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 미야베 미유키

1995년 중앙공륜사
2002년 가도카와 문고
2010년 우리말(황매)

오가타 (작중화자 나)와 시마자키 중학생 콤비가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전작은 거액의 유산상속이라는 로또를 맞은 가족의 소동극을 약간은 씁쓸하게 그렸다면 속편격인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라는 성격을 달리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대놓고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중학생 콤비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중화자이면서 관찰자인 주인공은 특히 그렇다. 평소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근처 공원에서 살해당한다. 직접 신원확인까지 하고 주인공은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죽은 여자는, 주인공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사촌 언니였던 걸로 밝혀진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주인공. 하지만, 그게 과연 다행이었을까? 죽은 여자의 과거가 점점 밝혀지면서, 진실은 누구에게나 기쁜 건 아니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그대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중학생이라서 가볍고 즐거운 미스터리를 생각하고 집어들었을 독자에게 회심의 뒤통수 치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럴까. 전작은 고단샤의 파랑새 문고라는 저연령층을 위한 아동용 도서로 재간되기도 했는데, 그 후속편은 아동용으로 나오질 못했다. 그냥 지레짐작이려나? 하지만, 성인독자, 그중에서도 미야베 미유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라는 주목할 만한 녀석이다. 이유는, 작가의 주요관심사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이름없는 독>의 원형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 가치는 있는 책이다.그게 다지만.......

평점 5 / 10

콘크리트 블론드 - 마이클 코넬리

1994년 The Concrete Blonde
2010년 우리말 (랜덤하우스)

해리 보슈 시리즈 3번째 이야기. 국내에 번역된 보슈 시리즈 초기작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어 하는 녀석이기도 하다. 일단 보슈의 데뷔작 <블랙 에코>에서 꼬리표처럼 보슈를 따라다니는 '인형사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이클 코넬리 데뷔작 보면서 시종일관 언급되는 인형사 사건을 보면서 이게 정말 흥미로운 소재거리인데 어째서 이걸 소설로, 데뷔작으로 삼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품었었는데, 그게 통했는지 (시간을 초월해서?) 시리즈 3번째에서는 인형사 사건 속편 같은 내용이 펼쳐진다. 내용은 대충 예상은 갈 것 같지마는 장르는 무려 '법정극. 당시 인형사 사건의 범인을 사살한 혐의고 고소당한 보슈와 인형사 사건 범인으로 사살당한 범인의 미망인 측 변호사. 그리고 종결된 사건의 모방범이 벌인 듯 추정되는 콘크리트 블론드 사건. 법정 소송과 새롭게 불거진 인형사 사건이 교차 진행되는 방식이다. 장소가 한정되는 불리한 면을 가진 법정극이면서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중간마다 끼어든 새로운 사건(또는 과거의 연장?) 때문에 한치의 숨을 돌릴 틈도 없다. 그야말로 읽는 내내 '검은 심장' 흥분으로 벌렁 하게 만들어주는 녀석이다. 어두운 소설인 것 같지만, 마지막에는 희망의 빛도 보여주는 어둠과 빛의 미스터리. <콘크리트 블론드>는 딱 그런 말이 잘 어울리는 추리소설이다.

평점 7 / 10

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살인자의 연금술 - 캐럴 맥클리어리

2009년 The Alechmy of Murder
2010년 우리말 (비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다. 19세기 말 파리를 배경으로 실존인물들이 펼치는 모험극. 잔혹한 살인마에 맞서는 여주인공의 분투와 그녀를 도와주는 소설가. < 살인의 연금술> 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그렇다. 초반부는 주인공 넬리가 한 살인범의 뒤를 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절체절명 위기에 맞닥뜨리면서 프롤로그는 끝나고 왜 그녀가 그 자리에 있게 됐는지 설명하게 된다. 처음부터 배경과 인물 등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서 그런 걸 묘사하는 데만 치중했다면 처음 좀 읽어보고 지루하다는 생각에 책을 한 쪽에 치울지도 모를 독자까지 고려한 구성이 아닐까? 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레 소설 속 세계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넬리의 과거사 또한 길게 끌지 않는다. 빠른 묘사로 포인트만 딱딱 집으면서 진행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해서 2부부터가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여기에는 쥘 베른, 루이 파스퇴르, 오스카 와일드 까지 가세해서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포장하고 있다.

매춘부들만 골라서 잔혹하게 난도질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마와 그 뒤를 쫓는 젊은 여성기자. 미스터리 진행은 탐문과 수사를 기본바탕으로 한 '비정'물과 다를 바 없다. 단서를 찾아 여기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범인의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플롯 자체가 대단히 간단하다. 범인의 정체나 목적은 사실 그렇게 숨길 요량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다만 소설 안에서 19세기 프랑스를 실제 가 본 것처럼 살짝 맛만 보여줬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아주 즐겁기 때문에, 미스터리적 재미가 떨어진다고 해서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다. 이 책의 가치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인물들의 균형이다. 매력적인 조역을 만들어 놓고도 작가는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려 600페이지가 되는 두꺼운 녀석임에도 말이다. 실제 비중은 쥘 베른이 가장 높고, 파스퇴르는 중간 정도, 와일드는 존재가치가 제일 떨어진다. 사실 캐릭터 성만 보자면 다들 한 인물 하는데 아무래도 작가의 능력부족이라고 보인다.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할리우드판 < 셜록 홈즈> 같은 스타일로 나올 것 같다.  <핑거 스미스> 드라마 버전같이 만든다면 오히려 더 재밌을 것이다. 특히 시각적 재미가 남다를 것 같지만, 그럼에도 소설이 주는 본연의 재미는 해치지 않을 것이다.

여담) 이 책 보고 나니 모처럼 '파스퇴르 우유'가 먹고 싶어졌다. ㅋㅋ
평점 6 / 10

2011년 4월 21일 목요일

리라장 사건 - 아유카와 데쓰야

1958년 광풍사
2010년 우리말 (시공사)

모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이 우리말로 나왔다. 아마 내가 알기에는 아유카와 데쓰야의 추리소설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도 작가 이름은 많이 들었지 정작 그 작품은 많이 보지는 못했고, 동경창원사에서 간행한 두 권짜리 단편기획물을 본 것이 전부다. (이 기획물 1권이 '다섯 개 시계'이고 그중에는 호시카게 류조가 등장하는, 비슷한 제목의 '장미장 살인사건'이란 녀석도 있다.)그 기획물을 보고 느낀 점은 고전의 향수+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명작이었다는 점. 그런 면에서 이번 <리라장 사건>도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이야기는 대단히 단순하다. 리라장 이란 곳에 대학생들이 모이고 하나 둘 살해당한다. 분명히 범인은 이 안에 있는데, 누군지 모른다. 동기도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러다 마지막에 명탐정이 등장한다. 만세 만만세~끝.

정말 간단하지 않나? 전형적인 고전의 탈을 쓴 플롯이며, 거기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퍼즐이다. 따라서 캐릭터들이나 이야기 진행이 대단히 작위적이다. 이건 사실 두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고전미를 풍기는 좋은 의미인 동시에, 최근의 추리소설과 비교해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나쁜 의미도 풍긴다. 물론 나는 전자 쪽이다. 후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자 쪽 회색 뇌세포가 쪽수로 앞서니 어쩌겠나. 소수의견을 존중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그래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추리소설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영미의 고전 미스터리가 출간됐는데 그런 녀석들을 보면 눈이 사이코패스처럼 빛나는 사람이라면 <리라장 사건>은 꿀 맛일 테고, 아니라면……. 뭐 알아서 해석하길……. 어쨌든 기괴하면서 오묘한 맛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투아웃 쓰리볼에 직구로 승부를 겨뤄오는 분위기의 소설이니 맘껏 범인을 추리해보길…….

여담) 몇 가지 트릭은 워낙 많이 쓰여서 곧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험에 의한 통계에 기반을 뒀을 뿐, 똑똑한 독자라면 해결편을 직접 집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런 독자는 되지 못했다.  참, <검은 트렁크>도 우리말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도 되려나? 되겠지? 되야지? ㅠ.ㅠ


평점 8 / 10

2011년 4월 20일 수요일

미얄의 정장 7 - 오트슨


2011년 시드노벨

 참 오랜만에 나온 미얄 시리즈 최신. 전편 6권이 2009년 10월 초에 나왔으니, 무려 18개월 만에 나온 속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페이지 수는 역대 최다. 400페이지다. (뭐 사실 6권도 380페이지 정도로 두꺼운 편이었지만) 6,800원에 이 정도 분량이라면 '양'만 따진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무진장 높은 녀석이다. 그렇다면 '질'은 어떨까? 그쪽은 좀 아쉬워졌다. <미얄 시리즈>는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작가가 여기저기서 빌린 듯한 장치가 복선으로 작용하고 마지막에는 해결부분이 등장. 그리고 그 후에 뒤집는 플롯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7권은 그런 구성에서 오는 재미가 떨어진다. 시리즈 1부 중에서 그냥 평범하게 완성된 그런 녀석이다. 게다가 7권은 사건 자체가 독립적이기보다는 전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7권만 따로 떼어 놓고 판단하기 어렵다. 지금도 7권의 내용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을 때리고 있다. 6권은 그냥 그대로 '그런 결말'로 끝내는 게 최선은 아니었나? 이렇게 7권으로 내용이 그대로 '이어져야' 했는가? 등등 말이다. 그와는 반대로 '여' 동생 '님'이 나중에 가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지는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된다. 이율배반적인 것 같지만 원래 사람이란 게 그렇지 않나? 흑백논리가 편하기야 하겠지만. 미스터리적 구성에서는 점수가 떨어졌지만, 세계관을 이루기 위한 잡다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더도 말고 1년에 딱 두 권 정도만 나와주면 좋겠다.

평점 6 / 10

2011년 4월 17일 일요일

고스(GOTH) (2008)


오츠 이치 소설 <고스>를 원작으로 만든 일본 영화. 2008년도 작이다.
일단 <고스>는 소설, 만화, 영화 이렇게 3가지 버전이 있는데 아무래도 완성도는 원작인 소설이 제일 높다. 다음으로 원작 중 몇몇 부분에 손을 가해서 단권짜리 그려낸 만화판이 낫고, 제일 완성도가 떨어지는 녀석은 영화 버전이다. 원작과 만화에서 가장 쉬운 부분만 골라다가 굼뱅이 기어가듯 연출해놓은 것이 영화판이라고 보면 딱 맞다.

기본 구도는 '암흑계'이며 그걸 그대로 영상화 했다가는 100% 슬래셔 무비가 될 것 같아선지 잔인한 부분만 '리스트컷 사건'에서 따왔다. 기본 플롯이 이런데 문제는 원작은 짤막한 단편이었다는 것. 금방 끝나는 단편을 질질 늘렸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트윈스'를 섞긴 했는데 섞는 방법을 잘못 택해서 부탄가스 마신 꼬꼬마들 처럼 겉돈다. 각색 파트만 네 명인가 되더만 이런 걸 보면 참 돈 벌기 쉽겠군 생각이 들곤 한다. 머리가 나빠서 각색 하는 게 그리도 어려우면 만화판을 충실하게 옮기던가. 하긴 그것도 어려웠겠지. 아무튼 1시간 40분 되는 영화 전체가 '불면증 치료제' 같다.

<인사이트 밀> 영화판도 참 쓰레기였는데 <고스>는 그와 쌍벽을 이룰만 하다. 둘이 의기투합해서 의형제 맺으면 딱 좋을 듯. 여주인공 목소리 하나 마음에 들어서 1점 준다.


평점 1 / 10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인형은 잠들지 않아 - 아비코 다케마루

1991년 가도카와 노블즈
1996년 고단샤 문고판

인형탐정 시리즈 3탄. 이번에는 연작 단편 구성으로 장편 냄새가 나도록 꾸며놓았다. 단, 기본은 토모나가와 작중화자 '오무츠'의 연애 이야기다. 오무츠에게 대시하는 남자가 나타나서 삼각관계 내용을 주 관심사로 두고 인형탐정 마리오의 탄생 비화가 곁가지로 들어간다. 여기에 오무츠를 좋아하는 남자의 정체 플러스 연쇄 방화범 이야기까지 가세한다. 각각 단편으로 만들어도 좋은 내용을 따로 수록하지 않고 살살 달래서 장편 구성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이번 3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그거 빼고는 미스터리는 볼 게 없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 '실소'가 터지는 - 예상했던 것이었다고 해도 - 결말은 이 시리즈의 지향점을 대변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페이지 수는 적고, 진행 속도는 꽤 빠른 편이고, 문장은 알기 쉽다. 내용도 어려운 구석은 전혀 없다. 로맨틱 코미디에다가 달콤새콤한 미스터리로 적당히 맛깔장. 가볍게 읽기 좋은 녀석으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시리즈. <살육에 이르는 병>을 쓴 작가가 이런 부류의 미스터리도 썼군, 흠흠. 하고 살짝 놀랐다면 그걸로 좋지 아니한가? 섣부른 기대는 금물.

그러고 보니 아비코 다케마루의 <탐정영화> 이 녀석은 우리말로 안 나오려나? 이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평점 5 / 10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성 아우스라 수도원의 참극 - 니카이도 레이토

 1993년 고단샤 노블즈
1996년 문고판 (사진)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 전작 <지옥의 기술사>가 에도가와 란포 풍의 기괴한 분위기를 맘껏 살린 괴기 미스터리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험 미스터리가 됐다. 이번에도 란포 오마주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외딴섬 악마>의 후반부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본서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됐다. 단, 그냥 찬조출연 수준이다.

아무튼, 대략적인 이야기는 수도원에서 발생한 기괴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란코와 레이토가 아우스라 수도원으로 가면서 일어난다. 밀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여학생의 투신사건. 그리고 목이 잘려서 벚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발견된 외국인 신부. 그리고 또다시 벌어지는 밀실 살인. 이렇게 기괴한 분위기에 의존한 미스터리를 기본 플롯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진행방식은 전작과는 많이 다른데 <지옥의 기술사>가 소거법에 의한 란코의 추리가 기본이었다면 이번에는 하드 보일드 풍으로 이런저런 조사를 하면서 밝혀지는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이 독자에게 밝혀지는 구조다. 따라서 전작에서는 란코의 생각을 독자도 같이 공유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결정적 구간을 제외하면) 이번에는 탐정 란코가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독자도 잘 알 수가 없다. 물론 작중화자인 레이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논리적인 추리에 의한 범인 검거보다는 기기 괴괴한 사건 속에서 밝혀지는 진실이 주는 충격이 <성 아우스라 참극>의 재미의 핵심이 되겠다. 약 600페이지 정도 되는데 후반부 100페이지가 해결부분이다. 해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범인의 정체뿐만 아니라 '진짜'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다들 '헛웃음'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허허. 그런 면에서 교고쿠 나쓰히코 분위기가 많이 풍긴다. 출판시기를 기준으로 데뷔작 <우부메의 여름>은 1994년도 작품이니 시기적으로는 니카이도 레이토가 앞서지만.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니카이도 레이토에 대한 판단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평점 7 / 10

2011년 4월 12일 화요일

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1938년
2010년 우리말(생각의 나무)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는 정작 원작인 소설 보다는, 1940년도 알프레드 히치곡 영화 <레베카>로 더 잘 알려지지 않았나 싶은 녀석입니다. 그동안 동서문화사 번역본 외에는 쉽게 구할수 없던 녀석을 다른 출판사에서 '분권'해서 재출간했습니다. 동서판본의 일반적인 번역의 질은 익히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을 거라 보고 여기서는 자세한 얘기는 넘어가고, 2010년도판 번역은 80점 정도 주고 싶네요. 중간에 오타도 좀 보이고, 대화에서 좀 어색한 부분이 보이거든요. 그래도 동서판보다는 개인적으로 이 쪽이 더 낫더군요. 대신 2010년 판은 1,2권으로 분권 됐고, 각 권 14,000원 합해서 28,000원으로 엄청난 고가의 서적이 되버렸더군요. 나중에 50% 할인해도 14,000원이니 눈물이 흐르는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멋드러진 양장으로 나온 것도 아니라서 가격대 성능비는 그야말로 바닥을 칩니다. 덕분에 저렴하게 <레베카> 맛을 볼 수 있는 동사판의 존재의의는 사라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내용이야 익히 알려진 이야기니 그렇다치고, 사실 <레베카>는 명성에 비해 요즘에 읽기에는 좀 재미가 떨어질지도 모르죠. 일단 진행속도가 꽤 더디고, 초반에는 '로맨스' 소설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인데요. 한 소녀(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레베카라는 책 제목과 대비되는 점이다.)가 아버지 뻘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갑작스런 결혼까지만 본다면 사실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거기서 끝을 맺었을 겁니다. 그렇게 결합한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해피 엔딩~ 경사로세~ 경사로세~ 끝이겠지만, <레베카>는 그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남편의 죽은 전 아내의 망령에 시달리는 주인공.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사람을 서서히 압박해가는 모습이 음습하게 그려지죠. 그러다 레베카의 진실과 직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스피디한 전개와는 거리가 멀죠. 그렇다고 숨은 진실에 놀랄 요소도 없습니다. 당시 기준이라면 모르지만 요즘에는 색이 바랜 요소들이죠. 핵심만 뽑아다가 더 맛깔나게 꾸민 작품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레베카>를 무척 좋아합니다.  주인공 소녀가 여성에서 아내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도 맘에 들지만, 사실 레베카라는 여자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선악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이미 죽어서 없는데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 그래서 제목이 <레베카>겠지만 말이죠.



평점 7 / 10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 시마다 소지

1989년 고분샤
1993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시공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 11번째 작품.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가 아니라 이 녀석이 나온 이유는,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밝히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여기서는 두루뭉술 넘어간다. 어쨌든 주인공 요시키 다케시는 조사1과 형사다. 해서 담당하는 사건은 형사사건이고,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느 그런 사건이다. 단순히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녀석으로, 우리는 제품가격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은 소비세라고 옆에 세 포함, 세제외등 제품 가격 옆에 항상 명기되어 있다.) 문제로 사람을 죽인 노인을 두고 요시키는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과연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였을까?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면서 요시키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둘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노인이 썼다는 '기묘한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들어가 있다. 빨간 피에로의 시체와 소실 그리고 하얀 거인을 다루는 짤막한 단편이야기인데, 이 녀석들이 '본격 테이스트'를 강하게 풍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주로 사회성을 띈 소재를 갖다가 만든 미스터리를 지칭하는데, 그런 면에서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라는 그런 식의 장르 목사리 채우기에 알맞은 녀석일 지도 모른다.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 점차 실체를 갖게 되면서 밝혀지는 진상이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 생각해 보고 넘어갔으면 하는 점은 '왜' 그런 소재를 들고왔느냐는 점이다. 작가가 독자를 계몽하기 위해서? 남들이 잘 안 쓰는 소재를 선택해서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기 위해서? 과연 어떤 이유로 그런 '소재'를 사용했는지는 '진상'은 작가 혼자만 알겠지. 아쉬운 점은 기묘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수수께끼는 많지만 정작 그걸 지탱하는 기둥은 '거시기'에 의존하고 있어서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마신의 유희> <용와정 사건> <마천루의 유령> 등에서도 느꼈지만 기묘한 수수께끼의 제시와 썰렁한 해결부분의 '원조'를 보는 것 같아 껄끄러웠다.
평점 6 / 10

2011년 4월 11일 월요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 R.오스틴 프리먼

1907년
2010년 우리말(시공사)

국내에 붉은 손가락이란 소재로 3권 정도의 추리소설이 발간됐다. <붉은 손가락> <붉은 오른손> 그리고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이다. 이 녀석들의 공통점은 전부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데 그 중에 <붉은 손가락>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더 직접적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것과는 다르다. <붉은 손가락>은 과학수사와는 상관없이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철저하게 증거와 추론에 초점을 맞추어, 보석 도둑으로 몰린 피고를 변호하기 위해, 검찰 측에서 주장하는 명백한 증거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소설이 나온 연도가 더 대단하다. 1907년. 내가 태어나기 100년(?) 전에 나온 소설인데 그 내용은 과학수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렇다고 재미 면에서도 좋으냐고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지문이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다른 부차적인 사건의 매력은 '전혀' 없다. 손다이크 박사를 도와주는 작중 화자 '나'가 있긴 하지만 여자에게 한 눈이 팔려서 고민하고 있고, 실제 범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명명백백해서 이 소설은 초반부터 진범의 정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틀리지 않은 이유는 작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도 크게 특별날 것도 없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지문에 대한 상식을 깨기 위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해서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빈 '계몽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다. 어려운 통계, 수학도 만화로 하면 쉬운 것처럼 (쉽기는 개뿔이지만 아무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의 위치는 그런 곳에서 찾아야지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면 결코 재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1900년대가 소설을 접했다면 정말 '경악'했을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2010년도다. 지문 '따위'는 훗하고 웃어넘기면서 미세증거물 갖고 씨름하는 '링컨 라임'을 읽고 있으니까 말이다.

평점 5 / 10

2011년 4월 6일 수요일

머독 미스터리1 죽음 이외에는 - 모린 제닝스

1997년
2010년 우리말(북피시)


캐나다 미스터리 작가 모린 제닝스의 데뷔작. E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영향으로 원작이 우리말로 소개된 것 같은데 솔직히 좀 많이 늦었다. 지각생이긴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가끔은 지각도 하니까 말이다. 소설은 19세기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 윌리엄 머독은 경찰이다. 해서 경찰 미스터리로서 접근해도 좋고 당시 캐나다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시대 미스터리로 읽어도 좋다.

추운 겨울날 알몸으로 발견된 소녀의 시체. 사건은 머독 담당이 되고 조사를 하면서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는 구조다. 뭐 미스터리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이 소설의 장점은 그게 다가 아니다. 이 녀석의 미덕은 약 100년 전의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현대의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 간의 대립, 계층 간의 대립, 인종 간의 대립 등, 예나 지금이나 어째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 말이다. 시체로 발견된 소녀는 프랑스계면서 어린 나이에 귀족 가문에 하녀로 와서 일하고 있다. 나이는 15-6세이지만 부검 결과 '임신' 사실이 밝혀진다. 게다가 팔뚝에는 아편 주사 자국까지. 그래서 머독의 경찰 '혼'이 불타서 범인을 잡게 되기는 하지만, 가련한 한 소녀의 죽음을 앞에 두고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은 심히 씁쓸하다. 비록 바다 건너 저 멀리 캐나다라는 이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소설이라고 한다고 해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미스터리를 대단히 좋아한다. 따라서 내 취향에는 꽤 잘 맞아떨어지는 녀석이지만 그게 모든 이들에게 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스터리 재미는 좀 떨어질 것이다. 단서와 미스 디렉션등 기본적인 요소는 깔고 들어가지만 아무래도 플롯 자체가 간단해서 영악한 독자들은 범인의 정체를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죽음 이외에는>이 가지는 장점을 전부 조각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아쉬움은 남는다고 해도 말이다.

평점 7 / 10

2011년 4월 5일 화요일

시골형사의 취미와 일 - 다키타 미치오

2007년 동경창원사(미스터리 프론티어)
2009년 창원추리문고

다키타 미치오는 동경창원사에서 발간 중인 <미스터리즈!>라는 잡지에서 '시골 형사의 취미와 일'이라는 단편으로 제3회 미스터리즈 단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수상작과 '시골 형사의 적과 흑' 두 편은 잡지 <미스터리즈!>에 수록됐고 나머지 3개 단편은 단행본 발간에 맞추어 나온 신작들이다. 이후 2009년도에 속편인 <시골 형사의 투병기>가 발간됐다.

일단 장르는 제목대로 경찰 미스터리. 경찰이 주인공이니까 경찰 미스터리다. 다만, '시골'이란 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소설 내에서는 지역명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지만 대충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골을 떠올리면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 시골에서 근무하는 형사가 주인공이다. 이름은 구로카와 스즈키. (일본어에 익숙한 분이라면 스즈키라는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 제명이란 걸 느낄 것이다.) 직책은 순사부장이다. 그 밑으로는 멍청한 역할담당인 시라이시. 그리고 제정신 박힌 듯한 아카기라는 두 형사가 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의 유머가 가장 눈에 띈다, 바보 역인 시라이시와 거기에 태클을 거는 구로카와. 그리고 둘 다 바보가 되어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될 때 중재역으로 등장하는 아카기.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기분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미스터리가 코미디에 아주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등장하는 사건 자체는 일상 물이라고 보도 좋을 정도로 온화(?)하고 편안(?)한 사건들이지만 (후속편은 그렇지도 않지만) 트릭도 등장하고 그걸 밝혀서 진범을 잡는다. 빼어나진 않지만 안심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본 단편집의 장점이다. 캐릭터 유머를 잘 각색해서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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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고추냉이(와사비) 도난사건을 다루고 있다. 용의자 세 명을 압축한 후에 범인이 사용한 트릭과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단서를 무려 '온라인 게임'에서 얻는다. 주인공 구로카와는 퇴근 후 집에 와서는 MMORPG를 즐기는데 게임 속에서는 여자 캐릭터도 여자인 것 처럼 위장을 한다. 뭐 그러는 편이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는데 좋다는 것은 이런 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주지의 사실이겠지만. 마흔 넘은 형사가 MMORPG에서는 가련한 여성인 것처럼 채팅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이 징그러우면서도 귀엽다. (일본에서는 남자가 온라인상에서 여자인 것처럼 위장하는걸 '넷카마'라고 부른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벤트 던전에 입장에서 수수께끼를 풀다가 사건의 힌트를 얻어서 고추냉이 도둑이 사용한 트릭을 밝히는 구조가 상당히 코믹하다.

평점 5 / 10

신 몽십야 - 아시하라 스나오

1999년 지츠교노니혼샤
2007년 창원추리문고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에서 따온 <신 몽십야>에는 안에는 전부 10개의 기묘한 꿈 이야기가 들어 있다. 처음으로 수록된 '시간의 종달새'는 아시하라판 몽십야의 특징인 아내의 존재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미 작가는 작중 화자 나와 안락의자 탐정인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집을 몇 권 낸 적이 있는데, 그 안에서 아내는 초월한 존재다. 어수룩한 남편인 나에 비해 아내는 온화하고 아름다운 현모양처이자 혜안이 빛나는 탐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와 아내의 관계는 <신 몽십야>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단편은 10개지만 그 안에서는 언제나 나와 아내가 등장한다. 나는 꿈을 꾸고 아내는 초월적인 존재다. 그 후로 이어지는 '수차' 역시 나와 아내의 관계는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죄책감'으로 인한 '악몽'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 역시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이 주요캐릭터. 여기서도 아내는 나와 아들 사이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렇게 아시하라판 몽십야는 아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단지 단순히 꿈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꿈 자체를 이용한 마지막에 '해설'(편의상 해설이라고 하지만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로 꿈과 현실을 설명하면서 단편은 끝나는데 그 부분 때문에 미스터리로 해석할 여지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창원추리문고로 나온 것 같다. (뭐 창원추리문고에는 판타지 소설들도 잘 나오니까 딱히 그런 구분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각 단편은 대략 30페이지 정도로 매우 짧다. 짤막하지만 기묘한 이야기가 주는 묘한 느낌 덕분에 <신 몽십야>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다.

평범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