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기의 추리소설에 대해 약간의 의심이 남아있었다면 이번
먼저 <순서의 문제> 부터.
6개의 단편과 1개의 중편을 묶어 놓은 단편집이다. 각 단편은 단순히 김진구를 탐정으로 한 미스터리 보다는 좀 더 세부적인 하위장르를 섞어 놓아서 부페에서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가령 표제작인 순서의 문제는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기이지만 여기에 주인공 캐릭터성을 첨가해서 전혀다른 맛을 내도록 꾸몄다.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안락의자 탐정물. 분량이 짧은 편이라 내용도 간단하고 추리도 빠르게 진행되는데 설득력이 다소 모자란 편은 아니었다 싶다. 굳이 무거운 내용보다는 다음편과 연계되기 쉽게 일상 미스터리+안락의자로 꾸몄어도 좋았을 것 같다.
다음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일상' 미스터리 물에 가깝다. 겉으로는 일상 미스터리겠지만 달리 해석하면 알리바이 트릭물이기도 하다.
유일한 중편인 티켓다방의 죽음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살을 살인으로 몰고가는 내용인데, 마지막에가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혼동하게끔 만드는 구성력이 좋다.
신 노란방의 비밀은 다분히 올드 팬들을 위한 제목인 것 같지만 정작 내용은 주인공 진구의 어린 시절 비중이 더 높아 보여서 아쉬운 내용이다. 진구의 과거 이야기는 따로 떼어놓고 노란방에 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법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단편이다.
뮤즈의 계시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카메오로 출현하는데 정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내용은 알리바이 깨기. 하지만 법정에서 주인공이 증인심문을 하는 과정이 대부분인지라 법정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마지막 단편 환기통. 이번에는 도서추리에 가까운 내용에 트릭이 들어갔다. 덤으로 시간은 거꾸로 흘러 주인공 진구와 해미가 만난 이야기도 같이 그리고 있다.
매우 재밌는 단편집이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이라서 알게 모르게 점수를 후하게 줬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근래 나온 미스터리 단편집 중에는 으뜸이라고 봐도 좋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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