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31일 목요일

지옥의 기술사 - 니카이도 레이토

1992년 고단샤
1994년 고단샤 노블즈
1995년 문고판

니카이도 레이토의 대표 시리즈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 첫 작품이다. 일본 미스터리, 그중에서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란코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음 직할 것이다. 시리즈 주인공의 이름을 란포 작품에서 따온 것처럼 <지옥의 기술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란포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얼굴과 전신을 붕대로 감은 정체불명 괴한의 협박으로 시작되는 초반부가 딱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기괴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문장이나 문구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좋은 의미로)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라 남자가 신출귀몰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연속살인을 벌이고, 그중에는 3중 밀실 살인사건까지 등장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딕슨 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예 작가 스스로 밝힘)

분위기와 논리를 기반으로 한 전개는 전형적인 탐정소설이란 말에 걸맞은 완성도다. 다만, 작중 화자인 니카이도 레이토(엘러리 퀸 같은)는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을 고수하며, 여고생 탐정으로 데뷔한 니카이도 란코는 사건을 명쾌하게 (중간에 실수도 하지만) 해결하지만 딱 그것만 보여준다. 굳이 여자를 탐정으로 해야 할 당위성이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성이 모자란다고 말하면 더 간단하려나.그에 비해 작가의 다른 시리즈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는 캐릭터가 상당히 강조되는 데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지옥의 기술사>는 란포+카 조합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좋은 간식거리가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연결 부분이 부드럽지 못하고,캐릭터들의 대사에는 작위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또한 초반에 강력한 힌트가 포진해있는데 요즘 독자들한테는 금새 들통날 듯한 부분이다. 그것도 같은 방법으로 속여서 꼼꼼한 독자는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만들어 놓고 있다. 반대로 페어 플레이 정신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단점도 많지만 그래도 싫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소설을 모처럼 만에 읽어서 그런가 그냥 즐거웠다. 가장 재밌던 부분은 주석 부분. 소설 마지막에 작중 화자인 레이토가 달아놓은 주석이 꽤 많은데, 이게 압권이다. 소설 속 화자=작가라는 등식으로 생각한다면 작가 니카이도 레이토는 꽤 재밌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그리고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뭐 그래서 몇 년 전인가 <용의자 X의 헌신> 사태(?)도 있었고 말이다.


1992년 단행본으로 첫선을 보였는데, 권말에는 시마다 소지의 추천이 수록됐다. 당시 시마다 소지의 신 본격 선언과 맞물린 행보였던 듯. 니카이도 레이토 말고도 이미 우리말로 꽤 소개된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 <긴 집의 살인>이나 아비코 다케마루의 <8의 살인>도 전부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면서 시마다 소지의 추천사가 딸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라 남자가 나타나서 복수를 외치고 밀실 살인을 벌이는 장면은 나중에 아동 미스터리로 나온 <카의 복수>와 유사한 설정이다. 다만, <카의 복수>는 아동용답게 성인요소를 대부분 배제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30일 수요일

안녕, 드비쉬 - 나카야마 시치리

2010년 타카라지마샤
2010년 우리말(북에이드)

 <안녕, 드비쉬>는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 뽑힌 작품이다. 이미 출판된 작품을 갖다가 랭크 선정을 하는 동명의 그것과는 달리, 응모작 중에서 대상작을 뽑는 문학상 같은 것이다. 다만, 여기에 뽑힌 작품들이 우리말로도 그럭저럭 소개가 되고 있기는 한데, 문제는 지뢰가 많다는 것이다. 지뢰가 많으면서도 자꾸 그 지뢰를 밟게 만드는 것은 호기심일 뿐이다. 그렇게 집어든 <안녕,드비쉬>는 솔직하게 말해서 DMZ속에 숨겨진 '원석'이었다.

피아노. 1인칭 주인공 시점. 여고생.  화상으로 인한 장애. 클래식. 쇼팽. 드비쉬. 성장. 콩쿠르. 유산. 사건 or 사고. 대강의 소재만 나열하면 이렇다. 큰줄기는 화재로 인해 큰 화상을 입은 주인공이 화상을 극복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성장이야기다.하지만 화재로 인한 사망 그리고주인공을 둘러싼 작은 사고. 그리고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미스터리 양념이 들어간다.

청춘 미스터리. 라고 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미스터리 강도는 그리 크지 않다. 트릭이 쓰이긴 했지만, 눈치 빠른 사람은 1장 끝나고 바로 어떤 식의 기교가 기다리고 있을지 눈치를 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안녕, 드비쉬>의 결말 부분에서 솔직하게 놀랐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이런 류 이야기에 그런 트릭이 등장할줄은 예상밖의 일인 건 분명하니까 말이다. 다만, 문제는 피아노+클래식+성장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자기완결적인 내용 속에서 굳이 그런 '트릭'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남게 된다. 어쨌든 미사키 요스케라는 캐릭터 자체는 탐정으로서 꽤 매력적인 캐릭터다.(아니나 다를까 후속작이 있다.) 해서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독자 개개인의 문제이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어쨌든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이니 대상 자격은 충분하다고 봐야겠다.

참, 제목의 안녕은 HELLO가 아니라, GOOD BYE이다. 결말에서 자연스레 제목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좋았다. 시디를 샀더니 책이 붙어왔네~라고 무시할 뻔했는데, 다행이다. 후속편도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29일 화요일

여왕벌 - 요코미조 세이시

2010년 우리말 (시공사)

<옥문도> <팔묘촌> <이누가미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렇게 4종류만 소개되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여겼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의외로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는 긴다이치 월드. 작년에 소개된 것이 <여왕벌>이고 최근에 나온 것은 <삼수탑>으로 한 10권 정도 채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왕벌>의 특징은 이미 소개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김전일 할아버지가 주인공 탐정인 건 맞고, 역시 사실 범인은 처음부터 짐작은 하고 있다고 복장을 긁는 것도 여전하지만, 기존에는 트릭과 기교가 분위기를 좌우했다면 이번 <여왕벌>은 오밀조밀 갖고 노는 재미는 없다. 기존에 맛보던 기믹이 없다. 밀실살인이 있고, 연쇄살인이 있다고 하지만 원래 해답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계적인 미스터리 구조 보다는 시종일관 강조되는 '분위기'에 소설은 좌우된다. 이쁘네, 아름답네, 요염하네, 섹시하네 설레발 치는 미사여구가 많이 등장하는 데, 얼마나 미인이길래 그러나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온다 리쿠의 <여섯 번째 사요코>는 이보다 더 심했지만) 해서 미스터리 재미보다는 여왕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 편의 드라마 보는 재미로 여긴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본다. 나는 만족스럽게 읽었다. 오히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기존 냄새가 덜 나서 신선했다고 할까.

참, 페이지만 두껍지, 한페이지당 활자수는 줄어서 실제로는 <이누가미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 정도의 분량이고 여전히 <팔묘촌>이 가장 두꺼운 녀석인 것 같다. 뭐 덕분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서 넘기는 맛은 있었다.

평점 6 / 10

악마의 눈물 - 제프리 디버

1999년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문서감정가 파커 킨케이드가 주역으로 등장한 단권짜리 내용. 카메오로 '링컨 라임'도 출연한다. 초반에 잠깐 나와서 중요한 단서를 말해주는 역할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내용은 무차별 살인마 디거를 검거해야하는 데 단서라고는 '협박장' 뿐. 해서 문서감정의 달인인 주인공이 발탁된다. 아후 소설 대부분의 전개는 협박장을 단서로 서서히 범인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극적 긴장감을 위해 '시간'을 설정했다. 협작장에는 무작위 살인이 예고되는데 시간 간격은 4시간으로 총 3차례. 각 챕터에는 몇 시 몇 분, 이런 식으로 시간이 부제목 처럼 달려있고 그것은 곧바로 독자가 직접 소설 속 호흡과 일체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필적은 마음의 지문. 참 좋은 말이다.요즘에는 직접 글 쓸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이렇게 컴퓨터로 남기는 것 조차 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전문가가 내 글을 본다면, 자주 쓰는 단어와 문장 구조, 맞춤법, 자주 틀리는부분 등을 고려하면 대략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유추할수 있지 않을까? 짤막한 하나의 글로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모이고 모인다면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무의식적인 패턴, 사소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요소는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다. <악마의 눈물> 속의 범인도 그래서 잡히고 만다. 다만, 제프리 디버가 플롯 트위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설을 이리저리 꽈배기 처럼 꼬아 놓은 것은 즐거웠지만, 그걸 푸는 방식에 우연이란 만병통치약을 집어넣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두 세 바퀴 꼬인 꽈배기는 맛있지만, 너무 꼰 꽈배기는 끊어져버리기 때문이다.

2010년에 TV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재밌게 만들었을까?

평점 6 / 10

2011년 3월 26일 토요일

더 리프 (The Reef) (2010)

2010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조난 영화.
망망대해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의 공포와 상어에 대한 두려움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 영화입니다.
러닝 타임은 90분 정도. 꽤 짧더군요. 하지만 초반부 느슨한 전개와 플롯의 기복이 전혀 없는 플래한 진행임에도 원초적 공포에 대한 공감 덕분인지 꽤 스릴 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이가? 감정이입을 잘 하면 잘 할 수록 긴장의 끈 역시 팽팽하게 당겨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반대로 <죠스>나 <피라냐> 같은 걸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일테니까요.

진짜 저예산 영화입니다. 막판에 상어가 나오기는 하는데 조잡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승리입니다.

평점 5 / 10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2006)

2006년 개봉

당시에 스릴러와 막판 뒤집기가 좀 히트쳤을 때라 그런지 한국영화도 그런 콘셉트를 잡고 나온 녀석이 있었는데, 문성근, 주진모, 홍석천이 주연으로 나오는 <퍼즐>이 그렇습니다. 실제 이름은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인데, 아마 제목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낚였을(?) 것 같네요.

영화의 시작은 은행강도부터 출발합니다. 4명이 은행을 털고 문성근이 기다리고 있는 아지트로 찾아왔더니, 아 글쎄 리더인 문성근이 불에 타 죽어 자빠져있죠. 당황한 강도일당. 그럼 문성근을 이렇게 만든 이는 누구일까요? 남은 네 명 중에 한 명? 아니면 다른 이? 해서 이들은 어떻게 자신들이 은행강도짓을 하게 됐는지 반추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넘다들면서 서서히 진실을 향해 다가가죠.

시놉시스만 보면 꽤 재밌을 녀석입니다. 상영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라서 콤팩트하게 볼 수 있고요. 문제는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씨발'이라는 거 밖에 없다는 겁니다. <쏘우>1편 같은 녀석입니다. 이걸로 모든 설명이 다 됩니다. 다만, 쏘우 1탄 같은 긴장감이 퍼즐에는 없다는 게 차이죠. 그 뿐입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봅니다. 뭐 동시에 한계성도 같이 보여줘서 떨떠름하지만요.

해서 평점 4 / 10

2011년 3월 25일 금요일

롱 도그 바이 - 가스미 류이치

2009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2010년 우리말 (성안당)

미스터리 야! 는 주로 들녘에서 계속 나와서 <롱 도그 바이> 역시 그쪽에서 나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출간돼서 살짝 놀란 기억이 난다. 뭐 미스터리 야! 를 간행하던 리론샤가 파산했다가 다른 곳에 인수됐다고 하던데, 출판사 이야기는 뭐 그렇다 치고 책 자체는 미스터리 야! 시리즈와 비슷한 유형이다. 가볍게 읽기에는 좋지만, 미스터리에 한해서는 2% 부족한 느낌. 착안점이나 전개는 좋다.

<롱 도그 바이>의 주인공은 사람 인자에 '점과 선'만 그으면 나오는 견공이다. 물론 사람들도 나오긴 하지만 개 주인 정도 역할이라서 비중은 별로 없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그 주인공이 개(잡종)고 주인공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도와주는 역을 맡은 캐릭터들은 전부 개다. 그야말로 개판. 개 종류도 다양하다. 주인공은 시바이누 잡종이고, 조역들은 시베리안 허스키, 골든 리트리버, 치와와, 챠우챠우, 미니추어 닥스훈트, 웰시코기, 불도그,비글 등이다. 이렇게 합쳐서 G8이라고 G20보다도 국격이 높은 모임까지 있다. 우오~! 그 속에서 견종이 다른 만큼 각각의 습성을 살린 캐릭터성이 돋보인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 개만 보면 혐오감에 몸 둘 바를 모른다거나, 무섭다거나, 군침이 돈다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별 재미는 없을 거다.

그러고 보니 가스미 류이치 미스터리는 이 녀석으로 처음 소개된 건가? 아무튼 골 때리는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이지만 그 안에서는 꽤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것 같다. 뭐 내가 읽어본 몇 편에 한정한 얘기에다가 사람에 따라서는 좋고 나쁨이 좀 갈릴 소지가 다분하지만.

평점 5 / 10

2011년 3월 22일 화요일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

2011년

때는 조선 정조. 정조의 개혁과 그에 맞서는 수구파. 그리고 만연한 공납비리. 비리조사를 위해 정조의 특명을 받은 명탐정(김명민)은 수사를 벌이지만 정체불명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누명을 쓰고 투옥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서를 찾게 되고 겉으로는 열녀 조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비리 조사를 위해 한 지역을 찾게 되는데…….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라는 역사 추리소설이 있다. 첫 번째는 <방각본 살인사건>이었고, 두 번째가 <열녀문의 비밀>이었는데, <조선 명탐정>은 두 번째 <열녀문의 비밀>을 바탕으로 개작한 녀석이다. 그래서 시대배경과 열녀로 추앙받는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라는 점은 원작과 영화가 갖은 코드를 갖고 있다. 아 물론 밀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 아무튼, 원작은 시리즈물이고 영화는 그게 아니다 보니 원작의 캐릭터 설정이나 분위기 등을 대폭 변경했다. 특히 코미디를 대폭 첨가했는데, 이게 좀 좋고 나쁨이 갈릴 듯하다. 근엄한 표정의 김명민이 펼치는 코믹한 연기라서 재밌는 면도 있지만 때로는 과장하는 장면도 있다 보니 취향을 탈 듯하다. 해서 원작에는 없는 개장수라는 캐릭터까지 등장해서 (이런 류 장르에서는 필수적인 조역이겠다.) 김명민과 호흡을 맞춘다. 덕분에 원작에는 없는 막판에 가서 밝혀지는 사실이란 점도 추가되긴 했지만 사실상 전체 플롯과는 상관없는 요소라서 아쉽기도 하다.

미스터리는 자체는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시대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단점 더하기 장점 곧 완성도(일반적으로 미스터리에 국한해서 쓰는 의미와는 다르지만)로서는 높다. <그림자 살인>같이 어설프게 미스터리를 부각하는 것보다는 <조선 명탐정> 이 시도한, 코믹 퓨전 사극 스타일에 미스터리를 양념으로 넣은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리라. 군데군데 무리수를 던지는 장면이 보이는데, 어차피 이 영화는 무슨 계몽영화가 아니라서 크게 문제 삼을 요소는 아니라 본다. 아쉽기는 해도 말이다. 보고 나서 뿌듯하고 기억에  남을 영화는 아니지만 보는 동안 적당하게 즐거웠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다만, 기억해야할 것은 영화를 재밌게 봐서 호기심으로 원작을 들췄다가는 잘못된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원작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다른' 녀석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작을 재밌게 본 분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참, 시대 미스터리로서 예전에 개봉했던 <혈의 누>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평점 6 / 10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브로큰 윈도 - 제프리 디버

2008년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링컨의 사촌 아서 라임이 살인죄로 잡힌다. 링컨은 해당 사건을 조사하면서 완벽한 증거물 앞에서 허점을 발견한다. 곧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촌 아서는 무죄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진범의 정체는 오리무중. 단서는 개인 정보를 수집해서 판매하는 회사 SSD인데….

최근 개인정보 누출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데 <브로큰 윈도>는 그걸 소재로 삼아 만든 스릴러다. 비슷한 유형으로 2001년도에 나온 <블루 노웨어>가 있긴 한데, 이쪽은 주요 소재는 해킹이었다. 개인 정보, 프라이버시, 해킹, 전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들이긴 한데, <블루 노웨어가> 좀 미래지향적이었다면 <브로큰 윈도>는 현실지향이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소재는 그렇다 치고 제프리 디버하면 엎치락뒤치락 독자를 밀고 당기는 전개에 있는데 <브로큰 윈도>는 단순한 플롯으로 무장한 녀석이다. 개인 정보라는 핵심 소재는 독자의 관심을 잡아끌고 전율을 느끼게 하는 데 충분하지만, 플롯이 소재를 받혀주지 못한다. 디버 식 '보이지 않는 범인' 같은 요소가 있긴 한데, 평범한 수준이고 무엇보다 전작과의 연관성이 많다. <본 콜렉터>와 <콜드문>을 읽은 독자라면 낯익은 캐릭터가 나와서 참 반가울지도 모른다. 특히 <콜드 문>에서 인상 깊었던 그 캐릭터를 떠올린다면 말이다. 솔직히 본 내용보다는 링컨 라임의 과거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링컨 라임 시리즈 8번째 작품이면서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에 가장 하위권에 넣고 싶은 녀석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녀석은 시리즈 5번째 <사라진 마술사>이다.


평점 6 / 10

블랙 에코 - 마이클 코넬리

1992년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해리 보슈 시리즈 1편이자, 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

2010년 처음 우리말로 소개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996년에 이미 한 번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그 이후로 출간 기록이 없는 걸 보니 아마 쫄딱 망해서 더는 내놓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가 2009-2010년에 마이클 코넬리 소설이 여러 편 소개되면서 결국 <블랙 에코>도 다시 우리말로 나오게 된 것 같다. 경위야 어쨌든 개인적으로 기대하던 녀석이다. 다만, 문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도 한 녀석이라는 점이다.

인형사 사건으로 비무장 범인을 사살하게 돼서 좌천당한 보슈. 어느 날 우연히 통보받은 시체 발견 현장. 보슈는 그곳에서 과거 베트남 참전 시절 동료 메도우스의 얼굴을 보게 된다. 단순한 약물사고라고 생각했던 동료의 죽음이 살인으로 밝혀지고 은행강도 사건이 접점으로 드러나면서 FBI까지 개입하는 등 사건은 점점 커진다.



정갈한 묘사와 설명, 진행 그리고 캐릭터들까지, 분명히 공들여 쓴 데뷔작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그림은 단조롭고 반전은 상투적인 수법을 답습하고 있다. 범죄 스릴러란 장르가 어제오늘 나온 것도 아니고 이걸 쓰는 작가도 한두 명이 아니다. 역시 1992년 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9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읽기에는 모자란 구석이 보이는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황금기 걸작 미스터리들이 지금 읽어도 놀라움을 주는 것을 보면 고전은 역시 고전이 될 만한 가치가 있다. <블랙 에코>가 순수한 미스터리적 놀람과 재미는 적을지는 몰라도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 소설로서는 아주 흥미롭다. 보슈가 사건을 두고 분투하는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다시 되돌아 보지 않았지만,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살며시 물어보는 장면 하나만으로 보슈는 이런 캐릭터다 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14일 월요일

녹슨달 - 하지은

2010년 드림노벨

<얼음나무 숲> 이후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음악가를 소재로 한 <얼음나무 숲>과 후속편 <모래 선혈>은 소설가가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화가가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는 하지은의 '작가(예술가) 시리즈'라고 부르는 데 <녹슨달>은 최신작에 해당한다.

 그림 때문에 자살한 아버지 때문에 화가의 길을 걸으려고 하지 않았던 파도 조르디. 그러나 그의 재능은 결코 숨길 수가 없었다. 한 공방의 제자로 들어 가면서 되면서 그림 수업을 쌓는 파도. 하지만, 공방에는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에 애정을 쏟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화가의 길을 걸으려는 파도와 그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한 남자로서 사랑하는 여성을 갈구하는 파도와 그의 주변 이야기들.

 사실 기본 줄거리만 묘사한다면 사실 전작과의 차이점을 잘 묘사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죽음'을 향해 살아가듯이 하지은의 작가 시리즈의 방향성은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죽었다고 간단명료한 표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결과보다는 과정. 누구나 태어나서 죽지만 어쩔게 살았는지는 다 다를 테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얼음나무 숲> <모래 선혈> <녹슨달>은 닮은꼴 쌍둥이 같으면서도 배다른 형제다.

 어쨌든 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스타일이지만 그 두 개는 양립할 수 없는 요소가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녹슨달>은 이런 것들을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서서히 흥미롭게 진행하는 성장소설이다. 단지,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과 관계를 맺는 조역들이 더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악역을 맡은 '시세로'가 그런데,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새침데기 같은 모습으로 주인공과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나누는 시세로의 뚱한 표정이 머릿속으로 그려져서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날 정도였다.

판타지 소설이긴 하지만 딱히 그런 데 구애받으면서 읽을 필요는 없다. 이런 건 전작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녹슨달>도 똑같다. 소재도 그림이긴 하지만 굳이 그림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더라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인간은 상상하는 동물이고, 내가 음악가도 아니고, 소설가도 아니고, 화가도 아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퍙점 7 / 10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 미치오 슈스케

2009년 신초사
2010년 우리말(은행나무)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원제 : 용신의 비)>는 <섀도우>와 비슷한 선상에 있는 미스터리이다.
뭐 사실 이 한 문장으로 <용신의 비>의 한 80%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섀도우>의 경우는 나이 어린 '화자'라는 처지 때문에 몰입감 쪽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던 탓인지, <용신의 비>는 일단 기본 화자가 두 명이다. 그 중 한 명은 미치오 슈스케의 전매특허(?)답게 초등학생이고 다른 한 명은 19살이라는 설정이다. 일본은 만 나이로 계산하니 우리식으로 따지면 스무 살이니, 성인이나 마찬가지다. 아이와 성인인데 시점은 그렇다치고

소설을 관통하는 '진짜' 주인공은 '비'.

하늘의 용이 내리는 비 때문에 소설 속 캐릭터들은 '농락' 아닌 농락을 당한다. 비만 내리지 않았더라면. 그날 하필 비가 내리는 바람에. 뭐 그런 식이다. 자연이란 거절할 수 없는 우연 때문에 생긴 일과 가족 이야기. 초기작보다 꽤 친절한 작품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최근작은 독특한 세계관이나 무리수를 두는 구석이 줄었다. 둥글둥글하게 변한 게 좋은 것도 같지만, 개인적으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서 느낀 독특함이 꽤 좋아서 아쉽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속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서 미치오 슈스케의 팬이라면 이번 <용신의 비>도 기본 재미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족 愛 측면에서 말이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9일 수요일

도미노 - 온다 리쿠

2001년 (가도카와 쇼텐)
2004년 문고판 (사진)

2010년 우리말 (북홀릭)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이 웃음 넘치는 사건들의 연속이라니, 제목 <도미노> 처럼 처음에는 느긋하게 넘어가다 후반으로 갈수록 제트코스터처럼 신이 나게 쓰러지는 블록을 지켜보며, 흥분으로 가슴이 한가득한 그런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결말도 깔끔해서, 온다 리쿠 소설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멋진 소설!!

 소설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왜냐면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만 무려 5페이지다. 등장인물은 28명!! 등장인물 중에는 같은 직장에 속한 동료도 있지만, 사실상 전혀 관계없는 남남들의 온퍼레이드다. 대체 온다 리쿠는 어떤 소설을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겨우 380여 페이지밖에 안 되는 단권짜리 장편소설에,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기용해도 괜찮은 걸까? 제대로 이야기 진행은 되는 걸까? 결말 수습이 힘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기도 했다.

< 도미노> 는, 도쿄역 부근을 배경으로 한날한시에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우연하게 모여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는, 한편의 유쾌한 코믹연극을 보는 느낌의 소설이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등장 장면은 전혀 많지 않다. 각 장의 화면 전환은 처음에는 약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전체의 그림을 모르는 독자는 퍼즐 조각 몇 개를 눈앞에 두고 무슨 그림일지 상상을 해야 하는 고충을 겪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등장이 빈번히 바뀜에도, 굳이 처음의 인물소개 페이지를 다시 들춰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머릿속으로 부드럽게 관련 정보들이 입력된다. 바로 여기서 작가의 필력을 느꼈다. 지금까지 읽었던 온다 리쿠의 소설은 결말이 느슨하다거나, 플롯이 약하다거나, 너무 만화적이다거나 하는 단점을 지닌 것들이 많았다. 뭐, 본인이야 그런 면도 마음에 들었기에 이렇게 파고들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단점은 단점이다. 하지만 <도미노>는 그런 단점들을 전부 날려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플롯과 이야기 전개와 사건 그리고 마무리까지, 어찌 보면 온다 리쿠 답지 않은 완성도-아우라-롤 뿜어내고 있다. 자세한 스토리 관련 이야기는 생략한다. 사실 이런 데서 간단하게 소개하기도 버겁다. 나중에 읽을 분들을 위해 줄거리는 그냥 건드리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여담이지만, 등장인물 중 초등학생 여자애가 뮤지컬 오디션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초콜릿 코스모스>가 바로 떠올라서 괜스레 즐거웠다.







영화 <매그놀리아>
음악 <프린스> 'THE REST OF MY LIFE'


평점 8 / 10

블랙 스완 (2010)

아카데미 상이 어쩌고 해서 근래 흥행성적이 좋다고 하는 데, 사실 그런 요소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기는 좀 어려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일단 소재가 발레다.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먼은 발레를 위해서 몸만들기까지 했다던데 핵심 소재가 발레로 시작해서 발레로 끝나기 때문에 거기에 별 관심이 없다면 초장부터 흥미가 감소할 수도 있다. 물론 영화에서 정작 중요한 건 발레보다는 '완벽(Perfect)'를 향한 열정(?)이기 때문에 발레 대신에 영화, 소설, 음악 등 다른 걸 넣어도 지장은 없다. 해서 발레와 백조의 호수를 이번 기회에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영화를 보면 충분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이야기고 내면적으로는 그 밖에도 좀 불편한 소재가 몇 가지 있지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다.

아무튼, 장르는 스릴러 쪽에 속한다고 보면 되긴 할 것 같은 데, 순수한 의미의 미스터리 쪽은 솔직히 점수를 줄 여지가 별로 없다. 주인공의 내면과 영상 기교란 요소는 이제는 새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블랙 스완>이 긴장감을 담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력과 조역들의 호연 덕분이 아닌가 싶다. 효과적인 연출도 물론 한몫하고 있지만 가녀린 백조가 요염한 흑조로 변해가는 과정이 끈적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블랙 스완>은 영화를 상큼하고 깔끔하게 순수한 의미의 오락으로 받아들이는 관객한테는 별 재미는 없을 것이다. 그 점만 주의해서 감상한다면, 모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영화를 볼 기회가, - 그것도 극장에서다 - 있을 것이다. 
평점 7 / 10

2011년 3월 7일 월요일

악몽의 관람차 - 기노시타 한타

2008년 겐토샤 문고
2009년 우리말(살림)

악몽 시리즈 세 번째. 우리나라에는 두 번째로 소개됐는데, 실제로는 3번째에 해당한다.

2006년 <악몽의 엘리베이터> 2007년 <악몽의 드라이브> 그리고 2008년 <악몽의 관람차> 이런 순서다. 이 밖에도 <악몽의 도박맨션> <악몽의 상점가> 등도 있지만, 이 녀석들까지 전부 우리말로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는 하는 데, 뭐 사람 일이라는 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속단하기에는 이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순서 이야기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편의상 <악몽 시리즈>라고 부르는 기노시타 한타의 대표작 중에 <악몽의 관람차>가 흥미 위주의 오락소설에 가장 잘 맞는 녀석이다. 전작 -이라고는 해도 내용상의 연결점은 없다 -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착안점은 좋았지만 그걸 엔터테인먼트로 풀어가는 수법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는데, 그런 면에서 <악몽의 관람차>는 개선 된 모습을 보여준다. 적당한 인정과 가족애 그리고 복수까지, 보편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퍼즐 조각을 맞추는 쏠쏠한 재미가 잘 살아 있다.

다만, 정통 미스터리는 없다. 캐릭터들 배경 이야기와 코믹한 설정과 소등극이라는 전개가 호불호를 가릴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한 오락영화 한 편 보는 셈 친다면 <악몽의 관람차>는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보여줄 거로 생각한다. <악몽의 엘리베이터>에서 실망해서 <악몽의 관람차>에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 그 상태에서 <악몽의 관람차>를 집어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도 재미없다면 뭐 어쩌겠나. 기노시타 한타와는 영원히 안녕인 거다.

(사족)
<악몽의 관람차>는 일본에서는 문고판으로만 나왔다. 전작 두 편은 단행본-문고판 순서였고.

평점 6 / 10

2011년 3월 6일 일요일

모노레일 고양이 - 가노 도모코

2006년 문예춘추
2009년 문고판

가노 도모코의 일반 단편집으로 미스터리는 아니다. 아니, 아주 살짝~정말 살짝 양념 정도는 보이기는 하는데 워낙 약해서 그냥 일반 소설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 그나마 숨기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있다면 '마이 풀리시 엉클' '세임 타임 넥스트 이어' '신데렐라의 성' 정도려나? 이것도 굳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도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읽다가 읽을수록 이게 아닌 데 싶어서 표지를 뒤적여보니 그 어디에도 미스터리의 미 자도 안 보인다. OTL 그 후 깨끗하게 미스터리를 던지고 사심 없이 대하니 그제야 본연의 재미가 나왔다. 수록된 단편은 총 8편. 주요 소재는 '상실'이다. 잃어버린 것에 관한 이야기와 치유라고 하면 되겠다. 전반적으로 감동을 주는 내용이긴 한데 워낙 소소한 이야기라서 취향을 탈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모노레일 고양이

표제작. 초등학생 주인공이 살이 피둥피둥 찐 도둑고양이를 통해 비슷한 또래의 아이와 쪽지를 주고받는 이야기. 같이 놀러 가자고 하지만 전서'묘'인 모노레일 고양이가 차에 치이고 마는데.........

-퍼즐 속의 개

전업주부인 주인공. 사람 기다리는 게 서투르다. 해서 '지그소퍼즐'을 하면서 남편을 기다리곤 한다. 어느날 중고시장에서 싸게 파는 백야 퍼즐(아무 그림도 없는 그냥 하얀색 퍼즐) 사 와서 맞추는 데 퍼즐 속에서 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이 풀리시 엉클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삼촌과 달랑 남은 여고생 주인공. 하지만, 삼촌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일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집에서 밥만 축내고 있던 밥충이였다......

-신데렐라의 성

골드 미스 주인공은 체면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남자와 위장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는 남자한테만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기묘한 삼인(?) 동거가 시작된다.

-세임 타임 넥스트 이어

딸을 불치병으로 잃고 난 엄마가 주인공. 딸의 생일날, 딸과 좋은 추억을 보냈던 '황혼' 호텔을 예약한다. 왜냐하면, 그곳에 가면 죽은 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
라면집 사장인 주인공. 처음에는 손님으로 인산인해였다가 어느 날부터 손님의 발길이 점점 끊어지는데.....

-포토스 나무
결혼을 앞둔 주인공. 양가 부모 상견례를 두고 고민이 많다. 왜냐하면, 주인공 아버지는 구제불능의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최악이고 그런 아버지 곁을 한시라도 빨리 떠나기 위해 자립을 해서 지금의 나가 되었다. 하지만......

-발탄 마지막 날
가재가 주인공인 단편. 후타라는 소년에게 잡혀온 가재의 1인칭 시점. 가재의 눈을 통해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평점 6 / 10

2011년 3월 5일 토요일

인사이트 밀~7일간의 데스게임 (2010)

요네자와 호노부의 동명의 미스터리 소설 <인사이트 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버전. 줄거리 일부와 핵심 소재가 닮았고 세세한 곳에서 원작과 생각보다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원작 소설은 우리말로 출간중이니 어지간 하면 그냥 원작을 보길 바란다.


주인공 유키 역을 맡은 후지하라 아무개는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참 찌질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어떻게 이번에도 어김없이 똑닮은 연기를 보여준다.이건 연기가 좋은게 아니라 그냥 그런 연기 밖에 못하는 것 같다. 스와노 역을 맡은 아야세 하루카는 왜 나왔니? 라는 말이 떠오른다. 원작 스와노는 이렇지 않지 말이다. 그나마 이시하라 사토미와 다케다 신지가 좀 분투하고 있다.

어쨌든 인사이트 밀 영화판도 여타 일본영화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좋은 원작을 어떻게 각색하면 이렇게 망가트릴 수 있는 지, 좋은 견본을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견본이 너무 많아서 탈이란 말이지. ㅋㅋ

평점 1 / 10

나인 마일즈 다운 (Nine Miles Down) (2009)

저예산 B급 스릴러.
사막 한 가운데 땅 파는 연구소 직원들이 단체로 실종된다. 보안요원인 주인공 잭은 조사원으로파견된다. 아무도 없는 연구소에는 미모이 여성 한 명만 생존.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수상쩍다. 땅 속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수상한 여인. 과연 여인의 정체는......?

여자의 정체만 놓고 보자면 미스터리로 봐도 별 상관은 없겠다. 심지어 정체에 관련해서 단서까지 주니까 말이다. 그런데 단서도 그렇고 해답도 그렇고 너무나 쉬워서 이걸 갖고 헤매는 사람들은 솔직히 별로 없을 것 같다.그 밖에는 주인공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 속에서 환영과 현실이 뒤섞이는 장면이 빈번해지면서 종종 깜작 놀랄 만한 씬이 나온다. 호러 향신료도 살짝 가미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읽은, 우타노 쇼고의 <여왕님과 나>와 비교해서 보면 괜찮을 것도 같다.

어쨌든 '믿음'에 관한 영화다. 확장해석하면 종교라는 이름의 집단망상으로 이어지겠지만 말이다. 영화 자체는 싱겁지만 핵심소재 만큼은 참 무서운 녀석이다. 그냥 그렇단 얘기.

평점 4 / 10

2011년 3월 4일 금요일

컨트롤러 (2011)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이 주연한 영화.
최근 개봉작인데, 경고부터 해야겠다.

이거 엄청난 '지뢰'다.
발목지뢰도 아니고 사정 안봐주는 '대전차' 지뢰.

영화가 뭘 말하려는지 참 보기 쉽게 알려주는 건 좋은데, 표현 방법이 많이 후졌다.

SF 스릴러와 액션을 담은 뭔가 박진감 넘치면서 그 안에 사랑 놀음도 담고 있는 그런 영화라고 착각해서는 심히 곤란하다. 내가 그랬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울었다. 나도 울로 옆사람도 울고. 나는 돈이 아까워서 울고, 옆사람은 하품하다가 입이 찢어져서 운 것 같았지만.

영화 자체는 서슴없이 쓰레기라고 평하고 싶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번 생각해 봄직 하다.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한없이 꼬이다가 인생까지 꼬여서 주변을 원망한 적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나한테는 필요한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실패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자유 의지가 있는 한 나는 나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부처님 손바닥 안 이라면??? OTL)


참 우리 맷 오빠, 뛸 적에 '가슴'이 좀 흔들리는 것 같던데;;;;;; 많이 후덕해지셨다. OTL

평점 2 / 10

2011년 3월 3일 목요일

네코지마하우스의 소동 - 와카타케 나나미

2006년 고분샤
2009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 (작가정신)

하자키 시리즈 3탄.이미 알고 있는 팬이라면 팬심으로 읽으면 될 것이고, 이 녀석을 처음으로 집어든 사람이라면 주의사항이 필요하겠다. 통칭 하자키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녀석은 일상의 소동을 (살인 사건이 있지만 결코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아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다들 심각하겠지만;;) 가볍게 풀어낸 미스터리 장르라서 이상야릇한 기대를 하고 집어 들면 배신감에 치를 떨테니까 말이다. 물론 3편이 시리즈 중에서 미스터리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캐릭터들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분명 즐겁고, 보는 맛이 있지만 그 뿐이다. 미스터리적 재미만 생각하면 하위권. 중간 중간 팬들을 기쁘게 하는 장면이 더러 나오긴 하지만(모르고 넘어가도 상관없는 부분이라 그냥 무시해도 무방하다.) 역시 그 뿐이다. 줄거리야 검색만 해도 나올테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참, 여기서 활약(?)한 DC를 주인공으로 한 단행본이 얼마전 일본에 출간 된 듯 하다. 제목은 <폴리스 고양이 DC의 사건수첩>. 우왕!!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는데. 이왕 하자키 시리즈 3편까지 내놓은 김에 다른 것들도 다 내주면 참 좋을텐데. <쿨캔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모두의 불행> 그리고 <폴리스 고양이 DC> 이야기까지.

평점 5 / 10

더미 - 김지훈

2010년 이타카

이타카에서 나온 SF 풍 소설.

가축용 사료로 개발된 '레인보 아미노산'이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비만은 급속도로 빨라진다. 이에 레인보 아미노산을 개발한 주인공은 죄책감을 느끼고 비만해결 연구를 시행하지만 거듭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고기 '더미'가 탄생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진화를 하게 되는데…….

마인드 맵 같은 녀석이다. 이런 식품첨가물이 생기면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소설로 풀어 본 듯하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녀석은 아니다. 국판 크기에 한 페이지에 27줄이나 들어간 활자 그리고 440여 페이지. 분량 면에서 꽤 많은 편이다. 게다가 줄 바꾸기 꼼수도 부리지 않았다. 따라서 어지간한 일본 소설 번역본 2권 정도에 해당하는 녀석을 단권으로 묶어 놓은 셈. 가격 대 성능 비는 우수하다. 물론 그 안에는 '재미'도 포함되어 있다.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인생이 어둠 속에 숨어서 도사리는 미스터리라고 본다면 <더미>는 매우 넓은 의미의 미스터리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욕심이 욕심을 부르는 세태를 비꼰 풍자 소설로 읽어도 좋을 법한 SF 소설. 우울하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희망이 보이지는 않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니겠는가? 체념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그런 게 인생살이지. 아무튼 결론은 비만과 탐욕의 상관관계는 언제나 흥미진진한 연구 대상이란 것.

평점 6 / 10

여왕님 과 나 - 우타노 쇼고

2005년 가도카와쇼텐
2009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제목과 초반 진행만 보면 정말 철저한 '낚시 소설'에 해당하는 <여왕님과 나>.

마흔 살 먹은 중년 백수 '신토 카즈마'가 초등학교 육학년인 '라이미'라는 미소녀를 만나서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는 내용일 것 같았던 소설이 라이미의 친구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그제야 미스터리다운 내용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30센티 인형을 두고 여동생이라고 뇌내망상을 작열하는 주인공의 판타지는 코미디다. 정통 미스터리다운 묵직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발칙하다. 나중에 타이틀을 다시 살펴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밀실 살인게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나름 이 책에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런 기대는 한 쪽에 치워두는 게 좋겠다. 일개 독자의 참견이지만.

코믹하면서 어처구니없는 그런 내용의 <여왕님과 나>이지만 그런데도 읽고 나면 씁쓸함이 남는다. 주인공의 망상을 따라가면서 즐겨도 되지만 망상은 망상일 뿐. 꿈에서 깨어나서 접하는 현실은 마냥 씁쓸할 뿐이다. 핵심 소재만 놓고 보면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요즘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고 하던데, 남 일이 아니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