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0일 토요일

언젠가 둘은 두마리 - 니시자와 야스히코

2004년 고단샤 미스터리 랜드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아동용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주로 독특한 상황설정을 이용항 본격 미스터리를 그리는 작가의 아동용 미스터리라~~ 구미가 많이 땡기죠.

주인공 도모키는 어느날 부터 잠 들면 '고양이'가 되는 꿈을 꿉니다. 사실 그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죠. 고양이 '제니'가 되어 근처 개 '비타'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상한 능력을 가진 초등학생 소년입니다. 도모키가 사는 마을에서 얼마전 초등학생 여아가 유괴당할 뻔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범인은 붙잡히지 않고 시간이 흘러 초등생 여자애들 3명을 차로 치려고 하다가 미수로 그친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2명은 운 좋게 피했고 1명은 피하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혼수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2명이 증언으로 범인은 전에 유괴미수범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개 비타와 고양이 제니(도모키)가 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역시 작가 성향(?)답게 평범한(?)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기본 설정은 모 외국소설의 설정을 그대로 따왔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본 내용은 '역시' 니시자와 야스히코 스타일이란 말로 갈음이 될 정도로 작가색이 물씬 풍깁니다. 미스터리 쪽도 복선의 배분도 자연스럽고 난이도가 꽤 쉬운 편입니다. 사건의 진상 역시 초중반에 '마니아'라면 대략 전체상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연령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라는 면 때문에 난이도 설정을 쉽게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좀 더 어렵게 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애들을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칠테니까요. 그래도 어거지 해피엔딩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말 짓는 (반전까지 포함해서) 결말 부분까지 보면 괜찮은 아동용 미스터리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무난하지만 무난한만큼 안정적인 재미를 보여줍니다.

비슷한 콘셉트의 아동용 미스터리 중에 미스터리 야! 보다는 미스터리 랜드 시리즈 쪽이 '아직'까지는 더 맘에 듭니다. 문제는 후자는 책 값이 무지 비싸다는 점. 국내에 우리말로 나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

평점 5 / 10

2008년 8월 29일 금요일

공룡계곡의 소녀들 - 야마다 마사키

2007년 리론샤
우리말 출간중

원제 : 비의 공룡

<미스터리 오페라>의 작가 '야마다 마사키'가 '미스터리YA!' 브랜드로 선보인 약간은 판타스틱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여중생 히토미를 주인공으로 그녀의 친구 사야카, 아뮤미가 등장하는 세자매가 아니라 세소녀의 이야기입니다. 학교 영화부에 속한 히토미는 영화부 담당 교사 아사미가 마을의 공룡유적발굴현장 근처의 다리에서 추락해서 죽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아사미 선생의 사망이 사고였는지 아닌지 여부를 놓고 경찰이 수사를 하는데 이 와중에 용의자가 수사망에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용의자는 무려 '공룡'이었습니다.

히토미는 모종의 목적 때문에 아사미의 죽음을 조사하고, 사야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교수 때문에 사건에 발을 드리밀고, 여기에 아뮤미까지 가세합니다. 게다가 사건 현장에서는 딱 20년전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죠. 그때도 용의자가 '공룡'이었지만 결국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되었습니다. 아무튼 세 소녀는 공룡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역시 성장소설입니다. 여기에 미스터리 색채를 가미했다고 봐야 옳겠죠. 자칭 명탐정이라고 하는 소년(엘러리 퀸 신자입니다. 하하)이 등장해서 20년전 사고사에 관한 진상과 현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해 이런 저런 추리를 피로해보지만 <비의 공룡>에서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히토미, 사야카, 아뮤미, 이 세 명이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포인트입니다. 사건에 관한 확실한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고 봐야겠죠. 사건 자체는 재밌고 중간에는 논리적인 추리도 존재하지만 주인공 입을 통해 그런 추리는 '필요없다'고 부정당합니다.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지만 <비의 공룡>은 소녀시대에 '작별'을 고하는 세 소녀의 청춘 소설(미스터리)입니다. (소녀시대 팬들은 화내지 마세요~ '그' 소녀시대가 아닙니다.....)

현재까지 미스터리YA! 브랜드로 나온 소설 읽은 것 중에는 <카카오 80% 여름>이 제일 나았을 정도니까 말이죠. 그러고보니 이번 달에 일본에서 <카카오 80% 여름>의 속편이 나온다고 하네요. 기대중입니다.

여담) 이번 부터 평점 기준을 바꿨습니다. 0~10점에서 '5점=보통' 기준으로 점수를 주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개나 소나 9점 안팎이었지만 아마 앞으로 그런 점수는 보기 힘들겠네요.

평점 4 / 10

2008년 8월 28일 목요일

수은기담 - 마키노 오사무

2007년 리론샤

'미스터리 YA!' 시리즈 일환으로 나온 소설이지만 '광의'의 미스터리에 넣고자해도 넣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 장르는 그냥 판타지입니다. 호러? 스런 느낌이 초반에 있긴 하지만 '미쓰다 신조'가 그린 호러를 보고나니 <수은기담>의 호러는 '애들 장난'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판타지 호러 계열로 넣으면 되겠죠. 여기에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이니 성장 소설로 읽어도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진정한 과학 클럽'이란 오컬트 서클에 모인 7명의 소년 소녀 시절 이야기가 오히려 재밌습니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과거 클럽 멤버 중에 한 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스토리는 시작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미스터리' 테이스트가 강했지만 '수은'의 힘을 이용한 내용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완벽하게' 판타지로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이끄는 과정 반전 그리고 복선의 배분에 논리성을 보인다면, 판타지라고 해도 충분히 미스터리겠습니다만, 이 소설은 그런 과정은 일절 없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은 강압적인 해피 엔딩. 사실은 꿈이었지롱? 같은 스타일로 끝나는 결말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이 브랜드 자체가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했기에 죄다 죽어나가는 결말로 만들자니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식 특유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스타일의 결말은 질리도록 봐와서인지 '또냐!!'라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해피엔딩이 싫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결말이 자연스러워야 읽고 나서 만족감이 커지는 법이죠. 그래서 저한테 <수은기담>은 다 읽고 나서 상당히 불쾌한 소설이 됐습니다.

미스터리YA! 브랜드 시리즈를 전부 읽어볼 예정이었는데, 이런 뜻하지 않은 핵폭탄급 지뢰를 밟아버려서 앞으로 독서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듯 합니다. 계획 대폭 수정! OTL

평점 1 / 10

2008년 8월 27일 수요일

재앙의 집 - 미쓰다 신조

2007년 고분샤 문고판

<잘린 머리와 같은 재앙>을 매우 좋게 읽어서 미쓰다 신조도 '신경 쓰이는' 작가 카테고리 안에 몰래 넣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문고판 오리지널로 등장한 본서는 당연히 관심사에 들어갔죠. 아무튼 작가가 일관되게 써온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무나가타 고타로'라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고타로가 이사를 가는데, 그곳에서 묘한 기시감(데자뷰)를 느끼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처음 온 집을 전에 본 적이 있지 않나 느낀 고타로에게 옆집의 이상한 할어버지는 '조심하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죠. 근처 숲은 마을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곳이고 이사 온 집안에서 '귀신'을 목격하는 등 고타로는 목적을 알 수 없는 공포에 떱니다. 결국 친구 '오이카와 레나'와 협력해서 원인을 규명하려는 고타로가 맞닥뜨리는 진실은 과연.........? 넓은 집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떠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독서하면서 문득 든 생각은 한여름에 인적이 드문 시골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재미가 3배는 되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죠.

그럼 이런 전형적인 호러에 어떻게 미스터리 요소를 결합했을까?가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공포에 대항하려는 주인공이 결국 공포를 이기는 스타일은 이 소설이나 다른 공포영화나 비슷한 구성입니다. 하지만 공포를 이기기 위해 진실을 알아가는 프로세스가 미스터리로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재앙의 집>은 일단은 호러 성격이 강하지만 그 안에는 단서도 충분히 제시합니다. 그리고 제시한 상태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은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죠. 독자는 왜 주인공이 불안에 떨까? 생각하겠지만 이미 불안 요소는 앞서 제시한 상태입니다. 이걸 알아차린 독자라면 이미 밝혀진 사실과 연결지어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그림은 그대로 결말의 내용이기도 하죠. 여기에 호러라면 당연하다면 당연할 '네버 엔딩'스런 결말도 그대로 채용했습니다. 일견 '해피' 엔딩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라는 결말 역시 호러 장르에서 많이 보이는데 이런 부분까지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복선은 앞서 당연히 풀어 놓았습니다. 뜬금없는 그런 결말이 아니죠. 호러의 전형적인 공식+기본적인 미스터리 요소가 잘 결합한 그런 소설입니다.

단점이라면 교과서적인 내용이다보니 재밌긴 하지만 '특별함'이 부족합니다. '개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좋을까요? 점수 자체는 높게 줬습니다만 약간 찝찝합니다. 아무튼 단순한 호러 영화를 보면서 항상 미스터리 요소를 좀 도입하면 더 재밌을텐데!! 아쉬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점 6 / 10

신 세계7대 불가사의 - 구지라 도이치로

2005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야마타이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역사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데뷔한 구지라 도이치로(희한하게 지금까지 사메 교이치로라는 이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의 전작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역사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전작이 '일본 역사'와 관련한 내용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세계사' 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아틀란티스 대륙, 스톤 헨지, 피라미드, 노아의 방주, 진시황제, 모아이 석상 등의 내용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주요 등장 캐릭터는 전작과 거의 같습니다. '사오토메 시즈카'가 일반적인 해설을 담당하고, 여기에 세계사 교수인 하트맨이 일종의 청자=독자 역할, 역사에 무지한 미야시타가 일종의 '탐정역'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트맨이란 미국인을 제외하면 전작과 동일한 인선입니다. 1화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관한 내용인데, 역사에 잼병인 미야시로에게 미스 시즈카가 타박을 주며 설명하고 설명을 들은 미야시로가 불가사의를 풀어간다는 내용의 반복이죠. 그래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라도(설마 그 정도로 사전 지식이 없을리는 없겠지만요..)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습니다.

미스터리의 포인트는 WHY? 입니다. 피라미드는 왜 '거대'하고 '그런' 형태를 띄고 있을까? 스톤 헨지는 '왜' 만들었을까? 뭐 그런 당연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런 요소를 제외하면 미스터리로 볼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데뷔 단편이 수상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말이 역사 미스터리지 철저한 고증 같은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란 분량이기 때문에 일종의 '탁상공론' 스타일로 '그렇지 않을까? 음, 맞아! 그럴거야!' 정도로, 모든 단편의 결말이 그렇게 끝납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내용입니다. (재밌는 건 보통 일본소설의 첫머리나 끝머리에는 반드시라도 봐도 좋을 정도로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 등등의 문구가 보이는데, 이 단편집은 '이 소설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라는 유머스럽게 꾸며놓았습니다.)

미야시로가 밝히는 내용을 보고 '오호~' 또는 '피식~' 거렸다면 성공이라고 봐야겠죠. 백이면 백 모든 걸 '일본사'와 연결하려는 부분이 좀 맘에 안들었지만 (아마 우리나라 소설가가 썼다면 전부 우리나라 고대사와 연결 지었겠죠.) 미스터리 답게 한정된 단서로 '왜'를 규명해가는 과정 자체는 뭐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여기에 나온 내용을 믿는 독자도 없을 것이고 저자도 독자를 설득하기위해 이런 내용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냥 한 번 주욱 읽어보고 한켠으로 치워도 좋을 정도의 그런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여담) 칵테일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는데, 칵테일 소개 소설로 인식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 하네요. (...)

평점 4 / 10

2008년 8월 26일 화요일

미스터리 아일랜드 - 다지마 도시유키

1991년
2006년 도쿄고겐샤 문고판 (사진)

원제는 <불가사의 섬>인데 그냥 영문 제목인 <미스터리 아일랜드>로 기재했습니다.

시코쿠 근방의 섬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주욱 학교를 다니고 현재는 학교 선생인 여주인공 유리코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15년전에 유괴당해 근방의 무인도에 7시간 가량 방치된 적이 있는데, 이 사건 때문에 유리코는 도회지로 나가질 못하고 그냥 섬에서 눌러붙어 살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페리안에서 한 남성을 만나는 걸 계기로 유리코는 15년전의 유괴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합니다. 500만엔의 몸값을 요구한 유괴범에게 가족은 돈을 건네고 유리코를 무사히 구출한 후에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경찰 수사망으에서 용의자를 꼽지만 결국 전원 알리바이 성립으로 사건은 오리무중.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흐르죠.

유리코에게 유괴사건을 파헤치도록 꼬시는 남성 사토미 료지. 그리고 유리코의 작은 아버지는 사토미를 보고 그를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사토미에게 섬을 떠나라고 종용까지 하죠. 원래 작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유리코는 15년전 유괴사건의 범인은 작은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유리코는 사토미 료지가 숨기고 있던 사실 - 료지의 형이 15년전에 의사로 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자살했다는 내용 - 을 알고 혼란에 빠집니다. 료지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과거의 사건은 유리코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를 철저히 배신하는 형태로 진상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진실 앞에 유리코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진실이란 동전의 양면입죠.

기본적인 사건과 자살을 잇는 구성은 색다른 면은 없습니다. 대신에 섬을 이용한 물리적 트릭은 신선했습니다. 91년이란 시간을 생각하면 당시에는 지금보다 '참신한' 면이 많은 트릭이었겠죠. 과거의 유괴사건, 비슷한 시가에 일어난 자살, 실제 지형을 이용한 물리적 트릭 그리고 중간 중간 대담하게 박아놓은 복선까지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은 미스터리입니다. 분량도 250페이지 정도로 얇은 편이라 읽기에도 부담없습니다.

(여담) 마지막 결말이 제가 생각한대로 였다면 점수를 0.5 정도 더 줬을지도 모르겠네요. 막장 루트로 가다가 '브레이크'가 걸려서 아쉬웠습니다.

평점 5 / 10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흑마술 살인사건

2008년 고단샤

'혈류지간 살인사건,부동고교 학원제 살인사건' 편과 같이 나온 중편 분량입니다. (상,하권으로 나온 내용을 장편으로 봤을 경우)

지옥의 그 분(?)이 재등장하는 최신작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김전일 공식(?)이 들어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내용누설과 관련있기에 여기서 입을 다물겠습니다. 아무튼 김전일 소설 시리즈의 마지막인 <사종관 살인사건>의 등장인물이 '흑마술 살인사건'에서 나옵니다.

거래처 회사의 사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경찰은 사고사로 처리하지만 친구는 김전일을 불러서 진짜 사고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달라고 요청하죠. 그래서 김전일과 미유키는 친구와 함께 '흑마술(부두)관'이란 곳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주'와 '연쇄 살인'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범죄 뒤에는 '지옥의 그 분'이 자리잡고 있죠.

마지막에 범인을 한정하는 단서로 제시하는 증거와 이미 독자에게 보여준 복선의 연결이 매끄러운 편입니다. 내용을 좀 더 '엽기적 '으로 바꿔서 장편으로 바꿨어도 괜찮았을 법한 내용입니다. 잡지 연재분은 아예 보지를 않아서 현재 최신작이 연재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음편에서는 '제발' 2부를 대표할 만한 멋진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는 이미 '애장판'이란 명목으로 김전일 시리즈가 재출간 됐지만 일본에서는 '이제서야' 애장판이 등장합니다. 다음달부터 발매인데 1권은 500페이지가 넘는 볼륨이라고 하네요. 연재 당시의 컬러 페이지 복원이 들어갔을지가 관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애장판2로 나오려나요? OTL)

여담) 소설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사종관 살인사건>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도 상관없습니다.

평점 4 / 10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혈류지간 살인사건,부동고교 학원제 살인사건

2008년 고단샤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이 2부로 들어와서는 부정기 연재라고 해야하나 1부 떄와 같은 속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설영전설 살인사건> 이후에 오랜만에 선 보인 최신작입니다. 기존엔 상,하 2권 구성의 장편으로 나오다가, 이번에도 2권 동시발매는 맞지만 구성은 다릅니다.

먼저 소개하는 내용은 '혈류지간 살인사건' '부동고교 학원제 살인사건' 이렇게 2개의 단편입니다. 잡지 연재순서는 '부동고교 사건'이 먼저고 '혈류지간 사건'이 그 다음입니다. 그리고 따로 나온 '흑마술 살인사건'으로 연재순서가 이어집니다.

먼저 '혈류지간 사건'은 '일단은' 바둑이 소재입니다. 어쩌다보니 김전일이 바둑 합숙에 참가하는데 그곳에서 '목을 자르는' 살인사건과 조우한다는 내용이죠. 뭐 명탐정의 숙명이라고 해야겠죠. 가는 곳마다 사건이 끊기질 않으니까요. 기본은 알리바이 깨기와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바둑 쪽 기대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건 자체와는 별 상관없으니까요. 아니, 바둑 마니아가 봤다면 '천인공노'할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다음으로 수록한 '부동고교 사건'은 학교 축제 날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범행동기를 위해 애꿋은 여학생 한 명이 자살하고 맙니다. (애도의 묵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알리바이 트릭 깨기가 주요 내용입니다.

모처럼 등장한 최신 내용 치고는 썩 만족스런 완성도는 아닙니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리즈 2부로 와서는 딱히 만족할 만한 내용이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오페라관 세번째 사건'이 그나마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평점 4 / 10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블러디 로즈 - 이마무라 아야

1990년
1996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卍의 살인>이란 미스터리로 데뷔한 '이마무라 아야'의 두번쨰 장편 미스터리입니다. 장르는 심리 서스펜스물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주인공 카린은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관'을 발견하고 그곳 주인 소노다와 교류를 갖기 시작합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장미관에 찾아가는 카린은 소노다를 연모하게 되죠. 그러나 소노다에게는 죽은 전처가 있고 현재 아내 요시에가 있습니다. 카린은 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소노다의 첫번째 아내 유키코는 고열에 시달리다 정신착란으로 투신자살. 두번째 아내 요시에는 전처 유키코의 그늘에 시달리다가 정신분열로 투신자살을 하고 카린은 소노다의 세번째 아내가 됩니다. 장미관의 새로운 여주인이 된 카린. 그러나 그녀 앞에 '검은색 장미 편지' 한통이 도착합니다. 수신자, 소인도 없는 봉투에 넣어져서 말이죠. 장미관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영 석연치 않습니다. 그리고 가정부 도우미 '유미'라는 소녀가 요시에가 남긴 일기를 카린에게 보여줍니다. 그곳에는 요시에도 장미관에 처음와서 '검은색 장미 편지'를 받았다는 내용이...............

자 과연 누가 편지를 보내고, 편지를 보내는 의도는? 요시에는 과연 자살이었을까요? 주변 인물을 하나 하나 의심해가기 시작하는 카린의 심리적 변모가 주요 볼거리입니다. 카린도 유키코라는 죽은 여성의 그늘 때문에 의심암귀에 빠지고 시누이, 가정부,정원사까지 전부 의심을 하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에는 남편마저 의심하고 결국 집을 뛰쳐나가기까지 하죠. 이성과 감성이 있다면 감성의 승리(?)인 결과겠죠. 그러나 이성의 도움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아챕니다.그래서 카린은 피해자인 동시에 탐정입니다. 진실과 더불어 당연하겠지만 '반전'까지 준비했습니다. 물론 반전과 관련한 단서는 친절하게 미리 알려 주죠. 그리고 다시 에필로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에 서서히 마음이 병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미스터리입니다. 본격 카테고리에 넣어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강도가 좀 낮겠습니다만 '일기장' 속에 단서를 미리 독자에게 제시해주죠. 아니 카린과 독자는 동시에 일기장을 읽게 되니 공정한 승부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공정한 면을 따지면 이 작품도 충분히 본격 미스터리에 넣어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아,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 같은 건 들어있지 않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레베카>를 떠올렸습니다. 기본 얼개는 아마 <레베카>에서 따왔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레베카>는 호러와 로맨스 쪽이 더 강했다면 <피에 젖은 장미>는 '미스터리' 쪽이 더 강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레베카>보다는 '사사키 마루미'의 <절애의 관>과 연관해서 읽어보면 더 재밌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읽는 내내 '온다 리쿠' 작품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구석을 곳곳에서 느꼈습니다. (온다 리쿠보다 이마무라 아야의 데뷔가 훨씬 먼저입니다.)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원, 심리 서스펜스 요소. 이런 것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18년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통할만한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문고판 표지 그림은, 우리나라에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의 표지 일러스트로 익숙한 '기타미 다케시'가 담당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이유의 80%는 표지 그림이었습니다.

평점 6 / 10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섬머 아포칼립스 - 가사이 기요시

1981년
1996년 도쿄고센샤 문고판 (사진)

<섬머 아포칼립스>는 현상학 탐정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중의 하나이자, 평론가로 더 유명한 가사이 기요시의 본격 미스터리 대표작입니다.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는 <바이 바이 엔젤>을 시작으로 <섬머 아포칼립스> <장미의 여자> <철학자의 밀실> <오이디푸스 증후군>까지 나왔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기 전에 먼저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상학하면 '후설'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겁니다. 겉으로 드러난 외면을 중시한 실증주의적 접근방법에 대한 비판을 타고 나온 현상학적 접근방법이란, 외면 보다는 내재된 '내면'을 중시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정황은 살인이라고 해보죠.
살해당한 피해자를 통해 알 수 있는 표출된 행위(지문채취, 증거, 살해당한 시간 등등). 이 표출된 행위를 중시하는 것이 실증주의라면, 살해당한 피해자를 통해 범인이 의도한 행위를 중시하는 것이 현상학입니다. 그래서 본격 미스터리와 현상학을 겹쳐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섬머 아포칼립스>에서 나오는 4건의 사건도 마찬가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1사건은 밀실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인데, 피해자는 '2번' 살해당합니다. 머리를 쳐서 죽여놓고 어째서 범인은 '화살'로 피해자를 2번 죽였을까? 사건이 있기 전에 등장한 '성경의 묵시록을 인용한 경고장'의 의도는? 요한 묵시록에 나온 4기사에 얽힌 내용대로 차례차례 살해당하는 피해자.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꽤 '세기말'스런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범인은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일까?라는 접근방법을 취하면 의외로 미스터리 얽개는 단순명료해 집니다. <여름의 묵시록>은 이런 미스터리 상황을 잘 잡았습니다. 소설에서 와트슨 역할을 맡고 있는 나디아 모갈은 전형적인 실증주의적 접근방법으로 사건을 추리하는 캐릭터입니다. 사건 당시 일어났던 '깨어진 창문'에 초점을 맞추고 이리저리 추리를 해보지만 전부 꽝이죠. 그에비해 홈즈역 야부키 가케루는 첫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바로 범인이 누군지 맞춥니다.

일단 커다란 줄기는 위의 미스터리가 되겠고 두 번째 줄기는 야부키 가케루와 시몬느라는 여성과의 사상대결입니다. 선과 악. 악과 악. 선과 선. 사상대결은 이 시리즈의 공통사항입니다. 게다가 이번 작에서 주인공은 아예 '미스터리' 해결보다는 '사상대결' 쪽에 관심을 더 두고 있죠. 오히려 '미스터리'를 사상대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합니다. 탐정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건 말건 알 바 아닌거죠. 주인공 야부키 가케루는 이미 첫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진범'의 정체를 다 파악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범인을 (일부러) 내버려두고, 시몬느와의 사상대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뿐입니다. 진실을 파헤치기 휘해 고군분투하는 일반적인 명탐정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야부키 가케루는 '루시퍼'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꽤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미스터리와 사상대결을 감싸는 큰 줄기는 카톨릭 이단 '카탈리파'의 재보를 찾는 탐정 야부키 가케루와 와트슨 나디아 모갈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중세 유럽의 어두운 역사부터 시작해서 나치와 테러리즘 까지 벼라별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그래서 페이지 수가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만 후속작의 페이지 수를 보면 <섬머 아포칼립스>는 '양반'이겠죠. (<철학자의 밀실> 문고판-1권짜리-가 대략 1,600페이지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 + 사상대결의 재미 + 소설 자체의 재미. 3요소가 균형있게 잘 맞아들어간 잘 쓰여진 추리소설입니다. 시리즈 전부를 읽을 생각이 없다고해도 <섬머 아포칼립스> 정도는 추천합니다.

평점 7 / 10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쓰쿠모도 골동품점~"불가사의"취급합니다 - 오도 아키히코

2006년 덴게키분코(전격문고)

시리즈 1번째 작입니다. 일반적인 장르는 '출판사'가 출판사다보니 라이트노벨로 분류되겠지만 안을 살짝 들여다보면 '약간은 이상하면서 미스터리한 이야기 4편'을 그린 '재밌는 소설'일 뿐입니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쓰쿠도모 골동품점~FAKE'라는 '앤티크'를 취급하는 가게를 무대로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도키야'와 '사키' 그리고 가게 주인 '도와코' 이 세명의 레귤러가 겪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불행을 부르는 돌, 행운을 부르는 돌 등 '앤티크'에는 그런 '이상한 힘'을 담고 있고 그런 힘을 담고 있는 앤티크에 얽힌 사건이 이야기의 주가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기법은 충분히 미스터리로 접근해도 좋을 정도로 짜임새 있고 간결하게 잘 짜여졌습니다. 물론 '공정한' 미스터리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단서를 공정하게 제시하고 범인은 누구? 라는 고전적인 수법보다는 미스터리 요소 중에 스토리를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소재를 채용했습니다. 그래서 협의가 아니라 광의의 미스터리 범주에 들어가는 소설이 되겠습니다.

1화는 매우 기본적인 '서술트릭'을 채용했습니다. 그렇지만 인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소거법으로 생각해보면 눈치 빠른 독자는 '작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2화는 전형적인 의외의 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같은 앤티크를 두고 서로 다른 2가지 설화가 남겨져있다는 사실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는 내용이죠. 3화는 약간의 서술트릭과 의외의 범인이라는 초보적인 미스터리 문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릴적 사고로 기억장애를 겪는 한 여성이 '어떤 사실'을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 사실과 얽힌 사건의 진실과 범인 그리고 결말을 그리고 있죠. (4화는 번외편격인 내용으로 '코미디'에 가깝기에 제외했습니다.) 단지 단점이라면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이런 것들은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겠죠. 미스터리 강도가 쉽게 설정되었지만 그렇다고 소설 자체의 재미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그냥 '약간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원래는 싼 값에 팔길래 '사전 정보' 없이 사온 책이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 재밌게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아 읽었다면 점수가 오히려 깎였을지도 모르죠. 현재 시리즈는 4권까지 나왔습니다. 예상 밖의 재미를 준 책이기에 후속편도 계속해서 읽을 예정입니다.

평점 6 / 10

마녀가 숨은 마을 - 하야미네 가오루

1996년 고단샤 파랑새 문고
2008년 고단샤 문고판 (사진)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노트 시리즈> 4번째 작품입니다. 원래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파랑새 문고>라는 브랜드로 출판됐던 아동용 미스터리입니다. 그런 원본을 불필요한 히라가나 표현 등을 한자로 바꾸어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꾸고 일러스트를 일신해서 제작년부터 문고판으로 새롭게 출간중입니다. 1년에 2권밖에 나오질 않아서 출판속도는 느리지만 이쪽이 깔끔하고 보기도 좋아서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말은 그렇지 않지만 일본어 책 읽다보면 한자가 없이 히라가나로 '도배'한 책은 오히려 읽는 속도가 나오질 않습니다.)

아무튼 현재까지 문고판으로 나온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그리고 다섯명이 사라진다>
2. <망령은 밤에 걷는다>
3. <사라진 소세이 섬>

큰 키에 건망증 증세의 '자칭'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와 탐정의 '자칭' 보호자 담당 아이, 잔소리 담당 마이, 사육 담당 미이, 쌍둥이 세자매(합쳐서 아이마이미이)가 함께 겪는 '미스터리'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본 테이스트는 '본격'에 가깝습니다. 대신 아동용에 맞게 '잔인한' 장면(스토리) 등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하긴 초등학교 1,2학년 애들에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고 소감을 말해보라고 하면 좀 그렇겠죠? (요즘 애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어릴 적 기준으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공포 그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4번째 <마녀가 숨은 마을>에서는 초판당시 '삭제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군요. 사건이 전부 밝혀지고 단 하나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 있는데 그에 관한 내용이 초판에는 실리지 않고 작가 홈페이지에 따로 실렸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이번 문고판에는 복원해서 전부 수록했다고 합니다. 잘린 부분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집니다.' 전작과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정XXX+X인+암XX+X인XX+X화+XX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팬에게는 '익숙한' 소재겠지만 아무래도 8-9살 되는 아이들에게 이런 소재를 들이대기에는 편집부도 안 좋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건 이것대로 웃긴 것이 같은 출판사의 <소년 매거진>이란 주간만화잡지에서는 당시 한창 인기리에 <소년 탐정 김전일>이 연재되던 시기입니다. 92년부터 연재시작했으니 꽤 됐죠. 그리고 이 <소년 매거진>은 초등학생, 청소년은 물론 어른까지 읽는 그런 잡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추측은 '파랑새 문고'라는 브랜드가 갖는 성질상 '그런 요소'는 좀 어울리지 않으니 빼기로 하자! 라는 결론을 내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맞으면 좋고 틀리면 말구요.)

아무튼 <마녀가 숨은 마을>의 기본줄기는 쇠퇴해가는 시골마을의 부흥을 위해 '추리게임'을 선보이기로 하는데, 여기에 잡지사 기자와 명탐정 와트슨 세자매가 참가하고 '마녀'라는 수수께끼 인물과 마을에서 20년전 일어났던 실종사건 그리고 복수가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시리즈 첫작이 예상 밖의 재미로 높은 점수를 줬다가 2,3번째는 약간 기대이하였지만 이번 4번째에서 역시 이 맛에 하야미네 가오루의 책을 읽는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마녀의 정체와 목적, 밀실의 온퍼레이드, 한정된 인원과 공간, '관'의 주인에게 숨겨진 비밀, 과거의 사건 등이 마지막에 하나로 엮여서 진실을 드러내는 구성이 '간결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동용이라 많이 '순화'해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만약 이걸 일반 버전으로 만들었다면 '겁나게 피 튀기는' 그런 미스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평점 7 / 10

2008년 8월 19일 화요일

11장 트럼프 - 아와사카 쓰마오

1976년 환영성
1993년 도쿄고겐샤 문고판 (사진)

아와사카 쓰마오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아마츄어 마술 클럽의 회원이 마술을 피로하는 도중에 '여성 회원' 한 명이 공연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용의자는 같은 마술 클럽의 회원입니다. 하지만 용의자 전원에게는 철벽의 알리바이가 존재하죠. (이래야 당연히 미스터리가 성립하니까요.) 피해자는 왜 살해당했고, 범인은 어떻게 알리바이를 만들었는지가 미스터리 포인트입니다.

소설은 총 3 부 구성인데, 1부는 마술 공연과 사건이 일어나기까지를 그렸고, 2부는 사건과 관련있어 보이는 '마술 소설' 장편11개를 그렸고, 3부는 해결편입니다.

1부는 마술 공연 장면이 상당히 세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가 '마술사' 출신이라 그런지 그쪽에 공을 상당히 많이 들였더군요. 아마츄어 마술사다보니 실수하는 장면도 많이 등장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실수를 저지르고 사회자가 실수를 만회하는 장면 등등, 현장 묘사가 생생합니다.

2부는 용의자 중 한명이 집필한 마술 소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중작 구성이죠. 발상은 좋지만 실제 트릭으로 연결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을 소설 형식을 빌어 재구성해 놓았다는 설정입니다. 총 11편이지만 掌편(쇼트쇼트) 소설이라 1편당 몇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라 금새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엔 이 부분이 본편의 미스터리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합니다만 총 11 편의 단편은 결코 '쓸데 없는' 부분이 아닙니다. 단순히 안에 등장하는 '카드 트릭'에만 신경을 빼앗기면 정작 중요한 '복선'은 놓치게 될 겁니다.

3부는 대망의 해결편인데, 마술+본격 미스터리의 결합답게 해결편도 마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 진행됩니다. 그리고 탐정은 자신이 집필한 카드 마술 소설(2부에 해당)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하나 하나 소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이 '범인'이 되죠.

전반적으로 카드 마술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입문서까지는 아니고 카드 마술 소개서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마술과 미스터리를 동시에 맛 볼 수 있는 재미를 줍니다. 1부에서 나오는 복선과 작중작 구성의 2부에서 등장하는 11개의 장편내에 숨겨있는 복선을 연결할 수 있는 독자라면 그걸 바탕으로 논리적을 사건의 전모를 추리할 수 있을 정도로 복선도 잘 깔아놓았습니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이게 복선인지 떡밥인지 구분을 못해서 탈이죠. (하하)

아무튼 제프리 디버의 <사라진 마술사>와 같이 읽으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점 5 / 10

2008년 8월 16일 토요일

가제~중학살인사건 - 츠지 마사키

1972년
2004년 도쿄고센샤 문고판 (사진)

<천사의 살인> 작가 '츠지 마사키'의 데뷔작입니다. 중학생 소녀, 소년이 주인공으로 원래는 아동 대상 미스터리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서양 고전 미스터리, 일본 고전 미스터리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핵심 헤살도 들어있는 부분도 있어서 관련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면 조심해야겠습니다.

아무튼 <가제-중학살인사건>은 작중작 구성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표지에 보이는 소년과 소녀가 탐정으로 나오는 단편이 2개. 이 단편 사이 사이에 '소년 미스터리 작가'가 등장해서 '밀실살인'을 푸는 내용이 한 편. 그래서 총 3편의 이야기가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츠지 마사키'라는 팬네임까지 들어가서 순환구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를 생각하면 쉽겠습니다.)

첫번째 단편은 시각표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 지금도 이런 트릭을 이용한 미스터리가 '아직도' 일본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70년대 초반이라면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가 생각나게 하는 트릭입니다. 실제 시각표 (70년대)까지 참고자료로 들어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아동용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두번째 단편은 밀실살인을 다뤘습니다.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 화장실 안에서 벌어진 밀실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소설 전반에 걸쳐서 다루는 3번째 단편과 연관이 있는 내용입니다.

세번째 단편은 위의 두 단편 사이 사이에 들어간 내용입니다. 소재는 역시 밀실살인. 또한 프롤로그에서는 무려 '범인은 독자다!'라고 선언(?)하는 대담함을 보여줍니다. 그래놓고 어떻게 독자가 범인이 되는지를 알려주겠다고 하죠. 그래서 세번째 단편은 '독자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맞는데, '독자'라는 단어 자체가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보니 일종의 '기초적 서술트릭'을 채용했다고 봐야할 겁니다. 따라서 유니크한 재미는 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재미를 주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은 시리즈물로도 나왔다고 합니다. 소년 소녀 주인공을 탐정역으로 <도작-고교살인사건> <개정-수험살인사건> 등의 후속편이 있다고 하는데 이쪽도 동경창원사에서 발행하는 창원추리문고로 나왔다면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네요.

평점 5 / 10

2008년 8월 14일 목요일

네가 바라는 죽는 법 - 이시모치 아사미

2008년 쇼덴샤 논노블

<문은 닫힌채>라는 미스터리로 호평을 얻었던 이시모치 아사미가 그린 '도서추리' 2번째 작입니다.

일반적인 미스터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누구인지? 동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 과정과 결말'을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WHO, WHY, HOW 가 되겠죠. 그런데 '도서추리'는 그 반대입니다. 범인 입장에서 어떻게 범행을 저지르는지, 범행 후에 전전긍긍하는 범인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고, 어떻게 밝혀지는지 등의 과정을 그립니다. 그래서 미스터리하면 뗄래야 뗄 수 없는 반전이란 요소를 살리기가 참 어려운 요소입니다. 하지만 재미의 초점을 범인과 탐정(형사일 수도 있습니다.)과의 대결이라는 곳에 둔다면 '긴장' 넘치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반적으로 '도서추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제 성향은 일반적인 미스터리에 있지, 도서추리에는 없거든요. 그래서 기시 유스케의 <유리망치>의 2부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쪽도 큰 줄기는 도서추리인데 그 안에는 'HOW'라느 요소가 반전으로 들어갔습니다. 똑같은 HOW를 다루고 있지만 이걸 반전으로 연결하느냐 그냥 나열하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닫힌 채> 역시 전형적인 도서 추리 방식에 본격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만약 범인 입장이 아니었다면 말그대로 '닫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인 한정 본격 추리'였습니다. 그걸 역으로 도서추리 방식으로 바꿔서 범인 VS 탐정을 이용해 재미를 살렸던 수작입니다.

<네가 바라는 죽는 법>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의미의 도서추리와는 약간 다릅니다. 이번에는 '피해자'입장의 도서추리입니다. 물론 범인 입장 기술도 있기에 엄밀히 따지자면 피해자 입장을 추가로 넣었다고 볼 수 있지만 비중을 놓고 생각하면 '피해자 입장'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여기에 탐정역 입장의 캐릭터는 피해자와 가해자 (예비)를 동시에 공략합니다. 범인과 탐정만의 대결이 아니라 여기에 피해자까지 들어가서 재밌는 구도를 보여줍니다. 피해자는 살해당하고 싶어하고, 가해자는 죽이고 싶어하고, 탐정은 그걸 막으려고 하는 거죠.

췌장암 말기에 6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히나타는 중소기업 사장입니다. 젊은 시절 동료와 같이 창업한 벤처기업을 건실하게 이끈 사내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과거사가 있는데, 그건 창업 동료를 살해한 사실입니다. 과실치사였다고는 해도 살인은 살인이었죠. 게다가 자신에게 돌아올 혐의를 없애기 위해 '완전범죄' 공작을 하고 달성합니다. 이런 과거를 갖고 있는 히나타는 시한부인생 선고를 받고 살해당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자신을 살해할 사람으로는 자신이 죽인 동료의 아들 카지마로 낙점하죠. 그리고 간부양성이란 명목으로 사원전용 리조트에 네 명의 남녀를 끌어들입니다. 카지마에게 자신을 죽일 찬스를 주기 위해서 말이죠.

한편 카지마는 어릴적 사고사로 죽었다던 아버지가 실은 살해당했다는 걸 어머니를 통해 압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암으로 죽고 말죠. 신분을 속이고 일개사원으로 들어와 실력만으로 현재의 자리를 차지한 카지마는 복수심에 불타지만 상대는 사장. 일개 사원인 카지마가 사장을 죽이는 일만 따지면 쉽겠지만 자기가 지지를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관문이 많습니가. 그런 카지마에게 간부양성 세미나는 그야말로 바라고 바랐던 기회죠.

여기에 탐정역은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우스이 유카'라는 여성이 맡습니다. 전작 결말에서 유카는 그야말로 '마녀'같은 이미지였는데, 이번에도 큰 변화는 없더군요. 소설 후반부에 유카가 피해자를 압박하는 부분이 참 재밌습니다. '사실은 페인트였어요'라면서 피해자를 속이고 또 속이는 부분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가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 혹시 모를 범행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유카의 노력은 교묘하기 짝이없습니다. (독자들에게 재수 없는 여자라는 평을 받기도 한 유카지만 저는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를 무척 좋아합니다. 우스이 유카를 탐정역으로 한 시리즈가 최소한 몇 편은 더 나와주길 기대합니다. )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요? 소설 초반에 '사람이 죽었다는 통보'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오지만 그 시체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도 나오질 않죠. 피해자가 죽었을지, 반대로 가해자가 죽었을지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사건은 벌어지긴 했지만 그 뒷이야기가 없죠. 그래서 소설은 피해자, 가해자, 탐정 3명의 입장으로 나뉘어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약간 독특하다면 독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스터리 팬의 취향에 따라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겠지만 저는 합격점을 줍니다.

평점 7 / 10

2008년 8월 13일 수요일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 - 야노 류오

2006년 고단샤 노블즈

<극한추리 콜로세움>으로 데뷔한 작가 야노 류오의 세번째 소설입니다.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철저하게 '퍼즐 게임'을 추구하는 작가답게 이번작도 '죽음의 상자열기'를 다룬 미스터리입니다.

깨어보니 어느 건물의 1층. 주인공 마나츠(여)는 건물안에 갇힌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상자를 열어야만 합니다. 25층 건물에 각 층에는 상자가 2개, 총 50개가 있습니다. 이 중에는 '꽝'이 있습니다. 물론 꽝을 뽑으면 '죽음'으로 갚아야 합니다. 마나츠를 필두로 아폴로, 스카이러브, 호테이 등의 같은 입장에 처한 캐릭터가 등장해서 양자택일 상자열기 게임에 참가합니다.

게임의 룰은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소설 속 캐릭터는 물론 독자도 마찬가지죠. 한 층 한 층 돌파하면서 나온 힌트로 게임의 룰을 추리하고 추리한 룰을 바탕으로 다시 상자공략을 합니다. 과연 마지막에 탈출을 할 수 있을까요? 몇 명이나 살아서?

왜 그들이 실험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건물의 실체? 여러가지로 의문에 쌓인 구석이 있지만 이런 십자말 맞추기 퍼즐같은 기분으로 읽어야할 소설에서 그런 의문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요는 게임이 얼마나 '즐겁냐?'에 포인트를 맞춰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에서 다루는 게임은 꽤 재밌습니다. 총 50개의 상자 중 단 1개는 탈출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 49개에는 다양한 아이템이 들어있습니다. 꽝과 당첨은 기본이고 '용도불명?'의 도구가 이것 저것 들어있죠. 이중에는 참 '웃기는' 아이템도 꽤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방패'입니다. 말그대로 '방패'더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안하렵니다^^) 캐릭터들이 사망할 때도 깔끔합니다. 죽을 때는 말없이 '쾅~' 죽어야하는 법이죠. 제법 많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어처구니 없게 사망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긴장을 느끼기는 좀 어렵습니다. 극적 긴장감보다는 던전RPG같은 기분이 더 강해서 그랬을 겁니다. 아무튼 게임자체는 마지막에 정리해보면 꽤 정연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아이템일람표와 대조해 보면 재밌습니다. (지금도 소설 마지막까지 나오지도 못한 방패가 어떤 방패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가지 반전도 준비했습니다만, 감이 좋은 독자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도자라면 각장의 초반에 들어간, 실험을 기획한 '반야'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쓰여진 짤막한 대목을 주의깊게 읽다보면 결국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극한추리 콜로세움>같이 미완성 본격지향 미스터리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감각'으로 만든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이 더 재밌네요. 다음작도 '살인 게임'을 다뤘는데 지금 정도의 완성도라면 다음작을 읽어도 손해 보는 기분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평점 5 / 10

얼어붙은 고래 - 츠지무라 미즈키

2005년 고단샤 노블즈

<차가운 학교의 사간은 멈춘다>로 데뷔한 작가의 세번째 장편 소설입니다. 데뷔작은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까지 첨부한 고교생들의 청춘 미스터리였고, 후속작 <밤과 노는 아이들>은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였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소설 <얼어붙은 고래>는 딱잘라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세계관과 연결되는 '반전'이 들어가있긴 하지만 과연 그것만 가지고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죠. 그래도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의 '성장'이란 요소를 극대화하고 '미스터리' 강도를 상당부분 낮게 책정했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충분히 미스터리로 읽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인공 아시자와 미호코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사진작가였던 아버지는 실종 상태고, 그 후에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미코호지만, 어머니마저 암판정을 받고 투병중입니다. 이런 고독한 미호코를 지탱하는 원동력은 아버지의 추억이기도 한 <도라에몽>입니다. 일본에서 도라에몽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불러도 좋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만화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기공룡 둘리>정도의 위치를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얼어붙은 고래>는 <도라에몽>에 등장하는 유명한 아이템들을 일부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말미 참고문헌에는 당당하게 <도라에몽>이 들어가있을 정도죠. (도라에몽이 대체 뭐냐? 하는 분은 검색사이트에서 도라에몽으로 검색해보세요.)

아무튼 어릴적 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미호코는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바보취급합니다. (물론 속으로죠) 이 대목은 은연중 뜨끔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책벌레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문학,학술서를 미치도록 탐독하던 과거의 내가 꼭 그랬으니까 말이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홀로 남겨진 느낌. 미호코의 그런 느낌이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속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비치면 '손해' 보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미호코는 일종의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철한 그런 소녀죠. 상대방의 수준에 따라 거기에 맞춰서 겉모습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생활을 합니다.

이런 미호코가 학교 도서실에서 아키라라는 남학생을 만나면서 변해갑니다. 일면식 없는 아키라는 미호코에게 자신의 사진 모델이 되달라고 부탁합니다. 물론 미호코는 거절하지만 그 후에 아키라는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사는데 같이 가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키라와 미호코의 교류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미호코에겐 헤어진 남친이 있습니다. 와카오라는 법대생으로 '요즘 젊은이 중에 쓰레기의 전형'같은 캐릭터입니다.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지만 그 꿈을 위해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실패를 하면 모든 걸 주변탓으로 돌리는 그런 인물입니다. 철저한 자기중심 캐릭터죠. 지금은 헤어졌지만 와카오는 게속해서 미호코를 치근대고 미호코도 그런 와카오를 내버려둡니다. 하지만 미호코가 변해가면서 와카오와의 관계도 착실하게 바뀌어갑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이코'(아니 스스로는 정상이라고 하겠지만)로 변해가는 와카오. 아키라와의 만남, 이쿠야라는 소년, 주변 친구의 응원으로 성장하는 미호코는 와카오와 관계 청산을 시도합니다만, 와카오가 그걸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죠. 혹시 지금 사귀고 있는 애인이 있다면 고민은 한 번씩 해봅시다. 헤어지고 나서도 뒷끝이 없는 사람일지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에서 <도라에몽>과 오버랩되는 반전으로 미호코는 슬픈 행복을 손에 거머쥡니다. 떠날 자는 떠나고 남은 자는 남은 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됩니다. 그래서 테마는 <가족愛>가 됩니다. 이렇게 보니 역시 미스터리보다는 일반 성장소설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 싶기도 하네요. 이런 스타일은 후속 소설에서도 변함없는 걸 보면 작가는 미스터리가 가미된 성장 소설로 낙찰을 본 듯 싶습니다.

평점 6 / 10

소설 속에 '후미'라는 소녀가 카메오로 나오는데 <나의 메저스푼>의 그 '후미'가 맞습니다.
같은 세계관을 갖는 소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밤과 노는 아이들> -> <얼어붙은 고래> = <나의 메저스푼> -> <방과후 이름찾기>

가 되겠네요. 고래와 스푼은 거의 같은 시기에 벌어진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됩니다만 나머지는 되도록이면 순서대로 보는 걸 추천합니다. (아 물론 따로 읽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이왕이면 순서대로 읽는 편이 더 재밌습니다. 그러고보니 국내에는 <밤과 노는 아이들> 이후로는 정식으로 간행될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안타깝습니다.)

2008년 8월 10일 일요일

페노미나(Phenomena) - 다리오 아르젠토, 제니퍼 코넬리

1985년

<서스피리아>로 유명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일반적으로는 '제니퍼 코넬리' 주연의 호러 영화로 더 알려졌을지도 모르지만.

스위스의 외딴 여학교 기숙사에 유학온 미국인 소녀 제니퍼 콜비노(제니퍼 코넬리). 하지만 근처에서는 연쇄 소녀 살인사건으로 들썩 거리고 있다. 목을 잘라 버리고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 엽기살인사건. 기숙사에 처음 온 날 밤 제니퍼는 몽유병 증세로 한밤중에 기숙사 밖을 거닐다가 '살인 장면'을 목격하는데......

긴 생머리의 미소녀, 외딴 기숙사, 연쇄 살인마라는 세가지 요소는 마니아들에게는 입가가 실룩거릴만한 소재다. 살인마에게 쫓기는 미소녀 호러물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주인공 제니퍼의 특별한 능력 - 곤충과의 교감을 이용해 살인마를 쫓는 내용은 '미스터리'로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는 제니퍼가 곤충학자의 조언을 받아 시체를 찾아가는 장면도 나온다. (시체 찾으라는데 어린 소녀 달랑 혼자 내보내는 어른을 보면서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건지, 플롯이 좀 그랬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피해자가 쫓기는 장면, 중간 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등을 미루어 볼 때 극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호러 서스펜스에 더 가깝다. 영화 첫 장면, 범인의 정체 등을 보면 '미스터리'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지만 말이다. (범인은 그야말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잔인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잔인한 영화들의 공통 요소인 '혐오감'을 <페노미나>에서는 부패한 시체와 그곳에 들끓는 구더기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이런 그림에 제니퍼 코넬리라는 이쁜 아역 배우가 주인공으로 들어가니 혐오감과 호감의 균형이 제법 잘 맞는다. 미소녀 손가락에 달라붙어서 꿈틀대는 구더기. 묘한 혐오감과 음란한 분위기를 자아내지 않는가? 이런 스타일을 초반의 밝은 분위기 - 한밤이지만 어둡지 않다 - 와 사운드트랙이 한몫 거든다. 그래서 미스터리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면 좀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납득이 안 가는 플롯이 군데 군데 들어갔는데, 그런 부분을 제대로 보강하고 미스터리 장치를 1,2개만 더 집어넣었어도 훌륭한 미스터리 호러가 되지 않았을까 아쉽다.

그래도 느린 곳은 느리게, 빠른 곳은 빠르게 극적 긴장감 유지도 좋고, 화이트와 블랙, 미소녀와 시체라는 비주얼 구도도 알기 쉽다. 게다가 결말도 확실하게 끝을 맺는다. <서스피리아>의 결말이 좀 싱거웠다면 <페노미나>의 결말은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무난하게 만들었다.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는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극 중간에 '신비감'을 물씬 풍기는 장면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었지만 초중반까지는 '물 먹은 솜' 마냥 무기력한 분위기가 강하다. (이건 이것대로 분위기가 살아서 좋은 면도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의 열연(?) 시체 수영장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 대는 비주얼은 보고 있기만 해도 즐거웠다. (난 악취미다.)

평점 7 / 10

2008년 8월 9일 토요일

백장미 네자매 살인사건 - 가시마다 마키

2004년 신초샤

해당년도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작 (수상실패)

제목만 보면 탐미적인 미스터리란 느낌이 지배적인데, 실제로는 '베일에 쌓인 미친 가족들을 묘사한 소설이다.

미스터리보다는 '순'문학 쪽에 어울리는 내용이다.

인근에서 벌어진 네자매와 한 남성에 얽힌 치정극의 말로를 지켜보는 한 가족이 망가져가는(아니 원래 망가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제목에서 '살인사건'이란 타이틀을 붙였는데, 자살인지, 살인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소설은 '의식의 흐름'과 유사하게 봇물 터지듯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후반부에 가면 한 번씩 나오긴 하지만) 그녀, 그, 남자, 부인 이런 대명사를 이용하고 있으며 대사도 친절하게 '이건 누구 누구 대사'라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읽기가 참 곤혹스럽다. 150페이지의 중편 정도 분량인데 실제로는 2배 분량되는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일단 기본 등장인물은 엄마, 딸, 아들. 그리고 딸의 약혼자 이렇게 4명 정도로 압축 가능하다.
딸은 인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자살(?)한 막내딸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콩가루가 된 그 집안의 장녀와 막내딸 (또는 네자매 전부)를 농락한 남성은 아들이 아닌가 추측한다.(아니 기정사실화 한다) 그리고 자살한 막내딸은 실은 아들이 죽였을거라고 의심도 한다.

표지에 쓰인 '연인들'이란 그림이 참 의미심장하다. 특히 흰 두건을 덮어 쓴 익명성? 여기에 결말을 보고 있으면 '연인들'이란 그림 제목과 오버랩되면서 달콤쌉싸름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이색작이다. 이런 소설이야말로 이색작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

미스터리로 접근하면 아웃. 삼진 아웃.

온다 리쿠의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유지니아>는 <백장미 네자매 살인사건>을 좀 더 '미스터리' 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지도 모르겠다.

평점 7 / 10

끊어지지 않는 실 - 사카키 쓰카사

2005년 도쿄소겐샤 (소겐 크라임 클럽)
우리말 출간

<청공의 알> <어린 양의 둥지> <동물원의 새> 3부작 - 흔히 히키코모리 삼부작 이라고 불리는 '일상' 미스터리로 주가를 올린 사카키 쓰카사의 4번째 소설이다.

아라이 가즈야. 22살. 졸업을 앞두고 취직자리 걱정하지만,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가업'을 잇는다. 세탁소. 세탁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상의 호기심을 다루고 있다. 가즈야는 와트슨 역이며 홈즈역은 가즈야의 친구 사와다(男)가 맡았다. 이 두 명의 구도는 데뷔작 <청공의 알>의 두 주인공 관계와 대단히 유사하다.

총 4 개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전부 일상의 호기심을 다룬 소소한 미스터리다. 복선은 어느정도 배분하고 있지만 영화 지식을 알고 있는 독자와 그렇지 못한 독자 간에 추리할 수 있는 폭에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로마의 휴일>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단편은 생각보다 좋았다.) 그밖에는 전작들의 미스터리보다도 강도가 낮다. 이 부분은 나중에 출간된 일상 미스터리 단편집 <호텔 주시> <신데렐라 티쓰> 등과 일치한다. 하지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드러운 문장은 '독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잘 살리고 있어서 읽는 맛은 변함없이 좋다. 일반 문학에 미스터리 색채를 살짝 입힌 그런 작품으로 이해하고 보는 편이 좋다.

뜻밖에도 이 소설은 우리말로도 나왔는데, 어쨰서 이 작품이 제일 먼저 소개되었는지는 개인적으로 이해불가. 히키코모리 탐정 삼부작을 먼저 내기 보다는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시장 반응을 떠보기 위한 돌던지기 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평점 5 / 10

2008년 8월 8일 금요일

카카오 80% 여름 - 나가이 스루미

2007년 리론샤 (미스터리 YA! 엔터테인먼트)

얼마전 우리말로도 나온 저연령층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을 대상으로한 가볍게 읽기 좋은 미스터리입니다.

일본에서는 '미스터리 YA 엔터테인먼트'라는 브랜드로해서 1번째 소설이 '오리하라 이치'의 <타임 캡슐>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도 우리말로 정식으로 나왔습니다. 2번째는 '야마다 마사키'의 <비의 공룡>이란 작품인데 이 소설은 건너띄고 4번째인 <카카오 80% 여름>이 우리말로 나왔더군요.

이 밖에도 같은 브랜드로 유명한 작가진이 포진해 있더군요.

시노다 마유미 , 야나기 고지, 아시베 다쿠, 아시하라 스나오, 사메 교이치로, 다나카 요시키, 마키노 오사무, 미나가와 히로코, 시바타 요시키, 아사노 아쓰코 등등의 작가진이 집필한 소설이 이미 일본에서 출간됐습니다. 그러나 놀라운건 간행예정 집필진 중에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온다 리쿠, 오가와 요코, 곤노 후미에, 구라치 준, 쓰카토 하지메, 마쓰오 유미, 야나기하라 케이, 와카타게 나나미 등의 쟁쟁한 작가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죠. (오츠 이치가 안 들어있는게 아쉽네요.)

고단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한 '미스터리 랜드'라는 브랜드로 고급양장본을 무기로한 미스터리 시리즈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콘셉을 갖고 있다고 해도 좋겠죠. 아무래도 '미스터리 야! 엔터테인먼트' 쪽이 대상연령이 더 높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나이대나 내용의 폭이 넓습니다. (미스터리 랜드 쪽에서도 주인공 연령은 낮다고 해도 <총과 초콜렛>같은 작품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우리나라에도 같은 브랜드로 소개되고 있는 <카카오 80% 여름>은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가출한 친구를 찾는, 일종의 '하드보일드'스런 미스터리입니다. 모자가정, 툭하면 남자를 갈아치우는 개방적인 어머니에 보이쉬하면서 어른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공 '나기'는 라이트노블에서 자주 보이는 그런 캐릭터의 전형을 보는 듯 합니다. 여기에 가출한 친구 '유키에'는 이름부터 '조용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캐릭터입니다. 가출한 유키에를 찾아 나기는 뜨거운 여름 도쿄 시내 한 복판을 동분서주합니다. 6일에 걸친 이야기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가 숨기고 있던 사실을 하나 둘 알게 되죠. 그리고 '범죄'도 여기에 가세하고 막판에 가서는 한바탕 활극을 하고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미스터리 강도는 낮습니다. 하드보일드란 장르로 '의외성'을 구축하기가 참 어려운데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 이거 언제 재출간되는지....) 그런면에서 본서는 무난하게 결말을 잡았더군요. 물론 미스 디렉션도 심어 놓았습니다만, 미스터리 골수팬이라면 '낚일' 분들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그만큼 미스터리 장치는 초심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미스터리적 재미만 기대하면 꽤 실망스럽습니다. 단지 우정+성장물+약간의 미스터리적 장치, 이 정도로 생각하고 본다면 - 원래 대상 연령층까지 고려하면 더 좋겠지만요 - 가볍게 읽기 좋은 '라이트'한 미스터리입니다. 원래 예전에는 본격 아니면 미스터리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만 지금은 넓은 의미의 미스터리로서 어지간하면 다 긍정하는 입장입니다. 개나 소나 미스터리 시대!입니다^^

소설 안에서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제프리 디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요,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아는 분들이라면 슬며시 한 번 웃어주면 됩니다.

평점 5 / 10

연꽃 들판에서 - 모리야 아키코

2005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모리야 아키코는 '아유카와 데쓰야 X회' 수상으로 데뷔한 작가입니다. 데뷔작이 아마 <겐지 모노가타리>와 관련한 일본 시대극 미스터리였을 겁니다. 아무튼 여기서 소개하는 <연꽃 들판에서>는 현대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게다가 장르는 읽기 쉬운 '일상' 미스터리입니다.

한 지방 소도시, 거기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한적한 도서관을 배경으로 잡았습니다. 도서관에서 근무한지 얼마 안되는 신참 사서 '후미코'라는 젊은 여성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그려집니다. 총 5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각 단편에는 입춘, 동지 등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약 1년간 도서관에서 벌어진 사소한 미스터리가 등장하죠. 주인공과 상사 2명해서 총 3 명의 사서가 등장합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도서관에 자꾸 숨어드는 이유
상당한 고가의 미술 화보책을 훔쳐간 범인 찾기
도서관 분류코드를 무시한채 장서를 이리저리 뒤섞어 놓은 이유

등의 도서관에서 있음직한 일상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책'을 사랑하는 '이상형' 사서 캐릭터까지 곁들여져서 책 마니아+도서관이란 키워드가 가슴에 꽃힌 독자라면 참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단지, 소설에서 그려진 사서가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져있다보니 현실과의 갭 때문에 읽는 동안 좀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제가 겪은 사서가 속물스러워서 그 차이가 더 심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속물 사서가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갑니다. 사서도 사람이니까요.)

영문으로 된 원서를 이리저리 섞어 일종의 '암호문'을 만들어 의사소통을 하는 내용이 나오는 내용은 '암호 미스터리'로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특별한 다편을 제외하면 미스터리 강도는 낮습니다. 일상 미스터리란 장르가 아무래도 '충격적인 면'에서 상당히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죠. 따라서 '공정한' 단서와 논리로 짜임새있게 만들어야 미스터리로서 고평가를 얻을텐데 이 부분이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연꽃 들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수한 미스터리적 재미로만 본서를 읽는다면 실망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이 책은 책을 사랑하고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특히 '도서관'이란 곳을 자주 찾아본 적이 있는 그런 독자가 읽어야 합니다. 위 조건이 전부 일치했을 때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를 주보다는 부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꽤 만족스런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평점 5 / 10

2008년 8월 7일 목요일

잘린 머리와 같이 불길한 것 - 미쓰다 신조

2007년 하라쇼보

2차대전 직후의 시골 마을.
아직 인습이 남아있는 지주 가문과 후계자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재앙
끊임없이 등장해서 괴롭히는 '잘린 머리'라는 키워드. 대체 왜 머리를 잘라야만 했을까?
단 하나의 사실로 모든 사건이 연달아 뒤집히는 도미노 같은 전개!
탐정 도죠 겐야가 벌이는 37가지 수수께끼에 던지는 명쾌한 해답!
탐정의 해답풀이와 함께 벌어지는 뒤집고 뒤집히는 오셀로 게임!
마지막 장을 보는 순간 뒷골이 잠시 서늘해지는 호러스런 결말!

본서는 호러+민속학+미스터리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작가 '미쓰다 신조'의, 도죠 겐야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물 중 하나이기도 하며 넘버링은 3번째를 기록하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의 어떤 부분과 똑같은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얘기는 함구한다.) 그리고 2007년도 문예춘추 선정 본격 미스터리 순위 5위에, 2008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6위에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여왕국의 성>보다 이쪽이 훨씬! 재밌었다.)

전전과 전후(2차 세계대전)를 배경으로 한 마을에서 벌어진 불가사의한 사건을, 당시 마을의 파출소에 근무하던 한 순경의 아내가 남편사후 미궁에 빠진 당시 사건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소설로 집필하면서 이야기의 막이 오른다.

시점은 총 3 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
둘째, 당시 마을에서 근무하던 순경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의 남편)
셋째, 당시 마을의 지주격인 가문의 하인으로 있던 소년

사건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쟁 중에 마을에서 일어난, 4중 밀실안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사? 살인?)
지주 가문의 후계자의 무사안녕을 빌기위한 십삼야 참배 당일.
쌍둥이 남매 중 여동생이 우물에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

둘째, 첫번째 사건이 있은지 10년이 지나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10년이 지나 지주 가문의 후계자가 배필을 맞이하기 위해 3명의 신부 후보와 맞선을 본다.
하지만 맞선 당일 신부 후보 한 명이 전라에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되고, 가문의 후계자도 전라에 머리가 잘린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탄다.

하지만 위의 두 사건은 전부 미궁에 빠진다.

440 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이중에 350여 페이지는 사건의 배경과 시작 전개, 미궁에 빠지는 과정에 대한 묘사다. 그리고 나머지 분량이 해답편. 그래서 소설 전체에 걸쳐 '설명' -묘사가 아니라- 이 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때문에 초반에 읽는 속도가 좀 떨어진다. (후반부는 제트코스터) 등장인물도 꽤 많은 편이라서 처음에 몰입하는데 약간의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 이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 - 조금만 참으면 곧바로 소설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소설 안에는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을 삽입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전체가 하나의 '도전장'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도전하는 심정으로 읽는 편이 더 재밌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시점중 작가 시점으로 말하는 부분-소설 안에서는 '막간'이란 형식으로 등장한다.-에서 이런 저런 재밌는 대사를 볼 수 있다.

'혹시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진범'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범인'이 아님을 다시금 밝힙니다.' 등등.

재밌는 소재를 잘도 비벼서 맛깔나게 만든 미스터리! 강력 추천작!

평점 9 / 10

2008년 8월 5일 화요일

도서관전쟁 - 아리카와 히로

2006년 미디어웍스

전격문고(덴게키분코)로 짭짤하게 인기를 끌던 미디어웍스에서 몇년 전 부터, 인지도와 글실력이 되는 작가군을 위주로 고가(?)의 일반 단행본 신작을 발간하기 시작했는데, 이 <도서관전쟁>도 그에 속하는 경우다.

아리카와 히로는 제10회 전격게임소설대상 대상을 차지한 <소금 거리>로 데뷔한 작가인데, 이후에 일반 단행본으로 <바다 밑> <하늘 속>등을 성공리에 히트시킨 작가다.

<도서관전쟁>은 미디어양화법이라는 '말도 안되는' (라지만 우리나라도 예전엔 그랬고, 현재도 100% 자유롭다고 할만한 나라는 아니다.) 법과 싸우는 도서관 사서 (무장사서 하뮤츠 메세타를 떠올리면 아웃!)의 방어대 소속 신참 직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170cm 정도의 여성치고는 표준보다 약간 큰 키에, 학창시절 육상부로 단련된 체력을 보유한 '가사하라 이쿠'가 그 주인공인데, 능력치 스펙에 비해 '머리가 좀 딸리는' 인물이다. 그래서 소설내 '개그 장면'의 대부분은 주인공 가사하라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밖에도 가사하라의 담당교관 '도죠' , 가사하라의 룸메이트 '시바사키', 가사하라와 동기이자 엘리트 '데즈카'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총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실제로는 연작 단편이다. 각 단편의 제목은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도서관법의 법조항을 다룬 내용이다. 가령 '도서관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라는 조항이 단편의 제목이라면 단편의 내용도 제목과 동일하다.

가장 즐거웠던 내용은 '도서관은 모든 부당한 검열에 반대한다' 였다. 끊임없이 매스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와 정신의 상관관계 (폭력적 게임을 즐겨한다면 예비 살인자?) 같은 찬반양론이 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산문화사에서 발간했다가 판금조치라는 철퇴를 얻어맞은 이란 소설이 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판금이야!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게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또한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리스트도 최근의화두더라.

내용은 가상의 분서갱유에 맞서는 조직과 그 안에 속한 인물을 그리고 있지만 인물들의 성격은 전형적인 라이트노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전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다. '전쟁'이란 말 때문에 무슨 '액션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찍감치 꿈 깨는 편이 좋다.

얼마전 우리나라에도 1권이 나왔는데, 가격이 꽤 저렴하게 책정되어서 충격을 먹었다. 원서 가격은 1권에 1,600엔인데 말이다. 출판사가 약을 먹은 건 아닐까?

평점 6 / 10

2008년 8월 4일 월요일

시즈루 씨와 비뚤어진 사자들 - 가도노 고헤이

2003년 후지미 미스터리 분코

가도노 고헤이 하면 <부기팝 시리즈>라는 라이트노블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국내에도 전부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이런 작가가 '안락의자 탐정 미스터리' 단편집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꽤 기대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안락의자 탐정물이라면 꽤 공정한 미스터리를 기대하게 됩니다. 탐정=독자가 같은 단서를 갖고 페어한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구석 노인의 사건수첩 같은 장르도 있습니다만....)

시즈루는 탐정(어쨌든)이지만 불치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약한 미소녀(...)입니다. 요짱은 그런 시즈루가 지루하지 않도록 세간을 들썩이는 기괴한 사건의 개요를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시즈루는 그걸 추리(?)해서 진상을 요짱에게 알려주죠. 그런데 <시즈루 시리즈>는 '말로만' 안락의자 탐정물이지 실제로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별로 공정하지 못한 미스터리입니다. 일단 미스터리만을 기대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벽에다가 집어던질지도' 모릅니다.

탐정 시즈루는 '자기만' 알고 있는 사건 스크랩을 보면서 설명합니다. 이래서 이런거야~
장난 하는 건가요? 독자는 시즈루가 보고 있는 스크랩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모릅니다. 추리가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무슨 내용일지 짐작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수록된 단편이 전부 이런 식입니다. 탐정과 독자가 공정하게 같은 단서를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탐정과 독자는 정보의 비대칭 관계에 있습니다. 탐정이 이런거야~라고 알려주면 독자는 응! 그렇구나! 라는 주인과 노예 관계와 같다고 봐도 되겠죠. 등장하는 사건은 꽤 매력적인데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질 못합니다. 아쉽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소설입니다.

그래도 이 소설을 굳이 읽어야겠다면 2명의 메인 등장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두면 됩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미려한 일러스트가 메인 캐릭터인데요, 좌측이 요짱, 우측이 시즈루 씨입니다. 흔히들 '저쪽 세계'에서 '백합물'이라고 불리우는 레즈계열 소설로서 접근하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인 무흣한 장면을 묘사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미스터리 재미는 기대이하에도 못 미치지만 이런 백합요소 때문에 '의외로' 즐겁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됐네요.

평점 5 / 10 (미스터리 입장에서는 1 / 10)

바텍 테일즈~아름다운 샬롯에게 바친다 - 오제키 슈이치

2007년 후지미 미스터리 분코

샬롯은 자신의 주인이자 인형제작 기술자인 프레데릭을 연모합니다. 하지만 프레데릭에게는 밀리엄이란 아내가 있습니다. 그런데 샬롯은 밀리엄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주인님 말로는 햇볕을 쏘이면 안된다면서 방안에서 두문불출이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밀리엄을 보게되는 샬롯은 놀랍니다. 밀리엄 마님은 흡사 인형같았기 때문이죠. 인형제작가. 혼을 담은 살아있는 인형. 같이 일하던 메이드의 실종............샬롯이 보는 진실은? (초반은 오츠 이치의 초기 단편인 '유코'(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단행본에 수록됨) 와 꽤 유사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소설 구성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위에서 언급한 샬롯 페리에라는 메이드 소녀의 이야기이고 2부는 르시엘라라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 '죽은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인형을 제작하는 한 남성의 일기'가 3번에 걸쳐 들어있고, 이와는 별개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 모든걸 감싸안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은근슬쩍 묻어가는 복선까지 합쳐져서 마지막에는 꽤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본서가 다루는 미스터리는 전체 구조를 통한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가 포인트입니다. 따라서 명탐정(?) 같은 등장인물은 소설 안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범인(?)이라면 있다고 봐도 되겠지만요. 전체적인 장르는 고딕 호러에 가깝고 서술트릭을 사용해서 단순한 호러로 끝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소설입니다. 귀여운(?) 그림만 보고 혹했다가는 소설 안에서 나오는 '뜻하지 않은 순수한 惡意'에 뒷통수를 맞을지도 모릅니다. 악의에 농락당하는 캐릭터, 이윽고 죽음을 맞이하는 네버엔딩까지 전체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후기를 보면 원래 구성은 좀 더 복잡했다고 하네요. 라이트노블 브랜드로 내놓기 위해서 알기 쉽게 바꿨다고 하는데, 원래의 복잡한 구성을 봤으면 싶습니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