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8일 금요일

창세기의 비밀 - 톰 녹스

2009년
2010년 우리말(레드박스)
 
제네시스 시크릿, 창세기의 비밀이라, 제목부터 상당히 ‘자극적’이다. 과연 내용도 제목만큼 엄청날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독서가 마지막 책장을 다 덮고 나니, 즐겁게 읽었다!라는 후련한 마음과 한켠에 솟구치는 섭섭한 느낌이 같이 밀려온다.
 
일단 기본 소재는 ‘인신 공양’을 다루고 있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부터 있어온 이야기인데, 소설 <창세기의 비밀>에서는 그것을 중요 소재로 파악하고 실제로도 꼼꼼한 묘사를 통해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어느 정도로 꼼꼼하냐면, 이걸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다면 어지간한 고어 영화를 다들 고개를 숙여야할지도 모른다. 물론 고어 영화의 코어 팬들이라면 훗!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인상이 찌푸려질지도 모를 정도로 의외로 잔혹한 묘사가 곳곳에 등장한다.
 
물론 단순히 자극적인 용도로 인신 공양과 살해 장면(현장)을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것들은 전부 에덴에서 쫓겨난 인류와 농경 정착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대 인류사의 비밀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들을 연결하는 가설이 작가의 ‘창작’이지만 꽤 흥미진진한 내용을 보여준다. 유전자 이야기 때문에 약간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다만, 작금의 내가 사는 나라의 상황을 보자면 딱히 틀리지도 않은 듯 해서 뭐라 반박하고 싶은 욕구조차 일지 않는다. O시
 
책은 대단히 두껍다. 550 페이지 정도인데, 한 페이지당 활자량도 많다.26줄이 들어갔으니 여타 소설 들에 비하면 꽤 많은 분량이다. 특히 20줄 안팎에 큼직한 동화책 글씨를 연상케 하는 다수의 일본 소설들에 비하자면 이건 그런 녀석들 거의 3권에 필적할 분량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두껍긴 한데, 비교적 잘 읽히는 편이다. 비교적이란 말을 쓴 이유는 사건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오르고 나서도 실제 후반부의 탄력받은 전개가 나오기까지 중간 중간 지루한 부분과 몇 몇 납득하기 좀 힘든 플롯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스실러는 속도감이 생명인데,<창세기의 비밀>은 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는 좀 힘들 것이다. 비슷한 까발리기 스타일 소설로는 <다빈치 코드>쪽이 속도감 하나는 레퍼런스 급이었다. 아무래도 <창세기의 비밀>은 톰 녹스의 ‘데뷔작’이다보니 좀 어색한 부분이 있던 것 같은데 후속작 <카인의 유전자>에서는 그런 단점을 전부 없애버리면 훨씬 재밌는 스릴러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사족) 큰 기대는 금물이다. 책 뒷표지에 현란한 칭찬문구가 많은데, 다 개뻥이다! 좀 지루하기도한 3시간 30분짜리 액션 스릴러 영화 보는 기분으로 읽으면 재밌을 것이고, 그 이상의 것을 바란다면..........
 
평점 6 / 10

2010년 5월 27일 목요일

쓰리(Thr3e) - 테드 데커

2003년
2009년 우리말 (시작 - 메두사 컬렉션 008)
 
일단 간단한 줄거리는 이하와 같다.
 
신학생인 주인공 케빈 파슨한테 어느날 괴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3분안에 죄를 고백하지 않으면 타고 있는 차를 폭파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뜬금없는 질문에 우물쭈물하던 케빈은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차를 대피시키는데 실제 차가 폭파되고 만다. 협박전화를 건 사람은 스스로를 슬레이터라고 밝히고 얼마 후 케빈에게 다시 한 통의 전화가 오는데....... 케빈을 압박하는 협박범 슬레이터. 그에 맞서는 순수한 신학도 청년 케빈과 그의 어릴적 친구인 사만다 그리고 미모의 FBI 수사원 제니퍼. 자 과연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는......?
 
장르는 굳이 말하자면 스릴러 쪽에 가깝다. 협박전화, 수수께끼와 제한된 시간 그리고 이어지는 폭탄 테러. 책은 꽤 두꺼운 편이지만, 처음부터 흡입력 있는 도입을 보여주고, 실제로도 ‘테드 데커’가 창조한, 선과 악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린 양들이 노니는 세계 속으로 흥미진진하게 빨려들어가게 된다. 다 읽고 나서 안 것이지만 이 녀석을 일컬어 ‘기독교 스릴러’라고 한다. 아무래도 원론적인 종교 색채가 묻어나다보니 그런 수식어가 붙은 듯 하지만, 선과 악에 관한 담론은 굳이 기독교에 국한할 문제는 아닌데, 굳이 기독교라고 붙여야 하는 이유로써 납득은 가지 않지만, 뭐 바다 건너 소설이다보니 그런가 보다 생각해야겠다. 참 개독 알러지가 있는 분들 - 저를 포함 - 은 안심하셔도 좋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그따위 싸구려에게는 모독이 될만한 내용의 소설은 결코 아니니까 말이다.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해도, 철학서마냥 배배꼬면서 그래서 결론은 뭐임? 이란 내용도 아니다. 제목과 소재 플롯 반전 모든 것을 잘 버무려서 소설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선악을 생각하게 만들도록 꾸며졌다. 상당히 지능적이다. 독료후 흥미가 동해서 종교쪽에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주위환기 효과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은 자신의 소임을 충분히 다했다고 봐야겠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선이건 악이건 숭늉이건 누룽지건 책이 재밌는냐는 것인데, 물론 재밌다. 막판까지 업어치고 메치고 능수능란하게 플롯을 이끄는 작가의 실력이 놀랍다. 아무튼 추천작~

 그러고보니 ‘제목’ 하나 정말 잘 지었다. 처음에는 대체 뭘 의미하는 타이틀인가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제명이라 다들 생각할 것이다. 2007년에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책 내용상 이걸 영상으로 옮기기에는 상당히 애로사항이 꽃 피웠을텐데,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평점 7 / 10

그래서호퍼 - 이사카 고타로

2004년 각천서점
2007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랜덤하우스)

 이사카 고타로의 여타 소설들이 속속 빠른 속도로 국내에 소개된 것에 비하자면 <그래스호퍼>는 의외로 우리말로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녀석이다. 일단 문고판으로 먼저 접하고 나서 우리말은 재독한 입장이자 이사카 고타로 소설은 빠짐없이 읽고는 있지만, 누구한테나 고타로 소설 정말 재밌어요! 짱이에요! 강추에요!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가슴 한켠에서 거부한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중 하나는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의 전체를 대변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스호퍼>는 킬러들의 수다-가 아니라 대결이라는 트라이앵글 구도를 이용한 시점 변화와 그것이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을 취하고는 있는데, 극의 긴장감이 거의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는 그냥 농담 따먹기가 지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자살과 살인 장면은 희극적이다. 물론 단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역으로 극사실주의로 무미건조한 것이 좋다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요는 익숙함에서 오는 차이이다. 그런데 그건 <그래스호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 전체적인 특징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자기만의 세계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을 우연히 집어든 독자들은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한테는 복습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다른 이사카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녀석도 미스터리 ‘풍’이다. 뺑소니 사고로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비합법회사 ‘프로이라인’에 잠입한 스즈키. 그는 아내를 죽인 범인 데라하라가 밀치기를 당해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스즈키가 밀치기 범인을 쫓게 되는 스토리는 미스터리적인 장치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 매미와 고래라는 킬러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산으로 가기는 하는데, 그냥 <골든 슬럼버> 정도의 미스터리 터치에서 솜사탕처럼 녹아버리는 면은 어쨌거나 이사카 고타로 소설이군 생각하게 만든다. 나무아미타불!
 
어쨌든 이 녀석을 읽고 ‘투표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매우 정상적인(?) 독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정상인이라서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 선거권 받은 이후로 단 한 번도 행사하는 걸 주저한 적도 포기한 적도 없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투표 독려까지 하고 있다. 선관위가 말하는대로 ‘투표로 말하라!’
 
자, 투표합시다!
 
평점 4 / 10

2010년 5월 10일 월요일

시계 5개 - 아유카와 데쓰야


1987년 고분샤 문고판 (당시 타이틀 '시간의 우리')
1999년 창원추리문고 (단편 추가 수록)

 아유카와 데쓰야(鮎川哲也)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서 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특히 에도가와 란포가 적극적으로 밀어준 걸로 유명하기도 하고, 아유카와 데쓰야의 영향을 받은 미스터리 작가들도 많죠. 아리스가와 아리스라거나, 기타무라 가오루, 야마구치 마사야 등등 말이죠. 이번에 <시계 5개> 단편집을 읽어보니 란포가 좋아할만하고, 역시 후진 작가들이 영향을 받을만하더군요. 오히려 이런 작가가 재야에 묻혔더라면 그게 더 '미스터리'였을겁니다.

 일단 창원추리문고판에는 총 10 편의 주옥(정말입니다.)같은 본격 미스터리 단편이 수록됐습니다. <보석>이란 잡지에 연재됐던 단편들인데, 당시 편집장이 에도가와 란포였고, 각 단편에는 연재당시 란포가 직접 작성한 '루브릭'이 있는데, 단편집에는 그것들이 전부 복각되어서 미스터리 마니아를 위한 좋은 선물이더군요.

 가령 이번 단편집에서 제일 좋았던 '장미장 살인사건'에 수록된 란포의 소개문입니다.

 본지 3월호에 게재된 하나모리 씨와의 대담에서 이번 기획이 화제가 된 것은 많은 독자들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후 출제자를 다방면으로 물색한 결과 신예작가 아유카와 씨를 출제자로 선정하고 하나모리 씨와 한 사람 더 탐정소설 애호가에게 해결편 집필을 의뢰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나모리 씨의 해결편은 완성됐지만 다른 집필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조금 서운하기는해도 하나모리 씨의 해답과 출제자 아유카와 데쓰야 씨의 해결편을 상하단으로 실어 대조가 되도록 게재하기로 했다.
  실은 서로 다른 내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나모리 씨는 멋지게 출제자의 의중을 퀘뚫어 진범인을 지적하고 그 이유도 충분히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아유카와 씨의 도전편이 다른 추리를 세울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가지 해결편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가령 결론은 같더라도 세부적인 추리에서 각각의 특징이 있으며 출제자의 투지와 해답자의 투지가 미묘하세 서로 얽히는 흥미가 있다. 만약 이것을 단순 승부를 낸다고 하면 정답을 제출한 하나모리 씨가 유리하겠지만 자세한 것은 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독자 여러분은 먼저 도전편을 읽으면서 각자의 해결편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출제자 아유카와 씨와 해답자 하나모리 씨의 해결편과 비교해서 읽었으면 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아유카와 씨는 먼저 도전편만을 편집부에 보내고 그걸 원고로 작성해서 해답자에게 보낸 후에, 아유카와 씨는 해결편 원고를 나한테 보내왔다. 나는 그것을 자택에 보관했고 해답자는 물론 편집부 직원들에게 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비밀을 지켰다. (R)
표제작이자 제일 처음에 실린 '시계 다섯 개' 소개문에는 '완전 알리바이가 어째서 깨졌는가?'리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두 번째 실린 '딕슨 카에게 보내는 도전장,
트릭은 다했다, 다했다라고 말들 하지만 이 작가한테만큼은 트릭은 결코 다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쓰인 트릭을 하나하나 놓고 따져보면 어디선가 먼저 쓰인 것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정도로 혼연일체가 되되면 거기에서는 새로움마저 느껴지기 마련이다. 전체로서 하나의 트릭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라는 문구가 보이기도 하는 등, 단편 하나 하나의 완성도와 내용도 물론 좋지만 란포의 소개문을 읽는 재미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더군요. 

 란포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단편집 얘기로 돌아오죠.

 10개 단편이지만, 알리바이 깨기, 밀실 살인이 주가 되고, 단편 분량에 맞게 각각 단편에는 적절한 트릭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표제작인 ‘다섯 개 시계’는 말 그대로 시간 알리바이를 깨는 것으로 여기에는 시계를 ‘물리적’ 트릭이 사용되고 있죠. 두 번째 ‘하얀 밀실’은 제목 그대로 밀실 살인이며 여기에는 ‘심리적’ 맹점을 이용한 트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미장 살인사건’은 공정하게 단서를 배분하는 본격 미스터리이자 무려 ‘서술 트릭’을 이용한 미스디렉션과 노골적인 범인상 제시가 동시에 존재하는, 단편 치고는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녀석입니다.

 그 밖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는 동시에 알리바이가 완전 뒤바뀌는 트릭, 골목길에서 사라진 피에로 복장을 한 범인을 다룬 소실 트릭 등등해서 완전 독창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절하게’ 잘 다듬어진 트릭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재미 또한 얻을 수 있는 양질의 단편이 골고루 포진하고 있습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고단백 영양식을 먹은 기분과 비슷하네요^^ 뭐, 단편 내용도 좋지만, 권말에 실린 기타무라 가오루, 아리스가와 아리스, 야마구치 마사야 세 명의 대담도 재밌습니다. 

 평점 8 / 10

2010년 5월 5일 수요일

소문 - 오기와라 히로시

2001년 신초사
2006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 (예담)

사실 이 책 추천받은 것은 제작년인가 아는 분으로부터였고 그래서 원서로 구비까지 해두었다가 도중에 우리말로 나오는 바람에, 그럼 우리말로 봐야지! 하다가 어영부영 시간만 흐르다보니 벌써 1년이 지나 있네요. 세월 참 빠르네요. 우여곡절 끝에 다 읽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입니다.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인터넷 서점 같은곳 보면 친절하게잘 나와있으니 그런 곳을 참조하면 좋을 겁니다.

일단 기본적인 장르는 서스펜스 계열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문이 실체를 갖고 그것이 눈 앞에 드러나기 까지 벌어지는, 소문이 퍼지는 과정을 소재로 삼아서 소문과 연쇄살인을 잘 이어놓았습니다. 작가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발목이 잘려나간 여고생 시체는 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오기와라 히로시의 다른 소설 처럼 술술 잘 읽힙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에서 소설의 분위기가 완전 바뀌어버립니다. 어엇!하고 말이죠.
그전까진 그냥 경찰이 연쇄살인사건 탐문수사를 하면서 서서히 소문의 실체에 접근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당연하지만 나중에 진범이 밝혀집니다. 여기까지는 주목할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뭐 실제로도 잘 읽히기는 하지만 그 뿐이고 미스터리 자체만 놓고 보면 그냥 평범할 뿐이죠.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 뻥 터지는 구조이고, 아마 오기와라 히로시도 이걸 노렸을 겁니다.어떤 독자는어안이 벙벙했을 수도 있고, 어떤 독자는 뭐여 시방! 이랬을 수도 있고, 겨우 이거? 뭐 반응은 다양할 겁니다.

전 씨익 웃어줬습니다. 제대로 노렸군 작가양반 하고 말이죠! ^^

평점 6 / 10

2010년 5월 4일 화요일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 야나키 코지

2007년 리론샤 (미스터리 YA!)
2009년 우리말 (들녘)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모티브로, 픽션과 논픽션을 결합시켜 미스터리를 탄생시키는 재능이 있는 야나기 코지가 손 댄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일단은 '일상' 미스터리 계열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여기서 탐정역은 소설 속 화자인 '나'가 맡습니다. 즉 탐정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괴짜 선생댁에 얹혀사는 서생이 된 나가 선생의 괴짜 동료들과 만나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솔직히 미스터리 야! 시리즈로 나왔어야 했나 싶은 내용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유머코드나 풍자 등 내용 자체가 아이들 보다는 최소한 청소년 이상에게 먹힐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중요한 미스터리.
 사실 이 책에서 미스터리 미스터리!! 노래하는 건 별로 재미없습니다. 기대는 일절 금물이고요, 사건 다운 사건은 등장하지 않고 해결도 카타르시스보다는 적당히 두리뭉실 끝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걸 커버해주는 것이 등장인물들이죠. 등장인물들이 두서없이 나누는 대화 자체가 힌트이자 복선이며 유머가 되기도 하거든요.

 뭐 그건 그렇다치고, 사실 이 작품은 두 가지 즐기는 법이 있습니다. 원작이 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같이 놓고 읽는 것과, 원작은 전혀 모른채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 고양이 편>을 먼저 읽고 나서 원작을 보는 법이죠.  원래 원작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한테 더 유리한 조건입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도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제일 먼저 느낀 점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CM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아마 최소한 반 정도 독자는 이거 읽고 나서 나쓰메 소시키 책 찾아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마 그게 작가 야나기 코지가 노린 것이겠죠.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