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어두운 거울 속에 - 헬렌 매클로이

1950 THROUGH A GLASS, DARKLY
2012 우리말 (엘릭시르)

이쁜 장정과 속지를 건너서 시작되는 내용은 처음부터 '유령'과 '도플갱어'다. 도입부 부터 상당히 독자를 자극하는 발칙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건 대놓고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결말(진실)이 절대 도플갱어 따위같은 판타지일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50년대였다면 아마 이런 판타지? 리얼?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소재가 상당히 먹혔을 법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아직도 창조론을 굳건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 시대라서 1950년대와 그리 다를 법하지 않다는 함정이 존재하지만 각설하고 어쨌든 양식과 지성이라는 뇌세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판타지는 안중에 없을 것이고 저걸 현실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릿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해야한다. 도플갱어라면 가장 쉽게 연상되는 건 역시 일란성 쌍둥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도 소문의 주인공인 포스티나한테는 출생의 비밀(?)도 있다.

아무튼 소설 안에서는 영매부터 마녀까지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긴 하지만 사실은 잔가지에 불과하고 범인과 연결되는 직접적인 단서는 꽤 간결하다는 것에 마지막에 가서 놀라게 된다. 단순한 것이 진리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는 단편을 장편으로 수정해서 그런 것일까? 게다가 결말은 열려있다. 사실 답은 두 개가 준비되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편의상 하나는 탐정 측의 주장. 다른 하나는 범인 측 주장이다. 이 두 개는 공통사항도 있지만 대립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결말은 다분히 탐정측 주장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슬며시 드는 척만 하지 확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일말의 여지를 남기는 식이다. 그래서 일종의 열린 결말에 가깝다. 이런 결말 방식은 호오가 꽤 갈리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뭐하고 나는 이런 스타일 좋아한다. <어두운 거울 속에>의 장르 속성에도 잘 어울린다.

책도 이쁘고 글자도 큼직하니 읽기 편하다. 아주 좋다. 원래는 이 책만 보고 같이 출간된 <가짜 경감 듀>와 <환상의 여인>은 넘길려고 했는데, 표지만 봐도 이뻐서 나머지 두 책도 새로 읽을 작정이다. 역시 책은 손 맛도 중요하다. 전자책은 결코 줄 수 없는 짜릿한 맛이다.

평점 6 / 10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기타모리 고

2012년 우리말 (피니스아프리카에)

일본에서는 나온지 좀 된 놈인데 꽤 늦게 우리말로 소개됐다. 그래서 그런가 일본추리작가협회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이라고는 하는데 빛이 바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미스터리는 이런 면에서 한계를 갖기 쉬운 것 같다.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언제나 반짝이는 놈들도 있다. 우린 그걸 쉽게 명작이라고 부른다. 걸작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을 그런 명작이니 걸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술집 마스터 구도 데쓰야가 탐정 입장으로 장르 속성은 '안락의자 탐정물'에 가깝다. 독자와 탐정은 서술트릭으로 직접적으로 독자를 속이지 않는한 같은 입장에 위치한다. 그래서 접하는 단서는 똑같다. 그리고 페이지 한계상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결말과 운이 존재한다. 그냥 탁하고 탁자를 내리쳤더니 그 소릴 듣고 놀라서 억!하고 죽었다는 상상에 가까운 진실 같은 미스터리 플롯이다.  뭐 이런 것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량이 단편이건 정답이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특성상 답은 존재해야하는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고 최소한의 복선을 한정된 페이지 안에서 전부 깔아야한다는 건 고난이도 작업이다. 미스터리는 어찌보면 장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추리단편은 맛을 내기가 더 까다롭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니 단점을 덮기 위함보다는 이렇게 써보니 자연적으로 단점이 덮어지더라, 같은 느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잔잔한 파도(겉으로는 잔잔하지만 그 속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 없는) 같은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여는 단편과 닫는 단편을 같은 인물과 소재를 이용해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미스터리 자체는 거의 같다. 트릭과 반전보다는 인생과 사사연 위주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내 평가가 박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은 꽤 마음에 들었다.

평점 5 / 10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명탐정 코난 극장판 11번째 스트라이커

 몇 번째 극장판인가? 하도 많아서 이제는 세기도 힘들 뿐더러 귀찮기도 하다.  그냥 매년 한 편씩 나오니까 그러려나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아무튼 이번에는 J리그(일본축구리그) 20주년 기념과 명탐정 코난 합작품이다. 해서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애들만을 노리고 만든 내용의 작품이란 얘기. 뭐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떨어진 내용은 아닌지라 그럭저럭 볼 수는 있겠지만 J리그에 대해 알아야지만 더 재밌게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해서 내용은 축구장에 설치된 폭탄을 해제하고 설치한 범인을 잡는 과정이다. 그리고 극장판 코난 시리즈의, 이제는 단골이 되 버린 항상 마지막은 액션으로 마무리까지 내용부터 전개 액션 장면까지, 소재만 축구를 갖다 만들었을 뿐이지 그냥 전형적인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다.
따라서 스토리적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한테는 별 볼일 없는 녀석이겠다. 나름 미스 디렉션을 깔아두긴 했는데 너무 노골적이라서 안 하느니만 못한 지경이다. 미스터리 자체는 그냥 뻔한 내용이라 입이 아프니까 건너띄고 그냥 코난과 일당들이 움직이고 - 축구 장면은 공을 좀 들인 티가 난다. 일본 애니 치고는 말이다. - 공 갖고 노는 장면을 넓은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면 뭐 못 볼 녀석은 아니다. 최소한 그 해적 어쩌구 편보다는 볼 만 하니까. 아마 앞으로 언제까지 코난 극장판이 나올 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엉터리로 만들어도 해적 거시기 보다는 재밌게 나올 것 같다. 역으로 해적 거시기 만큼 재미없는 녀석이 또 나온다면 아마 그 때가 코난의 최후가 되지 않을까?

평점 3.5 / 10

2012년 9월 8일 토요일

스토리셀러 - 아리카와 히로

2012년 우리말 (비채)

SIDE A와 B. 2개 중편이 하나로 묶인 장편소설이다.
사이드A의 시작은 간단하다. 한 남자(1인칭 시점)가 직장에서 한 여자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더라. 게다가 남자는 '독서'를 좋아한다는 설정. 해서 둘 사이에 번개가 튀어 연애 +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그리고 사이드B는 A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면서 뭔가 다른,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면 재미없을 사항이니까 그냥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말만 해두겠다. 

아리카와 히로식 로맨스. 라고 하면 무슨 공식(?)같은 여자캐릭터와 눈물 콧물 웃음이 함께하는 그런 가벼운 듯 하면서 진지(?)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본틀은 그대로 두고 세세하게 어레인지하는 아리카와 히로의 소설은 결국 <스토리 셀러>까지 이르렀다. 많이 바뀌었다. 겉으로는 두 남녀의 로맨스로 읽힌다. 안으로는 소설을 집필하는 여자와 소설을 읽는 남자의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사이드A와 B의 관계는 전체 230 쪽 밖에 되지 않는 얇은 분량의 소설을 뭔가 있어보이게끔 포장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나름 짱구를 굴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언제나 같은 방식의 반복으로 독자를 묶어두기에는 한계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아리카와 히로가 어떻게 데뷔하게 됐는지 알고 보면 좀 더 재밌을지도 모른다.

평점 5.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