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도카와쇼텐
2012년 우리말(황금가지)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리한 작가다.
소설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은 허구의 문학이다. 극단적으로 허구만을 추구하면 리얼리티가 없다고 질타를 받고, 너무 현실성만 추구하면 재미가 없다. 그럼 허구와 현실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재미까지 있게 만들려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와 흥분을 동시에 안겨주면 된다. 그래서 그의 데뷔작 <13계단>은 대단히 놀라운 작품이다. 인간이 인간을 공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사형제도의 모순과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사형제도라는 생각할 거리는 일견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 그의 데뷔작을 읽어보면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글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독자는 작가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는(?) 꼴이다. 물론 즐거운 재주넘기다. 그의 이런 패턴은 후속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유령인명구조대> <그레이브 디거>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 등 우리말로도 번역 출판된 것들인데, 이 역시 적당히 생각할 거리와 재미를 적절하게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680페이지, 흉기에 가까운 책 <제노사이드>가 있다. 처음 집어들면 무게와 두께에 압도당한다. 저자 이름을 모르고 들었다면 영미권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분량이다. 이번에는 인류는 왜 인류를 학살하는 가라는 화두거리를 들고 나왔다. 이미 전작의 소재를 알고 있다면 다카노 가즈아키의 선택은 놀랍지만은 않다. 예견된 행동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두꺼운 책에 비해 읽히는 속도는 빠르다. 아프리카, 일본, 미국을 넘나드는 시점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인종, 국적의 캐릭터들이 연기하는 버라이어티 액션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잘 만들어진 제3세계 액션영화 같다. 헐리우드 영화로는 이런 내용은 결코 나올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재미는 딱 잘라 말해 별로다. 반전이라고 준비해놓은 부분도 있지만 무르다. 원래 이 소설은 그런 막판 뒤집기가 재미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논점을 일탈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미스터리 팬이라서 그런가 그런 부분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2권으로 분권되서 나올 줄 알았던 책인데 단권으로 나와서 정말 놀랐다. 황금가지가 미쳤어요!! 아무튼 가격대 성능비 아주 좋은 책이다. 추천.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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