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해냄
<퇴마록> <왜란종결자> <치우천황기>의 작가 이우혁의 3권짜리 스릴러. 15년간 준비한 대작이라는 광고문구와 미스터리 분위기를 잔뜩 풍길 것 같은 줄거리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했던 녀석이다. 뒤늦게나마 읽긴 했는데, 독서 후에 남은 건 착잡함이다.
일단 책은 3권으로 이루어졌고, 한 권당 대략 320-330 페이지 정도이다. 다 합치면 거의 1,000페이지에 육박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게다가 1페이지당 26줄이고 폰트도 작은 편에 속하니까 활자양도 꽤 많은 축에 속한다. 분량만 보면 대작이 맞다. 게다가 미국을 배경으로 초반부터 등장하는 엽기 범죄자와 정체불명의 헤라클레스로 몰입도도 꽤 좋은 편이다. 물론 1권까지의 얘기다. 하지만, 2권을 지나 3권을 가게 되면 책의 장르는 이리저리 바뀐다. 이 바뀌는 패턴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떠올려보니 <가다라의 돼지>가 이와 꽤 유사하다. <가다라의 돼지>는 아예 무대가 바뀌면서 장르도 같이 완전히 탈바꿈한다면 <바이퍼케이션>은 같은 무대에서 장르가 살짝 변형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또 하나는 기시 유스케 스타일의 소설인데, 문제는 나는 기시 유스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람 소설 중에 재밌게 본 건은 <푸른 불꽃>과 <유리망치> 1부와 <신세계에서> 정도다. 나머지는 다 그저 그랬다. (<악의 교전>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우혁의 <바이퍼케이션>에서 왠지 모르게 기시 유스케 냄새가 나서 좀 기분이 나빴는데, 그래서 더 평가에 인색했을지도 모른다. 그 점을 고려하길.
콘솔 게임에서 <바이오 하자드>라는 유명한 공포 액션 게임이 있다. 이것보다는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갑자기 게임을 들고 나온 이유는, 호러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블록버스터 액션처럼 바뀐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있는데, 1탄에서 갇힌 저택 안에서 오밀조밀하게 좀비와 놀던 재미가 나중에는 꽝꽝~ 으로 바뀌는데, 이게 <바이퍼케이션> 느낌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직 <바이퍼케이션>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점에 유의해서 읽는 편이 좋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의외의(?) 범인이 나오기는 하는데, 사실 이건 <쏘우> 수준인지라 그다지 의미를 둘 요소는 아니지 싶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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