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9일 수요일

블랙 스완 (2010)

아카데미 상이 어쩌고 해서 근래 흥행성적이 좋다고 하는 데, 사실 그런 요소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기는 좀 어려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일단 소재가 발레다.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먼은 발레를 위해서 몸만들기까지 했다던데 핵심 소재가 발레로 시작해서 발레로 끝나기 때문에 거기에 별 관심이 없다면 초장부터 흥미가 감소할 수도 있다. 물론 영화에서 정작 중요한 건 발레보다는 '완벽(Perfect)'를 향한 열정(?)이기 때문에 발레 대신에 영화, 소설, 음악 등 다른 걸 넣어도 지장은 없다. 해서 발레와 백조의 호수를 이번 기회에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영화를 보면 충분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이야기고 내면적으로는 그 밖에도 좀 불편한 소재가 몇 가지 있지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다.

아무튼, 장르는 스릴러 쪽에 속한다고 보면 되긴 할 것 같은 데, 순수한 의미의 미스터리 쪽은 솔직히 점수를 줄 여지가 별로 없다. 주인공의 내면과 영상 기교란 요소는 이제는 새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블랙 스완>이 긴장감을 담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력과 조역들의 호연 덕분이 아닌가 싶다. 효과적인 연출도 물론 한몫하고 있지만 가녀린 백조가 요염한 흑조로 변해가는 과정이 끈적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블랙 스완>은 영화를 상큼하고 깔끔하게 순수한 의미의 오락으로 받아들이는 관객한테는 별 재미는 없을 것이다. 그 점만 주의해서 감상한다면, 모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영화를 볼 기회가, - 그것도 극장에서다 - 있을 것이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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