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0일 월요일

이케다 사토미 미스터리 월드 1,2 - 이케다 사토미

이케다 사토미의 단편 모음집이다.
미스터리 묶음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호러 판타지 색채가 강한 단편집이라, 미스터리만 보고 들쳐본다면 그다지 재밌을 단편집은 아니다. 물론 미스터리로 포함해도 괜찮은 단편도 있긴 하지만.

<페르소나~가면~ 이케다 미스터리 월드 1>

1. 페르소나 ~가면
표제작이자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신흥종교 교주이던 어머니의 유언으로 교주 자리에 오른 여고생 '카나'. 카나는 어머니와 달리 어떤 초능력도 구사할 수 없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던 카나는 신문배달 소년을 만나면서........
간단한 음모와 초능력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 어드벤처 계열의 만화로 살짝 로맨스 요소도 섞인 짬뽕이다. 재미는 그럭저럭.

2. 괴물나무
돌연변이 식물이 있는 식물원에 갇힌 두 남녀의 탈출기. 역시 장르는 호러 계열로 얼마전에 본 B급 공포영화, 식물에 먹히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제목이 기억나질 않는다 - 와 유사한 설정이지만 '괴물나무'는 좀 더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다.

3. 백일몽
인격전이를 이용한 로맨틱 판타지. 순정만화에서 자주 이용하는 소재 중 하나로 여기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4. 안타레스~붉은 심장
도쿄 프로덕션에서 매니저를 하던 미사키는 우연히 어두운 골목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그 분위기에 매료된 미사키는 소년, 나오를 스카우트해서 도쿄로 데려온다. 자기를 위해 물심양면 힘을 쓰던 미사키를 위해 나오는 어떤 일을 하지만, 미사키의 애인을 본 순간..........
이제서야 좀 제대로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넣을 만한 내용의 단편이 등장한다. 논리적인 면보다는 뜻밖의 전개를 보여주는 그런 단편이다.

5. 알쟈논에게 요람을
역시 미스터리로 포함시켜도 좋을 내용. 사이코 미스터리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 하다. 소설이었다면 서술트릭을 이용해 재밌는 구성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1권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단편이다. 눈을 떠 보니 눈 앞에 부모를 괴롭히던 스토커 기질의 여성이 있고, 주인공 의식은 그 여성의 애기 안에 들어가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데, 주인공 부모를 죽인 범인은 그 스토커 여성이고 주인공은 복수를 하려고 - 애기 몸이지만 - 바둥대다가 결국 서서히 과거의 일을 잊어만 가는데..........

6. 오르간
로맨틱 단편이다. 미스터리였다면 일종의 서술트릭에 속하는 구성.

<스베니아~이케다 미스터리 월드 2>

1. 예전에 본 풍경
데자뷰를 소재로한 미스터리 터치의 호러 만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고백 편지를 받은 소녀가 편지를 보낸 이를 찾아갔다가 집에 감금되어 공포를 겪게 된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다.

2. 스베니아
타임 슬립을 이용한 로맨틱 판타지. 역시 순정만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소재다.

3. 정숙의 숲
제목대로 숲을 소재로한 호러 계열의 판타지다.

4. 분수 앞에서 기다려
살해당하는 꿈을 꾸다가 일어난 주인공 치즈루. 그 날 부터 치즈루 행동이 이상해진다. 집에다가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이상한 집으로 전화가 걸리고, 평소에는 먹지 않는 우유를 산다던가. 그러다가 우연히 한 소년을 만나는데..........
2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으로 미스터리 터치의 경쾌한 내용이다.

5. 레이코와 마코 1,2,3
호러 판타지. 영감이 강한 소녀들이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한다는 내용.

2009년 3월 29일 일요일

기관(忌館)~호러 작가가 사는 집 - 미쓰다 신조

2001년 고단샤 노블즈
2008년 문고판 (사진)

원제 : 호러 작가가 사는 집

<기관~호러 작가가 사는 집>은 <도죠 겐야>시리즈로 미스터리와 호러를 결합한 '미쓰다 신조'의 데뷔작입니다. 데뷔작은, 실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을 하던 작가가 실제 경험을 살려 공포를 잘 살린 수작으로 평가 받습니다. 실제 소설 속 주인공 이름도 '미쓰다 신조'입니다. 어느날 미스터리 평론가 친구인 '소후에 고스케'로부터 이상한 연락을 받습니다. 자기가 물밑 심사를 맡은 작품 중에서 미쓰다 신조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백가지 이야기라는 이름의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낸 사람은 '쓰구치 이자히토'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 미쓰다는 그런 소설을 응모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그렇게 흘러가고 우연히 산책하던 도중 서양식 저택을 발견하고 미쓰다는 거기에 매료됩니다. 영국식 저택으로 오랜 기간 방치된 걸로 보이는 그 서양식 건물을 싼 값에 세를 얻어서 살기 시작하는 미쓰다. 비슷한 시기에 호러 동인지에서 미쓰다에게 원고 청탁을 합니다. 그래서 미쓰다 신조는 현재 살고 있는 건물을 모티브로 해서 호러 장편 연재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일단 기본적인 구성은 작가 미쓰다 신조가 '인형장'이란 서양식 저택에 살면서 일어나는 일과 호러 동인지에 연재하는 소설 '기관', 두 가지 이야기를 병행해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메타픽션 효과를 노렸다고 봐야겠죠. 거기에 실제 작가 이름도 미쓰다 신조에 실제 편집자 경력을 갖고 있는터라 현실과 허구까지 같이 버무려버린 약간은 복잡한 기교를 보여줍니다. 현실->소설->작중작 이런 구도로 이해하면 제일 빠르지 않나 싶군요.

작중작인 '기관'은 초등학생 소년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합니다. 고토히토라는 이름의 주인공 소년은 아빠, 엄마, 누나(료) 4인 가족중 막내입니다. 싼 값에 나온 서양식 저택에 이사온 날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습니다. 고토히토는 어릴 적 부터 이런 알 수 없는 경험을 가끔 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소년은 이번에도 불안감에 쌓이죠. 그러나 별탈없이 일상을 보내면서 안심하던 차에 한 청년이 집을 방문합니다. 청년의 이름은 '쓰구치 이자히토' 사교적인 언행으로 바로 가족과 진해진 이자히토를 소년은 탐탁찮게 여깁니다. 그리고 소년의 예상대로 불안의 근원은 바로 그 청년이죠.

한편 미쓰다 신조는 현재 담당중인 '월드 미스터리 투어'를 기획하는 동시에 동인지에 '기관'이란 호러 소설을 연재합니다. 2회 분량 연재가 나간 어느 날 산책길에서 묘령의 여성을 만납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동인지에 연재된 미쓰다의 소설을 보고 매료되어 직접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료코. 미쓰다 신조 팬임을 저처하는 그녀와 곧바로 의기투합(?)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진 어느날, 미쓰다는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이 쓴 기억도 없고, 보낸 기억도 없는 4회 연재분이 동인지에 버젓이 실려있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가는 불균형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경계가 완벽하게 허물어져서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결말이 납니다. 하지만 그 결말은 미묘하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골수 미스터리 팬들은 2% 부족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후기 - 여기서 말하는 작가 후기는 소설 속 미쓰다 신조가 쓴 후기입니다. -에서 '어느 의미 가장 단순하면서 납득이 가는 제 3의 결말'이라는 문구를 쓰는데, 맞습니다. 아주 간단한 미스터리적 해답이 버젓이 존재합니다만, 그 해답조차 가능성의 범주에 들어갈 뿐입니다. 또한 문고판에서 추가된 '서일'이란 단편-기관 그 후의 이야기- 로 오히려 오리무중에 빠져버립니다. 확답을 주지 않는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미스터리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기관~호러 작가가 사는 집>은 감정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본서의 포인트는 미스터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가령 소설 안에서 에도가와 란포 이야기가 나오는데, 탐미와 본격의 융합인 <음울한 짐승>을 극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실제 작가 미쓰다 신조는 <음울한 짐승>을 대단히 좋아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관>은 <음울한 짐승>처럼 미쓰다 신조가 호러와 본격 융합을 시도한 일종의 실험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단지 나중에 나온 <도죠 겐야 시리즈>보다는 미스터리 농도가 떨어진다는 차이점만 있지, 호러 분위기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앞섭니다. 현실,소설,작중작의 구도로 - 출판사, 평론가, 소설가 실제 이름을 쓰고 있더군요 -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그대로 소설과 작중작의 경계로 치환되어 이 두 가지가 서로 허물어져가는 그 느낌이 재미의 포인트죠. 그래서 저는 그 부분때문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국내에 소개된다면 표지 그림은 제대로 살려주면 좋겠습니다.

평점 7 / 10

2009년 3월 27일 금요일

클라리넷 증후군 - 이누이 구루미

2001년 도쿠마 듀엘 문고 (마리오네트 증후군)
2008년 도쿠마 문고 (신작, 클라리넷 증후군 포함) (사진)

데뷔한지 11년이 되면서 겨우(?) 8권의 책을 내놓은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중편 2개를 한책으로 묶은 것이 <클라리넷 증후군>입니다. 원래는 2001년도에 <마리오네트 증후군>이라는 녀석이 따로 나왔는데, 7년이 지나서 비슷한 분량의 신작을 넣어서 문고판으로 재포장했습니다.

1. 마리오네트 증후군

인격전이를 다룬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작중 화자인 여고생 '사토미'는 어느날 새벽에 눈을 뜨고 경악을 합니다. 사고는 살아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 몸인데도 멋대로 움직이죠. 알고보니 웬 남성이 자기 신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남자 정체는 사토미가 짝사랑하던 학교 선배 '모리카와'였습니다. 또한 기절초풍할 사실은 모리카와가 그 날밤 '살해'당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모리카와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범인을 찾을 것 같은(?) 스토리를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나 SF 소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리카와의 사인은 발렌타인 데이에 받은 초콜릿 안의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였습니다. 그리고 사토미는 짝사랑하던 선배 모리카와에게 수제 초콜릿을 건네준 사실이 차차 드러납니다. 사토미도 모리카와 살해 용의자가 되는 것이죠. (독 초콜릿 나오는 순간 씨익 웃을 분도 계시겠지만, 재밌는 사실은 주인공 사토미는 미스터리의 미 자도 모르는 여고생입니다.)

일단 미스터리 포인트는 알 수 없는 전개입니다. 피해자가 용의자가 되고 범인이 다시 피해자가 되고 다시 용의자가 되고 완전 뒤죽박죽입니다. 이런 면은 <신데렐라의 함정>과 약간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이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마리오네트 증후군>의 재미입니다. 그리고 결말의 '경사로세~ 경사로세~'로 끝나는 대목이야말로 실로 절묘합니다. 대체 뭐가 경사라는 거지?라는 코믹함과 아무튼 '해피 엔딩'(?) 같은 깔끔한 결말이 시원섭섭합니다.

이런 당혹스런 전개는 이누이 구루미 소설의 전매특허와도 같습니다. 데뷔작 는 본격 미스터리인 듯 하면서 판타스틱한 전개와 결말로 독자를 뜨악!하게 했던 작품이었고, 가장 대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이니시에이션 러브> 역시 교묘한 이중성을 내포한 연애 소설이자 미스터리입니다. 물론 게임 미스터리인 <리피트>, 전 작품중 가장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하야시 신쿠로와 다섯개 미스터리>같은 단편집도 있습니다만.

평점 6 / 10

2. 클라리넷 증후군

<마리오네트 증후군> 문고판 발간에 맞춰서 신작으로 들어간 녀석입니다. 분량은 비슷한 중편입니다. 이번엔 고등학교 남학생이 증후군(?)의 주인공입니다. 거유(큰 가슴)+동안의 미소녀 선배인 '혼죠 에리'의 관심을 끌고자 강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주인공 '쇼타'(쇼타 콤플렉스를 아는 분이라면 입가가 씰룩할 지도 모르겠군요.)는 불량배를 만나 애지중지하던 클라리넷이 망가져서 실의에 빠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도레미파솔라시도' 발음이 들리지 않는 괴현상에 빠집니다. 이름하여 '클라리넷 증후군'. 여기에 호적상 아버지인 세키 나츠히코가 자취를 감춥니다. 알고보니 얼마전 일어났던 사고인지 살인인지 모를 클라리넷 연주가의 죽은 사건에 얽혀서 마을의 야쿠자 조직에 납치당한 것입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세키가 풀려나려면 암호를 풀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힌트는 클라리넷 연주가. 미소녀 선배 에리, 옆 방의 자칭 소설가 마인 부우(별명), 게이 요시무라까지 합세해서 암호풀기에 온갖 힘을 다하는데....사건은...................

<마리오네트 증후군>과 함께 역시 알 수 없는 전개를 모토로한 미스터리 터치를 담은 소동극입니다. 또한 암호 미스터리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 암호 풀기에 많은 지면을 할당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데뷔작부터 이어져온 이누이 구루미의 독특한 여성관 (여성 독자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겠군요) 이 함께하는 소설입죠. <마리오네트 증후군>에도 굴절된 여성 캐릭터가 나옵니다만. 단순 재미로 보자면 전작보다는 떨어집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서 재미를 평가했을 경우이고 <클라리넷 증후군>만 따로 놓고 보자면 6점 정도는 무난하게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한데 묵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가해서 1점 깎아서 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는 전개가 재미의 한 몫인데 반해 복선을 워낙 노골적으로 깔아놔서 진범인(?)을 초반에 바로 간파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그걸 알아차렸다고 해도 소설 전반에 깔린 코믹 요소는 변함없기에 읽는 재미를 크게 해치지는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클라리넷 증후군>은 우리말로 옮기기 대단히 힘들 듯 합니다. 도레미파솔라시를 못 듣는 주인공의 대사에도 실제 저 단어는 다 빠져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어로 '와타시와 도레오 에라부노카'라는 말이 있다고 하면 (뜻은 나는 무얼 선택할까? 입니다.) 저기서 시, 도, 레, 라가 빠져서 '와타 와 오 에 부노카' 이렇게 되버리고 지면에 그렇게 그대로 나옵니다. 근데 우리말로 번역해서 보면 빠질 구석이 없죠. 난감합니다. (OTL)

평점 5 / 10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없다X없다 - 모리 히로시

2007년 고단샤 노블즈

1. 사이카와 소헤이 & 니시노소노 모에, 통칭 S&M 시리즈
2. 호로구사 준페이와 세자이마루 베니코, 통칭 V 시리즈
3. 마가타 시키 4부작, 사계 시리즈
4. 사이카와, 니시노소노가 재등장하는 G 시리즈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5. X 시리즈 첫 소설이 <없다X없다>입니다.

좀 복잡하죠. 그리고 위의 5가지 시리즈는 전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1번과 2번 시리즈만이 중도참가를 해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3번부터는 반드시 순서대로 읽는 편을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게 우리말로 나올 가능성은, 0.1% 정도 될까 말까 생각합니다. 설사 본서가 우리말로 나온다고 해도 전체 시리즈를 모르는 독자한테 후줄근한 미스터리라는 단순 평가를 받는 악성재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죠. 이미 여기까지 같이 호흡을 해 온 독자라면 '미스터리' 보다는 단순히 '어디까지' 가는가 궁금(?)해서 따라오는 독자가 많지 않을가 싶습니다. 뭐 습관같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아무튼 스기타 미술감정소에서 일하는 오가와 레이코. 거기에서 무일푼 알바(?) 중인 미대생 마나메 순이치 이렇게 2명에게, 어느날 사타케 치즈루라는 미모의 여성이 찾아와 의뢰를 합니다. 자기 오빠를 찾아달라고 말이죠. 스기타 미술감정소는 미술감정뿐만이 아니라 뒷구멍(?)으로 탐정을 겸업하는 곳입니다. 스기타의 자칭 조수라고 하는 레이코는 의기양양해서 사건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미술감정겸 몰래 의뢰인의 오빠를 찾으려던 레이코는 사타케 저택에서 일어난 살이사건이 말려들고 맙니다.....그리고 범인은...?

미스터리는 일종의 밀실살인입니다만, 난이도는 쉬운편입니다. 모리 히로시 팬(또는 마니아)이라면 어떤 플롯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구성입니다. 그래도 모리 히로시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구성이 아닐까 싶군요. 그래서 점수는 4-5점 정도면 딱 적당합니다.

X 시리즈 1권 (본서)이 나오기 전에 발매된 것이 G 시리즈 6권이었습니다. G시리즈 6권인 <이터인데도 꿈처럼>을 읽은 독자라면 '스기타' 미술감정소가 나오는 순간 '아하!'했을 겁니다. 아직 신시리즈 1권이라 그런지 스기타의 정체에 대한 얘기는 없지만 전 시리지를 본 사람은 바로 스기타가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스기타는 또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이었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니시노소노도 게스트 출연합니다만, 앞으로 신 시리즈와 기존 시리즈를 어떻게 연결지을지는 계속 읽어봐야 알겠죠.

이번에도 다른 단편과 연동이 되더군요. 오가와 레이코에 어째서 앰프(오디오 앰프입니다..)에 관심을 갖는지, 어떻게 스기타 미술감정소에 오게 됐는지는 아직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은 단편에 실렸다고 합니다.

평점 4 / 10

2009년 3월 25일 수요일

탐정백작과 나 - 모리 히로시

2004년 고단샤 (미스터리 랜드)
2007년 고단샤 노블즈 (사진)
2008년 문고판

<미스터리 랜드>는 고단샤에서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에 가까운 신예 추리소설 작가들이 집필한 어린이와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를 모토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얘기를 몇 번 했던 것이니 이쯤에서 그만하고, 2,500엔 정도의 가격에 고급 종이, 고급 판형의 비싼 책입니다.

아무튼 고단샤 노블즈에서 꾸준히 소설을 내고 있는 '모리 히로시'는 <탐정백작과 나>라는 제목으로 한 권 출판했더군요. 평도 나쁘지 않고, 원래 모리 히로시 책은 꾸준히 읽고 있었기 때문에 <탐정백작.....>은 독서예정 리스트에 추가는 해놓고 있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언제나 망설이던 책이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작중 화자이자 초등학생인 주인공 '바바 아라타'라는 소년이 '탐정백작 얼(Earl)'과 그의 비서 '챠프라프스카'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한 여름방학의 소동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묘(수상)하게 보이는 탐정백작이지만 서서히 그에게 매료되가는 소년의 심리-소년의 의문에 대답하는 탐정백작, 이 두 사람의 대화가 흥미진진합니다.-도 볼만하지만 어린이 실종사건이 겹치면서 소설은 한층 재밌어집니다.

미스터리 요소는 일단 실종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동기면도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지만 주인공 아라타와 탐정백작이 범죄자의 동기에 관해 얘기하는 면으로 상충되기도 하죠. 알기쉬운 동기도 있다면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불확실한 동기는 모리 히로시 미스터리에서 자주 보이는 요소입니다. 이밖에도 범죄자의 처벌문제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모리 히로시의 생각을 설파하는 부분이 있는데, 상당부분 저와 인식이 비슷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아마 그래서 모리 히로시 소설을 꾸준히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요는 범죄자 처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그래서 <탐정백작과 나>에는 '억!' 소리 나는 의외성은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 편지 내용은, 보고 나서 '어라!?'하는 독자가 있겠지만 그건 미스터리 본편과는 큰 상관은 없는 - 동기면과 연관성이 있긴 합니다만 - 그냥 작가의 장난정도로 보는 편이 옳겠죠. 모리 히로시는 이런 식의 장난(서술트릭)을 많이 치는 편입니다.

미스터리 랜드 이름을 달고 나오는 아동용 미스터리를 지금까지 6권 정도 읽은 듯 합니다만, 운이 좋았는지 아직까지 '꽝'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비슷한 콘셉트인 미스터리 야! 보다는 미스터리 랜드에 믿음이 갑니다. 아무튼 오츠 이치의 <총과 초콜릿>과 함께 추천 카테고리에 넣고 싶군요.

평점 7 / 10

2009년 3월 24일 화요일

거대한 청중 - 나가이 스루미

2000년 신초사
2005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거대한 청중>은 우리나라에는 <카카오 80% 여름>이라는 아동 대상 미스터리로 이름을 알린 - 아마 알고 있는 분은 극히 적겠지만요 - '나가이 스루미'의 장편 미스터리입니다.

피아니스트 아즈미 카이. 삿포로 음악축제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려고 한 카이 앞에 한 통의 협박장이 도착합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B플랫 장조, 통칭 [함머클라이비어]로 알려진 악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라. 안그러면 네 약혼자 미카리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계획된 악곡은 전부 변경하지만 첫 날 '함머클라이비어' 연주는 실패합니다. 사실 이 곡은 카이가 5년전, 지금은 죽은 딸을 위해 혼신의 연주를 했던 곡입니다. 딸 '아이리'는 신부전으로 카이의 신장이식을 받지만 합병증으로 결국 죽습니다. 딸이 죽은 이후 봉인했던 '함머클라이비어'. 하지만 약혼자인 미카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연주를 해야하는 부담감이 카이를 짓누르죠. 그리고 2번째, 3번째 콘서트날에도 연주는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그리고 마지막 콘서트날 카이는......

일단 기본 소재는 클래식 음악 입니다. 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가 언급되고, 등장인물 대부분도 음악관계 종사자입니다. 그래서 삿포로에서 일종의 탐정역을 맡는 '센도 무라사키'라는 여성은 카이와 대학시절 동창으로 피아노 전공을 했던 적이 있지만 현재는 삿포로에서 클래식 콘서트 기획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이의 약혼자 미카리가 실종된 런던에서 탐정역을 맡는 '에토 마사키'는 카이의 매니저입니다. 음악적 소양은 없지만 '돈'을 만드는데는 귀재인 그런 젊은이입니다. 이번 유괴사건을 통해 카이의 지명도를 다시 한 번 높이고 돈까지 벌 요량으로 동분서주압니다. 그리고 카이는 일종의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라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약혼자인 미카리는 성악 전공입니다. 여기에 카이의 스승이자 미카리의 할아버지인 에이세이. 그리고 삿포로 콘서트에서 카이의 실패를 철저하게 비웃는 듯한 비평을 내린 음악평론가 칸자키까지. 대부분 음악 관련 캐릭터가 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베토벤 악곡이 등장하다 보니 관련 설명도 곁들어져 있습니다. 베토벤이 누구임? 왠 외국인? 이라는 사람부터, 아! 월광? 하고 감탄할 사람까지 굳이 베토벤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없더라도 <거대한 청중>을 읽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베토벤의 생애(어떻게 보면 중요한 요소입니다.)나 피아노 소나타 지식이 있다면 좀 더 재밌게 즐길 수가 있지요. 한 때 피아노를 배웠던 터라 저는 그저 즐거웠습니다.

미스터리 초점은 WHY와 WHO입니다. 왜 유괴를 했고, 왜 그런 요구를 했고, 대체 누가 그런 짓을 꾸몄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범인을 즐기는 독자한테 <거대한 청중>은 별로 재미는 없을 겁니다. 분량도 많아서 650페이지 가량 되는데 길게 끌어온 만큼 의외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동기면을 살펴보자면 이 역시 일반적인 동기와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거대한 청중>을 미스터리로만 접근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음악'에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드라마'로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접근방법에 따라 평이 확 갈릴 여지가 다분하지만 캐릭터 묘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탐정역부터 피해 당사지까지 전부 진짜 '사람다운 사람' 같은 캐릭터로 나옵니다. 탐정역이나 피해자역 그리고 범인까지 다들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으며 그로 인해 서로 충돌합니다. 소설이라면 당연 그런 캐릭터가 나와야하는 게 아닌가?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순수한 미스터리에만 집중하자면 그런 캐릭터 조형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둘 다 완벽하게 만족시킨다면 당연히 그쪽이 좋겠죠) 그래서 <거대한 청중>은 순수한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소설'로 접근하고 그 안에 미스터리 요소가 있으니 좋군! 정도로 접근하는 걸 권하고 싶군요. 이런 살아있는 캐릭터는 소설 마지막 '너는 나게에 있어서 거대한 청중이야'라는 마무리와 그대로 일치합니다. 다시 제목을 곰곰이 되씹으면서 쓴웃음 짓게 하는 마무리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소설은 프롤로그, 전4악장, 에필로그해서 6부분으로 나눠져있는데, 실질 내용은 전4악장 제명은 '함머클라이비어'의 순서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제1악장 알레그로
제2악장 스케르초 앗사이 비바체
제3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제4악장 라르고 - 알레그로 리졸트

그리고 소설에서도 각 악장의 설명이 간략하게 나옵니다만, 악장의 내용과 소설 내용이 거의 일치합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면서 2차 전개가 기다라고 있는데, 이는 초반의 유괴사건이 벌어지는 면과 유사하고, 2악장은 전 악장중 제일 짧은데 실제 소설도 제2악장이 분량이 제일 적습니다. 그리고 같은 리듬의 변주가 되풀이 되는데, 이는 소설 제1악장에서 무라사키가 탐정역을 맡는 것과 제2악장에서 에토 마사키가 다시등장하는 면과 일치하죠. 아마 작가가 일부러 노리고 그렇게 집필했을 것이고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중퇴라는 작가 이력을 보면 뭐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평점 5 / 10

2009년 3월 23일 월요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 히구치 유스케

1997년 고단샤
2001년 문고판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6)

새롭게 복간된 유즈케 소헤이 시리즈 따라잡기(?)가 드디어 거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구하지 못한 <불량소녀>와 <바람 소녀>를 제외하면 현재 창원추리문고로 복간된 녀석은 다 읽었네요.

이번에 소개하는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원래는 시리즈 4번째입니다. 복간되면서 시리즈 5번째 <문신백서>가 4번째로 들어가고, 시리즈와 관계없던 <로쿠데나시>가 5번째로 들어가고 원래 4번째였던 본 소설이 6번째가 된 우여곡절이 있더군요. 아무튼 초기본을 보지 못한 관계로 - 전부 절판이라 아마 고서점에나 가야 구할 수 있을까 말까 할 듯 합니다만, 얼마전 시리즈 최신작이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버려진 고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단행본이다보니 문고판으로 나오려면 최소한 3년 4년 후의 이야기라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만, 참아야겠죠. (OTL)

아무튼 이번에 유즈키는 '러브호텔에서 살해당한 여고생'사건을 소재로 기사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담당편집자한테 받습니다. 영 내키지 않는 사건이지만, 새 담당 편집자가 미인이고, 원고료도 1,000엔 올려준다는 얘기에 결국 유즈키는 승낙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지만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미성년 매춘 도중에 살해당했다는 경찰의 의견과는 달리 아무리 봐도 계획적인 살인인 듯 해서 말이죠. 결국 살해당한 여고생 주변을 탐문하면서 사건은 뜻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역시 유즈키 소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에, 하드 보일드입니다. 시리즈 고정 캐릭터인, 정년을 앞둔 야마가와 형사, 일종의 불륜관계에 있는 재직시절 상사였던 요시지마 사에코, 그리고 여기에 새 담당편집자 오다카 나오미까지 가세합니다. (나오미라는 캐릭터는 신작 장편에서도 등장한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된 미인 수필가 아소 미호코까지 미인이라는 이름의 시련이 이번에도 유즈키 근체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별거중인 아내는 변함없이 잔소리만 퍼부어대고, 딸은 딸대로 아빠인 유즈키를 갈굽니다(...) 이런 와중에 사건은 개운치 않지, 여러모로 고난을 겪지만 유즈키는 하나의 논리적은 결론을 얻습니다. 하지만..........

1997년 초판당시 웃기는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책에 두르는 띠지에 문구만 봐도 '범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그런 코미디가 있었다더군요. 그래서 작가가 편집자에게, 아무리 자기 소설이 트릭이 알기 쉽다고 해도 일단은 미스터리인데 그래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편집자 왈.

히구치 씨, 이 작품은 트릭이 어쩌구 저쩌구 범인이 누군지 그런 하찮은 것들로 승부하는 소설이 아니니까요.

하하. 맞습니다. 히구치 유스케 소설은 그런 걸로 독자에게 승부를 거는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시리즈 첫 작인 <그녀는 아마도 마법을 사용한다>가 1990년에 나왔습니다. 당시 일본은 '신본격 무브번트'로 그런 류(?) 미스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던 시절에, 미인만 보면 헤롱헤롱하는 38살 탐정에,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기는 충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먼 미스터리 스타일은 일부 독자를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던 것이 신본격도 한물 간(?) 요즘에 와서 다시 재조명을 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도 있어야 밸런스(?)가 맞는 겁니다. 그래서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는 굳이 독자라 머리 싸매고 트릭을 뚫어지게 생각할 필요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후반에서 밝혀지는 반전(?)에 즐거워하면 그만인 미스터리입니다. 지금도 이 부분때문에 호불호가 확 갈리겠지만, 저는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여담) 호조 츠카사의 히트 만화 <시티 헌터> 좋아하셨던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군요. (.......)

평점 6 / 10

2009년 3월 22일 일요일

꿈의 끝과 그 계속 - 히규치 유스케

1997년 입풍서방 (원제 : 로쿠데나시)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5번째 소설입니다.
그런데 특이사항으로 원래 이 소설은 작가가 데뷔하기 전에 썼던 습작이 원전입니다. 그리고 데뷔 후에 그 습작을 <로쿠데나시>라는 제명으로 1997년에 출판했고 10년의 세월이 흘러서 잊혀졌던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가 창원추리문고로 부활하면서 <로쿠데나시>를 유즈케 소헤이 시리즈의 하나로서 원고를 개정해서 출간된 것이 <꿈의 끝과 그 계속>입니다. 또한 유즈키 소헤이가 35세로 등장하기때문에 어쨌든 결과적으로 시리즈 최초의 사건을 담은 내용이 됐습니다.

야쿠자를 총격전 끝에 죽여버리고 경찰을 그만 두게 된 유즈키 소헤이. 형사사건 관련 프리 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유즈키 앞에 어느날 묘령의 미녀가 찾아옵니다. 미녀가 유즈키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딱 일주일간 한 남성을 미행만 해주면 200만엔을 준다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뒤가 캥기는 의뢰임에 분명하지만 미녀의 부탁(?)이라 결국 유즈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미행 대상자는 아침에 집에서 나와 여기저기 그냥 싸돌아다니면서 맥주를 연신 마셔대질 않나, 과자 부스러기를 먹지를 않나 하루 종일 그렇게 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틀째도 마찬가지. 결국 싫증난(?) 유즈키는 경마장에 가는 대신에 같은 건물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유메코'에게 대신 미행을 부탁합니다. 있는 말 없는 말 거짓말을 총동원해서 말이죠.

하지만 사건은 뜻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유즈키가 경마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대신 미행하던 유메코는 미행 대상자가 죽어버려서 쇼크를 받고, 유즈키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게다가 그 미행대상자의 죽은 상태가 괴이합니다. 분명 맥주, 과자 이것 저것잔뜩 먹었음이 분명한데, 해부결과 위속은 '깨끗'하다고 합니다. '텅빈' 상태. 게다가 사인은 '영양실조'.

자,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장르는 변함없이(?) 하드 보일드 방식입니다. 인칭도 변함없이(?) 1인칭입니다. 히구치 유스케의 지론은 미스터리라면 1인칭, 왜냐면 독자와 주인공이 같은 시점에서 경쟁하는 것이 '페어'하다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말고도 다른 책도 거의 대부분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극히 예외를 빼고는 말이죠. 아무튼 <꿈의 끝과 그 계속>은 일단 원래 스토리를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곳에서는 좀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 처음에는 SF,판타지스런 설정이지만 마지막에는 잘 짜인 퍼즐같은 결말을 보여주는 미스터리를 지향한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내 '유메코'가 운영하는 가게 이름이 <화성인의 문>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좀 뜬금없는 사건전개는 당혹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복선도 전부 회수하고 결말도 깔끔해서 원래 작가가 의도했던 것과 일치하는 내용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것과 독자의 반응은 별개겠지만요. 일단 저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평점 5 / 10

[파파, 가나코야, 잘 있어?]
[응, 감기 좀 걸린 듯 하지만 벌써 나았어. 넌 어떠냐?]
[파파]
[왜?]
[나쁜 일 하는 건 아니지?]
[않해. 결단코 나쁜 일은 하지 않아!]
[그렇다면 괜찮지만. 파파가 돈이 궁해서 이상한 짓 하지 않을까 외할머니랑 엄마가 만날 걱정해]
[그러니까, 그 걱정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고급 레스토랑 얘기는 외할머니랑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알았어. 다음주지?]
[다음주다. 약속하지]
[그럼, 전화 기다릴게. 근데 파파?]
[응?]
[그런 고급 레스토랑 말야, 정말은 가나코가 아니라 젊고 이쁜 여자랑 같이 가고 싶었던 거지?]

2009년 3월 21일 토요일

눈의 마주르카 - 아시하라 스나오

2000년 소학관
2005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우리말로 유일하게 나온 <청춘 덴게게게게>라는 아시하라 스나오 소설은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부엉이와 올리브> 시리즈라는 안락의자탐정물 - 음식+미스터리 단편집을 선보였고, <달밤의 화재>라는, 같은 본격에 가까운 미스터리 장편도 있고, 그리고 이번 <눈의 마주르카> (원제 : 하트 오브 스틸) 는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스타일을 들고 승부를 겁니다.

사립탐정이었던 남편이 죽은지도 벌써 3년. 남편이 남겨준 유산이라곤 밀린 집세와 리볼버 1정, 그리고 자료파일. 남편의 탐정사무소를 이어 '사사노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게 된 '사사노 사토코'에게 4가지 사건이 들어옵니다. 처음은 부자집 불량 손녀 갱생 서포트하기로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토코는 망설임없이 적을 분쇄하고 경파하게 일을 해결합니다. 다음은 아무래도 딴 남자가 많은 듯한 불륜관계의 애인을 조사해달라는 유명 남자 배우. 물론 여기에도 음모가 숨어있고, 사토코는 다시 말려 들고 말죠. 세번째는 호스티스가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 여동생이 사토코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마지막에는 3년전 죽은 남편이 맡았던 사건을 시발제가 되어 사토코는 이윽고 남편과의 인연을 끊고 이제서야 자유롭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단편은 4편이 수록되었는데 주인공 사토코의 심정의 변화와 마지막 단편의 마무리를 감안하면 연작 단편집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 각 단편은 일단 기본적으로는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사토코가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방식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이고 미스터리적 요소는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 단편집의 매력은 여자 탐정 + 하드 보일드 + 호쾌한 해결에 있습니다. 미스터리(넓은 의미)를 좋아해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이런 저런 소설을 읽게 되는데 - 최근에는 주로 일본 미스터리에 몰두중입니다만 - 여자가 탐정 직업을 갖는 소설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제일 유명한 걸로는 P.D 제임스의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우리말로도 나왔음) 일 것이고, 그 밖에 영미계열에는 여자 탐정은 은근히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조사해봐야 하는데 귀찮군요. 아무튼) 하지만 일본 미스터리만으로 한정하자면 여자 탐정은 드문 편입니다. 생각나는 건 기리노 나쓰오 정도군요. 물론 여자가 주인공이고 탐정'역할'을 여주인공이 맡는, 그런 미스터리는 무지 무지 많지만,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은 이렇다할 기억에 떠오르는 작품이 거의 없네요. 그런 면에서 <눈의 마주르카>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남편의 망령에 시달리면서 '안좋은 느낌'이 드는 사건을 맡으면서도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 아마 여자 탐정이라고 우습게 봤을 겁니다 - 적에게 그대로, 아니 최소 2배 이상으로 되돌려주는 사토코의 호쾌한 행동이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비록 미스터리적 쾌감이 거의 없다고 해도 재밌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달밤의 화재>에 나왔던 중년 탐정 '야마우라 아유무'가 <눈의 마주르카>에 찬조출연합니다. 사토코와 아유무는 서로 아는 사이라는 설정이더군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걸 보면 두 주인공이 합동 출연하는 장편도 나올법 했음직한데, 아직까지 그런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인기를 끌지는 못했나 봅니다. 아쉽네요.

평점 5 / 10

2009년 3월 20일 금요일

첫사랑이여, 작별키스를 하자 - 히구치 유스케

1992년 쇼콜라
1995년 고단샤 문고판
2006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2번째 장편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전편 <그녀는 아마도 마법을 사용한다>에서 유즈키 소헤이는 딸래미 가나코와 호주로 여행가자는 약속을 하는데, 호주가 아닌 스키장에 놀러갑니다. 거기서 뜻하지 않게 20년만에 고등학교 동창생이었던 '우즈키 미카코'를 만납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미모에 홀린(?) 유즈키는 미카코와 짤막한 잡답을 나누고 헤어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유즈키는 묘령의 여성의 전화를 받습니다. '하야카와 케이'라고 밝힌 여자는 미카코의 조카였으며, 미카코가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케이는 유즈키에게 찾아와서 뜻밖의 말을 합니다. 그 내용은 미카코가 딸인 리사에게 '자신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유즈키와 상담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리사는 엄마가 살해당하고 정신이 없다가 그 말을 기억하고 케이랑 얘기를 나누었고, 케이는 결심을 하고 유즈키에게 전화를 건 거죠. 이렇게 해서 20년만에 조우한 첫사랑이었던 미카코를 죽인 범인을 찾아 유즈키는 또 다시 방황을 합니다.

미카코가 리사에게 남긴 말과 정황으로 유즈키는 당시 동창이었던 4명을 의심합니다. 4명의 동창-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유명화가의 위작 사건까지 나오고, 겉으로는 친한 그룹이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는 설정까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청춘을 회상하는 유즈키의 내면과 함께 사건은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첫사랑이여, 작별키스를 하자'가 되었고, 내용과 딱 맞는 제명입니다.

진행은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변함없이 미인은 등장하지만 전편처럼 헤롱헤롱하는 유즈키의 모습이 적은 이유는 아무래도 '첫사랑'이 등장하고, 전편에서는 유즈키가 경찰을 그만 둔 이유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유즈키의 소년 시절 암울했던 과거사가 등장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만나는 미인과 잡담(?)을 나누는 유머와 재미는 전편과 변함없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유즈키는 우연히 힌트를 얻어서 잽싸게 범인의 정체를 밝힙니다만, 이미 독자는 아마 대충(또는 정확히) 알고 있는 사항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역시 히구치 유스케 소설에서 의외성을 찾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히구치 소설의 진가는 그런 미스터리적 플롯과 의외성보다는 주인공이 미소녀에게 헤롱헤롱, 미녀를 보고 침을 흘리기도 하다가 어찌저찌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그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 요소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독자라면 시리즈 첫 편만 보고 이미 작가 이름을 머릿속에서 삭제하겠지만요. 우리말로도 나왔던 작가의 데뵈작 <나와 우리의 여름>을 재밌게 본 독자라면 히구치 팬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도전해보세요!

여담) 창원추리문고로 복간된 시리즈의 새 표지가 마음에 쏙 듭니다.
여담2) 이번에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최신작이 나왔더군요. 단행본이라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습니다. OTL

[아빠......]
[왜?]
[지금 만난 여자도 숙명이야?]
[그런 건 '별로' 아니지만...]
[아빠도 고생하네]
[뭐 여러가지로 그렇지]
[걱정하지마. 안심해도 좋아. 아빠가 수족관에서 여자랑 만나기로 한 거, 엄마한테는 말 않할게. 여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초콜릿을 받고 아빠 얼굴이 빨개졌다는 것도 나 절대로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을테니까]

평점 6 / 10

2009년 3월 17일 화요일

밀실의 진혼가 - 기시다 루리코

2004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2008년 문고판 (사진)

우리나라에는 <천사의 잠>이란 소설로 이름이 알려진 -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 기시다 루리코의 데뷔작 <밀실의 진혼가>입니다. 밀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내에는 총 4가지 밀실 사건이 등장합니다.

37살의 와카이즈미 아사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유카를 데리고 대학동창인 신죠 레이코의 그림 전시회에 찾아갑니다. 거기서 레이코의 그림을 본 유카는 경악합니다. 5년전 실종된, 유카의 남편 다카로의 등에 있던 문신과 쏙빼닮은 같은 문양이 그림에 있었기 때문이죠. 서두는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는데, 온다 리쿠의 <불안한 동화>도 비슷하게 시작합니다만, <밀실의 진혼가>와 <불안한 동화> 실제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밀실사건이 벌어지죠. 5년전 사건의 장소에서 아사미와 유카의 친구가 살해당한채 발견되고, 레이코의 아사미의 친구인 이치죠는 자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머리를 둔기에 맞은채 쓰러져있습니다. 상환은 물론 밀실입니다. 또한 레이코는 자기의 아트리에에서 쓰러져 있는 걸 딸 유키노가 발견해서 병원에 실려갑니다. 레이코는 다행이 목숨을 건집니다.

왜 밀실일까요? 추리소설 팬이라면 이런 작위적인(?) 밀실을 싫어하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모든 걸 떠나서 밀실! 하면 침을 흘리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죠. <밀실 진혼가>는 그런 밀실을 총 4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밀실 안에서 사라진 시체, 밀실 안에서 살해당한 시체. 작가는 왜 밀실을 만들었을까요?

그 만든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일단 '집착'입니다. 소설 속 캐릭터는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는데 - 하고보니 당연한 얘기군요 -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의 집착을 갖고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처럼 사회생활에 고민하는 아사미부터 창작과 그림 예술에 집착하는 레이코, 죽은 애인을 못잊어하는 이치죠, 자신을 등한시하는 어머니 레이코를 싫어하는 유키노, 실종된 남편에 집착하는 유카까지 이렇게 집착을 갖고 있고, 이런 집착을 극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밀실'입니다. 어째서 집착이 밀실이 됐는지는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미스터리의 핵심을 건드리는 부분이라서 말이죠. 따라서 밀실이 만들어진 이유는 충분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밀실 자체는 트릭이라면 트릭이 쓰였는데, 어렵게 생각하면 아마 맞추기 엄청 힘들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언제나 간결한 법이죠. 딱히 서술트릭을 이용한 밀실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단지 치명적인 단점을 들자면 메인 사건인 밀실의 해결이 재미없습니다.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얼개는 그럭저럭 잘 다듬은 당근을 연상케하지만, 4개의 밀실사건은 전부 흔하디 흔한 설정이라 이런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걸 좋아하는 독자를 즐겁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캐릭터의 집착이 밀실을 만든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밀실을 푸는 재미가 결여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밀실을 들고 나온 미스터리 치고는 무척 아쉬운 부분이죠. 이 부분때문에 점수를 팍 깎아버렸습니다. 그냥 '나쁘지 않은 완성도'라고 하는 편이 딱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사실은 이게 작가의 데뷔작인데 그런 걸 감안한다면 데뷔작 치고는 나쁘지 않다. 정도가 되겠군요.

평점 4 / 10

2009년 3월 16일 월요일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 - 구지라 도이치로

2004년 고분샤 캇파 노블즈
2007년 문고판 (사진)

<9개의>의 사쿠라가와 하루코
<신-세계7대불가사의>의 사오토메 시즈카

2명의 헤로인이 크로싱하는 장편 추리소설이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입니다. 추리소설 좋아하면서 특히 캐릭터물에 관심이 많은 분들, 게다가 위의 두 단편집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라면 두 미인 헤로인의 경연에 기대감은 부풀어 오릅니다.

대학의 제자들과 오키나와학술연구 여행중이던 사오토메 시즈카는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됩니다. 게다가 용의자로 지명되어 누명까지 씁니다. 피해자는 같은 역사학자. 피해자는 죽기 얼마 전에 수수께끼의 고문서를 입수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고, 그 문서는 도쿠가와 가문에 얽힌 비밀을 밝혀줄 귀중한 재료라는 소문도 떠돕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홋카이도에서는 원래 고문서 주인이 수수께끼의 자살을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오키나와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는 죽기 전에 바닥에 '쥐' 그림을 그리는데, 여기서 동화전공인 사쿠라가와 하루코는 구전동화 하나를 떠올리고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하죠.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는 제목대로, 서로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두 재녀가 한데 뭉쳐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중후반부까지는 그런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막판의 사건해결 부분입니다. '알리바이 버스터'라는 별명 답게 하루코는 진범인의 알리바이를 하나하나 깨트려나갑니다. 문제는 그 깨트리는 논리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지 않을까요?' '그랬지 않을까요?' 이런 식입니다. 이미 <신 시계 7대 불가사의> <9개의>도 비슷한 구성이었죠. 그냥 이렇지 않을까? 라는 선에서 끝나고 마는데, 무려 장편 미스터리도 똑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진범인은 9중의 철벽 알리바이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냥 허무하게 박살납니다. 정말 허무하게요. 별다른 반론도 없습니다. 주위 형사도 오호! 그런가보다 하고 다 같이 수긍하는 분위기더군요. 독자인 저 혼자면 태클 걸고 싶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더군요. 철저한 계산이 담긴 해결이 아니다보니 기분 좋은 독서가 아닙니다. 분량이 대폭 늘어난 아카가와 지로 소설을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면 비슷하군요. 문고판 기준 470페이지 정도인데 실제로는 대부분이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두께에 비해 실속없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작가에 대한 실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단편이나 중편 정도로 끝내도 좋을법한 내용을 억지로 장편으로 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지만 이 소설에는 도저히 그럴 요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미인라고 해도 머리에 든 게 없으면 소용없는 법입니다. (그래도 0점은 아닙니다........)

평점 1 / 10

2009년 3월 15일 일요일

미도로가오카 기담(深泥丘奇談) - 아야츠지 유키토

2008년 미디어팩토리

<관 시리즈>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을 날린(?) 아야츠지 유키토의 최신 단편집입니다. 그런데 장르는 '怪談' 입니다.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뭐야!!'라는 반응이 올 듯도 합니다만, 작가의 호러 단편집 <안구기담>을 아는 분들이라면 내심 기대가 갈 겁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다 호러도 좋아한다는 사실은 팬이라면 주지의 사실이니까요.

<미도로가오카 기담>은 총 9 개 단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중에 8개는 일년에 두 번 정도 발행하는 괴담 전문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이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나머지 1편은 도쿄소겐샤(동경창원사)의 <미스터리즈!>라는 잡지에 연재된 본격 미스터리 단편입니다. <미스터리즈!>에 연재된 단편의 이름은 <악령빙의>였고 이쪽만 제대로된(?) 미스터리고 나머지는 괴담류입니다. 근데 이 두 편이 이질적이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해결편이 있건 없건 분위기 자체는 매유 유사하다보니 <악령빙의>는 물에 잘 녹아드는 수용성 기름인거죠. 그래서 전체적인 완성도도 괜찮습니다.

아무튼 <미도로가오카 기담(심니구기담)>은 교고쿠 나쓰히코 의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교고쿠도가 말하는 '이 세상에 괴이한 일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과는 정반대의 소설입니다. 띠지에서도 보이듯이 [이 세상에는말이죠, 이상한 일도 있답니다.] 가 본서의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가득하지만 미스터리적 해결기법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관 시리즈>도 한괴담스런 분위기를 자랑하지만 해결은 미스터리적이었지만 본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기대를 하고 <미도로가오카 기담>을 집어든다면 책을 벽에 집어던질지도 모릅니다.

근데 원래 이 책은 이렇게 빨리 읽을 예정은 없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1580엔-세금별도 가격), 그냥 표지만 봤을 때는 그냥 분위기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막상 실제로 이 책의 겉표지를 까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일단 앞 뒤로 약간 두껍다싶은 딱딱한 도화지 비스무리한 걸로 덧대고 그 둘레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그림이 들어간 걸로 둘렀습니다. 그리고 앞에 덧댄 종이에는 음각으로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새겨졌지요. 그래서 표지를 까는 순간 '이건 바로 사야겠다'라는 순간적인 충동이 제 주머니 사정을 무참히 배반했습죠. 또한 하드커버로 된 책표지를 들추면 그림이 나옵니다. 이 역시 '디자인에 엄청 공을 들인' 흔적 중 하나입니다. 소설 본연의 재미보다는 이런 외적인 면에 더 끌린 책이라고 봐도 좋겠네요. (하하)

여담) 책 제목에 관해. 원래 첨에 이 책은 그냥 <심니구기담>으로 인식했었는데 소설은 <심니구(미도로가오카) 병원>이란 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괴담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책 제목은 <미도로가오카 기담>이 맞습니다. <기리고에 저택 살인사건>도 편하게 <무월저 살인사건>이라고 부르듯이 뭐 이 책도 <심니구기담>이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겠지만요.


평점 6 / 10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5 - 이루마 히토마


부제 : 욕망의 지주는 인연

<거짓말쟁이 히어로 미군과 사랑에 빠진 유즈유즈> 완결편(?) 입니다.

전작에서 뜻하지 않은 습격으로 유즈유즈와 헤어지고 다시 '지하실'에 갇혀버린 미군. 아, 미군 핀치!!!! (헬프미 탈레반!!)

이번에도 당연하지만, 왜냐 클로즈드 서클이니까 마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후반부에나 가서야 마짱은 살짝 등장합니다. 어쨌든 미군은 마짱을 원래대로(?)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미군이 미군으로 있기 위해,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극한의 서버이벌을 보여줍니다. 장하다! 미군! 거짓말이지만.

전작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보니 사건의 범인도 밝혀지고, 사건의 진상도 밝혀집니다. 그리고 탐정(?)은 우리의 미군이 담당하죠. 그리고 언제나 미군은 -전작에서 처럼- 범인을 잡을 생각은 별로 없고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과 마짱을 위해서 탐정역을 맡습니다. 이 시리즈를 차분히 읽어온 독자라면 그게 당연한 방식입니다. 되도 않는 정의는 일본산 설치류와 그 일당이 설치는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처음 4권을 읽었을 때, 마짱이 안나오니까 스토리 전개상 재밌는(?) 부분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했었습니다. 그러나 클로즈드 서클과 도플갱어로 마짱의 공백을 충분히 메꿔주었고, 5권에서는 사건의 진상과 후반부의 서바이벌과 탈출 장면으로 마짱 없이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 즐거운 내용이었습니다. (마짱 미안해!)

3권의 녀동생 님과 마짱의 능력자 배틀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면 이번에는 마지막 뒷통수 때리는 탈출 장면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정작 미스터리 구조는 복선 쪽 문제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사건이 해결된 후에 과연 어떻게 탈출하려나? 했던 의구심은 마지막 탈출 장면을 보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다른 미스터리에서 봤다면 책을 벽에 집어던졌을 겁니다. ㅋㅋㅋㅋㅋ) 아, 약간 추가하자면 이 시리즈에서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캐릭터는 극히 드뭅니다.(아니 없다고 봐야 할까요?) 대부분은 나사 1,2개는 기본으로풀려있고, 아예 나사조차 없는 캐릭터도 있죠. 그래서 그런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벌여놓은 사건의 진상을 굳이 추리해보고 싶은독자라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유즈유즈는 과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내심 기대 됩니다. 아직 유즈유즈와 마짱의 정면대결은 없지만 녀동생 님 VS 마짱이 기대이상이었듯이 유즈유즈 VS 마짱의 배틀은 어떡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마지막에 미군과 도플갱어 유나의 의견이 엇갈리는 곳이 있는데, 이 역시 다음 작품을 위한 배려라고 봐도 좋겠죠. 미군의 말대로 유나가 '라스트 보스'로 등장하게 될지 어떨지는......작가 맘이겠지요.

4 권과 5권은 마짱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전체 시리즈 진행상 많은 진전을 보여준 내용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작품의 방향성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6권부터는 3학년이 된 미군과 마짱입니다. 그리고 두 닭살 커플은 다른 반이 됩니다. 미군은 나가세 토오루(미군의 옛여친)와 같은 반이 되고 유즈유즈는 마짱과 같은 반이 됩니다.

거짓말1) 이번 챕터 제목도 꽤 재밌습니다.
-철저추리 다이닝 (극한추리 콜로세움-야노 류오)
-어느 갇힌 봄의 저택에서 (어느 갇힌 겨울 산장에서-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없어질 누군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거짓말2) 4권과 5권이 단권으로 나왔다면 10점 줬을겁니다! 거짓말이지만!

평점 8 / 10 (???)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4 - 이루마 히토마

2008년 전격문고

부제 : 인연의 지주는 욕망

4권과 5권은 하나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4권이 240페이지, 5권이 250페이지 정도로 합쳐서 500페이지가 약간 안되는 분량인데, 분책해서 내놓은 거죠. 분책으로 가격이 올라가서 주머니 사정은 빈곤해지겠지만 섹쉬~~한 마짱 그림을 1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뭐 손해볼 일은 없습니다. 특히 4권 표지가 제일 마음에 드네요. 우후, 거짓말이지만.

이 번엔 극 초반에 마짱이 사라집니다(?). 마짱을 구동하던 건전지(?)가 완전 방전되버립니다. 그래서 미군은 새로운 충전지(?)를 찾아서 8년전 미군과 마짱이 유괴됐던 '현장'에 다시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 현장에서 마짱을 원래의 '망가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죠. 8년만에 찾아간 당시 사건 현장. 하지만 그곳에는 '오오에'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건물을 개축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군은 뜻하지 않게 '후시미 유유'라는 도움이라고는 마짱 수준으로, 옆에 없는 게 도와주는 캐릭터를 '파티'에 영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히어로와 벙어리 공주님은 마왕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 후시미 유유는 4권에서 첫 등장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3권에서 살짝 나온 캐릭터로 4권과 5권에서 별 다른 활약(?)도 없이 재등장하게 될 줄은 에상 밖이라면 밖이었네요. 그래서 4권과 5권은 <거짓말쟁이 히어로 미군과 사랑에 빠진 유짱>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응?

미군과 유즈유즈는 오오에 게이코의 환영에 몸둘 바를 모릅니다. 게이코는 당시 8년전 사건의 '팬'을 자청하며 당시 사건의 생존자인 미군을 대환영하죠. 그리고 게이코는 미군이 무언가를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흔쾌히 허락하고 이왕 온 거 하룻밤 묵고 가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미군과 유즈유즈는 하룻밤 묵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게이코가 뒷뜰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전개를 맞이합니다. 진짜라니까요?

이번의 미스터리 소재는 무려 '클로즈드 서클' 입니다! 닫힌 공간! 밀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물론 연쇄죠. 그래야 재밌으니까요. 게이코가 시체로 발견되고 남은 인원은 전부 의외의 사실을 깨닫습니다. 건물의 현관문이 부서진채 열리지 않죠. 창문은 전부 쇠창살이 있어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전화선은 전부 절단. 유일한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던 미군의 휴대폰은 미군이 잠자는 새 누군가 화장실 변기에 빠트려서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미군과 유즈유즈를 포함한 오오에 가문 사람들 총 9명 플러스 나머지 1명은, 시체를 포함해서 총 9명과 시체 1구는 거대한 밀실에 갇히고 맙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음 날에 시체 1구가 더 늘어나죠. 그 다음 날에는 실종자가 생기구요. 뭐 그런 얘기입니다. 마짱이 초반에 퇴장해버려서 마짱의 칼부림(?)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밀실과 연쇄살인 그리고 도플갱어와 유즈유즈 그리고 오오에 가문의 조연들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밀실 안에 유즈유즈 대신에 마짱이 들어갔더라면 솔직히 마짱이 뜨는 순간 '게임 오버'라 소설 재미는 떨어졌을 겁니다. 하하.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목은 미군 VS 미군(?)입니다. 응? 무슨 소리냐구요?
또 한 명의 미군은 오오에 유나. 오오에 가문의 장녀입니다. 미군은 유나를 보는 순간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는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유나와 미군은 닮은 꼴 캐릭터입니다. 아, 성별은 다르지만요. 4권의 재미는 이 유나와 미군을 보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좀 더 그려줘도 좋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유나는 나중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꽤 큽니다.)

거짓말1) 챕터 제목을 보는 순간, '헉' 했습니다.

-나이프에 죽다.
-차가운 시체의 시간은 멈춘다.

일단 원전을 확실하게 아는 건 이렇게 2개였네요. 다른 2개는 좀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만 귀차니즘으로 생략합니다. 힌트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츠지무라 미즈키입니다. 뭐 몰라도 그만인 별 상관없는 내용이지만요.

평점 7 / 10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3 - 이루마 히토마

2007년 전격문고

부제 : 죽음의 초석은 삶

<미군과 맞짱 시리즈> 3편입니다. 1편과는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2편과는 군데 군데 이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순서대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미군의 가족 관계에 관한 내용이 좀 나와서 1권은 필수로 읽는 편이 좋아요. 뭐 1권부터 안읽어도 큰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순서대로가 좋죠. 거짓말이지만.

3권의 포인트는 '발렌타인 데이'입니다.(얼마전 화이트 데이도 지나갔군요. ㅠ.ㅠ) 단 것을 못 먹는 미군을 위해 마짱이 준비한 특대 상자에 들어가 있는 초콜릿(초콜릿으로 위장한 그 어떤 독극물인지 미확정 상태의 그 무엇)! 마짱의 선물에 감동의 피눈물을 흘린 미군은 '살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마짱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짱 요즘 살 찐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가 말 그대로 피박을 써버립니다. 미군의 말에 마짱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이어트에 열중합니다. 달밤에 뜀박질이죠. 라는 건 '전부 페이크'고 실제는 미군의 '여동생'이 등장합니다!! 아아!! 1권에서 행방불명되어 결국 사망처리 됐다던 녀동생 양이 출연해서 금속 방망이와 나이프로 '시스터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쪼~금 거짓부렁이지만요.

아무튼 3권의 주요 내용은 미군을 차지하기 위한 녀동생과 마짱의 진검승부입니다. 하하, 진짜일까요?

이 와는 별개로 이번에도 엽기사건이 마을에서 벌어집니다. 연쇄 동물 학대 살해 사건입니다. 결국 그 동물살해사건은 살인사건으로 발전합니다. 안타깝게도 1명 밖에(?) 안 죽어요. 연쇄살인사건을 기대한 분들은 실망이 클 거에요. 그래서(?) 미스터리적 완성도는 2권과 유사합니다. 범인을 추정하는 방식도 너무 비슷하게 만들어놔서 그 점이 좀 아쉽더군요. 뭐 요는 살인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그걸 통한 미군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죠. 2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3권의 부제목 대로 '죽음의 초석은 삶'인겁니다.

전작까지 전체적으로 리미트가 걸려서 일선을 넘지 않으려는 모습을 아쉬워했던 독자라면 3권은 꽤 만족스러울겁니다. 리미트를 살짝 해제한 마짱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거든요. 만날 '미군, 미군 뽀뽀~ 뽀뽀~~ 헤헤' 이런 닭살 짓이나 하던 마짱이 3권에서는 제대로 망가진 활약을 합니다. 마짱을 잘 교육하면 '킬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 마짱은 평형감각 상실이라 그건 좀 힘들겠군요. 어쨌든 소설 후반부, 결정적인 순간에 미군이 외친 대사는 과연 무엇일까요? [마짱 XX해~~!!] 뻥~

덕분에 3권에서 떨어져 나갈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뭐 건전한 사상과 건전한 육체를 갖은 독자라면 1권 읽다가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겠지만요. 근데 1권이나 2권은 그다지 쇼킹한 구석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요. 이 시리즈 광고 띠지의 문구가 '전격소설 대상 문제작'어쩌구 하는데, 솔직히 '문제작'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장이 덜 다듬어졌고, 주인공의 거짓말과 헛소리가 섞여서 산만하고 마짱은 망가졌고 여러모로 일반적인 '라이트노벨'로 묶어두기에는 좀 어려운 작품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린 사고를 갖고 있고 빛 보다는 어둠에 더 매력을 느끼는 독자라면 일독 추천하고 싶습니다!! 거짓말이지롱!!

평점 7 / 10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2 - 이루마 히토마

2007년 전격문고
2009년 우리말

2권의 부제는 '선의의 지침은 악의'입니다.

시리즈 2번째 작입니다. 근데 원래 작가는 이걸 시리즈 물로 할 생각은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작가 후기에도 그렇게 기술했더군요. 그래서 여러모로 고민 끝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미군의 말장난이 소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재는 필연적으로 전편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다보니 전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생뚱맞은 내용일 겁니다. 거짓말이지만요.

병원에 입원한 미군과 사랑하는 미군 옆에 있고 싶은 마짱은 스스로 꽃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자해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서 미군과 마짱은 병실에서 러브러브한 닭살 커플로 살았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미군의 옛 여자친구 나가세 토오루라는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병실에 기웃거네요. 우리의 마짱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 토오루의 머리통을 때려부시고 구병동으로 끌고가서 몰래 숨깁니다. 그래서 미군은 마짱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한 인물을 진범으로 가정하고,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고분분투 한답니다. 거짓말이지만

위 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군과 마짱의 과거의 사실도 끼어들어가서 전체적인 소설 플롯은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구조와 캐릭터 간의 밸런스가 어설픈 느낌이 듭니다. 물론 소설의 주제는 그런 곳에 있지는 않지만 주제라는 것은 단순히 주장한다고 되는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미군과 마짱의 캐릭터는 일정 한계선을 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이 대단히 아쉽네요. 좀 더 '망가진' 마짱을 보고 싶고 좀 더 '거짓말쟁이' 미군을 보고 싶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일단 미군의 옛 여친 나가세 토오루. 신 캐릭터지만 과거와 연결점을 갖고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가 붕뜬 느낌이 듭니다. 또한 주인공과 말장난 삼매경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간호사 언니. 간호사 쪽도 비중있는 캐릭터인데 뭐랄까 말장난에 묻혀버린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그래서 주제, 구조, 캐릭터 이 삼박자가 엇갈립니다. 진짜라니까요.

[난 대체 누군가?] 소설의 주제는 전작과 같습니다. 1권에서 미군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군의 거짓된 언행은 독자에게 들통납니다. 아, 마짱한테는 안 들켰네요, 다행히도. 그래서 2권은 곳곳에 '나'에 대해 고민하는 미군의 모습이 보이고 결국 마짱의 미군으로 남는걸 선택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미군의 행동을 비겁하다고도 할 것이고, 겁쟁이라고도 하겠죠. 하지만 그래서 재밌습니다. 뻥이지만요.

미스터리 요소에 대한 감상. 병원 안에서 벌어진 실종사건과 살인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사건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한정적이라 의외성이란 면은 떨어집니다. 아무렇지 않게 집어 넣은 단서는 좋았지만 마지막에 가면 당연히 그런 결말로 나와야지!! 하는 면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래서 좀 아쉬웠네요. 하지만 2편은 일종의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속편을 만들 생각이 없던 작가가 급하게 집필했는데도 이 정도 레벨이라면 뭐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재 수준의 미스터리를 지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점 8.5 / 10 (???)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1 - 이루마 히토마

2007년 전격문고
2008년 우리말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 행복의 배경은 불행 ~

원래 이 책은 전혀~~ 살 생각도 읽을 생각도 없었던 겁니다만,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확 끌려버렸습니다. 겉표지요? 저런 표지(사진) 스타일은 흔한 거고 일러스트 퀄리티도 극상(?)이라고 볼 수도 없고, 그냥 평범한 건데 왜 끌렸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표지를 까서 뒤집어보시면 알겁니다. 거짓말이지만요. 후후. (우리말 표지도 같은 리버시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확인.)

지금으로부터 8년전에 미군과 마짱은 유괴되어 1년간 감금생활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경험을 공유한 피해자입니다. 시간이 흘러 현재 두 사람은 '정상적'으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쥐새끼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연쇄살인사건과 남매실종(또는 유괴)사건으로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남매실종사건의 '범인'은 초반에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마짱이 유괴범이거든요. 거짓말입니다만?

초반 쇼킹한 캐릭터 설정과 상황 제시는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요소로 충만합니다. 마짱은 미소녀에다가 어릴적 유괴사건의 트라우마로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다는 설정이죠. 미군은 거짓말이 능수능란한 솔직한(?) 녀석입니다. 미군은 마짱이 유괴범이란 사실을 알고 그녀를 미행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하죠. 그리고 미군은 자신의 예상대로 납치당한 두 남매를 확인하고 마짱과 동거를 시작합니다. 응? 동거? 이상한 상상은 금물입니다. 본서는 전연령 대상의 건전무쌍한 라이트노벨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읽다보면 모 소설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나는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 시리즈>입니다. 헛소리꾼 이~짱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로 라이트노벨+미스터리+능력자배틀을 뒤섞은 시리즈입니다. 헛소리꾼 이~짱과 서번 증후군 쿠나기사 토모의 애달픈 로맨스(?)가 곁들여진 양질의 라이트노벨이기도 합니다.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다른 하나는 오츠 이치의 입니다. 이쪽 남녀 주인공도 약간 쇼킹합니다. 뭐 엄밀히 분류하자면 미군과 마짱 콤비는 '만들어진' 캐릭터라면 <고스>의 두 남녀중에 한 쪽은 '진짜'입니다. 미군이 후반부에 '잘린 손목'에 관한 트루우마를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걸 보고 있으면 <고스>에 수록된 단편 '리스트 컷 사건'을 연상하게 됩니다. 절단된 손목에서 세포가 증식하여 자기복제를 한다는 이토 준지의 소년소녀 명작만화 <토미에>스런 내용입니다. 그걸 믿나요?

다분히 위의 두 소설의 영향을 받은 면이 곳곳에 보입니다만 <헛소리꾼 시리즈>처럼 장황하지 않고 쓸데없이 분량이 많지도 않습니다. <고스>처럼 담백하면서 깔끔하지도 않습니다. 뭐랄까 장점만 가져왔다기 보다는 장점과 단점을 섞어서 가져오느라 좀 뒤죽박죽인 상태로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소설을 집필한게 아닌가 싶을 '미완성'을 보여줍니다. 진짜에요~!!

라이트노벨 면은 끝내고 미스터리 면만 살펴보자면 매우 단순한 '서술트릭'의 기초 중의 기초적인 문법을 채용했습니다. 그 가냘픈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카모라쥬가 미군의 거짓말인데 그쪽의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그래서 완성된 그림은 안정감보다는 불안감을 내비칩니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의 정체나 - 처음에 나와요~. 범인은 미군!! 믿으면 바보! - 미군의 유괴+살인의 동시해결법이나 참신한 맛이 떨어지죠. 단지 8년전 유괴사건에 얽힌 비밀을 밝히는 방법은 좋았습니다. 이정도라면 다음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이대로 끝까지 미완성으로 갈지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시리즈입니다. (일본에는 현재 6 권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말은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2권까지 나왔을 겁니다.)

단지 우리말은 번역가가 넷상에서 이런 저런 소문의 주인공이다보니 선뜻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평점 6 / 10

저택 섬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05년 동경창원사
2008년 문고판 (사진)

원제는 <館島>입니다. 그대로 읽으면 관도. 저택섬이란 뜻이죠. <저택 섬>은 요코시마 섬이란 작은 섬에 있는 '육각형 모양의 저택'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육각관의 살인>이란 제목을 '일부러' 사용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십각관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 제목은 일부러 그렇게 패러디 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한글제목도 원서 제목을 존중해서 그냥 <저택 섬>이라고 했습니다. (영문제목은 '은색 탑의 섬'입니다.)

작은 섬에서 육각형 모양의 독특한 건축물을 만든 쥬몬지 가즈오미. 하지만 쥬몬지는 그 건물에서 특이한 죽음을 맞이 합니다. 나선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추락사. 문제는 건물 내외에 추락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죠. 사건 발생 반년이 지나서, 다시 이 육각형 건물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조사1과 형사 '소마 다카유키'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여기에 '고바야카와 사키'라는 쾌활한 여성이 가세하는데, 그녀의 직업은 '탐정'입니다. 19살 미소녀를 두고 3명의 남성이 구혼자로 등장도 하고, 반년전 사건과 같은 인물(최대한)에 같은 방구성입니다. 게다가 태풍도 다가 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사건은 다시 일어나고 '약속'대로 사람들은 고립됩니다. 예, 뻔하다면 뻔한(이런 표현보다는 본격 미스터리만의 약속같은 규칙이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그런 추리소설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가자면 '대단히 재밌게' 읽은 추리소설입니다. 복선의 배분과 힌트 제공도 좋고, 서술트릭이 아닌 '순정품(?) 트릭'을 들고 독자에게 승부를 거는 부분은 점수를 높게 살만한 항목입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물리 트릭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작품으로는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시계성의 살인>이 있었는데, 이번 <저택 섬>은 <클록성 살인>보다 한 수위의 작품입니다. 트릭이면 트릭, 전체 구성과 플롯, 읽는 맛까지 전부 등급이 다른 추리소설입니다.

구체적으로 일단 눈에 띄는 부분은 복선과 유머입니다. 복선을 상황에 따른 유머와 결합해서 독자에게 제공하는데, 독자는 그저 씩 웃고 지나갈지도 모른 그런 상황이 사실은 복선이라는 설정입니다. 무척 어이없게 유머와 복선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낄낄거리다가 막판에 '헉 그게 복선이었어!' 뭐 이렇게 뒷통수를 맞게 됩니다. 단지, 심각한 분위기를 즐기는 독자에게는 '뭐냐 이 유머는!!' 이라는 마이너스 평가를 얻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원래 유머 미스터리로 유명한 사람이더군요.) 이런 유머스런 부분은 사건의 진상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진상도 뭔가 얼빠진 듯하고, 진범인도 얼빵합니다. 물론 주인공 형사도 바보스럽죠. 등장인물들는 뭔가 심각해 보이는데 사실은 그게 웃긴거죠.

그리고 물리트릭. 육각형 건물이란 면에서는 다분히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 오마쥬가 아닌가 싶지만, 그런 선입견 자체가 미스 디렉션의 일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은 십각형이네, 육각형이네 하는 것만 같지 나머지는 전혀 상관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물론 나카무라 세이지와 쥬몬지 가즈오미 라는 천재 건축가 설정은 닮은 꼴이긴 하지만요. 뭐 이것도 세부적으로는 사실은 별 관련이 없다고 봐야겠습니다만 아무튼. 본서는 상당히 재밌는 물리 트릭을 들고 승부를 겁니다. 이러한 트릭인데 이런 부분이 독특했고, 그런 부분이 인상 깊었고 그래서 재밌었다!! 세세하게 설명을 했으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큰일 나겠죠? 그래서 재밌는에 관한 근거를 자세하게 들 수 없는 사실이 좀 안타깝지만, 아무튼 점수를 7점을 줬을 정도로 유쾌한 트릭입니다.

이 작품 덕분에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밀실 열쇠 빌려드립니다.> <이제 유괴 따위는 하지 않아>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제목만 봐도 뭔가 재밌을 듯한(?) 그런 타이틀입니다. 또한 <저택 섬>의 탐정 사키와 얼빵이 형사 타카유키가 다시 등장하는 속편이 나온다면 반드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평점 7 / 10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춤추는 야광괴인 - 하야미네 가오루

1997년 고단샤 파랑새 문고
2008년 문고판 (사진)

(자칭?)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노트 시리즈 5번째 소설 <춤추는 야광괴인>입니다. 문고판은 1년에 딱 2권씩 정기적으로 나오는터라 이제서야 5권을 접했습니다. (현재 기준 문고판은 6권까지 발매중)

일단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으로 제목 얘기부터 하죠. 고전 미스터리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제목부터 '감'을 잡을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춤추는'은 코난 도일의 '춤추는 인형'을 떠올렸다면 딱 맞는 정답입니다. 뒤의 '야광괴인'은 고전 일본 미스터리에 모 작가가 써먹을 만한 그런 네이밍 센스를 보여주는데, '에도가와 란포'를 떠올렸다면 80% 정답입니다. 실제로 에도가와 란포는 '야광인간'이란 단편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야광괴인의 발상은 실제로는 요코미조 세이시였다고 합니다. 같은 이름으로 아동용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고 하는군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만 생각했다가 같은 작가가 아동용 미스터리에도 손을 댔다는 사실은 좀 놀랐습니다.

아무튼 춤추는 인형을 떠올린 분이라면 쉽게 본 소설의 내용을 유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메미즈 기요시로 시리즈 5번째 장라는 '암호 미스터리'입니다. 한밤중에 반짝 반짝 빛나는 야광괴인이 괴랄한 춤을 춘다는 괴담과 절에 대대로 내려오는 황금 불상을 찾는 내용입니다.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도 2번이나 나오고 - 본격 미스터리 팬이라면 도전장 자체가 즐거운 요소 중의 하나일 겁니다. - (여담이지만 조만간-아마도- 출간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쌍두의 악마>에서는 무려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이 '3번'이나 등장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암호 부분도 존 딕슨 카의 <세개의 관>에서 보여준 펠 박사의 밀실 강의 만큼은 아니지만, 암호 종류에 관해 간략하게 명탐정이 설명해주는 부분도 들어있습니다. (아마 오마쥬를 이런식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야광괴인의 정체는 초반에 너무 뻔하다보니 정체에 관한 WHO?의 의외성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두 번째 도전장 역시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맞출 수 있는 터라 실제로 <춤추는 야광괴인>은 황금불상을 찾기 위한 '암호'에 집약되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러나 암호가 일본어 히라가나를 이용한 것이라 일본어를 모국어로 삼는 독자를 위한 장치라 이 부분에서는 외국 독자 입장에서 크게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암호 풀기에 관한 유추식 힌트 제공은 좋았습니다. 아이 어른 구분할 것 없이 즐겁게 풀 수 있는 그런 암호 구조였습니다. 이런 밸런스 감각이 아동용 미스터리에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야미네 가오루는 그런 감각이 탁월합니다. 쉬운 부분은 쉽지만 어려운 부분은 어려운 듯 하면서 어렵지 않게 잘 엮는 그런 밸런스죠. (뭔가 말이 꼬인 것 같네요. ^^;;) 그래서 어른 입장에서지만 <유메미즈 시리즈>는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아동 미스터리입니다. 곳곳에 등장하는 패러디나 오마쥬는 아이들 보다는 오히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어른 들이 알아차리기 쉬울 겁니다. (이번에는 <옥문도>의 그 유명한 대사가 등장합니다. 그 중요한 대사가 과연 본편과 어떤 연관을 가질지는..................?)

황금불상에 얽힌 구전과 마지막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해결책은 소소한 교훈과 함께 인상에 남습니다. 즐거운 미스터리와 더불어 슬그머니 다가오는 교훈성 멘트라고 봐도 좋습니다. 어거지가 아니라 자연스럽다보니 독서후 느낌은 양치질 하고 난후 느끼는 상쾌함과 비슷합니다. 비록 암호나 다른 미스터리 요소에서 불만족스런 부분이 있다고 해도 다른 부분에서 그런 단점을 전부 덮어줍니다.

평점 6 / 10

2009년 3월 11일 수요일

도서관내란 - 아리카와 히로


2006년 미디어웍스
2008년 우리말

<도서관전쟁>에서 이어지는 시리즈 2번째 소설입니다. 전편이 주인공 '카사하라 이쿠'의 좌충우돌 도서대원 적응기로 도서관과 외부와의 대립을 주요 이야깃거리로 삼았다면 <도서관내란>은 도서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파벌 대립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도서관 내부의 파벌대립을 소재로 삼아서 주요 쟁점으로는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사전겸열이네, 사후검열이네 저를 포함해서 일부 사람이라면 검열의 검자만 나와도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머리에 핏대를 세우면서 분노할테지만, 반대로 이런 검열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은 자유이니 여기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어떻구 저떻구 할 게재는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6편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첫 단편은 전권 마지막의 예고대로 이쿠의 부모님이 와서 도서관을 훑어본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코마키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 편. 그리고 나머지는 연작형식으루 묶여있습니다. 전권보다 단편을 끊는 신공(?)도 좀 발전했더군요. 멧돼지 같은 주인공이지만 마음은 섬세(?)해서 마지막에 왕자님의 정체를 알고 마는데....과연 3권 부터는 어떤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지.....미디어 양화법에 이어 새로운 적(?)으로 부상한 그곳과의 싸움은? 아슬아슬한 순간에 끊는 것이 참 중요한데, 2권은 마지막에 적절한 곳에서 딱 끝맺음을 했습니다. 물론 일부(?) 독자는 뒷권의 전개가 매우 궁금해지겠지만요.

평점 6 / 10

2009년 3월 9일 월요일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1 - 에도가와 란포

2008년 우리말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1 본격추리>는 작가의 단편집 중에 원고지 100매 이하의 짧은 단편 중에 본격 추리로 부를만한 것들을 한 데 엄선해서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따라서 협의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먼저 집어드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자' 같은 패티시적이면서 엽기스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세속적인(?) 독자라면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3 기괴환상>을 먼저 읽는 편이 좋겠지만 말이다.

일단 첫 번때 단편집에는 작가의 데뷔작이자 국내 미스터리 팬들도 잘 알고 있을 만한 <2전동화(2전짜리>가 실려있다. 암호 미스터리를 표방한 짤막한 단편부터 아케치 코고로가 첫 등장했던 과 도서 추리 형식을 표방한 <심리시험>, 이밖에도 주옥같은 단편집들이 실려있다. 작가후기를 보면 그 중에는 란포 스스로 졸작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있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본다면 졸작까지는아니고 다른 단편의 완성도가 괜찮았기에 상대적으로 덜 떨어져 보이는 것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금 읽어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 대다수다. 덜 다음어진 단편과 매끈하게 다듬어진 단편이 혼재해서 독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겠지만 전체로 봤을 때는 대단히 재밌는 단편집이다. 책 제본이나 제질등이 마음에 안들지만-이런 책을 양장본으로 만들어야지 대체..........- 두툼한 분량에 적절한 가격은 돈을 주고 사도 후회없을 만족감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의혹>과 <낭떠러지>. 이 두 편의 단편이 마음에 쏙 들었다. 둘 다 대화형식으로만 스토리 진행을 보여준다. 전자는 죽은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가족중에 있지 않을까 의심하다가 결국 거시기한 결말 보여준다. 후자는 남자와 여자 단 둘만이 나와서 남자의 범행을 폭로하는 여성과 결국 남자에게 당하고 마는 여자를 그리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여기서 밝힐 수가 없어서 간단한 줄거리 정도만 소개했는데, 무책임한 말이지만 이 두 단편은 직접 읽고 느끼는 편이 제일 좋다.

아무튼 내가 이 두 단편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좋아하는 작가 '온다 리쿠'의 원류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에도가와 란포의 원류는 영미권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가 큰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의미로 그냥 혼자 씩 웃고 말 정도의 요소이기는 하다. 온다 리쿠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위 두개 단 편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평점 8 / 10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2008년 우리말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 소설 번역 러시가 이루어졌고 그 중에서 미스터리 쪽이 괄목하 만한 성장을 보여줬는데,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이 있어선지 하라 료 작품도 드디어 우리말로 정식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하라 료의 데뷔작 <내가 죽인 소녀>는 아주 오래 전에 국내에 무판권으로 번역되서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모 출판사에서 정식계약을 맺고 '사와자키'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하라 료의 작품을 전부 소개한다고 한다.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미스터리 중에서 정확하게는 '하드 보일드'에 해당한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향내가 짙게 배어난 소설로 '오마쥬'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원작을 뛰어넘는 것 아닌가 하는 '주제넘은(?)'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완성도 또한 높다.

하드 보일드 미스터리하면 일단 의외성에서는 많은 점수를 깎아 먹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플롯 상 A를 만나고 여기서 단서를 얻어서 B를 만나고 실마리를 포착해서 C를 만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그냥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끝나버린다. 이런 플롯은 하드 보일드 뿐만 아니라 판타지, 무협, 이른바 어드벤처물 등 여러 유형에서 발견되는 공통사항인데 이런 정형적인 구조에 큰 틀의 변화없이 악센트를 준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런데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는 그걸 해냈다. 그래서 비평, 독자 양쪽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도 주인공 사와자키가 의문의 외뢰인(?)을 만나면서 사건은 시작한다. 자신을 가이후라고 칭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시작한 사건은 사에키 나오키라는 르포라이터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얼마전 있었던 도쿄 도지사 후보 저격사건과 괴문서 사건으로 연결된다. 물론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건의 전모가 백일하게 드러나면서 끝을 마무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위에서 언급한 정형적 구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솔직히 그렇게 보여야 하는게 당연하다. 이렇게 개략적인 줄거리만봐서는 흔하디 흔한 또 다른 하드 보일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450페이지가 넘는 - 약간은 두툼한 -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런 선입견을 싹 날아갈 것이다. 거의 막바지까지 단순학데 보였던 플롯은 마지막에 뒤집어지고 마지막에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심정으로 회심의 직구로 진실을 밝힌다. 이래서 일직선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 별 다른 추리할 필요도 없이 - 저절로 구조가 밝혀지는 시덥잖은 하드 보일드 스타일의 미스터리와의 차별화에 성공한다. 시종일관 무게감 있는 듯 한 분위기부터 애잔함을 거쳐서 입가가 씰룩거릴만한 유머스런 요소까지 잘 짜인 플롯과 진한 스파이스가 독서를 감칠맛 나게 한다. 필립 말로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필립 말로? 그게 누구야? 말보로? 라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독자라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결론은..........추천작이란 소리다.

다음 작은 <내가 죽인 소녀>인데 하루 빨리 다시 우리나라 미스터리 독자앞에 제대로 선보였으면 한다.

평점 7 / 10

2009년 3월 3일 화요일

옛 약속 - 미쓰하라 유리

2001년 창원추리문고

<먼 약속>은 우리나라에는 <열여덟의 여름>이란 미스터리 단편집이 작년에 소개된 적이 있는 '미쓰하라 유리'의 실질적인 데뷔작입니다. 총 6 개의 단편이 수록되었고, 이 중에 3개 단편은 '먼 약속 I, II, III' 형식으로 중간에 다른 단편이 막간극 형식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제로는 연작 단편집이라고 보는 편이 좋겠죠. 뭐 그냥 장편으로 인식해도 괜찮습니다.

나니와 대학 문학부에 입학한 사쿠라코. 어릴적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그녀는 대학교 추리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하는데, 때마침 동아리 신입부원 모집광고지를 보고 미스터리 연구회에 가입합니다. 그곳은 선배 3명이 회원 전부인 조그마한 동아리였죠. 세 명의 남자 선배는 삼인삼색입니다. 쿨하면서 톡 쏘는 논리성을 중요하는 와카오 선배. 분위기 메이커이자 - 사실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싶은 - 구로타 선배. 그리고 같은 문학부 소속이자 섬세하며 자상한 시미즈 선배. 사쿠라코는 이제는 입이 아플 정도인 '전형적인' 와트슨 역입니다. 물론 홈즈는 선배 3명입니다.

사쿠라코는 11년 전에 외가쪽 친척 할아버지랑 나눴던 '작은' 약속이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할아버지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중에는 '엘러리 퀸' 처럼 둘이서 합작해서 추리소설을 쓰자는 약속이었죠. 하지만 사쿠라코가 글 쓰기를 결심하기 전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십니다. 그리고 유언장이 발표되어야 하지만 유언장의 장소는 '암호'로 숨겨 놓았습니다. 이 유언장의 장소를 찾는 암호풀이가 단편 '먼 약속 1,2,3'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래서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암호 미스터리'로 들어가겠습니다. 특히 주요 암호는 '엘러리 퀸'가 밀접한 관계가있기 때문에 퀸 팬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정도 까지는 아니겠지만- 꽤 재밌는 전체상을 보여줍니다. '퀸 마니아'라면 해답을 즉석에서 맞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먼 약속>은 독특하게 홈즈 역이 3명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탐정역을 맡은 3명의 캐릭터 분담이 절묘하기 떄문이죠. 논리, 감정과 동기, 분위기 메이커 이렇게 딱 3명이 각각의 포지션에 위치해서 협력하는 모습이 밸런스 좋게 그려져있습니다.

'구로타가 일부러 말도 안되는 추리를 해준 덕분에 우리의 추리가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
'난 여기까지. 동기나 감정 쪽은 시미즈한테 바통 터치다.'

각각의 단점을 서로 커버하는 형식이죠.
그리고 이 모든 건 사쿠라코 시점에서 기록됩니다. 하지만 <먼 약속>의 '치명적인' 단점도 이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소설의 키워드인 '약속'과 실제 사쿠라코가 11년전에 했던 '약속'이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인데 정작 중요한 주인공은 그저 '방관자'입장에 있을 뿐입니다. 실제 마지막 암호는 주인공이 풀어야 하는 부분인데 정작 사쿠라코는 탐정 선배들의 암호풀이를 듣고 있을 뿐이죠.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마지막 암호는, 선배들은 단서를 암시하고-다른 단편에서- 마지막에 사쿠라코가 직접 암호풀이를 했더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랬다면 점수+1은 더 줬을 겁니다.

아쉬운 면이 확실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역시 미쓰하라 유리 답다고 해야겠죠. 일상미스터리 계열인 듯 하면서 실제로는 본격 테이스트의 암호 미스터리였고, 캐릭터 조형이나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작가 성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뭐 암호 풀이에서 작위적인 곳이 있긴 합니다만, '에라이 그럼 그렇지'라는 감상보다는 '뭐 그정도 쯤이야' 정도로 독자가 흔쾌히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군요.

여담이지만 표지와 삽화는 '노마 미유키'가 담당했습니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