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6일 토요일

마더(mother) 2009년 - 봉준호

지적장애인 도준(원빈)을 키우고 있는 '엄마' 김혜자. 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아들이 도로변에서 개랑 놀고만 있어도 걱정이 태산 같고, 친구랍시고 사귀고 있는 녀석은 양아치라서 걱정이 된다. 그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는지 어느 날 느닷없이 형사에게 끌려간 아들. 이유는 살인범. 근처 여고생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도준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자기가 했다면서 자백서에 도장을 찍는다. 이제부터 엄마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영화는 그렇게만 보인다. 아니, 처음 보게 되면 관객들 대부분은 감독에 의도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누가 진범일까? 엄마 김혜자의 뒤를 따라가게 되면 중간마다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린다. 아들에게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엄마의 행동. 살해당한 여학생이 숨기고 있던 비밀. 그리고 점점 기억이 살아나는 아들에서 시작되는 마지막 진짜 범인의 정체까지. 다른 의미로(좋은 뜻으로) 상당히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다. 제목부터 초중반까지의 진행만 보고 (나중에 다시 주의하여 살펴보면 복선을 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선입견에 사로잡혔던 나에게 후반부는 크게 놀라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드러난 진실이 마냥 기쁘지만도 않았다. 이런 의외의 전개는 <괴물>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이번 <마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말까지 보고 제목을 다시 들여다보면 제목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어쨌든 제목답게 주인공인 김혜자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띈다. 김혜자가 일등공신이지만, 아들 역인 원빈과 그 친구인 진구와 동네 양아치, 마을주민, 경찰까지. 전부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중에 원빈이 특이했는데, 난 <아저씨>를 먼저 보고 <마더>를 본 경우인데, 어째 <마더>의 원빈 연기가 훨씬 낫다. 마냥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장면이 계속되는 중간에 연기 변신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중반이나 후반부 잠깐 등장해서 잘못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 원빈이 얼굴만 잘생긴 그저 그런 배우는 아니구나! 느꼈다. 아직 더 발전해야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발전한다면 괜찮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영화의 단점을 하나 들자면 초반부의 느슨한 전개다. 물론 '처음' 볼 상황에 해당한다. 결말을 보고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되면 그 느긋해 보이는 전개가 전혀 느리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아, 하나 더 들자면 감동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큰일이라는 점 정도?

평점 8 / 10

2011년 2월 22일 화요일

비취의 눈 - 다이앤 웨이 량

2007년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공안부에서 일했었지만, 어떤 사정으로 말미암아 그만두고 사설탐정을 하게 된 '왕메이'. 메이는 어머니의 친구인 천 아저씨한테서 의뢰를 받는다. 한나라 시절의 옥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옥을 찾아서 베이징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이 될 것 같았던 소설은 개뿔은 사실은 전부 '페이크'고, 실제는 여주인공 왕메이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한 현대 중국 사회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는 갈수록 가족과 사회,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거론되는 것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의문은 끝까지 지속한다. 그리고 그 의문은 그대로 의문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미스터리 관련 사건은 정리하자면 정말 간략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플롯 자체가 뭐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정작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핵심은 전부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작금의 배금주의이다. 특히 여주인공 메이의 여동생 루의 결혼식 장면 묘사가 인상 깊다. 그런 부분의 재미를 간과하고 순수한 미스터리로만 접근하면 정말 재미없는 소설이다. 따라서 표지의 극적 반전이 어쩌고 하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란 광고 문구는 정말 말도 안되는  허위과장이다. 어지간해서 이런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미스터리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0점 수준의 작품이지만, 그 외에는 현대 중국소설 중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 점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 소설 안에서 등장하는 관시 (우리말로 하자면 혈연, 지연,학연을 합친 그런 뉘앙스인 듯하다.) 과 이상을 가진 메이가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빠른 필체로 과거와 현재를 넘다 들면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메이를 주인공으로 한 속편도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옮긴이 말을 보자면 여전히 미스터리는 뒷전이고 그냥 현대 중국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비취의 눈>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읽으면 나름 적절하진 않을까?

평점 5 / 10

두 번째 총성 - 안소니 버클리

1930년
2009년 우리말(피뢰침북스)

들어가기에 앞서 아무리 악독한 범인이라도 사적 제재는 합당하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가 있다면 <두 번째 총성>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런 독자를 꽤 불쾌하게 할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만 하고 그 이상은 헤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겠다.

<독 초콜릿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안소니 버클리의 소설이 우리말로 출간된다고 했을 적에 상당히 놀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한 <시'대'착오> 적인 표지 디자인 때문에 더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제목 <두 번째 총성>이라는 타이틀과 표지 디자인을 보면 마치 <007 살인면허>를 연상케 하는 대목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정갈한 정통 미스터리이다. 추리소설가의 파티에 참석한 주인공 시릴. 그곳에서 가상의 살인 연극을 하기로 하고, 시릴은 살인자 역을 맡는다. 피해자는 정말 살해당할 만한 인물 에릭이 맡기로 한다. 그리고 연극 속의 살인이 현실의 살인으로 바뀌면서 가해자 역인 시릴은 실제 범인으로 몰리고 만다. 하지만, 사건은 모두가 용의자이면서 결정적 증거도 없는 상태인데…….

정통파인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꽤 익살스러운 내용을 보여준다. 가상 살인이 실제 살인으로 바뀐 후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주인공 시릴을 찾아와서 왜 그랬냐, '다독' 이는 장면은 코믹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주인공은 내가 안 했는데, 왜 다들 그러는거야! 라고 외치지만 말이다. 여기에 주인공과 티격태격하는 아모렐이란 여자도 주목해야 한다. 중후반부 가다 보면 이게 미스터리인지 로맨스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아무튼 결국 자신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시릴은 로저 쉐링엄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되면서 '탐정'이 등장한다. 로저는 시릴의 의도대로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내용이다. 연극과 현실을 메타 기법으로 사용한 면이나, 곳곳에 묻어나는 유머와 로맨스 같은 톡톡 튀는 구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플롯과 트릭까지! <두 번째 총성>은 분명히 시대를 앞서 간 미스터리다. 이래서 고전 미스터리를 들춰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총성>을 몰랐다면 지금도 여기서 빌렸음이 분명한 몇몇 일본 미스터리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평점 8 / 10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문학소녀 견습생의 상심 - 노무라 미즈키

2010년 패미통문고
2011년 우리말(학산문화사)

신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전편 <문학소녀 견습생의 첫사랑>에서 '코노하'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던 '히노사카 나노'이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하얀 양' 같은 소녀 나노는 그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쫄랑쫄랑 코노하 꽁무니를 뒤쫓는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전반부는 상당히 코믹하면서 밝은 분위기의 단편 분량이 들어 있고 - 그게 표제인 '상심'이다 - 본편 부분은 '괴물'이라고 해서 이쪽이 주요리. 괴물의 모티브는 제목답게 <프랑켄슈타인>이다.

문화제 핑계로 코노하와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나노'. 때마침 합창부에서 연극을 도와달라고 요청이 오고 나노는 무턱대고 좋다고 한다. 해서 코노하와 같이 연극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연극 연습 도중 정체불명의 협박장과 괴현상이 일어나면서 합창부원들은 겁을 집어먹는 데 반대로 나노는 신이 났다. 왜냐하면, 호러와 스플리터 마니아이기 때문에……. (.....)

미스터리 초점은 협박범이 누구냐는 것. 사실 괴물의 정체보다는 마지막에 밝혀지는 부분이 더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본편과 이음새를 만들 줄은 몰랐다. 아니 얼핏 예상하기는 했지만 설마 했던 부분이라서 즐거움이 더 커졌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처음에는 견습생 시리즈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 반 우려 반이긴 했는데 첫사랑과 상심을 읽고 나니 이 시리즈는 이 시리즈대로 참 재밌는 녀석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천성이 밝고 명랑한 나노는 사람에게 드리운 어둠을 모르는 캐릭터다. 문학소녀 시리즈 본편을 보면 다들 한 어둠 한 가닥씩 꿰차고 있다 보니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견습생 시리즈의 주인공 나노는 솔직히 괴리감이 큰 캐릭터다. 그래서 하얀 양 같은 주인공이 상처받다가 다시 꿋꿋하게 일어서는 모습이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아 나도 저렇게 순진무구했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의 나는 재활용쓰레기로도 불가능할 정도로 더러워졌어. 라거나. 귀여운 나노도 다음 권이면 끝이다. 뭐 나중에 단편집으로 출현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편 역시 막판에 가서 허를 찌르는 전개를 보여준다. 견습생 삼부작은 이런 결말 처리가 콘셉트인가 보다. 왠지 모르게 독자를 안달복달하게 하는 그런 짓궂은 장난질 말이다.

평점 7 / 10

웃는 이에몬 - 교고쿠 나쓰히코

1997년 중앙공륜신사
1999년 중앙공륜 C노벨즈
2001년 문고판(가도카와분코)
2004년 문고판(중앙문고)
2004년 영화
2006년 만화
2010년 우리말(북스피어)

일단 <웃는 이에몬>은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애정소설입니다. 그리고 원전에 해당하는 <요쓰야 괴담>이란 것이 있는데, <웃는 이에몬>의 모티브는 요쓰야 괴담이 맞지만, 실제 소설 내용은 전혀 딴판입니다. 따라서 딱히 원전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읽으면 됩니다.

어째선지 사람을 벨 수 없는 낭인 이에몬.
병 때문에 얼굴이 추하게 변한 당당한 처녀 이와.

이렇게 두 명이 주인공 남녀입니다. 혼기를 놓친 이와에게 중매를 통해 이에몬이 장가를 들게 되지만 둘의 결혼은 순탄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괴물은 멀리 동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도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괴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웃는 이에몬>에는 이런 인간 괴물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간단하고 단순한 이야기가 이리 비틀리고 저리 비틀어지게 되면서 이에몬과 이와의 관계 역시 일그러집니다. 어찌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사실 처음에 미스터리가 아니라고 선언했지만, 넓은 의미로 보자면 미스터리라고 봐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일그러지는 인간관계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을 보자면 주가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양념 정도로 쓰이긴 했으니까요. 뭐 그래도 <웃는 이에몬>은 연애소설입니다. 할리퀸 로맨스 같은 거 생각하면 큰일 나겠지만요.

평점 6 / 10

2011년 2월 13일 일요일

나와 미래상인의 여름 - 하야미네 가오루

2003년 고단샤 (미스터리랜드)
2006년 고단샤 (만화 1,2권)
2007년 우리말 (만화 1,2권) 북박스
2010년 고단샤 노벨즈

 미스터리 랜드로 나온 아동용 추리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잡았다. 그것도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하야미네 가오루의 <나와 미래상인의 여름>을. 물론 소설을 꽤 잘 그림으로 옮겨 담은 만화 버전을 봤다면 내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줬겠지만, 만화와 소설은 내용은 같더라도 엄연히 다른 경우 아닌가? 문장으로 읽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주인공은 야마무라 후타. 초등학생 6학년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후타는 자칭 '미래상인'이라는 네코야나기 겐노스케라는 청년을 만난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마을과 학교에 퍼진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처음에는 작은 미스터리가 등장하고,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은, 전형적인 하야미네 가오루 방식이다. 국내에도 우리말로 나오고 있는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 시리즈>와 유사하다. 특히 건들거리는 네코야나기는 다분히 유메미즈와 비슷한 캐릭터이다. 좀 더 여자들에게 싹싹하게 군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까? 그 외에는 거의 같다.

 아무튼, 핵심 미스터리는 학교로 숨어든 도둑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 인간 소실 미스터리 - 과 보물찾기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진행 구도가 약간 다르다. 주인공 후타는 커서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서 맞이한 수수께끼를 주인공 후타는 자기 방식대로 푸는 데 그걸 소설로 표현한다. 소년 명탐정 WHO와 그의 조수 네코이라즈를 등장시켜서 말이다. 다분히 WHO는 후타에서 따온 것이고 네코이라즈 역시 네코야나기에서 가져온 것이다. 실제 후타와 네코야나기의 관계와는 다르게 후타가 창작한 소설 안에서는 명탐정 WHO가 네코이라즈의 우위에 서 있다. 그렇게 해서 후타는 자기 방식대로 추리하지만, 매번 네코야나기에게 지적을 당한다. 이런 식으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만화 버전도 잘 편집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원작 소설의 재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추천작.
평점 7 / 10

2011년 2월 11일 금요일

괴담갑 二面 세균의 눈알 - 오트슨

2010년 이타카

이번에는 화장실 괴담이다.

수기 1,2,3이라고 되어 있고, 수기는 한 여중생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어릴 적 아빠 때문에 결벽증을 앓고 있는 여중생이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자살을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해서 수기는 주인공이 친구랑 만나서 친구한테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 설명하는 식인데, 그 속에 화장실과 관련 있는 괴담이 다수 등장한다.

이야기는 대충 이런데, 오트슨이란 작가 그동안 내놓은 소설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저런 줄거리로 그냥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할 텐데, 뭐 역시 막판에 가서는 복선을 회수하면서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역시 오트슨은 대놓고 미스터리를 쓰지는 않지만 자기가 쓰는 소설 안에다가 미스터리를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미얄의 추천> 때는 다분히 라이트 노벨 느낌이 강했다면 <괴담 갑> 시리즈는 일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미스터리 장치가 잘 어울린다. 게다가 이번에는 화장실과 불결함을 잘 엮은 소재 선정에서 부제목인 '눈알'까지 이야기와 소재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소재 중 하나가 좀 흔해 빠진 것이라는 점은 옥에 티. 라고 해도 이야기 구조상 적절한 판단이기는 하다.

1면 역시 재밌기는 했지만 좀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2면을 보고 나니 그냥 기우였다. 문장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바뀐 것이 미얄 시리즈 최신간도 은근히 기대된다. 물론 3면도.

평점 7 / 10

폐허에 바라다 - 사사키 조

2009년 문예춘추
2010년 우리말(북홀릭)

<제복수사>를 통해 처음 접한 사사키 조. 이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경찰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미스터리 재미는  별로였기 때문. 그 후 읽은 <경관의 피>도 마찬가지였다. 대하드라마 같은 내용이지만 결국 드라마일 뿐 미스터리 쾌감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읽은 <폐허에 바라다>도 성향은 비슷하다. 어떤 사건 탓에 휴직 중인 형사 센도 타카시는 과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요청으로, 수사할 근거도 권한도 없지만, 티 나지 않게 수사를 돕는다. 그런 내용의 단편이 총 6편. 이번 단편집의 특징은 '스산함'이다. 표제작 '폐허에 바라다'가 그 특징이 제일 잘 묻어나는데, 미스터리적 재미는 0점이지만 분위기 하나는 꽤 묵직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이다. 다른 단편들도 깔끔함 보다는 뒤끝이 남는 - 결말 자체가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스타일이 아니다 - 패턴이고, 시간적 배경도 대부분이 겨울이라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폐허에 바라다>는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분위기를 음미하는 느낌으로 읽으면 훨씬 재밌을 단편집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이 녀석으로 나오키 상을 받았다는데, <폐허에 바라다>만 놓고 보면 과연 상을 받을 소설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뭐 사사키 조의 작가 경력에 대해서 상을 준 걸로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평점 6 / 10

2011년 2월 10일 목요일

상처 이야기 - 니시오 이신

2008년 고단샤BOX
2011년 우리말(학산문화사)

<괴물 이야기상, 하>의 전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모노가타리시리즈가 뜻밖에(?) 인기를 끌었는지 현재는 캐릭터별 후속편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하네카와 츠바사를 주인공으로 한 <고양이 이야기 (네코 모노가타리) 흑, 백>과 마요이를 메인으로 한 <가부키 이야기(가부키 모노가타리)>까지 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인데, <상처 이야기> 는이 모든 시리즈에서 가장 앞쪽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주인공 아라라기 코요미가 하네카와 츠바사랑 같은 반이 되기 이전, 즉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봄방학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우연히 하네카와 츠바사의 속옷을 지긋이 감상하게 된 계기로 흡혈귀 소문을 듣게 된 아라라기. 하지만, 그 모든 건 우연인 듯 보였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야심한 밤에 야한 책을 사러 나간 길에 만난 흡혈귀로 말미암아 아라라기는 처음으로 '괴이'를 겪게 된다. 원래는 자살지원하는 심정으로 흡혈귀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아라라기 자신이 흡혈귀(이때에는 친족이라고 하는)가 된다. 해서 주인(?)인 키스쇼트가 강탈당한 팔다리를 대신 찾아주기 위해 흡혈귀 사냥꾼 세 명과 대결을 벌인다. 플롯 자체는 비교적 간략한 편이다. 소설 안에서 학원이능배틀물 이라는 말을 쓰는 데 딱 거기에 맞는(?) 내용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뭐 마지막에는 그냥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미 <괴물 이야기>를 알고 있는 독자한테는 키스쇼트가 어떤 캐릭터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HOW 그런 결과가 됐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상처 이야기>에서도 하네카와 츠바사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아라라기와 어떻게 만나서 엮이게 됐는지 정도만 나온다. 대신 서비스 장면이 꽤 된다. 취미 120%로 썼다는 설정(?)이지만 체육창고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지 꽤 기대된다.

평점 6 / 10

2011년 2월 8일 화요일

수사의 재구성~은폐수사2 - 곤노 빈

2007년 신초사
2010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시작)

전편은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에는 꽤 미묘한 분위기의 경찰소설이긴 했는데, 이번에는 제법 '미스터리 소스를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류자키에게 책임 소재를 묻는 스타일은 전편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플롯 자체를 어느 정도 반전 요소를 끌어들였다. 경천동지할 트릭! 과는 거리가 멀지만, 시리즈 성격상 적당한 녀석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더 호감이 간다. 아무튼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편에서 서장으로 발령을 받은 주인공 류자키에게 이번에 또다시 시련이 닥친다. 류자키가 담당한 지역에서 강도범인의 농성사건이 벌어진다. 인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 범인은 사살당하고 마는데……. 매스컴과 인권단체에서 과잉진압이라고 떠들기 시작하고 류자키는 감찰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원리원칙과 합리성의 신봉자인 류자키 신야는 특이한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그런 사람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예전에 TV에서 본,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람과 한 인터뷰가 기억난다. 참 대단하다고 하니, 정작 당사자는 나는 당연한 일을 하는데 왜 주변에서 그렇게 추켜세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취지였다. 아마 <은폐수사 시리즈>의 주인공 류자키 신야도 그런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본인은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몸소 실천할 뿐인데, 주변에서는 별종이라 불리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류자키의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주인공이 익숙지 않은 집안일에 당황해 하는 장면이 제법 코믹하게 묻어난다. 더불어 아들이 건네준 애니메이션 DVD는 - 일부러 제목은 밝히지 않겠다. 책에서도 언급하지 않았으니까 -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하!' 할 녀석이다. 머릿속으로 주인공 류자키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걸' 보고 있는 상상을 했다가, 방구들에서 데굴데굴 굴러야 했다. <은폐수사 시리즈>를 코믹 경찰소설로 봐도 되지 않을까?

평점 7 / 10

2011년 2월 6일 일요일

천사의 잠 - 기시다 루리코

2006년 도쿠마쇼텐
2010년 문고판
2008년 우리말(대교베텔스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이 우리말로 소개된 거 자체가 미스터리가 아닌가 싶다. 기시다 루리코는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받은 <밀실의 레퀴엠>으로 데뷔한 작가인데, 약간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자세한 건 책에 있으니 생략) 그런데 데뷔작도 아닌 작품이 나온 것에 상당히 의아해한 기억이 지금도 난다.

아무튼,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13년전 사랑했던 여성을 다시 재회하게 된 주인공. 주인공을 차버린 여자는 재혼을 두 번이나 했고 두 번 다 남편이 살해당했다. 게다가 13년 전 주인공이 기억하고 있던 여자와 현재의 여자가 너무나도 다르다. 하지만, 주인공과의 일화를 잘 알고 있는 여자.

대충 이런 내용인데, 솔직히 썩 재밌는 소설은 아니다. 아마존 재팬 서평에서처럼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듯한 (옮긴이 말에서 그대로 인용함) 내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만, 실제로는 너무나 뻔한 내용이어서 약간은 색다른 '로맨스' 소설 같은 녀석이다. 아니 그냥 연애소설로 받아들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여담) 소설 속에서 변형 프리온 이야기가 나오는 데 그래서 우리말로 나온 건가? ㅋㅋ
평점 3 / 10

2011년 2월 5일 토요일

춤추는 대수사선 THE MOVIE3 ~ 녀석들을 해방해라 (2010)

2010년

신 완간서 준공에 맞춰 이사 준비에 한창인 춤대 멤버들.하지만, 이사 도중 권총 3정이 도난당한다. 범인의 요구사항은 지정한 사람들을 석방하는 것.

이야기는 비교적 간략한데, 상영시간은 2시간 20분 정도. 엔딩 크레딧 제외하면 대략 2시간 10분 정도인데 좀 길다. 특이점으로는 TV 드라마, 특별 드라마, 극장판 1,2탄을 전부 본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다 보니 정확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총집편 같은 느낌이다. 기존 팬을 위해서-보다는 뭐 어차피 돈이 목적이겠지만 - 만든 것까지는 찬성하는데, 문제는 플롯의 완성도다. 춤대 시리즈가 뭐 정통 미스터리 드라마가 아니라서 그런 쪽 기대는 솔직히 하지는 않았지만 3탄의 플롯은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멍청이 둘이서 누가 더 멍청한가 싸우는 꼴을 보고 있자니 복장이 터져서 그냥 혈압만 수직으로 상승하는 꼴이다. 그러다 보니 팬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 생각했던 분도 전부 우려먹기로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드라마 전부 DVD로 모은 걸 생각하면 그저 내가 호구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딴 걸 보려고 돈을 쓴 게 아닌 데 말이다.

더 뭐라 하기도 귀찮다.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보도록.

평점 1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