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9일 일요일

사랑 도감 - 아리카와 히로

2009년 가도카와쇼텐
2012년 우리말(살림)

이거 원제목이 참 재밌다.
원제는 <식물도감>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탈바꿈하면서 왠걸 <사랑도감>이 되버렸다.
그럼 왜 제목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먼저 차례부터 보자.
11개 챕터인데, 각 챕터의 제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

닭오줌넝쿨
머위 꽃송이, 머위 그리고 뱀밥
달래와 서양갓
봄에 피는 들꽃 : 민들레, 개갓냉이 그리고 속속이풀

등등 이렇게 마지막 챕터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식물'이름이다.
그래서 원제는 <식물도감>으로 책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 내용은 '식물'을 매개로 두 남녀의 알콩달콩(?)한 동거기다. 그래서 이 부분 때문에 우리말 제목은 <사랑도감>이 되었을 거라 본다. 뭐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원제목 <식물도감>이 더 마음에 든다. 식물과 꽃 이야기에 그거 채집해서 튀겨 먹고 볶아 먹고 데쳐 먹고 무쳐 먹고, 순 그런 이야기가 쉴새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맨스는 그저 맛을 거드는 양념일 뿐이다. 가존의 아리카와 히로표 로맨스를 생각하고 집어들었다면 어긋날 수도 있다.

평점 5.5 / 10

부러진 용골 - 요네자와 호노부

2010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2012년 우리말(북홀릭)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은 무엇일까? 여러 설이 존재하겠지만 단언컨데 이것 만큼은 다들 동의하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바로 독자와 작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약속을 바탕으로 논리와 공정을 바탕으로 구축해가는 지적유희라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부러진 용골>은 색다른 미스터리다.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검과 마법(책에서는 마술로 대변되지만 그냥 마법으로 번역했어도 큰지장은 없었다고 본다.)을 동원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스터리란다. 그래서 바로 위에서 언급한 미스터리에서 가장 원론적인 중요한 요소 하나를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부러진 용골>은 판타지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독자와 신의를 걸고 약속(설정)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논리와 공정을 통해 미스터리 뼈대를 이룩하고 있다. 마지막의 반전과 그 반전을 위해서 레고 블럭 쌓듯이 쌓아온 복선을 회수하는 장면은 역시 미스터리 장르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운 맛이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쏙 든 작품이지만 너무 미스터리에 치중해서 판티지에 오히려 소홀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외에 용병들의 비중을 좀 더 무겁게 잡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특히 후반부의 긴박한 전개와 맞물려 극전개에 비해 용병들의 활약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느낌이 들었다. 후속편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녀석 하나로 끝을 맺는 편이 완성도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가 후기의 맨 마지막 문장 때문에 0.5 점이 플러스 됐다. 거시기를 언급하다니 반칙(?)이다.

평점 7 / 10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11년 우리말

원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 물이 있는데, <방과후 미스터리와 함께>는 그 시리즈 물의 '외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무슨 이유에선지 돈 때문인지 영화화때문인지 아무튼 이 녀석이 덜컥 우리말로 먼저 나와버렸다. 이왕이면 시리즈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독자들한테도 좋겠지만 내가 출판자금 댈 것도 아니니 그냥 이렇게 모니터 위에서 자위질이나 하고 있다. 묵념.

어쨌든 8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고, 주인공은 키리가미네 료. 고딩이다.
고딩이 탐정 흉내(?)내면서 사건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내용의 단편집인데 이게 의외로 짜임새 있다. 겉보기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추리 장난질 치는 코믹한지 썰렁한지 아무튼 개그 치는 내용이라 추리 얼개도 별로일 것 같지만 겉껍질을 걷어내고 핵심만 콕 찝어도 뭐 나쁘지 않은 완성도다. 다만 한정된 지면으로 최대한 독자에게 페어 플레이를 하고 싶었는지 추리하는데 불필요하다고 본 요소를 상당부분 잘라내다보니 이 부분에서 호오가 갈릴 듯. 또한 각 단편의 완성도에 편차가 좀 있는 편. 해서 너무 깊게 파고들면 안 된다. 즉흥적으로 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아주 딱 맞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방과후 미스터리와 함께>의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가볍고 적당한 것은 추리소설에서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TV드라마로도 있다. 전9화.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면 드라마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소설이 더 좋았다.

여담) 단편 1편은 사실 일본어 원서로 봐야지만 재미가 있던 작품. 뭐 시리즈를 아는 사람한테는 의미없는 일본어로만 통하는 서술트릭이지만 방과후를 가장 처음 접한 사람들한테나 통했을(?) 녀석이다. 안타깝게 우리말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코이가쿠보학원 탐정부 시리즈
1. 배우지 않는 탐정들의 학원 2004
2. 살의는 반드시 세 번 온다 2006
3.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2011

평점 5 / 10

타로의 미궁 - 오가사와라 게이

2011년 우리말 (들녘)

서버이버 미션의 후속편.
전편에서 한팀으로 머리사냥꾼 수수께끼를 풀던 아소 리츠와 닥터 기시모토가 이번에 다시 뭉쳤다. 라지만 그냥 전편에서 끝냈어도 충분한 내용이면서 주인공 아소 리츠와 관련해 숨겨진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시리즈물로 나와도 별 지장없을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타로의 미궁>에서 시리즈물이라는 사실에 도장을 찍었다.

전편에서 아소 리츠의 활약으로 기소된 부자대통령 거시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한 정신병원 연구소에 잠입수사를 하러 가게 된 주인공. 흉악범죄를 일삼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범인을 연구하는 곳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살인사건. 담당 여의사를 잔인하게 살해후 행적이 묘연해진 정신병 범인. 아소 리츠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서히 (책 페이지수가 좀 많다)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데...........시리즈물이다보니 여전히 이번에도 밝혀지지 않고 떡밥으로 남는 사실이 있다. 이로써 아소 리츠와 닥터 기시모토를 주인공으로한 시리즈는 계속된다. 하지만 재미를 생각하면 이 시리즈 계속 되건 말건 별 관심은 가지 않는다. 뭐 우리말로 나오면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전편에 비하면 미스터리 완성도는 올라가긴 했다. 아무래도 정신병동이란 클로즈드 서클 안에서 일어나는 연쇄사건이다보니 아무래도 전편의 하드보일드 스타일 진행보다는 재밌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반전을 후반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결과까지 다다르는 과정 자체는 전편과 별 차이가 없다. 단서 발견->추적->용의자->사건발생의 무한반복이기 때문. 페이지 수도 많기 때문에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중간에 야심찬 미스 디렉션을 넣어 독자를 기만하는 것도 책의 재미를 올리는 한 방법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매우 흥미롭지도 않은 그냥 시간 되면 읽고 아니면 말고 정도였다.

평점 4 / 10

2012년 7월 6일 금요일

[PS2] 와일드 암즈 더 파이브스 뱅가드 (WILD ARMS THE Vth VANGUARD)



2006년 PS2 (일본어)

PS시절에 수작 RPG 시리즈로 이름을 날렸던 와일드 암즈 시리즈의 가정용 콘솔 마지막 작품. 2006년에 나온 터라 그래픽에 많은 공을 들여서 플스2 막바지에 걸맞는 퀄리티에 와일드 암즈 시리즈 전통의 퍼즐, 굿즈를 이용한 던전 공략 그리고 보물찾기, 숨겨진 던전과 보스 등 플레이어에게 파고들 요소까지 충분하게 던져놓은 시리즈 집대성 같은 완성도를 보여주긴 했는데 문제는 판매량. 평타 수준이었다. 아니 사실상 시리즈 종언을 고하는 판매량이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일단 전작인 4탄이 별로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일단 4탄은 게임 진행 템포에 문제가 있다. 마을 사람들하고 대화할 적 마다 대호창이 바로 뜨는 게 아니라 화면이 전환되면서 2D 일러스트 그림이 대화창에 같이 뜨는데 이게 상당히 거슬린다.

그리고 이벤트 영상을 실시간 보다 동영상으로 떼우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마저도 화질이 떨어져서 눈 버리는 수준. 실시간 이벤트 폴리곤 처리와 비슷하게 보이려고 모델링은 같게 만들어놓고 동영상으로 돌려버리는 참 웃기지도 않은 결과물에 그저 허탈할 뿐.

완전히 바뀌어버린 전투. 이 전투 자체는 마음에 든다. 일단 속도감도 있고, 전작까지 의미없이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낫다. (단, 3탄의 말타면서 전투를 하는 장면은 꽤 괜찮았었다.)

그런데 5탄에서는 4탄의 단점 대부분이 수정됐다. 일단 로딩도 쾌적하고 이벤트 대부분은 실시간 처리라 위화감을 찾기 힘들고 대화도 깔끔하게 템포 좋게 꾸며졌다. 캐릭터들 그래픽, 모션, 조작감 등 전체적으로 4탄의 단점을 열심히 뜯어고친 노력이 눈에 확 띈다. 문제는 이게 판매량으로 연결아 안 됐다는 것. 시리즈 전통의 보컬도 버리고 (5탄 주제가는 미즈키 나나가 담당) 2D애니메이션 오프닝마저 버린 배수진 치고 나온 것 같은 5탄인데 그대로 침몰이라니, 안타깝다. 후에  PSP로 나온 녀석이 있긴 하다만 그건 뭐--;; 그 후로 PS3로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아마 이대로 와일드 암즈 시리즈는 끝이 아닌가 싶다.

5탄에서 호오가 갈릴 문제라면 주인공과 스토리. 열혈 용자물(후반부 가면 정말 그렇다) 같은 스토리 라인에 일직선 주인공 성격이다보니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극단적으로 싫어할 수가 있다. 그나마 더블 헤로인 덕분에 주인공의 단점을 보기좋게 포장하고 있다. 그래서 와일드 암즈5는 이터널 알카디아와 비견되곤 한다. 심지어 스토리도 비슷하게 시작한다. (그란디아2도 더블 헤로인이긴 하지만 한쪽 헤로인이 워낙 바닥을 기는지라 여기서는 뺀다. 그리고 모험과 탐색 그리고 성장이라는 테마는 이터널 알카디아 쪽이 와일드 암즈5와 더 잘 어울린다.)

후반부에 얻는 아스갈즈와 관련된 서브 이벤트와 아스갈즈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아쉽다. 또한 엔딩 후 캐릭터 뒷이야기가 미흡하다. 또한 스토리상 비중이 있는 나이트반 관련 에피소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평점 6 / 10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서바이버 미션 - 오가사와라 게이

2011년 우리말(들녘)

 일단 현대 일본이 아니라 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붕괴됐다는 가상의 세계관은 모 만화가 생각나고, 뇌를 이용한 수사는 역시 모 만화가 떠오르곤 하는데, 사실 <서바이버 미션>의 세계관이나 소재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이게 과연 꼭 필요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뇌를 이용한 수사는 이야기만 나오지 이게 주요 소재는 아니다. 그리고 세계관 역시 분위기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 뿐 역시 소설의 재미와는 동떨어져있다. 그냥 현재의 일본으로 소설을 꾸몄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 또 웃긴 점은 배경과 소재는 근미래적이면서 그 안의 소프트웨어는 또 과거지향적이다. 정신학 이야기가 나오면서 결국 나오는 이야기는 과거 석학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이 책을 포장하고 있는 설정이 사족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족(?)을 죄다 떨쳐버리고 남는 건더기는 결국 머리 사냥꾼으로 대변되는 연쇄 살인범을 검거하는 여수사관 아소 리츠와 그녀를 거드는 인공지능 닥터 키시모토의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존경하던여자 수사관이 머리 사냥꾼의 사냥감이 되고 선배가 죽기 전까지 조사하던 걸 그대로 답습하다가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기본 플롯은 단서를 찾고 움직이고 새로운 단서의 등장, 이하 무한 반복이다. 그냥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스타일 비스무리하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뭐 그다지 놀라운 요소는 없고 다분히 반복학습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긴 하는데, 뭐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다만 아소 리츠라는 캐릭터의 개성이 약하다. 다 읽고 나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냥 여자 주인공에 이름이라는 스킨 하나 씌워놓은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도 없다. 이거 후속작도 있던데 이런 식이면 후속작도 별볼일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읽을만한 스릴러 스타일의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완성도.


평점 4 / 10

밀실 살인 - 코바야시 야스미

2011년 우리말 (북홀릭)

일단 제목의 <밀실 살인>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밀실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맞긴 한데, 정확하게는 밀실과 살인 두 가지 단어를 결합해 놓은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소설 안에서도 꽤 비중있게(?) 이야기 되는데 그런 것 조차 단서가 되리라 생각해서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겠습니다. 아무튼 밀실 살인이 소재이고 전직 형사 출신 여자가 조수역이자 작중 화자로 나오며 그녀의 상사인 명탐정(?)도 물론 등장합니다. 용의자 들은 당연히 수상하고, 별장지기 할아버지도 범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별장터가 있는 곳에는 전설도 있고, 주인공 여자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 같네요. 사건은 일직선인 것 같은데 옆으로 곁가지가 제법 많아 보이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책은 비교적 얆은 편이죠.

아무래도 이 책은 미스터리 초심자보다는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상정하고 쓰여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핏 산만해 보이는 소재들이 팬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소재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그런가 독자에 따라 평도 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비교적 즐겁게 읽은 편이긴 한데 아는 지인 중에는 구성이 산만해서 별로였다고 싫다고 하는 분도 계셨거든요. 여기에 취향차이까지 곁들여지면 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수준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밀실 살인>보다는 후속작(?)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밀실 살인>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해서 다양한 소재를 갖고 미스터리 이야기를 보여주는 버라이어티 쇼 같아서 말이죠.

평점 5.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