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엣지 - 제프리 디버

2010년 EDGE
2011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나오라는 링컨 라임 시리즈는 안 나오고 듣도 보지도 못했던 스탠드 얼론이 나왔을 적에는 이건 또 뭐시여? 라는 심정이 거시기 털 끝 만큼도 없었다고는 못 하겠다. 그래서 출간된 지 좀 시간이 지나서 - 요즘엔 거의 이렇게 느긋하게(?) 읽고 있다만 - 집어들고 나서 후회했다. 디버 옵빠. 미안해. 오빠를 의심해서..ㅠ.ㅠ

이제는 제프리 디버는 흥미보증수표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쏟아낸 디버의 작품은 재미의 굴곡은 엄연히 존재하며 각 작품마다 최소, 최대의 재미의 차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거나 집어들어도 최소한의 재미를 보증해주는 마지노선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 그런 의미에서 디버의 소설은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엣지> 역시 그렇다. 최소 중박 이상의 재미는 보증해주니까.

각설하고 소설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이번 작은 '모순'이란 말이 떠오른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적으로부터 '주연'을 보호해야하는 주인공(방패)과, 수단을 불문하고 반드시 '목표'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 하는 사냥꾼(창)의 구도가 떠오르기 때문. 뭐 엄밀히 들어가자면 방패는 막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방패로 상대를 쳐올려서 공격도 가능하다. 반대로 창도 역시 찌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창대로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

이렇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진일퇴를 묘사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소설 시점이 1인칭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생각은 대부분 독자가 알 수 있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기존의 디버 소설이 범인 측의 기술이 꽤 많았던 것과 비교해봤을 때 색다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그런 구성으로 만들었는지 납득이 간다. <엣지>는 기본적으로 장기와 바둑같은 1:1 (훈수두는 사람은 제외.ㅋㅋ) 게임인데 이걸 실제로 둔다고 하면 상대방의 생각은 오로지 장기판과 바둑판에서 상대방이 둔 '수'를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설 속의 주인공=독자도 그런 게임 감각을 느끼려면 소설의 시점은 반드시 1인칭이 되어야만 했다. 또한 이 1인칭은 독자를 속이는데도 아주 효율적인 시점이기도 하다. 디버에게는 그야말로 일거양득.

<엣지>의 주인공을 이용한 시리즈화는 힘들 것 같다.(캐트린 댄스는 아예 노리고 나온 캐릭터 같지만) 아마 다른 시리즈에 찬조출연하는 경우는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1판 1쇄 본인데 생각보다 오타고 곳곳에 눈에 띄었다. 54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분량에 페이지당 활자량도 꽤 많은 편이라 맞춤법 검사하기 꽤 지겨웠을지도 모르겠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조금 더 신경 쓰면 좋겠다.

평점 7 / 10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붉은 실 - 천리구 김동성

1921년 동아일보 신문연재
1923년 단행본
2011년 결정본 (페이퍼하우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의 추리소설이 나왔다. 나온 거야 벌써 작년 여름이니까 꽤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한국 탐정소설(추리소설)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한테 더욱 큰 의미를 주는 녀석이기 때문에 한번쯤 언급하고 싶었던 녀석이다.

일단<붉은 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번안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원작과 동일하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라면 이름과 지명이 우리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왓슨은 조군자. 셜록 홈스는 한정하.  베이커 거리는 백일동. 이런 식이다. 하지만 이름만 우리식이지 조군자와 한정하가 활약하는 곳은 영국이다. 원작 그대로 면서 이름만 바꾸어놔서 오히려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 차라리 완벽한 현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번역가 김동성도 분명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고심 끝에 현재의 결과물이 나온 걸테니 내 아쉬움은 그냥 넋두리 정도로 흘려보내야겠다.

그리고 하나 더 가장 놀라운 점은 중역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1921년이면 일제 강점기. 당시라면 대부분의 외국 소설은 일본에 번역된 걸 번역해서 내놓은 중역이었는데 (아직도 이 짓거리를 하기도 하지만;;) 김동성은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경력으로 직접 영어 원문으로 번역을 했다고 한다. 아서 코난 도일 원작을 떠나서 직접 번역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 아닌가 싶다. 해서 원본의 1부와 2부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 구구절절한 2부를 그대로 번역한 것만 봐도 얼마나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붉은 실>은 그냥 재밌는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 녀석이다. 어느 정도 추리소설에 대해 애정도 갖고 있고,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야 하고, 특히 '셜록 홈스 시리즈'를 누구보다 사랑해야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독자라면 <붉은실>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책 값도 9,000원으로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다.

참, <붉은 실>에는'주홍색 연구'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표제작 외에도 네 개의 단편(셜록 홈스의 모험에서 발췌)이 더 실려있다. <보헤미아 왕> <붉은 머리> <보손 촌 사건> <비렁뱅이>이다. 이것만 봐도 원제목이 뭐일지 이미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

평점 6 / 10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퇴마록 1,2 국내편 - 이우혁

2011년 문학동네

이번에 새로 출간된 퇴마록 국내편이다. 각권 60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아주 그냥 우겨 넣었다. 손으로 들고 읽기 힘들 정도로 무거울 정도다. 따라서 가격대 성능비도 좋긴 한데, 문제는 소프트웨어.

몇 년만에 재독하는 퇴마록인지 사실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예전에 읽은 것 같긴 한데, 그래서 그런가 합본은 처음 읽으면서 퇴마록이 이런 내용이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초반 네 명의 주인공이 모이는 내용이 너무 얼렁뚱땅이라거나, 캐릭터들의 내적 고민을 다룬 단편도 있지만 그것 만으로 부족한 네 명이 모여야만 하는 당위성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 네 명이어야 하는가가 사실 이 시리즈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의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그 외에도 고대사와 연관된 내용은 깊이감 부족으로 이제는 낡은 느낌마저 들고, 수수한 단편들이 오히려 돋보인다.


엄마의 자장가, 아무도 없는밤, 귀화, 그네.
퇴마록은 이런 류 단편이 성격에 잘 맞지 않나 생각해 본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스케일이 커지는 바람에 초반의 풋풋한 느낌이 사라지면서 퇴마록에 대한 애정도 많이 식긴 했지만, 그래도 하이텔에서 보던 퇴마록의 재미는 잊지 못할 것 같다. 하긴 퇴마록 뿐이랴, 드래곤 라자, 옥스타갈니스의 아이들 실시간 연재에는 종이매체로는 도저히 못느꼈던 PC통신만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참, 합본 퇴마록은 내용상 수정은 없다고 작가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전면개정 그런게 아니니 구판을 소지한 사람은 굳이 비싼 돈 들여 신판을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구판은 이제 낡을대로 낡아서 퇴마록 팬이라면 신판으로 바꾸는 것도 좋을 듯.

평점 5 / 10

인 타임(In Time) (2011)

시간이 곧 돈이자 생명인 가상의 시대.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해야하는 주인공에게 기연이 찾아온다.
시간 시스템의 숨은 진실과 함께 100년의 시간을 얻은 것.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의 희생이 필요한 타임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는 주인공의 고군분투 어쩌구 저쩌구는 개 풀 뜯어먹는 개소리고 이거 영화가 소재는 참 좋은데,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이렇게 소재를 못 살리기도 힘들텐데, 어찌보면 그것도 재능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열불난다. ㅋㅋ 마치 잘 짜여진 원작을 대강 대강 엮어서 너무 알기 쉽게 건성으로 포장해놓은 듯한 느낌이니까. 이럴 때는 일본 영화, 특히 멋진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를 본 기분이다. 일본 영화도 원작 망치는 데 한 재능을 하지만, 뭐 <인타임>은 오리지널이긴 하지만 차라리 소설로 나왔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은 녀석이다.

다만, 주인공 상대역으로 나오는 실비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뻐~~ 봐도 봐도 이뻐~ 그래서 점수 +1 이다.

평점 1 / 10

2012년 1월 24일 화요일

악연의 순환선, 선로에서 기다린다 - 김근우

2012년 이타카

<검은 목의 교실, 친구를 부른다>가 2010년 여름 경에 나왔으니 거의 1년 반만에 나온 신작이다. 사실 '산군실록 시리즈 01'이라고 나왔었기에 언젠가는 02가 나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뜬금 없이(?)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 했던 일.어쨌든 기다리던 신작이라서 나온 건 반가운 데 이제는 좀 출간 페이스가 빨라졌으면 좋겠다.

이번 편은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전편에서 노산군과 홍길동을 만난 이서영의 전생과 업 찾기와 그들을 이어주는 '지하철 사건'이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기본 소재로 여기에 집착과 지하철 괴담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구성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주로 사건의 진행과 개요 그리고 의문점을 다루고 있고 2부는 해결파트다.

주인공과 관련된 내용은 이제서야 프롤로그 끝이라고 생각된다. 전작이 프롤로그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작은 프롤로그2가 되버렸으니까 말이다. 이로써 이 시리즈의 패턴도 짐작이 가능해졌다. 노산군과 이서영 두 주인공 캐릭터들의 전생과 업의 추적이 메인이고 그들이 각 권마다 겪게 될 괴담과 사건이 서브지만 그것이 메인을 구성하는 주춧돌이 될 거라는 것. 특이한 구성은 아니지만 소재나 그런 걸 생각하면 효과적인 플롯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걸 얼마나 독자의 흥미를 끌도록 잘 포장하는 '기술'이다. 전편은 1부의 흥미와 긴장이 2부로 효과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단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걸 의식해서인지 분량 조절도 되있고, 서서히 고조되가는 분위기로 1부를 잘 다듬다가 2부에서 한 번에 터트리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뭐 전편은 아무래도 시리즈 처음이라서 캐릭터 소개때문에 늘어진 느낌이 없잖아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 구조는 간단하다. 트릭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조금 부족한 구성력이다. 한 번 더 비틀어주는 센스가 요구된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광고문구로 쓰인 '호러와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에 당당히 어울리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여전히 아쉽다.

그러고보니  전작은 만화 같은 삽화가 많았던데 비해 신작은 일반적은 삽화 분위기로 일신되면서 수록된 수도 적어졌다. 판형이 커진 라이트노벨 분위기에서 일반 소설 쪽으로 많이 옮겨간 느낌?이다.

여담) 소설 속에 장우자 이야기가 살짝 나오는데, 특히 새제자를 들였다는 등등, 김근우의 전작 <위령>을 읽은 사람이라면 빙그레 웃어줘야 하지 않을까? ㅋㅋ


평점 5.5 / 10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까마귀의 엄지 - 미치오 슈스케

2008년 고단샤
2011년 우리말(문학동네)

일본추리작가협회 수상작이다.
개인적으로는 상까지 수상할 정도의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 운 좋게 경쟁작이 별로였을지도 모른다. 아님 점점 이름을 알리고 있던 미치오 슈스케에게 그냥 감투 하나 씌워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게되는 이유는 나는 지금의 미치오 슈스케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초반의 개성 넘치고 임팩트있는 그런 미스터리가 지금은 모난 돌이 정 맞은 것 마냥 다 깎여 나간 야구공 같은 녀석이 되버리니까 영 싱겁기 때문이다.

<까마귀의 엄지>도 그런 노선 중 하나다. 소설의 내용은 '콘 게임'
주인공들은 사기꾼이다. 그런 사기꾼이 모여서 사채업자 등쳐먹는다는 내용. 알고보면 참 간단한 스토리다. 물론 숨겨진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그런 걸 알아차리기는 좀 힘들 것 같다. 그 숨겨진 진면목 자체가 미치오 슈스케가 변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초창기 작가 성향이었다면 분명 진실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채, 사기꾼이 나오지만 인생의 밑바닥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그냥 '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괜찮을 녀석이다.

평점 5 / 10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 미치오 슈스케

2011년 고분샤
2011년 우리말(북폴리오)

4편의 우스운 이야기에 미스터리 소스를 곁들인 단편집.미치오 슈스케 소설 특징 답게(?) 제목에 동물이름이 들어간다. 책 제목의 가사가기는 소설 속 주인공 중 한명의 이름이기기도 하지만 동음이의어로 까치라는 뜻도 있다. 비슷한 새 이름이 들어간 <까마귀의 엄지>라는 녀석도 있지만 그것과는 내용이나 성향이 전혀 다르다.

초반 미치오 슈스케 소설은 독자의 호오에 따라 평이 갈렸는데, 이제는 두루뭉술 대충대충 잘 받아들여질 내용이 많다. 이번 소설도 비슷하다. 심각함은 전혀 없고 - 등장인물들 나름대로의 절실함은 있지만 - 언제나 '한 수 만 더하면 체크메이트!'라는 의미불명의 말을 내뱉는 자칭 명탐정 가사사기와 그런 탐정을 뒤에서 지원(?)하는 와트슨 '나'.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나미라는 여중생. 일어나는 사건도 일상물에 가까운 내용. 읽다보면 미치오 슈스케도 이렇게 가볍고 유머스럽게 쓸 수 있다는 걸 어필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확실히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다. 다만, 그게 다라는 점이 단점이다. 미스터리는 그냥 평범 이하 수준이라서 그쪽의 완성도는 사실 볼 것도 없고, 그냥 캐릭터 소설이다. 이런 식이라면 네버 엔딩 스토리 식으로 계속 발간되도 이상할 것 같지가 않을 내용이니까.

그냥 시간 나면 읽을만한 소설이다. 

평점 4 / 10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피의 굴레 - 한동진

2011년 북홀릭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도 단편집이다. 정확히는 중편 1개와 단편 3개라고 해야하나?

-외과의
도서추리 방식이다. 거추창스런 애인을 살해후 유기한 범인의 행적을 쫓는 설홍주.  좀더 범인을 자극하는, 깐죽대는(?) 설홍주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개 낀 거리
시대과 개인의 비극을 잘 엮은 단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야말로 <경성탐정록>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미스터리 단편이 아닌가 싶다. 내용은 언급하다보면 사건의 진상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기서는 생략.  트릭은 평범하지만 사건의 진상에 이르는 과정이 단순명쾌한 점이 '깔끔'하다. 그러고보니 이번에도 음식과 연관이 됐다. 전편에서도 음식 나오는 그 단편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는데.........ㅎㅎ 여담이지만 설렁탕 기원은 설농단 어쩌구가 현재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는 있지만 그에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에서 유래했다는 설에 더 수긍이 간다. 사실 몽골에서 유래된 문화가 워낙 많아야지.


-피의 굴레
표제작이며 중편이다.
다다이즘 시와 암호문, 알리바이 공작과 트릭 등 여러 단편에서 썼을 법한 소재를 중편에 쏟아붓는 모험을 감행한 듯한 내용이다. 사건의 핵심인 독살트릭만 사용했다면 그냥 평범한 단편이었을 것 같다. 여기에 욕심을 부리다가 지금의 형태가 된 건 아닌가 싶은 '상상'도 발휘해보지만 내가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그냥 넘겨짚어볼 뿐이다. 아니면 말고.ㅋㅋ 개인적으로는 아예  장편으로 나왔더라면 더 흥했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참고로 라무네 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분들은 검색을. 제일 좋은 것은 실제 사다가 마셔보는 것인데, 막무가내로 병나발 불어본다면 소설이 더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ㅋㅋ

-날개 없는 추락
게임이론으로 유명한 거시기로 심문하는 장면은 흥미롭긴 하지만 사실 설홍주의 '배경'에 관심이 더 가는 단편. 차기작을 위한 포석일까? 언젠가는 그와 연관된 내용이 반드시(?) 나오리라 믿는다.


내용은 그렇다치고 실제 점수를 깎아먹은 요인은 다름아닌 판형이었다.
판형이 바뀌었다. 같은 시리즈 책인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데 왜 이런 짓거리를 자행하는지, 참새 대가리만도 못한 내 머리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하긴 북홀릭 브랜드로 달고 나오는 것들도 사이즈가 다들 니 꼴리는대로 하세요 인데, 거기에 뭘 바랄까? ㅋㅋ

평점 6 / 10

2012년 1월 10일 화요일

수다쟁이 탐정 - 구로사키 미도리


1997년 창원추리문고
안락의자 탐정물, 유머, 만담, 패러디, 본격 미스터리,

호즈미와 와토 군이라는, 다분히 셜록 홈즈에서 차용한 이름을 사용한 만담 미스터리 단편집.단편은 총 네 편이 수록되있다.각 단편의 제목은 전부 거시기 소동으로 되있고, 마지막 단편에서 앞선 단편이 전부 하나로 묶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개 소동
와토 군이 개 산책 시키는 알바를 하고 엄청난 액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호즈미 군이 고액 알바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내용. 처음부터 끝까지 와토 군과 호즈미 군의 '대화'로만 구성되어있다. 물론그 대화는 전부 허튼소리와 딴지걸기 같은 만담이다.

-양서 소동
전편에서 고액 알바로 모은 돈으로 학과 여행으로 영국을 간 와토 군. 하지만 그곳에서 고액의 책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비행기로 15시간 거리에 있는 호즈미 군에게 '팩스'로 연락을 한다. 해서 단편은 전부 팩스로 주거니 받거니하는 내용. 일종의 편지 형식이라고 봐도 되겠다.

-담배 소동
전편에서 도난당한 책을 되찾고 영국에서의 마지막 작별 파티를 하게 된 와토 군. 하지만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친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다. 결국 와토 군은 일본에 있는 호즈미 군에게 '전화'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내용. 전부 전화를 통한 대화체다.
미스터리는 첫(..) 살인사건이다보니 나름 본격스럽게 잘 꾸며져있다. 다잉 메시지도 등장한다.

-분신(分身) 소동
영국에서 귀국해보니 자신과 똑닮은 사람을 목격했다는 도플갱어 사건을 해결하는 호즈미 군. 그러면서 앞서 소개된 세 편의 단편에서 숨겨져있던 사실을 취합해 흑막을 밝혀낸다.

미스터리 형식 자체는 안락의자 탐정을 표방한 본격 미스터리. 하지만 사건의 진상에서 네 편 모두 좀 오버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특히 마지막 하나로 묶는 부분은 아무개 캐릭터 이름과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필연적이라고는 해도 좀 억지스런 부분 때문에 그리 재밌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게다가 전편에 걸친 유머는 철저하게 일본어 말장난 위주라서 번역을 하게 되면 재미는 거의 다 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문 자체 유머가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시시껄렁한 말장난이 대부분이니까. 또한 이시이 하시이치의 만화(표지그림)와 연관된 부분도 있어서 사전지식을 요구하는 유머도 있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별로 공감을 사지 못했다고 봐야겠다.

후속작 '수다쟁이 탐정의 사계절'이라는 녀석도 있긴 한데, 읽게 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평점 5 / 10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2011) 전 10 화

 일본에서 나온,히가시가와 도쿠야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전 10 화짜리 미스터리 드라마.

 주인 알기를 개똥이 아니라  하늘로 섬기는 탐정 집사 역은 사쿠라이 쇼가, 눈은 폼으로 달고다니는이 아니라 세계 굴지의 대기업 총수 외동딸이자 아가씨 와트슨 역은 기타가와 케이코가 맡았다.

드라마는 매화가 독립된 내용이며 구조도 거의 같다.
여주인공 직업은 형사. 매회 초반은 범죄가 일어나고 여주인공이 개입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난항을 겪는다. 그걸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면서 집사인 남자주인공에게 나불나불. 그러면 집사는 진범과 범행과정을 여주인공에게 알려주는 형식.  항상 같은 구조 반복으로 식상해질 수있는 부분을 중간에 살짝 바꾸어놓은 스토리도 있지만 간식거리 정도. 기본 노선은 결국 같다.

미스터리 자체는 평이한 편. 원작 자체가 유머와 미스터리의 결합인 것 처럼 드라마도 유머 부분을 철저하게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쪽을 등한시 하지는 않는다. 지면의 한계로 독자에게 한 눈에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을, 시각매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서 한 방에 해결하는 형식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 미스터리 자체에 깊이는 없지만 적절한 내용의 구조를 알기 쉽게 재포장한 부분이 재미의 핵심. 물론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유머스런 형식은 덤(?)이겠다.

남녀상열지사에 넌더리가 났다면 이런 드라마 추천한다.

아, 참고로 본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은 기적의 형사(?) '가자마츠리'가 아닌가 싶다.그야말로 메리 가자마츠리!! ㅋㅋ


가자마츠리 덕분에

평점 5 / 10

2012년 1월 3일 화요일

007 카르트 블랑슈 - 제프리 디버

2011년
2011년 우리말(뿔)

007 시리즈의 부활, 그것도 현대감각에 알맞게 바뀌어 재탄생한 제임스 본드.그리고 그걸 담당한 제프리 디버.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제프리 디버의 손길이 닿은 제임스 본드는 과연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한 음식을 두고 한 참을 빙빙 돌다가 뒤늦게 맛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로맨틱 가이 같은 제임스 본드가 과연 제프리 디버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 그 부분이 가장 큰 관심사는 아니었고, ㅋㅋ 과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이 어떤 식으로 첩보물과 연관될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소설을 읽는 내내 강박관념 처럼 머릿 속을 지배했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즐거운 독서를 방해한 듯 하다.

마지막 500페이지 부터는 정말 이 책의 진수(?)를 잘 보여준다.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는 진행이 속도감있게 펼쳐지는데,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제임스의 가족사 부분) 하지만 정수에 도달하기까지 등반해야할 인고의 시간이 길다. 이게 <007 카르트 블랑슈>의 단점이다. 분명 정상에 등반했을 때의 쾌감은 확실하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케이블까 정도로 속도감있는 구성이었다면 좋았겠다. 아니 최소한 가벼운 배낭 정도만 되었어도 두 발로 가뿐하게 올랐을텐데, 이 녀석은 완전군장을 메고 산정상까지 오르도록 강요한다. 초반에는 두근두근거리지만 중반부터는 지지부진하다. 적 조직의 뒤를 쫓는 제임스 본드. 이게 끝이다. 물론 첩보물 대부분이 그런 식이긴 하지만 그냥 뒤만 쫓는다. (.....) 그걸로 400여 페이지가 도배됐다고 생각해보라? 아무리 마무리가 좋다고 해도 뒤끝이 결코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화 하면서 지루한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액션을 더 가미한다면 <MI-고스트 프로토콜>을 훨씬 능가하는, 재밌는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참, 점수를 짜게 준 이유는 책값때문이다. 빨리 소개된 건 좋지만 너무 비싸! 가격대 성능비가 좋지 않다.

평점 6 / 10

2012년 1월 2일 월요일

별책 도서관 전쟁 I, II - 아리카와 히로

2008년 아스키 미디어 웍스
2010년 우리말 (대원씨아이)

<도서관 전쟁> <도서관 내란>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에서 일단락을 지었던 도서관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진정한 의미의 완결편인 <별책 도서관 전쟁>. 어째서 진정하 의미인지는 손 발이 오그라드는 러브 코미디 일직선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미 본편에서도 미디어양화법이네 도서관 어쩌구네는 사실 '겉치레'에 불과하고 속내용은 여주인공 카사하라 이쿠와 남주인공 도조 아츠시의 연애 줄다리기였고, 그 외 조역 캐릭터들이 그걸 잘 받쳐주는 '드라마'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본편에서 도서관 이야기를 대폭 잘라버리고 연애노선에 충실한 것이 '별책'이다.

해서 별책1권은 이쿠와 도조 이야기를 충실하게 수록했다. 정말 '충실하게' 했으니까, 이걸 읽고 으악!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비해 별책 2권은 기정사실화 되버린 주인공 커플은 뒤로 살짝 물러나고 그 외의 캐릭터의 숨은 에피소드와 뒷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분량을 시바사키와 테즈카가 엮어주기에 할당하고 있는데, 그 계기를 만드는 사건은 역시 여전히 평범하고 뻔한 소재라서 그 부분에서는 감점.

어찌보면 별책이 본편일지도 모르겠다.본 시리즈의 그 말도 안되는 서바이벌 놀이를 보고 있노라면 헛웃음만 나왔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군대놀이는 빼버리고 그냥 연애질이나 하는 게 더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는데, 과연 어떤 완성도로 나오게 될지.........

평점 5 / 10

탐정 피트 모란 - 퍼시벌 와일드

1947년
2011년 우리말(해문)

피트 모란을 주인공(?)으로 한 7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각 단편은, 시골 동네 지역 유지의 운전사를 맡고 있는 피트 모란이 탐정통신학교(방송통신대 생각하면 되겠네요.)를 통해서 성실하게(?) 탐정공부를 하면서 일상에서 마주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죠.

단편 당 40 페이지 정도라 분량은 딱 적당한 정도고 책 자체도 아담한 크기라서 손에 쏙 들어옵니다. (가격은 아니지만요.) 거기다 내용은 어수룩한 주인공이 겪는 모험에 웃음이 곁들어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앞 뒤 구분도 못하는 초보 중의 초보 탐정 피트 모란이 얼떨결에 범인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이지만,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탐정업(?)에 뛰어들면서스케일도 더 커집니다. 특히 '다이아몬드 헌터'가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인데요, 실제 피트 모란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성실하게(?) 용의선상의 골동품을 완벽하게(!) 깨트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포복절도. 거기에 황금기 고전 작가의 이름과 작풍을 들이대면서 이런 저런 츄리(오타 아님)를 해대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그리고 마지작에 수록된 '지문 전문가'에서는 확인사살까지 해줍니다.

단편집은 특이하게 전보와 서간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탐정통신학교 담당 주임경감에게 이런 저런 사건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주임경감은 피트 모란에게 간략한 전보문을 보내주는 방식이죠. 1인칭 시점이다보니 주인공은 분명 피트 모란이 맞습니다만, 등장기회는 적지만 의외로 인상이 깊게 남는 캐릭터가 파트너(?)역인 주임경감입니다. 이 주임경감이 마지막 단편에서 의외의 역습을 보여주시는데 감동(?)했습니다.

처음에는 유머도 그렇도 주인공도 그렇고 그냥 그런 유머 미스터리라고 생각했지만 뒤로 갈 수록 그런 실망은 옅어지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읽기를 잘 했다! 라는 만족감을 주는 독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추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