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9일 일요일

미즈치 처럼 가라앉는 것 - 미쓰다 신조

2009년 하라쇼보
2013년 우리말(비채)

도죠 겐야 시리즈 5번째로 제 10 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을 했다.
전작들이 수상 후보로 매번 올라가다가 고배를 마시긴 했는데 당시 <미즈치 처럼 가라앉는 것>이 수상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튼 전작들도 제법 두툼하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두꺼운' 볼륨감 있는 양의 민속 미스터리가 됐다. 마을의 인습과 집단 속의 개인 그리고 불가해한 것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것은 동일하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전작들과 유사하다. 아무개 신을 모시는 산골 마을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도조 겐야가 그걸 해결(?) 한다는 내용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 내용의 추리소설이긴 한데 막상 책장을 들쳐 보면 녹록치 않다. 서두는 한 마을에서 모시는 미즈치 신에 관한 잡스런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한 소년을 중심으로한 가족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서술을 두 가지로 이어가다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이 된다. 뭐 이런 방식은 전작들도 비슷하다. 있는 듯 없는 듯 빨리 나올 것 같으면서 뜸 들이는 그런 방식이다가 사건이 터지면서 흥미롭게 변해가는 과정까지도 시리즈의 전매특허 같은 기분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대망의 해결 파트는 역시 기대 이상이다. 시리즈를 답습하면서도 이 정도 완성도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실력을 대변하는 증거다. 전작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이번 미즈치 처럼도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시리즈 중에서는 이번 작은 제대로 된 해피(?)엔딩이다.

평점 7 / 10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영화 츠나구 (2012)

츠지무라 미즈키가 쓴 <츠나구>를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원작은 재밌게 읽었는데 영화는 과연 어떨까?

안타깝게 영화는 그저 그렇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처럼 평범하다 못해 평범이하도 못되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어째 일본애들은 이렇게 밖에 못만드나. 어떻게든 관객들 눈시울을 자극하려고 한 게 뻔해 보이는데, 이런게 일본애들한테는 먹히니까 죄다 영화가 이딴 식인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난 일본애들 감성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긴 일본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은 보통 감동+교훈이니까. 그리고 나는 이런 것에는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타입이라서 영화판 <츠나구>에 낙제점을 준다.

점수 1 / 10


가미오로시 1 - 오도 아키히코

2013년 우리말

<부상당 골동점> 작가의 신작.
2011년 발간됐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국내에 소개됐다.
아무튼 장르는 호러 판타지?
신을 믿지 않는 주인공, 신을 섬기는 무녀인 여주인공
이 두 명이 인연을 맺어주는 의식에 참가했다가 벌어지는 연쇄사건에 휘말렸다가 어째 저째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의문의 죽음이 계속되는 패턴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클리세에다가 숨겨진 진실이 살짝 살짝 드러나는 플롯 역시 다분히 추리소설을 떠오르게 하지만 결말까지 보고 나면 2% 미진한 구석이 있다. 오롯이 미스터리다! 라고 주장하기에는 그렇고 단순한 호러다! 라고 보기에도 좀 그런 장르 뒤범벅 소설들이 으레 그러하듯 뭐 그런 느낌이다.
그래도 과감하게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거침없는 진행은 무척 마음에 든다.
또한 두 주인공의 쿨한 감성이 요즘 라이트노벨 트렌드와는 살짝 떨어져 있어서 인가 새로운 기분도 들고 말이다.

점수 4 / 10

2013년 10월 16일 수요일

여기 여우가 살고 있다 1 ~ 5 (완) - 이선웅


 학산문화사에서는 나오는 파우스트BOX(일본의 고단샤BOX와 같은 브랜드로 이름만 바꾸었다) 레이블을 달고 나온 유일한 국산 라이트노벨 소설이다. 니이오 이신 전용(?) 박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파우스트박스에는 이신 이신 이신 일색인데 그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장르는 판타지 미스터리?

 제목 처럼 주인공 근처에 여우가 살고 있다는 얘기로 여우의 정체는 구미호다. 주인공과 구미호가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긴 한데 문제는 미스터리다.

 책 표지에는 상당히 의욕적으로 미스터리 광고를 하고 있긴 한데 (후속권에는 신본격이 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현란한 문구가 미스터리 팬을 유혹한다) 설마 이 정도 완성도의 미스터리를 갖고 자랑이라고 하는 건가? 심히 궁금하다. 판타지 설정을 라이트노벨 감각으로 작성한 미스터리는 많은데 설마 이 정도 레벨을 갖고 미스터리 운운하는 건 아니올시다이다.

 일단 분량이 적다. 적은 분량 내에서 이것 저것 욕심을 부려서 설익은 밥 같은 점이 가장 큰 감점요인이다. 특히 마무리로 갈수록 속도감 있는건 좋은데 반전을 거는 타이밍과 결말로 이어지는 부분이 어색하다. 균형감이 없다. 특히 초반 여우의 등장과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는 분량을 더 늘렸어야 한다.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후딱 해치우기에는 시리즈 첫 편으로서 함량미달이다.

 판타지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싶다면 최근에 나온 야마가타 이시오의 <육화의 용사>정도는 되야 그나마 최소한의 미스터리 딱지라도 붙여줄 수 있는 레벨이다. 안타깝게 <여기 여우가 살고 있다>는 미스터리로서는 함량미달이다. 다만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있기에 후속권의 완성도 여하에 따라서 평이 갈릴 것이다. 일단은 마지막 5권까지 다 샀기에 천천히 읽어 볼 요량이다.

(추가)
2권부터 5권까지는 단숨에 읽었다. 천천히 볼까 했다가 다음 권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 낫겠지, 재밌어지겠지 기대감에 완결편까지 주행했지만 남는 건 허무함 뿐. 소재는 괜찮은데 그걸 풀어가는 수법이 별로라는 점은 끝까지 주효했다. 아쉽다. 인물들의 만담을 보니 그냥 일상 코믹물로 그렸어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미스터리로 집어들면 곤란하다. 책의 광고는 타깃을 잘못 잡았다.

평점 3 / 10

2013년 9월 28일 토요일

허구추리~강철인간 나나세 - 시로다이라 쿄

2013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제목부터 재밌다.
허구 추리.
표지를 들추면 허구와 추리에 관한 뜻풀이를 담은 페이지가 나온다. 두 개를 합쳐서 해석해보면 이게 대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직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러나 1장, 2장이 넘어가면서 <허구추리>의 세계관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하면 작가의 노림수가 슬슬 보인다. 그리고 후반부는 제목 그대로 '허구' '추리'를 독자에게 피로하면서 대망의 결론을 내린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미스터리)은 사실을 끝까지 캐내는 집요함에 재미가 있다. (변종도 있지만 여기서는 본격 미스터리를 추리소설의 대표자로 보고 말하고자 한다.)
그에 반해 <허구추리>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거짓이든 사실이든 결론에 제대로 안착하면 그걸로 끝나는 끼워맞추기식 억지 추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것은 그 억지추리가 말도 안되는 비논리가 아니라 나름의 논리적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논리를 담은 거짓말 역시 하나의 추리소설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미스터리 본격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지 않았을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역대 수상작을 보면 굳이 '본격'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대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아마 이 수상에만 혹(?)해서 낚인 독자들도 꽤 많겠지만 어쨌든 <허구추리>는  유쾌한 본격 (요괴) 미스터리임에는 분명하다.

결말을 보면 후속 시리즈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 하지만 나오면 읽긴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신선한 재미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여담)
<스파이럴~추리의 띠>라는 만화가 있다.
제목만 보면 추리(?) 만화로 생각하겠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당혹스런 작품이다.
추리는 추리인데 판타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액션(?) 느와르(?) 미스터리풍(?)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대단히 오묘한 작품이었는데 이 만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세계관이 있다면 귀신이건 전설이건 판타지이건 그걸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대로 '팩트'가 되고 그 진실을 깨부수는 건 '논리'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미 <허구추리>를 읽은 독자라면 '어!!!!!' 할 것이다.
<스파이럴>은 사실 시로다이라 쿄의 초기작이었고 세계관은 좋았지만 미스터리로서는 그다지 별 볼일 없던 만화였다. 하지만 그런 토대가 있었기에 <허구추리>라는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지 않았을까? <허구추리>는 소설의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만화로 나왔어도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만화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평점 6.5 / 1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3 - 미카미 엔

2013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시리즈 세 번째.
모든 것의 흑막(?)인 그녀의 엄마 이야기를 중심으로 곁다리로 단편이 끼어든 형태다.
엄마 얘기는 전편부터 떡밥을 계속 깔았지만 3권에서도 딱히 큰 발전은 없다.
그냥 다음 권에 계속! 이렇게 하고 끝이다. 어떻게든 다음 권을 계속 사게 만들어야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일개 독자가 봤을 때는 감질난다.

미스터리는 전편 처럼 평이하다. 뭐라 말할 건덕지도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

평점 5 / 10





2013년 9월 21일 토요일

마루타마치 르부아 - 마도이 반

2009년 고단샤BOX
2013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시로사카 론고.
우연히 만난 정체모를 여인 '루주'
그녀를 잊지 못하고 3년이란 세월이 흐르지만 론고에게는 할아버지 살해라는 죄명으로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재판에서 론고는 '루주'를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데........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다. 변격이긴 하지만 아주 유쾌한 로맨틱한 미스터리다.
소설이기에 보여 줄 수 있는 마지막의 먹고 먹히는 술수가 정신없을 정도로 재밌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막바지 롤러 코스터는 작위적이지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이 전부 '연극 같은' 느낌 덕택에 위화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 소설의 중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재판극은 아무리 봐도 <역전재판>이란 게임이 생각난다. 역전재판 처럼 과장된 만화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실제 재판이 아니라 관객을 의식한 연극 같은 재판이란 점이 게임 속 재판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간만에 즐거운 미스터리를 만났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괜찮은 미스터리다.
후에 '르부아 시리즈'라고 해서 몇 권 나온 것 같던데 후속작도 꼭 우리말로 소개됐으면 좋겠다.


평점 7.5 / 10

2013년 8월 10일 토요일

게임의 왕 - 한상운

2012년

용 잡는 장면으로 시작하길래 판타지인가 했다.
조금 있으니 온라인 게임 속 장면이라고 한다. 게임 판타지인가?
몇 장 더 넘어가니 주인공이 학교에서 아웃 사이더인 것 같다. 왕따 문제를 다루나?
MMO에서의 현질 이야기도 나오네?


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가?


미스터리 아니다. 스릴러도 아니다. 하드 보일드는 더더욱 아니고.
그냥 소년들의 이야기다. 그게 다다.

어쩌다 버그로 게임 속 용을 잡아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사실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잘 보이려고)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걸 보여주는 내용의 소설. 물론 언제나 시궁쥐 신세는 아니라는 걸로 결말이 나긴 하지만 기대했던 요소와는 별개였다.

곳곳에 보이는 맛깔나는 대화는 한상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까지 읽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읽고 나니까 그냥 그래서 어쨌다고 정도의 소감 밖에 나오질 않네. 내가 나이를 너무 먹었나? 아직 젊은데. 고개 한 번 갸웃해보고 다시 생각하는 시늉을 내보지만 그마저도 귀찮다. 역시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생각하는 게 귀찮다니.

아무튼 내가 기대했던 소설이 아니다.
아마 다음 권들은 읽지 않을 확률이 90% 이상 되지 않을까 싶다.

평점 3 / 10




물밑 페스티발 - 츠지무라 미즈키

2012년 우리말

한 마을 안에서 벌어진 숨겨졌던 이야기가 고등학생 주인공 소년의 입장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내용의 소설. 기존 츠지무라 미즈키의 청춘 미스터리 라인을 답습하면서 좀 더 사회성을 가미한 내용이다. 그래서 작가의 기존 스타일에 거부감 없던 입장에서 <물밑 페스티발>은 이도 저도 아닌 대충 버무린 볶음밥 같은 느낌이다. 언제까지 소년 소녀에 머물 수 없는 노릇이라는 건 이해는 하지만 초기작에서 보이던 풋풋함은 이제는 없어진 것 같다. 그나마 <오더메이드 살인클럽>을 보면 아직 초기 색채가 남아있기는 하다만.

참고로 미스터리는 아니다. 미스터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딴 건 아무렴 어때 수준 정도로 그냥 향만 살짝 가미한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열쇠 없는 꿈을 꾸다>와 비슷한 선에 서 있는 작품.

참 이거 연애소설로 보는 시선도 있는 듯 한데, 미스터리 처럼 로맨스만 봤다간 실망할 지도 모른다. 그냥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평점 4.5 / 10

2013년 8월 4일 일요일

영국식 살인 - 시릴 헤어

1951 An English Murder
2013 우리말(엘릭시르)

귀족 가문의 대저택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손님이 모여든다.
경축스런 성탄절에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때마침 내린 폭설로 저택은 고립무원.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이긴 한데 여기서 제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영국식 살인?
대체 무얼 두고 영국식이라고 하는 걸까? 그리고 그 뒤에는 살인이라는 단어까지 붙었다.
알송달송한 표현이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 안에서 외국인을 한 명 두고 제3자의 입장에서 영국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제목과 결부해서 생각해보면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힌트가 무엇이지는 윤곽 정도는 드라날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지미나 '플레인 스콘' 같은 소설이다.
스콘이란 걸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정통' '플레인' 스콘은 별 맛이 없다.
달지도 않고, 바삭하지도 않고, 쫄깃한 빵도 아니고 그냥 텁텁하고 딱딱한 그런 맛이다. 물론 귀족들이 먹던 스콘은 버터가 들어갈테니 버터 풍미가 진하게 나긴 한다.
하지만 별 맛도 없는 플레인 스콘에 '잼'을 가미하면 그 맛이 다양해진다. 어떤 잼을 바르느냐에 따라서 맛이 바뀐다.

소설 속 장면 중 하나이지만 스콘에 버터를 발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영국식 살인>이 이와 비슷하다. 담백하고 깔끔하면서 부드러운 맛.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뒷맛이 없는 깨끗한 미스터리다.

평점 6 / 10

2013년 8월 3일 토요일

육화의 용사2 - 야마가타 이시오

2013년 우리말(학산문화사)

1편의 흥미진진한 에필로그에서 바로 이어지는 2편.
이번에는 서두에 범인의 정체(?)를 밝혀두고 '왜'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천천히 설명해 나간다. 1편이 의외로 깔끔한 맛이 좋았다. 세계관과 캐릭터를  2편에서 어떤 식의 미스터리 장식을 할지 궁금했는데 작가의 답은 '도서추리'였다.

도서추리라는 것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범인의 정체를 초반에 밝히고 왜 그 사람이 범인인지를 역추적해가는 구성이다. 이것이 가장 고전적인 도서추리 구성이지만 이런 방식은 흥미를 유발하는데 부족하다. 속고 속이는 쾌감 보다는 작중 인물의 심리변화가 중요한 심리극 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당연히 <육화의 용사2> 초반부를 읽으면서 걱정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흐르면 큰 재미는 못 볼 것이다, 라는 그런 거 말이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작가는 단순한 도서추리 구성만으로 2편을 마무리 짓지 않는다. 왜냐하면 3편도 써야 하니까!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숨겨둔 카드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물론 이 카드를 보고 놀랄지 덤덤할지는 개인 취향의 문제겠다.

 1편 만큼 깨끗한 맛은 없지만 라이트노벨 쪽에서 이런 장르는 드물어서 그런가 여전히 재밌게 읽었다. 다음 편이 기대된다.

평점 5.5 / 10


2013년 7월 21일 일요일

사대명포 (2012)

온서안 원작의 무협영화.
원작은 특이한 주인공 사인방의 수사물과 무협을 결합한 나름 개성있는 소설인데 2012년도판 영화버전은 '아, 씨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수준의 괴랄한 완성도를 뽐낸다. 캐릭터 이름과 설정 몇 개만 빌려다가 완전 새롭게 만든 괴작이다. 원작을 아는 사람 중에 영화버전을 기대학 본다면 쓰디 쓴 실망감만 밀려 올테니 아예 보지 말거나, 보고자 한다면 큰 각오를 요한다. 정말이다. 추리무협(원작도 추리라고 단정짓기는 좀 그렇긴 하다만)이 이능배틀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되니까 말이다.

평점 1 / 10

2013년 7월 20일 토요일

육화의 용사 - 야마가타 이시오

2013년 학산문화사

<싸우는 사서 시리즈>로 데뷔한 야마가타 이시오의 차기작이다.
데뷔작이 워낙 개성있고 완성도가 높아서 차기작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들었는데 <육화의 용사> 1권을 읽고 나니 그런 것들은 전부 기우였다.  <사서 시리즈>에서 느꼈던, 작가는 분명 미스터리 작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이번에 확신으로 바뀌었다. <육화의 용사>는 완전한(?)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부활한 마신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여섯 명의 용사가 필요한데 이를 일컬어 육화의 용사라 칭한다. 그리고 마신 부활 징조와 함께 세계 각지에는 여섯 장 꽃잎이 새겨진 용사들이 나타나고 예정대로 집결지에 모인다. 그러나 마수들의 간계의 의해 용사들은 결계안에 갖힌다. 그리고 나타나는 충격적인 사실. 여섯 명이어야할 용사가 일곱 명이 모여있다. 일곱 명 중에 한 명은 분명히 불청객(첩자)일텐데, 과연 누가 '범인'일까?

배경만 판타지이지 내용은 클로즈드 서클을 다룬 전형적인 미스터리다. 그리고 실제 내용도 범인을 찾기 위한 것이 전부. 복선도 적절히 넣고 있고 마지막에는 탐정역 캐릭터의 해설과 반전까지 준비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판타지의 탈을 쓴 미스터리다.

평점 6 / 10

퇴마록 외전~그들이 살아가는 법 - 이우혁

2013년 엘릭시르

PC통신 하이텔 시절 퇴마록을 실시간으로 보던 세대로서 이번 외전 출간은 뭐랄까 감개무량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뭐 그런 기분이 짠하게 들었다. 수록된 단편은 다섯 편. 이 중에 세 편은 박신부, 현암, 준후 이야기고, 한 편이 승희,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에서 주기선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외전답게 내용은 퇴마 내용보다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뒷이야기가 메인이라 팬들한테나 통할 스토리다. 다만 마지막 단편 '생령살인'(제목은 미스터리인데 내용은 액션물이다) 만 유독 튀는(?) 내용인데 주기선생이 주인공이라 그런 것 같다. 외전에서 가장재밌게 읽은 단편을 꼽으라면 생령살인을 꼽고 싶을 정도로 주기선생의 거칠 것 없는 행보가 쾌활하게 그려졌다.

평점 5.5 / 10

2013년 7월 14일 일요일

고양이 변호사 - 오야마 준코

2013년 우리말(북폴리오)

 드라마 원작 모집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소설을 1시간 30분짜리 모나지 않게 간간히 웃을 수 있는 편한 드라마 감상한 느낌이다. 이건 이것대로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편하게 볼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이는 떨어지기 때문.

 도난당한 영구차(시체)라는 미스터리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기둥이기는 한데 결말에 가서는 나름 수습을 하긴 하는데, 그렇게 우연의 우연을 거듭할 수 있을까? 개연성부터 따져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한데 묶어도 그저 적당히 읽기 좋으면 땡인 건가? 뭐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다.

 까놓고 미스터리는 빵점이고, 그냥 읽기 쉽고 뭔가 한 권 읽었다! 라는 성취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괜찮겠다. 아님 드라마도 있다니까 그냥 드라마로 보는 게 더 낫지 싶다.

평점 2 / 10

2013년 7월 6일 토요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2 - 미카미 엔

일본에서는 이게 라이트노벨 문고본 판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국판 사이즈 정도의 대형 크기로 발간됐다. 그러다보니 페이지 수를 늘이기 위해 한 페이지 당 활자 수가 대단히 적다. 동화책 보다 좀 많은 수준이다. 그렇게 늘려도 페이지 수가 적어보이니 종이자체를 두툼한 걸 사용해서 책장에 꼽아놓으면 적당한 두께를 가진 소설로 착각하기 쉽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비싸다. 싼맛에 사기 좋은 문고판 가격이 우리나라로 건너와서는 12,000원(정가)이라니 원서를 사 보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

내용이야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이라 통과하고 미스터리 이야기나 잠깐 해볼까 한다. 책에 얽힌 이야기를 미스터리 장치를 활용해서 풀어가는 내용이라면 딱 <문학소녀 시리즈>가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와 어울린다. 다만 전자는 인물들의 질퍽한 내면 묘사와 라이트노벨에 집중한 캐릭터성이 돋보인다면 후자는 일반 소설의 탈을 쓴 듯한 차분한 내용과 전개가 눈에 띈다. 그래서 <비블리아 시리즈>는 일반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집어들면 가볍고, 라이트노벨이라고 여기면 일반 소설 같은 중간에 위치한 소설이다. 그래서 단점도 딱 그 중간 위치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반대로 사는 게 힘들고 바쁘고 책은 뭔가 읽고 싶고 그렇다고 전문서적은 귀찮고 일반소설도 두껍고 무거운 내용은 짜증나고 그런 사람들한테 <비블리아 시리즈>의 중간자적 위치는 실로 절묘하다. 그만큼 가볍게 읽기에 아주 좋다.

평점 5.5 / 10

철수맨이 나타났다! - 김민서

표지만 보면 만화책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설이다.
중간에 만화 삽화까지 있으니 판형만 작게 나왔으면 라이트노벨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 내용도 부담없이 보기 좋을 10대 청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예전 어른들 사이에서 유명하던, 정의의 아군 '철수맨'이 재등장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여주인공은 철수맨이 자기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걸 알고 또래 친구와 함께 철수맨이 누구인지 뒤를 캔다는 스토리다.

기본 노선은 하드보일드 풍이라고 봐야할까?
범인(?) 후보를 선정하고 하나 하나 미행을 하면서 철수맨의 정체는 압축되가는 듯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힌트는 이 책은 .....가 아니라는 것.

 경쾌한 소설이다. 라이트노벨 같이 유치한 듯 보이지만 문장은 통통 튀고 캐릭터도 짧은 페이지 안에 제법 잘 구겨넣었을 정도로 개성도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미스터리 장치를 적당하게 활용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도 좋다. 다만 마지막에는 청소년 성장기 소설 대부분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결말이라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겠다. (다들 질풍노도의 시기에 고민하다가 단체로 자살했음! 으로 이런 벙찌는 결말이라면 이건 이것대로 보기 좋지는 않지만.....)

평점 5 / 10

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셜록의 제자 - 로리 R. 킹

2012년 우리말(노블마인)

셜록 홈즈를 이용한 여성 동인 소설.
이라고만 하면 별로인 것 같지만 그 앞에 수식어 하나가 붙는다.

'성공한'

이게 붙는 순간 뭔가 있어 보이는데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이건 그냥 동인지(두꺼운)나 마찬가지다. 은퇴한 셜록 홈즈와 10대소녀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정말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동인녀'틱한 소설이다. 스토리는 둘의 만남부터 사소한 사건해결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하면서 1권은 끝난다.


동인소설이고 뭐고 다 떠나서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만 충족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런 내용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셜록의 제자>는 미스터리 완성도는 별로다. 그냥 중년 남성과 어린 소녀 둘이 겪는 '모험활극'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리라. 모리어티 교수와 연관되는 부분이 제법 흥미롭긴 하지만 어차피 원작을 이용한 부분이라서 특별점수를 얻기 어렵다. <셜록의 제자>만이 갖는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부분에서 별로다. 홈즈에 비견되는 10대 소녀라는 설정은 좋을 법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냥 성별만 여자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해도 되기에 개성적인 부분이라 할 수 없다.

후속편이 나오면 계속 보기야 하겠지만 1권에서 미운털이 박혀서 이거 뽑으려면 꽤 힘들 것 같다.

평점 3 / 10

클라인의 항아리 - 오카자키 후타리


2011년 우리말 (비채)

가상현실 게임을 이용한 서스펜스. 원작은 1989년에 발간됐다.
게임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주인공이 한 회사에 스토리를 팔고 그걸 기반으로 한 가상 게임에 주인공이 베타 테스터 참가를 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김민영의 <팔란티어>(구:옥스타갈니스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읽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 미스터리 주목도는 <팔란티어>가 <클라인의 항아리>를 압도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전자는 3권, 후자는 1권으로 가상현실 게임에 임하는 자세도 다르다. <팔란티어>에서는 가상현실 자체가 아주 중요한 스토리의 중심이지만 <클라인의 항아리>에서는 단순한 소재에 불과하다. 똑같이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전개 방식은 완전 다른 두 작품이다.

평점 5 / 10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몽타주 (2013)

 2013년 5월에 개봉한 엄정화, 김상경 주연의 스릴러 영화.

 15년전 딸아이가 유괴되어 살해당한 비련의 어머니 역을 엄정화가, 유괴범을 쫓는 형사역을 김상경이 맡았다. 15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서진이 유괴사건. 하지만 그것과 똑닮은 유괴 사건이 다시 발생하는데, 과연 범인은 또 한 번 완전범죄를 꿈꾸는 것인가?

 기본적인 추리 얼개는 유괴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인데, 이게 단순히 수사로 끝나는 내용은 아니다. 독자를 기만하는 트릭과 반전까지 꽤 준비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괴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뒤끝이 좀 있다. 특히 어린 자식 있는 부모 입장이라면 참 씁쓸한 내용이니까. 문제는 이 뒤끝을 이용해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려는 시도다. 뭐 이런 부분이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해서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과했다고 본다.눈물도 한 두 번이지 막판에는 계속 눈물 눈물 눈물의 연속이다. (이 정도는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무튼 <세븐 데이즈>와 함께 보면 괜찮을 것 같다.

평점 5.5 / 10






2013년 5월 5일 일요일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 박하익

 2013년 황금가지

 2010년인가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3>이란 단편모음집에 <무는 남자>라는 단편 한 편이 실렸다. 여고생의 손목을 물고 도주하는 변태를 잡겠다고 설치는 여고생 탐정단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었다. 그때 이 정도 캐릭터와 내용이라면 장편이나 연작 단편집으로 발전시켜도 괜찮겠다 싶었다. 장편은 5~6권에 단편집 2권 정도 분량에 내용은 아이들이 졸업하는 고3까지. 번외편으로 대학편이 한 두권 정도 나오면 좋겠고. 아무튼 그런 망상 아닌 상상을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상상 속에 존재하던 선암여고 탐정단 단편집이 현실에 태어났다.

 그런데 제목이 좀..........꼭 이런 제목 밖에 없었나 싶다. 제목만 보면 무슨 일본산 라이트노벨 같긴 한데 실제 내용은 그런 우려를 걷어내기에 충분하니 일단 읽어보길 추천한다.

 수록된 단편은 총 다섯 편. 그 중에 첫 편은 예전 단편집에 수록된 무는 남자다. 제목은 바뀌었지만 내용은 거의(?) 그대로 실은 것 같다. 그리고 각 단편은 독립된 내용이면서 연작 단편집으로 읽을 수도 있는 구성이다. 기억에 남는 단편은 세 번째로, 제목은 줄여서 '유리 미로'. 사건성은 가장 떨어지지만 가장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마무리를 보면 후속편이 나올 것도 같긴 한데, 나온다면 역시 단편은 다섯 개로 하고 각 단편은 탐정단원한 명 한 명이 주인공 또는 화자로 나오는 내용으로 캐릭터 성격을 명확하게 선을 긋는 내용이었으면 한다. 미스터리도 만족스러워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편은 주인공 채율의 성장기이도 한 내용인터라 다른 탐정단원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각 캐릭터마다 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고, 셜록(?) 티처도 은근히 재밌는 인물로 재등장할 기회가 많을 것 같고, 모 선생의 역할을 너무 빨리 하차시킨 건 아닌가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긴 한데, 미스터리 포인트는 굳이 이번 권 같은 범죄가 아니라 일상 미스터리가 나와도 괜찮을 것도 같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여자인 줄 처음 알았다.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평점 5.5 / 10

열쇠 없는 꿈을 꾸다 - 츠지무라 미즈키

2012년 문예춘추
2012년 우리말(문학사상)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설정이 18금 성인용 모 게임에서 보던 것과 너무 비슷해서 당황했던 기억이다. 그러던 작가가 나오키상을 수상할 줄이야. 사쿠라바 가즈키가 수상한 것이 가장 쇼킹했지만.

일단 데뷔작 부터 꾸준히 미스터리 계열의 소설을 발표했던 작가의 이력을 익히 알고 있었고 이번 책은 제목부터 '열쇠 없는'이라고 해서 '밀실'을 떠올리게 해서 당연히(?) 밀실 미스터리구나! 흥분(?)해서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책장이 한 장, 두 장, 세 장 넘어가면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에 어리둥절해야했다. 

제목의 '열쇠 없는'은 미스터리에서 흔히 말하는 밀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인생을 살면서 답이 없어서 혹은 벽에 부딪혔을 때를 비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단편은 전부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범죄'를 소재로 30대 여성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남성 독자보다는 여성들이 읽으면 더 공감이 가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 이름을 기억 못하는 구나.
아아 쪽팔려. 운이 없다.한숨이 나왔다.
무서웠어. 정말 무서웠어요.
 그게 나일 수는 없었어?
미안해.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

평점 5.5 / 10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절망노트 - 우타노 쇼고

2013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제목 때문에 <데스노트>같은 내용이 아닌가 오해하는 사람 있을 법한데, 까놓고 말하면 전혀 다른 내용의 소설이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읽어도 된다.

왕따 당하는 주인공 다치카와 숀은 절망노트라고 작성하고 그 안에서 숀을 괴롭히는 같은 반 학생이 차례 차례 죽어나간다. 과연 범인은?

뭐 대충 이런 내용의 소설인데, 다 읽고 나면 제목대로 스토리가 좀 절망적이다. 반전의 반전을 위한 억지 뒤집기 같은 내용이 마지막에 가서 계속 나오는데, 더 절망적인 것은 이미 예상가능한 수준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소설이 500페이지가 넘어간다니 두께에서 또 한 번 절망해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내 소중한 시간이여.......

다만 마무리는 그런데로 괜찮았다. 열린 결말이 미적지근해서 싫을 법도 한데 이번 작에서 만큼은 마무리는 좋았다. 마무리만.

평점 2 / 10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브랫 페러의 비밀 - 조세핀 테이

Brat Farrar 

고전 미스터리입니다.
그 중에 그 뭐냐 사기 치는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를 일컫는 단어가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납니다만, 아무튼 그 '거시기' 같은 내용입니다.


주인공 패러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
자기와 닮은 한 청년 역할을 해달라고 하는 내용의 의뢰를 받아들인 패러는 낯선 곳에 발을 들이민다. 너무나 닮은 죽은 아들이자, 오빠를 보면서 환영하는 가족. 하지만 그 중에 패러를 오히려 '반가워하는' 동생의 존재가 있는데.......

미스터리 요소는 처음 딱 감(?)이 오죠. 뭐 독자들도 이 바닥에서 구를대로 굴렀는데 척 보면 척입니다. 다만 중간에 알리바이와 트릭 정도가 추가되긴 하는데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부족한 부분도 확실하게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보강하고 이 캐릭터는 더 이렇게 하고 사건도 더 추가하고 마지막 대결(?)이나 결말 처리는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만, 그건 그냥 제 개인적인 넋두리 같은 것이고 <브렛 패러의 비밀>은 이 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낭만(?) 미스터리입니다. 

평점 6 / 10

프렌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The Franchise Affair 

고전작이죠.
요즘 나오는 영미권 추리소설이나, 일본 쪽 미스터리와는 아주 이질적입니다.
특히 꽉 들어찬 문장과 시시콜콜한 장면 묘사와 대사가 아주 깨알같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처음에는 영 읽는 속도가 나질 않더군요. 하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소녀가 등장하면서 소설은 서서히 본궤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꽤 흥미로운 '조용한' 미스터리가 시작되죠.

자극적 요소가 일절(?) 없습니다. 뭐 묘령의 소녀가 유괴당해서 이런 짓 저런 짓 당하지 않았나 상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서 소설을 들여다봐도 요즘 미스터리와는 정말 동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책임의 대부분은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사건을 맡게 되서 조사하기 시작한 주인공의 언행은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으니까요.

기분전환 용으로 고전 미스터리를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평점 6 / 10

진홍빛 속삭임 - 아야츠지 유키토

2012년 우리말 (한스미디어)

상당히 늦게 소개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초기작 중 하나입니다.
서스펜스를 표방하고 나온 작품 답게 작가의 대표작 <관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많이 드라죠. 게다가 책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헌정문구 보면 작가의 노림수는 그냥 대놓고 알려준다고 봐야겠죠.

 폐쇄된 기숙사, 소녀, 마녀

 아마 작가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피리아>에서 느꼈던 흥미로왔던 요소는 살리고 실망했던 부분은 죽여서 자기만의 영화같은 소설을 만들고자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곳곳에 영화와 교차되서 떠오르는 장면이 즐거울정도니까요. 그리고 그 시도는 대성공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이 시리즈를 읽었을 때는 그냥 평작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흘러 재독을 하니(아마 제 성향이 바뀐 탓도 있겠죠) 이 정도면 충분히 재밌는 서스펜스다!라고 평하고 싶네요.

평점 5.5 / 10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 우타노 쇼고

 2012년 우리말 (비채)

 사고로 자식을 잃은 중년남성의 심리묘사를 주욱 따라가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작가 이름 때문에 당연히(?)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집어든 독자들도 적잖이 있을 텐데요, 아마 그랬다면 막판에 가서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를 겁니다. 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반전'은 있지만 그것이 미스터리라는 장르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깜짝상자 수준의 장난이다보니 순간 놀라지만 그냥 거기서 끝나버립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장난치는 수준이라는 생각마저 들죠. 마지막 몇 페이지는 사족이 아닌가 싶네요. 굳이 그걸 넣었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우타노 쇼고는 넣기로 결정했고 독자인 저는 '난 그거 반댈세!' 뭐 이런 심정입니다.

 개인 성향과 겹쳐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아닙니다.

 평점 3 / 10

미인 - 미야베 미유키

 2011년 우리말(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 시대 미스터리라고 쓰고 그냥 에도 판타지라고 읽으면 되는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콤비가 재등하는 장편입니다. 여기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가세해서 일단 삼각형 구도가 딱 맞기는 한데, 분량이 길어요. 별 내용은 없는데 깁니다.

 묘령의 처자들이 실종되고 범인은 텐구카제(천구풍)이라느 요괴의 짓입니다.

 끝이에요. 미스터리가 아예 없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사실상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캐릭터가 확 눈에 뛰는 것도 아니구요. 일단 여주인공은 차지하고 남자 캐릭터는 등장 장면도 몇 안되고 말하는 고양이가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니고, 시리즈 물로서 캐릭터구도는 좋은데 스토리나 구성이 별로에요. 그렇다고 주제의식이 투절한 내용도 아니고 두루뭉술하네요.

 미야베 미유키라는 네임밸류에 비하면 초라한 느낌이지만 그걸 벗기고 <미인>이란 소설 단독으로 놓고 보면 뭐 평작 수준은 되지 않나 싶습니다.

 평점 4 / 10


2013년 4월 6일 토요일

일곱명의 술래잡기 - 미쓰다 신조

2011년 고분샤
2013년 우리말 (북로드)

<~~처럼 ~~한 것>의 도조 겐야 시리즈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의 작가 시리즈를 집필한 미쓰다 신조의 스탠드 얼론이다. 생명의 전화 센터에 야심한 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성. 자살 결심을 하려고 매일 밤 전화를 한다고 한다. 전화를 받으면 자살 중단,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살 속행. 하지만 이 한통의 전화로 연쇄 변사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차례차례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보던 호러 미스터리 작가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같이 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기억하는 사람들 분명 있을 것이다. 요즘 애들도 그런 놀이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때만 해도 하교 후에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이런 저런 놀이하기 바빴다.  그 무궁화 꽃 놀이를 배경으로 어릴 적 겪었던 끔찍한 기억의 봉인과 현재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범인의 정체까지.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호러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독립작이긴 한데 중간 중간 작가 자신의 다른 시리즈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가령 마지막 범인을 앞에두고 진상을규명하는 탐정의 일장연설 도중에 나오는 '도조 겐야 선생을 따라해봤다'는 문구는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인데, 실제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 마지막 부분은 도조 겐야 시리즈와 유사하다.  다만 등장인물이 워낙 한정적이라서 논리적이 아니라 그냥 때려맞추기 식으로 범인을 맞출 확률이 높다는 게 흠이려나?  아무튼 명쾌하게 밝혀지는 부분은 미스터리. 그렇지 못한 부분은 호러. 역시 호러 미스터리란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평점 5.5 / 10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As 극장판

2시간 3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이 꽤 길게 느껴지지만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살짝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원작에 해당하는 TV 시리즈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풀어간 스토리를 거의 반이상 압축해야하기 때문이다.거기에 스토리와 후에 나온 3기 TV의 설정을 짬뽕해서 TV와는 설정상 다른 부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하야테와 어둠의 마도서에 얽힌 음모와 그 배후자에 관해서는 TV 구성이 괜찮았는데 이 부분이 극장판에서는 전면 수정됐다.  설정면에서는 단연 유니존이다. TV판에서도 하야테가 변신하면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바뀌는데 이부분에 대한 설정 맞추기라고 보면 되겠다. 그 외에 세세한 수정사항이 다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TV판과 동일하다고 보면 되겠다.

전투 장면은 극장판 답게 업그레이드 돼서 보는 맛이 있다. 다만 음악은 TV 시리즈 오프닝, 엔딩, 삽입곡에 익숙해선지 극장판 노래들은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무리 지어 다굴치는 장면의 삽입곡(제목이 뭐였더라...)은 TV판의 손을 들어주련다.

결론은 TV판, 극장판 전부 봐야한다는 얘기.

평점 6.5 / 10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무지개 끝 마을의 비밀 - 아리스가와 아리스

2003년 고단샤 (미스터리랜드)
2011년 우리말(학산문화사)


추리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인 초등학생 소년과 형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소녀 콤비가 무지개 끝 마을이란 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아동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주인공 나이가 어릴 뿐이지 실제 내용은 그냥 일반 미스터리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반 미스터리를 억지로 아동용으로 탈바꿈시킨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굳이 아동용으로 낼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니까 말이다. 주인공 나이대를 고등학생으로 설정했더라면 더 잘어울렸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미스터리는 단아하다. 밀실살인과 트릭, 알리바이등이 사용되고 있지만 아이들을 의식해선지 평이하게 구성됐다. 탐정의 설명도 복잡하지 않게 비교적 깔끔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담백한 맛이 강하다. 어린 자식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용으로는 좋겠지만 어른들 취향에는 미달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악한(?) 소녀 유키는 굉장히 귀엽게 그려지고 있다.

평점 5 / 10

마루 밑 남자 - 하라 코이치

2010년 우리말(예담)

표제작인 '마루 밑 남자'외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
장르는 유머? 직장인의 애환도 그려지고 있지만 전반에 걸쳐 흐르는 분위기는 유머와 모순이다.마루 밑 남자는 가족을 위해 돈벌이에 치중하는 중년남성의 애달픈 이야기, 튀김 사원은 갑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을의 복수, 전쟁관리조합은 직장여성의 분노, 파견사장은 비정규직 세상의 부조리, 슈샤인 갱은 로리 범죄 가족의 의미를, 각각의 단편은 지향점은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버지, 남성, 여성, 가족의 보편적 이미지를 그리고 거기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모순되는 상황을 이용한 블랙유머를 보여주기도 하는등 읽고 나서 잠깐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책을 읽으면서는 뭔가 씁쓸하면서도 뭉클하기도 하다가도 책장을 덮고 나면 다시 반복되는 일상 앞에서 무얼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다. 잠시나마 동질감과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마루 밑 남자>는 충분한 가치를 다 했다고 본다.

평점 4 / 10

2013년 2월 10일 일요일

애꾸눈 소녀 - 마야 유타카

2010년 문예춘추
2012년 우리말 (문학동네)

신본격 미스터리 군에 속하면서 걷는 노선이 좀 비딱한 작가가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마야 유카타입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이게 됐더군요. 마야 유카타의 작풍은 <애꾸눈 소녀>를 끝까지 읽고 나서 독자가 느꼈을 약간의 당혹과 배신 후련함 같은 그런 느낌을 떠올리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의 본격의 룰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그 안에서 이리 저리 꼬아놓은 동아줄이 마지막에 부드럽게 풀리는 장면만큼은 충분히 본격 그 자체이긴 한데 동기, 수법 기타 등등을 참고하면 이게 또 본격을 '까는' 듯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이번 <애꾸눈 소녀>는 명탐정과 조수입니다. 명탐정이 어떻게 데뷔하고 조수는 어떻게 서포트했으며 마지막에는 그것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사건의 무대도 복고적이고 진행방식은 너무 차분해서 색다른 맛이 별로 느겨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변칙적인 부분이다보니 처음 마야 유타카를 접한 독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더군요. 하지만 원래 이 작가는 이런 스타일(?)이라고 인정하고 들어가서 다시 읽어보면 의외로 무척 재밌는 부분이 속속 발견될 겁니다.

평점 6 / 10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 - 사쿠라바 가즈키

멋스런 원서 표지와는 동떨어진 센스빵점의 우리말본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일이란게 참 어렵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분명 출판사에서는 이런 표지를 '팔려고' 낸 것일텐데 제가 보기에는 전혀 팔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요. 영업포기라는 디자인팀의 절규가 눈에 선할 정도입니다. 물론 일본판 표지를 모르는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저도 몰랐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테지만 이미 알게 된 사실을 애써 없던 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런 의미에서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은 저에게 항상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내용은 취향에 잘 맞는 즐겁게 읽은 책인데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구석에 쳐박아 놓고 있으니까요.

소설은 연대기식으로 구성된 에피소드 방식입니다. 아가씨 들이 다니는 유수의 명문여학교 안의 독서클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보니 순정만화'틱'한 느낌이 묻어나면서도 때때로 가시가 드러나는 모습이 무척 유쾌합니다. 그래서 사쿠라바 가즈키 소설 중에 개인적으로 거의(?) 넘버원으로 치는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속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작풍이긴 한데요, 그냥 즐겁게 읽으면 되겠습니다.

평점 6 / 10

2013년 1월 26일 토요일

내 안의 야수 - 마거릿 밀러

1995년 Beast in View
2011년 우리말(영림카디널)

꽤 유명한 고전이면서 정작 우리말로는 이제서야 소개된 작품이다.
이게 더 빨리 소개됐어도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이란 칭송을 국내에서도 받았을 것 같은데 소개가 늦긴 늦었다. 심리 서스펜스 물인 <내 안의 야수>는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낡은 부분이 보이기 때문이다.

첫장면 거울을 보면서 수화기 건너편의 협박범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이미 결말이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논리적으로 이러 이러 해서 이러하다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경험에 의한 직관이다. 논리를 중시하는 퍼즐러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요소이겠지만 중간 사고 과정 없이 바로 결과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데 이건 스스로도 통제 불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결말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대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협박범 에블린이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부분이 특히 일품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압권인 부분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편의 부정을 아내에게 폭로하는 장면이다. 제이슨이 전기톱 들고 코앞에서 웃는 것도 아니고 문 하나 (잠겨있다) 사이에 두고 그냥 당신 남폄이 어쨌어요 저쨌어요 하는 부분인데 이 대사 자체도 별거 아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가나랴'라는 '의심'을 심어주는 부분이 대단히 절묘했기 때문이다. 한번 의심이 마음 속에서 자라기 시작하면 그 뿌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니까. 이 부분을 파고드는 게 <내 안의 야수>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트릭이나 반전 결말은 부가적인 요소다.

그래서 미스터리 팬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고전이라고 본다.

평점 5.5 / 10

고식 9 신들의 황혼 상,하 - 사쿠라바 가즈키

2012년 우리말(NT노벨)

완결이다.
우와! 완결이다!
작가가 갑자기 커져버리는 바람에 라이트노벨 따위(?) 버리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완결을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하다.

여기까지는 좋다. 감동이긴 한데 정작 책 내용은..........

나무아미타불.

소녀 MEETS 소년 AGAIN

끗!
FIN
THE END!

이게 끝이다.
이거 상,하권이거든요, 근데 내용이 이게 뭔가요?
둘 다 사면 14,000원이거든요. 책도 무지 얇거든요? 근데 내용이 이게 뭔가요?
미스터리 라이트노벨이라고 불리우던 내용인 온데간데 없거든요? 미스터리는 도쿄 무너지면서 같이 탈출했나요? 기본인 빅토리카와 카즈야 두 주인공 이야기를 하면서도 충분히 미스터리를 섞을 여지가 있을 것 같았는데 작가는 무슨 생각에선지 그냥 '드라마'로 꾸몄고, 그마저도 진행속도가 대단히 빨라서 작정하고 '빨리 완결내야지! ㅋㅋ' 이러고 있는게 아닌가 뇌내망상도까지 펼쳐진다.

아무튼 기대이하의 완결편이다.
에필로그를 본편으로 해라, 그냥. OTL

평점 1 / 10

제철천사 - 사쿠라바 카즈키

2009년 도쿄소겐샤
2012년 우리말(북홀릭)

 <아카쿠치바의 전설>이란 작품을 먼저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제철천사>는 그 책의 외전이기 때문이다. 아, 단독으로 읽어도 별 지장은 없다. 다만 아카쿠치바의 전설 2부의 게마리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 제철천사의 손 발이 오그라드는 만화적 표현과 진행이 용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초장에 이거 읽다가 아 내 손발! 눈! 하면서 책을 저 멀리 집어던질지도 모른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중학교에 입학한 여주인공 아즈키가 철을 다루는 능력과 폭풍같은 사춘기에 오토바이로 폭주족을 이끌고 평정한다는 이야기다. 나도 젊었을 때는저렇게 질풍노도의 시기를겪었던가?좀 의아한 부분도 있다만 어차피 만화처럼 읽는 소설인지라 세세한 부분에 얽매이면 아웃이다. 아즈키의 친구(?) 스미레 이야기, 빵집 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조연들에게도 포커스를 조금만 더 맞추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아쉬움도 든다.

아, 이 책은 미스터리가 아니다.

평점 3 / 10

움직이는 집의 살인 - 우타노 쇼고

2011년 우리말(폴라북스)

거시기 집의 살인 시리즈 완결편.
시작부터 탐정 조지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충격적인 서두가 인상적이긴 한데, 아야츠지 유키토의 <미로관의 살인>과 같이 보면, 물론 각각의 시리즈 전작들은 전부 섭렵한 독자에 한해서 의미있는 비교가 되지 않을까? 둘 다 읽고 나면 흡사한 면면이 구석에서 보이기 때문이다.당연히 다른 부분은 이질적일 정도로 다른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본격 초기 소설답게 작위적인 설정과 작위적인 트릭 등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면이 요즘에 읽기에는 더 재밌는(?) 기분이 들 정도로 복고적인 분위기이면서 사건자체와는 별도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위한 트릭까지 마련하는 등 의욕작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재미는 그냥 평타 수준으로 쳐줄 수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런 식의 작품이 그 후로도 주류를 이루었다면 아마 지금의 우타노 쇼고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우타노 쇼고의 열성팬이라면 한 번 읽어봐야할 작품이겠고, 아니라면 그냥 <움직이는 집의 살인>이라는 책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도 무방할 것이다.

평점 4.5 / 10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기면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2012년 고단샤
2012년 우리말 (한스미디어)

<관 시리즈> 9번째 작품이다. 8번째 <깜짝관의 살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우리말로 출간 됐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면관의 살인>이 '8번째' 작품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전작인 <암흑관의 살인>과 비교했을 경우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어나더>(관 시리즈와는 연관은 없지만) 까지 끼워넣으면 <기면관의 살인>은 과거로의 회귀라고나 할까, 상당히 보수적인 작풍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교과서 같은 내용에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반응까지 공식대로 따라가는 느낌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흘러간다.

여기서 반응이 엇갈리는 것 같다. 관 시리즈 전부 읽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작가의 관 시리즈 이외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 등 고려한다면 반응은 더 엇가릴 것이다. <기면관의 살인>이 보여준 고리타분할 정도로 교과서에 집착하는 것 같은 진행을 작가의 의도나 의욕으로 해석하느냐, 그냥 재미없는 추리소설로 받아들이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고 나는 전자에 손을 들어준다.

아무튼 모처럼 나온 정통 미스터리이니 이쪽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사족) XX를 배운 메이드라니 아무래도 <어나더>에서 보여준 라이트노벨 색채(?)가 덜 빠진 듯 하다. ㅋㅋ

평점 6 / 10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 - 츠지무라 미즈키

2012년 우리말

 학원 미스터리의 대가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츠지무라 미즈키와 요네자와 호노부 두 명을 들고 싶다. 둘 다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물이 많은데 접근 방식이 무척 다르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미스터리 사건 자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캐릭터들의 관계와 내면과 성장이 우선이고 미스터리는 거들 뿐이다. 그에 비해 후자는 미스터리 자체게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말로 나온 <오더메이드 살인클럽>은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성장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다.

고등학생 여주인공 시점은 이미 <얼음고래>에서 한 번 선보인 방식이다. <얼음고래>의 여주인공은 시크한 성격으로 말이 여고생이지 읽고 있으면 그냥 한 명의 성인 여자 캐릭터였다면 <오더메이드 살인클럽>의 여주인공은 정말 주위에 있을 법한 여고생 캐릭터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뭘 이런 사소한 것 가지고 지랄을 하고 계신겁니까! 옆에서 태클을 사정없이 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나이때는 그게 심각한 고민이었을 것이고 어른이 된 지금 어릴 적 생각은 잘 나지 않는 것 또한 지당한 일이다. 아무튼 소녀 앤이 소년 도쿠나가를 만나서 살인을 주문하고 멋진 죽음을 계획하지만 그 결말은................뭐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엄마가 쓰던 수수한 식기의 브랜드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방긋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이러고 있는 나도 우물 안 개구리인 건 변함없지만......

평점 5.5 / 10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 우타노 쇼고

2007년 고분샤
2012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신본격 미스터리로 데뷔한 우타노 쇼고지만, 이미 우리말로 소개된 여러 편의 미스터리를 접해보면 그 느낌은 팔색조 같다. <긴 집의 살인>은 데뷔작인 만큼 풋풋한 본격의 향취가 난다면 <벚꽃~~그리워 하네>는 서술트릭의 극한(?)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었고, <밀실 살인 게임>은 본격이면서 감각은 게임에 가까운 그런 내용이었다. 이번에 나온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은 기존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연작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주인공은 마이다 토시미 형사다.  책 제목에 나온 히토미는 토시미의 조카.
6개 단편이 수록됐는데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인 내용이면서 시간 순서대로 연결이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몇 몇 단편은 사건의 진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서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사건 자체는 단편 특성상 놀라운 내용보다는 분량에 맞추어 깔끔하게 끝나도록 꾸며져있는데 히토미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냥 그런 연작 단편집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 꼬맹이 여자애 하나가 등장해서 재잘재잘 떠드는 대화가 첨가된 것 뿐(?)인데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드럽고(?) 경쾌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제목을 보고 나면 속았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작가에게 당했다(?)면 당했다고도 할 수 있고, 이 책의 진짜 반전(?)도 거기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후속편도 있는데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읽어 볼 예정이다.

평점 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