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 토요일

명탐정의 아들 - 최상희

2012년 비룡소

 중학생 소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하는 도입부 부터 화자의 재치와 입담이 경쾌하고 발랄해서 쉽게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들게 해준다. 현실감각이 없는 것 같은 자칭 명탐정 아버지와 학업과 가사를 병행해야하는 조숙한, 명탐정의 아들이라는 구도는 만화같으면서 일본의 라이트노벨 같은 느낌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밝아 보인다. 하지만 행운의 열쇠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아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결코 소설의 내용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시작은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같지만 실제 속 내용은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주인공 덕분에 균형이 맞는 것 같다.

 기본 뼈대는 하드보일드다. 아무래도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 미스터리로 꾸미기에는 가장 쉽기(?) 때문인 것 같지만 <명탐정의 아들>은 그럼에도 미스터리 부분이 빈약하다. 자살, 사고사, 살인을 놓고 저울질 하지만 이미 답은 처음부터 나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순서를 섞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건 단서 배분 문제로 역효과다. 독자의 흥미는 유발할 수 있겠지만 미스터리로서는 감점요인이다. 미스터리가 줘야하는 재미를 희생한 만큼 주제를 깊게 파고들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어둠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주변만 살짝 살짝 건드리다가 끝난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과 결말을 보고 있으면 열린 결말이나 마찬가지다. 책 속 밖의 아이와 어른에게 던지는 화두다. 이대로 괜찮겠나?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그런 것 말이다.미스터리만 보면 전반적으로 부족한 느낌의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리즈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든다. 시리즈물이라면 이번 작에서 부족한 부분은 속편에서 만회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도 궁금하고(어릴적 사건의 뒷이야기) 주인공 친구 몽키(...) 이야기도 더 보고 싶고, 주인공 아버지와 어머니 에피소드도 파고들면 한없이(?) 나올 것 같다. 게다가 주인공이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생이 되면? 꽤 재밌을 것 같은데 과연 후속편은 나올 수 있을까?

평점 5.5 / 10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오늘밤 안녕을 - 마이클 코리타

2004년  Tonight I said Goodbye
2012년 우리말

오늘 밤 나는 작별을 고했다.
원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뭔가 끈적거리는 듯 재즈 음악과 함께 담배연기와 향수 냄새가 느껴지는 그런 제목입니다. 미국 1900년대 초반 하드 보일드 풍의 스릴러입니다. 딱 그 냄새가 물씬 납니다. 물론 배경은 현대 미국이지만 소설이 지향하는 바는 과거 하드보일드 풍에 대한 찬가같은 느낌입니다.

작가의 나이 21세에 쓴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역시 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확실이 나이에 비하자면 높은 완성도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작가에 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책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기본 얼개는 너무 단순하고 단서를 찾아 움직이는 과정은 기계적인 반복입니다.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은 탐정에게 애수를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고안된 것일 뿐 그것 자체가 딱히 큰 의미를 지니지도 않습니다. 다만 필력은 살아있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플롯만 잘 다듬으면 충분히 중박이상은 꾸준히 칠 만한 여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일단은 링컨 페리 다음작을 읽어보기는 할텐데 지금 당장은 아니네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평점 3.5 / 10

내가 살인범이다 (2012)

2012년 개봉
 정재영, 박시후 주연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정재용은 형사, 박시후는 범인입니다.
 그런데 범인은 그냥 범인이 아니라 살인공소시효가 만료된 범인이죠.
 그래서 범인인데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재밌는 건 이런 범인이 '내가 범인이다!'라는 책을 출판해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TV토론에 나와서 형사랑 맞짱토론(?)도 벌이고 뭐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스컴의 주목을 한몸에 받습니다.

 영화의 기본 뼈대는 이렇습니다. 여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기에 감독은 초반부터 액션에 공을 들입니다. 초반 추격신의 흔들리는 카메라,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장면, 초중반 자동차 추격장면과 액션 등 단순 스릴러가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것에 많은 장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액션 자체로는 크게 나무랄 데 없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재밌게 볼 수 있는데 이게 영화의 기본 뼈대와 합체하고 나니 어딘가 어긋나는 느낌이 듭니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데 스릴러 파트와 액션 파트 두 개를 나누어 찍어서 한데 합쳐놓은 느낌입니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연쇄살인범의 피해자 유가족 중 한명인 석궁을 쏘는 여자의 등장 장면입니다. (이 정도는 헤살 범위 안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 외에 영화의 큰줄기와는 상관없지만 세부적으로거슬리는 부분을 꼬집자면, 영화의 스토리중 의도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넣은 장면이 있습니다.. 살인범 빠순이 여고생들의 희화화된 부분, 여자 변호사의 눈물 등 일부 여성들의 행태를 비꼬는 연출이 눈에 띄더군요. 이런 어이없는 행태를 담당하는 것이 어째선지 전부 '여자'라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여겨집니다. 여기에 살인범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자극하는 연출이 맞물리니 그에 대한 복수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죠. 이런 식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이 다수 보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도 빛이 바랬습니다. 범인이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해서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답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반전의 정체거든요. 액션과 감정을 자극하는 연출에 신경 쓸 여력을 좀 더 형사-살인범-반전-동기등에 쏟아부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족) 마지막의 담뱃불이 정말이지........... ㅠ.ㅠ

평점 5.5 / 10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 시마다 소지

2012년 우리말 (해문)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시각표 미스터리다. 그 시간표는 당연 열차겠고.  그리고 난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런 시각표 미스터리는 정말 싫어한다. 이유는? 그냥. 산수가 싫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심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침대특급~ 벽>은 그런 단순한 열차 타고 비행기 타고 용의자가 땀나게 뛰어다니면서 살인 저지르고 알리바이 만드는 미스터리에 '플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은 알리바이 트릭이다. 여기에 플러스가 추가되는게 이 추가요소가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알리바이(?)를 부수는 것이다. 사망추정시각에 열차에서 목격된 피해자. 유령도 아니고 대체 어째 이런 일이? 설마 쌍둥이? 오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일까? 아무튼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면 될 테고 실망스런 작품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80년대 초반에 나온 소설이다. 그걸 감안해서 읽어야 겠다.

 요시키 형사 첫 작품이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가 먼저 나왔지만 요시키 형사의 데뷔작은 <침대특급~ 벽>이다. 꽤 많이 나왔는데 과연 어디까지 우리말로 나올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평점 5 / 10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1990년 고단샤
2012년 우리말(포레)

 처음 <요리코를 위해> 우리말 출간 소식을 접하고 그 뜬금 없음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진 연속!으로 잘 팔릴 내용도 아닐텐데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 번역됐다는 것이 놀라웠다.

 소설의 기본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도입부는 한 아버지의 수기로 시작한다. 여고생 딸이 살해당하고 딸을 사랑한 아버지는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 복수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렇게 수기는 끝나고 린타로가 수기를 바탕으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는 방식이다.

 하드보일드 풍이면서 범인의 정체와 동기를 동시에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의욕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이라서 정직한 소설이다. 해서 수기만 잘 봐도 범인과 동기까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독자들도 그리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페어 플레이를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맞지만 추리소설을 막판의 큰 한방을 원해서 읽는 독자에게는 배고픈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이 걸 조율하는 것이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긴 한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계량 저울로 재듯이 쉬웠다면 얼마나 좋으랴. 

책 제목 또한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 장을 손에서 내려놓았다면 제목을 음미해 보자, 요리코를 위해...........

평점 5.5 / 10

2012년 11월 1일 목요일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 엘러리 퀸

1930년 The French Powder Mystery
2011년 우리말 (시공사)

 국명 시리즈 두 번째.
 초기작 답게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 꼼꼼한 단서와 논리가 어우러진 퍼즐 같은 재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서 사람은 죽었지만 싱긋 웃으면서 게임을 시작하죠라는 엘러리 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극히 미스터리에만 초점을 둔 작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퍼즐에 집중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독자 사이에서 취향 차이를 탈 가능성이 높다.

 퀸의 초기작품이지만 역시 흡입력이 대단하다. 초반 빠르게 사건이 일어나고 퀸 부자의 개입과 동시에 지면의 대부분은 - 아마 80% 정도는 수사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시체를 조사하고, 관계자의 증언을 듣고, 단서를 확보하고 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정작추리소설 독자에게 익숙한(?) 알리바이는 소설 막바지에 가서야 나온다. (이건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딱히 스포일러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단원. 결말이 무척 깔끔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허무할 정도로 깨끗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여기에 서문의 도움말의 어떤 대목과 제목의 파우더를 떠올려 보면,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는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임에 분명하다.

평점 6 / 10

1929년 로마 모자 미스터리
1930년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1931년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1932년 그리스 관 미스터리
1932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1933년 미국 총 미스터리
1933년 샴 쌍둥이 미스터리
1934년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
1935년 스페인 곶 미스터리

버닝 와이어 - 제프리 디버

2010년 The Burning Wire
2012년 우리말(RHK)

 링컨 라임 시리즈 9번째 이야기.

 시리즈 전환점은 7번째 <콜드 문>이었다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그 전까지는 소규모 연쇄 살인사건이 시리즈의 주요 소재였다고 한다면 콜드 문 이후로는 대규모 사건으로 스케일이 확장됐다. 전작 <브로큰 윈도>가 그랬고 이번 <버닝 와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의 필수불가결 전기를 핵심 소재로 택했다. 전기를 이용한 테러. 그게 대응하는 링컨 팀. 반면 콜드 문에서 파생한 캐스린 댄스는 링컨 라임 초창기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다.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는 <잠자는 인형>과 소셜 네트워킹의 위험성을 소재로 했지만 속은 인간 내면의 문제를 다뤘다고 보이는 <도로변 십자가>는 현재 링컨 라임 시리즈와 정반대의 입장에 위치한 듯한 느낌이다. 일부러 작가가 노리고 만들었을 거라는 짐작은 간다. 제프리 디버가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꾸몄을 거라 믿기지 않으니까.

두 시리즈는 노선을 완전 달리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링컨 라임의 초창기 시리즈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콜드 문까지는 상당히 괜찮았다. 하지만 브로큰 윈도 부터 '브로큰' 하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버닝 와이어>에서는 시리즈가 세운 공든 탑이 '불타기' 시작한 느낌 마저 든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어째 완성도와 재미는 갈수록 떨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족시켜준다는 것이 제프리 디버의 마술이지 싶다. 무서운 작가다. 개인 취행에 빗대서 <버닝 와이어>가 별로라고 했지만 반대로 콜드문과 버닝 와이어를 더 좋아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현재 내 안에서 링컨 라임 시리즈는 확고한 믿음에서 한 단계 추락한 상태다. 10번째를 읽고 나면 이 시리즈에 대한 내 느낌이 정확해질 것 같다. 역시 캐스린 댄스 시리즈도 3번째 작품에 나와야 믿음으로 갈지 그냥 기대에서 머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최신작들은 내년에나 나오려나?

평점 5.5 / 10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도로변 십자가 - 제프리 디버

2009년 ROADESIDE CROSSES
2012년 우리말(비채)

 동작학 전문가,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도로변에 설치된 십자가와 장미 꽃다발. 그리고 습격당한 이들. 그들의 공통점은 블로그로 특정인을 향한 악성 댓글이었다. 범인은 악성 댓글의 피해자? 아니면.......

파워 블로거, 소셜 네트워킹,악성 댓글, 집단 따돌림.
온라인 게임에 빠진 10대. 은둔형 외톨이. 게임과 폭력.

소재는 자극적(?)인데 실제 내용은 별로 선정적이지 않다. 머리가 갈라지고, 손 발이 잘려서 널부러지고 그런 자극적인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우르르 몰려와서 악의에 차서 한 사람을 짖밟는 걸 보여주는데 이쪽이 훨씬 잔인하고 무섭다. 아니, 실제 현실 온라인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보니 소설 속에서 일어난 픽션임에도 무척 리얼하다. 그리고 플롯은 거의 후반부까지 그 노선을 따라간다. 시종일관.

하지만 우리 독자는 알고 있다. 제프리 디버가 제시하고 캐트린 댄스의 행동으로보여주는 일련이 플롯은 함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루하다. 과연 진상은 어떨지 이리 저리 통밥을 굴려야 하고 어느게 단서고, 어느게 함정인지 고민하면서 읽다 보면 피곤해진다. 그 피곤함이 이런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면 충분히 만족스런 답(?)이 기다리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자. 겨우(?) 600 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인데 단숨에 읽어버리자.

후반부 미스 디렉션 중에 하나가 우연에 의존했다는 점이 계속 마음 속에서 걸린다. 현실에서는 기가막한 우연이 존재하는 걸 보면 소설 안에서 일어나는 그 정도 수준을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그 부분이 후반부 반전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에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좀 더 그럴듯한 플롯은 없던 것일까? 하는 그런 아쉬운 불편함이.

<도로변 십자가>에는 <잠자는 인형>에서 쉴 새 없이 독자를 몰아 붙이는 폭풍같은 전개는 없다. 캐트린 댄스의 활약도 마찬가지다. 시리즈 캐릭터 정립을 위해 댄스의 가정과 일, 가족과 연애가 살인사건 수사와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이번 편은 쉬어 가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무척 만족스럽다. 물론 그 쉬어가는(?) 이야기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간다는 것이 제프리 디버의 무서움이지만.

평점 6 / 10

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2011년 가도카와쇼텐
2012년 우리말(황금가지)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리한 작가다.
소설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은 허구의 문학이다. 극단적으로 허구만을 추구하면 리얼리티가 없다고 질타를 받고, 너무 현실성만 추구하면 재미가 없다. 그럼 허구와 현실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재미까지 있게 만들려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와 흥분을 동시에 안겨주면 된다. 그래서 그의 데뷔작 <13계단>은 대단히 놀라운 작품이다. 인간이 인간을 공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사형제도의 모순과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사형제도라는 생각할 거리는 일견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 그의 데뷔작을 읽어보면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글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독자는 작가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는(?) 꼴이다. 물론 즐거운 재주넘기다. 그의 이런 패턴은 후속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유령인명구조대> <그레이브 디거>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 등 우리말로도 번역 출판된 것들인데, 이 역시 적당히 생각할 거리와 재미를 적절하게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680페이지, 흉기에 가까운 책 <제노사이드>가 있다. 처음 집어들면 무게와 두께에 압도당한다. 저자 이름을 모르고 들었다면 영미권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분량이다. 이번에는 인류는 왜 인류를 학살하는 가라는 화두거리를 들고 나왔다. 이미 전작의 소재를 알고 있다면 다카노 가즈아키의 선택은 놀랍지만은 않다. 예견된 행동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두꺼운 책에 비해 읽히는 속도는 빠르다. 아프리카, 일본, 미국을 넘나드는 시점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인종, 국적의 캐릭터들이 연기하는 버라이어티 액션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잘 만들어진 제3세계 액션영화 같다. 헐리우드 영화로는 이런 내용은 결코 나올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재미는 딱 잘라 말해 별로다. 반전이라고 준비해놓은 부분도 있지만 무르다. 원래 이 소설은 그런 막판 뒤집기가 재미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논점을 일탈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미스터리 팬이라서 그런가 그런 부분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2권으로 분권되서 나올 줄 알았던 책인데 단권으로 나와서 정말 놀랐다. 황금가지가 미쳤어요!! 아무튼 가격대 성능비 아주 좋은 책이다. 추천.

평점 6 / 10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불연속 세계 - 온다 리쿠

2008년 겐토샤
2012년 우리말 (비채)

<달의 뒷면>과 세트로 읽으면 좋긴 한데, 이렇게 타이핑 치는 나부터 <달의 뒷면>을 읽은 지 너무 오래 돼서 대체 무슨 내용이었나? 싶어서 뒤적여 보지만 정말 그런 스토리였단 말이야? 라고 놀랬다. 제목만 보고 달 탐사 이야기인줄 알았으니까. 불과 몇 년전 읽었던 것인데 이렇게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줄이야, 다시 놀랐다. 또한 그 정도로 내 기억 속에서 <달의 뒷면>은 인상적이지 못한 소설이었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든다.그래서 <불연속 세계>의 주인공 '다몬'이라는 캐릭터는 처음 보는 낯선 인물이 됐다.

다섯 개 단편이 들어있다.온다 리쿠 단편집 특징상, 따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몰아서 쓴 건 아니고 전부 잡지에 드문 드문 연재됐던 걸 한데 묶어 놓은 것일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단편 속의 다몬도 나이를 먹어간다. 20대 중반의 다몬이 등장하는 '나무지킴이 사내'를 시작으로 마지막 단편 새벽의 가스파르에서 다몬은 40대 중후반이다.

내용은 기묘한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살짝 버무려 놓은 가볍게 읽기 좋은 것들이다. 이런한 특징은 온다 리쿠 소설 전반에 깔린 것과 같다. 출퇴근하는 버스, 치하철에서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미스터리 색채만 보면 뒤로 갈수록 선명해진다. 오랜만에 접한 온다 리쿠 소설임에도 제법 만족스럽게 읽은 걸 보면 아직 내 안에는 온다 리쿠를 기억하는 뇌세포가 있나 보다. 이 기회에 <달의 뒷면>이나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그냥 생각만으로 끝날 것 같다.

아, 마지막 단편의 머리카락 에피소드가 묘하게 인상에 남는다. 으웩. 

평점 5.5 / 10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가짜 경감 듀 - 피터 러브시

1982년 The False Inspector Dew
2012년 우리말 (엘릭시르)

 초반 전개는 다소 산만해 보인다.
 가짜 경감 듀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 가짜 경감을 하게 된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배 침몰 사건과 생존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번에는 치과 의사와 그의 연극배우 아내 스토리가 등장한다. 또한 사이 사이에는 사기꾼으로 보이는 일행과 백만장자 청년과 그의 대학교 동창인 처녀와 그녀의 가족이 나오기도 한다.

 내연녀(?)와 공모해 아내를 죽이기 위해 배에 변장해서 탔지만 재수없게 명경감 듀로 오인받아 사건을 수사해야하는 주인공. 재밌는 건 감투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건지 알아서 승객들이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증언과 단서를 제공한다. 여기에 초반부 등장했던 인물들은 전부 한 배에 타서 같은 사건을 겪게 된다. 

 선상 미스터리고 하는데 실제 배 위에서 사건이 벌어지기까지는 거의 정확하게 책 반절이 지나야 한다. 따라서 책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해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건지 합당한 설명을 하고 있다. 주목할 건 그 설명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게 <가짜 경감 듀>의 장점이다. 인물과 인물을 종잡을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독자에게 보여주는 묘사가 산만해 보이지만 거듭될 수록 흡입력이 발생하고 적절한 순간에 드디어 사건이다! 라고 하는 지점이 딱 책 중반부 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단점이라면 극적 긴장감이 별로 없다는 점일 것이다. 등장인물 중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아주 희극적으로 그려지는데 - 특히 앨마의 로맨스 소설에 빗댄 자기합리화는 그야말로 코믹의 절정이다 - 이런 부분 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명경감 듀께서 알아서 해주실테니까! 라는 느긋함이 소설 전반에 걸쳐 깔려있다.

 <가짜 경감 듀>(물론 이번 새로 발간된 신판)나 시공사 쪽에서 나온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좀 본전 이상은 팔려서 피터 러브시의 다른 대표작도 몇 권 정도는 (전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소개되면 좋겠다.

평점 6.5 / 10

고식 외전~ 겨울의 새크리파이스 - 사쿠라바 카즈키

2012년 우리말 (NT노벨)

 나오키 상 수상하는 바람에 너쿠 커버린 작가의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수상 전에도 메이저 데뷔를 성공적으로 해서 고식 시리즈 완결은 언젠가는 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다. 아무튼 외전4편이다. 외전은 총 네 권으로 부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어쩌구 식으로 사계절로 시작한다. 4편은 마지막에 해당하는 겨울. (마지막이면서 시작이지만) 본편 7권에서 학원으로 돌아와 본편 8권 사이에 벌어진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주로 나오는 사건은 주변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다. 그레빌과 자클린, 브라이언 이야기, 아브릴 관련 에피소드다.  미스터리 요소는 있지만 캐릭터들 이야기가 워낙 강해서 추리 색채가 너무 옅다. 이게 미스터리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약하다. 결국 본편 시리즈를 전부 읽은 독자를 위한 팬서비스용 단편 모음집이긴 한데 (돈 주고 사서 봐야한다는 게 함정이다만) 웃긴 건 이 단편이 일반인 대상으로 한 잡지에 연재됐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내에서)

평점 4 / 10

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샴 쌍둥이 미스터리 - 엘러리 퀸

1933 The Siamese Twin Mystery
2012년 우리말 (시공사)

이 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미스터리 팬이라면 모를래야 모를리가 없으니 불필요한 소개는 생략하고 바로 내용으로 들어간다.

산불 때문에 산장에 고립된 퀸 부자.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산불은 점점 다가오고 살인범은 오리무중. 과연 누가 범인인가? 전형적인 닫힌 공간을 설정으로 한 범인 한정 미스터리. 여기에 피해자는 다잉 메시지까지 남기고 있다. 트럼프 카드를 반으로 찢어 손에 쥔 채. 퀸 부자는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수집 입증하지만 새로운 증거에 가설은 무너진다. 다시 세운 명제 역시 증거가 있는 것 같지만 또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 그리고 사건은 화마 속에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하나 얘기해 두고 싶은 것은 <샴 쌍둥이 미스터리>는 과도기적인 내용이라는 점이다. 국명 시리즈의 후반기 작품이면서 라이츠빌 시리즈 사이의 전환점과 같다. 엘러리 퀸 하면 흔히 생각하는 거시기(?)가 없다! 언제 나오려나 기다려봐야 헛수고다. 그딴 거 없으니까. 게다가 내용부터 기존 국명시리즈와 다르다. 초중반 국명 시리즈는 논리가 우선하는 논리 지상주의 같은 느낌이라면 후반기로 갈수록 첨예한 논리는 여전하지만 빛이 바랜다. 어떤 식이냐면 아무리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해도 자연재앙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샴쌍둥의 속의 산불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마지막 범인의 정체를 앞두고 탐정과 용의자 전원이 합심해서 불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과 마지막 결말의 마무리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설정이겠지만 사실 원조를 따지자면 <샴 쌍둥이 미스터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미스터리 취향에 따라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라설지도 모른다.

평점 7 / 10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2012년 우리말 (두드림)

원제는 '소세키'와 런던미라 살인사건이다.
잘못 발음하면 소새끼와 런던미라가 되니까 그래서 나쓰메 성을 붙인 것도 있을 것이고, 일본애들은 소세키 하면 아 그 소세키 하고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소세키인지 소새끼인지 알게 뭐람일 것이다. 초장부터 제목 가지고 뭐라 한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셜록 홈즈'도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됐을 당시의 일본애들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였을 것이다. 소세키와 홈즈라니.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수준의 내용이다. 게다가 머리말은 왓슨이 남긴, 알려지지 않은 수기와 소세키의 런던 체류기를 바탕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내용까지 곁들이고 있다.

이야기는 두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 소세키와 왓슨. 그리고 두 가지 시점을 공유하는 홈즈가 존재하는데, 전자가 바라보는 홈즈와 후자바 바라보는 것에는 전혀 다른 시점을 갖고 있다. 소세키 속에서 나오는 홈즈는 우스꽝스런 미치광이 같은 캐릭터로, 왓슨의 홈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석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처음에는 전자의 묘사가 불편한데 읽다보면 묘한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홈즈가 존재했다면 일반인들의 눈에는 저랬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

잘 만들어진 동인소설, 팬픽이다. 나쓰메 소세키와 셜록 홈즈 둘 다 알고 있다면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은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유쾌하고 즐거운 내용이니 부담없이 읽기 좋다.

평점 6 / 10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미래일기 TV 애니메이션 전26화

유노의 귀여움(?)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다.

그림 출처 : http://www.pixiv.net/member_illust.php?mode=medium&illust_id=23751683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으로 26화로 끝났다.
미래일기를 갖고 있는 12명이 신이 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데스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의 원작을 과연 얼마나 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TV판은 동화와 연출로 원작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본작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사이 유노'라는 캐릭터의 표현력이 가장 돋보였다. 비정상 여주인공의 에로틱하면서 귀엽지만 그 속에 숨이었는 악마적인 폭력성을 정말 잘 구현해냈다. 짝짝짝!

원래 원작 자체의 스토리가 막장스런 전개를 보여주지만 거기에 큰 일조를 보태고 있는 것 또한 이 가사이 유노라는 여자애다. 따라서 유노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미래일기를 재밌게 보느냐 마느냐 최소한의 조건이 되겠다. 미소를 지으면서 도끼자루로 목을 따는 여자애 캐릭터가 미친년같지만 귀여워! 라고 느낀다면 미래일기는 참 재밌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고 저거 뭐야 무서워! 정신병원에나 가버려! 라고 느꼈다면 어서 미래일기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정신 나간 전개를 보여주니까 말이다. 참고로 가사이 유노의 한자를 보면 재밌다. 뒤의 유노는 이름이고 앞의 가사이가 성인데 가사이의 한자는 내 마누라라는 뜻이다. 일본어로는 와가츠마 라고도 읽을 수 있는 한자. 해서 가시이 유노는 그대로 이름이 되지만 중의적 의미로 내 마누라 유노라는 뜻도 갖고 있다.

다만 매화 자극적인 내용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물리는 경향이 있다. 역치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적당한 자극은 흥미를 돋우지만 지나친 자극은 금방 익숙해져서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원하는 그 이상의 자극이 나오지 않으면 되려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초반 긴장감 있는 전개가 중반 후반을 거치면서 단순한 도륙과 자극으로 점철된 나머지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괄약근이 풀어져버리고 만다.  결국 반복되는 자극과 느슨하고 단순한 전개와 맞물려 당초 미래일기가 보여주고 보여줘야하는 재미가 사라지고 만다. 결국 남는 것은 가사이 유노, 우류 미네네 같은 특정 캐릭터 밖에 없고 이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서 평점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애니메이션판 미래일기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높은 연출로 초월이식을 보여주긴 했지만 동시에 원작의 한계도 그대로 갖고오는 모순을 보여준 작품이다. 흥행에도 별볼일 없는 성과를 거둔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아 사족이지만 이거 어나더 월드라고 해서 TV 드라마로도 있는데, 이게 참, 뭐라 말을 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 없는 놈이 있다. 그냥 한단어로 표현해도 되겠지만 워낙 저질 완성도라 이렇게 칼로리 소비하면서 키보드 투닥질 하고 있다. 아무튼 보지 말자. 그냥 신경 끊자.

평점 5.5 / 10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라이어 게임~재생 (2012)

2012년 개봉

파이널 스테이지가 끝인줄 알았더니만 '재생'이라고 또 나왔다. 뭐 돈이 되니까 나온 거겠지만 시리즈 여주인공(?)인 누구더라, 거시기 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아무튼 계약문제인지 뭔지 여주인공 역할이 바뀌었다. 라지만 어차피 라이어 게임에서 여주인이 맡은 극중 행동과 대사의 대부분은 정해져있고 그걸 누가 연기하느냐의 차이만 남는데, 이번에 맡은 여자가 미모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시리즈에는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아예 처음 드라마부터다베 미카코가 여주인공으로 나왔더라면 차라리 더 낫지 싶은 생각이다. 이제 생각났는데 기존 여주인공 역은 도다 에리카였다. 에리카 보다는 미카코가 내 취향인가 보다.

아무튼 이 시리즈는 사실 중요한 건 게임의 내용이다. 캐릭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게임의 룰과 그걸 풀어가는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등장인물이야 쥐가 나오건 고양이가 나오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해서 이번 게임은 의자뺏기다.  게임 참가인원은 스무 명. 의자는 15개. 의자에 못 앉은 사람은 탈락. 하지만 1라운드가 끝나면 전원 투표에 참가해서 투표수가 많은 사람이 당선되어 다음 라운드에 사용못하게 의자 하나를 정한다. 이런 식으로 라운드가 거듭될 수록 의자는 줄고 탈락자는 늘면서 자연스레 한 명이 우승자. 단 여기에 변수로 등장하는 것이 메달이다. 1인당 20개 메달을 갖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우승자의 메달 1개에 1억엔이라는 것이 포인트 되시겠다. 당연 이 메달의 존재와 투표가 의자뺏기 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해서 게임은 나름 재밌긴 한데...........

러닝타임이 길다. 어차피 별로 돈 들어갈 내용도 아닌데 그냥 스페셜 드라마로 나와도 충분할 걸 억지로 영화로 만들어놓아서 (이건 전편도 마찬가지다) 화면은 어색하고 게임 중간 중간 캐릭터들의 헐리우드 액션이 너무 많아서 게임 분위기를 헤친다. 역시 이 작품은 원작만화가 제일 낫다.

평점 3 / 10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어두운 거울 속에 - 헬렌 매클로이

1950 THROUGH A GLASS, DARKLY
2012 우리말 (엘릭시르)

이쁜 장정과 속지를 건너서 시작되는 내용은 처음부터 '유령'과 '도플갱어'다. 도입부 부터 상당히 독자를 자극하는 발칙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건 대놓고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결말(진실)이 절대 도플갱어 따위같은 판타지일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50년대였다면 아마 이런 판타지? 리얼?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소재가 상당히 먹혔을 법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아직도 창조론을 굳건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 시대라서 1950년대와 그리 다를 법하지 않다는 함정이 존재하지만 각설하고 어쨌든 양식과 지성이라는 뇌세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판타지는 안중에 없을 것이고 저걸 현실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릿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해야한다. 도플갱어라면 가장 쉽게 연상되는 건 역시 일란성 쌍둥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도 소문의 주인공인 포스티나한테는 출생의 비밀(?)도 있다.

아무튼 소설 안에서는 영매부터 마녀까지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긴 하지만 사실은 잔가지에 불과하고 범인과 연결되는 직접적인 단서는 꽤 간결하다는 것에 마지막에 가서 놀라게 된다. 단순한 것이 진리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는 단편을 장편으로 수정해서 그런 것일까? 게다가 결말은 열려있다. 사실 답은 두 개가 준비되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편의상 하나는 탐정 측의 주장. 다른 하나는 범인 측 주장이다. 이 두 개는 공통사항도 있지만 대립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결말은 다분히 탐정측 주장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슬며시 드는 척만 하지 확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일말의 여지를 남기는 식이다. 그래서 일종의 열린 결말에 가깝다. 이런 결말 방식은 호오가 꽤 갈리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뭐하고 나는 이런 스타일 좋아한다. <어두운 거울 속에>의 장르 속성에도 잘 어울린다.

책도 이쁘고 글자도 큼직하니 읽기 편하다. 아주 좋다. 원래는 이 책만 보고 같이 출간된 <가짜 경감 듀>와 <환상의 여인>은 넘길려고 했는데, 표지만 봐도 이뻐서 나머지 두 책도 새로 읽을 작정이다. 역시 책은 손 맛도 중요하다. 전자책은 결코 줄 수 없는 짜릿한 맛이다.

평점 6 / 10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기타모리 고

2012년 우리말 (피니스아프리카에)

일본에서는 나온지 좀 된 놈인데 꽤 늦게 우리말로 소개됐다. 그래서 그런가 일본추리작가협회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이라고는 하는데 빛이 바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미스터리는 이런 면에서 한계를 갖기 쉬운 것 같다.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언제나 반짝이는 놈들도 있다. 우린 그걸 쉽게 명작이라고 부른다. 걸작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을 그런 명작이니 걸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술집 마스터 구도 데쓰야가 탐정 입장으로 장르 속성은 '안락의자 탐정물'에 가깝다. 독자와 탐정은 서술트릭으로 직접적으로 독자를 속이지 않는한 같은 입장에 위치한다. 그래서 접하는 단서는 똑같다. 그리고 페이지 한계상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결말과 운이 존재한다. 그냥 탁하고 탁자를 내리쳤더니 그 소릴 듣고 놀라서 억!하고 죽었다는 상상에 가까운 진실 같은 미스터리 플롯이다.  뭐 이런 것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량이 단편이건 정답이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특성상 답은 존재해야하는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고 최소한의 복선을 한정된 페이지 안에서 전부 깔아야한다는 건 고난이도 작업이다. 미스터리는 어찌보면 장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추리단편은 맛을 내기가 더 까다롭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니 단점을 덮기 위함보다는 이렇게 써보니 자연적으로 단점이 덮어지더라, 같은 느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잔잔한 파도(겉으로는 잔잔하지만 그 속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 없는) 같은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여는 단편과 닫는 단편을 같은 인물과 소재를 이용해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미스터리 자체는 거의 같다. 트릭과 반전보다는 인생과 사사연 위주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내 평가가 박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은 꽤 마음에 들었다.

평점 5 / 10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명탐정 코난 극장판 11번째 스트라이커

 몇 번째 극장판인가? 하도 많아서 이제는 세기도 힘들 뿐더러 귀찮기도 하다.  그냥 매년 한 편씩 나오니까 그러려나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아무튼 이번에는 J리그(일본축구리그) 20주년 기념과 명탐정 코난 합작품이다. 해서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애들만을 노리고 만든 내용의 작품이란 얘기. 뭐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떨어진 내용은 아닌지라 그럭저럭 볼 수는 있겠지만 J리그에 대해 알아야지만 더 재밌게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해서 내용은 축구장에 설치된 폭탄을 해제하고 설치한 범인을 잡는 과정이다. 그리고 극장판 코난 시리즈의, 이제는 단골이 되 버린 항상 마지막은 액션으로 마무리까지 내용부터 전개 액션 장면까지, 소재만 축구를 갖다 만들었을 뿐이지 그냥 전형적인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다.
따라서 스토리적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한테는 별 볼일 없는 녀석이겠다. 나름 미스 디렉션을 깔아두긴 했는데 너무 노골적이라서 안 하느니만 못한 지경이다. 미스터리 자체는 그냥 뻔한 내용이라 입이 아프니까 건너띄고 그냥 코난과 일당들이 움직이고 - 축구 장면은 공을 좀 들인 티가 난다. 일본 애니 치고는 말이다. - 공 갖고 노는 장면을 넓은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면 뭐 못 볼 녀석은 아니다. 최소한 그 해적 어쩌구 편보다는 볼 만 하니까. 아마 앞으로 언제까지 코난 극장판이 나올 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엉터리로 만들어도 해적 거시기 보다는 재밌게 나올 것 같다. 역으로 해적 거시기 만큼 재미없는 녀석이 또 나온다면 아마 그 때가 코난의 최후가 되지 않을까?

평점 3.5 / 10

2012년 9월 8일 토요일

스토리셀러 - 아리카와 히로

2012년 우리말 (비채)

SIDE A와 B. 2개 중편이 하나로 묶인 장편소설이다.
사이드A의 시작은 간단하다. 한 남자(1인칭 시점)가 직장에서 한 여자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더라. 게다가 남자는 '독서'를 좋아한다는 설정. 해서 둘 사이에 번개가 튀어 연애 +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그리고 사이드B는 A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면서 뭔가 다른,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면 재미없을 사항이니까 그냥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말만 해두겠다. 

아리카와 히로식 로맨스. 라고 하면 무슨 공식(?)같은 여자캐릭터와 눈물 콧물 웃음이 함께하는 그런 가벼운 듯 하면서 진지(?)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본틀은 그대로 두고 세세하게 어레인지하는 아리카와 히로의 소설은 결국 <스토리 셀러>까지 이르렀다. 많이 바뀌었다. 겉으로는 두 남녀의 로맨스로 읽힌다. 안으로는 소설을 집필하는 여자와 소설을 읽는 남자의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사이드A와 B의 관계는 전체 230 쪽 밖에 되지 않는 얇은 분량의 소설을 뭔가 있어보이게끔 포장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나름 짱구를 굴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언제나 같은 방식의 반복으로 독자를 묶어두기에는 한계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아리카와 히로가 어떻게 데뷔하게 됐는지 알고 보면 좀 더 재밌을지도 모른다.

평점 5.5 / 10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다이아몬드 원맨쇼 - 피터 러브시

2012년 우리말 (시공사)

시리즈 두 번째. 첫 번째 작 <마지막 형사>가 정말로 '마지막'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불안요소는 있지만 제발 시리즈 네 번째까지 잘 나올 수 있기를,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기도라도 하고 싶다. 아무튼 전편도 은근히 묵직한 두께였다면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무게감을 선사해준다.

백화점 경비원으로 일하는 피터 다이아몬드. 그가 담당한 층에서 신원불멸의 일본인 소녀가 발견된다. 결국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짤린 피터.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소녀의 정체를 밝히려고 소녀가 임시거처중인 보호소로 찾아간다. 하지만 소녀의 반응에 피터는 당혹해한다. 일본인 꼬마여자애는 바로 자폐증 환자였기 때문.....해서 책 중반까지는 피터 다이아몬드와 일본인 소녀의 교감을 ET가 생각나게끔 그리고 있는데 이 부분이 사실상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뚱뚱한 거구의 몸을 이끌고 자그만 꼬마 소녀의 눈길을 끌기위해 어릿광대 짓도 마다않는 주인공 모습이 머릿 속에서 자연스레 그려지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없을까? 게다가 피터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는지 소녀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 진행 중간 중간 제약회사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독자는 교활한 여우 아니겠는가? 작가도 그걸 알고 미리 다 까발려놓는 것이고. 아무튼 막판에 가서 자폐아 소녀와 제약회사가 연결된다는 건 기정사실인데, 이게 어떻게 연결되는지 얼마나 부드럽고 설득력있게 진행되는지가 핵심일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원맨쇼>는 그 부분에서 좀 실망스럽다. 굳이 처음부터 관련성이 있다고 밝히지 않았어도 스토리 진행상 별 무리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 중후반에 가서야 제약회사 파트가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당혹케 하는 전개가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 뜬금없이 들어가서 일관성을 해치는 기분이 더 크다. 이러 생각 때문인지 나에게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피터 다이아몬드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소녀의 신상명세-거의 확실한-를 얻는 부분까지 였다. 극후반부 일본파트는 분량도 적지만 사족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소녀가 일본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 부분을 전부 드러낸다고 해도 이 작품의 스토리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도 않으니까) 특히 스모 선수의 활약은 그림상으로는 즐거운 부분인데 하드보일드가 갑자기 코믹 활극으로 변질된 기분-아니 아예 그런 분위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이다. 어쨌든 '소녀'가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과 비교해서 읽으면 꽤 재밌을 거라 본다.

그런데 3,4 번째 작품은 우리말로 언제 나오는겨?  ㅠ.ㅠ

평점 5.5 / 10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 라이스 보엔

2012년 우리말 (문학동네)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조지애나(통칭 조지)는 왕위서열 34위인 사실상 무늬만 왕족으로 현재는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워하는 궁핍한 재정상태다. 런던으로 상경해서 이런 저런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자기 집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만다. 해서 그 범인을 잡는 내용.................일 것 같기는 한데 정작 본 내용은 '처녀딱지 떼기'도 아니고 '백수 날건달' 미남과 로맨스 뿌리기도 아니고, 이건 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설익은 감자 찔러보기 같은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아 맞아! 하면서 범인은 순식간에 잡히고 경사로세~ 경사로세~ 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무슨 변고인고?


추리소설? 아니다.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이 필요로 하는 조건 중 하나일 뿐, 살인이 나온다고 모든 소설이 추리소설인 건 아니다.


연애소설? 연애 비스무리한 장면 비슷하게 나오려고 하기는 하는데, 이 역시 비중이 낮다. 할리퀸 같이 구리빛 피부에 플레이 보이 기질 다분하고 페로몬 가득한 땀 가득 뿌려주면서 여주 허리를 확 휘어잡고 폭풍 키스를 뿜어대지도 않는다. 초중반에는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다가 중분 이후에는 실종, 그리고 마지막에 부활하지만 예수도 아니고 뭔 짓을 하는 건지 대체 의도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연애소설로 보기도 힘들다

코미디? 주인공 조지 성격이 활달하고 해서 좌충우돌 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게 웃기냐고 반문해 보면 웃기기는 한데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짜증섞인 답을 들려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기준으로는 코미디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결론은....

캐릭터와 소재는 다 좋은데 그걸 풀어가는 수법이 병맛 이다. 주인공 처녀딱제 떼어줄 캐릭터는 비중이 너무 없고, 미스 디렉션은 가출을 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싱겁고(물론 건강을 위해서는 싱겁게 먹어야 한다!)  그마저도 단순무식한 사건과 맞물려 참 허무한 소설이다. 시간이 아깝다. 시리즈 물인데 이런 내용이라면 후속편은 읽어보지 않아도 소화불량 가스 차서 배가 부를 듯한 느낌이다. 단,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아마 시간 죽이기용으로는 볼 만한 완성도는 나올 것도 같다. 이쁘장한 남녀배우 캐스팅해 놓으면 그거 보는 맛이라고 있을테니까.

평점 1 / 10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나를 아는 남자 - 도진기

2012년 시공사

<순서의 문제>의 김진구를 주인공으로한 장편 추리소설.
진구를 위해 사건을 물어오는 기특한 해미 덕분에 진구는 회사 상사의 뒷조사를 해야한다. 상사의 이름은 박민서. 민서의 아내가 남편이 바람 피는 것 같다고 그 조사를 해달라는 것. 민서의 아내와 친한 해미는 그 조사를 진구에게 맡긴다. 해서 진구는 야음을 틈타 민서의 아파트에 친입을 하는데, 아 이거 눈앞에 박민서의 시체가 떡!
아뿔싸!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제1용의자 신세가 되버린 진구. 해서 진구는 누명(?)도 벗을겸해서 진범을 찾아 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요약(?)해놓고 보니 꽤 간단한 내용인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다. 범인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여기 저기 대놓고 숨겨놓은 복선과 단서들에 그 모든걸 다 예측하고 맞추었다고 해도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딱 한 문장 덕분에 독자는 그저 씁쓸해진다. 절대 마지막 페이지 들쳐 보지 말자. 진범의 정체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동기를 밝혀줄 이야기가 마지막 문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나온 단편집도 괜찮았지만 장편인 <나를 아는 남자> 역시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다.  알리바이 트릭 쪽에서 부족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그런 단점을 전부 감안한다고 해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 추천작.

사족 아닌 사족) 마지막 페이지는 정말 먼저 펴보지 말기를........
나중에 고진과 진구 더블 주인공으로 한 대장편이 하나 나와주면

평점 6 / 10

2012년 8월 9일 목요일

순서의 문제 - 도진기

2012년 시공사

 도진기의 추리소설에 대해 약간의 의심이 남아있었다면 이번 도라에몽 김진구를 주인공으로 한 <순서의 문제>와 <나를 아는 남자>는 정말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이다.

먼저 <순서의 문제> 부터.
6개의 단편과 1개의 중편을 묶어 놓은 단편집이다.  각 단편은 단순히 김진구를 탐정으로 한 미스터리 보다는 좀 더 세부적인 하위장르를 섞어 놓아서 부페에서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가령 표제작인 순서의 문제는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기이지만 여기에 주인공 캐릭터성을 첨가해서 전혀다른 맛을 내도록 꾸몄다.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안락의자 탐정물. 분량이 짧은 편이라 내용도 간단하고 추리도 빠르게 진행되는데 설득력이 다소 모자란 편은 아니었다 싶다. 굳이 무거운 내용보다는 다음편과 연계되기 쉽게 일상 미스터리+안락의자로 꾸몄어도 좋았을 것 같다.

다음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일상' 미스터리 물에 가깝다. 겉으로는 일상 미스터리겠지만 달리 해석하면 알리바이 트릭물이기도 하다.

유일한 중편인 티켓다방의 죽음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살을 살인으로 몰고가는 내용인데, 마지막에가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혼동하게끔 만드는 구성력이 좋다.

신 노란방의 비밀은 다분히 올드 팬들을 위한 제목인 것 같지만 정작 내용은 주인공 진구의 어린 시절 비중이 더 높아 보여서 아쉬운 내용이다. 진구의 과거 이야기는 따로 떼어놓고 노란방에 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법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단편이다.

뮤즈의 계시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카메오로 출현하는데 정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내용은 알리바이 깨기. 하지만 법정에서 주인공이 증인심문을 하는 과정이 대부분인지라 법정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마지막 단편 환기통. 이번에는 도서추리에 가까운 내용에 트릭이 들어갔다. 덤으로 시간은 거꾸로 흘러 주인공 진구와 해미가 만난 이야기도 같이 그리고 있다.

매우 재밌는 단편집이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이라서 알게 모르게 점수를 후하게 줬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근래 나온 미스터리 단편집 중에는 으뜸이라고 봐도 좋다.

평점 7 / 10

2012년 7월 29일 일요일

사랑 도감 - 아리카와 히로

2009년 가도카와쇼텐
2012년 우리말(살림)

이거 원제목이 참 재밌다.
원제는 <식물도감>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탈바꿈하면서 왠걸 <사랑도감>이 되버렸다.
그럼 왜 제목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먼저 차례부터 보자.
11개 챕터인데, 각 챕터의 제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

닭오줌넝쿨
머위 꽃송이, 머위 그리고 뱀밥
달래와 서양갓
봄에 피는 들꽃 : 민들레, 개갓냉이 그리고 속속이풀

등등 이렇게 마지막 챕터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식물'이름이다.
그래서 원제는 <식물도감>으로 책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 내용은 '식물'을 매개로 두 남녀의 알콩달콩(?)한 동거기다. 그래서 이 부분 때문에 우리말 제목은 <사랑도감>이 되었을 거라 본다. 뭐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원제목 <식물도감>이 더 마음에 든다. 식물과 꽃 이야기에 그거 채집해서 튀겨 먹고 볶아 먹고 데쳐 먹고 무쳐 먹고, 순 그런 이야기가 쉴새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맨스는 그저 맛을 거드는 양념일 뿐이다. 가존의 아리카와 히로표 로맨스를 생각하고 집어들었다면 어긋날 수도 있다.

평점 5.5 / 10

부러진 용골 - 요네자와 호노부

2010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2012년 우리말(북홀릭)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은 무엇일까? 여러 설이 존재하겠지만 단언컨데 이것 만큼은 다들 동의하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바로 독자와 작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약속을 바탕으로 논리와 공정을 바탕으로 구축해가는 지적유희라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부러진 용골>은 색다른 미스터리다.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검과 마법(책에서는 마술로 대변되지만 그냥 마법으로 번역했어도 큰지장은 없었다고 본다.)을 동원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스터리란다. 그래서 바로 위에서 언급한 미스터리에서 가장 원론적인 중요한 요소 하나를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부러진 용골>은 판타지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독자와 신의를 걸고 약속(설정)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논리와 공정을 통해 미스터리 뼈대를 이룩하고 있다. 마지막의 반전과 그 반전을 위해서 레고 블럭 쌓듯이 쌓아온 복선을 회수하는 장면은 역시 미스터리 장르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운 맛이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쏙 든 작품이지만 너무 미스터리에 치중해서 판티지에 오히려 소홀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외에 용병들의 비중을 좀 더 무겁게 잡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특히 후반부의 긴박한 전개와 맞물려 극전개에 비해 용병들의 활약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느낌이 들었다. 후속편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녀석 하나로 끝을 맺는 편이 완성도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가 후기의 맨 마지막 문장 때문에 0.5 점이 플러스 됐다. 거시기를 언급하다니 반칙(?)이다.

평점 7 / 10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11년 우리말

원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 물이 있는데, <방과후 미스터리와 함께>는 그 시리즈 물의 '외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무슨 이유에선지 돈 때문인지 영화화때문인지 아무튼 이 녀석이 덜컥 우리말로 먼저 나와버렸다. 이왕이면 시리즈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독자들한테도 좋겠지만 내가 출판자금 댈 것도 아니니 그냥 이렇게 모니터 위에서 자위질이나 하고 있다. 묵념.

어쨌든 8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고, 주인공은 키리가미네 료. 고딩이다.
고딩이 탐정 흉내(?)내면서 사건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내용의 단편집인데 이게 의외로 짜임새 있다. 겉보기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추리 장난질 치는 코믹한지 썰렁한지 아무튼 개그 치는 내용이라 추리 얼개도 별로일 것 같지만 겉껍질을 걷어내고 핵심만 콕 찝어도 뭐 나쁘지 않은 완성도다. 다만 한정된 지면으로 최대한 독자에게 페어 플레이를 하고 싶었는지 추리하는데 불필요하다고 본 요소를 상당부분 잘라내다보니 이 부분에서 호오가 갈릴 듯. 또한 각 단편의 완성도에 편차가 좀 있는 편. 해서 너무 깊게 파고들면 안 된다. 즉흥적으로 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아주 딱 맞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방과후 미스터리와 함께>의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가볍고 적당한 것은 추리소설에서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TV드라마로도 있다. 전9화.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면 드라마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소설이 더 좋았다.

여담) 단편 1편은 사실 일본어 원서로 봐야지만 재미가 있던 작품. 뭐 시리즈를 아는 사람한테는 의미없는 일본어로만 통하는 서술트릭이지만 방과후를 가장 처음 접한 사람들한테나 통했을(?) 녀석이다. 안타깝게 우리말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코이가쿠보학원 탐정부 시리즈
1. 배우지 않는 탐정들의 학원 2004
2. 살의는 반드시 세 번 온다 2006
3.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2011

평점 5 / 10

타로의 미궁 - 오가사와라 게이

2011년 우리말 (들녘)

서버이버 미션의 후속편.
전편에서 한팀으로 머리사냥꾼 수수께끼를 풀던 아소 리츠와 닥터 기시모토가 이번에 다시 뭉쳤다. 라지만 그냥 전편에서 끝냈어도 충분한 내용이면서 주인공 아소 리츠와 관련해 숨겨진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시리즈물로 나와도 별 지장없을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타로의 미궁>에서 시리즈물이라는 사실에 도장을 찍었다.

전편에서 아소 리츠의 활약으로 기소된 부자대통령 거시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한 정신병원 연구소에 잠입수사를 하러 가게 된 주인공. 흉악범죄를 일삼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범인을 연구하는 곳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살인사건. 담당 여의사를 잔인하게 살해후 행적이 묘연해진 정신병 범인. 아소 리츠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서히 (책 페이지수가 좀 많다)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데...........시리즈물이다보니 여전히 이번에도 밝혀지지 않고 떡밥으로 남는 사실이 있다. 이로써 아소 리츠와 닥터 기시모토를 주인공으로한 시리즈는 계속된다. 하지만 재미를 생각하면 이 시리즈 계속 되건 말건 별 관심은 가지 않는다. 뭐 우리말로 나오면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전편에 비하면 미스터리 완성도는 올라가긴 했다. 아무래도 정신병동이란 클로즈드 서클 안에서 일어나는 연쇄사건이다보니 아무래도 전편의 하드보일드 스타일 진행보다는 재밌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반전을 후반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결과까지 다다르는 과정 자체는 전편과 별 차이가 없다. 단서 발견->추적->용의자->사건발생의 무한반복이기 때문. 페이지 수도 많기 때문에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중간에 야심찬 미스 디렉션을 넣어 독자를 기만하는 것도 책의 재미를 올리는 한 방법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매우 흥미롭지도 않은 그냥 시간 되면 읽고 아니면 말고 정도였다.

평점 4 / 10

2012년 7월 6일 금요일

[PS2] 와일드 암즈 더 파이브스 뱅가드 (WILD ARMS THE Vth VANGUARD)



2006년 PS2 (일본어)

PS시절에 수작 RPG 시리즈로 이름을 날렸던 와일드 암즈 시리즈의 가정용 콘솔 마지막 작품. 2006년에 나온 터라 그래픽에 많은 공을 들여서 플스2 막바지에 걸맞는 퀄리티에 와일드 암즈 시리즈 전통의 퍼즐, 굿즈를 이용한 던전 공략 그리고 보물찾기, 숨겨진 던전과 보스 등 플레이어에게 파고들 요소까지 충분하게 던져놓은 시리즈 집대성 같은 완성도를 보여주긴 했는데 문제는 판매량. 평타 수준이었다. 아니 사실상 시리즈 종언을 고하는 판매량이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일단 전작인 4탄이 별로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일단 4탄은 게임 진행 템포에 문제가 있다. 마을 사람들하고 대화할 적 마다 대호창이 바로 뜨는 게 아니라 화면이 전환되면서 2D 일러스트 그림이 대화창에 같이 뜨는데 이게 상당히 거슬린다.

그리고 이벤트 영상을 실시간 보다 동영상으로 떼우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마저도 화질이 떨어져서 눈 버리는 수준. 실시간 이벤트 폴리곤 처리와 비슷하게 보이려고 모델링은 같게 만들어놓고 동영상으로 돌려버리는 참 웃기지도 않은 결과물에 그저 허탈할 뿐.

완전히 바뀌어버린 전투. 이 전투 자체는 마음에 든다. 일단 속도감도 있고, 전작까지 의미없이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낫다. (단, 3탄의 말타면서 전투를 하는 장면은 꽤 괜찮았었다.)

그런데 5탄에서는 4탄의 단점 대부분이 수정됐다. 일단 로딩도 쾌적하고 이벤트 대부분은 실시간 처리라 위화감을 찾기 힘들고 대화도 깔끔하게 템포 좋게 꾸며졌다. 캐릭터들 그래픽, 모션, 조작감 등 전체적으로 4탄의 단점을 열심히 뜯어고친 노력이 눈에 확 띈다. 문제는 이게 판매량으로 연결아 안 됐다는 것. 시리즈 전통의 보컬도 버리고 (5탄 주제가는 미즈키 나나가 담당) 2D애니메이션 오프닝마저 버린 배수진 치고 나온 것 같은 5탄인데 그대로 침몰이라니, 안타깝다. 후에  PSP로 나온 녀석이 있긴 하다만 그건 뭐--;; 그 후로 PS3로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아마 이대로 와일드 암즈 시리즈는 끝이 아닌가 싶다.

5탄에서 호오가 갈릴 문제라면 주인공과 스토리. 열혈 용자물(후반부 가면 정말 그렇다) 같은 스토리 라인에 일직선 주인공 성격이다보니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극단적으로 싫어할 수가 있다. 그나마 더블 헤로인 덕분에 주인공의 단점을 보기좋게 포장하고 있다. 그래서 와일드 암즈5는 이터널 알카디아와 비견되곤 한다. 심지어 스토리도 비슷하게 시작한다. (그란디아2도 더블 헤로인이긴 하지만 한쪽 헤로인이 워낙 바닥을 기는지라 여기서는 뺀다. 그리고 모험과 탐색 그리고 성장이라는 테마는 이터널 알카디아 쪽이 와일드 암즈5와 더 잘 어울린다.)

후반부에 얻는 아스갈즈와 관련된 서브 이벤트와 아스갈즈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아쉽다. 또한 엔딩 후 캐릭터 뒷이야기가 미흡하다. 또한 스토리상 비중이 있는 나이트반 관련 에피소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평점 6 / 10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서바이버 미션 - 오가사와라 게이

2011년 우리말(들녘)

 일단 현대 일본이 아니라 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붕괴됐다는 가상의 세계관은 모 만화가 생각나고, 뇌를 이용한 수사는 역시 모 만화가 떠오르곤 하는데, 사실 <서바이버 미션>의 세계관이나 소재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이게 과연 꼭 필요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뇌를 이용한 수사는 이야기만 나오지 이게 주요 소재는 아니다. 그리고 세계관 역시 분위기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 뿐 역시 소설의 재미와는 동떨어져있다. 그냥 현재의 일본으로 소설을 꾸몄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 또 웃긴 점은 배경과 소재는 근미래적이면서 그 안의 소프트웨어는 또 과거지향적이다. 정신학 이야기가 나오면서 결국 나오는 이야기는 과거 석학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이 책을 포장하고 있는 설정이 사족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족(?)을 죄다 떨쳐버리고 남는 건더기는 결국 머리 사냥꾼으로 대변되는 연쇄 살인범을 검거하는 여수사관 아소 리츠와 그녀를 거드는 인공지능 닥터 키시모토의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존경하던여자 수사관이 머리 사냥꾼의 사냥감이 되고 선배가 죽기 전까지 조사하던 걸 그대로 답습하다가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기본 플롯은 단서를 찾고 움직이고 새로운 단서의 등장, 이하 무한 반복이다. 그냥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스타일 비스무리하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뭐 그다지 놀라운 요소는 없고 다분히 반복학습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긴 하는데, 뭐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다만 아소 리츠라는 캐릭터의 개성이 약하다. 다 읽고 나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냥 여자 주인공에 이름이라는 스킨 하나 씌워놓은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도 없다. 이거 후속작도 있던데 이런 식이면 후속작도 별볼일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읽을만한 스릴러 스타일의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완성도.


평점 4 / 10

밀실 살인 - 코바야시 야스미

2011년 우리말 (북홀릭)

일단 제목의 <밀실 살인>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밀실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맞긴 한데, 정확하게는 밀실과 살인 두 가지 단어를 결합해 놓은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소설 안에서도 꽤 비중있게(?) 이야기 되는데 그런 것 조차 단서가 되리라 생각해서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겠습니다. 아무튼 밀실 살인이 소재이고 전직 형사 출신 여자가 조수역이자 작중 화자로 나오며 그녀의 상사인 명탐정(?)도 물론 등장합니다. 용의자 들은 당연히 수상하고, 별장지기 할아버지도 범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별장터가 있는 곳에는 전설도 있고, 주인공 여자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 같네요. 사건은 일직선인 것 같은데 옆으로 곁가지가 제법 많아 보이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책은 비교적 얆은 편이죠.

아무래도 이 책은 미스터리 초심자보다는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상정하고 쓰여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핏 산만해 보이는 소재들이 팬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소재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그런가 독자에 따라 평도 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비교적 즐겁게 읽은 편이긴 한데 아는 지인 중에는 구성이 산만해서 별로였다고 싫다고 하는 분도 계셨거든요. 여기에 취향차이까지 곁들여지면 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수준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밀실 살인>보다는 후속작(?)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밀실 살인>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해서 다양한 소재를 갖고 미스터리 이야기를 보여주는 버라이어티 쇼 같아서 말이죠.

평점 5.5 / 10

2012년 5월 25일 금요일

사랑, 전철 - 아리카와 히로

2008년 겐토샤
2009년 우리말(이레)

원제목은 <한큐 전차>인데 전차는 뭐 전철이나 마찬가지니까 패스하고 앞의 한큐는 노선 이름. 당연 한큐 전철로 책을 내놓으면 쥐 풀 뜯어먹는 소리라서 알기 쉽게 <사랑, 전철>이란 제목으로 내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제목은 진부하지만 매우 적절하게 잘 지었다. 딱 제목 대로의 내용의 소설이니까.

전철 안을 배경으로 남녀의 이야기가  크게는 상행선, 하행선과 작게는 스치는 인연 식으로 화자가 이리 저리 바뀌는 연작 스타일 단편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치는 그녀와 같은 전철에 타게 된 마사시.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마사시와 그녀는 대화의 물꼬를 틀게 된다. 그리고 그걸 듣고 있던 쇼코는 전애인의 결혼식에서 복수를 하고 오는 길, 그리고 그런 쇼코에게 조언해주는 한 노부인 도키에와 그녀의 손녀...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은 순환식으로 이어지는데 처음 나온 남녀 커플이 마지막 단편을 장식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쇼코라는 여성이다. 바람핀 전남친의 결혼식에 참석해 통괘한 복수를 하고 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작은 쇼코를 만나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 장면 또한 몹시 기억에 남는다. 아마 단순히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다분히 핑크빛 해피엔딩 식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도키에라는 노부인 역시 인상적인 캐릭터다. 요즘에는 나이를 똥꾸멍으로 쳐먹은 것들이 많아서 나는 저렇게 나이를 쳐먹으면 안 되겠다 반성하는 시대에 도키에 같은 노인은 거울로 삼고 싶은 그런 캐릭터상을 보여준다. 토키에가  지하철의 무개념 아줌마를 혼내는 장면은 통쾌하기 그지 없고, 쇼코에게 충고를 해주는 장면에서는 인생의 연륜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아리카와 히로의 로맨스 소설은 이런 맛 때문에 보게 된다. 솜사탕 같은 내용의 로맨스인 듯 하면서 묘한 곳에 숨어있는 현실미가 감칠맛을 내준다고 해야할까? 여기에 씩씩한 여자 캐릭터들또한 재미의 한축이다. 좌절도 하고 분노도 하고 실연도 하고 등등 실패를 겪지만 언제나 힘내서 재기하는 씩씩한 여자 캐릭터. 그래서 아리카와 히로의 로맨스는 밝고 즐겁다.

평점 5 / 10

2012년 5월 12일 토요일

고전추리걸작 르루주 사건 - 에밀 가보리오, 안회남,박진영

2011년 우리말(페이퍼하우스)

김동성의 <붉은실>때와 같은 재밌는 작품이다.
세계최초 장편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즈 사건>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13년으로, 이해조가 <누구의 죄>라는 이름으로 솜씨를 부렸다고 한다. 이해조하면 <쌍옥적>이 생각나는데 얼마전인가 <혈가사>와 <쌍옥적>을 두고 한국 추리소설의 효시를 두고 논쟁하던 일이 생각난다. 결론이 어떻게 났나 모르겠다. 뭐 분명 평행선을 그렸을 것 같다만..ㅋㅋ

아무튼 시간이 흘러 안회남이 재번역해서 내놓은 것이 <르루즈 사건>(원제 그대로)인데, 재밌는 건 둘다 번역 원본은 일본어판이라는 것. 구로이가와 루이코의 <사람인가 귀신인가>(일본어판 제목 정말 웃기다.ㅋㅋ) 였다는 것은 뭐랄까 슬픈 일이다. 제대로 프랑스어 원본을 갖다가 현대어로 재번역되도 재밌을 것 같지만,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럴 가능성은 요원하지 않나 싶다.

이유는 내용이 정말 고전이기 때문이다. 정말 고전이다. 물론 반복해서 사용한 고전이란 말에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로.


먼저 좋은 의미부터. 과부 르루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 개입해서 경찰이 놓친 부분을 일일이 설명해서 범인을 지목해서 체포한다. 여기에는 알리바이와 숨겨진 동기, 반전까지 현대 추리소설에서 필요로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초반 범인체포까지는 정말 속도감 있게 알뜰하게 잘 꾸며져있다. 1800년대 말에 나온 장편추리소설 치고는 정말 짜임새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나쁜 의미의 고전 추리소설에서 흔하게 보여주는 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다. 시작은 좋지만 막판에는 추리얼개와는 상관없는 곳에 집중투자를 한다. 범인의 정체 역시 너무 쉽게 독자에게 노출된다. 마지막까지 독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 범행동기와 밀접한 가족사를 두고 마지막까지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미워도 다시 한번'을 연출하고야 만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독자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기대는 멜로 드라마는 추리소설로서는 형편없을 정도.

그런데 아니러니하게도 재밌다. 지금 읽기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작품인데도 재밌게 읽었다니 나 스스로도 웃긴데 실제 그러니 어찌하랴. 그 이유는 '문장'이다. 1940년 안국선이 한 번역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실었다고 하는데, 이 문장은 지금 읽기에는 참 재밌는 표현이 많다. 그래서 사실 추리소설 자체보다는 외적인 부분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옛스런 문장이 맘에 들었지만 반대로 그래서 읽기 껄끄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뭐 이건 개인차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

세계최초 어쩌구는 솔직히 그리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최초보다는 1900년대 초중반에 나온 걸작들이 워낙 완성도가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 추리소설에고 고전 명작에 비추어 손색없는 녀석들도 많고 말이다. 해서 <르루즈 사건>은 추리소설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에 한해 추천하고 싶다. 순수한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

평점 6 / 10

흰 집의 살인 - 우타노 쇼고

2009년 고단샤 개정판
2011년 우리말(폴라북스)

우타노 쇼고의 초기작이다.
까놓고 말해서 <벛꽃피는 계절 어쩌구>이후에 생산된 작가의 수작들을 읽고 만족한 독자라면 초기작에 해당하는 <흰 집의 살인>은 소화불량에 걸린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아니면 작가 자체를 사랑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사랑으로 보듬어 안을 자신이 있는 독자한테는 이 녀석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을 수준은 될지도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굳이 이런 작품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에 와서 읽기에는 많이 후지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한겨울 고립된 별장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연쇄살인사건.
추문을 두려워해 공권력의 개입을 차단한채 탐정 시나노 조지가 사건 해결을 맡는다. (전작 <긴 집의 살인>에 이어 두 번째 등장)

밀실, 알리바이 트릭 등이 쓰이긴 하는데 일단 동기는 제쳐둬야 한다. 왜냐면 탐정 조차 동기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자 역시 동기는 옆에 치워두고 오로지 물리적인 트릭과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인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해서 범인이 나온다면 동기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동기야 그냥 갖다 붙이면 땡인 것이니까 말이다.그럼 재미의 핵심은 트릭과 범인인데, 전작의단점인 우연남발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들어간다. 뭐 이건 본격 미스터리의 단점 중 하나이긴 하지만 우타노 쇼고 초기작은 그 단점이 너무 두드러져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그 단점을 전부 고쳐버리면 이 작품은 정말 볼품없이 찌그러들고 만다. 딜레마다. 

이제와서 읽기에는 어설픈 완성도다. 그래서 <생존자, 한명>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재밌다. 작가 우타노 쇼고가 어떻게 변화했는 단박에 알 수 있다.<흰 집의 살인>도 현재의 우타노 쇼고가 건드리면 어떤작품으로 탈바꿈 할 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지만 치기 어린 시절의 습작 같은 완성도의 이녀석 또한 산고 끝에 태어난 우타노 쇼고의 배아픈 자식임에 분명하다. 다만 재미가 없다는 게 흠이겠다.

아, <생존자, 한명>은 중편으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 수록되어있다.

평점 2 / 10

고래 남친 - 아리카와 히로

2007년 가도카와쇼텐
2011년 우리말(북홀릭)

우리나라에 은근히 소개된 아리카와 히로. <고래 남친>은 여섯 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 장르는 로맨스!! 이미 <도서관 전쟁>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리카와 히로의 주특기는 청춘남녀가 밀고당기는 - 그것도 호쾌하게 - 로맨스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단편집인데, 결과물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일단 표제작 고래남친. 작가의 초기작 <바다 밑>이란 작품의 외전격이다. 그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귀중한 단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파이터 파일럿 그대라는 단편도 <하늘 속>의 외전이다. 나야 <하늘 속> <바다 밑>을 썩 재밌게 보지 않아서 두 단편도 그리 기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냥 독립적으로 읽어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완성도다. 굳이 외전이라고 의식하지 말고 읽는 편이 좋겠다.

 그외 단편 역시 전부 하나로 완결되는 형식인데 여섯 개 단편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위대원들이 주인공이라는 것. 우리 군대와는 다르지만 역시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해야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군대를 갔다 온 남성들이 오히려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싶다. 가령 네번째 단편 탈책 엘러지를 보면, 훈련기간 중에 여친이 만나러 와달라고 밤에 탈영을 감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군대를 가보면 그 심정을 알 것이다. 뭐 요즘이야 휴대기기가 하도 발달해서 예전만은 못한 감도 있지만 언제나 만날 수 있는데 만나지 않는 것과, 아예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 공통점 둘째. 주인공 성격이다. 각자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인데 다들 씩씩하다. 여자도 남자도 전부 말이다. 그래서 사랑앞에 움츠러들고 뒤로 내빼고 싶어하다가도 꾹꾹 눌러 담고 있지만 결국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유머. 사랑 싸움으로 울며 불며 서로 쥐어 짜면서 감정선을 긁어대는 연애물과는 다르다. 시종일관 심각하면서 웃기다. 자위대에 납품할 항공기에 설치할 화장실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두 번째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왕자님 만나서 신세 펴고, 공주님 잘 꼬셔서 인생 180도 달라지는 그런 황당무계 로맨스가 아니다. 그냥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로맨스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

평점 6 / 10

2012년 5월 8일 화요일

변호측 증인 - 고이즈미 기미코

2011년 우리말 (검은숲)

일본에서도 40여년 만에 복간되서 의외의 히트를 쳤는데, 발빠르게 우리말로 소개되서 상당히 기대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책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녀석이었다. 무척 재밌게 읽은 녀석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스트립 댄서 출신의 주인공 나는 부유한 집안의 방탕아의 청혼을 받아 결혼을 하고 시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댄서 출신 며느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아들과의 사이도 별로 좋지 못하다. 그러다 시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60년대 처음 나온 작품이라고 하는데, 결정적 트릭은 거시기다. 시대를 앞서가는 트릭. 왜 근래에 와서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이 걸작이라고 빨아대는지는 읽어보면 알게 된다. 뭐 그정도로 걸작은 아니지만 의외성은 충분히 잘 살아있기에 2012년 이 땅에 살면서 미스터리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사건은 간단명료하고 두께도 얇아서 두 번 읽기도 편하다. 11장에서 얻게 될 재미를 위해서 뒷페이지는 절대 뒤적이지 말자. 입이 근지러운데 뭐라 말하면 눈치 챌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입에다 지퍼를 채워야겠다. ㅋㅋ

외적인 부분인데 책이 참 얍실하다. 페이지당 줄 수도 적다. 그래도 페이지 늘리려고 무조건 엔터+줄바꿈 만행은 없다. 활자수는 적지만 오밀조밀 꽉 차있있어서 읽는 맛이 있고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그러고보니 등장인물 이름만 일본이고 분위기는 애거서 크리스티 생각이 난다. 그래서 더욱 재밌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점 6.5 / 10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11년 우리말

 이카가와시를 배경으로한 일련의 시리즈 물 중의 하나. 물론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지장은 없다. 다만, 전작의 지나가던 캐릭터였다고 생각한 인물이 뜻하지 않게 후속작에 나오고 정규직을 꿰차기도 하기에 되도록이면 순서대로 읽는 편이 아무래도 좋긴 하겠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

 취업했다는 소리에 여친에게 헤어지자는 소리를 들은 류헤이. 헤어진 충격에 술을 퍼마시고 술김에 뿌잉뿌잉하게 해줄 거야 했는데, 진짜로 여친이 추락해서 죽는다. 그것도 살해당해서. 그리고 류헤이는 제1 용의자. 다행히도 전여친이 죽을 당시 류헤이에게는 철벽의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러나! 류헤이의 부재증명을 증언해줄 학교 선배는 밀실 속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적당한 페이지 수에 적절한 묘사, 적절한 트릭과 플롯까지 무난무난 열매를 삶아 먹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외적인 것까지 고려하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완성도라 평하고 싶다. 그냥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으니 적당히 추천하기에 좋은 녀석이다. 다만 유머 미스터리 어쩌고 하는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 유머라는 게 잘 맞아야지 웃기는 것인지라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어딘가 김빠진 듯한 설렁한 유머,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코미디를 나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평점 5 / 10


2012년 5월 1일 화요일

악의 교전 (상)(하) - 기시 유스케

011년 우리말 (느낌이있는책)

보통은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끝내는 편이다.
하지만 <악의 교전>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훈련소 행군이 이 보다는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그만큼 지지부진했다. 이야기 구조나 문장을 보면 <악의 교전>은 무슨 어려운 학술서도 아니다. 정말 쉽게 흥미 위주로 구성해 놓은 소설이다. 학교 선생이 사이코패스인데 학교를 지배하고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다. 정말 흥미 끌기 딱 좋은 소재 아닌가? 내 취향만 본다면 나는 이런 스타일 소설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재미가 없고 속도는 안 날까?

그리고 그 답은 마지막에 가서야 알았다.

<악의 교전>에는 알맹이가 없다.

미스터리도 아니고, 범죄 소설도 아니고, 그냥 10대 소년 소녀들이 나와서 희희낙락하고 주인공 선생은 사이코패스인데 호남형에 영어교사! 우와 딱봐도 영상화하면 어느 정도 먹히고 들어갈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게다가 막판 액션은 FPS게임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영상화 하면 케첩도 튀기면서 꽤 볼거리도 풍부할 것 같다. 하지만 딱 거기서 끝이다. 정말 선을 넘지 않고 딱 흥미본위에만 집중하고 그 이상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미 이런 건 <배틀로얄>이 잘 보여줬다. 그런 걸 기시 유스케판 <배틀 로얄>이 나왔으니 신선함도 재미도 없다. <악의 교전> 너는 대체 왜 나온 거냐? 그런 내용의 소설이 그 무슨 순위 1위까지 먹을 정도로 빨아줘야하나 참 어이가 없다. 어이상실이야~~ 기시 유스케판 라이트노벨이란 이런 거구나! 마지막에 가서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었다.

뭐 팔리기야 잘 팔렸을 것 같다. 작가의 네임 밸류도 있겠다, 소재 자체도 일본애들 딱 좋아할 것 같고 말이야.

미스터리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도 안된다.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 이름은 저 멀리 던져버리자.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집어들고 읽자. 그래서 재밌다면 다행이고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과감하게 책을 불사르기는 아깝고 이 책이 인쇄되는데 들어간 나무들에게 애도의 묵념을 올리고 깔끔하게 중고서점에 넘겨버리자.

끗.

평점 1 / 10

그러고보니 영화가 2012년 11월 개봉예정이다.
영화 감독을 보니까 어떻게 나올지 안 봐도 뻔하네.
뭐 노선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원작 후반부를 충실히 재현(?)할 것 같으니까.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자비에르의 머리 - 야나기 고지

2004년 고단샤 노블즈
2008년 문고판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추리소설로 맛있게 비벼내는 야나기 고지가 이번에는 가톨릭 실존인물에 손을 댔다. 프란시스 자비에르. 1506년 스페인 바스크 가문에서 태어난 자비에르는 가톨릭 선교를 위해 인도, 일본,중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야나기 고지가 왜 프란시스 자비에르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겠다.

 해서 소설은 시작부분에서 자비에르의 머리가 일본 가고시마에서 발견됐다는 희소식(?)에 오컬트 잡지에 기사를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 가타세는 취재차 발견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비에르의 머리를 본 순간 가타세는 1549년 일본으로 영혼만 타임슬립을 하게 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이건 또 무슨 판타지 소설인가 싶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자. 일본 선교를 위해 온 자비에르. 그리고 일본 승려와 선문답을 하는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추리 소재는 다잉 메시지. 이걸 해결하는 것이 주인공 가타세다. 이렇게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현대로 돌아오는 주인공.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은 자비에르가 인도 선교 당시 일어났던 '밀실 사건'이다. 그리고 세 번째 사건은 자비에르가 파리 유학시절 겪었던 살인사건. 마지막은 자비에르의 어린 시절 겪었던 어떤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네 개의 단편이 합쳐져 프란시스 자비에르라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추리 자체는 매우 깔끔하다. 모든 것이 종교의 교리와 관련된 것 정도가 특이하다고 할까? 뭐 그 부분이 <자비에르의 머리>가 갖는 개성적인 면이다. 추리 파트만 따로 집중 조명하면 2%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종교가 커버해주고 있다. 종교가 끼어드는 순간 사건과 진상이 납득이 가기 때문. 

평점 5.5 / 10

2012년 4월 6일 금요일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 - 코바야시 야스미

2008년 동경창원사
2011년 우리말(북홀릭)

7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
각 단편은미스터리를 기조로 세분화된 미스터리 공식을 따르고 있다.

가령 첫번째이자 표제작인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 밑에 who done it이라고 표기가 되어있다. 두 번째 단편 '얼음 다리'에는 도치서술(도서) 미스터리 라고. 7개 단편이 전부 이런 식이고 각 단편은 중복이 아니다.
전부 다르다!
단편집 이지만 일곱 가지 색깔을 두루 맛볼 수 있어서 꽤 풍성한 양을 자랑한다. 다 읽고 나서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내 기준으로 6점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 외에 여러 개인취향에 따라 점수가 플러스 되는데......

다행히 이번 단편집도 추가 점수가 있다.
이유는 캐릭터.
7개 단편인만큼 탐정도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이 명탐정들이 꽤 재밌게 그려진다. 더 재밌는 점은 전편에 등장했던 탐정이 다음편에 재등장하는 식으로 독립된 사건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코바야시 야스미 만의 미스터리 세계를 느낄 수 있다.

가령 얼음 다리에서 등장한 변호사 탐정(?) 사이조 겐지는 다음 단편 '물의 메시지'에 카메오 출연한다. 물의 메시지에서 탐정역인 신도 레츠와 사이조 겐지는 아는 사이. 여기서 활약한 신도 레츠는 다음 단편 '플라이스토세의 살인'에서 아르바이트 생으로 등장. 7개 단편이 전부 이런 식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형성해서 자연스레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고 이런 요소가 나에게는 플러스로 작용했다.

물론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도 건재하다. 단편들이라고 무시하면 곤란하다. 본격 미스터리란 주제를 갖고 7개 변주곡을 만들어놓은 것 같으니까. 아무튼 추천작! 그러고보니 야마구치 마사야의 <미스터리즈!>였나 이 단편집이 생각나네.

아, 전편(?) <밀실-살인>을 먼저 읽고 <커다란~밀실>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뭐 내키지 않으면 거꾸로 봐도 지장은 없지만.

평점 6.5 / 10

바람을 뿌리는 자 - 넬레 노이하우스

2011년
2012년 우리말(북로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등장한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최신작
바람을 뿌리는 자>는 시리즈 다섯번째에 해당한다.

이번에는 풍력발전소 개발회사의 경비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역내 발전소 설치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과 또 다시 일어나는 살인사건 그리고 여기게 개입하는 피아와 보덴슈타인. 하지만 진실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앞서 소개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너무 친한 친구들>처럼  <바람을 뿌리는 자>도 스타일은 비슷하다. 미스터리만 콕 찝어놓고 보면 아쉽고, 캐릭터, 스토리까지 포함해서 평가한다면 잘 만들어진 그런 '드라마'. <타우누스 시리즈>는 이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미스터리 재미만을 추구한 나머지 대중성을 놓친 작품들이 있는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정반대 스타일 작품이었다. 그리고 예상 밖으로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마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한테까지 두루 먹히는 작품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교훈을 함께 준 귀중한(?) 작품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역시 그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겠다.)

페이지는 거의 600에 달한다. 두껍다. 대신에 활자가 크고 줄간격도 넓직해서가독성은 아주 좋다. 시리즈 팬한테는 익숙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이번에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속내와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누구하나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부족하다. 다들 자기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으니까. 원래 사람이란 이기적인 존재이고 그걸 얼마나 겉으로 '덜' 드러내느냐에 따라 군자와 소인배로 나뉘는 게 아니겠는가? ㅋㅋ

참고로 who done it 에만 매달리는 건 <바람을 뿌리는 자>를 즐겁게 읽는 방법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는 안타깝게금새 진범의 정체를 맞출 수 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들 진범의 자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다. 현실도 마찬가지, 범죄란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

보덴슈타인에게도 예전의 피아 처럼 봄바람이 불긴 하는데, 자세한 건 직접 확인해 보길.

평점 5.5 / 10

기관忌館 호러작가가 사는 집 - 미쓰다 신조

2011년 우리말 (한스미디어)

 먼저 미쓰다 신조의 데뷔작 <기관~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국내에 앞서 소개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과 <산마처럼 비웃는 것>과는 노선이 다라드는 사실을 유념해야한다. 일단 전자는 호러를 기본 바탕으로 깔고 거기에 미스터리를 양념으로 곁들인 것이라면 후자는 기본도 미스터리 양념도 미스터리로 철저하게 미스터리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후자를 먼저 접한 사람이라면 선입견을 벗어던지기고 이 책을 읽어야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소설은 기본적으로 메타구조인데, 이중이 아니라 삼중 구조다. 현실과 소설이라는 이중 구조와 소설 속 소설이라는 또 다른 이중 구성이 합쳐서 3중구조가 된다. 처음에는 약간 복잡하고 귀찮은 구조일지도 모르겠지만 도식을 이해하는 순간 매우 흥미로운 구성을 가진 호러 미스터리로 바뀐다. 그것이 <기관>의 재미의 핵이다. 현실, 소설, 허구가 혼재하다 어느 순간 합일하면서 드러나는 진실과 거짓이.

평점 6 / 10

2012년 3월 22일 목요일

방과후 이름찾기 - 츠지무라 미즈키


2007년 고단샤 (상)(하)

 연재 : <메피스토> 2007년 8월~2008년 1월호

 1.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2. 밤과 노는 아이들
 3. 얼어붙은 고래
 4. 나의 메저스푼
 5. 슬로하이츠의 하느님
 6. 방과후 이름찾기 (사진)
 (위의 리스트는 2007년 당시의 간행리스트이다. )

5번째 작품까지는 고단샤 노블즈 브랜드(일본 문고판보다 세로로 약간 더 길고 가격은 문고와 단행본 사이 정도) 로 나왔는데 <방과후 이름찾기>는 단행본 사이즈다.  그것도 상,하 2 권으로. 잘 팔렸나 보다. 이렇게 비싸게 나온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나의 계량스푼>에서 얻은 확신을 믿고 질러야 했다. 뭐 결론부터 가자면 '성공'.

남자 주인공 : 요다 이츠카
고등학교 1학년. 이름 이츠카는 일본어로 '언젠가'의 의미도 있음

 이츠카는 중학시절 수영부의 에이스에 쟈니스 (일본 남성 아이돌이 많이 소속되어있는 곳) 같은 미소년으로 또래 여자애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그런 남학생이었다. 여자친구 만드는데 자유로워서 이 여자, 저 여자 툭하면 갈아타기 일쑤. 쉽게 말해 바람둥이.
 그러던 이츠카는 쇼핑몰 옥상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자기가 생각했던 시간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듯한 기분이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날짜의 3개월 전. 크게 놀란 이츠카는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반친구 한 명을 떠올리고 그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하게 되는데.......

여자 주인공 : 이사카 아스나
고등학교 1학년. 이름 아스나의 아스는 내일을 뜻함

 아스나는 170이 넘는 훤칠한 키에 평범한 얼굴을 한 여고생.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고 독서를 즐기는 내향적인 소녀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 평소에 여자애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요다 이츠카가 도와달라고 한다. 이츠카의 뜬금없는 상담에 결국 응하기로 하고 방과후에 이츠카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는데....

 상담 내용은 타임 트래블? 타임 리프? 였다.
 중학생 시절 타임머신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었던 아스나는 이츠카의 얘기를 듣고 여러 SF소설에서 나오는 시간이동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이츠카가 겪은 상황에 딱 맞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츠카의 얘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12월 24일 같은 학년 학생 중에 자살하는 애가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자살하는 애의 이름은 모르지만 확신을 담아 말하는 이츠카를 보고 결국 아스나는 이츠카의 얘기를 믿어 주기로 한다. 이츠카는 친한 친구중에 '슈토'와 '아마키'를 찾아 다시 상담을 하고 결국 그들의 도움도 얻는다. 믿을만한 친구를 포섭한 이츠카와 아스나는 책 제목대로 <방과후 이름찾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타임 리프-어제는 내일>(다카하타 교이치로. 우리말로도 출간됨)이란 라이트노블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권을 지나 하권에 들어가다보면 그런 느낌은 싹 사라진다. 처음 시작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본편은 위의 두 작품과는 전혀 상관없다. 같은 학년에서 자살할 듯한 애(용의자?)를 찾아내서 자살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츠카와 아스나 일행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자살을 막기위한 행동이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그걸 감안해도 그들의 행동은 아름답다.

 이번에도 후반부에 한데 모아서 탁 후려치는 힘이 있다. <방과후 이름찾기>도 역시 그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상까지 더디게 올라간 제트코스터가 드디어 하강할때의 그 속도감과 쾌감.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 동안에 주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에는 존재한다. 그래서 하강시 짜릿한 희열과 가슴 벅찬 느낌의 감동이 교묘하게 쳐놓은 복선과 더불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물론 순수한 미스터리 입장에서 바라보면 '불공정한' 면이 있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이 아름다우면 그런 것들은 '사소한 단점'으로 치부되기 마련.  그래서 미스터리만을 놓고 볼 경우 느끼는 불만족은 전작들과 유사할 것이다.

 여담) <나의 계량 스푼>을 '반드시' 먼저 읽어야 한다.  그래야 <방과후 이름찾기>의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밤과 노는 아이들>까지 읽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평점 7 / 10

나의 계량 스푼 - 츠지무라 미즈키


2006년 고단샤 노블즈
문고판 간행중

 -줄거리
 초등학교 4학년인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인 '나'한테는 후미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후미는 도수가 높은 안경에 치아교정기를 끼고 다니며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아무나 친하게 얘기를 하지만 정작 친한 친구는 없습니다. 그런 후미는 학교에서 사육하는 토끼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토끼들이 무참히 토막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후미는 사건현장의 제1 목격자였습니다. 그래서 강한 충격을 받고 '혼이 빠져나간' 상태가 되버립니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학교 토끼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은 금방 잡힙니다. 이치무라 유타. 의대 2학년 남학생입니다. 나와 후미가 받은 충격은 컸지만 이치무라 유타의 죄는 기물파손죄입니다. 이치무라는 사건이 예상 밖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람에 집행유예 3년에 지자체 조례에 의거한 70만엔의 벌금형 판결을 받습니다. 유일하게 그가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은 다니던 의대에서 퇴학조치를 당한 것 뿐이죠. 나는 분노합니다. 후미는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넘도록 계속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데요.

 한편 이치무라 측 변호사는 사건의 목격자인 후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비춥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담임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후미 대신 이치무라의 사과를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허락받습니다. 그리고 그 사과를 받는 자리에서 이치무라에게 들려줄 '조건'을 생각하기로 합니다. 그 조건은 나 자신에 대한 속죄이자 후미를 그렇게 만든 이치무라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조건은 절대적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번에도 역시 이야기 속에 곁들여진 미스터리를 즐겨야 한다.  핵심은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고 그걸 위해 처음부터 복선을 깔고 있다.특수능력이 있는 주인공에게는 조언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아키야마 교수. < 밤과 노는 아이들>을 먼저 읽은 독자는 금새 감이 올 것이고, 아니라면 뭐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참고로 <밤과 노는 아이들>에서 아키야마 교수가 그 남학생에게 속닥속닥 들려준 대사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미스터리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가 만든 이스터에그 같은 느낌으로 즐기면 좋을 것이다.

 데뷔작부터 여전히 판타지 스런 설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다른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보인다. 그렇다고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는 아니니까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주인공과 아키야마교수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니까 말이다. 이 설정은 나중에 <츠나구>와도 이어진다.

 아무튼 작은 복수자의 복수 이야기 그리고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 마무리까지 잘 다듬어진 이야기다. <얼음고래>가 우리말로 출간되는 걸 보면서 <나의 계량 스푼>도 조만간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2012년인 지금도 우리말로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영영 출간은 물 건너 가는 것인가.

 여담) 중간에 모 영화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친절한 금자씨> 같다. 

 평점 7 / 10

밤과 노는 아이들 - 츠지무라 미즈키

2005년 고단샤 노블즈 (상,하)
2008년 문고판 (상,하)
2007년 손안의책 (전2권)

 데뷔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읽고 느꼈던 즐거움과 아련함. 청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문장이 지금도 가끔 머리 속을 스친다. <밤과 노는 아이들>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두 번째 소설이다. 데뷔작이 꽤 두꺼웠는데(상,중,하 3권) 이번에도 두껍게 나왔다. 상,하 권 분책이지만 (원서도 상,하권) 각 권의 페이지 수는 400 페이지 정도. 실제로는 데뷔작과 그리 큰 차이는 없는 분량이다.  양은 많지만 술술 잘 읽힌다.  시간 구성을 일부러 이리 저리 뒤섞었지만, 위화감 없이 쉽게 소설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플래시 백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지나서 소설의 서반은 그냥 취업준비 하는 대학생들의 구직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득학생의 가출,실종,유괴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스터리' 구도가 서서히 잡히기 시작한다.

  본바탕은 엽기적인 극장식 범죄이며 본격 미스터리 같은 '퍼즐'을 무게를 두며 다루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관계자 들은 거기에 휘말릴 뿐이다. 다음 범행에 대한 단서를 다루는 부분은 컴퓨터 게임을 보는 기분마저 든다. 주로 일본어를 갖고 노는 언어유희가 많이 나오는데, 번역으로는 그 재미를 100%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소소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런 소설이다. 등장인물이 꽤 많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캐릭터 구도도 그려지고 캐릭터들 대사가 매력적이다. 작가가 교육부와 관련이 있어선지, 교육실습 장면의 묘사는 제법 실감난다. 여자와 여자 사이의 우정이라거나 여러가지 재밌는 소재도 들어있으니, 여성 독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사건과 캐릭터가 얽히고 어쩌구 하다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고전적이라면 고전적이고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잘 써먹으면 아직도 충분히 즐거운 그런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 흠, 이것도 힌트 강도가 높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 여기서 입을 다물어야겠다. 뭐 범인의 정체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즐거웠지만 말이다. 공정한 미스터리 보다는 즐거운 이야기에 곁들여진 미스터리를 즐기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평점 5.5 / 10

2012년 3월 21일 수요일

D의 복합 - 마쓰모토 세이초

1968년
2012년 우리말(모비딕)

여행 미스터리다. 여기에 여행지에 얽힌 민속과 민간전승 그리고 현대적인 살인사건을 짜깁기한 스타일. 이런 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인데,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바다 건너 섬나라 지리(책 앞에 지도가 있는데 이보다는 책갈피 식으로 지도와 간단한 여정을 인쇄해서 같이 배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니 초장부터 허들이 높은 미스터리다. 게다가 도입부에는 주야장천 옛날 이야기와 지리 이야기만 나온다. 그러다가 서서히 현대적인 사건이 끼어드는데 그때까지 버티는 것도 솔직히 일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어서 빨리 살인이 나와야 맛이니까! 가 솔직한 심정이지만  막상 사건이 서서히 물오른다고 해도 그에 비례해서 재미도 같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영 미덥지근한 것이 성에 차지 않는다. 이건 결말까지도 마찬가지다. 대체 왜 그랬을까? 분명 비슷한 구성의 미스터리를 꼽자면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가 있다. 이쪽 역시 민속과 민간전승에다가 여기저기서 정말이지 잘도 갖다가 버무려놓은 비빔밥이 따로 없는데, 왜 교고쿠도 시리즈는 흥미롭게 다가오면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D의 복합>은 지루했던 걸까? 역시 답은 가까이 있었다.( 나는 자극적인 소재의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

곁가지에 힘을 들인만큼 핵심인 기둥인 미스터리가 좋아야하는데 그 부분이 꽝이다. 그러면서 페이지수는 많다. 독자를 피곤하게 만든다. 하고로모 전설같은 경우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인데, 그럼에도 미스터리가 너무 간단하고 어이없어서 - 설마 아니겠지 이런 진상이라면 투자한 시간이 아까운데 생각하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추리소설에서는  가끔 있고, 그 가끔이 이번 경우에 해당한다 - 실망스럽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민속과 민간전승 그리고 페이지였나 싶다.

내 개인취향을 빗대 많이 까댔는데,  1965년 첫 연재당시를 감안하면 당시에는 신선한 소재였을 것 같다. 2012년 지금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 특히 일본 미스터리가 다량으로 수입되는 - 에서 살펴보면 별로 흥미로울 소재가 아니라는게 문제겠다. 그저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 가치에 기대는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초판 간행을 감안해서 점수를 더했다. 그래서 <D의 복합>은 고전의 반열에 들만한 녀석은 아니라고 본다. 

여담1) 가장 의외였던 것은 초장에 빨리 퇴장한 어떤 캐릭터였다. 소재로 보나 캐릭터 성으로 보나 더 활약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게 빨리 책 밖의 세상으로 물러날 줄이야! 정말 의외였다.

여담2) TV드라마용으로 딱 좋을 소재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1993년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한다.

평점 3 / 10

2012년 3월 8일 목요일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 구라치 준

1996년 고단샤
1999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시공사)

구라치 준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몇 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읽은 책이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물론 원서로 읽었다. 의외로 두툼한 문고판을 손에 집어들고 (아마도..)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챕터 앞에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이 참 재밌는 부분이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다운 논리적인 면모 역시 좋았다. 이런 추리소설이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가보다 포기하고 있던 차에 시공사에서 우리말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 집어든, 이번에는 고대하던 우리말로 번역된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말로 책을 봐야 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ㅠ.ㅠ

이 정도는 헤살이 아니라서 단언하는데, 이 책의 특징은 챕터 앞의 힌트가 철저하게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가 어디에 집중을 해서 책을 봐야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초보자한테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지에 관한 지침이 될 것이고, 숙련자에게는 작가가 말하는 진짜와 거짓의 줄다리기의 완급 조절에 주의를 해야한다. 그래서 <별 산장>은 두루 먹히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걸 초월해서 범인을 알아채는 능력자들이 있는데, 그런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위장전술이 책의 두께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속에, 단서를 숨기려면 글자속에! (....) 라는 말 처럼 활자량이 많아야 한다. (페이지당 2-3줄 넣는 반칙은 물론 제외) 활자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설명이나 대사가 많다는 소리. 당연히 독자는 많은 정보 속에서 단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힌트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핵심을 관통하는 힌트 그리고  두꺼운 분량 속에 숨죽이고 있는 단서와 복선. 독자와 작가의 공정한 경쟁이다.

다만 이런 류의 추리소설은 선점효과가 무척 중요한 요소인데, 본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쓰즈키 미치오의 작품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성향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한테는 그 재미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아무런 지식 없이 보는 것과 이미 알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이럴 때는 미스터리 비기너 쪽이 추리소설 익스퍼트보다 재밌는 독서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즐거움이니까.

평점 6.5 / 10

2012년 3월 1일 목요일

눈의 단장 - 사사키 마루미



1975년 고단샤
1983년 문고판
2008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아스나로 고아원 원생인 구리오리 아스카. 어릴 적, 눈 내리는 겨울 날 삿포로 시내에서 미아가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스카를 도와준 친절한 청년이 있었다. 얼마 후 아스카는 모토오카 집안에 양녀로 들어가지만 그곳은 그녀가 기대하던 낙원이 아니었다. 모토오카 집안에는 아스카와 동갑내기 나츠코, 나츠코의 언니 세이코가 있지만 두 자매는 오직 아스카를 갈구기만 할 뿐. 아스카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아스카는 버티다 못해 가출을 하고 눈이 내리는 삿포로 시내에서 친절한 청년과 기적의 재회를 한다. 청년의 이름은 다키에 히로야. 히로야의 도움으로 모토오카 집안에서 벗어난 아스카는 히로야와 한가족이 된다. 하지만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스카에게 모토오카 집안과의 악연은 끝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나게 된 나츠코. 그리고 그녀의 언니 세이코가 아스카와 히로야가 사는 사원아파트에 입주하게 된다. 그리고 세이코의 환영파티에서 독살사건이 발생한다. 형사가 개입하고 아스카마저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범인은 오리무중.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지만 시간이 흘러 아스카는 당시 독살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깨닫고 심한 갈등을 하게 되는데..............
 
줄거리만 보면 뭔가 미스터리 틱(?)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사실 <눈의 단장>은 엄밀한 의미의 미스터리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분명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있으며 동기도 있다. 그리고 그걸 추리하는 탐정 역까지. 하지만 이 소설의 본질은 범인의 정체도, 범행의 방법도 아니다. 독살사건은 그저 주인공 아스카가 겪는 성장통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중요도가 높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다. 그래서 소설은 단순히 아스카가 겪은 독살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그냐가 다섯 살 부터 나이를 차근차근 먹어 여대생이 되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게다가 탐정 역으로 분한 아스카가 진범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은 소설책 중반 정도면 나온다. 미스터리에 몰두해서 읽는다면 허탈한 결과다. 물론 단서를 뿌리고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건의 이면을 지적해서 그걸 논리적인 연결로 이끌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의 정체까지 깨닫는 과정은 충분히 본격다운 내용이긴 하다
 
살인사건과 사건의 범인의 정체를 알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아스카. 그리고 아스카는 소설 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법은 심리적 활동의 범죄자는 방임하고 있다고. 사건의 발생과 결과는 물리적 활동이며 그것을 법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심리적 활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그대로 아스카가 왜 진범의 정체를 알면서도 주위에 진상을 밝히지 않았는가의 대답이 된다. 또한 이것은 고아 소녀로서 성장하게 된 아스카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고아 소녀 물에서 보이는 순진무구한 캐릭터성이 아스카한테는 없다! 고집쟁이에 자기 것을 뺏기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속성, 그리고 자기의 복수심을 위해서라면 비록 많은 고민을 하지만 살인범을 감쌀 줄 아는 여주인공. 그것이 바로 주인공 아스카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 성이 <눈의 단장>의 재미이다. 

여담)
<눈의 단장>은 고아를 주인공으로, 같은 세계관을 갖는 사부작 중 일부에 해당한다.
미스터리 완성도는 1977년에 나온 <절애의 관> 쪽이 더 높다.
아, <눈의 단장>은 사사키 마루미의 데뷔작이다.
 
평점 5.5 / 10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하울링 (2012) - 송강호, 이나영

원작 : 노나미 아사 <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는 좋겠다. 영화때문에 원작 좀 팔리려나?
원작이 우리말로 나온 건 거의 5년 전인데, 그 때는 본전치기나 했으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게 송강호와 이나영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질 거리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황제 펭귄 다키자와 역에는 송강호
오토미치 다카코 역에는 이나영

기본적인 범죄가 발생하고 그걸 해결하는 굵직한 노선은 원작과 같다.
하지만 캐릭터 성격이나 세부 에피소드로 들어가보면 원작과 다른 부분이 은근히 많다.어디가 원작과 어떻게 다르고 다 까발리면 나중에 볼 사람은 재미없을테니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그냥 다른 부분이 꽤 있다는 점만 지적하고 넘어가자.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카펜터즈 노래 나오는 대목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오려나 기대했는데........ㅠ.ㅠ

원작에서 압권은 후반부 고속도로 추격신인데, 영화에서는 좀 실망이다. 좀 더 속도감있게 긴장 넘치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보기도 전에 추적장면 부터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며 엄청 기대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딱 그 꼴이었다. ㅠ.ㅠ

그래도 우리식으로 바꾸어놓은 송강호와 이나영의 역할연기는 볼만했다. 명장면을 꼽으라면 거시기로 이나영 고개 돌아가는 장면. 한 번에 오케이 사인 떨어졌을까? 보는 내가 다 시껍했다.  자세한 건 직접 보시길..ㅋㅋㅋ 이나영은 연기 쪽은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하울링>에서는 그래도 발전한 것 같다. 특히 늑대개와 교감해가는 장면은 원작보다 좋았다. 그래서 더 마지막의 질주장면이 아쉽다. 아, 생각할 수록 아쉬워! ㅠ.ㅠ

아, 잊은 게 하나 있다, 2010년 일본에서는 기무라 요시노 주연으로 스페셜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딱 2년전 이야기네. 촤악이었다. 일본에서 만든 드라마보다 한국땅에서 만든 영화가 훨씬 원작에 충실할 정도. 2010년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란 이름의 탈을 쓴 그것은 존재자체를 말살해야하는 녀석이다. ㅋㅋ

평점 5.5 / 10

2012년 2월 26일 일요일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03년 고분샤
2008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폴라북스)

<저택섬>을 시작으로 은근히 우리말로 계속 소개되고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 소설들. 그 중에서 <완전범죄 고양이~>를 이제서야 읽게 됐다. 일단 원래 이 녀석은 이카가와 시를 배경으로한 우가이 모리오 탐정을 주인공으로한 일련의 시리즈 중에 하나인데, 어째선지 이 녀석이 우리말로 나온다는 소식에 당시에 약간은 얼떨떨했던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이 난다. 알고보니 다른 곳에서 시리즈 1편과 2편이 출간됐다.정답은 미스터리고 뭐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른들의 사정이었을 뿐.ㅋㅋ

아무튼 내용은 그냥 10년전에 일어났던 미제 살인사건. 주인공 우가이는 실종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의뢰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고양이와 살인사건이 교차되는 그런 미스터리다. 참고로 고양이는 무척 중요한 소재다.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고, 내용에도 끊임없이 고양이가 나오는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마네키네코 어쩌구 하는 부분이 계속 나와서 약간의 걸림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는 그냥 술술 잘 읽힌다.아, 상상이상으로 썰렁한 개그 장면도 꽤 나오니까 주의를 요한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소설의 매력은 그런 썰렁한 유머에 있지만 말이다. 의외성은 별로 없지만 깔끔한 트릭과 구성으로 산뜻하게 끝나는 편이라 뒤끝이 없다. 명작은 아니고 수작도 안되지만 평작 이상은 된다. 그러고 보니 책이 의외로 두터운 편이다.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스의 추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는 해문, 서울문화사, 태동 이렇게 세 가지가 존재하는데, 해문과 태동은 지금도 구해서 읽을 수 있고, 서울문화사는 절판이다.

평점 5 / 10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온다 리쿠

2010년 미디어팩토리
2011년 우리말(노블마인)

몇 년 만에 읽는 온다 아줌마 소설인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책이 엄청 얇다. 200페이지 정도 되려나? 글씨도 큼직하니 라이트노벨 보다도 훨씬 얇은 소설이다. 그런데 책은 연작 단편집. 게다가 단편은 총 10개. 헐. 평균잡아 단편 하나당 20 페이지를 잡아먹는다는 것인데, 과연 그 20페이질 갖고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느냐. 처음 읽으려고 할 때는 좀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이 아줌나는 역시 하나도 안 변했구나라고 느꼈다. 아니 하나도라고 하면 좀 어폐가 있고 본질은 그대로구나 라고 표현하면 딱이다.

어느 집이 있다. 유령이 출몰하는 집이라고 한다. 과거 그 집에 살던 사람, 그 주변 사람, 그리고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중시점으로 표현한 단편집이면서 단편은 전부 하나로 이어지는 연작형식이다. 장르는 굳이 따지자면 괴담 수준 정로 미스터리는 아니다. 물론 소설 안에서는 죽고 죽이는 피 튀기는 장면도 심심찮게 보 지만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사람 사는 곳에 살인이란 필수불가결아닌가. (응? ㅋㅋ) 사건은 있지만 명명백백해서 미스터리가 치고 들어갈 여지를 처음부터 주질 않는다. 그저 시점을 이리 저리 바꾸어가는 기묘한 이야기일 뿐이다.
뭐 미스터리로 꾸밀려면 꾸밀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금 이대로가 더 좋다. 뭔가 아쉬운 듯, 미진한 듯, 뒤끝이 살짝 남는 그런 기분으로 말이다. 다만 인간적으로 책값은 좀 비싸다.

평점 5 / 10

2012년 2월 12일 일요일

맹독 - 도로시 L. 세이어즈

1930년 Strong Poison
2011년 우리말(시공사)

귀족 탐정 피터 웜지 경 시리즈 3번째 작품.
그런데 사실 3번째가 아니라 5번째 작품이다.
<시체는 누구>와 <증인이 너무 많다>는 원래 순서대로 출간되서 맞는데 3번째로 나온 <맹독>은 5번째이고 그 사이에 빠진 녀석이 <부자연스런 죽음>과 <벨로나 클럽의 불쾌한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맹독>에서 맹활약하는 캐릭터가 나왔다는 안타까운 사실마저 있다. (크림슨 양이 그렇다) 난 처음에 이 시리즈가 순서대로 다 출간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맹독>때문에 그런 희망찬 기대는 버렸다. 그럼 그렇지, 다 나올리가 없지 하면서. 포기하면 편한 법이다.

아무튼 <맹독>은 시리즈 전환점 같은 녀석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피터 웜지가 첫눈에 반한 여성 '해리엇 베인'이 처음으로 나왔으니까. 게다가 해리엇의 직업은 추리소설가. 여기에 해리엇은 전남친을 독살했다는 혐의가 걸려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녀의 누명(?)을 피터 웜지 경이 벗기려고 이런 저런 활약을 한다. 피터 웜지 경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보다는 조역들 활약이 더 눈부시다. 특히 자물쇠 따기와 후반부의 페이크다!! 강신술! 파트의 유머와 스릴이 <맹독>의 단순한 미스터리 구조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 그에 비해 해리엇 베인은 시종일관 수동적 자세로 매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뭐 나중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캐릭터로 <Have his carcase>에서 피터 웜지 경과 같이 시체를 발견하고 수사하기도 하고 <Gaudy night>에서 피터 웜지 경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Busman's Honeymoon>에서 다시 같이 등장한다니. 이 녀석들이 우리말로 나오길 바랄 뿐이다. 이외에 다른 필명으로 나온 세 편의 소설이 있는 것 같은데, 영어에 약한 나는 그저 발가락만 빨이지........

우리말로 피터 웜지 경 시리즈가 어디까지 나올런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해리엇 베인이 제대로 활약하는 녀석들 정도는 출간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유머와 위트 있는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이 시리즈가 계속 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서 

평점 6 / 10

사족) who? 에 집중하면 정말(x3) 재미없을 것이다. how?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검은 계단 - 루이스 베이어드

2008년 The Black Tower
2011년 비채

프랑스 혁명으로 죽었다고 생각했던 루이 샤를 왕자가 실제로는 생존해 있었다? 라는 설정에다가 스릴을 곁들인 창작 소설. 책 뒷표지 보면 극찬이 있는데, 보고 있으면 내 몸이 다 간지럽다. 아부도 그런 아부가 없을 거다. 탁 까놓고 말해 <검은 계단>의 어디가 열라 치밀하게 짜여져있고 극적인 반전이 있단 말인가? 그냥 역사와 허구를 섞은 모험 낭만 소설! 이라고만 했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녀석을 갖다가 과대포장을 신나게 해버리면 그걸 구매한 사람은 대체 어쩌라는 얘기란 말인가.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책 광고문구의 오버액션이야 뭐 어느 정도는 눈 감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게다가 쓸데없이 두꺼워서 읽는 내내 나는 인내심 시험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살인자의 연금술>이 생각난다.이것도 역사적 인물과 허구를 섞은 그런 류 소설이었는데, 뭐 그럭저럭 읽을만 했던 기억이 난다. <검은 계단>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뭐 읽지 못할 정도로 재미없는 녀석은 아니지만, 가격대 성능비기 심히 좋지 않다. 14,000원은 너무 비싸다. (뭐 정가 다 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겠다만) 재미로 따지면 4천원 정도면 딱 알맞은 가격.

아 그러고보니 무작정 까기만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별거 없다. 플롯이 열라 간단하기 때문. 경찰 한 명이 주인공을 찾아온다. 주인공 아버지가 옛날 무슨 일인가 했다. 문제의 인물을 찾는다. 주인공과 문제의 인물이 습격당한다. 음모의 배후가 드러난다. 그리고 엔딩. 반전? 있긴 있다. 근데 그게 어쩌라고? 반전이라고 해봤자 믿거나 말거나로 끝나는 터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녀석이다.이렇게 일직선 스토리도 참 드문데, 그걸 갖다가 낯간지런 미사여구로 이러니 저러니 하고 있으니 내가 다 쪽팔린다.

책 서두에는 장 자크 루소의 '인내란 아이가 가장 먼저 배워야할 미덕이다' 어쩌구란 말이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인내심 함양에 큰 도움을 줬다. 그래서 +1 점.

평점 3 / 10

2012년 2월 9일 목요일

갈릴레오의 고뇌 - 히가시노 게이고

2008년 문예춘추
2010년 우리말(재인)
2011년 문고판

 이제는 국내에서도 고정팬을 확보한 일본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특히 시리즈물을 만들지 않는 걸로 알려졌던 작가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 가가 형사 시리즈와 지금 소개하는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가 그렇다. 그리고 두 시리즈는  전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크게 히트까지 쳤다. 뭐 국내에서도 많이들 보셨을 거다. 지금이야 인기 시리즈라고 하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작가조차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시리즈 첫작 <탐정 갈릴레오>(단편집)에 수록된 첫단편이 연재된 시기는 1996년 11월. 단행본은 2년 뒤인 1998년에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작<예지몽>(역시 단편집) 단행본은 다시 2년 뒤인 2000년 발간. 그리고 뜸하던 시리즈의 전환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용의자의 단행본은 2005년도에 나왔지만 원래 연재는 2003년부터였다. 두 번째 시리즈 <예지몽>의 마지막 단편 연재가 2000년도 1월이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3년 가까운 공백이 있다.

 어쨌든 시리즈 3번째 <용의자 X의 헌신>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해 미스터리 관련 상도 휩쓸고 아무튼 팔리기도 엄청 팔렸다고 한다.(그만큼 논란도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본격 미스터리 정의와 관련해서) 아마 여기서 <갈릴레오 시리즈>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버렸다고 생각된다. 독자들도 속편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것이 작가와 출판사와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에 장기 시리즈화가 됐을 텐데, 여기에는 갈리레오 시리즈의 드마라가 성공한 것도 그런 요인중 하나였으리라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 버전 갈릴레오 시리즈가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원작 시리즈 1권과 2권을 갖다가 만들면서 원작에도 없는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여자 캐릭터 등장을 히가시노 게이고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캐릭터가 시리즈 네 번째 <갈릴레오의 고뇌>에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쓸데없는 얘기만 장황하게 늘어놨는데 <갈릴레오의 고뇌>는 일단 기본 노선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이제는 딱딱하게 맞아 떨어지는 물리학 같은 논리로 무장한 유가와보다는 부드러워진 인간미가 보이는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다우징'을 소재로 들고나온 '가리키다' 의 마무리가 특히 그렇다. (뭐 함께 들어간 다른 단편도  비슷하지만) <갈릴레오의 고뇌>와 같이 발간된 <성녀의 구제>의 내용도 마찬가지. (참고로 국내에는 <성녀의 구제>가 먼저 나왔고 거의 1년 뒤에나 <갈릴레오의 고뇌>가 출간됐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드라마와 인간미는 살아났을지 모르지만, 미스터리 재미는 많이 죽어버렸다. 시리즈 3작 <용의자~헌신>이 전환점이었다면 <갈릴레오의 고놔>와 <성녀의 구제>는 그에 대한 대답이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고.

 현재 우리말로는 나오지않은 <한여름의 방정식>(장편)이 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이다. 뭐 금년에 다시 <갈릴레오의 선택>이란신작이 일본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읽기는 하겠지만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시절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안녕~ 갈릴레오.

평점 5 / 10

2012년 2월 8일 수요일

어나더(Another) - 아야츠지 유키토

2009년 가도카와쇼텐
2011년 문고판(상,하)
2011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현재 우리말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 정도만 읽었던 사람들한테 <어나더>는 마치 다른 작가가 쓴 글인 마냥 장르가 일치하지 않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알고보면 아야츠지 유키토는 '호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쉽게 국내에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속삭임 시리즈 3부작>은 작가 초기 대표작인데 <관 시리즈>와는 노선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서스펜스다. 그 밖에도 초기 걸작(?)중 하나인 <살인귀>는 스플래터 호러. <13일의 금요일 밤>같은 내용에 미스터리 양념을 가미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노선은 계속되어 <안구기담>이라는 단편집에서는 아예 미스터리 색채는 옅어지고 (거의 없다시피) 호러위주로 꾸며졌고, <최후의 얼굴>에서는 판타지 호러가 되버린다(그런데 재미는 없었다.) 게다가 미스터리는 완전 빠지고 오로지 호러만으로 꾸며진 <미도로가오카 기담집>도 나왔다.(단 하나 단편만 미스터리고 나머지는 그냥 괴담수준의 단편이었다.)

그리고 <어나더>.  호러 미스터리 중에서도 특히 <최후의 얼굴>의 후속작 같은 느낌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따랐는지, 작가 이름 바꾸고 라이트노벨로 내놨다면 그대로 속았을 법한, 그런 캐릭터와 구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반진담 섞인 농담조로 <어나더>를 아야츠지 유키토의 라이트노벨 데뷔작이라 부른다.

이야기는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가 요미야마 시라는 곳에 전학을 오는 걸로 시작된다. 그런데 주인공이 전학 오게 된 반에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괴담? 저주?가 있어서 거기에 주인공도 휘말리게 되고 어쩌다 보니 한쪽 눈에 안대를 한 귀여운(?) 여자애도 나온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어나더>를 다 읽고 가장 처음 느낀 건, 문장 몇 개면 요약될 내용을 이 정도로 분량을 잡아 늘려서 글로 완성하는 것, 이거야말로 재능이 아닌가? 였다. 말 그대로 <어나더>의 핵심은 정말 별거 아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광고는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식 반전도 아니고, 그냥 호러 영화라면 으레 등장하는 마지막 살인귀의 부활(?) 정도 수준이다. 반전은 빛바랜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읽는 내내 무척 지겨운 진행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독자를 감질 나게 약 올리듯이 서서히 진행하는 부분은 분명 장점. 다만 호러보다는 모험 소설 같은 분위기가 짙어서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 게다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서 주인공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정교하지 않다. 웃긴건 주인공 심리조차 심도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어나더>는 외형만 10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굳이 중학교, 중학생을 소재로 삼을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나더>를 갖고 이렇게 미디어믹스를 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본전치기라도 할 수 있으려나) 만화연재, 애니메이션 방영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말야. 개인적으로 만화판 <어나더>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건 내용 보다는 오로지 작화를 맡은 '기요하라 히로'가 그린 '메이' 그림이 몹시 예쁘기 때문이다. ㅋㅋ (만화판 어나더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상할 정도로 미소년 미소녀로 꾸며져 있다.) 애니메이션은 아직 방영중이긴 한데, 그냥 저냥 볼 만하다. (특별편으로 수영복 에피소드가 나온다고 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ㅋㅋ)

여담) <살인귀>나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살인귀2는 제외하고)

평점 5.5 / 10

2012년 2월 4일 토요일

유포리아 (euphoria) - 클락업 (2011)



2011년 클락업 (등급 : 성인용, 언어 : 일본어)

게임을 시작하면 느닷없이 하얀 방에 갇혀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다카토 케이스케.
케이스케 이외에도 반친구인 마나카 네무, 바쿠야 린네, 호카리 가나에, 반장 안도 미야코. 담임 선생 아오이 나츠키 그리고 후배 마키바 리카가 있었다. 정체불명의 방에 갇힌 일곱 명.

그리고 이어지는 게임. 간단하게 밀실편이라 명명하자.
밀실의 규칙은 간단하다. 주인공은 열쇠가 되고, 여자애들 중 한 명이 '열쇠구멍'이 된다. 열쇠를 열쇠구멍에 집어넣으면 문이 열린다. 하지만 단순히 열쇠를 구멍에 집어넣으면 안 되고 거기에는 조건이 붙어있다. 해당 조건을 만족해야지 스테이지 클리어. 이렇게 5번을 무사히 넘겨야지만 탈출에 성공. 아, 참가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죽는다.  그리고 열쇠구멍으로 선택된 이가 거부해도 게임오버.  살고 싶으면 참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장인 미야코가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이따위 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고 표명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룰 적용. 미야코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전기고문을 당해 사망한다. (진짜다;; 이건 헤살도 뭐도 아닌 것이 반장은 프롤로그 단계에서 죽는 캐릭터다.)

해서 주인공 일행은 살기위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의 내용은 열쇠가 열쇠구멍을 하드코어하게 능욕하는 것이다.  자위,레이프, 폭력,배설,방뇨,고문,아날,확장 또 뭐 있더라 아무튼 아주 다양하게 등장해준다. 뭐 그러기 위한 주인공 남자 1명과 상대역 여자 5명이니까.

여기까지만 보면  <유포리아>는 그냥 수많은 하드코어 어덜트 게임 중 하나다. 밀실을 탈출하기 위한 능욕. 능욕의 당위성을 위해 나온 것이 게임의 규칙. 내가 살기 위해서는, 아니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짓밟고 짓밟혀야한다는 관계 설정. 이런 류 설정의 영화나 게임은 참 많은데, 대충 설명만 보고도 머릿 속을 스치는 그 무엇(?)이 있을텐데 그 생각이 맞다. 거기에 성인용 게임 답게 하드코어 포장과 양념을 첨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 <유포리아>는 게이머를 배려한(?) 능욕물이다.(....)

이렇게 열심히 능욕작업에 심취(?)하다보면 밀실편이 끝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리.
이게 뭐시여?
뭔가 이상한 기분이다.
꿀꿀한 기분으로 엔딩까지 도달해도 개운한 기분이 아니라 더부룩하다.
미진한 느낌.

해서 다른 캐릭터를 계속 공략한다. 하지만 속시원하게 밝혀지는 진상은 없다. 설마? 하는 느낌은 있지만 만약 그런 설정이라면 에이 SIBAL 하고 패키지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쨌든 마지막까지 열심히 플레이를할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타 엔딩 루트는 오로지 '진엔딩'을 위한 희생양이기 때문이다.정말이다. 모든 건 트루엔딩을 위함이다. 그리고 그 트루엔딩을 보고 게임의 '제목'이 가지는 의미와 오프닝 주제가 가사를 음미해보면서 씨익 웃어주면 끝난다.

최대한 스토리 누설이 없도록 하고 있지만 구글로 검색하면 본 게임의 개략적인 스토리부터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담은 내용까지 가감없이 찾아 볼 수 있다. 아, 좀 엽기적인 그림도 나오니까 비위 약한 사람은 검색을 삼가자.


개인적으로 추천하고픈 캐릭터 공략 순서. 이렇게 하는 것이 전체 시니리오와 반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좌측부터 공략해서 우측을 제일 마지막에 하면 되겠다.

마키바 리카 -> 아오이 나츠키 -> 바쿠야 린네 -> 마나카 네무 -> 호카리 카나에

여담)

1. 게임 속 표현으로도 나오지만 구멍 뚫린 치즈 같은 설정중에 이건 좀 아닌데 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만능(?) 목걸이.

2. 트루엔딩을 본 다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밀실편을 해보자. 그리고 캐릭터들 대사와 반응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의외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3. 호카리 카나에의 심정만을 생각하면서 진행해보자.

4. 리카 또는 나츠키 루트 엔딩을 보면서 다른 캐릭터 입장을 생각해보자. 특히 네무와 카나에.

5. 캐릭터 심리 표현에서 불친절한 부분도 많은데 (특히 카나에) 그 부분은 그냥 각자 상상력(?)으로 극복하자.

6. 막장of막장 엔딩이 하나 있는데 그걸 진엔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신경끄자.

평점 6 / 10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엣지 - 제프리 디버

2010년 EDGE
2011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나오라는 링컨 라임 시리즈는 안 나오고 듣도 보지도 못했던 스탠드 얼론이 나왔을 적에는 이건 또 뭐시여? 라는 심정이 거시기 털 끝 만큼도 없었다고는 못 하겠다. 그래서 출간된 지 좀 시간이 지나서 - 요즘엔 거의 이렇게 느긋하게(?) 읽고 있다만 - 집어들고 나서 후회했다. 디버 옵빠. 미안해. 오빠를 의심해서..ㅠ.ㅠ

이제는 제프리 디버는 흥미보증수표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쏟아낸 디버의 작품은 재미의 굴곡은 엄연히 존재하며 각 작품마다 최소, 최대의 재미의 차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거나 집어들어도 최소한의 재미를 보증해주는 마지노선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 그런 의미에서 디버의 소설은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엣지> 역시 그렇다. 최소 중박 이상의 재미는 보증해주니까.

각설하고 소설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이번 작은 '모순'이란 말이 떠오른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적으로부터 '주연'을 보호해야하는 주인공(방패)과, 수단을 불문하고 반드시 '목표'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 하는 사냥꾼(창)의 구도가 떠오르기 때문. 뭐 엄밀히 들어가자면 방패는 막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방패로 상대를 쳐올려서 공격도 가능하다. 반대로 창도 역시 찌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창대로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

이렇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진일퇴를 묘사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소설 시점이 1인칭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생각은 대부분 독자가 알 수 있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기존의 디버 소설이 범인 측의 기술이 꽤 많았던 것과 비교해봤을 때 색다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그런 구성으로 만들었는지 납득이 간다. <엣지>는 기본적으로 장기와 바둑같은 1:1 (훈수두는 사람은 제외.ㅋㅋ) 게임인데 이걸 실제로 둔다고 하면 상대방의 생각은 오로지 장기판과 바둑판에서 상대방이 둔 '수'를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설 속의 주인공=독자도 그런 게임 감각을 느끼려면 소설의 시점은 반드시 1인칭이 되어야만 했다. 또한 이 1인칭은 독자를 속이는데도 아주 효율적인 시점이기도 하다. 디버에게는 그야말로 일거양득.

<엣지>의 주인공을 이용한 시리즈화는 힘들 것 같다.(캐트린 댄스는 아예 노리고 나온 캐릭터 같지만) 아마 다른 시리즈에 찬조출연하는 경우는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1판 1쇄 본인데 생각보다 오타고 곳곳에 눈에 띄었다. 54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분량에 페이지당 활자량도 꽤 많은 편이라 맞춤법 검사하기 꽤 지겨웠을지도 모르겠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조금 더 신경 쓰면 좋겠다.

평점 7 / 10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붉은 실 - 천리구 김동성

1921년 동아일보 신문연재
1923년 단행본
2011년 결정본 (페이퍼하우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의 추리소설이 나왔다. 나온 거야 벌써 작년 여름이니까 꽤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한국 탐정소설(추리소설)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한테 더욱 큰 의미를 주는 녀석이기 때문에 한번쯤 언급하고 싶었던 녀석이다.

일단<붉은 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번안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원작과 동일하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라면 이름과 지명이 우리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왓슨은 조군자. 셜록 홈스는 한정하.  베이커 거리는 백일동. 이런 식이다. 하지만 이름만 우리식이지 조군자와 한정하가 활약하는 곳은 영국이다. 원작 그대로 면서 이름만 바꾸어놔서 오히려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 차라리 완벽한 현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번역가 김동성도 분명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고심 끝에 현재의 결과물이 나온 걸테니 내 아쉬움은 그냥 넋두리 정도로 흘려보내야겠다.

그리고 하나 더 가장 놀라운 점은 중역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1921년이면 일제 강점기. 당시라면 대부분의 외국 소설은 일본에 번역된 걸 번역해서 내놓은 중역이었는데 (아직도 이 짓거리를 하기도 하지만;;) 김동성은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경력으로 직접 영어 원문으로 번역을 했다고 한다. 아서 코난 도일 원작을 떠나서 직접 번역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 아닌가 싶다. 해서 원본의 1부와 2부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 구구절절한 2부를 그대로 번역한 것만 봐도 얼마나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붉은 실>은 그냥 재밌는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 녀석이다. 어느 정도 추리소설에 대해 애정도 갖고 있고,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야 하고, 특히 '셜록 홈스 시리즈'를 누구보다 사랑해야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독자라면 <붉은실>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책 값도 9,000원으로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다.

참, <붉은 실>에는'주홍색 연구'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표제작 외에도 네 개의 단편(셜록 홈스의 모험에서 발췌)이 더 실려있다. <보헤미아 왕> <붉은 머리> <보손 촌 사건> <비렁뱅이>이다. 이것만 봐도 원제목이 뭐일지 이미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

평점 6 / 10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퇴마록 1,2 국내편 - 이우혁

2011년 문학동네

이번에 새로 출간된 퇴마록 국내편이다. 각권 60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아주 그냥 우겨 넣었다. 손으로 들고 읽기 힘들 정도로 무거울 정도다. 따라서 가격대 성능비도 좋긴 한데, 문제는 소프트웨어.

몇 년만에 재독하는 퇴마록인지 사실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예전에 읽은 것 같긴 한데, 그래서 그런가 합본은 처음 읽으면서 퇴마록이 이런 내용이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초반 네 명의 주인공이 모이는 내용이 너무 얼렁뚱땅이라거나, 캐릭터들의 내적 고민을 다룬 단편도 있지만 그것 만으로 부족한 네 명이 모여야만 하는 당위성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 네 명이어야 하는가가 사실 이 시리즈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의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그 외에도 고대사와 연관된 내용은 깊이감 부족으로 이제는 낡은 느낌마저 들고, 수수한 단편들이 오히려 돋보인다.


엄마의 자장가, 아무도 없는밤, 귀화, 그네.
퇴마록은 이런 류 단편이 성격에 잘 맞지 않나 생각해 본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스케일이 커지는 바람에 초반의 풋풋한 느낌이 사라지면서 퇴마록에 대한 애정도 많이 식긴 했지만, 그래도 하이텔에서 보던 퇴마록의 재미는 잊지 못할 것 같다. 하긴 퇴마록 뿐이랴, 드래곤 라자, 옥스타갈니스의 아이들 실시간 연재에는 종이매체로는 도저히 못느꼈던 PC통신만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참, 합본 퇴마록은 내용상 수정은 없다고 작가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전면개정 그런게 아니니 구판을 소지한 사람은 굳이 비싼 돈 들여 신판을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구판은 이제 낡을대로 낡아서 퇴마록 팬이라면 신판으로 바꾸는 것도 좋을 듯.

평점 5 / 10

인 타임(In Time) (2011)

시간이 곧 돈이자 생명인 가상의 시대.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해야하는 주인공에게 기연이 찾아온다.
시간 시스템의 숨은 진실과 함께 100년의 시간을 얻은 것.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의 희생이 필요한 타임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는 주인공의 고군분투 어쩌구 저쩌구는 개 풀 뜯어먹는 개소리고 이거 영화가 소재는 참 좋은데,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이렇게 소재를 못 살리기도 힘들텐데, 어찌보면 그것도 재능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열불난다. ㅋㅋ 마치 잘 짜여진 원작을 대강 대강 엮어서 너무 알기 쉽게 건성으로 포장해놓은 듯한 느낌이니까. 이럴 때는 일본 영화, 특히 멋진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를 본 기분이다. 일본 영화도 원작 망치는 데 한 재능을 하지만, 뭐 <인타임>은 오리지널이긴 하지만 차라리 소설로 나왔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은 녀석이다.

다만, 주인공 상대역으로 나오는 실비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뻐~~ 봐도 봐도 이뻐~ 그래서 점수 +1 이다.

평점 1 / 10

2012년 1월 24일 화요일

악연의 순환선, 선로에서 기다린다 - 김근우

2012년 이타카

<검은 목의 교실, 친구를 부른다>가 2010년 여름 경에 나왔으니 거의 1년 반만에 나온 신작이다. 사실 '산군실록 시리즈 01'이라고 나왔었기에 언젠가는 02가 나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뜬금 없이(?)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 했던 일.어쨌든 기다리던 신작이라서 나온 건 반가운 데 이제는 좀 출간 페이스가 빨라졌으면 좋겠다.

이번 편은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전편에서 노산군과 홍길동을 만난 이서영의 전생과 업 찾기와 그들을 이어주는 '지하철 사건'이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기본 소재로 여기에 집착과 지하철 괴담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구성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주로 사건의 진행과 개요 그리고 의문점을 다루고 있고 2부는 해결파트다.

주인공과 관련된 내용은 이제서야 프롤로그 끝이라고 생각된다. 전작이 프롤로그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작은 프롤로그2가 되버렸으니까 말이다. 이로써 이 시리즈의 패턴도 짐작이 가능해졌다. 노산군과 이서영 두 주인공 캐릭터들의 전생과 업의 추적이 메인이고 그들이 각 권마다 겪게 될 괴담과 사건이 서브지만 그것이 메인을 구성하는 주춧돌이 될 거라는 것. 특이한 구성은 아니지만 소재나 그런 걸 생각하면 효과적인 플롯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걸 얼마나 독자의 흥미를 끌도록 잘 포장하는 '기술'이다. 전편은 1부의 흥미와 긴장이 2부로 효과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단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걸 의식해서인지 분량 조절도 되있고, 서서히 고조되가는 분위기로 1부를 잘 다듬다가 2부에서 한 번에 터트리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뭐 전편은 아무래도 시리즈 처음이라서 캐릭터 소개때문에 늘어진 느낌이 없잖아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 구조는 간단하다. 트릭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조금 부족한 구성력이다. 한 번 더 비틀어주는 센스가 요구된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광고문구로 쓰인 '호러와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에 당당히 어울리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여전히 아쉽다.

그러고보니  전작은 만화 같은 삽화가 많았던데 비해 신작은 일반적은 삽화 분위기로 일신되면서 수록된 수도 적어졌다. 판형이 커진 라이트노벨 분위기에서 일반 소설 쪽으로 많이 옮겨간 느낌?이다.

여담) 소설 속에 장우자 이야기가 살짝 나오는데, 특히 새제자를 들였다는 등등, 김근우의 전작 <위령>을 읽은 사람이라면 빙그레 웃어줘야 하지 않을까? ㅋㅋ


평점 5.5 / 10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까마귀의 엄지 - 미치오 슈스케

2008년 고단샤
2011년 우리말(문학동네)

일본추리작가협회 수상작이다.
개인적으로는 상까지 수상할 정도의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 운 좋게 경쟁작이 별로였을지도 모른다. 아님 점점 이름을 알리고 있던 미치오 슈스케에게 그냥 감투 하나 씌워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게되는 이유는 나는 지금의 미치오 슈스케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초반의 개성 넘치고 임팩트있는 그런 미스터리가 지금은 모난 돌이 정 맞은 것 마냥 다 깎여 나간 야구공 같은 녀석이 되버리니까 영 싱겁기 때문이다.

<까마귀의 엄지>도 그런 노선 중 하나다. 소설의 내용은 '콘 게임'
주인공들은 사기꾼이다. 그런 사기꾼이 모여서 사채업자 등쳐먹는다는 내용. 알고보면 참 간단한 스토리다. 물론 숨겨진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그런 걸 알아차리기는 좀 힘들 것 같다. 그 숨겨진 진면목 자체가 미치오 슈스케가 변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초창기 작가 성향이었다면 분명 진실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채, 사기꾼이 나오지만 인생의 밑바닥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그냥 '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괜찮을 녀석이다.

평점 5 / 10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 미치오 슈스케

2011년 고분샤
2011년 우리말(북폴리오)

4편의 우스운 이야기에 미스터리 소스를 곁들인 단편집.미치오 슈스케 소설 특징 답게(?) 제목에 동물이름이 들어간다. 책 제목의 가사가기는 소설 속 주인공 중 한명의 이름이기기도 하지만 동음이의어로 까치라는 뜻도 있다. 비슷한 새 이름이 들어간 <까마귀의 엄지>라는 녀석도 있지만 그것과는 내용이나 성향이 전혀 다르다.

초반 미치오 슈스케 소설은 독자의 호오에 따라 평이 갈렸는데, 이제는 두루뭉술 대충대충 잘 받아들여질 내용이 많다. 이번 소설도 비슷하다. 심각함은 전혀 없고 - 등장인물들 나름대로의 절실함은 있지만 - 언제나 '한 수 만 더하면 체크메이트!'라는 의미불명의 말을 내뱉는 자칭 명탐정 가사사기와 그런 탐정을 뒤에서 지원(?)하는 와트슨 '나'.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나미라는 여중생. 일어나는 사건도 일상물에 가까운 내용. 읽다보면 미치오 슈스케도 이렇게 가볍고 유머스럽게 쓸 수 있다는 걸 어필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확실히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다. 다만, 그게 다라는 점이 단점이다. 미스터리는 그냥 평범 이하 수준이라서 그쪽의 완성도는 사실 볼 것도 없고, 그냥 캐릭터 소설이다. 이런 식이라면 네버 엔딩 스토리 식으로 계속 발간되도 이상할 것 같지가 않을 내용이니까.

그냥 시간 나면 읽을만한 소설이다. 

평점 4 / 10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피의 굴레 - 한동진

2011년 북홀릭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도 단편집이다. 정확히는 중편 1개와 단편 3개라고 해야하나?

-외과의
도서추리 방식이다. 거추창스런 애인을 살해후 유기한 범인의 행적을 쫓는 설홍주.  좀더 범인을 자극하는, 깐죽대는(?) 설홍주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개 낀 거리
시대과 개인의 비극을 잘 엮은 단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야말로 <경성탐정록>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미스터리 단편이 아닌가 싶다. 내용은 언급하다보면 사건의 진상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기서는 생략.  트릭은 평범하지만 사건의 진상에 이르는 과정이 단순명쾌한 점이 '깔끔'하다. 그러고보니 이번에도 음식과 연관이 됐다. 전편에서도 음식 나오는 그 단편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는데.........ㅎㅎ 여담이지만 설렁탕 기원은 설농단 어쩌구가 현재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는 있지만 그에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에서 유래했다는 설에 더 수긍이 간다. 사실 몽골에서 유래된 문화가 워낙 많아야지.


-피의 굴레
표제작이며 중편이다.
다다이즘 시와 암호문, 알리바이 공작과 트릭 등 여러 단편에서 썼을 법한 소재를 중편에 쏟아붓는 모험을 감행한 듯한 내용이다. 사건의 핵심인 독살트릭만 사용했다면 그냥 평범한 단편이었을 것 같다. 여기에 욕심을 부리다가 지금의 형태가 된 건 아닌가 싶은 '상상'도 발휘해보지만 내가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그냥 넘겨짚어볼 뿐이다. 아니면 말고.ㅋㅋ 개인적으로는 아예  장편으로 나왔더라면 더 흥했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참고로 라무네 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분들은 검색을. 제일 좋은 것은 실제 사다가 마셔보는 것인데, 막무가내로 병나발 불어본다면 소설이 더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ㅋㅋ

-날개 없는 추락
게임이론으로 유명한 거시기로 심문하는 장면은 흥미롭긴 하지만 사실 설홍주의 '배경'에 관심이 더 가는 단편. 차기작을 위한 포석일까? 언젠가는 그와 연관된 내용이 반드시(?) 나오리라 믿는다.


내용은 그렇다치고 실제 점수를 깎아먹은 요인은 다름아닌 판형이었다.
판형이 바뀌었다. 같은 시리즈 책인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데 왜 이런 짓거리를 자행하는지, 참새 대가리만도 못한 내 머리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하긴 북홀릭 브랜드로 달고 나오는 것들도 사이즈가 다들 니 꼴리는대로 하세요 인데, 거기에 뭘 바랄까? ㅋㅋ

평점 6 / 10

2012년 1월 10일 화요일

수다쟁이 탐정 - 구로사키 미도리


1997년 창원추리문고
안락의자 탐정물, 유머, 만담, 패러디, 본격 미스터리,

호즈미와 와토 군이라는, 다분히 셜록 홈즈에서 차용한 이름을 사용한 만담 미스터리 단편집.단편은 총 네 편이 수록되있다.각 단편의 제목은 전부 거시기 소동으로 되있고, 마지막 단편에서 앞선 단편이 전부 하나로 묶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개 소동
와토 군이 개 산책 시키는 알바를 하고 엄청난 액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호즈미 군이 고액 알바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내용. 처음부터 끝까지 와토 군과 호즈미 군의 '대화'로만 구성되어있다. 물론그 대화는 전부 허튼소리와 딴지걸기 같은 만담이다.

-양서 소동
전편에서 고액 알바로 모은 돈으로 학과 여행으로 영국을 간 와토 군. 하지만 그곳에서 고액의 책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비행기로 15시간 거리에 있는 호즈미 군에게 '팩스'로 연락을 한다. 해서 단편은 전부 팩스로 주거니 받거니하는 내용. 일종의 편지 형식이라고 봐도 되겠다.

-담배 소동
전편에서 도난당한 책을 되찾고 영국에서의 마지막 작별 파티를 하게 된 와토 군. 하지만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친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다. 결국 와토 군은 일본에 있는 호즈미 군에게 '전화'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내용. 전부 전화를 통한 대화체다.
미스터리는 첫(..) 살인사건이다보니 나름 본격스럽게 잘 꾸며져있다. 다잉 메시지도 등장한다.

-분신(分身) 소동
영국에서 귀국해보니 자신과 똑닮은 사람을 목격했다는 도플갱어 사건을 해결하는 호즈미 군. 그러면서 앞서 소개된 세 편의 단편에서 숨겨져있던 사실을 취합해 흑막을 밝혀낸다.

미스터리 형식 자체는 안락의자 탐정을 표방한 본격 미스터리. 하지만 사건의 진상에서 네 편 모두 좀 오버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특히 마지막 하나로 묶는 부분은 아무개 캐릭터 이름과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필연적이라고는 해도 좀 억지스런 부분 때문에 그리 재밌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게다가 전편에 걸친 유머는 철저하게 일본어 말장난 위주라서 번역을 하게 되면 재미는 거의 다 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문 자체 유머가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시시껄렁한 말장난이 대부분이니까. 또한 이시이 하시이치의 만화(표지그림)와 연관된 부분도 있어서 사전지식을 요구하는 유머도 있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별로 공감을 사지 못했다고 봐야겠다.

후속작 '수다쟁이 탐정의 사계절'이라는 녀석도 있긴 한데, 읽게 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평점 5 / 10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2011) 전 10 화

 일본에서 나온,히가시가와 도쿠야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전 10 화짜리 미스터리 드라마.

 주인 알기를 개똥이 아니라  하늘로 섬기는 탐정 집사 역은 사쿠라이 쇼가, 눈은 폼으로 달고다니는이 아니라 세계 굴지의 대기업 총수 외동딸이자 아가씨 와트슨 역은 기타가와 케이코가 맡았다.

드라마는 매화가 독립된 내용이며 구조도 거의 같다.
여주인공 직업은 형사. 매회 초반은 범죄가 일어나고 여주인공이 개입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난항을 겪는다. 그걸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면서 집사인 남자주인공에게 나불나불. 그러면 집사는 진범과 범행과정을 여주인공에게 알려주는 형식.  항상 같은 구조 반복으로 식상해질 수있는 부분을 중간에 살짝 바꾸어놓은 스토리도 있지만 간식거리 정도. 기본 노선은 결국 같다.

미스터리 자체는 평이한 편. 원작 자체가 유머와 미스터리의 결합인 것 처럼 드라마도 유머 부분을 철저하게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쪽을 등한시 하지는 않는다. 지면의 한계로 독자에게 한 눈에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을, 시각매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서 한 방에 해결하는 형식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 미스터리 자체에 깊이는 없지만 적절한 내용의 구조를 알기 쉽게 재포장한 부분이 재미의 핵심. 물론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유머스런 형식은 덤(?)이겠다.

남녀상열지사에 넌더리가 났다면 이런 드라마 추천한다.

아, 참고로 본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은 기적의 형사(?) '가자마츠리'가 아닌가 싶다.그야말로 메리 가자마츠리!! ㅋㅋ


가자마츠리 덕분에

평점 5 / 10

2012년 1월 3일 화요일

007 카르트 블랑슈 - 제프리 디버

2011년
2011년 우리말(뿔)

007 시리즈의 부활, 그것도 현대감각에 알맞게 바뀌어 재탄생한 제임스 본드.그리고 그걸 담당한 제프리 디버.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제프리 디버의 손길이 닿은 제임스 본드는 과연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한 음식을 두고 한 참을 빙빙 돌다가 뒤늦게 맛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로맨틱 가이 같은 제임스 본드가 과연 제프리 디버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 그 부분이 가장 큰 관심사는 아니었고, ㅋㅋ 과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이 어떤 식으로 첩보물과 연관될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소설을 읽는 내내 강박관념 처럼 머릿 속을 지배했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즐거운 독서를 방해한 듯 하다.

마지막 500페이지 부터는 정말 이 책의 진수(?)를 잘 보여준다.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는 진행이 속도감있게 펼쳐지는데,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제임스의 가족사 부분) 하지만 정수에 도달하기까지 등반해야할 인고의 시간이 길다. 이게 <007 카르트 블랑슈>의 단점이다. 분명 정상에 등반했을 때의 쾌감은 확실하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케이블까 정도로 속도감있는 구성이었다면 좋았겠다. 아니 최소한 가벼운 배낭 정도만 되었어도 두 발로 가뿐하게 올랐을텐데, 이 녀석은 완전군장을 메고 산정상까지 오르도록 강요한다. 초반에는 두근두근거리지만 중반부터는 지지부진하다. 적 조직의 뒤를 쫓는 제임스 본드. 이게 끝이다. 물론 첩보물 대부분이 그런 식이긴 하지만 그냥 뒤만 쫓는다. (.....) 그걸로 400여 페이지가 도배됐다고 생각해보라? 아무리 마무리가 좋다고 해도 뒤끝이 결코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화 하면서 지루한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액션을 더 가미한다면 <MI-고스트 프로토콜>을 훨씬 능가하는, 재밌는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참, 점수를 짜게 준 이유는 책값때문이다. 빨리 소개된 건 좋지만 너무 비싸! 가격대 성능비가 좋지 않다.

평점 6 / 10

2012년 1월 2일 월요일

별책 도서관 전쟁 I, II - 아리카와 히로

2008년 아스키 미디어 웍스
2010년 우리말 (대원씨아이)

<도서관 전쟁> <도서관 내란>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에서 일단락을 지었던 도서관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진정한 의미의 완결편인 <별책 도서관 전쟁>. 어째서 진정하 의미인지는 손 발이 오그라드는 러브 코미디 일직선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미 본편에서도 미디어양화법이네 도서관 어쩌구네는 사실 '겉치레'에 불과하고 속내용은 여주인공 카사하라 이쿠와 남주인공 도조 아츠시의 연애 줄다리기였고, 그 외 조역 캐릭터들이 그걸 잘 받쳐주는 '드라마'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본편에서 도서관 이야기를 대폭 잘라버리고 연애노선에 충실한 것이 '별책'이다.

해서 별책1권은 이쿠와 도조 이야기를 충실하게 수록했다. 정말 '충실하게' 했으니까, 이걸 읽고 으악!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비해 별책 2권은 기정사실화 되버린 주인공 커플은 뒤로 살짝 물러나고 그 외의 캐릭터의 숨은 에피소드와 뒷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분량을 시바사키와 테즈카가 엮어주기에 할당하고 있는데, 그 계기를 만드는 사건은 역시 여전히 평범하고 뻔한 소재라서 그 부분에서는 감점.

어찌보면 별책이 본편일지도 모르겠다.본 시리즈의 그 말도 안되는 서바이벌 놀이를 보고 있노라면 헛웃음만 나왔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군대놀이는 빼버리고 그냥 연애질이나 하는 게 더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는데, 과연 어떤 완성도로 나오게 될지.........

평점 5 / 10

탐정 피트 모란 - 퍼시벌 와일드

1947년
2011년 우리말(해문)

피트 모란을 주인공(?)으로 한 7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각 단편은, 시골 동네 지역 유지의 운전사를 맡고 있는 피트 모란이 탐정통신학교(방송통신대 생각하면 되겠네요.)를 통해서 성실하게(?) 탐정공부를 하면서 일상에서 마주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죠.

단편 당 40 페이지 정도라 분량은 딱 적당한 정도고 책 자체도 아담한 크기라서 손에 쏙 들어옵니다. (가격은 아니지만요.) 거기다 내용은 어수룩한 주인공이 겪는 모험에 웃음이 곁들어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앞 뒤 구분도 못하는 초보 중의 초보 탐정 피트 모란이 얼떨결에 범인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이지만,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탐정업(?)에 뛰어들면서스케일도 더 커집니다. 특히 '다이아몬드 헌터'가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인데요, 실제 피트 모란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성실하게(?) 용의선상의 골동품을 완벽하게(!) 깨트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포복절도. 거기에 황금기 고전 작가의 이름과 작풍을 들이대면서 이런 저런 츄리(오타 아님)를 해대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그리고 마지작에 수록된 '지문 전문가'에서는 확인사살까지 해줍니다.

단편집은 특이하게 전보와 서간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탐정통신학교 담당 주임경감에게 이런 저런 사건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주임경감은 피트 모란에게 간략한 전보문을 보내주는 방식이죠. 1인칭 시점이다보니 주인공은 분명 피트 모란이 맞습니다만, 등장기회는 적지만 의외로 인상이 깊게 남는 캐릭터가 파트너(?)역인 주임경감입니다. 이 주임경감이 마지막 단편에서 의외의 역습을 보여주시는데 감동(?)했습니다.

처음에는 유머도 그렇도 주인공도 그렇고 그냥 그런 유머 미스터리라고 생각했지만 뒤로 갈 수록 그런 실망은 옅어지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읽기를 잘 했다! 라는 만족감을 주는 독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추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