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9일 수요일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2007년 문예춘추
우리말 출간중 (학산문화사)

<인사이트 밀>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주로 청춘(일상) 미스터리 계열을 발표하던 요네자와 호노부가 '마음 먹고' 나도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쓸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내용의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살인게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암귀관이란 닫힌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7일간의 실험 아르바이트. 여기에 고액(시간당 112,000엔. 지금 환률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거액이죠.) 시급에 혹해서 반장난 삼아 지원한 12명의 참가자들이 있습니다. 단 일주일간 암귀관 생활 규칙안에는 이런게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죽이면 보너스 2배 누적가능
범인을 맞추면 보너스 2배 누적가능
살해당하면 보너스 1.2배 누적불가 (자세한 배율 수치는 실제 소설 내용과 틀릴지도 모릅니다.)
이건 대체?? 진짜? 아니면 가짜?

12 명의 참가자 에게는 '호신무기(?)' 로 한 개씩 독특한 무기가 지급되는데, 그 무기들에는 출전이 있습니다. 물론 그 출전은 유명한 고전 추리소설입니다. 가령 '니코틴'의 출전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까요? 미스터리 팬이라면 백이면 백 을 떠올릴텐데요, 맞습니다. 그런식으로 12개의 무기에는 12개의 출전이 있죠.

하지만 이런다고 '게임 스타트!' 외치자마자 서로 혈안이 되어 죽고 죽이는 데스 서바이벌이 발생할리는 만무하죠. 참자가는 암귀관의 규칙을 주최측으로부터 전해듣지만 반신반의 합니다. 하지만 3일째 밤 참가자 중 한 명이 권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급진전을 보이는데..............

<인사이트 밀>은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부자연스러움을 어찌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냥 우연히 동아리에서 섬으로 놀러갔는데 폭풍우 때문에 갇혀버렸다! 같은 우연에 기대기 보다는 그런 설정자체를 처음부터 의도적(작위적)으로 설정해 버립니다.
암귀관의 규칙이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닫힌 공간에 12명을 집어넣고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굵직굵직한 규칙이 정해져있는 거죠.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는 자시 방에 있어야만 한다거나, 야간에 돌아다니다가 '가드'에게 3회이상 적발되면 살해당한다거나, 개인실의 문은 전부 잠글 수 없다는 설정이거나 등등 말이죠. 그래서 이런 규칙을 감안한 상태에서 지내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누가 범인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대처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사실적입니다. 3명 1조 행동이 좋은 예겠죠.

440페이지(우리말은 대략 550페이지 정도) 정도로 분량이 꽤 두꺼운데 정말 단숨에 읽힙니다. 발단이 되는 사건, 내분, 동요,초초, 탐색, 추리, 살인, 자살, 자백 등 미스터리에서 등장할만한 요소는 다채롭게 등장해서 진행해 나갑니다. 지금까지 읽은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입니다. 그것도 '본격' 미스터리로서 말이죠.

단 지 등장한 캐릭터중 주인공 유키 리쿠히코의 상대역(억지감이 있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인 '아가씨' 캐릭터(스와나 쇼코)가 있는데, 이 캐릭터의 말투나 행동은 작가의 다른 미스터리 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치탄다 에루라는 여고생 캐릭터와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스와나 쪽이 훨씬 '무섭'습니다만, 처음에 딱 보고 '치탄다 에루의 숙녀판인가?'싶을 정도로 비슷한 캐릭터 유형입니다. <개는 어디로?>에서 나온 여자 캐릭터와 <소시민 시리즈>의 여자 캐릭터가 비슷하다거나,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하는,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이나 다른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소시민적인 면모를 갖춘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요네자와 호노부가 만든 캐릭터의 한계를 보는 듯 합니다.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평점 8 / 10

2009년 4월 28일 화요일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6 - 이루마 히토마


2008년 전격문고

부제 : 거짓의 가치는 진실

<미군과 막장>이 아니라 <미군과 맞짱 시리즈> 대망의 완결편(?)입니다. 표지부터 뭔가 완결편 냄새를 풀풀 풍기죠. 거짓말이면 좋으련만~~ 이번에는 버라어이티 만재한 장편+단편같은 구성인데요, 일단 1권부터 5권까지 주요 등장인물-라고는 해도 신등장도 있음-이 등장해서 챕터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로 미군과 마짱의 이야기가 들어있더군요. 미군과 마짱이 체육활동중 둘만 따로 땡땡이(?)치고 있는데 체육관 안에, 갑자기 엽총을 든 괴한이 침입합니다. 학생들을 총으로 쏘고 체육관 입구를 열쇠로 잠그는 사태가 일어나죠. 미군은 마짱이 싸온 도시락을 제때 먹기 위해 괴한퇴치를 계획합니다. 스피커를 통해 교가(....)를 틀어서 범인과 대결을 하면서 기회를 시시탐탐 노리는 미군. 과연 미군의 의도대로 총을 든 괴한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짱은 과연 미군의 말을 제대로 들어줄지........

마지막 결말은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미군과 막장 다운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참 병맛스러우면서 재밌는 결말이다보니 독자에 따라 반응이 확 갈라질 듯 합니다. 좋아하는 독자는 손뼉을 쳐가며 열광할 것이고, 아니라면 책을 불사른다거나 죄다 중고로 판다거나 그럴지도 모르겠죠. 그런데 6권까지 읽었다는 얘기는 이미 이 시리즈가 어떤 콘셉트인지 독자들도 인식하고 있을 듯 해서 오히려 6권의 결말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독자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또 참으며 6권까지 함께온 독자가 있다면 그저 도로아미타불인 겁니다.

본편은 그렇다치고 단편처럼 엮여들어간 중간 중간 챕터가 이게 또 재밌습니다. 초반의 코타는 장래성이 보이고 안즈는 좀 위험해 보이는군요(1권)나 의사 그만두고 집에서 뒹굴뒹굴 중인 코이비 선생(1권~)은 귀엽고, 리카와 나츠키(1권~)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포복절도입니다. 거짓의 거짓의 진실의 거짓을 넘다느는 설왕설래가 재미의 핵심입니다. 단지, 4-5권에서 메인 헤로인이었던 유즈유즈의 활약이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5권 읽고 나서는 몇 권 정도 더 나오고 완결날줄 알았는데, 이렇게 급작스레 정줄 놓을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군요. OTL 표지만 봐서는 XX가 거시기했을 법도 하지만, 뭐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겠죠.

미스터리 요소는 적습니다. 총을든 괴한이 침입하고 그걸 퇴치하는 내용이지만, 단순히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재밌는 요소를 첨가했습니다. 약하지만 적절한 것이 마지막 마무리와 겹쳐서 재밌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족 만족~~ 결국 미군의 풀네임은 안 나오는군요^^

여담) 얼마전에 7권이 나왔는데, 4,5권의 또 다른 미군인 유나가 나오더군요. 유나가 겪은 연쇄살인사건이 주 내용인 듯 한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외전격 내용이 아닌가 싶네요. 유나는 어차피 미군의 여성 버전이다보니 진행은 비슷하게 흘러갈 듯 합니다. 아예 이것도 하나의 시리즈가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요. 올 초에 나온 신작 <전파녀와 청춘남>도 있긴 한데..........

평점 8 / 10

'문학소녀'는 가고일과 바보의 계단을 오른다 - 노무라 미즈키 外


2008년 패미통문고

콜러보 앤솔로지2 라는 제목으로 나온 4개 소설의 세계관이 크로싱하는 단편집입니다.
등장하는 소설은 이하와 같습니다.
1. '문학소녀' 시리즈
2.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3. 요시니가씨 집의 가고일
4. 학교의 계단
총 5개 단편이수록되었는데, 이 중에 문학소녀와 관련있는 단편만 3편입니다. 과반수가 넘네요.

-'문학소녀'와 소녀에게 모여든 소환수 (노무라 미즈키)

제목대로 '문학소녀'와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의 크로싱입니다.
토오코와 코노하가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토오코와 아는 사이인 히메지 미즈키를 만납니다. 오랜만에 만난 미즈키인데, 울적한 표정을 보고 토오코는 왜 그런지 물어봅니다. 그러자 미즈키는 가정실습 시간에 만든 와플을 반친구인 아키히사(바보~~)에게 주었는데, 아키히사가 미즈키가 건네준 와플을 다른 사람(유지)에게 먹여주는 장면을 봤다고 합니다. 사랑 고민(......)을 들은 토오코 선배는 '불타올라서' 미즈키가 다니는 학교에 쳐들어갑니다. 어째선지 고토부키도 참가합니다. 미즈키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하여 소환수 배틀을 벌이게 되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마지막은 절묘했습니다. (하하) 고토부키 나나세가 시마다 미나미와 찰떡이 되어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의기투합하는 장면은 포복절도~~ (ㅋㅋ) 아키히사와 유지가 '동성애'라고 착각하고 떠벌리는 토오코 선배의 '삐리리~~한 말' 등도 나옵니다. '에로소녀'라는 닉네임까지 받는 토오코 선배 (어흑~~) 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유쾌한 코미디입니다. 아 고토부키의 서비스 장면도 나옵니다. (ㅎㅎ)

-'문학소녀'와 살해당한 바보 (이노우에 켄지)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작가가 문학소녀 시리즈와 바보 시리즈를 크로싱시킨 단편입니다. 바로 전에나온 (위에서 언급한) 단편의 뒷이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서 연작처럼 생각하고 읽어도 무방합니다. <겐지 모노가타리> 강의(?)를 위해 토오코 선배를 초빙하지만 교실 안에는 피투성이로 떡이 되어있는 '츠지야 코타'가 쓰러져있었습니다. 색골에 거시기에 삐리리한 최악의 녀석이지만 대체 누가 이 '바보'를 '살해(?)'한 것일까요? 문학소녀 팀 토오코 선배, 코노하와 바보 팀 아키히사, 미즈키, 유지는 츠지야를 살해한 범인을 색출하려 하지만 그게 쉽지않습니다.
코노하의 여장! (푸흡! 코피가..........) 이 나와서 열광의 도가니로 이끌고, <겐지 모노가타리> 중에 나오는 얘기 속 교훈인 '질투'가 그대로 단편과 연결되고 범인상은 <천일야화> 속의 내용과 연계되기도 해서 여러모로 문학소녀 테이스트와 바보 시리즈 특유의 엉망진창인 듯한 바보스러운 코믹함이 잘 조화된 단편입니다. 꽤 유쾌헤서 아예 '시리즈'로 나가도 좋을 법 합니다. (ㅎㅎ) 고토부키와 시마다는 변함없이 의기투합중 (......ㅋㅋ)

원저자 코멘트에서 나오는 미하루(빈유를 좋아하는 레즈소녀)와 코노하의 데이트, 토오코 선배와 츠지야(색골변태)의 관능(에로)소설 대결~~ 기대하겠습니다. ^^

-'문학소녀'와 찾아온 주자(런너) (노무라 미즈키)
이번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소녀와 <학교의 계단>이 크로싱하는 단편입니다.
뎅구리하마 고교와 교환입부를 하게 됐는데, 세이죠 학원에서는 문예부가 대표가 되고, 상대방측은 계단부가 대표라서 서로 부원을 일주일간 교환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코노하는 억지로 계단부(괴담부?)에 가게 되서 원치도 않은 계단 뜀박질을 하게 되죠. 반대로 계단부에서는 유키히로가 발탁되는데, 와보니 달리기는 커녕 '산다이바나시'를 쓰라고 펜과 종이를 건네 받습니다. 코노하와 유키히로는 각자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뭔가 아니다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냥 참죠. 그러다가 교환입부가 거의 끝날 즈음에 각자 소소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얘깁니다. 코믹 노선이 아닌가 싶었는데, '묵직한' 내용의 단편입니다.

평점 6 / 10

2009년 4월 27일 월요일

'문학소녀'와 신을 대하는 작가 (상) (하)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패미통문고

<문학소녀(文學少女) 시리즈> 본편의 대망의 마무리이자 시리즈 처음으로 상,하 분책되서 나온 볼륨도 풍부한 내용의 완결편입니다. 이번작의 모티브는 앙드레 지드의 유명한 소설 <좁은문>입니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학창시절에 한번즘은 읽어봤을 법한 소설입니다. 저도 어릴적에는 그냥 '로맨스'로 읽고서는 줄리엣, 알리사, 제롬을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가리에 피가 점점 말라갈 적에 읽어보니 '새로운' 내용으로 와닿았던 소설이기도 하죠. 그래서 문학소녀판(?) 좁은문은 과연 어떤 내용일지 읽기도 전에 두근두근, 그전부터 떡밥을 투척했던 문학소녀의 비밀이 밝혀진다는 사실로 콩닥콩닥 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역시 초점은 문학소녀 아마노 토오코에 맞춰져있습니다. 여기에 토오코의 아빠(같은 체질), 엄마인 유이, 유이가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카나코 이렇게 3명이 또 하나의 <좁은문>을 이루고 있습니다. 데뷔작으로 인해 벌어진 일로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코노하. 여기에 토오코 누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코노하 선배 뿐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사악하나 짓도 서슴지 않으면서 코노하에게 소설을 쓰라고 강요하는 류우토. 그런 류우토 옆에서 조용하게 코노하를 도와주는 다케다. 그리고 코노하와의 사이가 자꾸 삐걱하는 고토부키. 그리고 이쿠타가와부터 1편에 등장했던 인물까지 나와서 완결편다운 캐릭터 총집합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딕체의 독백형식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토오코의 엄마 유이의 글로, 유이가 카나코를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토오코의 아빠를 만나지만 작가의 길을 접고 결혼해서 토오코를 출산하고, 카나코가 소설로 데뷔해서 성공하는 그런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죠. 편집자인 남편이 밤낮으로 일로 바쁘고 담당 작가인 카나코와 붙어있는 시간이 많을 수록 불안해지는 유이. 그런 그녀에게 토오코는 구원의 빛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토오코가 8살 나이에 부모 두 분은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카나코는 <배덕의 문>이란 소설을 발표하는데, 그 내용은 하루라는 남성을 두고 유이코와 한 여성의 분노와 질투 그리고 독살을 다룬 내용이죠. 이 소설 내용의 독살이 토오코 부모의 죽음과 맞물리면서 하나의 미스터리 장치를 발현합니다. 미스터리에서 흔히 보이는 '과거의 살인(?)' 같은 거죠.

아무튼 <신을 대하는 작가>는 크게 4가지 좁은문이 등장합니다. 코노하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등장하는 <좁은문>과 토오코의 부모가 주인공인 <좁은문>, 류우토의 엄마 카나코가 쓴 <좁은문> 그리고 모든 좁은문의 모티브인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이렇게 4개의 좁은문이 됩니다.

이젠 됐어 코노하 군. 잘 있어~ 라는 말을 남기고 등을 돌리는 토오코.
다시는 소설따위 쓰지 않을거야!라고 외치는 코노하.
언제나 옆에 있을게 라는 코토부키.
코노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토오코가 남긴 <좁은문>에 끼어진 편지.

완결편 답게 캐릭터들이 그동안 분출했던 갈등이 전부 해결되는 내용입니다. 독자와 작가라는 입장을 이용한 미스터리 요소까지 들어갔으니 호하찬란한 고급 뷔페를 맛보는 기분입니다. 뷔페면서도 따로 노는 것이 아닌 하나의 통일된 일체감까지 줍니다. 7,8권 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투척했던 떡밥(복선)을 전부 회수해서, 빈 공간에 하나 하나 섬세하게 장식하는 장면은 그저 감동스러울 뿐입니다.좁은문을 하나하나 분해하는 코노하의 '외침'가 맞닿아 완결편 다운 절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필로그. 어찌보면 여기서 '으악!' 소리칠 독자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전작들을 보고 지레짐작했던 독자들에게 마지막 에필로그는 그저 뒷통수를 해머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내용입니다. 특정 캐릭터 팬들이 내지를 절규가 벌써부터 눈 앞에 선합니다. 나무아미타불~! 하긴 문학소녀가 즐겨쓴 미스터리 기법이 바로 서술트릭이었으니까요. 노무라 미즈키! 낚시질이 보통 선수가 아니에요. 시리즈물이란 점을 이용한 트릭-특히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면 할 수록- 재밌습니다. 본편은 이걸로 완결이지만 단편집과 번외편이 남아있습니다. 이미 단편집은 1권 나왔고, 번외편은 며칠전에 발간됐더군요.

여담) 7권의 표지는 보면 볼수록 눈물샘을 자극하는 표지입니다. ㅠ.ㅠ

여담2) 내년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상영한다고 합니다. 소설에서만 성립했던 요소를 어떻게 화면으로 옮길지 걱정이 많이 듭니다.

여담3) 잊지않았습니다. ㅠ.ㅠ

평점 9 / 10

2009년 4월 26일 일요일

해한가 - 나승규


2008년 시드노벨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십니까?
글쎄요......
죄송합니다....
사랑?........

한국적 라이트노벨이란 타이틀을 달고 <미얄의 추천>과 더불어 호사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던 <해한가>를 드디어 읽어보게 됐다. 라이트노벨 이란 말 자체가 일본에 근간을 둔, 일본적 코드가 다분히 묻어난 말인데, 여기에 한국적이란 정체불명(?)의 말을 붙였으니, 과연 어떤 괴작(?)이 탄생할 것인가, 걱정이 앞선 건 사실인데, 일단 <해한가>는 기존 라이트노벨 - 눈감고 돌을 던져도 맞을 정도로 괴랄하게 넘치는 흔하디 흔한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학원물, 코미디, 모에 캐릭터 - 와는 일단 궤를 달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사람을 사랑하시나요? 라는 문구가 1권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고, 이건 그대로 1권의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랑하냐는 질문에 전부 NO라고 대답한 세 명의 인물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며, 이 설정은 주제를 부각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 세 명이 알고 있는 지인이 교통사고가 나서 생사의 기로에 서다가 결국 사망하는데, 세 명은 각자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자기탓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을 깨트리는 역할을 '해한가(家)'라는 광대 캐릭터가 맡고 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여고생이란 점을 빼고는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 두 번 이상 읽고 싶지 않은 - 라이트노벨과는 내용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가 살아있는 라이트노벨인 것 까지는 좋지만, 문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다면 문체가 좋다거나, 묘사력이 뛰어나다거나 다른 장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해한가>는 주류 라이트노벨과 차별화를 했다는 것이 특징일뿐 별다른 장점을 찾기가 어렵다.

가령 미스터리를 예로 들자. 미스터리의 주제? 라면 일반적으로 범인의 정체를 파헤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다른 예도 있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하나만 예시로 든다.) 그렇다면 독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작가는 어떤 식으로 소설을 써야 할까? 불가능한 연쇄살인사건으로 기대치를 잔뜩 늘어놓고, 마지막에 가서 '어 그거 그냥 자살이야' 라고 맺어버린다거나, 희대의 엽기 연쇄살인범이 잡혔는데, '걔 정신병이라서 그런거래' 라고 허무(?)하게 끝난다면 독자들 원성이 이만저만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러 그런 허점을 노리는 미스터리라면 예외겠지만서도.)

<해한가>가 비슷하다. 주제의식은 있지만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플롯이다. <해한가>는 3명의 캐릭터의 각자 시점으로 진행되면서 한 곳으로 모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명 '도미노'식 진행으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방식인데, 3명의 캐릭터가 안고 있는 한을 풀어야 한다는 설정때문에 '모인다'는 플롯이 묻혀버렸다. 이 플롯이 중요했던 이유는 그동안 A에 관해 이런 저런 생각을 3명의 캐릭터가 각자 갖고 있었지만, 그들이 한데 모이게 만든 인과관계를 위한 도미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도미노는 완벽이란 말은 못해도 상당히 치밀하게 만들어야 옳다. 병원 앞으로 배경으로 처음에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 하다가 아 그런 식으로 하나로 엮이는구나! 하는 느낌을 이용해서 마지막 한풀이(카타르시스)를 극대화시켰어야 재밌는 구성이 될 것이다. 소설에서도 비슷한 플롯으로 흘러가긴 하는데, 3명은 너무 빨리 모였고, 그에 비해 한풀이는 너무 늦게 나왔다. 중간이 비어버린 꼴이다. 3명이 모인 이후에 나온 에피소드 중에는 미리 나왔어야 하는 것도 있다. 그래야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지니까 말이다. (무슨 내용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가장 실망했던 것은 해한가가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면. 척하니 나와서 '그만 좀 하지?' '응! 오케이!' 라는 식으로 끝나버리는 결말 부분은 성의가 없다. 해한가는 무당(탐정)이 아니기 때문에 미스터리의 해결편을 기대하는 건 아웃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각자 고민해온 캐릭터들이 우스꽝스러워지지 않는가? 차라리 해한가는 처음부터 후반까지 짤막하게 각각의 캐릭터와 조우해서 수수께끼같은 말만 던지고 사라지는 그런 캐릭터로 그려버리는 것-1권에서도 그런 식의 처리가 되어있긴 하지만 - 이 더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해한가는 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조언'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조언을 받은 3명이, 해한가의 일방적인 해결이 아닌, 각자 스스로 굴레를 벗어던진다는 해답이 깔끔한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아예 3명 동반자살을 시켜버리는 것도 괜찮은 결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실망이 컸지만 뒤에 수록된 단편 <물망초>를 보고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이런 스타일은 차라리 '단편'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한가가 수수께끼의 '할리퀸' 같은 역할을 맡아서 나오는 6편 정도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이 있다면 이건 이것대로 꽤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한데 말이다. 추가로 해한가의 정체에 관해 알려줄 듯 말 듯 살짝살짝 언급해가면서 감질맛 나게 한다면 더 좋을 수도 있겠고. 단편은 연작식으로 엮어서 1권의 핵심 내용을 후반부에 나눠서 배치해서 주제를부각하는 방식도 생각해법할 만한데......뭐 탁상공론은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요는 아쉬웠다는 얘기다. 일단 1권만 보면 다음 권은 그다지 땡기지가 않는다. <해한가>가 주제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무조건 이걸 넣어야 한다. 미스터리!! 그런 의미에서 '물망초'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단편이었다. 아주 뻔한 내용도 포장을 적절히 하면 재밌는 내용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해한가는 조언만 하고 해답은 스스로 구한다는 방식도 물망초에서 보여준다. 여동생과 아웅다웅하는 장면은 적절한 유머(실제 여동생이 있는 입장에서 남얘기 같지가않았다......)를 담고 있어서 강약조절에서도 좋았다. 본편 내용은 불만이 많았지만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이 괜찮아서 지금도 망설이고있다. 2권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여담) 오츠 이치가 대단하긴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OTL

평점 3 / 10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학산문화사

1. 고딕체 고백에서 나오는 B는 누구인가?

드디어 등장한 라스트 보스는 아니고, 아무튼 아사쿠라 미우.
초반부터 독기를 팍팍 뿜어주는 서비스 장면 대폭발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에게 자신만의 환상을 품고 그걸 투영해서 상대를 규정해버리는 습성이 있다. 흔히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하는데, 연애 시절에는 보이는 것만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애써 무시하거나 하는데, 연애도중 그 안 보이는 면 때문에 헤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대로 결혼으로 골인할 경우에 문제가 산재하다. 예전같으면 대충 참고 살았겠지만, 요즘은 안 그렇지.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롤백인 거다.
아무튼 이노우에 코노하에게 그녀는 캄파넬라였고, 그녀에게 없는 모든 것을 갖춘 코노하야말로
반대로 캄파넬라였다. 5권은 이런 갈등을 부각하고 해결을 제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죠반니와 캄파넬라는, 일본에서 유명한 동화작가(라고 부르기는 좀 뭐하긴 하지만, 아무튼)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캄파넬라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죠반니에게는 한없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캄파넬라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5권은 두 명의 죠반니인 동이시에 캄파넬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상 5권의 미스터리 요소는 희박하다.

1번 문제로 가보자. 초반 고백을 하는 사람의 정체는 일목요연하다. 그녀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중반까지 펼쳐치는 연극에 속는 독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는 의문은 그녀에게 계획을 가져다준 B의 정체이다. 그리고 1권에서도 등장했던 다케다 치아의 '류우토는 무서운 사람이에요'라는 미스 디렉션이 등장한다. 너무나 노골적인 표현이라 역으로 B의 정체를 안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진짜 조종자까지 전부 말이다. 이런 조종=실험은 그대로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의 초고와 개고로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개정판, 특히 좋아하는 책의 개정판이라면 사족을 못 쓸텐데, 그런 부분을 콕 찝어서 활용한 장면에 고개를 살짝 들고 미간을 지긋이 눌렀을 뿐이다. 크.... (맞춤법만 바꿔놓고 개정이라고 해놓는 것은 물론 무효~)

그리고 막판 연극 재상영은 꽤 유쾌하다. 암고양이 두 마리의 난투극이야말로 5권의 엑기스!! 그리고 다시 대형 떡밥 투척.

........는 본디 이 세상에 존재할리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또 하나 남는 의문점 그녀는 어떻게 초고 내용을 알 수 있었을까? 그냥 그녀와 거래해서 알아낸 것인가? 흠......

'문학소녀'와 더렵혀진 천사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학산문화사

1. 크리스틴, 라울, 팬텀에 해당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2. 고딕체 독백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3. 천사의 정체는? 남자 친구의 정체는?
4권의 미스터리 포인트는 대충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1번은 시리즈 4번째 이야기 <문학소녀와 더렵혀진 천사>의 모티브인, 가스통 르루 作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오는 주동인물이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팬텀의 도움으로 일개 코러스에서 주역자리를 꿰차는 캐릭터이다. 팬텀은 그런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크리스틴이 사랑한 사람은 라울이다. 크리스틴이란 경계선을 두고 팬텀은 夜을, 라울은 晝를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자세한 건 원작을 읽어보시길......여기서는 그냥 구분하기 쉽게 나누었을 뿐이다.)

일단 미토 유우카라는 음대 부속 고등학교에서 오페라를 전공하는 여학생이 크리스틴이란 사실은 초반에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실제 고딕체 독백 형식의 글 내용은 미토 유우카의 자기고백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천사를 만나 새롭게 노래에 눈을 뜨게 되었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족과 관계된 어떤 이유 때문에, ' 안좋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유만 가지고도 장편 하나가 가능은 하겠지만, 작금 여고생 매춘 정도는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연계되는 것이 4권의 '천사'와 유우코의 '남자친구'의 정체이다. <오페라의 유령> 공식에 대입하자면 천사=팬텀, 남자친구=라울이 된다.

하지만 4권의 진실이 공식 그대로였다면 무척 밋밋한, 재미없는 소설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선과 악을 일도양단 딱잘라 이건 선! 그건 악!이라고 구분할 수 없듯이 소설-픽션- 안에서 숨쉬고 희비하는 캐릭터들이지만 그렇게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실례. 4권의 핵심은 크리스틴,팬팀,라울의 삼각형의 꼭지점이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60도 꺾이면서 크리스틴이 팬텀이 되고, 팬텀이 라울이 되고, 라울이 팬텀이 되는 것에 있다.

2번의 경우는 2명을 말해야 정답이다. 미토 유우카, 라고만 하면 반쪽짜리 답이다. 3장까지의 고딕체 독백은 확실히 미토 유우카의 고백이 맞다. 추가로 그 독백은 2가지 서술트릭을 내포하고 있다. 실은 소설 초반에 이미 미토 유우카는 죽었다는 것을 고딕체 독백으로 숨기고 있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4장부터 나오는 고딕체 독백도 미토 유우카가 뱉는 말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4장에서 처음 나오는 독백을 보면 '분위기'과 확연히 차이나는 걸 알 수 있다. 눈치가 빠른 독자 - 또는 문학소녀가 즐겨쓰는 수법을 아는 독자라면 뭔가 이상하다 싶으니 한 번 더 의심을 했을 것이고,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묻어갔을 것이다. 위에서 미토 유우카는 이미 죽었다고 했는데, 그럼 1장부터 3장사이에 끼어있는 고딕체 독백은 대체 무엇인가? 그냥 낚시?라는 의문을 갖고 있을 독자도 있겠지만, 이건 사실 죽기전의 주마등 처럼 하나의 고백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인데, 라이트노벨 특징상 분량문제도 있겠고, 과도한 주마등식 표현은 오히려 독서방해를 할 수 있을 여지도 있어서 편집단계에서 삭제됐거나, 아니면 작가 노무라 미즈키=작자 연출력 한계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저너머에, 그저 '상상'할 뿐이지만말이다. 따라서 미토 유우카의 행방은 자연스레 드러난다. 사실 이미 중반부 '크리스틴은 찬미가를 들으며 죽었어' 라고 알려준다.

3번, 천사의 정체로 넘어가 보자. 시리즈 특징상 나오는 등장인물은 한정되있다보니 대충 때려잡아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리 어렵지는 않다.
용의자1 : 음악선생. 오페라를 한적이 있고, 현재는 음악선생. 천사와 남자친구 둘 다 가능하다.
용의자2 : 도서부원 오미. 코노하 주변에서 그를 비아냥거리는 장면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남자친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중반부 반지씬은 노골적이며 전형적인 미스 디렉션. 낚이지 말자.)
용의자3 : 여자선생. 유우카가 다니는 학교의 음악교사로 미모의 여선생이다. 설마 '동성애'는 아닐 것이고(나는 나름대로 그런 가능성까지 전부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너무 앞서갔다.) 그녀가 천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별에 관한 착각을 유발하는 트릭도 꽤 많으니까.
어쨌든 여기서 남자친구에 관한 단서는 소설 중반부에 나온다. (물론 초반에 유우카가 직접 말한 3가지 단서도 있지만 그것만 보고 바로 맞춘 독자가 있다면 그저 땅에 넙죽 업드려 감복할 따름이다.)

정삼각형 바퀴같은 캐릭터 구도는 이렇게 해서 서로 위치를 바꿔간다. 크리스틴은 팬텀으로. 팬텀은 라울로, 라울은 크리스틴으로. 그리고 4권의 부제목인 '더렵혀진 천사'가 그위에 오버랩된다. 4권의 재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줄무늬 팬티가 아니다! (.....) 사실 4권은 5권의 전초전이다. 갑작스레 라스트 보스를 등장시켜서 주인공 일행을 짖밟으면 재미없으니까, 예행연습을 시켰다고 해야하려나?

2009년 4월 25일 토요일

보틀넥 - 요네자와 호노부


2006년신초사

장르는역시 청춘 미스터리입니다. 라고는 해도 미스터리 쪽 비중은 작은 편입니다.오히려 '청춘'과 '성장'에 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죠.

'스와 노조미'가 추락사고로 죽은 지 2년이 지났다. 오랫동안 식물인간이었던 형의 장례식 날에 맞춰, 그녀가 죽었던 공원 안에 있는 절벽을 찾아간 '사가노 료'.지금도 절벽 밑에서 그녀가 손짓하는 듯 하다. 갑작스런 돌풍에 순간 중심을 잃은 료는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멀리 떨어진 벤치 위였다. 집으로 돌아온 료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료 앞에 나타난 사람은 비슷한 또래의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사가노 사키'라고 하는데…….대체 료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평행 월드를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사가노 료의 세계와 사가노 사키의 세계. 양쪽 세계는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료가 살던 세계에는 사키는 없고, 사키가 살던 시계에는 료가 없다. 두 남매(?) 료와 사키가 콤비가 되어 각각의 세계의 다른점을 찾는 도중 '스와노조미'를 다시 만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됩니다. 대강 이런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판타지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서 초반에 '뭐야 이건!'이라고 '순수'한 미스터리를 원한 독자라면 실망이 클 겁니다. 초반의 뻔한 설정은 그냥 눈감아 주죠.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빨려들듯이 읽혀서 정신차려보면 마지막 페이지라는 아우토반처럼 술술 잘 읽히는 책입니다. (잘 읽힌다고 좋은 소설이란 법은 없지만 말이죠.)

<
보틀넥>에서 다루는 미스터리 포인트는 사가노 료가 있던 세계에서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한 '스와 노조미'의 사인이 실제로는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목격자나 증언이 단순해서 '범인'의 정체는 바로 맞출 수 있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한 여러 가지 복선과 두 세계에서 엇갈리는 것들을 잘 접목해서 '간단한 퍼즐'이지만 하나 하나가 찰칵 찰칵 들어맞는 재미가 있죠. 범인의 정체(?)가 좀 싱거웠다고는 하지만 압권은 마지막입니다.

잠시 얘기를 돌려서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도 전형적인 청춘 소설입니다. 하루 동안의 보행제를 통해서 캐릭터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내용인데, 읽고 나면 정말 '청춘'다운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보틀넥>은 <밤의 피크닉>을 읽고 나서 느끼는 느낌과 많이 다릅니다. 같은 청춘소설이지만, 접근 방법과 진행 방법에 큰 차이가 있죠. 특히 결말이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보틀넥>은 청춘의 어두운 부분을 더 부각한 '슬픈'소설입니다. 결말의 마지막 한 문장을 읽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을 정도로 아연했습니다.

'
아…….이렇게 되는구나'

청춘이란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죠 .때로는 좌절도 있고, 때로는 슬픔도 있습니다. 그리고 좌절한채로 영원히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청춘도 있습니다. 헤맑게 웃고 풋풋한 것만이 청춘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2007년도<이 미스터리가대단해!> 12를 했던데데, 아마 미스터리 완성도 보다는 본인처럼 결말에 나오는 한 문장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싶군요. 비슷한 콘셉트인 청춘 미스터리 <사요나라요정>보다 <보틀넥>에 점수를 더 주고 싶군요.

평점 7 / 10

개는 어디로? - 요네자와 호노부


2005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사진)
2008년 문고판

요네자와 호노부는 우리나라에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통칭 <소시민 시리즈>)로 처음 소개된 작가입니다. 노블마인이란 출판사에서 우리말로 내놨는데 표지가 완전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 0.2MB와 쌍벽을 이루는 경악스런 책 표지를 보고 관심을 바로 껐을 독자들도 많았을겁니다. (이 노블마인이 나중에 사쿠라바 가즈키의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우리말 표지로 다시 한번 히트를 치더군요. 요즘 책 디자인은 개나 소나 아무나 막하나 봅니다.) 이후에 현재 우리말로도 나온 <인사이트 밀>이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본서는 <사요나라 요정>에 이은 미스터리 프론티어(동경창원사에서 나온 신세대를 위한 미스터리 개념의 단행본 브랜드) 두번째 작입니다. 전작보다 나은 완성도를 이룬 덕분에 <이 미스터리가대단해!> 해당년도 8위에 랭크인 했더군요. 그에 비해 <사요나라 요정>은 전년도 20위 였죠. 이런 순위 매기기란것이 개인의 취향을 100% 반영할 수도 없는 것이고 순위가 높다고 전부 '재밌는' 미스터리는 아니죠. 그러나 대강의 평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전작 <사요나라 요정>은 -작가의 데뷔작 <빙과>나 그 후의 후속작 처럼-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소녀와의 이야기를 일상 미스터리 계열로 묘사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소재로 삼은 미스터리를 담은 일상은 자연스러움보다는 좀 억지스런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 보다는 청춘소설 입장에서 읽어야 더 재밌던 내용입니다. 이런 독자 평 - 극찬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번에는 '하드 보일드(?)' 풍의 '탐정(?)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게 바로 <개는 어디로?>입니다.

고향마을을 떠나 도쿄에서 취직해서 사회인이 됐던 주인공 코야는 갑작스런 '아토피 피부염'을 갖게 되어 결국 회사도 때려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사귀던 여자와도 헤어지고 몸은 병들고 회사도 그만두고 여러모로 실의에 빠져 고향에 내려와서 '은둔형 외톨이' 비스무리한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도쿄에 있을 때 아토피로 개고생했었는데 고향으로 내려오니 씻은 듯이 나아버립니다. (T.T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캐공감합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데 가서 생활하면 증상이 싹 가라앉습니다. OTL ) 그래서 뭐해 먹고 살까 하다가 생각한게 '코야 S&R' 입니다. 뒤의 영문 이니셜은 서치 앤드 레스큐. 주요 타겟은 잃어버린 애완동물. 그중에서도 '개'입니다. 어릴적 난폭한 유기견한테서 여동생의 위기를 구했던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개찾기'를 업종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개업하자마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옵니다. 의뢰는 '행방불명된 손녀를 찾아달라'는 내용입니다. 이름은 사쿠라 도코.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작스레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다고 하고 그 후에 실종. 미혼이라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날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한 상태.

주인공 코야는 '개 찾기' 전문이고 '사람 찾기'는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의뢰인의 얘기에 마지못해 의뢰를 받아들이고 맙니다. 여기에 또 다른 의뢰인이 찾아와 '고문서'의 유래를 조사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던 차에 예전 고등학교 시절 후배이자 탐정이 되고 싶어하는 녀석이 등장합니다. 순식간에 일거리가 2건이나 들어와 실종사건은 코야가 고문서 조사는 후배에게 맡깁니다. 물론 뻔한 얘기이지만 두 건의 의뢰는 '어떤 부분'에서 서로 겹칩니다. 당연한 얘기죠!

개 찾기를 하려다가 뜻하지 않게 사람 찾기가 되버린,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의뢰를 받아들인 주인공 코야. 어쨌든 맡은 일이라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면서 사쿠라 도코에 관한 비밀을 하나 하나 밝혀냅니다. (비밀이라고 하니까 뉘앙스가 좀 이상하긴 하네요.) 고문서를 조사하던 후배의 보고서와 코야가 조사한 사쿠라 도코에 관한 사항이 하나로 겹쳐지고, 사쿠라 도코와 약간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코야는 그녀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고 그녀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코야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진실 아닌 진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요나라 요정>보다 확실히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사이트 밀>을 읽은 관계로 그쪽에 비하면 역시 한 수 모자라긴 합니다. 그래도 보통 이상은 합니다. 마지막의 반전과 그동안에 뿌려놓은 복선과 맞물리는 구성은 졀묘하지는 않지만 매우 준수한 수준입니다. 마지막에 몇 문장 추가하면 '호러' 물이 될 수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주인공 코야는 20대 중반입니다. <개는 어디로?>에서 처음으로 20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전까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사요나라 요정>은 전부 고등학생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령대만 다르고 캐릭터 성향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에 말려들고 결국 해결하게 되는 캐릭터는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과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고전부 시리즈> 두 번째 작인 <바보의 엔딩롤>에서 등장한 컴퓨터 채팅을 이용한 구성은 이번에도 비슷하게 쓰였습니다. 전작에서는 미스터리 요소와 밀접한 관련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단순한 역할이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사쿠라 도코라는 캐릭터는 극후반부 결말에나 가서야 잠깐 등장하는데 책을 처음부터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마지막 결말을 확인하는 순간 <소시민 시리즈>의 여주인공이 떠오릅니다. 두 캐릭터를 섞으면 <인사이트 밀> 쪽의 모 캐릭터로 연결되는 느낌이더군요. 여담이지만 <인사이트 밀>의 여주인공(?)은 <고전부 시리즈>의 여주인공과 비슷하죠. 그래서 소설의 내용은 다르지만 캐릭터는 이리저리 연결된 구석이 많습니다. 아직은 많은 작품이 나오질 않아서 괜찮겠지만 작품수가 늘어나면 작가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평점 7 / 10

사요나라 요정 - 요네자와 호노부


2004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2006년 문고판

< 사요나라 요정>은 가도카와 쇼텐에서 발매된 <고전부> 시리즈에 주목한 도쿄소겐샤가 아마도 그네들의 신감각 미스터리 브랜드로 소설을 내고자 한 의도가 엳보입니다. 따라서 정통적 의미의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 '미스터리 프론티어'로 나온 다른 작가의 다른 미스터리 면면을 봐도 제 생각을 뒷받침 해주더군요. 미스터리 프론티어로 나온 초기작인 이사카 고타로의 <들오리와 집오리의 코인로커>(우리말로 나왔습니다.)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때는 주인공은 고등학생입니다. 우연히 비를 피하고 있던 한 외국인 소녀와 만납니다. 그녀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왔다고 합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91년 4월입니다. 이 대목에서 눈치 빠른 사람은 약간의 '밑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는 달리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유고에서 온 소녀의 이름은 '마야'
마야는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공부를 하러 왔다고 합니다. (학교 공부를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처음 일본에 온 마야에게 일본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는 전부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말끝마다 '철학적 의미가 있는건가요?' 라며 펜과 메모지를 꺼내들고 주인공에서 설명을 요구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여주인공 치탄다 에루의 '신경쓰이네요'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런 마야의 의문에 답해주는 형식의 내용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자, 미스터리 요소가 됩니다.

어째서 죽은 이의 무덤앞에 '좋은' 의미를 가진 '홍백'을 놓았는가?
왜 비가 오는데 한 손에 든 우산을 펴지 않고 그냥 뛰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등의 '일상 미스터리' 계보에 넣을 만한 소재를 담고 있죠.
하지만 소설 후반부에는 '마야'가 유고슬라비아의 어느 지역에서 왔는가? 가 추리의 핵심으로 바뀝니다. 2개월의 체류기간을 마친 마야는 예정대로 유고로 돌아가지만, 유고는 독립분열이라는 내전의 포화에 휩사인 상태입니다. (1991년이란 시간 배경을 일부러 택한 이유가 되겠죠.) 마야의 안위를 걱정하는 주인공은 그녀의 고향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에 있었던 마야의 언행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추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답을 얻은 주인공은 마야를 만나러 유고행을 결심하지만 그런 주인공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를 말할 때는 흔히들 '청춘' 미스터리란 말을 사용합니다. 학생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미스터리 소재도 일상적인 것이 많다보니 그런 평가가 내리지 않았나 싶긴 한데, 그런 의미에서 <사요나라 요정>도 청춘미스터리라고 부를만한 내용입니다. 다만, 미스터리적 완성도는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미스터리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언어유희'를 이용한 것들이라,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재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작가도 외국에 번역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집필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말이죠. 아무튼 언어유희하는 것은 번역을 거치게 되면 그 맛이 떨어지리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가끔 미친 번역가가 있어서 그런 언어유희 조차 완벽하게 번역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또한 후반부 미스터리 핵심인 마야의 고향찾기, 역시 난이도가 쉽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편지 내용은 약간 의외였습니다, 아니 예상밖이었다고 해야할까요. 편지와 함께 동봉된 '그것'의 존재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청춘 미스터리 + 보이 미츠 걸 같은 일상 미스터리라고만 생각하면, 마지막 책을 덮고 약간은 씁쓸할지도 모릅니다. 청춘이란 결코 달콤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미스터리가 아니라 청춘이란 시점에서 <사요나라 요정>을 평가하자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요소는 후에 나온 <보틀넥>으로도 이어집니다.

어느 의미에서 메이저 데뷔작인 <사요나라 요정>만 봤을 때는 아직은 덜 완성된, 풋사과 같은 그런 내음이 납니다. 이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개는 어디로?> 쪽이 더 재밌게 읽은 걸 감안하면, 또한 <소시민 시리즈>쪽의 완성도와 비교해보자면 요네자와 호노부는 꾸준히 발전하는 작가임에 분명합니다.

평점 5 / 10

여담) 2005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20 위에 랭크인 했더군요.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 - 요네자와 호노부


2007년 가도카와쇼텐

이 놈의 가도카와쇼텐 띠지는 대체 개나 소나 '걸작'이란 수식어를 달고 나오네요. 이러면 진짜 걸작이 묻혀버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너무 남발합니다. 아무튼 결론부터 가자면 본서는 걸작은 아니고 '수작'정도는 충분히 되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아무튼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은 <빙과> <바보의 엔딩롤> <십문자 사건>에 이은 <고전부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이자 첫 단편집입니다. 앞의 세권은 장편이고(<빙과>는 중편 정도 분량이지만 그냥 장편으로 넣었습니다.)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이 단편집입니다.

총 7 개의 단편이 들어갔는데 이 중에 5개는 일반 잡지 <야성시대>란 곳에 연재되었고 1편은 <더 스니커>라는 라이트노벨 잡지에 연재되었고. 마지막 1편은 단행본 발간에 맞춰 새롭게 들어갔습니다.

원래 <고전부 시리즈>는 가도카와 스니커라는 라이트노벨의 자매 브랜드인 '스니커 미스터리 클럽'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인 <빙과>는 해당 브랜드에서 신설한 상의 장려상을 수상했었죠. 그리고 두 번째 <바보의 엔딩롤>까지는 스니커즈 미스터리 클럽으로 나왔다가 한 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빙과>가 2001년, <어리석은 자의 엔딩롤>이 2002년이었는데, 3번째는 무려 시리즈 세번째는 3년후 2005년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일반 단행본으로 말이죠. 그래서 단편이 연재된 잡지가 서로 다릅니다.

2005년은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에게도 남다른 해였을 겁니다. 고전부 초기작 덕분에 도쿄소겐샤에서 <사요나라 요정>이 2004년에 나왔고 이듬해 <소시민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가 나왔죠. 그리고 <개는 어디로?>로 독자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고전부 시리즈>의 속편을 가도카와쇼텐에서 발매했고 이듬 해에는 신초사에서 <보틀넥> 그리고 2007년에는 <인사이트 밀>(우리말로도 나왔습니다. 개념작이자 추천작입니다.)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책 수는 많지 않지만 전부 보통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그 중에서 저는 특별히 <고전부 시리즈>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단독으로는 <인사이트 밀>이 최고겠습니다만..... 캐릭터 면으로는 <소시민 시리즈>를 사랑합니다만.....)

잡설이 좀 길었네요. 이쯤에서 때려치고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은 전작과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등장인물은 호타로, 치탄다, 사토시, 마야카 이렇게 4명으로 한정되어있죠. 그리고 이들이 겪는 사건(?)도 전부 별개입니다. 단, 몇몇 단편의 경우, 앞서 나온 단편에서 두리뭉실 처리했던 사실을 다른 단편에서 '복선'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100% 완전 별개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치탄다의 호기심을 다른 호기심으로 제압한다(이독제독)는 첫단편, 7가지 대죄를 논하는 두 번째 단편,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는 세번째 단편, 그리고 단 한문장을 가지고 추리의 추리를 하는 네번째 단편(제60회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분상 후보작), 하츠모데에 갔다가 광에 갇힌 치탄다와 호타로의 탈출기를 그린 다섯 번째 단편, 발렌타인 날 마야아의 초콜릿을 훔쳐간 범인을 찾는 여섯 번쨰 단편 그리고 마지막은 책 제목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을 그렸습니다. 기존의 고전부 시리즈 처럼 특별히 살인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사건은 일절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열은 '일상 미스터리'쪽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수수께끼를 겪은 치탄다는 언제나 '신경 쓰이네요'라는 말로 호타로를 사건의 해결사로 만들죠. 그런 7개의 단편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는 사람은' 이란 단편입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분 후보작으로 선정(수상은 실패)되기도 했는데, 단 한 문장을 갖고 추리하는 호타로와 치탄다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레키의 추리에 감탄하는 치탄다. 그런 치탄다의 반응이 결코 탐탁찮은 오레키. 결국 때마침 교실 스피커에서 들리는 한 문장을 갖고 오레키는 말도 안되는(?) 추리의 추리를 피로합니다. 그런데.........

[10월 31일, 역앞의 교문당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학생은 당장 교무실 시로자키 선생님 앞으로 오도록] 문장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거 하나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를 하는 장면이 꽤 재밌습니다. 중간에 이런 추리는 좀 아닌데 싶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꽤 재밌는 단편입니다. (언제 한번 번역해보고 싶은 단편입니다.)

그리고 7가지 대죄중에서 '분노'를 그린 단편 역시 재밌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이 진도를 헷갈린 이유를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내용이죠. 이밖에도 전체적으로 양질의 단편입니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단편집은 한번에 몰아서 읽으면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은 오히려 한 번에 읽어서 더 재밌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 단 어쩔 수 없이 해야할 일은 최대한 빠르게'를 삶의 모토(개인적으로 저도 이런 스타일입니다.)로 삼고 있는 호타로와 언제나 호기심 많은 눈초리를 번득이는 치탄다, 그리고 사토시와 마야카 커플(?)이 겪는 다음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다가올지....궁금합니다. <고전부>와 <소시민>이 교차하는 이야기가 만약 나온다면, 이건 이것대로 꽤 재밌을 듯 합니다만......

평점 7 / 10

바보의 엔딩롤 - 요네자와 호노부


2002년 가도카와 문고

통칭 <고전부(古典部)>시리즈 2번째작품입니다.

전작 <빙과>로데뷔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자 시리즈 속편이란 사실에, 솔직히 기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간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의 완성도를 가볍게뛰어넘는 양질의 소설입니다. 하지만, 순수한 미스터리 창작물로서는 약간의 감정을줄 수밖에 없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독 초콜릿 살인사건>을 읽어본 독자도 계실 겁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동서미스터리북스에서 출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독 초콜릿 살인사건>은 배달된 초콜릿을 먹고 죽은 사람이 생기는데, 이걸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각자 추리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입니다. 유니크한 설정에 비하자면 실제로 읽으면서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미스터리입니다. 또 하나 아비코 다케마루의 <탐정영화>라는 미스터리가 있는데, 내용은 영화를 놓고 벌이는 추리 대결입니다. 왜 이런 얘기를 했냐면 <바보의 엔딩롤>은 <독 초콜릿 살인사건>과 <탐정영화> 두가지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미야마 고교 축제 준비로 2학년 F반은, 따로 부활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미스터리 영화’를 찍기로 합니다. 미스터리의 ‘미’ 자도 모르는 여학생이 각본을 담당하고, 영화의 ‘영’ 자도 모르는 애들이 연기하고, 그걸 촬영하는, 그런‘아마추어’ 영화죠. 단지 영화 배경이 광산 개발로 한 때 부흥했던 곳이지만 현재는 ‘폐촌’이 된 그런 곳이란 점이 약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요. 어쨌든 영화 촬영을 하지만 각본을 맡은 여학생이 해결편을 집필하지 못하고 ‘신경성 위염’으로 입원하고 맙니다. 결국, 사건 수습을 맡은 ‘이리스 후유미’는 고전부의 부장 ‘치탄다 에루’에게 부탁합니다. 후유미의 꼬심에 넘어간 에루 덕분에 고전부원 전원은 ‘문제편만 존재하는 영화 시사회’에 초대됩니다.

영화 내용은 이중 밀실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리스 후유미는 고전부부원에게 문제편을 보고 해결편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전개될지 추리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데.......과연.............

기존 영화촬영을 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인원 3명과 고전부 회원들 각자의 추리를 비교하면서 ‘원래 각본을담당했던 여학생이 생각한 해결편’을 추리하는 내용입니다. 작가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그런 구성을 <독초콜릿 살인사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전작보다는 확실히 미스터리다운 추리 소설입니다. 셜록 홈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뜻밖(?)의 내용도 있으니 기대를 해도 좋습니다. 단서의 배분, 복선을 짧은 분량 안에서 공정하게 제시하고 있고, 호타로가 깨달은 결말과 마지막의 반전까지 산뜻하게 포장되어있습니다.

작가의 다른 대표작 <소시민 시리즈>(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여름철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도느낀 사항인데요, <봄철….>보다<여름철….>의완성도가 2배 이상좋았던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바보의 엔딩롤>도 전작<빙과>에비해 완성도가 눈에 뛰게 올라갔더군요.
독창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다른 추리소설의 장점을 잘 버무려 만든 ‘라이트 노벨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후 작품은 더 이상은‘가도카와 스니커 문고’ 상표로 나오지 않았더군요. (표지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라이트 노벨 미스터리라고 한때 일본에서 너도나도 출판사에서 저런 상표를 만들어서 책을 찍어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오래 못 버티고 중단했지만요. 뭐 망한거죠^^) 다행히 시리즈 3번째와 4번째(4번째는단편)는 일반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가격을 보자면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요.

(여담)

책 표지의 '영문 제목'은 애XX 크XXX의 유명한 그 책 제목의 패러디(?)입니다.
영문 제목과 실제 본서의 내용과의 연관성은...........???


평점 6 / 10

빙과(氷菓) - 요네자와 호노부

2001년 가도카와 문고

<빙과>는 국내에는 <인사이트 밀>로 이름이 알려졌을,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으로 '가도카와 학원소설 대상 - 영 미스터리&호러 부분' 장려성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호타루와 치탄다를 중심으로한, 통칭 <고전부(古典部) 시리즈> 첫작에 해당합니다.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주의입니다. 단, 어쩔 수 없이 해야할 일이 있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해버리자는 주의이기도 하죠. 그런 그에게 '고전부'가 폐부 위기에 빠졌으니 유령회원이라도 좋으니 가입하라는 누나의 강요편지가 도착합니다. 호타로는 누나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고전부에 가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신입부원 '치탄다 에루'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되는데요.............

소설 초반에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 호타로가 고전부가 홛동하는 교실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니 그 안에는 이미 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이 먼저 들어왔을 때는 교실문은 잠겨 있지 않은 상태. 그리고 그녀는 교실에 들어와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호타로가 열쇠로 열고 들어온 건 대체 어떡게 설명을 해야할까요? 이런 식의 일상 미스터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에 언제나 같은 책을 서로 다른 학생이 빌려가서 하루만에 반납하는 이상한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하면 불 물을 안가리는 치탄다 에루라는 호기심 덩어리 소녀 덕택(?)에 호타로는 어쩔 수 없이 '설명(추리)'을 하게 되고 - 소위 말하는 명탐정 역이죠 - 그런 주인공의 설명에 감복한 에루는 호타로에게 자신이 조사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전부에서 발간한 문예지 '빙과'라는 이름의 유래?
33년전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
에루가 어릴적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은?

등등의 내용을 호타로가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빙과>의 핵심이 되겠네요.
22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은 얆은 편이지만(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깝겠네요.) 요네자와 호노부의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수작입니다. 제가 즐기는 '의외성(반전)'이란 면에서는 점수를 짜게 줄 수 밖에 없지만, 전체적인 구성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이걸 발판으로 했으리라 생각하는, 단편으로 시작해서 장편으로 엮어가는 구성은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 정점을 이루더군요. 주인공 이외의 조연급 캐릭터들의 묘사들도 좋았고, 읽고 나서 흥분으로 가슴이 뛰는 그런 소설은 아니지만, 차분한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심리가 미묘하게 변해가는 것이 사건의 진상-당시 그 인물은 어떤 심정으로 그 사건을 받아들였을까?-과 결부되어 하나의 '성장'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네자와 호노부는 '청춘 미스터리' 작가란 말을 듣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원래는 가도카와 스니커즈 문고로 나왔던 것을 - 삽화도 있습니다 - 나중에 일반 문고판으로 재출간 됐더군요. 시리즈 세번째 부터는 하드커버판 일반 단행본으로 나왔으니 (시리즈 4가 최신작) 나름 성공한 시리즈가 아닐까 싶네요.

평점 5 / 10

호텔 주시 - 사카키 츠카사

2007년 가도카와쇼텐

<호텔 주시>는 2006년 다른 출판사(고분샤)에서 나온 <신데렐라 티쓰>의 자매편입니다. <신데렐라의 이빨>에서 주인공이었던 가노 사키는 여름방학을 맞아 치과에서 접수 알바를 합니다. 한편 사키의 친구인 히로미는 오키나와 여관에서 알바를 하게 되죠. 그래서 두 소설을 같이 읽으면 중간 중간 사키와 히로미가 전화로 문자 메시지(일본에서는 휴대폰 메일)를 주고 받는 장면이 간혹 나옵니다. 실제 각각의 여주인공이 알바하러 가서 한 명은 놈팽이와 눈맞아서 헤롱헤롱하면서 치과 공포증을 공포하는 얘기고, 하나는 여관으로 가서 열심히 일했더니, 이상한데로 '발탁'되어서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과 더불어 좌충우돌하는 코믹한 드라마를 그린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두 소설이 자매편이라고는 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제외하면 두 소설을 전부 읽어야 하나의 그림이 완성! 이란 도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호텔 주시>는 총 6 개의 단편으로 이우어진 단편집입니다. 미스터리로 분류하자면 '일상' 미스터리 계열에 속하게 되겠습니다. 주인공 가키오 히로미는 대가족의 장녀로, 어릴적 부터 동생들 돌보랴, 집안일 대신하느랴 나이에 비해 '아줌마' 같은 성격의 참견하기 좋아하는 '상식인'입니다. (아줌마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 그래서 오키나와 여관에서 알바를 하면서 평소 하던 일(.....)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알바를 합니다만, 일하던 곳과는 다른 지역의 '호텔 주시'라는 곳에 발탁이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말이 호텔이지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호텔 주시'에 도착한 히로미는 그곳에서 개성있는 서브 캐릭터들과 만나게 되죠. 콜라와 햄을 좋아하는 쌍둥이 할머니, 밤과 낮이 바뀐 오너 대리(이름은 나오지만 통칭 오너 대리로 불리웁니다.)그리고 각각의 단편마다 특색있는 손님들을 맞아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위에서 '일상' 미스터리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호텔 주시>를 미스터리에 넣어야하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많이 망설이게 될 겁니다. 저는 일단 '광의'의 미스터리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만, <호텔 주시>는 그런 제 미스터리 개념으로 봤을때도 애매모호합니다. 그냥 6편짜리 연속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더 강하기 때문이죠. 미스터리가 아예 없느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스터리 요소가 있긴 합니다만, 대단히 미약합니다. 예를 들어, 저 사람 왜 저러지? 라고 궁금증이 생기는데, 그거? 이래 저래 그래서 그런거야. 아! 그런거야? 오호. 끝. 이런 식입니다. 자매편인 <신데렐라 티쓰>도 미스터리보다는 드라마가 강했지만, 미스터리만 놓고 두 소설을 비교하자면 <호텔 주시>는 <신데렐라 티쓰>보다도 강도가 약합니다. 사카키 츠카사의 데뷔작부터 꾸준히 읽어오고는 있습니다만, 갈수록 미스터리 강도가 약해지더군요.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인물들과 부대끼면서 느끼는 감상이나, 장래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면면 등은 작금의 대학생활과 비교해보자면 어느정도 '대리만족'을 느끼게는 해줄 겁니다. 또한 오키나와의 풍물 소개가 솔솔하게 나오다보니, 언젠가 한 번쯤 '오키나와'로 가보고 싶게 만들더군요. 환율만 지랄맞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은데 말이죠. (호호)

아무튼 지금까지 읽은 사카키 츠카사의 책은 전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합니다. 문제는 미스터리에만 중점을 두고 봤을 때 과연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느냐가 겠습니다만.

평점 4 / 10

신데렐라 티쓰 - 사카키 츠카사


2006년 고분샤

제목은 바로 'Cinderella Teeth' 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신데렐라의 이빨'이 되버리네요. 어째서 이런 제목을 갖게 됐는지는 본 연작단편집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무책임한 말이네요^^)

이 야기의 배경은 '시나가와 덴탈 클리닉'이란 개인 치과병원입니다. 이곳에서 대학교 2학년생이자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인 '가노 사키'가 여름방학 단기 계약직으로 환자 상대로 접수를 맡습니다. 병원장 시나가와 원장의 지론은 '상냥한 치과 병원'입니다. 치과를 두려워하는 환자를 위해 성심성의껏 설명하고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환자가 아닌 고객을 대하는 심정으로 접대를 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접수 안내원으로 '어릴적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치과에 가기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여대생 주인공'이 채용됩니다. 물론 주인공 사키는 어머니의 소개로 일을 맡습니다만, 그건 엄마한테 속고 분위기가 채용 확정으로 흘러가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맡게 됩니다.

호쾌한 병원장 시나가와,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가노(주인공 사키의 외삼촌)와 나가세 의사. 그리고 미인 간호사 우타코와 동안에 애니메이션 성우 같은 목소리를 가진 귀여운 간호사 가스가 유리. 사무 담당 가사이. 마지막으로 치아 조형 제작을 담당하는 기술의 요츠야라는 청년까지, 재밌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총 5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거의 연작 형식이기에 연작 단편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장 르는 짐작하겠지만 '일상 미스터리'에 속합니다. 치과 지식이 전혀없는 주인공 사키가 좌충우돌하면서 다양한 환자를 접하면서 일어나는 의문점(호기심)을 요츠야라는 청년이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전화상으로는 몹시 친절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불쾌한 표정을 짓고 말을 걸어도 씹기 일쑤인 어느 환자의 이야기. 예약해놓고 항상 늦고 미안하다며 케익을 사오는 환자. 어느날 갑자기 환자의 애인이 찾아와 이런 저런 불평을 해댄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의 핵심은 필수로 '치과 지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쪽 지식이 있다면 쉽게 맞출 수 있고, 아니라면 어떤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지겠죠.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강도는 상중하로 순위를 매기자면 下정도 밖에 안될겁니다. 하지만 스토리라는 전체 흐름 속에 미스터리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미스터리의 부족함을 드라마로 채우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위해 미스터리를 희생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미스터리를 위해 드라마를 희생했다면 오히려 점수가 깎였을겁니다. 둘다 양립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게 말로는 쉽지 실제로는 어렵죠. 특히 일상 미스터리라면 말이죠.

작가 사카키 쓰카사의 데뷔작은 <청공의 알>이란 은둔형 외톨이를 탐정으로 한 연작 단편집입니다. (후속편 2권을 더해서 완결이 났씁니다.) 데뷔작과 그 후속편을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긍정적'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탐정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단순히 일상 미스터리 재미를 위해 등장한 캐릭터들이 아니라 한 번 등장한 인물은 계속해서 주인공과 관계를 갖고 서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그 단편집은 미래를 향한 희망찬 또는 두렵지만 내일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내용입니다.

이런 스타일은 <신데렐라 티쓰>에서도 바뀌지 않습니다. 주인공 여대생 사키의 캐릭터 조형부터가 그렇습니다. 사키는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귀여운 스타일 (일본은 귀엽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귀엽다와 예쁘다는 다릅니다^^)에 소극적인 성격입니다. 거기다가 치과 가는걸 두려워합니다. 과거에는 남자한테 2번 고백을 받고 사귀지만 2번 다 남자한테 차인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심하면서 수동적인 캐릭터라고 봐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좌충우돌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착실하게 성장해갑니다. 거기엔 로맨스라는 양념까지 들어갑니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참 '밝은' 내용이구나 라고 느낍니다. 소설 속에서는 악역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없습니다. 다들 착한 캐릭터며 처음엔 오해였지만 알고보면 속내음은 다들 착한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죠. (물론 소설에서 악역이라고 하기 그런 악역 캐릭터가 딱 1명 나오기는 합니다.) (오해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인간의 말을 하는 설치류가 현실에 있지만 설치류가 말하는 오해라는 단어는 그렇게 자기편의대로 마구 사용해서는 안되는 단어입니다.)

이런 계통의 소설은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왜 이런 스타일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괜히 따듯해지는지는 아마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입니다만 마음속에서는 그래도 성선설을 믿고 싶어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미스터리만으로 접근하면 재미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란 양념을 곁들인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맛깔스런 한 끼 식사가 될거라 믿습니다.

(여담)
사키는 과연 치과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왜 제목은 <신데렐라의 이빨>일까요?

평점 6 / 10

2009년 4월 24일 금요일

가을한정 밤금단 사건 상,하- 요네자와 호노부


(사진 출처 : www.amazon.co.jp )
2009년 창원추리문고 (상,하)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 시리즈> 제3탄은 총 500페이지 정도 되는 (일본 문고판 기준) 대(?)장편입니다. 1탄은 연작단편집이었고, 2탄은 장편은 장편이지만 단편을 교묘하게 묶은 장편이었지만, 3탄은 '연쇄방화사건'을 둘러싼 일관된 장편입니다.

시점은 2명으로 나뉩니다.
첫째, <소시민 시리즈>의 주인공 고바토. 2탄에서 오사나이와 헤어진(?) 후 시간은 흘러 가을. 어느날 쪽지를 받습니다. 방과후 교실로 혼자 와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라는 내용입니다. 쭐래쭐래 가보니 같은 반 여학생이 있고, 그 여학생한테서 고백을 받습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고바토는 그 여학생(나카마루 토키코)와 사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새로 생긴 여자친구와 놀러가는 도중 만원 버스 안에서 여친을 앉히기 위해, 여학생과 할머니를 두고 누가 먼저 내릴 것인가 '필사적'으로 추리하고 추리한 대로 여친을 자리에 앉히는 고바토. 장합니다. 여친이 '이런 희한한 일도 있었어' 하면서 고바토에게 얘기를 하면 추리를 해서 다 맞추지만 '일부러' 입밖에 내지 않는 센스도 보여줍니다. 눈물 겹습니다. 하지만.........

둘째, 3탄에서 등장한 후나토 고등학교 신문부원인 우리노 군입니다. 1학년 생으로 시덥잖은 학교신문에 환멸하고 뭔가 남을 만한 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우리노는 도서실에서 오사나이 유키를 보고 고백합니다. '나랑 사귀자!' 오사나이의 오케이 사인을 얻은 우리노는 신나하면서, 오사나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별거 아닌 방화사건을 기사로 싣기 위해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4건의 방화사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신문부 부장인 도지마 겐고(전작에도 등장)에게 부탁해서 기사를 작성하는데, 다음 달 방화사건이 우리노가 예상했던 곳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전작에서 헤어진(?)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각자 친구를 만들어 따로 따로 열심히 '소시민'생활을 영위하려고 노력해보지만, 글쎄요, 본성(?)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3탄은 시간설정이 1년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바뀌기 힘들죠. 결국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연쇄방화사건을 축으로 해서 결국 다시 만날까요? 아님 그대로 평행선을 그리다가 각자의 길을 갈까요?

기본은 연쇄방화사건의 범인상을 구축하는 미스터리입니다. 이 안에 고바토 시점으로 간단한 일상 미스터리가 살짝 살짝 끼어들어간 스타일입니다. 벨을 잘못 누른 용의자(?) 2명을 두고 언제 버스에서 내릴 것인가?, 언제 자리가 빌 것인가? 필사적으로 추리하는 장면은 꽤 웃깁니다. 이것 자체로 하나의 단편이죠. 또한 도둑이 집에 들었는데, 훔쳐간 것은 아무것도 없는 희한한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도 하나의 단편으로 봐도 무방하겠죠. 그러나 역시 연쇄방화사건의 범인상을 구축하기 위해 덫을 놓고 하나 하나 용의자를 좁혀가는 부분이 굵직한 부분이죠. 동시에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도 독자의 궁금증을 부추기죠. 여기에 방화범 용의자중에 오사나이까지 들어갑니다. 에이, 그래도 명색이 헤로인(?)인데 설마? 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아니야, 오사나이라면 그럴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닐 거야! 아니냐 길지도 몰라! 50% 확률이지만 참 어렵습니다. (호호)

그러나 방화범 색출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울 정도로 그다지 놀라운 면모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굳이 상,하권으로 나눠서 끌었어야할 내용이었나? 하면 저는 회의적입니다. 충분히 1권으로 끝내도 무방할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다음 편이 마지막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3탄의 분량이 늘어난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가긴 합니다. 일상 미스터리 계열로 장편을 만드는 것은 꽤 어렵지만, <소시민 시리즈>는 어느정도 성공은 했다고 봐도 좋겠죠. 탐정(고바토)과 범인(오사나이)이 콤비를 짜서 사건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는 괜찮습니다. 단지, 캐릭터다 마음에 든 독자에 한해서 말이겠죠.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시민 시리즈>는 별로 재미없을 겁니다.

여담) 마지막 페이지 한 줄 때문에 손벽을 쳤습니다. 역시!! 이 맛이야하고요. (호호)
여담2) 전작 제목과 비교해서 <가을한정 '마롱글라세' 사건>이 아닌 이유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담3) 밤금단 : 서양의 마롱글라세와 비슷한, 밤을 이용한 일본과자.

평점 7 / 10

여름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2006년 창원추리문고
2007년 우리말

첫작을 읽고 뒤늦게 이 <소시민 시리즈>가 국내에 정식으로 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 소개 목록에도 있었는데 어째서 본인이 이런 책을 지금까지 별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시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스터리다.

하지만 싱겁게도 대답은 간단했다. 우리말본 표지를 보고 줄거리 소개는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기억속에서 Delete 키를 눌렀을 확률이 99.9999999%라고 생각한다. 뭐 우리말본은 사지도 않고 표지 갖고 이리 저리 까대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드디어 시리즈 2번째 소설을 다 읽었다.

이번작 <여름 한정...사건>은 전작과 비슷하게 단편들이 연결되서 장편을 구성한다. 단, 전작이 단편 : 장편 비율이 6:4 정도였다면 후자는 2:8 정도로, 극의 흐름이나 마지막의 마무리 등은 후속작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상황으로 봐서는 가을, 겨울 한정 편도 나올 가능성이 짙어 보여서 이 시리즈가 어떻게 진행될지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2번째 소설까지 읽고 나니 이 작가 책은 믿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아니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리라 확신한다.

이번에는 오사나이 유키의 여름방학의 장대한 계획에 이끌려 다닌는 고바토의 이야기다. 시간은 전작에서 대략 1년이상 흐른 시점의 고2 여름방학. 유키한테 휘둘려서 이리 저리 '달콤한' 것들만 파는 가게로 끌려다니는 고바토는 유키의 행동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한편 불량배 그룹에 속한 여학생을 빼내고자하는 겐고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유괴' 이야기가 스타트한다. 결말은? 직업 읽어보시길.

사실 이번에 속한 2장과 3장의 내용은 일본에서는 동경창원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미스터리즈!>에 연재되었던 단편이다. 거기에 서장과 후속장들을 더해서 장편으로 이쁘게 꾸며서 낸 것이다. 그래서 2,3장에 속한 미스터리는 범인 입장의 은폐와 암호 해독을 각각 다루고 있어서 따로 읽어도 지장은 없다. 독립성을 갖췄으면서 그걸 다시 장편으로 재구축하는 솜씨가 역시 일품이다. 마지막의 결말을 보면, 아무래도 후속작이 나올 것이다- 제목부터 그럼 뉘앙스가 짙긴 하다 -. 혹시 이미 나왔을까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다. 대신에 문예춘추에서 금년 여름에 나온 단행본 <인사이트 밀>이 눈에 띈다. 고액 알바에 혹해서 응모한 주인공이 12명과 함께 지하에 7일간 갇혀서 지낸다는 이야기다. 궁극의 살인 게임이 벌어진다는 광고문구가 보이는데, 과연 요네자와 호노부가 그린 밀실 게임은 어떨지, 궁금하다. <극한추리 콜로세움>이 떠오르는 구성이지만, 아마 <소시민 시리즈>의 구성력을 봤을때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요네자와 호노부는 오츠 이치와 닮은 꼴이 많다.

1. 라이트노블로 수상하면서 데뷔 (요네자와 호노부는 가도카와 쪽에서 데뷔, 오츠 이치는 슈에이사로 데뷔)
2. 라이트노블로 시작해서 메이저로 재데뷔 (전자는 동경창원사부터 신초사, 문예춘추까지 범위를 넓혔고, 오츠 이치는 그대로 슈에이사와 가도카와 쪽에서 하드커버 단행본 들이 나왔다. 영상화 등의 미디어 믹스는 오츠 이치 쪽이 아직은 앞서지만, 요네자와 쪽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2005년 <사요나라 요정>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20위래 랭크, 이듬해 2006년에는 <개는 어디로?>가 8위에 랭크되었다. 뭐 같은 해 아비코 다케마루의 <미륵의 손바닥>이 19위에 있는 걸 보면, 저 순위도 결코 믿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선택 기준은 될 것이다. 순위와는 별개로 본서의 만족감과 최소한 같은 선상에 위치한다고 해도 본인은 대단히 만족스러워 할 것이다.

평점 7 / 10

봄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2004년 창원추리문고

고바토 죠고로 (발음이....) = 주인공 나는, 동지 오사나이 유키와 함께 '목표는 소시민!!'을 향해 오늘도 매진 중이다. 그러나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 '겐고'가 가져온 '사건'들은 그런 나의 계획을 자꾸 도로아미타불로 만들려고 한다. 게다가 케익가게 <앨리스>에서 봄 한정용으로 1명당 1개씩만 파는 <딸기 타르트>를 사고 행복에 겨워하는 유키의 자전거가 도난당한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한술 더떠 오사나이가 그렇게 사고 싶어한 그 딸기 타르트도 자전거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

소시민 되기 프로젝트란? 소년탐정 '김전일'이 살인마 탐정이라고 오명을 입고, 탐정은 폐업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고 가정해보자. 사건이 과연 그를 가만 냅둘 것인가? 흠, 아무래도 그렇진 않을 거라 본다. 본서도 그런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나는 참견 마니아다. 거기다 명탐정 마냥 논리를 피로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던 남학생이다. 물론 주위에서는 재수없는 녀석이라는 라벨이 붙지만 말이다. 주인공 고바토의 콤비역인 여학생 오사나이 유키는 원한은 100배로 갚는 걸로 희열을 느끼는 복수 마니아(?)다. 이런 두 사람은 자신들의 성격을 되도록 원만하게(?) 바꾸기 위해 '소시민 되기 프로젝트'를 발동한다. 이에 대한 경위는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 과거 두 사람의 트라우마 중에 주인공 나의 트라우마만 간단하게 나왔지, 여주인공의 경우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 어쨌든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두 사람에게는 계속해서 결심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소시민의 모토는 사유재산의 보존이 아닐까?' 라며 결국에는 복수의 칼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키' 그런 유키를 걱정하다 못해 '추리'의 '추리'를 통해 결국 '유키의 개인적 보복?'에 관여하고 마는 주인공 '고바토'

에필로그. 결국은 일을 저지른(?) 두 사람은 '정말 소시민이 될 수 있을까?' 라며 자조하지만, 다시 한번 열심히 고군분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옆자리의 손님이 끼얹은 물로 유키의 머리가 젖어들면서, 두 사람의 본성은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나면서 본서는 끝을 맺는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깔깔' 웃고 말았다.

유쾌하다. 재밌다. 사실 이 두 마디면 책 소감으로서는 짧을지는 모르지만, 쓸데없이 길게 끄적거리는 것 보다는 훨씬 정확한 감상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본인도 소시민인지 최소한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분량을 늘려봤다.

일단 본서 <봄 한정...사건>은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4개는 각각 일상의 사소한 미스터리며, 마지막 단편은 기존 단편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사건을 하나로 묶는 미스터리다. 엄밀히 따지자면 연작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장편'이라고 판단해도 지장은 없을 정도로 단편간의 연결이 매끄럽다.

라이트 노블+일상 미스터리의 절묘한 만남.

이번에 읽은 본서를 표현하기 딱 좋은 문구다. 이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게다가 출판사는 동경창원사. 흠......얼마전에 읽었던 <천사가 열어준 밀실>의 라이트 노블 미스터리도 매우 만족스러웠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많이 하게 되었다. 동경창원추리 브랜드로 나온 라이트 노블 미스터리라면 최소한의 완성도는 보장하리라 믿었다. 다 읽고 나니, 역시 믿음에 걸맞는, 아니 믿었던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만족, 만족~. 바로 후속편으로 손을 뻗고 싶었지만 일단은 한 숨을 돌리고, 2번째편은 두근두근하는 이 느낌을 좀 더 즐긴 후에 천천히 읽을 예정이다.

평점 6 / 10

2009년 4월 22일 수요일

물에 그려진 관 - 사사키 마루미

1978년 고단샤
1988년 문고판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물에 그려진 관>은 <절애의 관>에서 이어지는 속편이자 사사키 마루미 스타일 <관 시리즈> 삼부작 중 2부에 해당합니다. 전작과 동일한 무대, 절애의 관에 전작의 인물들이 다시 모입니다. 역시 주인공은 '료코'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져있습니다. 조카들을 위한 상속을 위해 저택 안에 있는 골동품 감정을 위해 4명이 파견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관에 찾아온 인물은 다섯명. 그 중에는 '불청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저택은 고립되고 한 소녀가 해변가에서 발견되죠. 그리고 그 소녀는 다시 흔적도 없이 저택에서 모습을 감추고 다섯명의 감정인 중에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간략한 줄거리만 훑어 보면 역시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물에 그려진 관>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면 전작 <절애의 관>이 료코라는 어린 소녀의 입장에서 그려진 '달콤한 로직'이라면 후속작 <물에 그려진 관>은 소녀와 여인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료코가, 사랑을 자각하는 입장에서 그려진 '마법에 걸린 로직'이기 때문입니다.

전작은 소녀취향의 몽환적 분위기 속에 선연한 논리가 숨은 '본격' 미스터리라고 서슴없이 불러도 관계없는 그런 미스터리였습니다. 하지만 후속작은 사랑의 달콤함에 취한 달콤 쌉싸름한 시점으로 진행되고 이건 다시 의식과 무의식, 심리, 최면과 꿈, 몽유, 밀실, 소실 등과 합쳐져서 시종일관 신비주의 분위기를 짙게 풍깁니다. 료코의 시점과 벌어지는 사건, 사건 때문에 독자는 당혹합니다. 정말 '매직'이 '로직'을 넘어선 그런 소설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러나 결말의 해결편을 보고 있으면 마법에 걸린 로직이란 말을 제가 사용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범인을 찾기 위한 심리테스트 (에도가와 란포의 모 단편을 연상케 합니다.)와 마지막에 논리적으로 범인을 한정하는 면은 충분히 로직을 담은 미스터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법에 걸린 로직이란 표현을 써 봤습니다. 3부작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비교가 더 극명해지는데요, 1부는 로직, 2부는 매직+로직, 3부는 매직에 가깝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리로 이루어진 관안에서 바깥이 훤히 보이는, 이건 역으로 바깥에서도 저택 안이 전부 보인다는 것이죠. 깨지기 쉬운 유리관은 소녀의 마음을 보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사사키 마루미 표 관 삼부작은 소녀소설로 접근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래서 독자취향을 좀 타겠죠. (전 순정만화를 무척 좋아하다보니 매우 재밌게 읽었습니다. 호호.)

단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심리 테스트에서 독자에서 내보인 단서 중에 누락된 부분이 있습니다. 해결편에서 결정적 단서로 쓰여야할 부분중 하나가 빠진 것이죠. 작가가 살아있었다면 가필수정이 가능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작가는 2005년도에 작고했습니다. 옥의 티는 그대로 티로 남았습니다. 몇 단어만 추가하면 되는 건데 아쉬워요~


평점 6 / 10

'문학소녀'와 얽매인 바보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학산문화사

이제는 시리즈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고딕체 문장. 이번에는 편지문 형식으로 등장했습니다. 이걸 쓴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체는 매우 쉽고, 엉뚱한 사람이 쓴 그런 결말이 막바지에 등장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편지라면 받는 사람이 있을텐데, 여기서는 받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가 더 중요한 요소겠죠. (물론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인 경우도 있지만.....)

(이하는 변함없이 치명적인 헤살 덩어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헤살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사전 찾아보세요~)

1. 편지를 받는 사람은 누구?
2. 중층적 삼각관계

1번 부터 가보죠. 편지글을 쓴 주체는 아쿠타가와 카즈시입니다. 초반부터 정체를 암시하고 후반부까지 그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마지막에 바뀔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을 '찍었다면' 오답을 선택한 것입니다.어쨌든 편지글 주체 자체는 별달리 말할 요소는 없습니다. 받는이의 정체는 3권 결말에서 밝혀지는데, 그 전까지는 카즈시가 얽힌 과거의 한 인물이 아닐까? 또는 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가 아닐까? 이리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이중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편지글의 전부가 한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는 점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 이외의 대상입니다. 과거의 인물이냐 아니면 또 다른 제 삼자냐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정체는 소설 마지막 한 문장에서 밝혀집니다. 아사쿠라 미우. 그전까지 계속해서 문장으로만 등장했지만 이제서야 실체를 갖기 시작한 진짜 boss 캐릭터의 등장이죠. 하지만 2권까지 읽은 독자라면 독자는 지금까지 미우라면 자살한 거 아니었나? 죽은거 아니었어? 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1권과 2권을 자세히 보면, 미우가 죽었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말은 나오지만 확실히 죽어서 장례식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은 없죠. 단지, 2권에서 '이 세상에는 없다'라는 표현때문에 거의 죽은 게 확실시 되지 않을까 싶지만, 코노하의 내면을 생각하면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서는 없어졌다라는 표현이 그리 틀지지는 않을 겁니다만, 어쨌든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3권의 핵심은 2번입니다.
1-아쿠타가와 카즈시 - 카노마타 에미 - 코니시 마유리
2-아쿠타가와 카즈시 - 사라시나 - 이가라시
3-아쿠타가와 카즈시 - 아사쿠라 미우 - 이오누에 코노하
4-이오누에 코노하 - 아사쿠라 미우 - 고토부키 나나세
5-노지마 - 스기코 - 오오미야
3권의 모티브인 <우정>까지 포함해서 총 5가지 삼각관계가 등장합니다. 이중에서 2개는 암시정도로 끝납니다만 - 거의 확정적이죠. 특히 소설 마지막 한 이름이 나오면서 새로운 <우정>이 탄생하게 되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비록 작위적이라고 해도 말이죠.

일단 기본적인 삼각관계는 2번째부터 시작합니다. 책을 찢고, 토끼를 베고 하는 인물은 사라시나라는 건 명백합니다. 설마 사라시나였어!! 라고 외친 독자가 있다면 베란다에 메달려 반성해야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why? 가 되죠. 왜 카즈시는 사라시나를 감싸는 걸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첫번째 관계입니다. 카즈시에게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면서 현재 일어나는 일의 근원이 여기에 있죠. 그리고 등장인물은 연극을 하면서 5번째와 나머지 1-4번째 관계가 겹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라시나의 정체는 카노마타가 아닌가 독자에게 수상한 내음을 풍기게 합니다. 카즈시를 원망할 사람이라면 카노마타가 제격인 듯 하니까요. 그러나 사라시나는 코니시였고, 연극 막바지에 카즈시가 사실은 카모마타가 아니라 코니시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기나긴 관계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코니시가 카즈시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토끼인형, 쌀쌀맞은 태도(고토부키랑 붕어빵이죠)에서 백이면 백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카즈시도 사실은 코니시를 좋아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생일선물, 이름을 이용한 시간배경으로 단서는 이미 주어져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굴 좋아하건 알게 뭐야! 같은 심정이 될지 모르지만 막바지 실제 연극 도중에 사실이 밝혀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정>을 연기하는 도중에 실제 <우정>을 파헤치는 중측적 구조가 마음에 드는 거죠. 그리고 하나의 <우정>이 해결되는 동시에 그건 또 다른 <우정>으로 이어지는 열린 구조 역시, 소설은 끝났어도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물론 새로운 <우정>은 나중에 자세히 나옵니다만.) 따라서 3권의 미스터리는 WHY? WHO? 의 재미보다는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 겹치고 겹치는 중측적 구조에 있는 것이죠.

그리고 제목의 부제는 그대로 캐릭터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이미 1권과 2권을 읽은 독자라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3권은 '바보들의 대행진'입니다.^^

3권의 불만이라면 '다케다가 본색을 슬쩍슬쩍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은 삭제했으면 싶었는데 말이죠. 하긴 문학소녀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독립된 것이 아니다보니 - 순서대로 읽어야 합니다. -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반대로 처음부터 읽은 독자에게는 다케다가 본성을 슬쩍 드러내는 장면은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겠죠.일장일단......)

2009년 4월 21일 화요일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몽키 펀치 원작 <루팡 3세> 캐릭터와 <명탐정 코난>의 코난, 란, 모리 탐정 등이 같이 나와서 펼치는 콜러보레이션 애니. 루팡 쪽 캐릭터가 워낙 개성이 강해서 과연 코난 쪽 캐릭터와 잘 어울릴까 우려가 들었지만 걱정할 정도로 양측 캐릭터가 따로 노는 면은 없고 그럭저럭 재밌게 잘 어울려 놀도록 꾸며놓았다

란과 쌍둥이 자매같이 똑닮은 밀라 공주(성우가 호리에 유이였다..)가 나와서 '예상대로' 캐릭터 체인지가 이루어지는 장면은 그냥 웃길 뿐. 드레스 차림으로 발차기를 하는 란의 액션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내 예상이 틀리다니!)

<루팡3세 VS 명탐정 코난>에서 제일 볼만한 부분이라면 역시 마지막의 해결파트겠다. 사건 설명 파트에서 제니가타(루팡3세쪽 캐릭터. 언제나 루팡 3세를 쫓다 닭이 되는 형사)에게 마취총을 쏘지만, 순식간에 잠에서 깨는 장면, 그걸 보고 모리 코고로로 변장중인 루팡3세가 코난을 대신해서 '입' 역할을 해주다가, 코난의 설명을 들으면서 사건의 진상을 깨닫는 장면, 그래서 코난과 루팡3세 둘이서 사건을 설명(?)하는 협력 장면은 재밌게 꾸며 놓았다.

단지 문제는 허접한 시나리오. 초반 사쿠라 여왕과 왕자가 죽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저기 범인은 아무개 뻔한데........대체 무슨 내용으로 1시간 40분동안 채울 건가요?' 라는 생각이 들텐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 드라마로 나왔던 <33분>(제목이 맞나?)를 연상케 할 정도로 별 거 아닌 것 갖고 이리 늘이고 저리 늘이는 고무줄 시나리오가 압권(?)이었다. 시나리오만 더 재밌게 만들었어도 만족감은 크게 늘었을텐데, 그럼에도 요즘 허접한 완성도의 극치를 자랑하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 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더 낫다. 어차피 코난 극장판도 미스터리가 사라진지는 오래전이니 차라리 인기 만화 캐릭터들이 모여서 소동에 휘말려서 노는 내용이 낫지 않나 싶다. <김전일 VS 코난> 극장판이 나오면 꽤 볼만할 듯한데 말이다. 최소 8명은 죽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학산문화사

전편에 비해 페이지 수가 대폭 늘어나서 우리말 기준으로 310페이지 정도로 대략 50페이지 이상 내용이 풍부해진 문학소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최대한 끌어들여서 만든 달콤 쌉싸름한 학원 로맨스(...)입니다.

(이하는 전부 치명적인 헤살-내용누설-이 들어있습니다. )

책에서 <폭풍의 언덕>의 존재가 드러나는 시점은 거의 후반부에 다가서 나옵니다만, 이 부분에서 '놀란' 독자가 있다면 스스로 머리 잡고 반성을 해야 할겁니다. 척 보면 딱 이라고, 초반의 캐릭터 구도와 내용을 보고 있으면 바로 <폭풍의 언덕>이 떠올라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2권의 미스터리 포인트가 어디에 있냐고 한다면

1. 호타루의 진짜 목적?
2. 시한부 인생인 사람은 누구?
3. 암호 내용은?

대략 3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일단 2번부터 가보면, 초반의 고딕체로 나오는 독백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캐릭터는 '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여겨지게끔 만들죠. 예, 전형적인 서술트릭입니다. 잘 먹지 못하고 구토를 하고 이런 정황으로 독자는 더욱 '그' 가 시한부 인생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타루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건 다시 1번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3번. 암호 자체는 매우 간단하게 만들어졌지만 일본어 오십음도를 모르면 나중에 암호 해독을 했다고 해도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처음 간식거리 우체통에 들어온 암호문을 보면 43 31로 시작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해독하면 'いや(이야)'가 됩니다. '싫어!' '아니야!'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은 해석만 하자면 '사랑따위 하고 있지 않아!' '나는 누구?' '천국에 가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부분은 뭐 굳이 알지 못한다고 해도 지장은 없지만 후반부에 암호 시스템을 아는 순간, 페이지 처음으로 돌아와서 해석을 해보면 귀중한 힌트를 알 수 있습니다. 아메미야가 이미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있는 단서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1번의 호타루의 진짜 목적과 연관있는 Mssing Link 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에 나오는 사건의 진상을 전부 깨달을 수가 있게 되는거죠.

1번은 사실 2권의 미스터리 최대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2번과 3번이 밝혀지면서 피해자인줄만 알았던 호타루가 사실은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독자도 깨닫습니다.책 제목의 부제인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은 히스클리프 역할인 '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호타루(캐서린)'에게도 해당하는 타이틀인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 '아빠'라는 한마디는 정말 절묘한 마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

또 하나 이 모든걸 '획책'한 이야기 밖의 주인공이 존재합니다. 히메쿠라 마키. 호타루의 사정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여기에 염소소녀와 과거에 사로잡힌 찌질군이 얽혀든 것이죠. 카야노를 보고 미우를 떠올리는 코노하, 나나세가 심술 부리는 장면등은 뒷편과 이어지는 면면이긴 합니다만, 2권은 사실상 철저하게 호타루와 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문학소녀가 끼어들지만 방관자적 입장일 뿐이죠. 이야기는 언제나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갈 뿐, 독자는 거기에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는 겁니다. 문학소녀의 개입으로 이야기가 과연 원래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면 더 멋진 이야기가 나왔을지는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야기는 끝나도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 것 처럼 말이죠.

사실 2권은 문학소녀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평가가 제일 안좋았었는데, 재독, 삼독하면서 이상하게 평가가 점점 좋아진(맘에 든) 내용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점수 준다면 최소한 7점 정도는 주고 싶군요.

여담이지만 이때만 해도 나나세는 그냥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로 별다른 활약은 없을, 감초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설마 나중에 '팬티 신공'으로 헤로인 자리를 꿰어찰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군요.

2009년 4월 18일 토요일

춤추는 기계장치 - 아와사카 쓰마오

1977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2003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먼저 제목 얘기부터 해보죠. 원제목은 <미다레 카라쿠리>해서 '어지러운 기계창치' 정도로 직역 가능합니다. 영문 제목은 dancing gimmicks으로 춤추는 기믹(장치,트릭)입니다. 우리말 제목은 제가 임의로 합쳤으니 양해 바랍니다.

일본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미스터리 팬이라면, 작가 '아와사카 쓰마오'의 부고 소식을 얼마전에 들으셨을 겁니다. 1933년 출생으로 기술사(마술사)였던 아와사카 쓰마오는 1976년 'DL2호기 사건'(단편)으로 환영성을 통해 작가 데뷔를 합니다. 같은해 <11장>라는 장편 미스터리를 발표하는데, 작가의 마술 경험을 살린 독특한 미스터리입니다. 그리고 이듬해 <춤추는 기계장치>를 발표하고, 이 작품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합니다. 이 작품도 첫 장편처럼 다양한 GIMMICK이 등장하고, 미스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완구회사 부장인 '마와리 도모히로'는 부인 '마사오'와 함께 해외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가던 도중 떨어지는 운석에 맞아 사망합니다. 마사오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지만 남편 도모히로 장례식 도중 두살배기 아들 도이치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마와리 가문의 사람이 하나 둘 차례차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지죠. 하지만.....

주인공은 우다이 경제연구회 사장인 '우다이 마이코' (아줌마입니다. 뚱뚱한....^^)와 그녀의 조수 '가츠 도시오'입니다. 말이 경제연구회 어쩌구지 사실상 탐정사무소와 비스무리한 곳이고, 직원도 사장인 마이코와 소설 초반에 신규채용된 조수 도시오 단 둘 뿐이죠. 마이코와 도시오는 마와리 도모히로의 부탁을 받고 마사오의 뒤를 쫓다가 운석추락 사건을 만나게 되죠. (참고로 운석은.......)

아무튼 이번작도 아와사카식 미스터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트릭키한 작품입니다. 살인사건이 많이 나오다보니 작가의 '미스 디렉션'에 독자나 등장인물도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제목부터해서 처음부터 계속 작가는 암시(힌트)를 줍니다. 처음에는 단서가 중구난방인 듯 하지만 뒷페이지로 갈수록 일정한 패턴을 감지할 수 있고, 그걸 통해서 사건의 얼개와 세부적인 내용까지 전부 추리할 수 있는 페어한 미스터리입니다. 비록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없지만, 들어갔어도 무리없는 구성이라 할 만하죠. 어쨌든 아기자기한 물리트릭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딱 좋은 선물이 될 내용입니다. (비록 실상은 귀여운 맛이 없다고 해도 말이죠.그리고 막판의 미스 디렉션이 너무 뻔한게 흠이긴 합니다만.....)

22년전 소설이지만, 특별히 시대가 뒤떨어진(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 재밌는 미스터리입니다. 중간에 저택에서 등장하는 미로 정원도 좋았고, 사건마다 쓰인 트릭도 좋습니다. 첫 장편인 <11장>도 재밌게 읽긴 했지만 저는 <춤추는 기계장치>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몸무게 약간(?) 나가는 우다이 마이코 양(?)의 거침없는 말투가 마음에 쏙 들어서 그런 건 결코(?) 아닙니다. ^^

평점 6 / 10

2009년 4월 15일 수요일

'문학소녀'와 죽고 싶은 광대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학산문화사

<문학소녀 시리즈>를 무척 좋아는 하지만 구태여 이중으로 돈을 들여 원서, 우리말 번역본 둘 다 살 예정은 전혀-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없었습니다. 그런데, 6권을 뜻하지 않게 한글판으로 읽어버린 바람에 어쩌다보니 1권부터 우리말로 차근차근 재독하게 됐습니다. (이미 원서로 재독은 끝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삼독, 사독이 되겠지만요.)

그래서 여기서는 미스터리 포인트를 주로 얘기해 보려 합니다.
일단, 문학소녀 시리즈는 정통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스터리 관점에서만 보자면 단점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때문에 점수가 일점 일점 깎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포괄하는 의미의 미스터리로서 여유있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로 합니다.

-1권의 포인트 (핵심 내용 누설 있음)
고딕체로 들어간 '수기'를 과연 '누가' 썼느냐 하는 것이 사실 1권의 미스터리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작금의 미스터리 세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서술트릭'을 사용하고 있죠. 처음의 수기는 주인공인 이노우에 코노하의 또 다른 '고백'이 아닌가 싶은 뉘앙스를 살짝 풍기지만 중반 이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모토로 가타오카 슈지가 쓴 수기라는 사실이 토오코의 입을 빌려서 밝혀집니다. 수기의 막바지를 보면 S라는 인물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독자들도 같이 S가 과연 누굴까 생각을 하는데 정신이 팔립니다. 이미 고딕체 수기는 '전부' 가타오카 슈지의 수기라는 선입관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밝혀지는 S의 정체. 허망합니다. 추리랄 것도 없이 그냥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서 사건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하나의 반전을 추가했습니다. 스스로 S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사실은 S가 아니고 진짜 S가 따로있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이렇게 1권의 사건은 끝나는 듯 보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있습니다. 다케다 치아는 어째서 슈지의 수기에 집착을 하는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치아라는 캐릭터 자체는 덜렁이에 귀여운 얼굴의 소녀로 전형적인 만화 캐릭터 같은 인물상입니다. 여런 요소 자체가 또 다른 함정입니다. 하지만 코노하와 다지이 오사무의 <인간실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감이 빠른 독자는 '뭔가' 캐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뜬금없는 막판 뒤집기가 아니라 일단 단서는 제공되기는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기존의 수기는 가타오카 슈지가 아니라 다케다 치아의 글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이런 고딕체의 독백을 뱉는 인물이 과연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 요소는 후속 시리즈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문학소녀 시리즈의 단골메뉴가 됩니다.

1권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 분량이 제일 적습니다. 우리말로 읽은 분들은 230페이지 정도의 양때문에 슈지의 자살에 얽힌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좀 위화감을 느꼈을지도 모르죠. 1권의 최대 단점은 바로 그 부분에 있습니다. 미스터리가 주인이었다면 작가는 아마 그 부분을 위장하기 위해 더 공을 들였을 겁니다. 또한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자칭 문학소녀의 '상상'으로 해결을 했겠죠. 그러나 이 시리즈는 달콤하고 애절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기 위해 '미스터리' 요소를 도입한 드라마>미스터리 부등호가 성립하기 때문에 제 푸념은 일개 미스터리 팬의 볼맨소리일 뿐입니다.

미스터리>드라마 입장에서 보자면 단점도 적잖은 허점이 많은 소설이지만, 미스터리가 가미된 재밌는 드라마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썩 괜찮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표지의 '순정만화'같은 그림에 속지 마시고- 특히 남성 독자- 선입견 없이 그냥 읽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다 읽고 재미없었다면 이 시리즈는 그냥 머릿속에서 DELETE 해버리면 그만이고, 반대로 재밌다면 저랑 같이 팬이 되면 됩니다.

상처(키즈) - 오츠 이치, 기요하라 히로

2008년 가도카와쇼텐

영화화에 발맞춰서 나왔던 만화버전이다. <실종 홀리데이> <너밖에 들리지 않아>에 이어서 기요하라 히로가 세번째로 그림을 맡았다. 영화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만화판 상처 결말은 원작과 살짝 다르다. 만화판에서 보여준 희망이 담긴 라스트는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평점 6 / 10

너밖에 들리지 않아/상처(키즈) - 오츠 이치,쓰즈키 세츠리

2003년 가도카와쇼텐

오츠 이치의 원작소설의 최초 만화판입니다. 쓰즈키 세츠리가 작화를 담당했고, 너밖에 들리지 않아와 상처를 동시 수록했습니다. 작화는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을 고수했습니다. 나중에 이 두편은 기요하라 히로가 작화를 맡아서 새롭게 다시 그립니다.

평점 5 / 10

너밖에 들리지 않아 - 오츠 이치,기요하라 히로


2007년 가도카와 쇼텐

<실종 홀리데이> 만화판 작화를 담당했던 '기요하라 히로'가 이번에는 <너밖에 들리지 않아> 두번째 만화버전을 담당했다. 미려한 그림으로 원작 분위기를 잘 살렸다.

평점 7 / 10

The Book - jojo's bizarre adventure 4th another day - 오츠 이치

2007년 슈에이사

아라키 히로히코의 원작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를 베이스로 만든 소설이다.

1,2 부는 평범한 내용이었다가 3부부터 능력자 배클 이란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탠드'라는 개념을 확립하고 - 미국 히어로 물 만화에서 보여주는 능력을 연상하면 유사하다. 마블 코믹스 같은 - 3부는 독자들의 가장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4부는 3부와는 달리 모리오쵸 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스탠드사(使) 들의 '기묘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구죠 죠타로,히가시카타 죠스케,히로세 고이치,기시베 로한 등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마을에 숨어있는 살인마 키라 요시카게 - 독특한 개성을 풍기는 악역으로 마음에 든 여성의 손목을 잘라 가지고 다닌다 - 를 쫓는 죠타로 일행이 기본 근간을 이루는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오 츠 이치가 만든 죠죠의 세계는 4부의 뒷 이야기이자 또 다른 '기묘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 세계를 놓고 자웅을 다투는 내용도 아니고 원작 4부에서 다뤘던 내용처럼 도 히로세 고이치와 로한이 피묻은 고양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 두 사람은 한 집을 방문하지만 그 안에는 '기묘하게' 죽은 시체가 있었다. 밀실 안에서 죽었건만 죽음은 차량에 치인 후에 실혈사. (완전한 미스터리였다면 상당히 독특한 설정이었겠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

로한의 스탠드 '헤븐즈 도어'를 이용하여 고양이의 기억을 읽은 두 사람은 단서를 포착한다. 찾은 단서를 바탕으로 팔뚝에 상처가 있는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을 찾아나서는데....

하 지만 스토리 라인은 '탐정역' 입장인 기존 원작의 캐릭터들 시점과 소설 오리지널 캐릭터이자 '범인역'의 입장의 시점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여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1년여간 살았던 한 여성의 '처절한 생존기' 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오리지널 캐릭터와 그 좁은 공간에서 살아간 여성에 관한 묘사는 '역시' 오츠 이치 구나 라고 감탄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남성에게 살해당할 뻔한 한 여성의 절망 그리고 그 남성의 아이를 벤 나머지 결국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기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에서 보여줬던 '깔끔함'은 여기서도 묻어난다. 동정표를 몰표로 받을 만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이지만 실로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내용이다.

범인역 - 사실상 본서의 실제 주인공은 어릴적 절 앞에 버려진채 발견되어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다. 그런 그에게는 특출난 능력이 있는데,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먹은 빵의 갯수'를 아는 능력. 어머니 뱃속의 태아 시절부터 현재 살아온 그의 인생은 하나의 책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이 그의 '스탠드'이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이다. 복수를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던 그를 기다리는 결말은 어떤 내용일지는 소설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미 스터리 장르로 넣기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존재하고, 범인을 쫓는 탐정이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미스터리로 보기는 여러울 수도 있다. 범인의 정체는 소설 초반에는 두리뭉실하게 보여주지만 중반만 가도 바로 정체를 독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존재한다. 서장의 내용과 범인과 관련된 곳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 존재한다. 미스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의 후반부에 도달해서 뜻하지 않은 트릭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작가 오츠 이치는 서술트릭을 즐겨 사용한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독자의 예측을 교묘하게 다른 방향으로 이끈 점이 단순한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소설판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느낌이 든다.

어찌보면 작가의 '장난기'라고도 볼 수 있는 그런 미스 디렉션을 제외하고는 원작 만화 4부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거기다가 소설만이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캐릭터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마 지막으로 스탠드 vs 스탠드의 대결이 있다. 만화는 그림을 바로 보여줄 수 있기에 그림을 보는 순간 바로 이해가 가지만, 소설은 활자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원작 만화를 아는 사람은 적당한 묘사만으로도 머릿속에서 만화 캐릭터 들이 서로 치고박고 격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바로 몰입할 수 있지만, 원작을 모르는 독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오츠 이치는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한 소설이 갖는 한계점을 잘 극복했다. 원작과의 관련을 위해 거추장스럽게 이것저것 설명하려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가면 재미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적합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이 점은 배틀신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거의 80여 페이지는 범인과 탐정역(?) 간의 각자의 스탠드를 활용한 싸움을 묘사하고 있는데, 서로간의 심리전을 바탕으로 전투상황을 십분 활용해 스탠드를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책의 장정과 범인의 능력 The Book 간의 절묘한 조화까지 가세해서 흥미진진한 배틀을 보여준다. (문고판이 나온다면 문고판으로는 그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설정한 복선이나 마지막 결말처리 까지 전체적으로 명작은 힘들더라도 수작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만한 소설이다.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원작 만화를 모르더라도 오츠 이치라는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고 만족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읽어봐야 한다.

평점 7 / 10

소년소녀 표류기 - 오츠 이치, 후루야 우사마루

2007년 슈에이사 (1,200엔)

연재 : <소설 스바루> 2006년 2월호 ~ 2007년 1월호

총 9화로 이루어진 (이중에는 전,후편을 수록된 것들 포함) 연작 단편 만화다.

1화 침몰기
2화 개미의 세계
3화 마법소녀 사키 짱
4화 학교의 중추
5화 과자제국
6화 몬스터 엔진
7화 다이토님을 찾는다면
8화 돌풍 사육하기
9화 홈룸

영화 <매그놀리아>, 얼마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도미노>와 비슷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런 구성의 묘미보다는 사실 각 단편에 쓰인 소재의 기발함이 더욱 재밌는 만화다.

1화는 학교에서 고립된 외톨이 소녀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계 사람들이 물 밑으로 침몰하기를 바라는 망상을 그리고 있다.
2 화에서는 좋아하는 여자애와의 대화를 상상으로 그리면서 실제 말을 걸었다가 보기좋게 차인다.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개미와 개미의 집으로, 사회 또는 국가라는 시스템 속에서 사육당하는 개미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생각 등이 재밌다.

3화는 자신을 6살짜리 마법소녀라고 생각하는 여고생의 이야기.
4화는 학교에서 공을 들여서 핵심 세력으로 키우는 공부 잘하는 엘리트를 양성하는 학교의 중추를 그리고 있다.

5 화는 좋아하는 남자애의 관심을 끌기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소녀의 이야기다. 운동이 아니라 평소 좋아하는 과자류의 섭취를 자제하던 소녀는 친구의 장난으로 잠결에 먹은 다음 망상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10년 후, 평소 과자로 변해있던 외계인들이 지구침략을 개시한다는 예지몽을 믿고, 소년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인류를 위해 과자 등을 닥치는대로 먹기 시작한다. 수록된 단편들 중에 단독으로 봤을 때의 뒷끝도 깔끔하고 오츠 이치 다운 유머가 살아있어서 개인적으로 제일 즐겁게 읽은 단편이다.

6화, 7화를 건너서 8화에서는 '회오리바람'을 사육한다는 기발한 설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화인 '홈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두 작가의 대담을 보면, 일단 오츠 이치가 플롯을 짜면 만화를 그리는 후루야가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추가할 것은 추가하는 등, 그런 작업을 거쳐서 만화책이 완성됐다고 한다.

< 소년소녀 표류기>는 오츠 이치의 망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만화로 잘 표현했다. 그림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책 장정과 종이질, 물론 내용까지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양질의 만화책이었다. 국내에 정식으로 출판되기를 조심스레 희망한다.

평점 8 / 10

소생 이야기 - 오츠 이치

2004년 겐토사
2007년 문고판

에세이 성격의 잡문 모음이지만, 작가의 망상(?)이 곁들여져서 그냥 재밌는 소설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오츠 이치 다운 즐거움이 가득한 가상 수필?

평점 7 / 10

잃어버린 이야기 - 오츠 이치

2003년 가도카와쇼텐
2006년 문고판

[오츠 이치] 일본 위키피디아 부분 번역

잔혹함과 비참함을 기조로한 '흑 오츠이치'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기조로한 '백 오츠이치'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전자의 예는 슈에이사(집영사)에서 간행된 작품들이나 'GOTH-리스트컷 사건' 후자의 예는 가도카와(각천) 스니커 문고에서 간행된 작품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쪽으로 치우친 작품은 없어졌다. 또한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유머가 풍부하기로도 유명하다.

학생시절에는 '슬레이어즈'등의 '라이트 노벨'을 애독했지만 후에는 '별 내용없이 화려한 삽화로 얼렁뚱땅 넘기는 작품이 너무 많다'라고 느낀 이후로, 라이트 노벨에서 멀어졌다고 한다. 작가로 데뷔는 라이트 노벨 작가로서이지만 '라이트노벨의 존재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독서가지만 라이트노벨은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때문에 '실종 홀리데이' '너밖에 들리지 않아-CALLING YOU' '쓸쓸함의 주파수' (전부 가도카와 스니커 문고)의 수록작에서 5작품을 선별하고, 새롭게 쓴 작품을 더해서 양장본으로 간행된 것이 '잃어버린 이야기'(가도카와 쇼텐)이다.



<잃어버린 이야기> 수록작품
1. Calling You
-출처 : [너밖에 들이지 않아]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너밖에 들리지 않아> 26, 27페이지
<잃어버린 이야기> 24, 25페이지
(둘다 CALLING YOU 단편)

두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자는 '선데이 만화지'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후자는 '소년 에이스라는 만화 잡지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특히 후자에서 소년 에이스 안의 모 만화의 소년과 소녀중에 소녀에 대한 묘사 - 긴머리에 눈가에 점 - 는 다분히 'GOTH'의 여주인공 '모리노 요루'를 의식하고 있다. 원래 스토리와는 하등의 관계없는 차이지만 를 읽은 사람들만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장치이다.

2. 잃어버린 이야기
-[쓸쓸함의 주파수]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3. 상처
-[너밖에 들이지 않아]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4. 손을 잡은 도둑 이야기
-[쓸쓸함의 주파수]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5. 행복은 아기 고양이의 모습
-[실종 홀리데이]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6. 나의 똘똘한 팬티 군

7. 마리아의 손가락
-[잃어버린 이야기] - 오리지널 스토리

8. 가짜 여친 - 문고판용 후기 대신에 수록된 단편

1번에서 5번까지는 이미 기존 책에 수록되었던 것을 발췌한 것이라 여기서는 생략하고 오리지널만 뽑아서 얘기해보겠다.

6. 나의 똘똘한 팬티 군
3페이지 정도의 장난끼어린 단편이다. ZOO의 문고판 2번째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과 같은 스타일
자 신감 없는 주인공에게 어느날 입고 있던 팬티가 말을 건다. 똑똑한 팬티 덕에 하루 하루가 즐거운 주인공. 하지만 매일 같은 팬티를 입다가 팬티에 구멍이 나자 어머니가 팬티를 버리고, 주인공은 팬티를 되찾기 위해 나서는 등, 읽고 있으면 멍한 느낌이 들정도로 약간 황당했던 단편이다. 하지만 이제는 똘똘한 팬티 군 없이도 자신감을 찾기 시작한 주인공의 앞날에는 아마 행복이 깃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7. 마리아의 손가락
미스터리 중편이다. 누나 친구인 '나루미 마리아'가 선로에 투신해서 자살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급행열차에 치어서 산산조각난 시체 중에 수거하고 남은 손가락을 주인공이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포르말린 병에 넣어 손가락을 보관하는 주인공, 죽은 마리아의 남자친구는 없어진 손가락을 찾아 밤이면 밤마다 선로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그 손가락이 발견될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같이 동참하기도 하는 등...오츠 이치 다운 설정의 소설이다.

여기까지는 머리가 돌아버린 두 남자의 손가락 찾아 삼만리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이 어떤 것을 계기로 '나루미 마리아'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추측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프롤로그에서 심어놓은 함정과 마지막 범인을 밝혀내고 에필로그의 결말까지, 오츠 이치가 자주 써먹는 '서술 트릭'을 여기서도 사용하고 있다. 범인의 정체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 초반부터 나오는 세세한 설정등이 전부 복선이었다는 걸 아는 순간, 역시 재밌는 소설이라고 새삼 느끼게 된다.

8. 가짜 여친
흔히 공감가는, 인기 없는 남자 소재를 갖다가 코믹하면서 감동(?)적으로 다룬 짤막한 단편이다.
어쩌다가 애인이 있다고 뻥을 친 주인공은, 그 거짓말을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거짓말로 거짓말을 포장하는 일을 반복한다. 여기에 동병상련의 녀석이 한 명 더 등장하면서 주인공과 둘이서, 서로 상대방의 가짜 여친에 관한 설정 다듬기 작업을 한다. 서로 여친을 봤다고 증언도 해주기도 하고, 설정의 모순을 서로 지적해가면서 상상속의 완벽한 여친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결국 친구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마는데......

오츠 이치의 유머가 담긴 단편소설이라, 읽는 내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가짜 여친이 테니스를 했다는 설정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테니스를 배우는 친구, 이번에는 가짜 여친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설정에 맞춰서 죽어라 기타를 배우는 주인공이나....웃을 수 밖에 없는 설정이다.

이래서 오츠 이치의 소설을 읽는 것을 그만 둘 수가 없다.

평점 8 / 10

ZOO - 오츠 이치

2003년 슈에이사
2006년 문고판 (1,2권 분책)
2007년 황매 (우리말본)

[1권]
-카자리와 요코 (블랙 유머?)
쌍둥이 자매이면서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한 카자리, 그에 비해 엄마에게 학대당하면서 언젠가는 살해당할지 모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요코. 요코는 어느날 잃어버린 개를 주인에게 찾아주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는데....

학대받는 주인공 소녀 요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간단한 소개를 보면 우울한 분위기라고 느끼기 쉬운데 실제 읽어보면 천진한 요코의 대사 몇 마디로 분위기 확 코믹하게 살아난다. 마지막에 기지를 발휘해 엄마의 마수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향하는 요코 앞에는 과연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세븐스 룸 (공포?)
눈을 떠보니 누나와 나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안에 갇혀 있다. 작은 몸을 이용해 나는 방을 가로지르는 배수구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나와 누나가 있던 방과 같은 구조의 룸이 6개가 더 있었다. 그곳에는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른채 잡혀온 여성들이 1명씩 있다. 제일 밑의 일곱 번째 방안의 중년 여성은 겁에 질려있었다. 그녀는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배수구로 향하는 곳을 통해 사람의 잘려진 시체가 토막토막 나서 흘러 내려간다고 한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지만 그런 걸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대체......나와 누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뜸 생각나는 건 역시 '큐브'라는 영화. 큐브를 본 사람들이라면 극적 재미가 약간 떨어지수도 있겠다. 하지만 혹시 탈출하게 되면 자신의 부모님께 전해달라며 목걸이며, 수첩에 '죄송합니다'를 적어 주는 여성들의 죽음에 대한 체념을 보고 있으면 역시 전혀 다른 작품이다.

-소 파
엄마가 죽었다. 그래서 난 아빠와 둘이서 산다. 하지만 아빠가 죽었다. 그래서 난 엄마와 같이 산다. 소파 가운데에 앉은 나. 그 옆에 엄마와 아빠가 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서로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만 보인다. 판타지한 분위기로 가더니 막판에 자그만 반전까지 준비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단편이다. 역시 오츠 이치.

-양지의 시 (감동계?)
눈을 뜨자 내 앞에 서 있는 남성. 그는 나를 만든 주인이다........
감동계열 쪽에 가까운 내용이다. <너밖에 들리지 않아-CALLING YOU> <미래예보>등에서 보이는 안타까움과는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잔잔한 맛과 군데 군데 유머스런 대사나 장면등은 이쪽이 한 수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주인공이 토끼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 ZOO (미스터리)
아침마다 집 앞 우체통에는 시체 사진이 들어있다. 시체의 부패는 서서히 진행중.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게다가 시체는 바로 내가 사랑한 그녀!였다. 빌어먹을 범인!! 반드시 잡아주마!!

상 당히 뒷통수를 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바로 초반에 화자인 나의 정체에 대해 나오지만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물겹다고 해야할지 웃겨서 뒤집어진다고 해야할지....역시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이다. 표제작으로서는 합격점 줄만 하다.

[2권]

-혈액을 찾아라! (블랙 유머+미스터리)
아침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빨갛다. 손에 묻은 피!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아들을 불러 바로 확인해보니 내 몸에 박혀있는 건 식칼이었다. 피는 계속 빠져나가고 구급차가 올려면 시간이 걸리고 나는 죽어야만 하는건가. 이런 나를 앞에 두고 나이 어린 새 부인과 장남은 유산 얘기나 하고 있고..미치겠다. 살고싶다!

이렇게 웃길 수가 있을까. ZOO의 전체적인 느낌이 바로 이런 점이다. 은근히 웃기다. 상황으로는 심각하고 피가 튀기고 모골이 송연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웃긴다. 그점이 'ZOO'라는 단편집의 최대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차가운 숲의 하얀 집 (성인동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같은 느낌의 내용이다. 시체를 쌓아 올려 만든 집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Closet (본격 미스터리)
전체적으로 보자면 미스테리 풍의 단편들이 많긴 한데 그중에 이 작품은 본격에 가깝다. <>에서 즐겨 쓰던 서술트릭을 이번 단편에서 멋지게 발휘했다.


-신의 말
소파와 더불어 이런 단편을 대체 무슨장으로 넣어야 할지..그냥 '판타지'라고 해야할지 참 애매하다. 분류하기 곤란하니 그래서 탄생한게 <오츠 이치 월드> 라는 말일려나. 일본에서는 그런식으로 부르는 듯 하다. 아무튼 역시 막판에 살짝 반전 비슷한게 있다.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
너무 웃다가 배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카자리와 요코 -> ZOO -> 혈액을 찾아라!에서 떨어지는 비행기 속에서로 이어지는 유머감각이 너무 졀묘하다. 점점 유머의 강도가 세지며 매우 만족스럽다. <너 밖에 들리지 않아> <쓸쓸함의 주파수>때는 다분히 라이트 노벨적 성격으로 그냥 재밌는 이야기다 라고 생각했던 오츠 이치라는 작가. 를 통해 보는 시각이 달라지긴 했지만 의 절묘한 즐거움은 <>도 감당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평점 8 / 10

쓸쓸함의 주파수 - 오츠 이치

2002년 가도카와 스니커 문고
우리말 출간중

ZOO - 오츠 이치, 야나리 아키비사

2006년 슈에이사

연재 : <주간 영점프 증간호>

내 돈 800엔!!
그림체가 맘에 안든다!!

수록된 원작 단편은
1 가자리와 요코
2 신의 말
3 양지의 시
4 ZOO
이렇게 4편.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가 빠진 것이 아쉽다. 그림체가 그래서 그렇지 콘티 구성은 괜찮다. 원래 원작을 즐겁게 읽어서인지 그림만 제대로 보완됐더라면 괜찮은 만화책이 탄생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루야 우사마루가 그림과 콘티를 담당한 <소년소녀 표류기>를 먼저 읽어서인지 만화판 의 그림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지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후루야가 건드린 만화판 를 다시 보고 싶다.

평점 4 / 10

GOTH - 오츠 이치, 오이와 겐지

2003년 가도카와 쇼텐
우리말 출간중 (19금 구독불가)

연재 : <월간소년 에이스> 2002년 10월호, 2003년 2월호~5월호

만화판 고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그림체도 제법이다. 특히 모리노 요루의 그림이 맘에 든다. 약간 잔인한 장면들이 있기에 비위가 약한 분들은 삼가길...

수록된 내용은

1 리스트컷 사건
2 암흑계
3 흙
4 기억

이렇게 4개의 단편이 들어가있다. 이 중에 마지막 '기억'편만이 원래는 원작에 수록된 2개 단편의 플롯을 교묘하게 짜집게 해서 넣은 것이고, 나머지 3편은 원작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다.
국내판은 소설과 더불어, 안타깝지만 19금 크리티컬을 얻어맞은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노이즈 마케팅 덕에 매출이 좋았는지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팬 입장에서는 안타까웠던 케이스.

평점 6 / 10

절애의 관 - 사사키 마루미



1977년 고단샤
1988년 문고판
2006년 동경창원추리문고 (사진)

<절애의 관>은 사사키 마루미가 쓴 <관 시리즈 3부작>중 제1부에 해당한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작중화자인 나는 여고생 '료코'다. 료코에게는 사촌이 있는데, 사촌오빠는 켄, 신이치, 테츠후미 이렇게 3명, 사촌언니는 사오코, 유리해서 2명, 해서 전부 5명이다. 2년전에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 '치나미'까지 포함하면 총6명.이들은 매년 여름, 겨울방학이 되면 절벽 근처에 저택(관)을 세우고 은둔하디시피 살고 있는 고모(이모인지 고모인지 불명)댁에 놀어온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치나미가 죽은지 2년이 지난 시점. 사촌들은 각자 치나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치마니가 없는 저택에 다시 모인 사촌 5명. 그리고 저택 안에서 불가사의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절벽에 가까이 위치한 서양식 저택.
눈보라로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저택
2년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미소녀
밀실, 소실 등의 불사가의한 사건의 연속
의심, 갈등, 반목, 화해
그리고 범인의 정체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는 초판이 1977년이란 사실을 몰랐다. 대충 줄거리를 훑어보니 '오호~ 라이트노블 풍의 관 시리즈인가 보다' 라는 가벼운 마음에 흥미가 동했는데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이건 '예상밖의 대어(?)'였다.

<관 시리즈>하면 역시 일본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그(!) 시리즈 들이 떠오르겠지만, <십각관의 살인>보다 거의 10년 앞서 이런 스타일의 <관 시리즈>가 이미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일단 신선했다. 게다가 작중화자는 여고생이다. 사춘기를 갓 지난 듯한 - 요즘 새태에서 보자면 좀 늦은 감이 업지 않아 있지만 - 주인공의 눈높이는 스토리 내내 사건의 발단, 전개, 절정, 결말까지 (물론 과거 사건의 회상까지도) 따라다닌다. 여기에 주인공과 일행을 알게 모르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2년전에 죽은 치나미라는 소녀는 소설 안의 캐릭터를 지배하는 보스격 캐릭터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치나미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따라서 주인공의 생각과 독백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독자가 이 눈높이를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위기 좋은 양질의 추리소설을 한 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주인공 료코의 사색이 거슬린다면 본서는 그냥 선선히 포기하는 편이 좋다.)

요즘 책들에 비해서 행 변환이 거의 없어서 작은 글씨가 한 페이지, 아니 몇 페이지 연달아 빽빽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활자량은 페이지 수에 비해 많다. 요즘 하도 읽기 쉬운 것들만 골라서 읽다보니, 절애의 관을 읽는데 상당한 공(?)을 드려야 했다. 뭐 공을 드린 만큼 만족스런 내용이었기에 시리즈 2부와 3부도 반드시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여담이지만 해설은 '와카타케 나나미'가 맡았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1975년 데뷔해서 1977년 본서 <절애의 관>을 발표했고, 약 10년간 활동하다가 작가 생활을 접은 듯 하다. 2005년 사망. 본서가 나왔을 당시에는 아마도 이 채도 큰 주목은 못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일본 미스터리 풍토로 본서를 보자면 아마 '이단아'가 아니었을까? 그 후 10여년이 지나서 <십각관의 살인>이란 신본격 무브번트가 태어날 줄은 그 누구도 몰랐겠지만 말이다.

평점 6 / 10

GOTH~리스트컷 사건 - 오츠 이치

2002년 가도카와쇼텐
2005년 문고판 (요루의 장, 나의 장)
2008년 학산문화사 (우리말)

길었습니다. 판권 계약은 진즉에 끝났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이제서야 정식 우리말로 등장했습니다. 만세~~ 한 번 외치고 우리말로 다듬어진 를 읽었습니다. 4번째 읽는 겁니다만 역시 변함없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시체 찾아 소풍 떠나는 모리노와 주인공 나의 모습을 다시 보니 당시 느꼈던 강렬함이 되살아납니다. 이 뭐병~~ 이러면서 읽기 시작한 지만 페이지가 거듭될 수록 소설 속에 푹 빠져버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GOTH 빠순이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자에 따라 반응은 고양이와 쥐처럼 갈릴 소지가 많습니다.

1. 를 처음으로 오츠 이치의 소설을 접하는 독자
2. <너밖에 들리지 않아> 또는 <쓸쓸함의 주파수>를 처음으로 오츠 이치 소설을 접한 독자
3. 를 처음으로 오츠 이치를 알게된 독자
4.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암흑동화> 등등 현재까지 출판된 오츠 이치 소설을 전부 읽은 독자

일단 문제될 반응을 보일 독자군은 1번과 2번입니다.
특히 2번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릴 소지가 다분합니다. 2번 군에서 보여준 안타까우면서 애절하지만 담담하기까지한 그런 아련한 느낌을 무척 마음에 들어한 독자라면 더욱 반응이 냉담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발간 후에 오츠 이치 욕을 한 독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소설일 줄은 몰랐다!! 속았다!! 라거나.....

하지만 의 매력은 무색무취에 있습니다. 잔인하지만 잔인하지 않고, 섬뜩하지만 섬뜩하지 않고, 애절하지만 애절하지 않은 그런 소설입니다. 결말의 두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더 들겁니다. 개인적으로 의 결말은 정말 맘에 쏙 드는 그런 결말 중 하나입니다.

띠지 광고 문구 중 하나인 '제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란 것에 대해 사족을 붙이자면, 일본의 추리작가 그 중에서도 본격 미스터리 클럽이란 곳에 속한 작가들이 매년 모여서 괜찮은 몇 작품을 꼽고 중복되는 점수에 따라서 대상을 가리는 상입니다. 물론 대상 소설은 클럽 이름 답게 본격 미스터리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는 좀 애매한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추리소설 팬들이 선호하는 정통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불가사의한 사건이 있고 명탐정 에르큘 푸와로나 제인 마플이 등장해서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을 밝히는 그런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이상한 두 남녀 학생의 엽기행각(?)에만 집중하면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됩니다. 쓰인 트릭이 전부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토리 안에 잘 녹아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맛깔스럽습니다.

여담) 혹시 모릅니다만 늦게나마 가 19금 딱지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사토 유야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이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나중에 받았다고 합니다. (2008년 5월에 썼던 것인데, 2009년 현재 내 예상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나무아미타불......)

그렇게 되면 책 장정과 다자인은 '2'm'b'수준이 되버립니다!!
그러기 전에 얼른 삽시다!

평점 10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