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8일 토요일

체육관의 살인 - 아오사키 유고

2012년 동경창원사
2014년 우리말(한스미디어)

22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동경창원사(도쿄소겐샤)는 일본에서는 SF와 미스터리 장르 출간에 한해서는 꽤 유명한 출판사다. (SF는 하야카와 쪽이지만) 여기서 출간하는 미스터리는 믿고 봐도 될 정도로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는 걸로도 유명한데 과거 작품을 재발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고 신인 작가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시대 조류에 맞게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본격 미스터리를 최대한 젊게(?) 포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2년도 재밌는 작품이 나왔다.
<체육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상의 특징은 재밌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미스터리 수준이 중요하다. 물론 역대 수상작이 전부 명작이냐? 라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체육관의 살인>처럼 파격적인 수상은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소설 읽고 나서 알게 됐다.

일본 쪽 출판 시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미스터리는 물론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라이트노벨 시장은 성장한다고 한다. 사실 제대로 된 작가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문장은 개판이요, 캐릭터는 스테레오 타입, 이쁜 일러스트 얹어놓고 개연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그저 그런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데 잘 팔린다. 이러다보니 돈이 되는 시장에 출판사들이 뛰어들고 지금은 웹연재에서 인기작들은 무더기로 출간되는 (우리나라 양판소 시장처럼) 사태에 이르렀다.

미스터리, 그 중에서 본격 미스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존 독자들 기호도 맞추면서 신규 유저도 끌어들이려면 미스터리도 젊어져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딱 부합하는 작품이 나왔으니 그게 바로 <체육관의 살인>이다.

전형적인 라이트노벨 타입의  남자 주인공이 탐정역할을 맡고 있다. 애니메이션 오타쿠에 시도 때도 없이 만화, 애니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걸 다 알아 듣는 내 자신이 서글프다.) 탐정이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드는 동기도 매우 불순하다.  애니 블루레이 세트 사기 위한 군자금 마련이라니!! 이런 탐정이 있었던가? 하지만 오타쿠라면 저 동기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일본산 블루레이 박스 세트 가격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수십만엔은 그냥 우습게 깨지는 것이 애니 블루레이 수집이니까.

밀실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개입하고 단서가 주어지고 사건은 해결된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고등학생이 나오는 미스터리는 사실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대표적이겠다. 이 밖에도 동경창원사건 다른 출판사건 라이트노벨 풍 미스터리는 그야말로 넘칠 정도로 많다. (완성도는 별개로) 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호기심이나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통칭 일상 미스터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체육관의 살인>은 정통 미스터리로 분류된다. 살인사건이 있고(아무래도 미스터리 하면 살인이다!!) 밀실이 나오고 단서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압축하는 논리적인 과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게 핵심이어야만 정통 미스터리라고 부를 수 있는데 <체육관의 살인>은 만화 오타쿠 탐정이 고등학생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정통으로 분류해도 손색 없는 작품이다. 아마 이 점이 본격 지향이면서 독자층을 넓히길 원하는 출판사측 입맛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기본적인 사건 뿐만 아니라 프롤로그부타 에필로그까지 괜찮게 꾸며진 소설이다.라이트노벨 미스터리 보다는 그냥 정통으로 접근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물론 탐정이 너무 가벼워 보이기는 하지만 원래 미스터리에서 독특한(?) 탐정은 당연한 거 아닌가? 마약 중독자(?)도 있는데.

평점 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