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도로변 십자가 - 제프리 디버

2009년 ROADESIDE CROSSES
2012년 우리말(비채)

 동작학 전문가,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도로변에 설치된 십자가와 장미 꽃다발. 그리고 습격당한 이들. 그들의 공통점은 블로그로 특정인을 향한 악성 댓글이었다. 범인은 악성 댓글의 피해자? 아니면.......

파워 블로거, 소셜 네트워킹,악성 댓글, 집단 따돌림.
온라인 게임에 빠진 10대. 은둔형 외톨이. 게임과 폭력.

소재는 자극적(?)인데 실제 내용은 별로 선정적이지 않다. 머리가 갈라지고, 손 발이 잘려서 널부러지고 그런 자극적인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우르르 몰려와서 악의에 차서 한 사람을 짖밟는 걸 보여주는데 이쪽이 훨씬 잔인하고 무섭다. 아니, 실제 현실 온라인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보니 소설 속에서 일어난 픽션임에도 무척 리얼하다. 그리고 플롯은 거의 후반부까지 그 노선을 따라간다. 시종일관.

하지만 우리 독자는 알고 있다. 제프리 디버가 제시하고 캐트린 댄스의 행동으로보여주는 일련이 플롯은 함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루하다. 과연 진상은 어떨지 이리 저리 통밥을 굴려야 하고 어느게 단서고, 어느게 함정인지 고민하면서 읽다 보면 피곤해진다. 그 피곤함이 이런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면 충분히 만족스런 답(?)이 기다리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자. 겨우(?) 600 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인데 단숨에 읽어버리자.

후반부 미스 디렉션 중에 하나가 우연에 의존했다는 점이 계속 마음 속에서 걸린다. 현실에서는 기가막한 우연이 존재하는 걸 보면 소설 안에서 일어나는 그 정도 수준을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그 부분이 후반부 반전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에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좀 더 그럴듯한 플롯은 없던 것일까? 하는 그런 아쉬운 불편함이.

<도로변 십자가>에는 <잠자는 인형>에서 쉴 새 없이 독자를 몰아 붙이는 폭풍같은 전개는 없다. 캐트린 댄스의 활약도 마찬가지다. 시리즈 캐릭터 정립을 위해 댄스의 가정과 일, 가족과 연애가 살인사건 수사와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이번 편은 쉬어 가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무척 만족스럽다. 물론 그 쉬어가는(?) 이야기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간다는 것이 제프리 디버의 무서움이지만.

평점 6 / 10

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2011년 가도카와쇼텐
2012년 우리말(황금가지)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리한 작가다.
소설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은 허구의 문학이다. 극단적으로 허구만을 추구하면 리얼리티가 없다고 질타를 받고, 너무 현실성만 추구하면 재미가 없다. 그럼 허구와 현실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재미까지 있게 만들려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와 흥분을 동시에 안겨주면 된다. 그래서 그의 데뷔작 <13계단>은 대단히 놀라운 작품이다. 인간이 인간을 공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사형제도의 모순과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사형제도라는 생각할 거리는 일견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 그의 데뷔작을 읽어보면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글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독자는 작가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는(?) 꼴이다. 물론 즐거운 재주넘기다. 그의 이런 패턴은 후속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유령인명구조대> <그레이브 디거>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 등 우리말로도 번역 출판된 것들인데, 이 역시 적당히 생각할 거리와 재미를 적절하게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680페이지, 흉기에 가까운 책 <제노사이드>가 있다. 처음 집어들면 무게와 두께에 압도당한다. 저자 이름을 모르고 들었다면 영미권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분량이다. 이번에는 인류는 왜 인류를 학살하는 가라는 화두거리를 들고 나왔다. 이미 전작의 소재를 알고 있다면 다카노 가즈아키의 선택은 놀랍지만은 않다. 예견된 행동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두꺼운 책에 비해 읽히는 속도는 빠르다. 아프리카, 일본, 미국을 넘나드는 시점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인종, 국적의 캐릭터들이 연기하는 버라이어티 액션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잘 만들어진 제3세계 액션영화 같다. 헐리우드 영화로는 이런 내용은 결코 나올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재미는 딱 잘라 말해 별로다. 반전이라고 준비해놓은 부분도 있지만 무르다. 원래 이 소설은 그런 막판 뒤집기가 재미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논점을 일탈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미스터리 팬이라서 그런가 그런 부분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2권으로 분권되서 나올 줄 알았던 책인데 단권으로 나와서 정말 놀랐다. 황금가지가 미쳤어요!! 아무튼 가격대 성능비 아주 좋은 책이다. 추천.

평점 6 / 10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불연속 세계 - 온다 리쿠

2008년 겐토샤
2012년 우리말 (비채)

<달의 뒷면>과 세트로 읽으면 좋긴 한데, 이렇게 타이핑 치는 나부터 <달의 뒷면>을 읽은 지 너무 오래 돼서 대체 무슨 내용이었나? 싶어서 뒤적여 보지만 정말 그런 스토리였단 말이야? 라고 놀랬다. 제목만 보고 달 탐사 이야기인줄 알았으니까. 불과 몇 년전 읽었던 것인데 이렇게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줄이야, 다시 놀랐다. 또한 그 정도로 내 기억 속에서 <달의 뒷면>은 인상적이지 못한 소설이었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든다.그래서 <불연속 세계>의 주인공 '다몬'이라는 캐릭터는 처음 보는 낯선 인물이 됐다.

다섯 개 단편이 들어있다.온다 리쿠 단편집 특징상, 따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몰아서 쓴 건 아니고 전부 잡지에 드문 드문 연재됐던 걸 한데 묶어 놓은 것일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단편 속의 다몬도 나이를 먹어간다. 20대 중반의 다몬이 등장하는 '나무지킴이 사내'를 시작으로 마지막 단편 새벽의 가스파르에서 다몬은 40대 중후반이다.

내용은 기묘한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살짝 버무려 놓은 가볍게 읽기 좋은 것들이다. 이런한 특징은 온다 리쿠 소설 전반에 깔린 것과 같다. 출퇴근하는 버스, 치하철에서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미스터리 색채만 보면 뒤로 갈수록 선명해진다. 오랜만에 접한 온다 리쿠 소설임에도 제법 만족스럽게 읽은 걸 보면 아직 내 안에는 온다 리쿠를 기억하는 뇌세포가 있나 보다. 이 기회에 <달의 뒷면>이나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그냥 생각만으로 끝날 것 같다.

아, 마지막 단편의 머리카락 에피소드가 묘하게 인상에 남는다. 으웩. 

평점 5.5 / 10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가짜 경감 듀 - 피터 러브시

1982년 The False Inspector Dew
2012년 우리말 (엘릭시르)

 초반 전개는 다소 산만해 보인다.
 가짜 경감 듀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 가짜 경감을 하게 된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배 침몰 사건과 생존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번에는 치과 의사와 그의 연극배우 아내 스토리가 등장한다. 또한 사이 사이에는 사기꾼으로 보이는 일행과 백만장자 청년과 그의 대학교 동창인 처녀와 그녀의 가족이 나오기도 한다.

 내연녀(?)와 공모해 아내를 죽이기 위해 배에 변장해서 탔지만 재수없게 명경감 듀로 오인받아 사건을 수사해야하는 주인공. 재밌는 건 감투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건지 알아서 승객들이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증언과 단서를 제공한다. 여기에 초반부 등장했던 인물들은 전부 한 배에 타서 같은 사건을 겪게 된다. 

 선상 미스터리고 하는데 실제 배 위에서 사건이 벌어지기까지는 거의 정확하게 책 반절이 지나야 한다. 따라서 책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해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건지 합당한 설명을 하고 있다. 주목할 건 그 설명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게 <가짜 경감 듀>의 장점이다. 인물과 인물을 종잡을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독자에게 보여주는 묘사가 산만해 보이지만 거듭될 수록 흡입력이 발생하고 적절한 순간에 드디어 사건이다! 라고 하는 지점이 딱 책 중반부 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단점이라면 극적 긴장감이 별로 없다는 점일 것이다. 등장인물 중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아주 희극적으로 그려지는데 - 특히 앨마의 로맨스 소설에 빗댄 자기합리화는 그야말로 코믹의 절정이다 - 이런 부분 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명경감 듀께서 알아서 해주실테니까! 라는 느긋함이 소설 전반에 걸쳐 깔려있다.

 <가짜 경감 듀>(물론 이번 새로 발간된 신판)나 시공사 쪽에서 나온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좀 본전 이상은 팔려서 피터 러브시의 다른 대표작도 몇 권 정도는 (전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소개되면 좋겠다.

평점 6.5 / 10

고식 외전~ 겨울의 새크리파이스 - 사쿠라바 카즈키

2012년 우리말 (NT노벨)

 나오키 상 수상하는 바람에 너쿠 커버린 작가의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수상 전에도 메이저 데뷔를 성공적으로 해서 고식 시리즈 완결은 언젠가는 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다. 아무튼 외전4편이다. 외전은 총 네 권으로 부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어쩌구 식으로 사계절로 시작한다. 4편은 마지막에 해당하는 겨울. (마지막이면서 시작이지만) 본편 7권에서 학원으로 돌아와 본편 8권 사이에 벌어진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주로 나오는 사건은 주변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다. 그레빌과 자클린, 브라이언 이야기, 아브릴 관련 에피소드다.  미스터리 요소는 있지만 캐릭터들 이야기가 워낙 강해서 추리 색채가 너무 옅다. 이게 미스터리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약하다. 결국 본편 시리즈를 전부 읽은 독자를 위한 팬서비스용 단편 모음집이긴 한데 (돈 주고 사서 봐야한다는 게 함정이다만) 웃긴 건 이 단편이 일반인 대상으로 한 잡지에 연재됐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내에서)

평점 4 / 10

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샴 쌍둥이 미스터리 - 엘러리 퀸

1933 The Siamese Twin Mystery
2012년 우리말 (시공사)

이 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미스터리 팬이라면 모를래야 모를리가 없으니 불필요한 소개는 생략하고 바로 내용으로 들어간다.

산불 때문에 산장에 고립된 퀸 부자.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산불은 점점 다가오고 살인범은 오리무중. 과연 누가 범인인가? 전형적인 닫힌 공간을 설정으로 한 범인 한정 미스터리. 여기에 피해자는 다잉 메시지까지 남기고 있다. 트럼프 카드를 반으로 찢어 손에 쥔 채. 퀸 부자는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수집 입증하지만 새로운 증거에 가설은 무너진다. 다시 세운 명제 역시 증거가 있는 것 같지만 또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 그리고 사건은 화마 속에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하나 얘기해 두고 싶은 것은 <샴 쌍둥이 미스터리>는 과도기적인 내용이라는 점이다. 국명 시리즈의 후반기 작품이면서 라이츠빌 시리즈 사이의 전환점과 같다. 엘러리 퀸 하면 흔히 생각하는 거시기(?)가 없다! 언제 나오려나 기다려봐야 헛수고다. 그딴 거 없으니까. 게다가 내용부터 기존 국명시리즈와 다르다. 초중반 국명 시리즈는 논리가 우선하는 논리 지상주의 같은 느낌이라면 후반기로 갈수록 첨예한 논리는 여전하지만 빛이 바랜다. 어떤 식이냐면 아무리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해도 자연재앙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샴쌍둥의 속의 산불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마지막 범인의 정체를 앞두고 탐정과 용의자 전원이 합심해서 불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과 마지막 결말의 마무리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설정이겠지만 사실 원조를 따지자면 <샴 쌍둥이 미스터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미스터리 취향에 따라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라설지도 모른다.

평점 7 / 10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2012년 우리말 (두드림)

원제는 '소세키'와 런던미라 살인사건이다.
잘못 발음하면 소새끼와 런던미라가 되니까 그래서 나쓰메 성을 붙인 것도 있을 것이고, 일본애들은 소세키 하면 아 그 소세키 하고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소세키인지 소새끼인지 알게 뭐람일 것이다. 초장부터 제목 가지고 뭐라 한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셜록 홈즈'도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됐을 당시의 일본애들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였을 것이다. 소세키와 홈즈라니.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수준의 내용이다. 게다가 머리말은 왓슨이 남긴, 알려지지 않은 수기와 소세키의 런던 체류기를 바탕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내용까지 곁들이고 있다.

이야기는 두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 소세키와 왓슨. 그리고 두 가지 시점을 공유하는 홈즈가 존재하는데, 전자가 바라보는 홈즈와 후자바 바라보는 것에는 전혀 다른 시점을 갖고 있다. 소세키 속에서 나오는 홈즈는 우스꽝스런 미치광이 같은 캐릭터로, 왓슨의 홈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석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처음에는 전자의 묘사가 불편한데 읽다보면 묘한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홈즈가 존재했다면 일반인들의 눈에는 저랬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

잘 만들어진 동인소설, 팬픽이다. 나쓰메 소세키와 셜록 홈즈 둘 다 알고 있다면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은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유쾌하고 즐거운 내용이니 부담없이 읽기 좋다.

평점 6 / 10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미래일기 TV 애니메이션 전26화

유노의 귀여움(?)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다.

그림 출처 : http://www.pixiv.net/member_illust.php?mode=medium&illust_id=23751683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으로 26화로 끝났다.
미래일기를 갖고 있는 12명이 신이 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데스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의 원작을 과연 얼마나 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TV판은 동화와 연출로 원작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본작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사이 유노'라는 캐릭터의 표현력이 가장 돋보였다. 비정상 여주인공의 에로틱하면서 귀엽지만 그 속에 숨이었는 악마적인 폭력성을 정말 잘 구현해냈다. 짝짝짝!

원래 원작 자체의 스토리가 막장스런 전개를 보여주지만 거기에 큰 일조를 보태고 있는 것 또한 이 가사이 유노라는 여자애다. 따라서 유노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미래일기를 재밌게 보느냐 마느냐 최소한의 조건이 되겠다. 미소를 지으면서 도끼자루로 목을 따는 여자애 캐릭터가 미친년같지만 귀여워! 라고 느낀다면 미래일기는 참 재밌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고 저거 뭐야 무서워! 정신병원에나 가버려! 라고 느꼈다면 어서 미래일기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정신 나간 전개를 보여주니까 말이다. 참고로 가사이 유노의 한자를 보면 재밌다. 뒤의 유노는 이름이고 앞의 가사이가 성인데 가사이의 한자는 내 마누라라는 뜻이다. 일본어로는 와가츠마 라고도 읽을 수 있는 한자. 해서 가시이 유노는 그대로 이름이 되지만 중의적 의미로 내 마누라 유노라는 뜻도 갖고 있다.

다만 매화 자극적인 내용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물리는 경향이 있다. 역치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적당한 자극은 흥미를 돋우지만 지나친 자극은 금방 익숙해져서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원하는 그 이상의 자극이 나오지 않으면 되려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초반 긴장감 있는 전개가 중반 후반을 거치면서 단순한 도륙과 자극으로 점철된 나머지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괄약근이 풀어져버리고 만다.  결국 반복되는 자극과 느슨하고 단순한 전개와 맞물려 당초 미래일기가 보여주고 보여줘야하는 재미가 사라지고 만다. 결국 남는 것은 가사이 유노, 우류 미네네 같은 특정 캐릭터 밖에 없고 이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서 평점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애니메이션판 미래일기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높은 연출로 초월이식을 보여주긴 했지만 동시에 원작의 한계도 그대로 갖고오는 모순을 보여준 작품이다. 흥행에도 별볼일 없는 성과를 거둔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아 사족이지만 이거 어나더 월드라고 해서 TV 드라마로도 있는데, 이게 참, 뭐라 말을 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 없는 놈이 있다. 그냥 한단어로 표현해도 되겠지만 워낙 저질 완성도라 이렇게 칼로리 소비하면서 키보드 투닥질 하고 있다. 아무튼 보지 말자. 그냥 신경 끊자.

평점 5.5 / 10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라이어 게임~재생 (2012)

2012년 개봉

파이널 스테이지가 끝인줄 알았더니만 '재생'이라고 또 나왔다. 뭐 돈이 되니까 나온 거겠지만 시리즈 여주인공(?)인 누구더라, 거시기 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아무튼 계약문제인지 뭔지 여주인공 역할이 바뀌었다. 라지만 어차피 라이어 게임에서 여주인이 맡은 극중 행동과 대사의 대부분은 정해져있고 그걸 누가 연기하느냐의 차이만 남는데, 이번에 맡은 여자가 미모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시리즈에는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아예 처음 드라마부터다베 미카코가 여주인공으로 나왔더라면 차라리 더 낫지 싶은 생각이다. 이제 생각났는데 기존 여주인공 역은 도다 에리카였다. 에리카 보다는 미카코가 내 취향인가 보다.

아무튼 이 시리즈는 사실 중요한 건 게임의 내용이다. 캐릭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게임의 룰과 그걸 풀어가는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등장인물이야 쥐가 나오건 고양이가 나오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해서 이번 게임은 의자뺏기다.  게임 참가인원은 스무 명. 의자는 15개. 의자에 못 앉은 사람은 탈락. 하지만 1라운드가 끝나면 전원 투표에 참가해서 투표수가 많은 사람이 당선되어 다음 라운드에 사용못하게 의자 하나를 정한다. 이런 식으로 라운드가 거듭될 수록 의자는 줄고 탈락자는 늘면서 자연스레 한 명이 우승자. 단 여기에 변수로 등장하는 것이 메달이다. 1인당 20개 메달을 갖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우승자의 메달 1개에 1억엔이라는 것이 포인트 되시겠다. 당연 이 메달의 존재와 투표가 의자뺏기 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해서 게임은 나름 재밌긴 한데...........

러닝타임이 길다. 어차피 별로 돈 들어갈 내용도 아닌데 그냥 스페셜 드라마로 나와도 충분할 걸 억지로 영화로 만들어놓아서 (이건 전편도 마찬가지다) 화면은 어색하고 게임 중간 중간 캐릭터들의 헐리우드 액션이 너무 많아서 게임 분위기를 헤친다. 역시 이 작품은 원작만화가 제일 낫다.

평점 3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