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31일 일요일

블랙 아이스 - 마이클 코넬리

1993년  The Black Ice
2010년 우리말 (랜덤하우스)

 해리 보슈 시리즈 두 번째.

 시리즈 두 번째지만 아마 제대로 해리 보슈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이 두 번째 작품이 아닌가 싶다. 과거에 얽매인 동료 경찰을 통해서 주인공 해리의 과거 이야기가 슬며시 나오며, (이복형제 이야기는 아마 여기서 처음 나온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그 이복형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얼마 전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되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버전 추천!) 결국 다음 작품에서 해리는 자기 어머니의 과거를 속속들이 파헤치기 된다. 그리고 마지막 코요테에서 일단락되는 구성. 아마 필연이었을 것이다. 해리 보슈라는 시리즈 주인공의 관점에서는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순수하게 사건만을 놓고 본다면 스탠드 얼론과 마찬가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용은 이하와 같다.

 해리가 알고 지낸 경찰 한 명이 자살한다. 유서에는 달랑 한 문장이 적혀 있다. 난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고 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동료 경찰은, 들어갈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올 때는 뜻대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산탄총으로 자기 머리를 날려 버렸으니까. 때마침 해리는 자신이 맡은 사건과 죽은 동료 무어의 자살 사건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서 사건의 이면을 들쑤시다 보니 뭐 어쩌고저쩌고 해서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니 정말 단순한 것 같다.

  구성 자체는 상당히 정통 스타일이다. 사건의 발생. (자살, 살인 등) 용의자와 단서 추적. 범인 체포.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까지.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변칙(또는 반칙) 스타일의 스릴러를 더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좀 싱거운 녀석이 될 것이고, 정통파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담백한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깔끔한 녀석이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전자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점수를 박하게 줄 수밖에 없지만, 그걸 고려해도 적당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평점 6 / 10

2011년 7월 30일 토요일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 도진기

2010년 들녘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2편이다. 1편과는 달리 좀 더 간결하고 깔끔하게 변한 것이 이번 편의 최대 특징이다. 또 하나는 전편은 의외의 범인과 속임수 중에서 트릭 쪽에 약간 더 비중이 있고 그다음에 범인이라는 (굳이 나누자면) 느낌이었다면 이번 2편은 기교 보다는 범인의 정체와 동기 쪽이 비중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이건 읽는 사람에 따라서 바뀔 부분이니까 딱딱하게 흑백논리처럼 나뉘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사건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술집 호스티스가 직업인 젊은 여성이 살해당한다. 그런데 여자 시체 옆에 젊은 청년의 시신이 같이 발견된다. 알고 보니 밑에 층에 사는 젊은이로 무직에 여자를 쫓아다니던 스토커라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살인사건인 것 같았지만 갈수록 범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합류하면서 사건 속에 숨은 진실이 밝혀진다.

이 책은 다 좋은데, 아쉬운 점이라면 사건 자체가 너무 담백하다는 점이다. 사건이 복잡하지 않고 깔끔해서 독자도 이리저리 짱돌이 아니라 머리를 굴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점은 분명히 장점이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사건에 충격이 없다 보니 김빠진 맥주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사건을 더 복잡한 형태의 꽈배기로 만들었다면 분량도 늘고 진행도 늘어져서 신속한 맛은 적어졌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어떤 형태의 작품이 나왔을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1편 초반의 늘어짐을 2편에서는 없애려고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1편과 2편 출간에 틈이 있던 것이 아니라서, 얼마 전 새로 나온 시리즈 3편을 읽어봐야 더 자세한 사정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초반에 법정 장면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법정물도 좀 나오나? 했지만 아직은 아닌가 보다.

 평점 6 / 10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 이우혁

2010년 해냄

<퇴마록> <왜란종결자> <치우천황기>의 작가 이우혁의 3권짜리 스릴러. 15년간 준비한 대작이라는 광고문구와 미스터리 분위기를 잔뜩 풍길 것 같은 줄거리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했던 녀석이다. 뒤늦게나마 읽긴 했는데, 독서 후에 남은 건 착잡함이다.

일단 책은 3권으로 이루어졌고, 한 권당 대략 320-330 페이지 정도이다. 다 합치면 거의 1,000페이지에 육박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게다가 1페이지당 26줄이고 폰트도 작은 편에 속하니까 활자양도 꽤 많은 축에 속한다. 분량만 보면 대작이 맞다. 게다가 미국을 배경으로 초반부터 등장하는 엽기 범죄자와 정체불명의 헤라클레스로 몰입도도 꽤 좋은 편이다. 물론 1권까지의 얘기다. 하지만, 2권을 지나 3권을 가게 되면 책의 장르는 이리저리 바뀐다. 이 바뀌는 패턴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떠올려보니 <가다라의 돼지>가 이와 꽤 유사하다. <가다라의 돼지>는 아예 무대가 바뀌면서 장르도 같이 완전히 탈바꿈한다면 <바이퍼케이션>은 같은 무대에서 장르가 살짝 변형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또 하나는 기시 유스케 스타일의 소설인데, 문제는 나는 기시 유스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람 소설 중에 재밌게 본 건은 <푸른 불꽃>과 <유리망치> 1부와 <신세계에서> 정도다. 나머지는 다 그저 그랬다. (<악의 교전>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우혁의 <바이퍼케이션>에서 왠지 모르게 기시 유스케 냄새가 나서 좀 기분이 나빴는데, 그래서 더 평가에 인색했을지도 모른다. 그 점을 고려하길.

콘솔 게임에서 <바이오 하자드>라는 유명한 공포 액션 게임이 있다. 이것보다는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갑자기 게임을 들고 나온 이유는, 호러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블록버스터 액션처럼 바뀐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있는데, 1탄에서 갇힌 저택 안에서 오밀조밀하게 좀비와 놀던 재미가 나중에는 꽝꽝~ 으로 바뀌는데, 이게 <바이퍼케이션> 느낌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직 <바이퍼케이션>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점에 유의해서 읽는 편이 좋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의외의(?) 범인이 나오기는 하는데, 사실 이건 <쏘우> 수준인지라 그다지 의미를 둘 요소는 아니지 싶다.

평점 4 / 10

2011년 7월 19일 화요일

새컨드 사이트 - 나카노 준이치


2003년 문예춘추 (20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2006년 문고판

나카노 준이치의 데뷔작.
카바레에서 일하는 하야마 타쿠토. 실은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피아니시트를 목표로 했다가 손가락 부상을 계기로 삐딱선을 탄 인생이다. 오늘 어쩐일인지 가게 넘버원 '에리카'가 상담할 일이 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스토커 퇴치. 에리카의 부탁을 받아서 스토커를 퇴치하지만, 정작 에리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카바레를 무대로한 2시간 특집 드라마 같은 내용의 미스터리이다. 왜 이 녀석이 대상을 탔나 그게 더 미스터리에 가깝긴 한데, 어쨌든 주인공이 호스티스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다고 하는 기본적인 노선이 '마약'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별 볼일 없을 뿐.  하드 보일드 스타일을 답습하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에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이 썩 재밌지가 않다. 술술 잘 읽히지만 그 뿐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이 녀석이 대상을 탔다는 게 더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타쿠토와 여주인공 카린이 다시 나오는 후속편도 있다. 제목은 <론도 카프리치오소>. 안타깝게 미스터리는 여전히 발전이 없었다.

평점 3 / 10

2011년 7월 18일 월요일

론도 카프리치오소 - 나카노 준이치

2007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주인공 히야마 타쿠토는 유명 지휘자 아버지에 유명 첼리스트 어머니를 두고 어릴 적에 천채 피아니스트라고 불리우기도 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싸움으로 손가락 부상을 입고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고 불랑스럽게 놀다가 현재는 신주쿠 모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 알바하면서 먹고 살고 있죠. 타쿠토한테는 친구 아키라와 고지가 있는데, 이 중에 고지가 빌딩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타쿠토는 고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란 생각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는, 뭐 그런 평범한 미스터리입니다.

<론도 라프리치오소>는 작년 12월에 발매한,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수상으로 데뷔한 나카노 준이치의 3번째 장편 미스터리입니다. 간단한 스토리는 위의 소개한 뼈대대로 진행됩니다만 세부적으로는  주인공 타쿠토에게는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는 애인 카린이 있는데, 그녀는 '예지능력자'입니다. 상대방과 접촉하면 상대방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먼 미래는 아니고 가까운 미래죠. 물론 100% 성공도 아닙니다. 상성이 맞는 사람은 접촉하는 족족 미래가 보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주물러도(?)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소설 중간에는 이 능력을 이용해서 고지의 사망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협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 타쿠토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작자가 나타나서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카린이 신주쿠 서쪽 출구로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 말 안듣고 갔다가 도모미란 여성과 만나게 된다거나, 카린을 집적거리는 신사적인 남성은 알고보니 야쿠자에다가, 친구 고지는 죽었지, 주인공 주변에 이런 저런 소동이 일어납니다만, 워낙 뻔해서 마지막에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새로운 등장인물이라고 나와봤자 '뻔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준비는 했는데, 앞의 모든 걸 예상할 수 있다면 앞으로 등장할 반전도 그 범위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외성이 거의 전무한 미스터리가 됩니다.

의외성(반 전)이 아니라 논리를 파고드는 독자라고 해도 반응은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체는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 가깝게 여기저기 탐문하러 다니면서 정보를 하나 하나 얻는 방식- 여자와 관련되는 것까지....- 입니다. 후반부에 범인(?)일당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면서 근거를 제시하는 항목에서는 실소가 흐릅니다. 그런 근거를 제시하면서 설명하는 부분은 한정적이고 나머지는 책장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밝혀진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할 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무척 단순하죠.

대신 진행이나 문체 템포가 좋아서 읽기가 무척 편합니다. 술술 막 읽힙니다. 미스터리 때문에 점수를 짜게 줬지만 그냥 적당히 읽기에는 나쁘진 않더군요.

참 고로 본서는 <새컨드 사이트> 2003년(20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자 동상 마지막 수상작이)의 후속편에 해당합니다. <새컨드 사이트>는 주인공 타쿠토가 카린과 만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음 해에 <크로스 게임>을 발표하고 한동안 신작이 없다가 2007년에 본서가 발간됐더군요.

사족) 제목의 유래는 멘델스존의 곡입니다. 음악 관련 사전지식이 없다고 해도 '멘델스존' 이름은 많이들 들어봤을 겁니다. 아무튼 한 때 저도 피아노를 좀 했던터라 그리운(?) 이름을 미스터리에서 접했습니다.

평점 3 / 10

2011년 7월 17일 일요일

워치맨 - 로버트 크레이스

2008년 THE WATCHMAN
2011년 우리말(에버리치홀딩스)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스릴러가 유행하는 것 같다. 이름있는 출판사에서 상표를 하나 만들어서 그런 녀석들만 모아다가 꾸준히 출간하고 있고, 이번에는 이스케이프라는 브랜드로 로버트 크레이스의 '조 파이크' 시리즈 첫 작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대표작인 <몽키스 레인코트>는 비슷한 브랜드 노블마인에서 출간되었고, 스탠드 얼론이었던 <투 미닛 룰>과 <데몰리션 앤젤>은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서 나왔다.

  원래 조 파이크는 앨비스 콜 시리즈에서 파생한 작품이다. 앨비스 시리즈에서 콜의 파트너로 인상적으로 나왔던 캐릭터가 반대로 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인데, 뭐 그래봤자 <워치맨>을 실제 보면 알겠지만 앨비스 콜도 출연해서 이런저런 활약상을 보여준다. (주로 농담 따먹기로??)

 이야기는 간단하다. 이번 파이크의 임무는 부잣집 딸내미를 보호하는 것. 단순 자동차 충돌 사고를 냈던 젊은 처녀가 살인,살인청부업자,테러와 관련되고 여기에 파이크가 끼어들면서 사건은 미묘하게 얽힌다. 다만, 스토리 자체는 그리 특출 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작품의 재미는 치밀한 플롯과 반전이 아니라 (있긴 있지만, 솜방망이 같은 녀석들이니 기대는 하지 마라) 파이크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까. 파이크 만세! 만세! 만세! 하면 재미도 따라온다. 반대로 파이크가 시답지 않다면 <워치맨>은 괜히 똥폼만 잔뜩 잡다가 소화불량 걸려서 피식 피식 방귀가 나와 기분 잡치게 하는 녀석이 될 것이다.

(사족) 모 만화가 떠오른다. 도시 모였나, 모모 사냥꾼이었나? 주인공 파이크가 호색한처럼 그려졌다면 쌍둥이 형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스케이프  출간 예정작을 보니 기대되는 녀석들이 제법 된다. 다들 무사(?) 출간되길 기원해 본다.

평점 6 / 10

모차르트 컨스피러시 - 스코트 마리아니

2008년 THE MOZART CONSPIRACY
2011년 우리말 (노블마인)

전직 SAS 요원 주인공이 동료의 여동생을 호위하게 되면서 그 속에서 모차르트와 관련된 음모론이 전개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동료이자 친구. 친구의 여동생은 과거의 연인이자 15년 만의 재회. 표적이 된 연인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 보니 역사를 거스르는 음모와 살인이 현재에 되살아난다. 제목 그대로 내용을 담은 액션 스릴러.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 담긴 '숨은 음모'와 관련된 이야기니까 말이다. 다만, 문제는 음모 자체의 규모는 크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대단히 가늘다는 것이다. 야금야금 추적해가는 맛은 있지만, 진실 자체는 워낙 앙상해서 (원래 진실이란 게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고 해도) 미스터리만 따로 떼어놓고 평하면 솔직히 기대 이하다. 앙상한 뼈를 오로지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액션으로 가리는 면이 마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골다공증 환자 같다. 페이지 수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400쪽. 그런데 챕터는 총 70개 정도 아니한 챕터 당 평균 5-6쪽이니 얼마나 화면 전환이 빠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녀석은 '벤 호프'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 물 중의 한 편이다. 벤 호프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연금술사의 비밀>이란 녀석이라고 하는 데 아쉽게도 우리말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뭐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리처가 좀 더 지적이며 마초답다면 벤 호프 쪽은 긴박감 넘치는 빠른 진행과 화면 전환에 액션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는 점이 두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이가 아닐까 싶다. 뭐 다른 벤 호프 시리즈를 전부 읽어보고 내린 것이 아닌지라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이 느낌은 바뀔 가능성이 크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겠다.

평균 5 / 10

벤 호프 시리즈
1. 연금술사의 비밀
2. 모차르트 음모
3. 둠스데이 예언
4. 이단자의 보물
5. 그림자 프로젝트
6. 잃어버린 유물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살인의 숲 - 타나 프렌치

2008년 In the Woods
2011년 우리말(영림카디널)

2008년인가 그 해 유력한 미스터리 신인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단, 미리 말해둘 것은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살인의 숲>은 정말 실망스런 녀석이 될 거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스터리는 있지만 '진정한' 미스터리는 없으니까.

정말 방대한 분량이다. 페이지 수만 보면 540. 여기까지는 영미권 소설이라면 뭐 보통 수준의 페이지다. 하지만 한 페이지당 활자량으로 세세하게 따지면서 들어가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살인의 숲>은 1페이지당 '27줄'이 들어갔으며 폰트 크기도 '작다'. 작금의 초등학생용 소설 같은 폰트 크기만 보다가 깨알같은 녀석을 보니 내가 벌써 '노안'인가 싶은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아무튼 사실 마음만 먹으면 두 권으로 분권해서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분량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단권으로 나왔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느낀 거지만 단권으로 내놓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분권으로 내놨다면 아마 욕은 딱 10배는 더 먹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과거 실종됐다가 기억을 잃은채 발견된 주인공이 커서 형사가 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맡은 어린소녀가 살해당한 사건이 과거의 잃어버렸던 기억과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 페이지 수는 엄청나게 많은데 사건 자체는 황야 처럼 썰렁하다. 과거의 사건이 있지만 그 과거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성장에 영향을 줄 뿐 결정적인 부분과는 끝까지 동떨어져있다. 오히려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보다는 주인공 라이언의 파트너 '캐시'라는 캐릭터가 훨씬 생동감 있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알고보니 다음 작의 주인공이 캐시라고 한다. 오히려 그 작품이 훨씬 재밌을 것 같지만, 데뷔작 같은 심리묘사에만 중점을 둔다면 별로 읽고 싶지는 않다.)

왜 제목을 '살인의 숲'으로 했을까? 다 읽고 나면 부적절한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그냥 숲 속에서 라고 했더라면 차라리 점수가 +1은 됐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감성이 심히 거슬린다.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가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부' 드러내도 충분히 통할 법한 내용이다. 뭐 다른 의미로 독자 뒤통수를 후려 패는 구조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집 뒤에는 무조건 해답편이 실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내가 싫어했던 요소를 다른 누군가는 장점이라고 치켜 세울 것이다. 말하자면 <살인의 숲>은 취향차이를 노골적으로 타는 소설이니까 잘 선택해야한다.

평점 4 / 10

2011년 7월 4일 월요일

마지막 형사 - 피터 러브시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편.



 사건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그냥 호숫가 근처에서 신원미상의 나체 여성 시체가 발견되고, 피터 다이아몬드는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가 야금야금(정말 양파껍질 벗기는 것 같다.) 밝혀진다. 그런데 책 두께는 꽤 두껍다. 종이재질 때문에 두꺼운 감이 더 들긴 하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쳐도 거의 600페이지에 육박하기에 객관적으로 봐도 두꺼운 편이다. 사건은 단순한데 책이 두껍다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루함을 <마지막 형사>는 시점 교환이란 걸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반 지지부진하던 사건 진행은 중요한 용의자(?)의 말 한마디로 인상이 확 달라지는데, 그다음에 곧바로 그 용의자의 시점으로 사건이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나중에 또 나온다. 단순히 페이지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이걸 통해서 플롯을 더욱 흥미롭게 꾸민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도 재밌게 꾸몄다. 초반에 단순하게 넘어갔던 요소가 나중에 크게 주목받고, 다시 그걸 뒤집기도 하는 등 반전의 반전을 꾸민 요소가 귀여울 정도다. (피터 다이아몬드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백화점 앞에서 애들을 상대하는 것만큼이나.ㅋㅋ)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진실은 씁쓸하지만, 여운이 남는다.

 다 좋은데 문제는 아무리 봐도 국내에서 그리 팔릴 녀석 같지가 않다. 게다가 시공사. (뭐 다른 출판사들도 비슷하겠지만) 돈 안 되는 시리즈물은 과감히 커트하는 곳 아닌가. 이렇게 시공사가 손대서 커트당 한 시리즈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걸 내주고도 욕먹는다고 하나? 그냥 아예 안 나오면 그러려니 하는데 감질나게 한 두 권 내놓고 커트시켜버리면 기다리던 독자는……. 그래 그럼 영어를 배우자!! 영어학원 등록해야 하는 건가? ㅠ. ㅠ 아무튼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도 아무래도 그 리스트에 들어갈 것 같다. 차라리 그냥 건너 띄고 시리즈 4편을 다음에 내는 건 어떨까?

평점 7 / 10

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최제훈

2011년 자음과모음

일단 이 소설은 '캐논 변주곡'을 염두해두어야 할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캐논 변주곡은 워낙 많은 걸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같은 갈래에서 나왔지만 닮은 듯 하면서도 닮지 않은 각자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하는데,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 들어있는 4개 중단편도 비슷한 구도를 갖고 있다. 제일 처음에 수록된 '여섯 개의 꿈'은 범죄 카페의 회원 여섯 명이 눈 덮힌 산장에 고립되고 그 안에서 차례차례 정체불명의 범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방패로한 곳에서 나와 직접 마주보게된 사람들은 '연쇄살인'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딜레마를 겪는다. 여기서 각자 밝혀지는 개개인의 신상은 그대로 다음 중편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묘하게 연관이 있는 듯 없는 듯 두루뭉술한 것 같다가 때로는 선명하게 가슴을 휘잡기도 한다.

보고 나면 엔터테인먼트의 탈을 쓴 순문학 쪽에 가깝다는 느낌도 들지만,  받아들이는 독자에 따라서 이런 반응 역시 갈릴 것 같다. 나야 순문학이건 오락문학이건 '미스터리' 형식을 받아들여서 그걸 활용(적든 많든)했다면 모든 건 전부 '미스터리'로 수렴된다는 입장이라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역시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로 넣는다. 아무렴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내가 죽으면 세상은 멸망하는 거 아니겠는가? ㅋㅋ

사족) 번역가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지면상에서 벌이는 묻지마 살인극이라.......상당히 재밌는 내용인데, 이 녀석만으로 어떻게 장편으로 꾸미면 꽤 흥미로운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점 7 / 10

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 아카가와 지로

2010년 우리말(태동출판사)

 97년인가 98년도 경에 '서울문화사'에서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로 나온 적이 있는 녀석이다. 당시 <소년탐정 김전일>이 한창 인기를 끌었기 때문인지, 학산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6권이 전부 출간되기도 했고 서울문화사에서는 김전일 소설판 뿐만 아니라 아카가와 지로의 대표작이기도 한 <삼색 고양이 시리즈>에 손을 댔다. 하지만, 결과는 둘 다 개망신? 관 시리즈는 나중에 절판되고서 입소문이 타서 중고가격이 더 높아지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삼색 고양이 시리즈>는 그런 입소문조차 없던 것 같다. 아는 사람만 그냥 재밌게 보거나, 한두편 보고 머릿속에서 지웠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도 같은데……. 나야 뭐 전자에 속하는 경우겠다. 원래부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를 좋아했고,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가 제격이다.

  아무튼,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녀석이 아마 대략 8권인가 9권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내가 갖고 있는 녀석은 작은 판형의 6권이 다다.) <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이하 기사도)>는 <얼룩 고양이 홈즈의 로맨틱 가도 살인사건>과 같은 녀석이다. 사실 기사도가 원래 일본어 제목 그대로이고, 로맨틱 가도 살인사건은 알기 쉽게 풀어놓은 타이틀이다. 이외에도 서울문화사판 제목은 원제목과 다르다. 참, 서울판에는 삽화도 그대로 실렸지만, 태동판에는 없다. 이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다. 뭐 내용이야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 거니 생략하고, 미스터리 자체도 사실 특출난 녀석도 아니다. 하지만, 난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중에서 이 녀석을 제일 좋아한다. 이유야 갇힌 고성에서 벌어지는 클로즈드 서클(....)이고 로맨스와 치정을 유머로 엮어 놓은 면이 시리즈 장점만 잘 섞어놓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판은 판형도 작고 얇아서 좋았는데, 태동판은 어째선지 같은 내용의 책이 엄청 두꺼워 보인다. (사실은 종이 때문이지만)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