아카기라는 두 형사가 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의 유머가 가장 눈에 띈다, 바보 역인 시라이시와 거기에 태클을 거는 구로카와. 그리고 둘 다 바보가 되어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될 때 중재역으로 등장하는 아카기.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기분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미스터리가 코미디에 아주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등장하는 사건 자체는 일상 물이라고 보도 좋을 정도로 온화(?)하고 편안(?)한 사건들이지만 (후속편은 그렇지도 않지만) 트릭도 등장하고 그걸 밝혀서 진범을 잡는다. 빼어나진 않지만 안심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본 단편집의 장점이다. 캐릭터 유머를 잘 각색해서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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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고추냉이(와사비) 도난사건을 다루고 있다. 용의자 세 명을 압축한 후에 범인이 사용한 트릭과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단서를 무려 '온라인 게임'에서 얻는다. 주인공 구로카와는 퇴근 후 집에 와서는 MMORPG를 즐기는데 게임 속에서는 여자 캐릭터도 여자인 것 처럼 위장을 한다. 뭐 그러는 편이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는데 좋다는 것은 이런 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주지의 사실이겠지만. 마흔 넘은 형사가 MMORPG에서는 가련한 여성인 것처럼 채팅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이 징그러우면서도 귀엽다. (일본에서는 남자가 온라인상에서 여자인 것처럼 위장하는걸 '넷카마'라고 부른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벤트 던전에 입장에서 수수께끼를 풀다가 사건의 힌트를 얻어서 고추냉이 도둑이 사용한 트릭을 밝히는 구조가 상당히 코믹하다.

평점 5 / 10

신 몽십야 - 아시하라 스나오

1999년 지츠교노니혼샤
2007년 창원추리문고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에서 따온 <신 몽십야>에는 안에는 전부 10개의 기묘한 꿈 이야기가 들어 있다. 처음으로 수록된 '시간의 종달새'는 아시하라판 몽십야의 특징인 아내의 존재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미 작가는 작중 화자 나와 안락의자 탐정인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집을 몇 권 낸 적이 있는데, 그 안에서 아내는 초월한 존재다. 어수룩한 남편인 나에 비해 아내는 온화하고 아름다운 현모양처이자 혜안이 빛나는 탐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와 아내의 관계는 <신 몽십야>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단편은 10개지만 그 안에서는 언제나 나와 아내가 등장한다. 나는 꿈을 꾸고 아내는 초월적인 존재다. 그 후로 이어지는 '수차' 역시 나와 아내의 관계는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죄책감'으로 인한 '악몽'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 역시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이 주요캐릭터. 여기서도 아내는 나와 아들 사이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렇게 아시하라판 몽십야는 아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단지 단순히 꿈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꿈 자체를 이용한 마지막에 '해설'(편의상 해설이라고 하지만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로 꿈과 현실을 설명하면서 단편은 끝나는데 그 부분 때문에 미스터리로 해석할 여지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창원추리문고로 나온 것 같다. (뭐 창원추리문고에는 판타지 소설들도 잘 나오니까 딱히 그런 구분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각 단편은 대략 30페이지 정도로 매우 짧다. 짤막하지만 기묘한 이야기가 주는 묘한 느낌 덕분에 <신 몽십야>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다.

평범 6 / 10

2011년 3월 31일 목요일

지옥의 기술사 - 니카이도 레이토

1992년 고단샤
1994년 고단샤 노블즈
1995년 문고판

니카이도 레이토의 대표 시리즈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 첫 작품이다. 일본 미스터리, 그중에서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란코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음 직할 것이다. 시리즈 주인공의 이름을 란포 작품에서 따온 것처럼 <지옥의 기술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란포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얼굴과 전신을 붕대로 감은 정체불명 괴한의 협박으로 시작되는 초반부가 딱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기괴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문장이나 문구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좋은 의미로)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라 남자가 신출귀몰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연속살인을 벌이고, 그중에는 3중 밀실 살인사건까지 등장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딕슨 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예 작가 스스로 밝힘)

분위기와 논리를 기반으로 한 전개는 전형적인 탐정소설이란 말에 걸맞은 완성도다. 다만, 작중 화자인 니카이도 레이토(엘러리 퀸 같은)는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을 고수하며, 여고생 탐정으로 데뷔한 니카이도 란코는 사건을 명쾌하게 (중간에 실수도 하지만) 해결하지만 딱 그것만 보여준다. 굳이 여자를 탐정으로 해야 할 당위성이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성이 모자란다고 말하면 더 간단하려나.그에 비해 작가의 다른 시리즈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는 캐릭터가 상당히 강조되는 데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지옥의 기술사>는 란포+카 조합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좋은 간식거리가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연결 부분이 부드럽지 못하고,캐릭터들의 대사에는 작위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또한 초반에 강력한 힌트가 포진해있는데 요즘 독자들한테는 금새 들통날 듯한 부분이다. 그것도 같은 방법으로 속여서 꼼꼼한 독자는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만들어 놓고 있다. 반대로 페어 플레이 정신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단점도 많지만 그래도 싫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소설을 모처럼 만에 읽어서 그런가 그냥 즐거웠다. 가장 재밌던 부분은 주석 부분. 소설 마지막에 작중 화자인 레이토가 달아놓은 주석이 꽤 많은데, 이게 압권이다. 소설 속 화자=작가라는 등식으로 생각한다면 작가 니카이도 레이토는 꽤 재밌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그리고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뭐 그래서 몇 년 전인가 <용의자 X의 헌신> 사태(?)도 있었고 말이다.


1992년 단행본으로 첫선을 보였는데, 권말에는 시마다 소지의 추천이 수록됐다. 당시 시마다 소지의 신 본격 선언과 맞물린 행보였던 듯. 니카이도 레이토 말고도 이미 우리말로 꽤 소개된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 <긴 집의 살인>이나 아비코 다케마루의 <8의 살인>도 전부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면서 시마다 소지의 추천사가 딸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라 남자가 나타나서 복수를 외치고 밀실 살인을 벌이는 장면은 나중에 아동 미스터리로 나온 <카의 복수>와 유사한 설정이다. 다만, <카의 복수>는 아동용답게 성인요소를 대부분 배제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30일 수요일

안녕, 드비쉬 - 나카야마 시치리

2010년 타카라지마샤
2010년 우리말(북에이드)

 <안녕, 드비쉬>는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 뽑힌 작품이다. 이미 출판된 작품을 갖다가 랭크 선정을 하는 동명의 그것과는 달리, 응모작 중에서 대상작을 뽑는 문학상 같은 것이다. 다만, 여기에 뽑힌 작품들이 우리말로도 그럭저럭 소개가 되고 있기는 한데, 문제는 지뢰가 많다는 것이다. 지뢰가 많으면서도 자꾸 그 지뢰를 밟게 만드는 것은 호기심일 뿐이다. 그렇게 집어든 <안녕,드비쉬>는 솔직하게 말해서 DMZ속에 숨겨진 '원석'이었다.

피아노. 1인칭 주인공 시점. 여고생.  화상으로 인한 장애. 클래식. 쇼팽. 드비쉬. 성장. 콩쿠르. 유산. 사건 or 사고. 대강의 소재만 나열하면 이렇다. 큰줄기는 화재로 인해 큰 화상을 입은 주인공이 화상을 극복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성장이야기다.하지만 화재로 인한 사망 그리고주인공을 둘러싼 작은 사고. 그리고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미스터리 양념이 들어간다.

청춘 미스터리. 라고 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미스터리 강도는 그리 크지 않다. 트릭이 쓰이긴 했지만, 눈치 빠른 사람은 1장 끝나고 바로 어떤 식의 기교가 기다리고 있을지 눈치를 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안녕, 드비쉬>의 결말 부분에서 솔직하게 놀랐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이런 류 이야기에 그런 트릭이 등장할줄은 예상밖의 일인 건 분명하니까 말이다. 다만, 문제는 피아노+클래식+성장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자기완결적인 내용 속에서 굳이 그런 '트릭'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남게 된다. 어쨌든 미사키 요스케라는 캐릭터 자체는 탐정으로서 꽤 매력적인 캐릭터다.(아니나 다를까 후속작이 있다.) 해서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독자 개개인의 문제이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어쨌든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이니 대상 자격은 충분하다고 봐야겠다.

참, 제목의 안녕은 HELLO가 아니라, GOOD BYE이다. 결말에서 자연스레 제목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좋았다. 시디를 샀더니 책이 붙어왔네~라고 무시할 뻔했는데, 다행이다. 후속편도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29일 화요일

여왕벌 - 요코미조 세이시

2010년 우리말 (시공사)

<옥문도> <팔묘촌> <이누가미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렇게 4종류만 소개되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여겼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의외로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는 긴다이치 월드. 작년에 소개된 것이 <여왕벌>이고 최근에 나온 것은 <삼수탑>으로 한 10권 정도 채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왕벌>의 특징은 이미 소개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김전일 할아버지가 주인공 탐정인 건 맞고, 역시 사실 범인은 처음부터 짐작은 하고 있다고 복장을 긁는 것도 여전하지만, 기존에는 트릭과 기교가 분위기를 좌우했다면 이번 <여왕벌>은 오밀조밀 갖고 노는 재미는 없다. 기존에 맛보던 기믹이 없다. 밀실살인이 있고, 연쇄살인이 있다고 하지만 원래 해답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계적인 미스터리 구조 보다는 시종일관 강조되는 '분위기'에 소설은 좌우된다. 이쁘네, 아름답네, 요염하네, 섹시하네 설레발 치는 미사여구가 많이 등장하는 데, 얼마나 미인이길래 그러나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온다 리쿠의 <여섯 번째 사요코>는 이보다 더 심했지만) 해서 미스터리 재미보다는 여왕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 편의 드라마 보는 재미로 여긴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본다. 나는 만족스럽게 읽었다. 오히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기존 냄새가 덜 나서 신선했다고 할까.

참, 페이지만 두껍지, 한페이지당 활자수는 줄어서 실제로는 <이누가미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 정도의 분량이고 여전히 <팔묘촌>이 가장 두꺼운 녀석인 것 같다. 뭐 덕분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서 넘기는 맛은 있었다.

평점 6 / 10

악마의 눈물 - 제프리 디버

1999년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문서감정가 파커 킨케이드가 주역으로 등장한 단권짜리 내용. 카메오로 '링컨 라임'도 출연한다. 초반에 잠깐 나와서 중요한 단서를 말해주는 역할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내용은 무차별 살인마 디거를 검거해야하는 데 단서라고는 '협박장' 뿐. 해서 문서감정의 달인인 주인공이 발탁된다. 아후 소설 대부분의 전개는 협박장을 단서로 서서히 범인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극적 긴장감을 위해 '시간'을 설정했다. 협작장에는 무작위 살인이 예고되는데 시간 간격은 4시간으로 총 3차례. 각 챕터에는 몇 시 몇 분, 이런 식으로 시간이 부제목 처럼 달려있고 그것은 곧바로 독자가 직접 소설 속 호흡과 일체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필적은 마음의 지문. 참 좋은 말이다.요즘에는 직접 글 쓸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이렇게 컴퓨터로 남기는 것 조차 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전문가가 내 글을 본다면, 자주 쓰는 단어와 문장 구조, 맞춤법, 자주 틀리는부분 등을 고려하면 대략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유추할수 있지 않을까? 짤막한 하나의 글로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모이고 모인다면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무의식적인 패턴, 사소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요소는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다. <악마의 눈물> 속의 범인도 그래서 잡히고 만다. 다만, 제프리 디버가 플롯 트위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설을 이리저리 꽈배기 처럼 꼬아 놓은 것은 즐거웠지만, 그걸 푸는 방식에 우연이란 만병통치약을 집어넣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두 세 바퀴 꼬인 꽈배기는 맛있지만, 너무 꼰 꽈배기는 끊어져버리기 때문이다.

2010년에 TV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재밌게 만들었을까?

평점 6 / 10

2011년 3월 26일 토요일

더 리프 (The Reef) (2010)

2010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조난 영화.
망망대해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의 공포와 상어에 대한 두려움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 영화입니다.
러닝 타임은 90분 정도. 꽤 짧더군요. 하지만 초반부 느슨한 전개와 플롯의 기복이 전혀 없는 플래한 진행임에도 원초적 공포에 대한 공감 덕분인지 꽤 스릴 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이가? 감정이입을 잘 하면 잘 할 수록 긴장의 끈 역시 팽팽하게 당겨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반대로 <죠스>나 <피라냐> 같은 걸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일테니까요.

진짜 저예산 영화입니다. 막판에 상어가 나오기는 하는데 조잡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승리입니다.

평점 5 / 10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2006)

2006년 개봉

당시에 스릴러와 막판 뒤집기가 좀 히트쳤을 때라 그런지 한국영화도 그런 콘셉트를 잡고 나온 녀석이 있었는데, 문성근, 주진모, 홍석천이 주연으로 나오는 <퍼즐>이 그렇습니다. 실제 이름은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인데, 아마 제목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낚였을(?) 것 같네요.

영화의 시작은 은행강도부터 출발합니다. 4명이 은행을 털고 문성근이 기다리고 있는 아지트로 찾아왔더니, 아 글쎄 리더인 문성근이 불에 타 죽어 자빠져있죠. 당황한 강도일당. 그럼 문성근을 이렇게 만든 이는 누구일까요? 남은 네 명 중에 한 명? 아니면 다른 이? 해서 이들은 어떻게 자신들이 은행강도짓을 하게 됐는지 반추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넘다들면서 서서히 진실을 향해 다가가죠.

시놉시스만 보면 꽤 재밌을 녀석입니다. 상영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라서 콤팩트하게 볼 수 있고요. 문제는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씨발'이라는 거 밖에 없다는 겁니다. <쏘우>1편 같은 녀석입니다. 이걸로 모든 설명이 다 됩니다. 다만, 쏘우 1탄 같은 긴장감이 퍼즐에는 없다는 게 차이죠. 그 뿐입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봅니다. 뭐 동시에 한계성도 같이 보여줘서 떨떠름하지만요.

해서 평점 4 / 10

2011년 3월 25일 금요일

롱 도그 바이 - 가스미 류이치

2009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2010년 우리말 (성안당)

미스터리 야! 는 주로 들녘에서 계속 나와서 <롱 도그 바이> 역시 그쪽에서 나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출간돼서 살짝 놀란 기억이 난다. 뭐 미스터리 야! 를 간행하던 리론샤가 파산했다가 다른 곳에 인수됐다고 하던데, 출판사 이야기는 뭐 그렇다 치고 책 자체는 미스터리 야! 시리즈와 비슷한 유형이다. 가볍게 읽기에는 좋지만, 미스터리에 한해서는 2% 부족한 느낌. 착안점이나 전개는 좋다.

<롱 도그 바이>의 주인공은 사람 인자에 '점과 선'만 그으면 나오는 견공이다. 물론 사람들도 나오긴 하지만 개 주인 정도 역할이라서 비중은 별로 없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그 주인공이 개(잡종)고 주인공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도와주는 역을 맡은 캐릭터들은 전부 개다. 그야말로 개판. 개 종류도 다양하다. 주인공은 시바이누 잡종이고, 조역들은 시베리안 허스키, 골든 리트리버, 치와와, 챠우챠우, 미니추어 닥스훈트, 웰시코기, 불도그,비글 등이다. 이렇게 합쳐서 G8이라고 G20보다도 국격이 높은 모임까지 있다. 우오~! 그 속에서 견종이 다른 만큼 각각의 습성을 살린 캐릭터성이 돋보인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 개만 보면 혐오감에 몸 둘 바를 모른다거나, 무섭다거나, 군침이 돈다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별 재미는 없을 거다.

그러고 보니 가스미 류이치 미스터리는 이 녀석으로 처음 소개된 건가? 아무튼 골 때리는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이지만 그 안에서는 꽤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것 같다. 뭐 내가 읽어본 몇 편에 한정한 얘기에다가 사람에 따라서는 좋고 나쁨이 좀 갈릴 소지가 다분하지만.

평점 5 / 10

2011년 3월 22일 화요일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

2011년

때는 조선 정조. 정조의 개혁과 그에 맞서는 수구파. 그리고 만연한 공납비리. 비리조사를 위해 정조의 특명을 받은 명탐정(김명민)은 수사를 벌이지만 정체불명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누명을 쓰고 투옥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서를 찾게 되고 겉으로는 열녀 조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비리 조사를 위해 한 지역을 찾게 되는데…….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라는 역사 추리소설이 있다. 첫 번째는 <방각본 살인사건>이었고, 두 번째가 <열녀문의 비밀>이었는데, <조선 명탐정>은 두 번째 <열녀문의 비밀>을 바탕으로 개작한 녀석이다. 그래서 시대배경과 열녀로 추앙받는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라는 점은 원작과 영화가 갖은 코드를 갖고 있다. 아 물론 밀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 아무튼, 원작은 시리즈물이고 영화는 그게 아니다 보니 원작의 캐릭터 설정이나 분위기 등을 대폭 변경했다. 특히 코미디를 대폭 첨가했는데, 이게 좀 좋고 나쁨이 갈릴 듯하다. 근엄한 표정의 김명민이 펼치는 코믹한 연기라서 재밌는 면도 있지만 때로는 과장하는 장면도 있다 보니 취향을 탈 듯하다. 해서 원작에는 없는 개장수라는 캐릭터까지 등장해서 (이런 류 장르에서는 필수적인 조역이겠다.) 김명민과 호흡을 맞춘다. 덕분에 원작에는 없는 막판에 가서 밝혀지는 사실이란 점도 추가되긴 했지만 사실상 전체 플롯과는 상관없는 요소라서 아쉽기도 하다.

미스터리는 자체는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시대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단점 더하기 장점 곧 완성도(일반적으로 미스터리에 국한해서 쓰는 의미와는 다르지만)로서는 높다. <그림자 살인>같이 어설프게 미스터리를 부각하는 것보다는 <조선 명탐정> 이 시도한, 코믹 퓨전 사극 스타일에 미스터리를 양념으로 넣은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리라. 군데군데 무리수를 던지는 장면이 보이는데, 어차피 이 영화는 무슨 계몽영화가 아니라서 크게 문제 삼을 요소는 아니라 본다. 아쉽기는 해도 말이다. 보고 나서 뿌듯하고 기억에  남을 영화는 아니지만 보는 동안 적당하게 즐거웠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다만, 기억해야할 것은 영화를 재밌게 봐서 호기심으로 원작을 들췄다가는 잘못된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원작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다른' 녀석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작을 재밌게 본 분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참, 시대 미스터리로서 예전에 개봉했던 <혈의 누>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