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모래성의 살인 - 다니하라 쇼코


2007년 창원추리문고

<모래성의 살인>은 2001년도 후지미 미스터리 문고로 나왔던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천사가 열어준 밀실>(통칭 미나미 시리즈) 속편이다. 두 번째 작인 <용관의 비밀>까지는 같은 브랜드 '후지미 미스터리 문고'로 나왔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라이트노벨보다는 오히려 '일반 미스터리' 장르에 더 맞는 내용이다보니, 당시 라이트노벨 주독자층한테 어필하지 못했던 듯 하다.

그렇다고 정통 미스터리만으로 보기에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연령대와 대화나 상항묘사등을 일반적 미스터리로 놓자니, 이 또한 애매했다. 그래서 어중간한 라이트노벨 미스터리라는 평을 받지 않았나생각한다.하지만 데뷔작인 <천사가 열어준 밀실>은 밀실 미스터리를 다루면서 책 제목과 본 내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미스터리 플롯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완성도는 꽤 좋았다.

아무튼 그렇게 시리즈 두 권만 내놓고 집필활동을 그만 두었던 '다니하라 쇼코'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리즈 두 권이 '동경창원사'에서 복간되면서 부터이다. 그리고 완전신간 <모래성의 살인>이 나왔다. (사실 꽤 기대작이었다.)

일단 구성은 전작과 비슷하다. 이번작도 전작처럼 주인공이자 화자인 '미나미'가 어떻게 알바를 하게 됐는지 경위를 꼼꼼하게 묘사한다. 폐허전문 카메라맨의 조수 알바를 하게 된 미나미. 어쩌다보니 친구 나오미와 옆집 사는 러시안블루 겐조를 데리고 카메라맨 조수 알바를 하러 외딴 저택에 가게 되고, 거기서 '미라'가 된 시체를 발견한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데..........

이번에도 실제 사건이 등장하기까지 페이지 수를 좀 잡아먹는 편이긴 하지만, 전작에 비하면 사건의 등장은 빠른 편이다. 특이한 점은 전작까지는 탐정역으로 주인공 미나미의 옆집에 사는 남학생 '슈야'였는데, 이번작에서는 미나미와 동행하는 '나오미'(아버지가 형사라는 설정)가 탐정역을 맡는다. 물론 중후반까지만 말이다. 나중에 후반에는 미나미아 나오미의 친구인 '가노코'라는 미스터리 마니아 소녀(이자 재벌 딸래미)가 바통을 이어받아 탐정역을 잇는다.

시체의 이동, 밀실 트릭 등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행 수법에 좀 더 초점이 맞춘 플롯이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익숙한 몇 가지 패턴을 이리 저리 섞어놓아서 전작들에 비하면 좀 복잡해진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순하다. 그리고 탐정역이 바뀌어가면서 탐정의 추리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뒤집히는 것 역시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익숙한 패턴. 이번에는 확실하게 '미스터리'에 작가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물론 그렇게 공들인 요소가 재미와 직결이 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미스터리를 떠나서 전체적인 재미만 보자면 데뷔작 <천사가 열어준 밀실>이 제일 좋았고, 순수하게 미스터리만 보자면 이번작 <모래성의 살인>이 좋았다. 미스터리만 생각하면 이번작은 좋은 작품이지만, 이것이 여고생 주인공과 맞닿으면 재미의 초점이 미묘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시리즈 4번째는 단편집으로 여기서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을 다루는데, 아무래도 <미나미 시리즈>는 여고생이 살인사건에 조우하는 것보다는 분위기상 일상 미스터리 계열이 훨씬 잘 어울린다.

평점 5 / 10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소녀의 무덤 - 제프리 디버

1995년
2008년 우리말(비채~모중석 스릴러 클럽)

<소녀의 무덤>은 <링컨 라임 시리즈>로 국내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제프리 디버'의 초기 수작이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교도소를 탈출한 범인이 농아들을 인질로 삼아 옛 도살장 건물에 들어가서 농성을 벌인다. FBI에서 인질 협상 전문가가 파견되어 현장을 지휘하며 인질범과 협상을 한다. 약 600여 페이지 책 중에 500페이지는 중간의 협상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시리즈물이 아니고 단권 완결이지만 꽤 두꺼운 페이지 때문에 읽기도 전에 질려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제프리 디버가 무슨 작가인지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독자들한테도 마찬가지. 일단 디버의 개략적인 특징은 빠른 전개와 스릴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 3가지 정도가 된다. 디버의 대표작인 <링컨 라임 시리즈>는 디버의 장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재밌는 시리즈물이다.

그리고 <소녀의 무덤>(13년만에 우리말로 나온)은 디버의 장점을 확립했다고 볼 수 있는 초기 대표작이다. 소설 내용의 대부분이 인질범과 협상사 사이의 신경전이라고 할 정도로 그 부분에 엄청난 초점에 맞추어져 있는데,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과 스릴이 잘 살아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떡밥을 살짝 뿌리면서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같은데 독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동시에 마지막에 가서 한방에 훅 하고 보여주는 맛은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있다.

링컨 라임은 시리즈물이다보니 가급적 순서대로 보는 편이 좋고(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 권수도 많다보니 부담이 갈 독자들한테 <소녀의 무덤>과, 얼마전에 우리말로 나온 <남겨진 자들> 이 두 권의 특급 스릴러는 디버 입문서로서 전혀 손색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두 권을 읽어보고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제프리 디버는 그냥 머릿 속에서 삭제하기 바란다. 하지만 두 권을 보고 흥분을 느꼈다면 <링컨 라임 시리즈>는 추천작이다. 물론 실망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PS.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잠자는 인형> 우리말 출간예정이라고 해서 참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벌써 1년도 넘게 흘렀다. 그러나 <슬리핑 돌>을 아직 우리말로 읽을 수 없다. 출판사는 각성하라!!

평점 8 / 10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녹색은 위험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944년
2009년 우리말 (시작 - 메두사 컬렉션)

이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그렇구나로 인식만 하고 있던 <녹색은 위험>을 정말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온다 리쿠' (일본 작가)의 본격 미스터리를 논하는 인터뷰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거기서 온다 리쿠는 <녹색은 위험>을 본격 미스터리하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꼽더군요. 공습이 한창인 런던, 거기에서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전혀 살해당할 만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살해당합니다. 용의자는 6명.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원. 그 안에서 펼쳐지는 얽히고 섥히는 인간관계와 미스터리. 온다 리쿠가 좋아할만한 요소가 잔뜩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게 기대감을 키우다가 살짝 잊혀졌다 싶언던 찰나 2009년도 초에 정식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Oh! My God~~)

기본적인 스토리는 위에서 살짝 언급한대로입니다. 여기에 커크릴 경감 (녹색은 위험은 커크릴 경감을 탐정으로 한 시리즈 두 번째입니다. 전 시리즈를 다 보고 싶어집니다. 어디 용사 출판사가 나타나서 다 번역해주면 안될까요? OTL)이 우연(?)히 엮여들어서 사건을 해결하게 되죠.

일단 <녹색은 위험>의 특징은 살아있는 캐릭터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적절한 플롯의 전개 그리고 마지막 반전입니다. 간호사와 의사들의 관계는 애증과 유머가 섞여들어가서 흥미진진하고, 적당한 순간에 사건이 일어나고 역시 적당한 시간에 딱 다음 사건이 터지고 마지막에는 약속대로의 반전까지 치밀하게 준비하는 등 미스터리 소설이 재미있기 위해서 갖추어야할 미덕을 전부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온다 리쿠가 좋아할만 하더군요. 다 읽고 나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래서 <녹색은 위험>은 지금 봐도 시간을 초월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입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엘러리 퀸'의 미스터리 같은 치밀한 논리와는 약간 동떨어져 있습니다. '엘러리 퀸' 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중기에 해당하는 미스터리와 동류라고 봐도 좋겠죠.

우리말본의 꼬투리를 잡자면 표지입니다. 사전정보 없는 독자가 이 책 표지를 보면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와 비슷한 소설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뭐 저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학 스릴러라는 장르도 맞기는 하지만 <녹색은 위험>은 어디까지나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고전 미스터리를 꼭 지금에 와서 읽어야 하나 고민하는 미스터리 팬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녹색은 위험>은 꼭 읽어보셔야할 걸작입니다. 절대 표지에 속지 마세요~~

평점 8 / 10

이와 손톱 - 빌 S.밸린저

1955년
2008년 우리말(북스피어)

빌 S. 밸린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와 손톱>은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다. 미스터리 하위 장르인 '서스펜스' 정도에 들어갈만한 스토리인데,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프롤로그에서 한 사내는 여러 이름을 갖고 있고, 복수를 하고, 살인을 하고 그 과정에서 살해당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곧이어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한 사내의 살인죄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고, 이와 병행해서 마술사 남자가 나와서 여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데, 독자들 대부분은 아마 이 두 가지 줄기가 어떻게 한 군데서 만날까? 플롯의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실제 내용도 두가지 흐름이 하나로 합쳐진다.

초판본-우리말도 마찬가지-에 한해서 결말 부분을 봉인처리를 해놨는데, 사실 지금 시점에서 <이와 손톱>이 보여주는 교차서술이라는 서술 트릭을 이용한 긴장의 고조와 결말에서 뻥 터르리는 구성은 전형적인 서술 트릭 패턴 중 하나이고, 소설에서 쓴 트릭은 변화구보다는 거의 직구에 가깝다. 물론 <이와 손톱>은 1955년도에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지금 처럼 개나 소나 서술트릭 - 특히 일본산 미스터리 - 을 사용하는 작금의 미스터리의 한계 속에서 서술 트릭의 고전에 속하는 <이와 손톱>은 혹자에게는 너무 밋밋할 수도 있다. (이런 교차서술을 이용한 서술 트릭은 <기나긴 순간>에서도 그대로 쓰였다.)

<이와 손톱>은 트릭을 배제하고 서서히 고조되가는 서스펜스 만으로도 재밌는 작품이지만 한켠으로 원본의 출간년도를 유념해두고 읽는다면 그 재미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이와 손톱>을 재밌게 읽었다면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명작 <신데렐라의 함정>을 추천한다.

평점 6 / 10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에반게리온 破 (극장판)

2009년

상영 마지막 날 우여곡절 끝에 볼 수 있었다.
일단 전편인 <序>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에다가 약간 새로운 장면을 집어넣었다고 느꼈을 정도로 그다지 바뀐 모습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파>는 오리지널 요소가 제법 많이 가미되었다. 아스카가 '당하는(?)' 장면은 극장판이 오버랩되고, 극중 몇 번이고 나오는 <그 남자 그 여자> 배경음악은 좀 웃겼고, <서>에 이어 <파>에서 같은 구도로 보여주는 서비스 장면은 즐겁다.

협소설, 판타지, 게임, 만화 장르에서 너무나 흔해 빠진 주인공 각성 공식은 이제는 지겨울법 한데, 비주얼과 사운드 덕택에 뻔한 플롯인 걸 알면서 속아주는 맛은 아직도 유효하다. 특히 디지털 상영이다보니 화질은 괜찮았고, 음질 역시 만족스러운 편. 비상시 오퍼레이터가 센터 스피커에서 떠드는 동시에 리어에서도 연신 수다스럽게 재잘재잘 거리는 사운드가 제법이었다.

운좋게 극장 정중앙 좌석에서 볼 수 있어서 더 재밌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여담) 불쌍한 아스카~~

평점 6 / 10

기나긴 순간 - 빌 S. 밸린저

1957년
2008년 우리말 (북스피어)

<이와 손톱>, <연기로 그린 초상>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에 정식 소개된 밸린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기나긴 순간>. 독자에 따라서는 여기서 실망을 많이 한 사람도 있겠고, 나름 즐겁고 재밌게 읽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와 손톱> 우리말 초판의 봉인본 스타일로 나와서 기대를 많이하기도 했겠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사실은.......

<기나긴 순간>은 '서술 트릭'을 사용한 미스터리란 것이다.

작금의 일본 미스터리에서 개나 소나(?) 사용중인 서술 트릭은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거의 시초에 가까운(아니 시초인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시대와 아이디어가 내놓은 걸작 트릭이었다. 하지만 그 트릭을 잘 알고 있는 독자가 비슷한 유형의 트릭을 사용한 다른 미스터리를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안 봐도 비디오다.

<기나긴 순간>도 이와 마찬가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비운의 작품이다. 일단 50년 전에 나온 작품이고 여기 쓰인 트릭은 고전적인 서술 트릭 문법이다. 너무 단순해서 지금은 이것만으로는 독자를 속여넘기기 힘들 정도라서 몇 가지 트릭을 더 추가해야 그나마 잔뼈 굵은 독자와 승부가 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시점에 고전 문법에 충실한 트릭과 반전을 들고 나와서 독자에게 직구를 던지는 건 사실 처음부터 얘기가 되질 않는다. 그래도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고전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물론 <이와 손톱> <연기로 그린 초상>도 같이 읽으면 금상첨화~

그래서 <기나긴 순간>을 아직 안 읽은 독자, 또는 앞으로 읽으려고 하는 독자가 있다면 출간 년도를 유념해서 읽기를 바란다. 내용은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 사이트 가면 대충 알 수 있으니 패스~~

평점 5 / 10

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다우트(Doubt) - 도노가이 요시키

2007년 스퀘어 에닉스 (강강 코믹스)
2009년 우리말 (서울문화사)

<다우트>는 전 4 권으로 깔쌈하게 끝난 '살인 게임'을 소재로 한 밀실 미스터리 만화입니다. 동명의 연극과 영화가 있지만 제목만 같지 전혀 다른 내용이니 일단 안심을...... 완성도와 포스는 연극 또는 영화 쪽이 훨씬 높습니다.

일단 '다우트 래빗'라고 토끼 속에 숨어든 늑대를 찾는 게임에 참가했던 이들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모여서 노래방에 놀러 갑니다. 하지만 잠깐 정신을 잃고 깨어보니 폐허가 된 건물 안. 그리고 참가자 중 한 명이었던 소녀가 시체로 발견됩니다. 문은 닫혀있고, 문을 열기위해서는 각각의 사람에게 하나씩 새겨진 '바코드'가 필요하고요. 과연 이 멤버 중에 누가 '늑대'일까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이 녀석이 범인인 듯 하다가 저녀석인 듯 하다가, 늑대는 거짓말쟁이다보니 등장인물 - 주인공으로 생각되는 녀석의 말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죠. 그렇다고 엄청나게 머리를 혹사해야하는 그런 미스터리는 결코 아닙니다. 설정은 재밌지만 그 설정을 풀어서 전개하는 역량은 기존의 것을 대부분 그대로 답습하거든요. 멤버들의 과거사 부터 거시기가 거시기 했다거나 등등 후반부로 갈수록 좀 유치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야노 류오의 <극한추리 콜로세움>이 이와 유사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라이트노벨 쪽에서는 도바시 신지로의 <문 밖>이라는 녀석이 또한 유사품입니다. 이런 게임 감각의 미스터리는 대단히 흥미롭지만 그 흥미로움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 딱 좋은데, <다우트>도 그 점이 아쉽습니다. 좀 더 '복잡'하게 만들어줘도 좋을텐데, 왜 이리 평범하게 처리해버렸을까? 다 읽고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입니다. 시도는 뭐 새로울 것 없지만 해결편까지 이렇게 판에 박힌 듯이 만들 이유는 없죠.

어쨌든 전 4 권으로 권수는 많지 않습니다. 사실 4권도 약간 긴 편입니다. 읽고 나서 시간과 돈이 졸라 아깝구만!라고 한탄할 정도로 재미없지도 않습니다만, 아니 독자에 따라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없다고 한탄할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너그러운(?) 독자다보니 그냥 저냥 적당하게 보고 넘기면 괜찮은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관대한 평가일지도 모르겠군요.) 근처 대여점에 이 만화책이 있다면 일본 불우이웃 돕는 셈 치고 빌려보세요.

중간 중간 약간은 잔혹한 장면의 묘사도 있으니, 그런 쪽에 민감한 분은 삼가길 바랍니다.

평점 3 / 10

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모래선혈 - 하지은

2009년 로크미디어 (노블리스 우드 클럽)

<얼음나무 숲>이 나온지 약 1년 만에 나온 하지은의 신작 <모래선혈>.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적불명의 무대를 배경으로 한 - 읽다 보면 모 역사적 사실이 떠오르기도 하다만 어쨌든 통각마비인 주인공 레아킨 쿠세 황제의 동생입니다. 어릴적 부터 색과 감성을 잃어버린 그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매료됩니다. 그래서 자기를 매료시킨 작가를 찾아서 '가출'을 합니다. 제국 쿠세가 식민지배중인 라노프로 가게 된 레아킨은 그곳에서 여류작가 '비오티'를 만나게 되죠.

이번에는 전작과는 좀 판이한 분위기의 판타지입니다.
<얼음나무 숲>은 차가우면서 따사로운 겨울 분위기와 음악이란 소재가 만나서 몽환적 분위기를 잘 살렸다면 <모래 선혈>은 땡볕이 내리쬐는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끊임없이 걷는 삭막하면서 텁텁한 분위기를 냅니다. (색과 감성을 잃은 레아킨이란 주인공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하지만 단 하나의 청중을 위해 연주를 하던 <얼음나무 숲>의 천재 음악가와 거침없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와 단 한 명의 독자를 그린 <모래선혈>은 겉모습은 얼핏 달라보이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라노프에 도착한 레아킨은 죽음의 탑의 심판관이 되어 쿠세에 항거하는 라노프인을 처형하는 일을 맡습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매료시킨 작가를 찾는데, 남자인줄 알았던 작가는 알고니 여자였습니다. 게다가 레아킨이 상상하던 작가와는 나쁜 의미로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서서히 감정을 하나 하나 알아 가는 어린아이 같은 레아킨과 그런 레아킨을 도와주는 비오티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매력적입니다. 여기에 쿠세와 라노프 사이에 얽히 라노프의 독립운동 이야기가 곁들어져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나아갑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단점(재미면에서)이 눈에 많이 띕니다. 전작은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미스터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면이 돋보였던 반면, 이번에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평이합니다. 프롤로그를 장식한 황제의 '주사위'가 마지막에 재밌게 쓰이기는 합니다만, 읽고 나니 이건 웬걸 '집안 싸움'을 좀 거창하게 본 느낌이 마구 들더군요.

순수한 재미만 논한다면 <모래선혈>은 <얼음나무 숲>에 비해 모자랄지도 모릅니다. <모래선혈> 본문에서도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언급하는 부분입니다만, 재미에 주력하면 내용이 없다고 뺨 맞고, 내용에 주력하면 지루하다고 뺨 맞는다는 대목입죠.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인데, <모래선혈>은 하지은의 과도기적 작품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각설하고(?) <모래선혈>의 교훈은 '금연 합시다'입니다. (.........???????)

평점 7 / 10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전파적 그녀 OVA ~ 행복 게임

2009년

가타야마 겐타로 원작 <전파적 그녀>의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두 번째가 나왔다. 1편은 원작 1권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거겠지만), OVA 2편은 예상대로라면 원작 2권을 각색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원작 3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몇 군데 존재하고, 많이 삭제된 장면도 생겼다.

일단 원작 2권에 쥬자와 쥬우와 첫대면을 갖는 '오치바나 아메'의 친구 '엔도 마도카'와 '기리시마 유키히메' 두 명의 소녀가 쥬우와 처음으로 만난다. OVA 2편을 보면서 원작 2권에서 첫 등장하는 마도카와 유키히메는 아예 잘라버리진 않았을까 - 쥬우의 엄마 베니카가 OVA에서는 나오지 않았 듯이 -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아메의 코스플레 장면은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

아무튼 기본 스토리 라인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 하에 행복한 사람을 불행에 빠트려 그 사람의 행복 수치를 빼앗아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욕망을 실현시키는 '행복 클럽'에 말려든 쥬자와 쥬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부분과 포인트는 원작과 동일한 진행. 하지만 아메의 여동생 히카루 관련된 부분에서 쥬우가 '이부키(히카루가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따지러 가는 장면은 아예 삭제됐고, 마지막 사건 해결 후에 다시 쥬우가 이부키에게 다짐을 받는 장면은 결과만 나오고 과정은 또 삭제됐다. 아무래도 삭제된 두 장면은 전부 액션 파트다보니, 그래서 일부러 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이번 내용은 원작도 마찬가지지만 구질구질 '설명'하는 정적인 장면이 많은데,그런 부분을 원작에선 쥬우와 이부키의 동적인 장면으로 커버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균형이 맞아들어가는데, 이번 OVA 2편은 그 부분에서 실패다.

OVA 1편은 원작 각색을 제법 충실하게 잘 한 편이었지만, OVA 2편은 기대 이하였다. 원작 2권의 내용(안구 수집광 사건)이 좀 뒷끝이 남는 것이라 그래서 건너띈 것인지, 아니면 그냥 소설 팔기 위한 광고용으로 대충대충 만든 것인지 - 어쨌든 OVA는 광고용임에는 분명하지만 - 이왕 만드는 것 잘 만들 수 있을텐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OVA 결말은 원작과 동일하게 처리했다.

평점 3 / 10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남겨진 자들 - 제프리 디버

2008년
2009년 우리말 (시작)

<남겨진 자들>은 링컨 라임 시리즈 (대표작은 <본 컬렉터> <코핀 댄서> 등등)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프리 디버의 넌시리즈 작품입니다. 얼마전에 넌시리즈로 꽤 재밌는 완성도를 보여준 <소녀의 무덤>이 우리말로 출간된 적이 있는데, 그 작품과 같이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는 여경관 브린이 호숫가 근처 별장으로 순찰을 갔다가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살인청부업자에게 쫒긴다는 내용입니다. 거의 하룻밤에 일어난 내용(아닌 부분도 있지만 페이지 대부분은 그렇습니다.)을 그리면서 책은 약 500 페이지 넘을 정도로 두껍죠. 그런데 제프리 디버 하면 속도감 있게 술술 잘 읽히는 작가로 유명하듯이 이번 작품도 엄청나게 잘 읽힙니다. 독자는 쫓기는 토끼(?)가 된 여주인공인 된 것 마냥 소설 속으로 마음껏 몰입할 수 있습니다.

살인청부업자게 쫓기면서도 보호자 미쉘이란 도시여성을 대동한채 브린은 부상당한 몸으로도 지혜롭게 난관을 헤쳐나아갑니다. 하지만 살인범 '하트'와 동료도 바보가 아니죠. 브린의 지혜를 하나 하나 간파하면서 끈질기게 그녀의 뒤를 쫓죠. 책 대부분은 이렇게 쫓고 쫓기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단순한 내용인 듯한 미스터리입니다만, 제프리 디버의 장기인 '반전'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읽을 때는 그런가 보다 자연스레 넘어갔던 장면이 나중에 복선이 되어서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고 마는 거죠. 책 광고문구 처럼 '엄청난' 반전은 아닙니다만, 즐거운 반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콜드 문>에서 링컨 라임의 조력자로 등장했다가 졸지에 시리즈 주인공이 되버린 '캐서린 댄스'라는 여자 캐릭터가 있는데, <남겨진 자들>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브린 매켄지' 역시 대단히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이혼경력이 있는 한 아이의 어머니인 브린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아들을 오냐오냐 받아주기도 하지만, 사려깊고 용기있는 여성이죠. 브린이 다른 시리즈에서 재등장 - 주역이든 조역이든- 한다고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조역이라도 좋으니 디버의 다른 소설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평점 7 / 10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존 딕슨 카

1936년
2009년 우리말 (로크미디어)

<밤에 걷다>에 이어 로크미디어에서 의욕적(?)으로 내놓은 '존 딕슨 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이 됐습니다. 출간된지 거의 70년이 지나서 우리말로 정식 소개되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좋은 작품은 퇴색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딱 거기에 잘 부합하는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프롤로그는 펠 박사 앞에 존 캐러더스 형사, 부국장 허버트 암스트롱, 대이비드 해들리 총경 이렇게 세 명이 찾아와서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순서대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말하는 세 명의 이야기를 듣고 펠 박사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립니다. 진실은 밝혀지고 소설은 그렇게 끝납니다.

일단 문장이나 구성 자체는 '안락의자탐정물'입니다. 독자는 펠박사와 같은 조건으로 박물관 안에서 나타난 기묘한 살인 사건을 접해야 하니까요. 따라서 한 가지 사건을 총 3 번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소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화자의 입장과 시점 주관에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포인트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그런 미묘하게 변해가는 사건의 내용을 즐겁게 따라갈 수 있는 독자라면 무척 재밌는 독서가 될 것이고, 긴박감과 호쾌함을 원하는 독자라면 사건의 기묘함도 적고- 카의 여타 작품에 비하자면 - 스케일도 대단히 작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시종일관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요즘 미스터리의 속도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부분만 극복을 잘 한다면 재밌는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이 보다 더 기묘할 수 있을까?
절대로 알아 맞힐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반드시 화를 낼 것이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반드시 기가 막힐 것이다

라는 광고 문가가 써있는데 까놓고 말하자면 이 역시 황당무계한 과장광고입니다. 카 작품 중에 제일 기묘하지 않고, 절대로 알아맞출 수 없을 정도로 단서가 전혀 없지도 않고 따라서 전혀 화를 낼 구석도 없고, 전혀 기가 막힐 곳도 없습니다. 책 표지에 들어가는 광고문구 99%는 과장이긴 합니다만, 이번의 문구는 그 도가 좀 지나쳤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실망한 독자가 있다면 저 문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밀실 추리의 달인 카의 또 다른 대표작! 독자가 탐정과 함께 논리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추리소설! 어쩌구 정도의 문구였다면 너무 식상하겠지만, 딱 그 정도가 이 소설을 선전하는데 적당한 내용입니다.

이제 로크미디어에서 나올 카의 다음 작품은 <유다의 창>이군요. 두근두근~

평점 7 / 10

볼테르의 시계 - 강다임

2008년 로크미디어 (노블레스 클럽)

<볼테르의 시계>는 경계문학의 새로운 시도로 출간된 노블레스 클럽 시리즈 4번째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물론 브랜드명이고 각각의 소설은 전혀 관련은 없습니다.

일단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볼테르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인명입니다. 예, 맞습니다. 프랑스의 풍자시인이자, 후에 합리주의적 게몽사상가로 활동했던 실존인물입니다. 이런 실존인물을 갖고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작가 강다임은 맛깔스러운 판타지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볼테르의 시계>는 172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볼테르가 총 3 번의 시간 여행을 하게 되기까지의 경위와 시간 여행의 구체적 내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목의 시계는 시간여행을 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그렇게 지어진 거겠죠. 절대 이성의 존재를 증명하기 외한 세 번의 여행과 로드(LOAD)가 불가능한 마지막 여행, 그리고 모든 여행에서 등장하는 에밀리라는 여성과 볼테르의 관계. 시간 여행에서 볼테르를 도와주는 쉴리. 그리고 시간 여행 도구를 볼테르에게 준 수수께끼의 마법사의 정체까지. 뭐 중간에는 '암호'를 푸는 내용과 사건 해결을 위해 이리 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변론'하는 장면 등은 어느 정도 미스터리 소품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지만, 미스터리 색채는 약간 있을 뿐, 전체적인 구성은 그저 실제 인물을 이용한 '판타지'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 플롯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더라면 매우 멋진 판타지 미스터리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떠오른 것은, 야나기 고지의 추리소설 두 권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말을 이용한 잘 짜여진 가상 역사 본격 미스터리 <향연>과 찰스 다윈과 '종의 기원'을 이용한 클로즈드 서클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 <시작의 섬>. 두 책은 <볼테르의 시계>와 접근 의도는 비슷합니다만, 결과물은 서로 큰 차이가 나죠. 어떤 장르의 소설이던 무조건 '미스터리'와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버릇은 잘못됐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제 본능(바람)에 가까운 것이다보니 저로서는 통제가 불가능하네요.

평점 5 / 10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 - 낸시 피커드

2006년
2009년 우리말 (영림 카디널 블랙캣)

1987년 1월, 작은 시골 마을 스몰 플레인스에서 신원불명의 10대 소녀 시체가 알몸인채로 발견됩니다. 하지만 소녀의 죽음은 그대로 묻히고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라고 추앙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을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미치 뉴퀴스트(男)은 17년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오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 소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됩니다.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의 기본 줄거리는 위와 같습니다. 여기에 사건 당시 미치의 여친이었던 애비와 그녀의 친구였던 랙스, 그리고 미치 이렇게 크게 3가지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되죠. 그러면서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마지막에 밝혀집니다.

간단한 소개만 봐서는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는 양파같은 내용의 미스터리라는 짐작이 가능한데요,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맞는데, 문제는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는 미스터리보다는 드라마적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죠. 책 뒤표지의 문구를 고지식하게 전부 믿는 미스터리 독자는 아마 없겠지만, 이번에는 좀 너무했습니다. 숨 막히는 작품, 위대한 소설,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작품 등등 미사여구를 동원했는데, 사실 이것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속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만큼 꼭꼭 숨겨놨던 진실이란 한줌 밖에 안되는 것일 정도로 초라합니다. 아니 초라한 진실이라고 해도 포장기술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멋진 내용이 될 수 있을테지만, 교차하는 시점과 캐릭터 묘사와 중간 중간 벌어지는 남녀상열지사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아마도 작가는 처음부터 미스터리보다는 드라마를 우선시 했고, 미스터리는 단지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무대 소품에 불과한 거죠.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그런 점입니다.

처음 설정만 봤을 때는 캐드펠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얼음 속의 처녀>를 떠올렸습니다. 비슷하게 출발하기는 하는데, 드라마, 미스터리 둘 다 저는 캐드펠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평점 4 / 10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상징(Marked) - P.C.캐스트, 크리스틴 캐스트

2007년
2009년 우리말 (북에이드)

<트와일라잇>이 국내에서도 제법 팔렸는지, 인기를 끌었는지까지는 모르겠다만, 10대 뱀파이어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 1권이 얼마전에 우리말로 정식 출간됐다.

이 시리즈 역시 10살 중반의 여주인공 조이버드를 주인공으로, 원래는 인간이었다가 서서히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단지 기존의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판타지들과 다른 점이라면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성장물이라는 점이다. 사실 1권만 읽고 든 생각은 <트와일라잇>(에릭 나이트-이름부터 참-라는 미소년 뱀파이어에 끌리는 부분 등등) 플러스 <해리 포터>(이마에 새겨진 표식으로 닉스 여신의 어쩌구 저꺼구 하는 대목은 아무리 봐도 해리 포터에서 따온 것이겠지만) 겠지만, 양자의 가운데를 점하려고 하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로맨스를 다루기는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발랄하게 까진 십대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기본구도는 여주인공 조이버드가 '뱀파이어 교양학교'라는 곳에 입학하게 되고, 여기서 친구들과 함께 우정과 사랑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여족장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뱀파이어 세계라거나, 나름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개성있는 뱀파이어 관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한데, 그게 재미로 잘 이어졌는지 여부까지는 모르겠다. 번역도 허접하고 - 중간 중간 무슨 뜻인지 못 알아먹는 곳도 있었고 - 극적 긴장감 역시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 일단 2권에 해당하는 떡밥을 1권 후반에 던져놓고 있기는 하다만, 앞으로도 이 시리즈와 어울릴지 어떨지는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참, 그냥 '라이트노벨'로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일반 소설로 보기에는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떨어지니, 그런 점을 감안하길 바란다. 추가로 문장력과 흡입력은 차라리 <트와일라잇> 쪽이 더 낫다. 이쪽은 이쪽대로 자주 까이기는 하지만........ 하나 더, 번역 좀 더 깔끔하게 잘 다듬어 줄 수 없을까? 우리식 비속어로 번역했다가, 어떨 때는 전형적인 영어문장 직역이다가, 갈피를 못 잡겠다. 영 거슬린다.

평점 3 / 10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난 마짱7 - 이루마 히토마


2009년 전격문고
2009년 우리말 (학산 X노벨)

소생은 여자로소이다로 시작하는 7권 첫부분을 보고 있자니 역시 6권은 끝이고 7권은 4,5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캐릭터이자 또 하나의 거짓말쟁이 '오오에 유나(가칭)'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외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정규 시리즈입니다. 6권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6권을 즐겁게 읽었던 것은 엉망진창 끝났기 때문인데, 사실은 그게 거짓이었지롱~ 하는 것 자체가 이 시리즈의 묘미이긴 합니다만, 녀동생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안타깝더군요.

유나가 우연히 '마유'가 한 소년을 납치하는 걸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소년이 소지하고 있던 '팔(사람의)'을 주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팔의 주인은 유나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에 살고 있던 사람. 납치된 소년의 일당은 추리 게임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유나가 우연히 참가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참가자 중 한 명 한 명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미묘하게 흘러갑니다만, 사실 그런 부분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미 군은 화려하게 부활해서 신고식을 치루고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한다는 내용입죠.

작가 후기를 보니 더 나온다고 하는데, 그냥 단 권으로 끝났을 시리즈를 여기까지 끌어온 것만 해도 칭찬받을 만은 하지만, 역시 무리가 가는 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앞으로 어떤 내용이 나올까 약간은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냥 도를 닦는 입장에서 읽어야겠습니다. 당분간은 <거짓말쟁이 미 군가 고장난 마짱 시리즈>는 좀 쉬고, 작가의 다른 시리즈 <전파남가 거시기>였나를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평점 4 / 10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피리새 (상) (하) - 김근우

2008년 로크미디어

<바람의 마도사>로 원로(?) 판타지 소설 작가 '김근우'의 최신작입니다. <광검>과 <흑기사>까지는 보다가 한동안 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피리새> 덕분에 작가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되었군요.

아무튼 판타지 소설하면 보통은 D&D 룰이나 돌킨이 창조한 룰을 따르거나 소재만 갖다가 새롭게 창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전부터는 무협 세계관과 융합한 퓨전 판타지가 지금까지도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적 판타지에 대한 여러 담론은 오고 갔습니다만,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가 그런 담론에 많이 접근한 결과물일 겁니다. 그런데 김근우의 <피리새>는 철저하게 한국적입니다. 일단 기본 모티브는 '바리데기 공주 설화'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피리새라는 소녀가 무당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속에는 처용(정규교과과정을 졸지 않고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또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신라하면 떠오르는 '화랑'이란 것도 한 역할을 맡고 있죠. 소재만 그렇다할 뿐이지 등장하는 캐릭터는 현대적입니다.

상권의 첫 시작부분 '큰 가람'을 보면 그렇습니다. 수도관리국 소속 직원이라는 두 남자의 대화는 유머를 담아 독자를 부드럽게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캐릭터는 자연스레 소설의 메인 캐릭터 '바오 가람'과 '피리새'라는 주역을 소개하는 역할까지 잘 하고 있죠. 이어지는 '일곱번째 공주'에서 나오는 미루 공주나 동료 화랑 캐릭터들도 현대적입니다. 덜렁대는 듯 하지만 귀엽고 영특한 공주라는 캐릭터, 분량상 많은 등장 장면이 적지만 7명의 화랑과 국선화랑. 아마 이 부분만 가지고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듯 한데, 아쉽게도 <피리새>의 주인공은 아니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가리박사'라는 감초 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 피리새, 가람과 함께 서역으로 가는 도중 사사건건 가람의 구박(?)을 받는 인물입니다만, 입담이 재밌습니다. 물론 캐릭터 자체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가리 박사의 정체나 전체 플롯을 봐서는 큰 의미의 '미스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말이죠.

어릴적 부터 귀신을 보는 재주가 있는 피리새. 나무를 베는 숙명을 짊어진 가람. 이런 주인공들은 서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도중에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되고 성장해 갑니다. <피리새>는 그런 소설입니다.

소설은 상,하 권입니다만 대략 1000 페이지 정도가 되는터라 분량이 제법 됩니다. 게다가 1페이지당 활자수도 요즘 출간되는 소설에 비하면 많은 편이죠. 아마 김근우라는 작가가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는 작가였다면 <피리새>는 상,하 권이 아니라 전 4 권 이런 식으로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량입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좀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피리새와 가람에게 집중된 이야기 구조 자체는 불만 없습니다만, 미루 공주와 달이장 공주, 가람의 동료 화랑, 소설의 도입부를 잘 이끌어준 서다함과 마휼, 37대 주몽인 바리수와 아리수 등등 주인공과 엮이는 여러 캐릭터들의 소설에서 그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지거든요. 분량이 좀 늘어나더라도 관련 에피소드를 좀 더 보여줬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지나가듯이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물론 정통 미스터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주장하는 어떤 장르든 미스터리적 플롯(특정인물의 정체, 사건과 사건의 세계관을 바탕으로한 합치 등등)의 도입은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라는 걸 <피리새>는 잘 보여주더군요. 물론 좀 더 비꼬았더라면 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되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양산형 판타지 공장이었던 로크미디어의 새로운 시도 (라기 보다는 자구책이겠지만요.)인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은의 <얼음나무 숲>과 김근우의 <피리새>만으로도 말이죠. 확실히 양질의 판타지 소설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덕분에 <바람의 마도사>가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아마 '라니안'이었던 듯 한데........

평점 8 / 10

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살인예언자4~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 딘 쿤츠

2008년
2009년 우리말 (다산책방)

오드 토머스 시리즈 4번째. 원제목은 .
우리말 부제는 '흰 옷의 소녀'라는데, 작중에서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여인 '안나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4권은 저편 수도원 사건 말미에 개 유령을 조우한 오드가 매직비치라는 곳에서 겪은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음모극 속에서 주인공 오드는 결국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나름 반전(?)이랍시고 등장은 한다지만 그다지 볼 것은 없지만 시종일관 오드의 유머는 여전해서 전편 걸쳐 그냥 코미디 소설 보는 기분이다. 4권 내에서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건 후속편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평점 3 / 10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왕녀 그린다 (상) (하) - 가야타 스나코



1992년 대륙서방
2000년 중앙공륜신사
2007년 우리말 (대원씨아이)

(상) 델피니아의 희장군
(하) 그랑디스의 백기사

<델피니아 전기>의 전신으로 팬들 사이에 회자되던 문제(?)의 소설 <왕녀 그린다>가 우리말로도 나왔습니다. 내용은 역시 전신은 전신이구나 하는 느낌이 마구 들정도로 기본 캐릭터와 설정등은 <델피니아 전기>에서 이미 봤던 것들이더군요.

단지 시리즈 1권의 시작점인 상권에서 이미 리는 희장군으로 서리궁에서 서식중이고, 셰라가 리를 죽이기 위해 잠입하는 내용부터 시작합니다. 2부에서 윌과 리의 코랄 탄환을 그리려고 했다는데, 출판사 도산으로 결국 구성을 바꾸어서 현재의 <델피니아 전기>가 됐다고 하는데,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행성 본쥬이 출신이나 달의 아이와 태양, 파로트 일족 같은 설정 역시 이때부터 존재했던 것이더군요. 리와 윌의 대화는 역시 변함없더군요. 거의 똑닮은 플롯도 있는 반면 갈등 해결 부분 - 셰라를 파로트 일족에서 꺼내는 - 에서는 좀 차이가 있더군요. 뭐 가야타 스나코의 단점인 사건이 났다가 후다닥 끝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델피니아 전기>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보시길 권합니다. <델피니아 전기>를 모르는 분이라면 <왕녀 그린다>보다는 <델피니아 전기>를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평점 5 / 10

뉴욕 더스트 - 오승환

2008년 로크미디어(노블레스 클럽)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 두 번째로 나온 책이라 내심 기대했던 녀석인데, 결론부터 가자면 기대이하의 소설입니다.

간략한 줄거리는 주인공 이진후라는 청년이 사랑하는 애인이 사채이자를 갚지 못해 강간당하고 찍힌 비디오 때문에 자살한 것을 계기로, 연쇄살인범으로 바뀌고, 나중에 첩보조직의 암살자가 됐다가 뉴욕에서 꽃을 든 남자가 되고 다시 총을 들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이 살인범이 됐다가 암살자가 됐다 꽃집 주인이 됐다가 다시 암살자가 되서 벌이는 액션모험 계열이긴 한데,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스릴러 계열로 들어가겠네요. 확실히 양산형 판타지 일색인 이쪽 세계에서 나름 현실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세계관 구축과 영미권 스타일의 빠른 챕터 전환을 통한 속도감 등은 인정할만합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질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막판에는 나름 반전이라고 들어가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워즈 패러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나름 묵직하게 다가와야할 부분인데, 그래서 좀 웃겼습니다. 그런 걸 제외하고는 플롯은 대단히 직선스럽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동시진행이면서 캐릭터들이 엇갈리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복잡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체적인 느낌이 싱거워요. 싱겁게 먹는 것이 몸에는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음식' 이야기이고, 창작물에서는 '자극적'인 강한 맛은 필요합니다. <뉴욕더스트>에서 쓰인 소재 자체는 다시다같은 전형적인 자극적 소재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01년에 1차 집필완료했다고 하는데, 좀 더 빨리 출간했다면 평이 약간은 좋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평점 3 / 10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소년 명탐정 고호쿠 교스케의 모험~고교편 - 하야미네 가오루, 야마사키 모헤지


2003년 고단샤 KCDX
2004년 고단샤 노블즈 (원작만화의 소설화 : <소년 명탐정 고호쿠 교스케의 하이스쿨 어드벤처>로 개명)
2008년 고단샤 BOX (2003년 원작만화의 판형변경 재간) (사진)

2002년도 만화잡지에 연재됐던 6개 단편을 한 데 묶어놓은 단편집입니다. 기존의 <고스케 시리즈> 원작 소설도 전부 단편집이었던 터라, 장편을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역시 장편보다는 단편집이 시리즈 성격상 잘 어울리는 면이 많긴 하더군요.

전작 <소년 명탐 고호쿠 교스케의 신 신모험> 에서 다시 해외로 나가는 고스케 군인데, 프랑스로 건너가서 일어난 사건은 2009년에 시리즈 첫 장편으로 나온 <프랑스편>에서 다루고 있고, 오히려 훨씬 먼저 간행된 본서는 프랑스에서 알게된 신에몬이 고호쿠네 책방에서 같이 살고 있다는 설정이더군요.

아무튼 제1화 고호쿠 미스터리 상점가는 밀실 살인 사건을, 2화 유령 스토커는 말 그대로 스토커의 정체 파헤치기를, 3화 에도가와 란포상과 암호는 역시 암호를, 4,5화는 인간소실城 전설에서 벌어진 사람이 사라지는 사건을, 마지막화는 에필로그 식으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고스케 시리즈 고교편>은 소설이 원작이고 그걸 바탕으로 만화로 만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알고보니 만화를 위해 원작 시나리오를 먼저 집필하고 나중에 그걸 바탕으로 소설化한 것이더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본격 테이스트를 어떻게 내비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법 보이더군요. 일단 글로만 설명해야하는 소설에 비해 만화는 '시각'을 이용해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단서를 제시할 수 있는데 1화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용의자가 되는 사람들의 복장과, 앞으로 밀실이 될 방안에 있는 간략한 소품을 소설이었다면 지루한 설명으로 했어야할 부분을 단 몇 컷으로 처리하는 점은 만화의 장점을 잘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을 제외하고는 실제 트릭 자체는 그다지 특기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2화의 스토커는 맹점을 찌르는 - 본격에서 주로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범인류와 궤를 같이하고 있고, 3화 암호물 역시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맹점을 찌르는 '언페어'한 구석이 있고, 성에서 벌어지는 소실사건도 비슷합니다. 특별하기보다는 흔하지만 싸구려는 아닌 그런 류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일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걸 바탕으로 나온 소설을 읽게 되면 같은 스토리 같은 트릭을 어떻게 매체간의 차이를 살려서 차별화를 했는지 사실 그 부분이 제일 궁금하네요.

끝으로 <고스케 시리즈> 목록은 출간순서 기준으로 정리해봅니다. 특별한 설명없으면 전부 소설입니다.

1.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모험 (단편집)
2.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신모험 (단편집)
3.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신 신모험 (단편집)
4.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모험~고교편 (만화)
5.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하이스쿨 어드벤처 (4번의 소설 버전)
6.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모험~프랑스편 (장편소설)

평점 5 / 10

2009년 11월 5일 목요일

얼음나무 숲 - 하지은

2008년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의 첫머리를 장식한 하지은의 장편 판타지 <얼음나무 숲>.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하지은이란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단순히 '음악'을 소재로한 판타지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반 호기심, 반 도박하는 심정으로 책 표지를 넘겼다. 하지만 약 400 페이지에 달하는 적잖은 분량의 소설을 단숨에 읽고 나서 느낀 '환희'는 도박에서 이겼다는, 아니 대박으로 승을 거머쥐었다는 환성이란 이름 감동이었다.

1628년 에단이라는 음악의 도시. 귀족가의 자제이면서 바옐에 버금가는 천재 피아니스트이면서 스스로 그에 대한 자각이 없는 순수한 캐릭터 고요. 겉으로는 천재 중의 천재인 바이올리니스티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한 노력을 아낌없이 하면서 단 한 명의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 바옐. 감초같은 역할을 하면서 바옐과 고요 사이에 다리는 건네주기도 하는 첼리스트 트리스탄. 이렇게 <얼음나무 숲>은 세 명의 주인공이 '키세'라는 예언가가 말하는 종말론이 지배하는 에단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바옐과 음악 결투를 했던 남자의 약혼녀가 불가사의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소설은 점점 절정으로 향해갑니다. 살인사건은 점점 바옐과 가까운 사람이 피해자가 됩니다. 고요는 바옐의 단 하나의 청중이 되고자하고, 트리스탄은 예언가 키세를 찾아다니고, 바옐은 고요에 대한 열등감을 억누르고 단 하나의 청중을 위해 혼신을 다한 연주를 합니다. 하지만 결말은.........

소재는 일단 음악이지만, 배경도 그렇고 설정도 그렇고 막말로 무국적 스타일의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음악적 소양이 전혀 없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환상적 분위기는 아무래도 무국적이란 요소가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배경을 무대로 했다면 리얼리즘은 살릴 수 있었겠지만, <얼음나무 숲>이 주는 분위기는 살려내지 못했을 겁니다. 오히려 <얼음나무 숲>의 모호한 무대배경은 적절한 선택인 것이죠.

여기에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범인도 나오는 등 마지막에 하나 하나 맞춰져가는 퍼즐적인 요소까지 포함하자면 <얼음나무 숲>도 광의의 미스터리에 포함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하던, 미스터리 플롯은 어떤 장르의 소설에도 통용되는 보편적 재미의 기본 핵심이란 점을 <얼음나무 숲>은 잘 살리고 있죠. 물론 범인의 정체에 관해서 좀 더 비꼬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얼음나무 숲>의 본질은 who done it이 아니다보니 저의 이런 불만은 지엽적일 뿐이겠지만요. 그럼에도 <얼음나무 숲>은 환상적인 면모가 더 강한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요소로, 단지 글로만 이루어졌는데도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소설을 읽는내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큰 차지를 합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표출해내는 갈등,반복과 화해가 잘 이루어져서 차갑지만 따뜻한 몽환적 미스터리로 불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직도 유행중인 '이계진입 깽판물' 같은 양산형 판타지에 질렸거나 - 이건 이것대로 대리만족의 효과를 누릴 수는 있습니다만 - 일본산 라이트노벨을 필두로한 모에 요소로 뒤범벅이된, 읽고 나서 팬티 색깔만 기억나는 '미소녀물 판타지'에 식상한 독자가 있다면 <얼음나무 숲>을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평점 8 / 10

2009년 11월 3일 화요일

라크리모사 - 윤현승

2008년

'노블레스 클럽'이란 브랜드는 양산형 판타지 출판에 열을 올리던 출판사가 기특하게 만든 녀석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라크리모사>는 <하얀 늑대들>로 인지도를 올린 윤현승의 신작 소설이다. 400페이지 정도 두께를 자랑하는데, 딱 1권으로 완결나는 내용이다보니 접근하기 좋고 내용 자체도 스릴러 지향이다보니 쉽게 읽을 수 있다.

이탈리아 한적한 마을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루카르도. 딸 베니카를 무척 사랑하는 루카르도에게 경찰로부터 전화가 온다. 도서관 관장이 연쇄살인범 용의자이니 도서관에서 벗어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시 낯선 여인에게서 온 전화. 이번에는 '절대로 도서관에서 벗어나지 마세요'라는 내용.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살인범은 누구? 범인의 목적은? 도서관 지하에 숨겨진 비밀은? 세계의 멸망? 구원? 딸 베니카는?

처음 시작은 미스터리이지만 설정은 판타지이다보니 초중반에 별로다락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초장부터 판타지로 인식하고 있던 독자라면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의 경우였다. 세계의 멸망이네 어쩌네나 나오는 순간 김이 좀 팍 새긴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재밌다'이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이라는 좁디 좁은 공간과 설정으로 세상의 운명을 놓고 벌인다는 스펙타클한 설정간의 불균형(처음에는 좀 괴리감도 느끼겠지만 좀 참다보면 그리 거슬리는 설정은 아니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변모가 볼거리다. 판타지 스릴러라고 붙여도 알맞을 정도로 적당적당하게 반전을 활용하고 있어서 책장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경계문학을 지향하는 노블레스 클럽이란 브랜드에 딱 맞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장점을 적절하게 따다가 융합한 스릴러. 멸망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좀 유치하지만 그 외에는 별 불만은 없다. 다음에는 어떤 신작을 선보일지 내심 기대가 된다.

평점 6 / 10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업펠란트 이야기 - 다나카 요시키, 후쿠야마 케이코



1992년 애니메주 연재
1993년 단행본
2007년 고단샤 단행본 (사진)


<업펠런트 이야기>는 다나카 요시키 초창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버전입니다.
스토리는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도와주고, 함께 음모에 맞서서 대항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전형적인 보이 미츠 걸 스타일의 모험물입니다. 1900년대 초 유럽대륙을 무대로 해서 업펠란트라는 가상의 작은 나라를 만들고 강대국 사이에 끼인 소국의 이야기를 소년 소녀 모험을 통해서 그립니다. 왕국을 위해서 분골쇄신한다면서 구데타를 일으키고 독일 제국과 합병을 주장하는 악역 캐릭터라거나, 독일 미국 소국을 탐내는 강대국의 횡포 등은 여지없이 다나카 요시키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물론 표현의 강도는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이런 횡포의 대상은 대부분 독일이더군요.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본 사람이 그렇게 한다는데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가장 좋은 소재를 두고 왜 그리 멀리 돌아가는 걸까? 언제나 그게 의문이네요.)


(벨과 프리다의 첫 만남)

아무튼 내용은, 14살 소년 벨이 나쁜 사람들에게 감금당한 '프리다'라는 소녀를 구출하고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업펠런트 왕국의 최대 위기-독일 제국의 합병과 쿠데타 사건-를 슬기롭게 헤쳐나아간다는 것이죠. 뭐 간단합니다.

별로 주목할 요소가 없는 내용의 소설에 지금도 관심을 갖고 있던 이유를 찾자면 바로 이 만화판 때문입니다. 후쿠야마 케이코의 정감 넘치는 그림체 덕분에 <업펠란트 이야기>는 내용보다는 그림이 더 인상 깊게 남습니다. 예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소년소녀 모험물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완성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만화판은 그림 스타일이 딱히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17년이 지난 지금에 봐도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리아나라는 캐릭터 - 초반에 프리다를 납치한 주범인 여성 캐릭터 - 가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중후반에는 별다른 활약없이 흐지부지 사라져서 마음에 안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이 납니다. 내용도 뭐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집어넣었다면 딱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납니다. (비밀 병기의 정체는 너무 식상하죠.)

아무튼 소설,애니,만화 3가지 버전이 있지만 저는 만화쪽을 추천합니다.

여담 6 / 10 (만화판)

어둠 속의 덱스터 - 제프 린제이

2007년
2009년 우리말

<어둠 속의 덱스터>는 <덱스터 시리즈> 3번째에 해당하며 덱스터의 친절한 친구(?) '검은 승객'이 처음으로 덱스터 곁에서 사라져서 소심해진 주인공 덱스터를 볼 수있는 귀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페이지 수도 대폭 늘어서 이번에는 거의 500 페이지에 육박합니다.

대학 내에서 발생한 엽기 살인 사건. 잘린 목, 불타버린 시체, 리타와의 결혼을 앞두고 역시 사건을 일어나지만 환희에 들떠야 하는 검은 승객 친구가 이번에는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말죠. 여기에 리타의 아이들 코디와 애스터는 덱스터를 보챕니다. 덱스터의 결혼식 피로연 음식담당자가 살해당하는 바람에 덱스터는 졸지에 용의자 신세도 지기도 하죠. 인생의 반려였던 검은 승객은 사라지고 가뜩이나 결혼을 앞두고 우울증인데, 사건은 일어나지 애들은 투덜대지, 자기를 미행하는 이상한 녀석은 나타나지, 이래저래 덱스터 최대(?)의 위기 아닌 위기를 그린 내용인데..........

문제는 재미가 없습니다. 페이지는 긴데 긴장이 별로 없고, 불안해 하는 덱스터의 심경 묘사 때문에 독자 역시 같이 불안하기도 하면서 짜증도 나죠. 이런 내용은 덱스터 시리즈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애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좀 더 재밌게, 아니 스릴있고 더 유머와 위트를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결정적으로 검은 승객의 정체를 처리하기 위해 내심 같다붙이기 위한 설정을 고심한 흔적은 보입니다만, 그게 기대에 가장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었습니다. 귀여운(?) 검은 승객 정체를 그런 식이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가장 안 좋은 형태로 정체를 드러내고 말더군요. 다른 건 그러저럭 넘어간다고 해도 그 설정 때문에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었네요.

덱스터는 이제 원작 보다는 그냥 드라마 믿고 가야 하나 봅니다.

여담) 그래도 중간 중간 유머스런 부분이 있어서 +1점을 했습니다.

평점 : 2 / 10

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겐모치 경부의 살인 - 아마기 세이마루, 사토 후미야



2009년 고단샤

거의 1년 만에 등장한 <김전일 시리즈 2기> 신작입니다.
<김전일 소년의 결사행>으로 1기가 종료된 뒤로 2기는 부정기 연재로 잊을만 하면 한 편씩 나와서 안 읽을 수 없게 만드네요. 아무튼 이번에는 제목대로 '겐모치' 경부가 살인 용의자가 되고 김전일과 아케치가 겐모치 경부의 누명을 벗겨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겉 뼈대는 그렇고 속 뼈대는 약간은 '사회파' 분위기를 내는 스토리인데요,

3년전 3명의 소년에게 납치 감금당하고 온갖 능욕과 고문을 당하다가 죽은 '도가미 마리나'. 주범 격인 소년과 주범의 협박에 마지못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두 명의 소년은 '소년법'에 의거해 별 다른 처벌도 받지 않은 채 3년만에 사회 복귀합니다. 하지만 범인이었던 소년이 한 명 한 명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서는 행방불명된 겐모치 경부의 총과 지문 등이 나오죠. 연쇄살인범-사형집행인의 정체는 겐모치 경부일까요?

상, 하 권으로 나뉘었는데, 상권은 문제편, 하권이 해답편입니다. 그런데 하권의 반 정도만 해답이고 나머지 반은 단편 2개가 섞여있으니, 2기 시리즈 중의 <오페라관 세 번째 살인> <옥문숙 살인사건> 등에 비하자면 분량 자체는 좀 짧죠. 그래서 하권 시작하자마자 바로 범인 정체부터 나옵니다. 과연 독자가 생각한 범인의 이름이 거기에서 나올까요? 두근두근.....

개인적으로 마지막 사건의 진상이 '이렇게만 되지는 말기'를 했던 녀석과 동일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뭐 김전일 시리즈는 언제나 그랬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겠지만요.) 또한 아케치 경시가 아무리 심리적인 동요상태라고는 해도 너무 멍청하게 그려진 듯 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트릭 해설편도 적당 적당 넘어가는 분위기는 뭐 그러려니 해야겠죠. 그럼에도 장치트릭, 알리바이 트릭, 밀실 트릭 등 다채롭게 나와서 독자를 즐겁게 해줍니다. 미유키는 변함없이 '에로' 담당과 결정적 '힌트' 담당이더군요.

이제 다카토 요이치는 그만 놔줄 때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죠. 별 다른 활약도 없이 그냥 무조건 진범 뒤에는 얘가 숨어서 진범을 조종했다고 끝내는데, 이제는 지겨운데 말입니다. 아니면 제대로 활약하는 내용을 보여주던지? 그냥 아예 다카토 요이치를 주인공으로 <음흉하게 꿈꾸는 요이치 군~> 시리즈를 만들어 보던지 말이죠.

여담) 하권에 김전일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라고 해서 단편 2개가 실렸는데, '캠프장의 괴사건'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학생 시절 미유키가 귀여워서 마음에 든 게 아닙니다. (결단코!!! 맹세합니다!! 블루 하우스의 마우스에게 맹세합니다!! ㅋㅋ)

평점 4 / 10

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2004년 하라쇼보
2007년 문예춘추 문고판
2009년 우리말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연애소설'이다. 그런데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내용일까?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클로즈드 서클 안에서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연애질 이야기일까? 혹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진범? 이러면서? (정말 이렇게 나왔다면 유치가 피박쓰고 가출할 설정이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처음 읽을 경우는 단순한 연애소설로 받아들이기 쉽다. 아니 그냥 연애소설이 맞다. 첫 미팅에 나갔다가 마음에 쏙 드는 여자애를 만나고, 서로 데이트를 하다가 사랑을 고백하고 첫 경험도 하면서 애인사이가 된다. 하지만 남자가 취직하면서 둘은 원거리 연애를 하게 되는데 남자는 직장 동료 여성과 바람이 나서 결국 그쪽으로 갈아탄다는 그런 내용으로 말이다. 이 얼마나 흔해빠진 이야기인가?

그런데 마지막 대사 한 마디 - 정확히는 십 몇 줄 전부터이지만 - 로 세계가 확 바뀐다.
어? 어?
그동안 독자가 인식해왔던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일그러진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캐릭터는 뭐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 작가가 어디서 '미스터리적 효과'를 노렸는지, 그 노림수를 독자들도 그제서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전에 이미 다 간파했다고 작가를 비웃었을 독자들도 있겠고, 복선을 엄청나게 깔았기 때문에 비웃어야할 독자가 반드시 나와야 정상이다.)

그렇다고 해도 독자에 따라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보다는 '분노'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뭐 이딴 소설이 다 있어? 하면서 말이다. 아니면 별 같잖은 것 가지고 독자를 우롱하면 다냐!! 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 소설 안에 쓰인 복선을 전부 회수한 사람이 있을까? 물론 여기는 한국이니까, 일본사정에 정통한 사람이라고 해도 지난의 업이었을 것이고 네이티브 일본인이었다고 해도 80년대 후반의 일본을 모르는 일본애들한테는 먼 나라 이야기였을 거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요즘 청소년들보고 80년대 대한민국 어쩌구 하면 대화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뭐 우리나라 독자보다는 조금은 유리 했겠지만 말이다.

이런 짜증날정도로 복선을 마구 마구 뿌리는 습성은 '이누이 구루미'의 특징 중 하나다. (물론 작가의 모든 소설이 그런 스타일이라는 것은 아니다. ) 1999년 독자에게 묻매를 맞았다고 알려진 <탑의 단장>이 그런 스타일의 대표작인데, 오죽하면 문고판 해설은 작가 이누이 구루미가 직접 맡아서 '나는 이렇게 이런 식으로 단서와 복선을 배분했는데, 이게 단서인지 복선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단순히 찍어서 맞췄다고 독자들의 욕을 얻어먹는 것에 유감스럽다'(본인이 대충 기억나는대로 쓴 거라 작가 원래 의도와 반하는 내용일지도 모름,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람) 라는 변명을 곁들이고 있다.

<탑의 단장>도 <이니시에이션 러브>와 같이 서술트릭을 사용한 미스터리다.
소설 초반부는 탑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여성을 묘사한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서술 트릭을 채용하고 있다. <탑의 단장> 쓰인 트릭을 간파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소설 프롤로그에서 등장하는데, 작가는 무척 대담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문제는 시간을 나타내는 소품으로 쓰인 것이 'ㄷ의 XXX'였다는 점이다. 마니악하다면 마니악한 단서였다는 것이 문제.

나는 <탑의 단장>을 꽤 흥미롭게 읽었지만, 일반적인 미스터리 독자들의 성향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5년 후 탄생한 것이 아마 <이니시에이션 러브>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 대사 한 마디로 세계가 무너지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이미지가 바뀌는 캐릭터, 나는 여기에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본다. 그걸 나타내기 위해 이래도 모르겠냐? 이래도 모르겠어? 이 복선을 전부 찾아낼 수 있겠어?라는 작가의 도전장을 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잡동사니를 다 끌어다가 사용하고 있다. 역시 경우 가장 알기 쉬운 복선은 <십각관의 살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뭐 독자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여담) 우리말 쪽이 표지와 소제목에 딸린 노래 가사 등등 원서보다 단서를 더 제공한다.

여담2) <이니시에이션 러브> 성공 후에 나온 녀석이 <리피트>이다. 재밌는 점은 <리피트>에도 시간 묘사가 <이니시에이션 러브>과 똑닮아있다. 그래서 독자 중에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거시기했을 법한데 결과는..........?

평점 8 / 10

2009년 10월 25일 일요일

K-20 ~ 괴도 20면상傳 (2008)

2008년 개봉
2009년 DVD, BD 발매

원작은 <괴도 20면상전>이란 소설인데, 이 소설은 '기타가와 소우(北村 想)'라는 작가가 '에도가와 란포'의 '괴도 20면상' '아케치 고고로' '고바야시 소년' 등의 설정만을 빌어다가 비벼버린 오리지널 내용이다. 원래 원작은 파트1과 파트2가 존재(한데 합친 완전판도 있음)했는데, 영화는 파트2를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엔도 헤이키치(금성무=가네시로 다케시). 서커스 단원이지만 거금을 받고 하시바 요코(마쓰 다카코), 아케치 고고로(나카무라 도오루)의 약혼식 촬영을 위해 하시바 빌딩에 잠입하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졸지에 괴도 20면상이란 누명을 쓴 헤이키치는 감옥에 갇히지만 도둑일당의 우두머리 겐지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헤이키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뿔뿔히 흥터진 서커스 단과 그가 괴도20면상이란 누명 뿐. 결국 헤이키치는 괴도 20면상을 직접 잡아 누명을 벋기 위해 도둑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여기에 테슬라 장치라는 무선 전력송선 장치를 두고 싼 진짜(?) 괴도 20면상과 하시바 요코, 그리고 아케치 고고로와 주인공 헤이키치까지 가세해서 액션과 로맨스와 반전(.....)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괴도 20면상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배트맨'이 연상되고, 와이어줄을 이용해 헤이키치와 요코가 도망치는 장면과 마지막 포옹장면을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79년작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의 성'이 생각나는 등 어딘선가 많이 본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괜찮은 것들만 뽑아다가 짜깁기 한 느낌인데, 문제는 이게 부드럽게 녹아든 느낌이 아니다. 이유는 어색한 CG. 이미 헐리우드의 깜짝놀랄만한 컴퓨터 그래픽에 익숙한 관객에게 일본 영화치고는 막대한 돈을 들여 제작했다고는 해도, 그건 그네들 사정이고 관객이 보기에는 그저 어색한 CG일 뿐이다. 뭐 어색하다고 해도 중국산 무협 드라마에서 쓰인 손 발이 오그라드는 CG보다는 볼만하다.

이것 저것 많이 담으려다보니 러닝 타임이 늘어난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문제는 그 결과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늘어져서 지루하다. 그렇다고 배우들 연기가 쩔어서 그거 보는 재미에 - <다우트>같은 경우는 매우 간단한 스토리를 배우들 연기로 전부 커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우 - 볼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일본애들이라면 우리도 돈을 들이면 이 정도는 만든다!라는 자위가 들여오기는 하지만, 그 정도 돈 들이고도 겨우 이 정도뿐이 안되는 거냐? 라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몇 년전 개봉한 <케산>이 생각난다. 영화 <케산>을 즐겁게 본 관객이라면 도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미야지키 하야오의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을 블루레이로 한 번 더 감상하는 편이 속편할지도 모르겠다. (79년작이지만 멋지게 블루레이로 부활했다. 너무 디지털 냄새가 짙긴 하지만) <칼리오스트로의 성>쪽이 훨씬 짧은 러닝타임에 액션+로망+로맨스+유머를 전부 제대로 담고 있으니까 말이다. 2008년작이지만 1979년도 작품과 비교당하는 에게 심심한 애도의 묵념을 보낸다.

여담) 어차피 국내에는 <소년탐정단>의 고바야시 소년, <괴도20면상>의 원작 소설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기에(아주 예전에 아동용추리문고로 우리말로 나온 적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읽어 본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식 판권 갖고 나온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또한 만화판도 제외했을 경우) 으로 처음 접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원작의 캐릭터만 갖고 온 것일 뿐, 전혀 상관없는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감상하길 바란다.

평점 3 / 10

악의 수도원 - 딘 쿤츠

2006년
2008년 우리말

<오드 토머스 시리즈> 3번째 이야기다. 원제는 'Brother Odd'이다. 수도사 오드. 우리말로는 '악의 수도원'이라고 했는데, 뭐 적절한 개명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는 전편에서 역시 이어지는 내용으로, 수도원에 들어간 오드 토머스가 그 안에서 조우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과거 자살한 수도사의 죽음이 사실은 살인이었다는 내용과 폭서로 고립된 수도원, 실종된 수도사까지 제대로 미스터리어스한 내용이 나올 법 하지만, 실상은 '역시' 판타지로 끝나버리는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4번째 이야기를 암시하면서 끝난다. 현재 우리말로는 시리즈 4번째까지 출간되었고, 내가 알기로는 원서도 4번째가 최신작이다.

미스터리적 재미는 거의 없고 그냥 드라마 보듯이, 주인공 오드의 유머와 재치를 동반한 초자연적인 내용을 담은 그냥 저냥 적당한 스릴러 정도로 생각하고 읽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하다. 원래 이 시리즈는 1편 <살인 예언자>를 끝으로 더 이상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3편까지 읽게 됐지만 시간 낭비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망설여지는 작품이다. 뭐 취향에 따라서는 <오드 토머스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왕 여기까지 호흡을 같이 해왔는데, 시리즈 마지막까지 - 언제 완결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 오드 토머스의 여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언제 변덕이 생겨서 환승해버릴지는 나로서도 장담할 순 없겠지만.

마지막에 진범(?)의 정체와 관련한 반전이 있긴 한데, 사실 중요하지는 않다. 정체보다는 '행위'가 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 할까?

평점 4 / 10

2009년 10월 24일 토요일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2003년 고분샤
2007년 문고판
2008년 우리말 (시작)

<월광 게임> <외딴섬 퍼즐>로 이미 우리나라 독자에게 알려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대표적인 탐정 '히무라 히데오'가 등장하는 시리즈로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본서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이하 하얀토끼)>이다. 처음 우리말로 소개되는 것 치고는 소박한 작품이 선택되어서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하연토끼>는 중단편집으로 3개의 단편과 1개-표제작-의 중편으로 구성되었다.

-부재의 증명 : 알리바이 깨기
시각표를 이용한 알리바이인 듯 하면서 다른 의미로 허를 찌르는 단편이다. 범인의 정체는 감이던 직감이던, 오감이던 아무튼 대부분의 독자가 맞출 수 있었겠지만, 근거까지 다 맞춘 분은 그리 많지는 않았을 법한 단편.

-지하실의 처형 : 뜻밖의 동기
의외의 동기로 허를 찔는 단편이다. 납치당한 형사와 형을 집행하려던 반정부 집단. 그 안에서 벌어진 독살사건의 의문을 다루고 있다. 범인은 둘 중 한 명. 확률은 50%.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 : 다잉 메시지
다잉 메시지를 다루고 있다. 엘러리 퀸의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던 단편이다. 이 역시 허를 찌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와닿지 않을 트릭이다보니 반응은 시큰둥할지도 모르겠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 알리바이 깨기
표제작이자 중편이다. 토끼와 거북이. 스토커. 살인등이 등장해서 초반에는 WHY와 WHO의 의미가 있지만 중후반부에 가면 초반의 궁금증은 별 중요한 사실은 아니고 - 단서 문제 - 결국 '알리바이 깨기'가 포인트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중편보다 그냥 더 콤팩트하게 줄인 단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에 속하는 중단편집이지만, 원래 시리즈의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모르는 독자도 무임승차 하는 기분으로 집어 들고 읽어도 상관없는 내용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장편이 먼저 소개가 되고 <하얀 토끼>가 소개되는 순서가 더 낫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 뿐. 물론 이건 작년도 기준이며 올해 초에 <46번째 밀실>이 우리말로 소개되었다. 딱히 시리즈 물의 순서 - 굳이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순서대로 읽고 싶은 분은 <46번째 밀실>을 먼저 읽으시기를 바란다.

평점 5 / 10

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미스터 브레인 (2009)

2009년 TBS 전 8 화

<미스터 브레인(MR. BRAIN)>은 기무라 다쿠야 주연을 화제를 불렀던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일단 제목대로 '뇌(브레인)'이 소재인데, 기무라 다쿠야가 맡은 캐릭터 '츠쿠모 류스케'는 원래 직업이 호스트였습니다. 우연히 뇌를 다치는 사고를 입은 후에, 이상스럽게 발달된 뇌와 재생때문에 츠쿠모는 자신의 뇌를 알기 위해 뇌과학을 전공하고, 사고가 일어난지 5년후 '과학경찰연구소(과경연, IPS)' 이란 곳에 뇌연구 담당 학자로 들어옵니다. 여기에 츠쿠모 류스케의 조수를 맡는 '유리 가즈네'라는 캐릭터는 '아야세 하루카'가 맡아서 '감초'같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일단 미스터리 기본 콘셉트는 'WHO DONE IT' 물입니다만, 중반, 후반부에는 WHY가 섞이기도 하는 등 단조로움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더군요. 또한 초반에는 피해자가 살해당한 시간 경찰 구치소에 있던 범인의 철벽 알리바이, 수년 전에 사형집행당한 범인의 지문과 DNA가 검출된 범죄 현장, 감시 카메라로 겹겹이 둘러싼 곳에서 벌어진, 범인이 보이지 않는 살인사건으로 순간이동, 부활, 투명인간 등 자극적인 단어 선택으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HOW와 WHO의 재미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기억장애+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유괴당한 아이가 다중인격이 되어 살인자가 되는 다중인격 스토리, 그리고 DNA 감정의 맹점(과학의 맹신)을 이용한 복수극 등, 마지막에는 스케일도 좀 크게 잡아가면서, 초반의 콘셉트와는 다른 방향전개를 보여줍니다.

일단 요근래 여러 편의 일본 미스터리 드라마를 봤습니다만, <미스터 브레인>은 그나마 볼만한 축에 속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미스터리 완성도도 난이도가 매우 쉬웠던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중간은 가는 정도였고, 매화마다 등장하는 빵빵한 게스트 파워가 보는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특히 다중인격자로 '나카마 유키에'(나이 먹은 티가 나서 슬펐지만요.)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아니 엽기연쇄살인범으로 나와 사형집행당하는 범인 역을 맡았던 '각트'도 괜찮았습니다. 각트와 같이 등장했던 '코유키'도 특출나진 않지만 인상에 남습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더군요. ㅠ.ㅠ)

뭐 중간중간 쓰잘데기 없는 휴머니즘=사족같은 부분이 거슬리기도 합니다만, 뭐 일본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로 받아들이면 별 신경은 쓰이지 않을 겁니다. 일본 드라마 본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눈물과 박수 장면은 지금도 소름이 돋습니다. (......)

여담) 개인적으로는 '청소부 언니'가 제일 신경 쓰였습니다. OTL

평점 5 / 10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죽음의 여신 - 딘 쿤츠

2005년
2008년 우리말

<죽음의 여신>은 <오드 토머스>를 주인공으로한 두 번째 내용이며, 원제목은 'Forever Odd' 이다.

딘 쿤츠 소설을 제일 처음 접했던 것은 <와처스(Watchers)>(1987년작)였다. 당시 국내에 두 권으로 소개됐었는데 (정식 계약판인지 여부는 모르겠다.) 원래 개를 좋아하는 입장이다보니 <와처스>의 주인공 '아인슈타인'은 정말 마음에 쏙드는 경우였다. 남자, 여자 주인공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와처스>의 주인공은 '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스토리 자체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 스타일 같아서 능력있지만 상처있는 남자 주인공, 지적이며 미인이지만 불우한 기억이 있는 여자주인공 여기에 개. 그리고 이들을 쫒는 '사악한' 악당역. 그리고 약속된 '해피엔딩'

딘 쿤츠의 소설은 '보수적'이다. 원서로 작가의 소설 전부를 읽고 내린 결론은 아니지만, 대단히 안정적인 플롯과 예외를 허용치 않는 무난한 전개와 캐릭터 그리고 결말까지, 그래서 보수적이라 생각한다. (스티븐 킹과 플롯에 관한 견해차가 이런 판단을 내리는데 한몫 하긴 했지만.)

이런 관점을 <오드 토머스 시리즈>에 대입해보면 역시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전작 <살인예언자>에서 불우한 환경을 갖고 있는 여자 주인공 르웰린의 조형, 그리고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진 오드 토머스. 바보같으면서 낙찬적이며 유머스럽기도한 오드 토머스라는 캐릭터는 긍정적인 캐릭터다.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비관하기도 하지만 결국 해답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런 캐릭터. 그에 비해 후속편인 <죽음의 여신>에서 등장한 악역 캐릭터 '다투라'는 미인이지만 심령형상에 심취한 대단히 사악한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물론 유괴 납치도 불사한다. 물론 딘 쿤츠답게 그녀는 마지막에 한톨의 자비도 없이 끝나고 말지만 말이다.

<죽음의 여신>의 기본적인 플롯은 매우 간단하다. 주인공 오드의 친구인 '대니'가 납치되고 대니를 찾기위해 오드 혼자서 지하배수로를 지나서 페건물에 들어가서 악당들과 대결을 하고 성공한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캐릭터 소개나 기타 등등 때문에 페이지를 할애한 부분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부분은 '전작에서 얘기했으니 여기서는 생략' 식으로 간략하게 넘어가다보니 본 줄거리를 더 밀도있게 전개하고 있다. 물론 대결이란 면모로 독자에게 스릴을 던져주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냥 스릴로 끝난고 만다는 점이다. 전작은 그나마 미스터리가 '있다'라는 느낌은 있었던 반면 후속편인 이번작은 그냥 주인공과 악역의 대결이 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담) 다투라가 오드 토머스에게 달라 붙었더라면 아마 만점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오드를 더 제대로 괴롭혀줬으면 한다!! (딘 쿤츠 소설답게 그럴 일은 결코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일개 독자의 망상일 뿐이다.OTL)

평점 4 / 10

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페이드 어웨이 - 할런 코벤

1996년
2008년 우리말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 3번째 작이자 최고평가를 얻었다는 <페이드 어웨이>를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뉴저지 드래건스의 구단주 클립에게서 뜻밖의 제의를 받은 마이런. 팀에 들어와서 다시 한 번 농구 코트 위에서 활약을 해달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마이런은 10년전 무릎부상으로 은퇴한 상태. 그러나 구단주 클립의 진짜 목적은 마이런의 농구 실력이 아니라 마이런의 탐정 실력이었다. 학창시절 마이런의 라이벌이었던 그렉의 갑작스런 실종. 결국 마이런은 뉴저지 드래건스 팀에 입단(?)하고 사라진 그렉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본 노선은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다. 사리진 사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단서를 찾고, 조사하다가 새로운 단서와 증인을 얻고, 다시 조사하고, 주위의 협력을 얻다가 나중에 가서 '진실'이 밝혀지는 구조다. 기본적인 플롯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깔끔한 플롯에 비해 실제 <페이드 어웨이>를 읽다 보면 중후반까지는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 하나 하나가 전체상을 일그러뜨리기때문인데, 그래서 독자는 더 즐겁게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범인의 정체는 대단히 싱겁다. 대충대충 읽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누구라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쉽다.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범인의 정체보다는 '그것'의 정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는데, 뭐 그것의 정체라고 해도 독자에 따라서는 시큰둥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예상외의 내용일 것이다.

충격적인 반전! 그런 것은 없지만 영미권 스릴러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인, 빠르고 쉽게 읽히면서 두근거리는 감정을 전달해주는 전형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소설이다. 일단 묘사보다는 대사 위주의 진행이 주요 볼거리이고 - 캐릭터들 대사 대부분이 너무 점잖은 느낌의 번역이라서 좀 고개가 갸웃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이다.

평점 5 / 10

2009년 10월 20일 화요일

아시야가의 전설 - 쓰하라 야스미


(문고판 표지)


(단행본 표지)

(출처 : www.amazon.co.jp )

1999년 슈에이샤
2002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 (비채)

소리 소문 없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쓰하라 야스미의 책이 벌써 세 권이나 된다.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을 시작으로 본서 <아시야가의 전설> 그리고 <루피너스 탐정단의 우수> 이렇게 3권이다. <루피너스 탐정단의 어쩌구 저쩌구>는 미스터리(추리소설) 장르에 속하고, 여기서 소개할 <아시야가의 전설>은 미스터리 보다는 호러 쪽에 가깝다. 아니 호러보다도 '환상' 소설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일단 총 8 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첫머리를 장식하는 '반곡 터널'이란 녀석은 분량이 매우 짧은데(쇼트쇼트) 이 녀석을 제외한다면 7편 정도가 제대로 실린 단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 단편을 일괄적으로 정리하자면,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루와타리=작중 화자 나와 소설가 백작, 이 두 콤비가 조우한 약간은 괴이하면서 호러스럽기도 한 반면 미스터리어스한 맛도 은은하게 곁들여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대충 뭉뜽그린 것이다보니 정확하게 맞지 않기도 하겠지만 대충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정 궁금한 분은 직접 읽어 보시길.

사실 이 책의 원제목은 <아이샤 가의 몰락(일본 원서에서는 붕괴)>인데, 우리말로 나오면서 몰락을 전설로 바꾸어 버렸다. 기담집이네 환상틱하네 하면서 그런 분위기를 제목에 드러내놓기 위해 몰락을 전설로 바꾼 건 아닌가 싶은데, 그러면서 표제작이자 두번째 수록된 '아이샤가의 몰락'은 그대로 몰락으로 표기해 두었다. 아무튼 '애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서, 아이샤 발음만 놓고 봐도 쓰하라 야스미가 따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제목만이 아니라 포의 기괴환상스런 분위기도 같이 빌려왔는데, 제법 잘 흉내낸 것이 일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말로는 나온지 얼마 안된 최신 일본 소설이겠지만 실제는 약 10 년전 소설이다. 10년전에 쓰여진 (단행본이 10년전 발간이고 연재나 그런걸 따지면 실제로는 더 오래된 소설이지만) 것 치고는 지금 읽어도 꽤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2006년에 사루와타리와 백작 콤비가 재등장하는 속편이 일본에서 발간되었는데, 그 제목이 <피카르디의 장미>다. 아직 문고판으로는 나오지 않은 듯 한데, 만약 나온다면 우리말로도 속편까지 소개되진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평점 5 / 10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수妖일엔 조심을~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 다나카 요시키



2007년 쇼덴샤 (논노벨)

현재에도(2009년) <야쿠시리 료코 시리즈> 최신작인 <수요일엔 조심을>을 이제서야 읽게 됐네요. 우리말로는 아직 안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이 시리즈가 출판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나오는 바람에 아마 판권계약 하기가 참 애매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말로 나오는 속도가 느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힘들여 출간해도 솔직히 이 시리즈는 '팔릴 만한' 소설이 아니거든요. 우리말로는 <야광곡>이 아직인 걸 보면 <수요일엔 조심>을도 출판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유는 <야광곡> 다음에 나온 <안개의 방문자>가 우리말로는 6권으로 나왔으니까요.

일만 벌려 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무책임 작가 '다나카 요시키' 작가 생활만 30년에 되가는데, 완결난 시리즈 작품은 겨우 3개뿐이 안되고, 나머지는 전부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습니다. <야쿠시리 료코 시리즈>는 다행이 언제 끝나더라도 상관없는 내용이다보니 작가도 쓰기에 부담은 크지 않을 법 한데도 나오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하긴 고만고만한 내용의 반복적인 소설이 1년에 3-4번씩 나온다고 한다면 독자 대부분은 이미 떨어져 나갔겠지만요. 그나마 1년에 1권 페이스라 저같이 아직도 남아있는 독자가 있겠지만요.

아무튼 방약무인, 오만불손, 미인박명(이건 아니고), 부호미녀, 유아독존인 여왕 캐릭터이 하인을 데리고 조우하는 약간은 괴이한 모험담을 그리고 있는데, 중간 중간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비꼬는 내용 ( <은하영웅전설>과 <창룡전>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은 있지만 실체는 없고, 그냥 약간의 스트레스 해소 정도로 끝나버리죠. 그래서 시리즈 1권이나 8권이나 별반 차이없는 내용입니다. 1권 읽고 8권 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죠. 그래서 언제 시리즈가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입니다. (8권 막바지에 모 기업을 응징(?)해야한다는 걸 보면 다음 권 예고격인 내용입니다만, 작년에 9권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올해도 나올 예정은 없어 보이고요.)

여담) 은하영웅전설이 완결 난 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야쿠시리 료코의 괴기사건부 시리즈 순서>

1. 마천루
2. 도쿄 나이트메어
3. 파리 요도변
4. 클레오파트라의 장송
5. 흑거미 섬
6. 야광곡
7. 안개 속의 방문자
8. 수요일엔 조심을

우리말은 6, 8번 제외하고 출간중

평점 3 / 10

내가 죽인 소녀 - 하라 료

1989년 하야카와쇼보
1996년 문고판
2008년 우리말 (비채)
(예전에 나온 우리말 버전 (물론 지금은 절판)이 있긴 한데 아마 무판권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요즘 일본에서, 헤어진 애인 혼내주기인지 하는 탐정업이 흥하고 있다는데 사와자키는 그런 류 탐정과는 다릅니다. (.....) 소설은 사와자키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합니다. 의뢰라고 생각해서 찾아간 곳에서 사와자키는 뜻밖의 대우를 받죠. 어처구니 없게 사와자키는 유괴범 취급을 받아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하지만 범인의 몸값 운반책을 지목당해서 풀려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몸값 운반 도중 괴청년에게 습격당해 정신을 잃고 마는데, 그 사이에 돈이 사라지고 말죠. 그리고 유되당한 소녀는.................

일단 유괴물입니다. 천재 바이올린 소녀가 있는데 유괴를 당하고 사와자키가 거기에 우연찮게 엮이는 구성입니다. 기본 플롯은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입니다. 유괴범의 윤곽을 잡기 위해서 이리 저리 단서를 찾아 쫒아다닙니다. A를 찾아가서 B단서를 얻고 B를 찾아서 C단서를 얻고, 그런 식의 반복이죠. 초반에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덕분에 거기에 같이 휘둘리는 독자도 속도감 있게 몰입할 수 있지만 중반 전후로 해서 하드 보일드 공식대로 움직이는 구간은 좀 지루합니다. <내가 죽인 소녀>의 단점을 꼽자면 저는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네요. 아무튼 증거를 찾아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사와자키는 결국 범인의 단서를 찾게 되고 마지막에 진실을 독자에게도 알려줍니다.

결말 전까지는 미스터리만 놓고 보면 특출난 구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비슷비슷한 유괴물인 듯 하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범인이 검거되는 그런 미스터리로 밖에 보이질 않죠. 하지만 마무리 열 몇장을 남겨두고 스토리가 급변합니다. 이 급변하는 구간이 깎아진 절벽같아서 좀 위화감이 들긴 하고 범인들도 다들 너무 순순히 불어서 김이 빠지기는 합니다만, 그런 부분에서 독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다 싶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까지 전부 감안해도 <내가 죽인 소녀>는 완성도 높은 하드 보일드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습니다. 무려 21년전 작품으로 - 고전 미스터리에 비하면 사실 고전도 아닙니다. -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감도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 읽을만한 매력이 있죠. 그건 바로 20년전 진로 소주와 요즘 팔리는 처음처럼 같은 소주가 다르듯이 하라 료의 하드 보일드는 부드럽기 때문이죠. 그점이 하라 료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 아니면 말고요.

평점 7 / 10

여담) 2009년도 판 우리말 버전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일단 제가 갖고 있는 건 '초판'인데 문제는 오타가 무지 많다는 겁니다. 단순 '조사'를 오기한 부분은 뭐 아무리 컴퓨터라고 해도 맞춤법 검사가 능사만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등장인물 이름의 명백한 오기(치카코와 치아키)는 좀 너무하더군요. 이 역시 앞뒤 문맥을 통해 정확한 인물 이름을 독자들이 알 수 있다고 해도 출판사로서는 이러면 안되죠. 돈 받고 파는 물건인데요. 2쇄부터는 그런 곳이 전부 수정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보질 않았으니까요.

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괴도 퀸과 가면 무도회~피라미드 캡의 비밀 (前) - 하야미네 가오루



2008년고단샤 (파랑새 문고)


전작으로부터 2년 7개월만의 <괴도 퀸시리즈> 신작입니다. 근 3년만의 신작이다보니 전작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좀 까먹었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시리즈는 괴도 퀸과 조커, RD 삼인방의 만담물입니다. (.....)

아무튼 모처럼 만에나온 신작인데 이번에도 페이지 수가 450페이지 가까이 됩니다. (시리즈 2번째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도 한두께 했습니다만) 물론 아동용 소설(대상은 초등학생 이상)인지라 행변환이 빈번하고 페이지당 활자수도 적어서 읽기에는 무척 편하죠. 파랑새 문고 시리즈가 원래 그렇듯이 한자 읽는 법도 전부 친절하게 달아줘서 일본어 공부하는 초심자가 교본으로 삼기에 딱 좋습니다.

이번 스토리는 독일을무대로 뒤집힌 성안에 숨겨진 ‘피라미드 캡’을 훔치려는 계획을 세우는 괴도 퀸과 조수 조커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편으로는 국제경찰기구에서는 퀸을 잡기 위해 퀸의스승인 ‘엠퍼러(황제)’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자칭 '우주제일' 괴도 엠퍼러는 제자 퀸을 교육(?)시키기위해 ICPO에 협력하고 D-DAY는 사육제 축제날 마지막의 가장무도회로 결정하죠. 이렇게 해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캐릭터 또는 집단이 한 곳으로 모이다가 마지막에 재밌는 소동극을 독자에게 선보이면서 소설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후편이다보니 전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야기의 완결성은 갖습니다만, 마무리에서 후편 예고를 합니다.

일단 후편이 언제나올지는 모르는 상황(2009년 기준으로 이미 출간중)에서 전편만 가지고 점수를 주자니 좀 부족한 면도 있지만 전편만으로도 일단락 되는부분이 있기에 굳이 전,후편따로 평가해도 괜찮다고 봅니다. 전편은 오랜만에 나온 신작치고는 기대했던 것에 좀 못 미친 스토리라 5점 주고 싶네요. 모험 다운 모험은 후반부에나 나오고 나오고 3분의 2가량이 캐릭터 소개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량에 비해 실속이 좀 없습니다. 물론 퀸 일당의 만담은 건재하지만 언제까지나 만담에만 의지해서는 발전이 없죠. 후편을 읽게 되면 판단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편만 봤을 때는 평작 정도의 점수 밖에 줄 수가 없네요.

평점 5 / 10

괴도 퀸은 서커스를 좋아해 - 하야미네 가오루



2002년 고단샤 파랑새 문고

<괴도 퀸 시리즈 1번째> (괴도를 주인공으로 한 모험 미스터리)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노트 시리즈>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새 시리즈입니다. 세계관과 몇몇 등장인물은 두 시리즈가 교차하기 때문에(괴도 퀸이 말하는 일본의 명탐정은......이죠) 엄밀히 말하자면 '새'자를 붙이기에 어렵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입니다. 제목만 딱봐도 작가는 <셜록 홈즈 시리즈>와 <괴도 뤼팽 시리즈>를 생각해 놓고, 시리즈를 구성한 것으로 보이죠. 맞습니다.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 그리고 괴도 퀸. 구도가 딱 맞죠.

아니다 다를까, 이 소설 이후로 2,3번째는 <괴도 퀸 시리즈>로 나오고 4번째 소설은 괴도 퀸과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합동공연을 그리고 있습니다. (본서에서도 초반에 특이한 명탐정을 알게됐다는 등 어쩌구 저쩌구, 괴도 퀸이 떠드는 대사가 나오며, 다음 작에서는 명탐정을 위해 선물까지 삽니다.)

고양이 벼룩 잡는데 취미를 들인 괴도 퀸은,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린덴의 장미'라는 다이아를 불법루트로 소장중인 일본의 한 부자집에 예고장을 보냅니다. 62일 후에 훔치러 가겠다고요. 어째서 62일인가 하면, 고양이 한테 서식중인 벼룩을 다 잡으려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영업상(?) 동료격인 조커와 비공정을 조종하는 인공지능 - 세계최고 - RD까지 합해서 세 명(?)의 콤비가 이야기 진행을 맡습니다.

예고장을 보낸대로 괴도 퀸은 '린덴의 장미'가 있는 저택에 잠입을 하지만, 이미 목표로한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도난당한 후였습니다. 물품은 사라졌는데 그 자리에는 정교하게 위조된, 괴도 퀸의 예고장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노린 물품을 먼저 슬쩍해간 진범의 정체를 밝히려는 괴도 퀸은 근처에서 공연중인 '서커스 단'를 수상쩍게 여기고 조사에 들어가죠.

수수께끼 : 변장의 명수인 괴도 퀸은 과연 누구로 분했을까? 서커스 단이 괴도 퀸에게 도전한 이유는?
낭만 : 화려한 서커스 무대
모험 : 괴도 퀸과 경찰과의 대결. 절체절명의 인명구조

앞의 세가지 요소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본서를 읽어보라는, 작가의 후기의 첫 문구가 떠오르네요. 말그대로 3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습니다. 수수께끼 쪽의 점수가 꽤 낮을 수는 있겠지만, 나름대로 정체에 관한 반전도 있고, 마술 트릭과 관련된 또 하나의 반전도 있어서 결말에 허탈한 느낌을 갖지는 않을 겁니다. 이외에는 서커스 단원들의 연기 묘사가 좋더군요. 호흡이 짧은 문장으로 충분히 머리속으로 그려질 정도로 전달력이 좋더군요. 게다가 '괴도의 미학'을 외치는 퀸과 그에게 태클거는 역인 '조커'와 'RD'. 아르마니 양복을 빼입고 다니는 이와시미즈 형사의 바보스러움. 신참 사회부 기자 사이온지와 그의 등골을 빼먹는 잡지 편집자 이토 마리 까지 가세하다보니,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마지막 서커스 단장의 사연을 듣다보면 잔잔한 감동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아이들에겐 위의 3요소와 더불어 감동까지 보너스로 선물 받는 기분일 겁니다.

평점 6 / 10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 - 하야미네 가오루



(좌측 - 이루마 공주, 가운데 - 괴도 퀸, 우측 - 죠커)

1993년 고단샤 (파랑새 문고)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는 <괴도 퀸 시리즈> 두 번째에 해당하면서 발행시기 기준으로 하야미네 가오루 소설 중에 가장 두꺼운 분량을 자랑합니다. (약 460페이지 정도인데, 나중에 시리즈 4번째 <괴도 퀸과 피라드미 캡의 비밀>에서 다시 한 번 두꺼운 책으로 컴백하긴 합니다만.)

내용은 제목대로 괴도 퀸이 우아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12일간 항해예정인 로얄서치모에 승선합니다. 하지만 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함정이죠. 10년전 퀸에게 당해서 몰락한 암살집단은 다시 한 번 퀸에게 도전하기 위해 10년간 절차부심 실력을 가다듬고 배에서 퀸의 목숨을 노립니다. 또한 국제경찰기구 소속의 탐정경(卿) '지오트'와 비서 '메이히'는 서치모 사장의 요청으로 퀸을 잡으러 승선합니다. 그리고 서치모 콜렉션 중 하나인 '세인트 오르로프 사파이어'를 노린 퀸의 범행예고장까지 등장합니다. 하지만 퀸은 단순히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승선한 것이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승선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보석을 노리는 수수께끼의 도둑=원래 사피어이의 소유자인 구고 왕국의 제1왕위 계승자인 '이르마' 공주까지 가세해서 '우아한' 휴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암살집단과의 대결과 가짜와 진짜 보석의 행방 그리고 의외로 순진한(?) 탐정경 그리고 괴도의 미학을 꼼꼼히 수첩에 메모하는 이르마 공주등 상당히 유쾌한 내용입니다. 제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 유괴사건의 처리를 너무 급하게 끝냈다는 것이네요. 원래 분량이 늘어날대로 늘어난 판국이라 어느 정도의 커트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의 수직낙하 마무리는 성급하더군요.

<괴도 퀸 시리즈>는 괴도를 주인공으로 묘사한 모험 미스터리와 괴도라는 캐릭터를 홀용한 캐릭터 미스터리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데뷔작인 <괴도 퀸은 서커스를 좋아해>는 전자, 본서는 후자, <괴도 퀸과 마굴왕의 대결>은 후자이죠. 이런식으로 같은 시리즈 물이면서도 안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읽는다면 평범한 미스터리 구조때문에 실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캐릭터 위주의 미스터리의 특징은 주인공과 주변인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살리느냐가 재미의 관건일텐데, 그런 점에서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는 맡은 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더군요. 퀸과 죠커 그리고 RD(인공지능) 사이의 만담은 전작보다 한 층 파워업 했고, 여기에 희미하게 보여주는 죠커의 과거사 그리고 이르마 공주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보일 듯 말 듯한 로맨스. 물론 주인공 퀸의 조형은 전작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무책임한 듯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특히 '괴도의 미학' 강의 부분의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대목은 어린 독자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남겨주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아동용 소설이긴 합니다만, 그 안에는 성인 독자가 아니라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와인과 영화 이야기인데요, 와인은 술이다보니 당연한 것이고 - 이걸 다 이해하는 꼬마라면 문제가 좀 있는 거겠죠. - 영화는 호화유람선 안에 있는 극장에서 상영예정인 영화가 전부 '재난' 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 목록(특히 고전영화들)은 성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층 또는 영화에 관심있는 독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죠. 아무튼 호화유람선에서 상영하는 <타이타닉>과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정말 빵~ 터진 부분입니다.

휴가라는 소재를 이용한 모험과 캐릭터의 조화는 좋습니다만, 미스터리에도 초점을 맞춰봐야겠죠? 안타깝게도 미스터리만 보자면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는 상당히 부실합니다. 보석의 행방과 이르마 공주를 노리는 수수께끼의 집단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분명 존재합니다만, 그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진상이라는 것도 갑자기 튀어나와서 독자를 분노케 하는 것이 아니라 단서는 제공은 하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양념같은 미스터리이다보니 그 부분에서 실망을 하게 됩니다.

여담) 책 마지막에는 '독서 완료 인증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어지간한 '파랑새 문고' 2권을 묶어놓은 분량이다보니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달성감'을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여담2) '우아한 휴가'의 진짜 주인공은 '이르마' 공주였습니다. 괴도 이르마와 파트너 죠커의 모험은 앞으로도 영원할 겁니다.

평점 6 / 10

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사라는 와코의 이름을 부른다 - 가노 도모코



1999년 집영사(슈에이샤)
2002년 문고판

<사라는 와코이 이름을 부른다(이하 사라와코)>가노 도모코의 7번째 작품입니다. 총 10 개 단편이 실렸는데요, 이 중에 2편은 3-4페이지 분량의 쇼트쇼트에 가까운 단편이고, 또 2편은 20페이 안팎의 역시 적은 분량의 단편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대략 7개 단편이 실린 것과 비슷합니다.

사실 분량 얘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라 와코>의 특이점은 기존 가노 도모코 세계와 공통되는 부분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소녀만화를 보는 듯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캐릭터의 내면이나, 고민하는 캐릭터에게서 느껴지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작가의 기존 작품 노선과 같습니다. 하지만 '유령'이 나오고 '패러럴 월드'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면 일상 미스터리를 주로 다루던 가노 도모코가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령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논리적으로 설명가능한 리얼 미스터리였다거나 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유령'이 등장하죠.

제일 처음에 수록된 '검은 베일의 귀부인'을 봅시다. 주인공 유타는 우연히 다 쓰러져가는 병원 건물안에 들어갔다가 '레이네'라는 꼬마 소녀를 만납니다. 하지만 진짜 레이네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이고, 유타가 병원에서 만난 레이네는 '生靈'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트릭'도 없습니다. 정말 생령이에요.

사실 첫 단편을 보고 - 물론 그 안에는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죽었다는 소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진짜 유령을 들고 나와서 판타지를 만들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수록된 단편 '엔젤 문'으로 들어가면 이게 또 달라집니다. 엔젤 문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공에게는 젊었을 적 배 사고로 죽은 아내가 있었는데요, 아내가 학창시절 남긴 일기에 엔젤 문이라는 카페가 등장하고 카페의 마스터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는 내용이 수록되 있습니다. 그걸 보고 주인공은 엔젤 문이란 카페를 만들었고, 비오는 날이면 아내를 똑닮은 소녀가 찾아오고 아내의 일기장에 있던 내용와 토씨하나 안 틀린 대화를 그 소녀와 나눈다는 단편입니다.

첫 단편을 보고 유추하자면 아내를 닮은 소녀는 역시 '유령'이 아닐까 싶죠.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조카 소녀가 거기에 의문을 품고 해결편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입니다. 일말의 우연이 끼어들었다고 해도 말이죠.

세번째 단편은 '프리징 섬머'입니다. 여기서는 다시 판타지로 바뀌었다가 네 번째 단편 '천사의 도시'에서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죠. 그리고 이어서 쇼트쇼트가 이어지면서 판타지스런 분위기를 고조하다가 - 특히 '상점가의 밤'이 분위기는 단편집 중에 제일 좋았습니다. - '오렌지 반쪽'과 표제작인 '사라는 와코의 이름을 부른다'로 마무리를 장식합니다.

'오렌지 반쪽'은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혼동케하다가 알리바이물이면서 서술트릭을 이용한 팡 터트리는 맛을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네요. 추가로 <손바닥 안의 작은 새>의 번외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표제작 '사라 와코'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할법한 - 사이코패스는 제외 - 인생의 분기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판타지일 듯 하다가 미스터리로 변했다가, 미스터리인 줄 알았더니 판타지였다거나, 그런 식으로 단편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다보니 아무래도 독자는 혼란스러워집니다. 다음 단편은 과연 어떤 내용일지 하고 말이죠.

뭐 이런 구조가 가노 도모코의 독창적인 면모였다면 아마 꽤 높은 점수를 받았겠지만 아쉽게도 수십 년 전에 추리의 여왕이라 불린 모 여사께서 이미 시도한 구성입니다. 가노 도모코가 실제 거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모르고 썼는데 그렇게 된 건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유사한 구조의 단편집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의심을 사기에 좋겠죠? 뭐 엄밀히 말하자면 일본 미스터리라고 해봤자 결국은 영미권의 연장선상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죽음의 사냥개>를 아는 독자라면 <사라 와코>는 훗~하고 넘어가시면 되고, <죽음의 사냥개>는 뭐시여? 먹는거여? 하시는 독자라면 <사라 와코>는 꽤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담) '오렌지 반쪽'만 다른 단편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알고보니 출전이 '부재증명'이란 소재를 이용한 앤솔로지 단편집이더군요. 하지만 판타지 or 미스터리의 경계선에 위치한 본서에 같이 수록되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한 단편이 아닐까 싶네요.

평점 5 / 10

2009년 10월 16일 금요일

제너럴 루즈의 개선 (2009)

2009년

시라토리 - 다구치 콤비가 등장하는 '가이도 다케루'의 히트작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 이어 시리즈 3번째에 해당하는 <제너럴 루즈의 개선>도 영화로 만들어졌더군요. 중간에 <나이팅게일의 침묵>이 비는데, 이 녀석은 TV 드라마 (스페셜 식의 단막극인지, 6화 내지 10화의 장편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보를 찾아봐야 하는데 귀차니즘으로 생략합니다.) 로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줏어들은 거라 정확한지는 모르겠네요. 무책임~~)

어차피 나이팅게일과 제너럴 루즈는 동 시간대에 벌어지는 서로 다른 사건을 그리고 있는지라, 이런 식의 미디어 믹스도 나쁘지는 않을 법 합니다만, 어째서 <제너럴 루즈의 개선>을 영화화로 선택했는지는 막바지에 가서 나오더군요. 소설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발-화재 사건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도죠대학 병원과 끊임없이 실려오는 응급환자 장면을 영화에서 제법 공들여(?) 재현했더군요. 그에 비해 소설판 <나이팅 게일의 침묵>은 드라마로 나와도 지장없는 플롯이죠.

아무튼 영화판 <제너럴 루즈의 개선>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큰 줄기는 원작을 따라가면서 몇 몇 설정의 변경과 추가가 이루어져있습니다. 그 중에서 중요한 부분은 원작에는 없는 인명 사건이 등장한다는 점이겠죠. 대신 원작에서 빠져버린 부분도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다구치가 너무 QT스타일이라 이 점은 지금도 불만입니다.)

기본 노선은 응급실장 하야미가 메디컬 아츠와 유착하고 있다는 고발문을 받은 다쿠치가 조사에 착수하고, 후생노동성 소속 공무원 시라토리도 같은 고발문을 받아서 조사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하야미의 유착 여부를 놓고 위기 관리 위원회가 소집되고 거기서 재밌는 진실이 밝혀진다는 내용입니다. 원작 읽어 본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내용이네요.

미스터리 쪽은 원작 자체가 미스터리 보다는 하야미 장군(?)이란 캐릭터 보는 재미가 남달랐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그 부분이 아쉬웠는지 인명사건을 하나 추가하긴 했습니다만, 기본 줄기가 같다보니 미스터리 보다는 그냥 드라마 같은 내용입니다. 주역 배우들부터 보통 TV 드라마로 많이 본 탤런트 투성이다보니 그런 느낌이 더 들었겠지만요.

원작을 이미 읽은 분들이라면 굳이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시간 들여서 찾아본다고 해서 손해 볼 정도로 재미없는 완성도의 영화는 아닙니다. 원작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이라면 영화나 소설 둘 중 하나 선택해서 보거나 읽어 보세요. 단, 미스터리 장르라고 엄청난 두뇌 게임을 펼치는 범인 찾기 등을 연상하시면 곤란하겠습니다. 그 점만 주의하시면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 또는 소설이 될 겁니다.

평점 4 / 10

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퍼즐 - 아사히 테레비

2008년 전 10 화

작년 4~6월 사이에 방영된 코믹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각화는 piece라고 부르고 스토리 공통사항으로 퀴즈와 암호가 등장하는 등, 제목까지 고려하면 다분히 그런 쪽을 노리고 나온 드라마입니다만, 실제로는 깊이는 별로 없는, 그냥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암호, 퀴즈의 소재 대부분은 말장난이다보니 좀 어이없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드라마 광고 문구 말마따나 '머리 좋은 녀석은 이 트릭을 풀 수 없다!'라는 말이 수긍이 갑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영어선생인 주제에 영어회화의 회자도 모르는 '아유카와 미사코' (이시하라 사토미)가 남학생 3 명을 끌어들여 돈(또는 상품)을 노리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리입니다. 각화는 전부 독립적이고 전 10 화 중에 1화만 먼저 보면 되고, 나머지는 대충 섞어서 봐도 전혀 지장 없습니다. 심지어 1화 보고 10화 보더라도 괜찮습니다. 10화라고 해봤자 말이 마지막화이니 기본 내용은 역시 차이가 없으니까요.

각본은 <트릭>으로 유명해진 아무개가 담당했던데 -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 <트릭>과 비교하면 <퍼즐>은 좀 떨어지죠. 뭐 <트릭>도 엄밀하게 미스터리만 놓고 보자면 좋은 축에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주연 배우의 연기가 그걸 커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퍼즐>은 이시하라 사토미가 연기하는 이중적인 선생 연기는 제법 괜찮았지만 그 뿐입니다. 레귤러 캐릭터인 남학생 3인조 연기는 뭐 그다지 볼 것 없고, 여러가지 미스터리가 등장하지만 <트릭> 각본가가 손을 대서 그런지 여기저기 <트릭>의 냄새가 나지만 약합니다. 이시하라 사토미도 처음 몇 번이나 재밌지, 나중에는 계속해서 같은 패턴으로만 나와서 지겹습니다. 그래서 <트릭>에서 재밌던 가지 몇 개 쳐내고 새로 포장한 것이 <퍼즐>이란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들더군요. 뭐 <퍼즐> 자체만 보자면 쓰레기 같은 드라마야! 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다른 것들과 비교당하면 이것이 퍼즐의 재미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 문제겠죠.

미스터리 소재는 밀실, 살인, 암호, 트릭, 알리바이, 다잉 메시지 등등 여러 요소가 등장하는데요, 종류만 많고 맛은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로 끝납니다. 큰 기대만 안 하면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시청자에 따라 '기대'라는 것 자체도 차이가 있다보니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여담) 솔직히 드라마의 포인트는 아유카와라는 캐릭터입니다. 학생 앞에서는 돈 밝히고 영어 실력은 형편없지만 동료 선생이나 경찰 앞 등등 체면이 걸린 곳에서는 극상의 연기로 신뢰를 한 몸에 받죠. 이런 이중적인 성격의 낙차가 보여주는 것이 재미의 한 축이 됩니다. 아무튼 돈의 노예같은 주인공이지만 매화마다 제대로 돈을 버는 일(보물을 찾는 일)은 없습니다.

평점 3 / 10

2009년 10월 14일 수요일

부호형사 시리즈 - 아사히 테레비

2005년 1기 방영 (전10화)
2006년 2기 방영 (제목은 부호형사 디럭스) (전10화)

<부호형사 시리즈>는 78년도에 나온 츠츠이 야스타카의 <부호형사>라는 연작 단편집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4개 단편만 들어있는데, 이 단편은 1기 시리즈에서 쓰였고, 그 밖에 6화와 2기 시리즈 10화 내용은 전부 드라마 오리지널입니다. 그리고 원작은 남자가 주인공인데, 드라마에서는 후카다 교코가 주연을 맡았더군요. 뭐 시대상(?)을 반영한 각색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시청율이 더 높게 나온 것 같지는 않던데 말이죠. (2기까지 등장한 걸 보면 돈은 벌렸나 봅니다.)그래도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과 비슷합니다.

갑주집 딸래미가 형사인데,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초반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없어서 체포를 못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돈을 발라서 용의자의 허를 찌른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부호' 형사가 되죠.

연기 못하기로 정평났던 후카다 교코가 주인공이면서 역할 자체가 아가씨 캐릭터로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열라 귀여운 척 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목을 조르고 싶어집니다만, 그 부분만 잘 극복하면 그럭저럭 볼 만한 드라마가 됩니다. 미스터리 자체는 뭐 별로 볼 건 없고요, 그냥 어떻게 돈으로 발라서 범인을 다시 함정에 빠트리냐는 것이 포인트죠. 그래서 굳이 시간을 쪼개서 볼 필요는 없고, 시간이 허락하는 분에 한해서 조심스레 접근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여담) 후카쿙(교코링이라고 불러주고 싶지는 않네요.)의 연기는 어째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더군요. 제가 후카다 교코가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를 본 것이 <투 하트> <신이시여 조금만 더> <이매진> <푸드 파이터> 등이었는데요,. 그때도 참 연기를 발로 하는 게 낫다 싶을 정도였는데, 지금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니 '그리운' 느낌마저 듭니다. 오히려 연기력 쩔게 바뀌면 '넌 누구냐!'가 될 듯 합니다.(.......)

여담2) decca 님 글 보고 8년 만에 본 후카다 교코 드라마인데......ㅠ.ㅠ

여담3) 다음은 <퍼즐>(일본 미스터리 드라마) 이야기나 해볼까 합니다.

평점 3 / 10

왼쪽 눈 탐정 EYE - 니혼 테레비

2009년 니혼 테레비

<왼쪽눈 탐정 EYE> 는 10월 3일이니 불과 얼마전에 방영된 90분짜리 단막 드라마입니다. 각본은 <추리소설>(드라마 <언페어> 원작)과 <언페어한 달>을 집필한 소설가이자 주로 드라마 각본을 담당한 '하타 타카히코'가 담당했더군요.

줄거리는 중학생 소년 '다나카 아이노스케'가 주인공으로 왼쪽 눈 시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아이노스케에게 각막 이식 수술을 해주는 사람은 형 '유메토'입니다. 형의 각막을 이식받은 아이노스케. 하지만 형은 수술 후 종적을 감추고 얼마 후에 폭발사고로 숨지고 맙니다. 동생은 형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경찰에서는 사고사로 결정내리죠. 그리고 그로부터 아이노스케는 왼쪽 눈으로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이 본 적조차 없는 이상한 장면을 말이죠.

아이노스케가 목격한 이상한 장면은 이미 일어난 범죄와 앞으로 일어날 범죄의 단서가 되고, 여기에 협력하는 캐릭터가 학교 양호선생 '히토미'입니다. (이시하라 사토미가 연기했더군요.) 이렇게해서 아이노스케와 히토미는 범죄 조직에 맞서게 되지만 마지막에 가서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끝납니다.

제목에서는 도발적(이지는 않지만) '탐정'이란 말을 쓰긴 했는데, 본격 탐정과는 거리가 멀고, 그냥 서스펜스 물 정도로 보면 됩니다. 일단 단서를 갖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점을 봐서는 '하드 보일드'로 분류해도 괜찮고요. 뭐 합쳐서 하드 보일드 서스펜스라고 하면 깔끔(?)하긴 하네요.^^;; 그래서 딱히 추리라고 할 요소는 없습니다. 적당히 스릴있게 (그렇게 스릴감 넘치는 드라마는 결코 아닙니다) 보다가 마지막에 '오옷!' 하는 정도로 맞장구 정도 쳐주면 됩니다.

보다 보면 드라마 보다는 주인공 아이노스케 (야마다 료스케가 연기함) 역할을 맡은 탤런트 띄워주기의 일환이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미소년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마스크의 소유자더군요. 호장 이쁘게 하면 여자보다 더 이쁠 겁니다. ㅠ.ㅠ 대신 연기는 일본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 '손 발이 오그라드는'이란 말이 딱 어울리더군요. 이에 비해 히토미역 이시하라 사토미는 엄청나게 오버스런 연기를 보여주지만 자연스럽더군요. 대비가 너무 심하다보니 야마다 료스케는 양말을 신다만 발로 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단막 드라마이지만 내용은 시리즈 물에서 '프롤로그' 성격이 강합니다. 상품성이 있다는 판단이 서면 아마 10-12화 사이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나온다고 해도 저는 안 볼 가능성이 높겠군요. 오그라든 손과 발 회복에 전념하고 싶으니까요. (.......)

평점 3 / 10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카의 복수~괴도 뤼팽 - 니카이도 레이토



2005년 고단샤 (미스터리 랜드)

<카의 복수~괴도 뤼팽>은 서문에서, 프랑스 고서점에서 찾은 (카의 복수)를 아이들이 읽기 쉽게 편역했다는 작가 '니카이도 레이토'의 말을 '믿고 싶을' 정도로 <괴도 뤼팽 시리즈> 분위기를 제법 잘 살리려고 노력한 미스터리입니다. 물론 작가의 말은 '거짓말'이죠. 이미 어른이 된, 뤼팽 팬이라면 그런 책이 있을 리가 없다는 걸 다들 알겁니다. 이성은 그렇게 판단하지만, 감성은 그런 숨겨진 책이 나온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은 하겠지만요.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에이글 성'을 무대로 이집트의 보물과 복수를 획책하는 미이라 남자가 등장하고 여기에 뤼팽이 엮여서 밀실살인의 트릭을 풀고 진범을 밝힌다는 내용입니다. 밀실만 5번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 2개씩은 같은 것이라 한데 묶는 다면 전부 3개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다시 두 개는 같은 방식이니 결론적으로 2개의 밀실 트릭을 다루고 있는데요, 난이도는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어른, 아이 부담없이 받아들이기 괜찮은 트릭입니다. 물론 죽어나가는 사람들 머릿 수가 좀 되는데, 복수가 어떻고 하면서 살인이 나오는 소설을 자식한테 읽히기 싫어하는 부모가 아니라면, 아이들도 꽤 가슴 두근거리면서 읽을 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뤼팽 시리즈> 팬픽이면서 분위기를 잘 살린 점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되겠지만, 미스터리를 즐겨 읽는 독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밀실 자체의 착안점은 괜찮은 편이지만, 전체 플롯이 너무 안일하게 그려졌습니다. 총 320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잔뼈가 굵은 독자라면 100페이지 정도 부근이면 대강의 플롯과 진범 구도가 그려질 겁니다. 그 정도로 고전 미스터리의 '정형적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황금기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요소를 한 데 묶은 것 자체가, 작가가의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고전을 살리면서 좀 더 현대적 해석을 곁들였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그럼에도 어릴 적 이런 스타일의 책을 가슴을 졸이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카의 복수>는 그점 하나만으로 점수를 받을 가치가 있죠.

배경은 프랑스이고 등장인물 대부분이 프랑스 사람이다보니 우리말로 나온다고 해도 큰 위화감은 없을 듯 합니다.

여담) 처음 '카'의 복수라고 해서 '딕슨 카'를 떠올렸는데, 실제 소설에서의 카는 '이집트' 고대 종교와 관련있는 그 '카'입니다. 하지만 작중에서 쓰인 트릭과 밀실을 보면 작가가 일부러 '카'라는 이름을 채용했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특히 모 트릭이 카의 대표작인 모 소설과 일맥상통하거든요.

여담2) 니카이도 레이토는 이미 <명탐정의 초상>이란 단편집에서 '아르센 뤼팽'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쓴 적이 있습니다.

평점 6 / 10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너 범인 아니지? - 아사히 테레비


(사진출처 : http://www.abp-inc.co.jp/fujiko_kojima.html)



(여주인공 모리타 사쿠라의 여동생 카에데. 탤런트는 코지마 후지코.)

2008년 아사히 테레비 (전 10 화)

<너 범인 아니지?>는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방영된 드라마로 전 10 화로 완결났습니다.
장르는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인데, 손 발이 오그라드는 코미디 미스터리 물이 되겠습니다. (병맛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네요.)

각 화는 독립된 내용으로 1화는 밀실, 2화는 시간차 살인, 3화는 치정극, 4화는 순간이동 살인, 5화는 UFO 살인, 6화는 전설 살인, 7화는 연쇄살인과 유괴, 8화는 수정점과 살인, 9화는 원격살인 등으로 소재만 보면 미스터리에서 흔히 쓰인 것들을 한 데 모아놓은 스타일인 걸 알 수 있는데요, 주인공은 경부보인 '우다가와 노리오'가 추리작가 지망생인 '모리타 사쿠라'로 우다가와는 사쿠라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심플한 구성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법 재밌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드라마의 장르는 '코미디'입니다. 일단 우다가와 노리오라는 캐릭터는 배경이 빵빵한(엄친아같은)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설정이고, 이쁜 여자만 보면 바로 반해버리는 줏대없는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하는 짓은 덜렁이죠. 툭하면 넘어지고 엎어지는 남성 캐릭입니다. 모델 스타일 같은 얼굴과 넘어지는 행동, 멍청한 표정의 갭으로 코믹함을 노렸겠지만, 이것이 손 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제1요소이기도 합니다.

실제 탐정역인 '모리타 사쿠라'는 5살 적 유괴당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기억이 애매하지만, 보통은 한 번 주의해서 본 것은 다 기억하는 기억의 천재라는 세팅이죠.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여동생과 단 둘이 살아가는 사쿠라는 돈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다가와를 알바삼아 도와주면서 짭짭할 벌이도 같이 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러나 캐릭터 스타일은 <트릭>이라는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나카마 유키에가 맡았던)과 겹칩니다. 남자 주인공에게 딴죽걸기와 트릭을 알았다고 외치는 모습이 바로 오버랩되더군요. (일부러 노리고 그렇게 만든 듯 합니다만..)

이제 진짜 이 드라마의 웃김 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너 범인 아니지?>는 다음화 예고를 보면 범인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다음 화 게스트 출연은 아무개입니다. 그런데 그 아무개가 범인이거든요. 설마 그대로 전부 범인으로 설정하겠어? 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을 보기 좋게 무시하고 전부 범인이 됩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범인에게 반하고 해결편 들어가기전에 한 마디 던지죠. '너 범인 아니지?' 라고요.

일단 WHO DONE IT 물은 아닌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너 범인 아니지?>의 미스터리를 어디서 찾아야하냐면 '트릭'에 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HOW DONE IT 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트릭 자체도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추리소설 마니아부터 미스터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쉽게 트릭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3화 일부 항목 제외하고는 전부 맞춰버렸습니다. 점수로 따지면 95점 정도 받을 수 있었을 듯. 이게 자랑이 아닌 이유는 그만큼 쉽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각 화에 쓰인 트릭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드는 녀석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 전부이려나요?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의외성에 배반당하는 재미보다는 병맛스런 코미디와 함께 진상을 맞추는 재미 덕분에 묘한 중독성이 생기죠. 그게 재미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여담)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주인공 여동생이 마음에 들어서 놓치지 않고 끝까지 다 봤습니다. 눈썹과 보조개가 매럭적이더군요. ㅠ.ㅠ 연기력 좀 제대로 키우고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93년생) 꽤 귀여운 여성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미래는 아무도 모르죠. 아무튼 <소공녀 세라>라는 드라마에도 나온다니 봐야겠습니다. (.......)

평점 3 / 10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도깨비불의 집 - 기시 유스케

2008년 가도카와쇼텐

<도깨비불의 집>은 <검은 집>으로 유명한 '기시 유스케'의 첫 단편집이자, <유리 망치>에서 호연을 펼쳤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시큐리티 컨설턴트 사장이자 전(?) 도둑인 '에모토 케이' 두 콤비가 등장하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수록된 단편은 총 4 편. 3개는 잡지 연재됐고, 1개는 단행본 발간에 맞추어 들어간 신작입니다.

전작 <유리 망치> 덕분에(?) 본격 밀실 전문 변호사라는 별명(?)이 붙은 아오토 준코답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4편의 미스터리는 전부 '밀실' 물입니다. 각 단편은 준코 입장과 케이 입장으로 바뀌면서 각자 해결을 보여주기도 하고, 둘이 합동하기도 하는 등 되도록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작가 나름의 노력이 보입니다. 여기에 같은 밀실이라는 소재지만 플롯을 살짝 비틀어서 방향성을 약간 틀리게 설정한 면도 눈에 띄더군요. 예를 들자면 다 같은 사이다인데, 맛은 칠성 사이다와 KIN 사이다, 천연 사이다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일단 사건의 발생(밀실 등장) 용의자 등장, 탐정 등장, 풀어야할 미스터리 등장하고 프로세스는 전작 <유리 망치> 1부와 비슷합니다. 준코와 케이가 서로 추리를 피로해가면서 가능성을 타진해가면서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죠. 아무래도 이런 스타일이다보니 의외성이란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냅니다. 표제작인 '도깨비 불의 집'은 그런 면에서 많이 뻔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두 번째 '검은 이빨'은 '검은 집'이 생각나는 제목이긴 합니다만, '타란툴라'라는 거미가 등장하는데, 이 거미를 이용한 트릭이 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패스한다고 치고, 세 번째 단편은 장기(일본 장기입니다. 우리나라 장기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를 소재로 하고 있고, 마지막 단편 '개는 알고 있다'는 기시 유스케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니 같은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뭔가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상당히 희극적인 내용이라고 해야할까요. '수수께끼는 전부 풀렸다'라고 외치는 준코 모습에서 어안이 벙벙했을 정도니까요.

아무튼 단편 특성과 진행방법상 의외성을 살리기란 대단히 어려운 작업임에는 분명한데, 그걸 극복했을 경우에 '명작'이 탄생하는 것일텐데요, <도깨비 불의 집>은 그냥 평작 또는 평작 이상 정도로 끝나고 맙니다. 기시 유스케는 다작 작가가 아니다보니 하나 하나 작품의 방향성이나 완성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편인데 - 저는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만 - 그런 면에서 본서는 기대이하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럭저럭 즐겁게 읽었지만요.

<유리 망치>를 즐겁게 읽었다면 본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여담) 2008년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0위를 차지했습니다.


평점 5 / 10

2009년 10월 9일 금요일

클럽 인디고~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 - 가토 미아키



2006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2009년 문고판
2008년 우리말

국내에는 <클럽 인디고~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라는 제명으로 나왔지만, 원제목은 <인디고의 밤~초콜릿 비스트>입니다. 제목이 바뀐 이유는 아무래도 '호스트 선수권 대회'라고 해야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전편의 레귤러 캐릭터 나=클럽 인디고 오너=다카하라 아키라(女)와 동업자 시오야 그리고 호스트 매니저인 유야 등이 나와서 전작과 동일하게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그린 4개 단편이 수록됐습니다

각 가게의 호스트 넘버원인 호스트 들이 '검은 옷 여자'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을 파헤치는 <복수자>를 시작으로, 실종된 잡지사 편집장 후배를 찾는 <마이너리티 코드(원제 : 마이너리티/마죠리티)>, 나기사 마담의 애지중지 43만엔-이 아니라 토이 푸들을 찾아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소동극 <초콜릿 비스트> 그리고 마지막이 호스트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내용을 그린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원제 : 한밤중의 달링)>이 되겠습니다.

미스터리 구조는 전작과 변함없이 있는 듯 없는 듯, 두리뭉실합니다. 어디까지나 <클럽 인디고 시리즈>는 소녀소설과 여성 취향 소설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소재를 이용하여, 거기에 약간의 미스터리 양념을 곁들인 것이죠. 그래서 '호스티스' 탐정단이 아니라 '호스트' 탐정단이 탄생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설 안에서 그려지는 호스트들은 다들 '매력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실제 호스트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아니 불가능해서) 소설과 현실의 갭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설에서도 넘버원 호스트에 빠져서 돈 다 날리고 사채 빌려 쓰는 케이스도 있다는 얘기는 지나가듯 나오긴 합니다만) 단순히 호스트 들이 나와서 여성 고객과 으싸으싸 하는 얘기였다면 <클럽 인디고 시리즈>는 거기서 끝났을 겁니다만, 이 책이 나온 출판사에서 유추할 수 있 듯이, 작가 가토 미아키는 여기에 미스터리를 접목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작가의 의도는 적중했다고 해야겠죠. 현재 시리즈 3편이 일본에 나왔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독자의 인기를 끌었기에 3권까지 나올 수 있었겠죠.

호스트 탐정단이라는 광고문구에 너무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꽤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단지 미스터리에 한정에서 평가하자면 평균 이하 밖에 안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TV 드라마로 나오면 딱 좋을 듯 합니다. 단, 캐스팅이 '확실'해야겠지만요.

여담) 마지막 단편에 나오는 '해바라기 소녀'라는 노래가 어떤 곡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밑의 링크를..........(손 발이 오그라 들어도 전 책임 못 집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l3PXvCosCBs

평점 3 / 10

2009년 10월 8일 목요일

가짜 이야기 (상) (하) - 니시오 이신

2008, 2009년 고단샤BOX

<괴물 이야기(바케 모노가타리)> 후속편인 <가짜 이야기(니세 모노가타리)> 상,하권은 아라라기 코요미의 두 여동생 - 일명 파이어 시스터즈인 아라라기 카렌과, 아라라기 츠키히를 다룬 내용입니다. 라는 것은 '페이크'이고 실제는 전작을 능가하는 말장난과 패러디로 범벅된 특정 층에게 어필할 만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라는 것도 '훼이크'이고 실제는 '에로(ERO)라기 코요미'군의 '본성'을 드러낸, 니시오 이신 曰 취미 200%(쓰고 팔릴만한 요소200%라고 읽습니다.)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전작은 그나마 부드러운 카스테라가 아니라 미스터리 정도로 볼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미스터리를 소재로한 만담은 있어도 실제 본편은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습니다. 만화, 게임, 애니의 패러디 크림으로 범벅된 특제 파르페를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는 먹는 이에 따라서 천차만별. 메인디쉬 보다 디저트가 훨씬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보니 호오가 확 갈릴 만한 내용이더군요.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으면 니시오 이신이 아니죠. 그런 겁니다.

아무튼 5화는 '카렌 비(BEE)'로 아라라기 군의 바로 밑 여동생 '카렌'이 주 대상이긴 한데, 실제로는 '양치질'과 여동생을 '공략'하는 깊은 스토리를 보여주더군요. 무서운 에로라기 군!이었습니다.

그리고 6화이자 최종화는 '츠키히 피닉스'로 아라라기 군의 막내 여동생 '츠키히'가 주 대상이긴 한데, 실제로는 '시노부 만세'와 여동생을 '공략 PART2'하는 멋진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역시 손발이 오그라다는 에로로기 군!입니다.

최종화라지만 최종화다운 맛이 없었는데, 작가 후기에서 밝혔더군요. 마요이와 츠바사를 소재로 두 편 정도가 더 나올 거라고요. 내년 중에 나온다고 하는데,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겠네요. 저는 계속해서 읽을 생각은 없는데, 막상 발간되면 모르겠네요.

평점 5 / 10

여담) 원래 중간에는 <상처 이야기(키즈 모노가타리)>라고 0화에 해당하는 내용이 먼저 출간됐지만, 시간 순서는 상처-괴물-가짜가 됩니다.

여담2) <가짜 이야기>는 가족간의-특히 남매- 끈끈한 '情'을 그린 몹시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

2009년 10월 7일 수요일

괴물 이야기 (상) (하) - 니시오 이신

2006년 고단샤BOX

<괴물 이야기> (상) (하)는 얼마전에 12화로 완결난 <바케 모노가타리>의 원작 소설입니다. 원자이 발간된지 3년이 지나서야 니시오 이신의 꿈(?)이 실현된 거죠. 애니의 경우 BD, DVD 버전의 경우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성우가 연기한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되었는데, 이게 대박입니다. TV 버전을 재밌게 보신 분들은 반드시(?) 다시 보시길 권합니다.

아무튼 원작은 총 5 화로 구분되었는데, 1~3화는 상권, 4,5화는 하권에 수록됐습니다.
소제목은 애니 버전과 동일합니다.

1화 : 히타기 크랩
2화 : 마요이 마이마이
3화 : 스루가 몽키

4화 : 나데코 스네이크
5화 : 츠바사 캣

애니와 다른 점이라면 애니에서는 러닝 타임 관계상 대폭 때어버린 주인공의 독백=설명과 캐릭터들 간의 만담들입니다. 애니도 중요한 대사는 살려놓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죠. <괴물 이야기>의 재미의 한 축은 만담에 있으니까요. 애니 덕분에 원작 소설이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은 매우 높으니 나중에 우리말로 나온다면 애니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간략한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괴물 이야기>는 주인공 나=아라라기 코요미(男)가 조우한 '괴이'를 다루고 있는데요, 모종의 사건으로 흡혈귀 성분이 남아있는 아라라기는 몸무게 대부분을 소실한 '센죠가하라 히타기', 영원히 헤매이는 미아 '하치쿠지 마요이',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을 한 '간바라 스루가', 뱀의 저주를 받은 '센고쿠 나데코', 스트레스가 쌓이면 등장하는 블랙 하네카와='하네카와 츠바사', 이렇게 5명의 여자애들의 괴이와 조우하고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이죠. 물론 사건이 등장하고 해결이라는 시퀸스 자체는 미스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데요, 추가로 겉으로 보이는 사실과 속에 숨어있는 진실 사이의 조율이 각화의 마무리로 연결되는 구조까지 갖추고 있죠. 이런 점만 보면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판타지 쪽으로 해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아니면 소설에서 그리는 괴이는 단순한 비유일 뿐인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의 만담 미스터리라고도 해석 가능은 합니다만.......) 반전이라고 들어있는 녀석들도 살짝 뒤틀어놓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쪽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재미는 별로 없을 겁니다. 다만 니시오 이신은 확실히 '미스터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네요. 어쨌든 넒은 의미로 보자면 <괴물 이야기>도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포함되겠습니다. 특히 2화는 전형적인 서술 트릭을 사용한 녀석인데요, 나름 재밌게 봤습니다.

기본 얼개만 뽑자면 매우 간단합니다. 그런데 소설은 2단 편집으로 상,하권 합쳐서 900페이지 정도가 됩니다. 라이트노벨 같은 스타일의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에는 꽤 두껍습니다. 분량이 두꺼워진 이유는 뼈대 사이로 살점이 꽤 많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 살점이 바로 '만담'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는 작가의 취향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존 니시오 이신의 노선(?)과 비교해 보면 <괴물 잉기>는 상당히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헛소리 시리즈>에서 퍽퍽 죽어나가는 캐릭터나,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에서 빨간 물감 유지비가 많이 들어갈 듯한 요소 같은 과격함이 없습니다. 미스터리적 요소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그것마저 소프트하죠. 도입한 듯 만 듯 미적지근합니다. 그래서 말랑말항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괴물 이야기>는 두께만 두껍고 가격만 비싼, 아령만도 못한 허접이 될 겁니다.

결론은 <괴물 이야기>의 작가가 '취미'로 썼다는 광고문가가 거짓이 아니라는 거죠. 단지, 기존 니시오 이신의 노선과는 무척 상반되는 내용이다보니, <헛소리 시리즈>에서 보여준 가차없는 캐릭터 쳐내기 같은 걸 두근거리며 읽었던 독자라면 <괴물 이야기>는 무첫 밋밋한, 그다지 개성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저 팔릴만한 요소로 점철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네요. 재밌게 읽긴 했지만 저는 후자쪽 입장입니다. 헛소리 시리즈 스타일이었다면 괴물 이야기에서는 몇 명 정도 죽었을까 생각해보니 두근거리네요. (후후)

여담)
이 시리즈가 의외로(?) 인기를 끌어서인지, 후속편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2008년 <상처 이야기(키즈 모노가타리)>가 먼저 나왔는데요, 내용은 0화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아라라기 코요미가 흡혈귀와 조우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하네카와 츠바사도 등장~ 팬이라면 필견이겠죠?) 그리고 같은 해 몇 달 후에 나온 녀석이 <가짜 이야기(니세 모노가타리)> 상권이고 2009년에 나온 하권이 <괴물 이야기>의 정통(?) 후속편으로 아라라기의 두 여동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짜 이야기> 상권은 6화이고, 하권은 최종화라는 구성입니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죠. 내년 발간 예정인 하치쿠지 마요이가 주연(아마도?)인 녀석과 하네카와 츠바사가 주인공인 <고양이 이야기(네코 모노가타리)>도 있습니다. <괴물 이야기>의 애니버전이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한데, 후속편들의 애니화도 탄력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점 6 / 10

2009년 10월 5일 월요일

항설백물어 - 교고쿠 나쓰히코

1999년 가도카아 쇼텐
2002년 중앙공륜신사 C노벨즈
2003년 고단샤 문고판
2009년 우리말 (비채)

<항설백물어>는 에도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돈을 받고 원한을 해결해주거나 하는 모사꾼(소악당)들의 활약을 그린, 약간은 괴이하면서 미스터리어스한 시리즈 물입니다. 본서는 시리즈 첫 작으로 총 7 개 단편이 수록되었고, 이어서 <속 항설백물어>(2001년), <후 항설백물어>(2003년), <전 항설백물어>(2007년)까지 발간됐습니다. 아, 물론 일본 얘기입죠. 이 중에 시리즈 3번째에 해당하는 <후 항설백물어>는 130회 나오키상 수상작이 됩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다보니 아무래도 우리말로도 최소한 여기까지는 소개되지 않을지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만, 어른들의 사정(?)이란 것도 있다보니 뭐라 확신하기에는 또 애매하네요. 아무튼 이 시리즈는 인기를 끌어서 만화판, 드라마판까지 등장했습니다.

일단 각화는 독립된 내용이고, 마타이치를 비롯한 몇 명의 캐릭터들이 레귤러로 등장합니다. 스토리는 일단 단편의 주연급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괴이한 일을 겪으며 사건이 발생합니다만, 이 모든 것은 '의도된' 내용이라는 것이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런 식인데, 그 안에는 인간의 탐욕과 애증이 교차하면서 처음부터 계산된 플롯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와 마무리의 합리적인 설명은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넣기에도 충분하죠. 이 세상에 괴이한 일은 없는 거죠. 인간이란 존재야말로 괴이의 원초인 겁니다.

단지, 미스터리에만 초점을 두자면 <항설백물어>는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레귤러 캐릭터들은 뻔하고, 어느 정도 패턴을 학습하게 되면 '예상가능'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마무리가 아니거든요. 뭐 이 점 때문에 <교고쿠도 시리즈> 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얻어도 저는 거기에 반론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초점을 살짝 비틀어서 접근하면 아기자가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여담) <원한해결사>라는 만화와 비슷하다고 하기에는 좀 거부감도 들긴 합니다만, 이 만화를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항설백물어>도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평점 6 / 10

4교시 추리영역 (2009)

2009년 개봉

학교를 배경으로, 체육 시간 동안 빈 교실 안에서, 학생 한 명이 사체로 발견 됩니다. 발견자는 죽은 학생의 앞자리에 앉은 유승호(극중 이름은 기억에 없네요.) 깜짝 놀란 승호 앞에 같은 반 여학생, 일명 커튼 마녀라고 불리는 다정이가 나타나죠. 승호는 자기가 저지른 짓이 아니라 항변하고, 다정이는 물론 믿어줍니다. 그녀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지문도 채취하고, 폴라로이드로 사진도 찍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리영역'에 들어서려는 듯 보이려는 찰나........

극은 거기서 끝납니다. 아니, 뇌세포 역할은 거기서 역할을 다하고 바통은 근육세포한테 넘어가고 맙니다. 극중 캐릭터들은 쉴 새 없이 뜁니다. 영화 전체 러닝타임은 약 90 분, 그러나 엔딩이나 오프닝 제외하면 실제로는 80분 정도인데, 이 중의 3분의 2가 뛰고 또 뛰는 뜀박질입니다.

초반에 채취한 지문은 온데 간데 없고, 여기까지는 이해 해 줄만합니다. 컴퓨터실 잠입과 핸드폰 전송까지도 그렇다고 치죠. 유승호 연기가 손 발이 오그라 드는 것 까지도 참을 수 있습니다. 원래 '추리'라는 콘셉트만 제대로 살렸다면요.

그러나 극은 진행할 수록 산 너머 산으로 갑니다. 사공이 두 명인데도 산으로 갈 정도이니 이건 한 두 명만 더 있었다면 아주 안드로메다로 갈 기세더군요. 마지막 마무리는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이건 두 고삐리의 청춘 로맨스 물이었냐!! 라는 생각만 남더군요. 포스터 광고문구 '리얼타임 두뇌게임'은 바꿔야 합니다. '리얼타임을 표방한 육상게임 속에서 피는 손 발이 오그라드는 로맨스'로 말이죠.

아마 이 영화는 당초에는 <소년탐정 김전일>을 의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각본가와 마지막 오케이 사인까지 넣은 프로듀서인지 감독인지 전부 제정신으로 만든 영화는 아닐 듯 합니다. 정말 추리의 '추'자라도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끝내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ㅠ.ㅠ 그래도 시도 자체는 좋았습니다. 시도만 좋았다는 게 문제겠죠. 앞으로도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나온다면, 제발 '벤치마킹' 제대로 해서 만들기를 바랍니다. (차라리 각본의 기본적인 추리 얼개는 <경성탐정록>의 작가 한상진에게 맡겼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겠죠. )

여담) 유승호 연기는 발로 했지만 귀엽긴 하더군요. (.......) 그래서 +1점

여담) 포스터 교복이나 영화 개봉 전에 광고성 교복입은 캐릭터 사진에 낚인 분들(저를 포함)에게는 그저 애도의 묵념을.......

평점 2 / 10

2009년 10월 4일 일요일

미얄의 정장 6 - 오트슨

2009년 시드노벨

원래 이 소설은 <미얄의 추천 시리즈> 6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목은 바뀌었는데 - 추천에서 정장으로- 뒤에 붙은 넘버링은 순서대로 6이 됐더군요. 누가보면 <미얄의 정장>이라는 시리즈의 6번째 이야기인 줄 착각할지도 모릅니다. 편집부 측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아마 그냥 기존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6이라고 붙인 걸로 추측 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넘버링은 리셋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편이 더 알기 쉬웠지 않나 싶군요. 아무튼 지엽적인 얘기는 이쯤에서 쳐버리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5권이 발간 된 것이 작년 12월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나온 것이 본서인데, 시간이 꽤 오래걸렸죠. 3권에서 4권은 두 달, 4권에서 5권은 넉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4권은 조잡하고 어색한 비문 투성이 문장을 보면서 너무 급하게 나왔고, 5권은 플롯을 좀 더 가다듬고 나왔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던 단점들이 이번 6권에서는 크게 찾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군데 군데 비문은 귀엽게(?) 남아있긴 합니다. (전문가들이 찾으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그 동안 불만스러웠던 플롯이 이번에는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확 와닿을 정도로, 발매 텀이 길어졌지만 작가가 그 동안 결코 놀고 먹은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 방식은 이번에도 1인칭 주인공 시점입니다. 중학교 3학년 생인 '나'에게는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인 이유는 1년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노란 비옷'을 입고 집을 나간 후 그대로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이죠. 오늘은 여동생이 사라진지 딱 1년이 되는 날로, 나는 친한 친구와 함께 여동생을 달래기 위한 제사를 준비합니다. 제사가 끝났을 때, 집 초인종 소리에 현관 문을 열어본 나는 묘령의 소녀와 마주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죠. 1년전 사라졌던 여동생과 똑닮은 차람의 노란 비옷을 한 소녀. 나는 묻습니다.

'너는 누구지?'

'누구긴, 네 여동생 미얄이다. 오빠'

아무리 봐도 여동생 행세를 하는 미얄이라는 소녀를 보고 부모님은 여동생이 돌아왔다고 좋아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죠. 결국 나는 미얄이 가짜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결국 1년전 행방불명된 여동생을 찾으러 조사에 나섭니다. 과연 내가 원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이번 작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거짓의 론도' 정도가 되려나요? 1년전 사라진 여동생의 행방이란 주제 안에서, 여우와 꿈에 관련한 에피소드가 첨가되고 이것 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장치가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적당한 복선과 회수 그리고 비틀기를 통해서 미스터리적 재미도 놓지지 않고, 지뢰 묻듯이 잘 묻어 놓았더군요. 이 밖에도 라이트노벨을 즐겨찾는 독자를 위한 마니아성 '코드'도 적절하게 심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여동생'을 활용했더군요. 물론 미얄이라는 '시건방진' 여동생이라는 점이 난제라면 난제겠군요.

어쨌든 오랜만에 나온 신간인 만큼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재미를 선사해줬습니다.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미얄 시리즈>는 국산 라이트노벨계에서 오래도록 이름을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과연 이런 스타일을 우리나라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보니, 가시적인 판매량이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겠군요. 저는 장르 불문하고 미스터리 양념을 적절하게 넣으면 무조건 '오케이'인 독자거든요. 이번 권을 봐서는 작가도 노선을 어느 정도 잡은 듯 합니다만, 다음 권에 가서 확 '깨는'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방심은 금물이겠죠?

여담)

이번에는 특이하게 초회한정판이라고 해서 '드라마CD'가 동봉됐습니다. 뭐 시드노벨 콘셉트 자체가 철저하게 일본 라이트노벨을 벤치마킹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긴 합니다만, 제목은 <소녀탐정 미얄~살인 드라마CD 사건>이라고 되있더군요. 오호~ 소녀탐정이라니, 역시 구미가 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 장의 드라마CD 안에 한 장의 살인드라마CD가 섞여있는데, 이걸 찾는다는 간단한(?) 내용입니다. 해결책은 총 세 가지가 제시됩니다. 청취자 입 맛에 맞게 적당한 녀석으로 고르면 됩니다. ^^ 내용 자체가 원작과 등장인물 빼고는 상관없다보니 이 부분에서 실망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적당히 유머스런 내용도 괜찮네요. 뭐 나중에는 원작의 외전식으로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미한 드라마CD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참, 성우는 박일, 정미숙, 이용순 등이 나오는데, 연기와 캐릭터 매칭등은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꽤 맘에 들었네요.

여담2) 드라마 CD는 '공짜'가 아닙니다. 동봉판은 일반판-소설만 있는-보다 3천원 정도 비쌉니다.

평점 7 / 10

2009년 10월 3일 토요일

명탐정 코난~칠흑의 추적자

2009년

<명탐정 코난>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벌써 13번째까지 왔습니다. 초반에는 적당한 추리+스릴과 적절한 액션이 섞여서 꽤 즐거웠습니다만,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추리는 나락으로 액션은 쓰레기통으로 곤두박질 쳐서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번 13기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나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창기 분위기를 제법 냅니다. 광역연쇄살인사건이 디저트이고, 마지막 도쿄타워(애니에서는 토토타워)에서서 펼치는 액션이 메인디쉬라면 메인이겠네요. 단지, 포스터 광고의 '이제는 정면승부다!'라면서 '검은 조직'과 한판승부를 벌일 듯 한 전개를 기대한 분들은 이번에도 입질 당했습니다. 훼이크다!! QT들아!! 그걸 믿냐!! 라고 제작진의 혼이 담긴 외침이 '환청'으로 들렸습니다.OTL 어쨌든 검은 조직의 사람들이 나오긴 합니다.

추리파트 쪽은 뭐 무난합니다. 너무 어려우면 꼬꼬마들 이해하기 어려울테니 알아서 쉽게 쉽게 만들어놨고,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여주는 서비스 정신도 보여줍니다. 몇 군데 좀 더 비꼬았으면 하는 곳이 있긴 합니다만, 뭐 극장판 11기였나 '망자의 함'인가 보다는 낫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해야겠네요. (결단코!! 하토리가 잠깐 나오고 말아서 실망한 거 아닙니다......)

국내에는 7월 말인가 개봉해서 의외로 '흥행'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명탐정 코난> 팬이라면 봐서 손해볼 정도로 나쁜 완성도는 아니니 기회가 되는 분들은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평점 5 / 10

2009년 10월 1일 목요일

인테리어 - 노마 미유키



1990, 1991년 단행본
1998년 문고판

이번에 소개할 <인테리어>(문고판)는 90, 91년에 발간된 단행본에다가 96년에 후일담 식으로 들어간 에피소드를 추가해서 나온 완전판입니다. 총 6 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요, 일단 5편까지는 24살의 '기타무라 유우코'가 주인공입니다.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마지막 단편은 29살의 주인공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알리바이 깨기와 간단한 트릭 물을 소재로한 미스터리입니다.

-1000 캐럿의 여름
그림을 이용한 범죄인데, 일종의 트릭물로 들어가겠군요. 트릭 빼고 사건 자체는 보통이하입니다.

-싸리의 행방
사건과 캐릭터의 구조와 관계는 너무 쉽게 꾸져며 있지만, 유언장의 위치, 방법,힌트가 인상 깊었던 내용입니다.

-조각 맞추기
생리불순과 구역질 때문에 찾은 산부인과. 임신 그리고 자궁외임신과 낙태까지. 남자 보다는 여자들한테 많이 와닿을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나쁘지 않았던 구성과 내용이었습니다.

-바람의 익스티어리어
익스티어리어는 인테리어의 반의어입니다. 완결편 답게 제목부터 이렇게 했네요. 음모에 휘말려서 스캔들을 뿌리게 되는 주인공 이야기. 결국 미래를 기약하며 헤어지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아예 끝나는 편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6년 후에 후일담(?)이 나왔습니다.

-코디네이트 블루
남자 주인공 '시로오 다카야'가 처음으로 맡은 개인주택 설계. 하지만 설계를 부탁한 사무소와 집에서 살 남편 사이에는 이상한 낌새가? 이 단편에서 쓰인 방법으로 과연 '살인'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지만, 실제 피부병과 알러지를 갖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보다는 '그림체'가 바뀌어서 '이상'했던 단편.

전체적으로 적당히 독자(특히 여성)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소재도 잘 받아들려질 만한 녀석으로 선별하는 점, 스탠다드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약간은 인상에 남을 법한 트릭을 넣어놓는 것까지, 무난하면서 그럭저럭 재미를 유지하는 내용의 미스터리 단편만화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만, 실제 <인테리어>를 본다면 첫인상에 따라서 호오가 갈릴지도 모릅니다.

기타무라 유우코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당찬 여성이면서, 유명 건축가이자 영향력이 큰 '시로오 시게타카'의 첩같은 역할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향력을 이용해 유우코는 매스컴에서 주목을 받습니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그러던 어느날 자기 사무실까지 차리게 된 유우코 앞에 묘령의 청년이 등장합니다. 알고보니 시로오 시게타카의 아들 '다카야'였습니다. 아들은 나타나서 아버지를 규탄합니다. 자기엄마와 현재 부인 전부 아버지가 살해한 거라고요. 이렇게 해서 아버지 대신에 아들로 갈아탄다는 스토리........가 아니라, 남녀 주인공(유우코, 다카야)이 등장하는 내용을 그린 것이 1편입니다. 2편에서는 유우코의 첫경험 남자가 등장합니다. 아 흔들리는 女心이여~~(호호)

여기까지만 보면 여주인공이 남자를 이용해 이리 차고 저리 버리고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실제 스토리는 그와는 '반대'로 전개되더군요. 또한 패턴도 바뀌고, 쓰이는 소재도 이리 저리 변화하다보니 처음 예상과는 반대이기는 하지만, 책 전체인상으로 봤을 때는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을 제외한다면 특출난 미스터리 만화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재밌게 읽을 수는 있을 겁니다.

여담) '점자'와 '수'를 잘 이용한 트릭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평점 5 / 10

2009년 9월 28일 월요일

그리고 다섯 명이 사라졌다 - 하야미네 가오루, 하시이 치즈



2008년 고단샤BOX

하야미네 가오루의 대표작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 노트 시리즈> 첫 작품 <그리고 다섯 명이 사라졌다(이하 그리고....)>의 만화 버전입니다. 원래 2004년도에 '에누에케이' 그린 만화버전이 이미 존재합니다. 다만, 에누에케이 버전 <그리고.....>는 그림체 때문에 호오가 갈렸습니다. 아무래도 순정만화'틱'한 그림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을테니까요.

그러나 이번 '하시이 치즈' 버전 <그리고.......>는 깔끔하고 귀여운 그림이 몹시 인상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3년전인가 부터 일본에서는 원래 '파랑새 문고' 브랜드로 출간했던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 시리즈>를 1년에 2권씩해서 문고판으로 재간하는데, 이 때 문고판 표지 일러스트를 '하시이 치즈'가 맡았습니다. 저는 <그리고.....>만화 그림보다는, 문고판 표지 그림을 먼저 접한 경우인데요, 처음 그림 보자마자 바로 삘이 꽃혔죠.

기본 스토리는 거의 원작과 판박이이고, 2권부터 등장하는 나카이 레치가 만화에서는 먼저 등장한다는 정도가 차이겠네요. 그리고 프롤로그 '명탐정 등장편'은 만화쪽이 훨씬 좋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대신 본 스토리 해결편은 만화라는 이점을 더 살려서 그림 해설을 더 곁들였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더군요. 그 정도 빼고는 원작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완성도입니다.

그림 넘 귀엽습니다. ㅠ.ㅠ

여담) 원래 이 만화는 <파우스트>( 고단샤에서 발행한 무크지인데, 우리말로도 나옴.)에서 연재됐습니다.

여담) 하시이 치즈 그림으로 후속편이 계속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ㅠ.ㅠ

여담) 원작 소설은 '비룡소'란 곳에서 우리말로 발간중입니다.

평점 8 / 10

심장과 왼손~자마미 군의 추리 - 이시모치 아사미



2007년 고분샤 노벨즈
2009년 문고판


<심장과 왼손>은 2003년도 발간된 <달의 문>의 이름없는 탐정 '자마미 군'이 다시 등장해서 펼치는 7편의 '안락의자 탐정물' 단편집입니다. 비행기 납치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 사건이란 독특한 소재로 호평과 악평도 함께 얻었던 <달의 문>에서 인상 깊은 활동을 펼친 탐정역 '자마미 군'은 실제 이름이 아닙니다. 당시 애인과 함께 오키나와 자마미 섬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측이 맘대로 붙인 별명이죠.

그렇게 명명된 '이름 없는 탐정' 자마미 군이 4년의 시간이 흘러서 다시 등장했습니다만, 여전히 본명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심장과 왼손>의 기본 노선은 <달의 문>에서 다룬 비행기 납치 사건때문에 자마미 군을 알게된 '오사코' 경감이 신주쿠 대형서점(정황상 '기노쿠니야' 서점인 듯)에 우연히 자마미 군을 만나게 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미 '종결'된 사건 얘기를 들려주는데, 자마미 군은 그 안에서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끌어낸다는 구성입니다. 그래서 장르는 미스터리 중에서도 안락의자 탐정물에 해당하며, 오사코 경감에 들려주는 얘기에 단서가 포함되어 있으니 본격 미스터리 카테고리에도 당연히 들어갑니다.

본서가 여타 미스터리와 다른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범죄사건의 소재입니다. 일반적인 살인사건이나 일상 미스터리 계열을 안락의자 물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비행기 납치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등장하다보니 아무래도 사건도 그런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녀석이 등장하더군요.

'가난한 자의 군대'는 법적인 제재를 제대로 받지 않는 사회지도층 또는 부유층들만 골라서 테러를 가하는 조직원이 밀실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밀실을 풀고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심장과 왼손'은 사이비 종교 교주가 왼손이 잘리고 심장이 꺼내진채 죽은 사건이 나와서 그나마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함정의 이름'은 반정부 활동파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대립을 간략하게 그리면서 부비트랩을 설치한 목적을 규명하는 내용이었고,
'물가에서 막다'는 외래종 유입에 따른 환경문제를 위한 NPO 단체 조직원이 살해당한 사건을 그리며 동시에 외국인 문제까지 살짝 다루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동반자살'은 오키나와 주둔중인 미군과 일본인 여성의 동반자살이 소재로 등장하죠.
그리고 마지막 단편 '재회'는 <달의 문>의 후일담입니다. 비행기 납치사건에서 인질이었던 간난쟁이가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마미 군과 재회해서 다시 한 번 '희망'을 얻는다는 재'會'보다는 재'生'을 그린 단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안락의자물이긴 하지만 미스터리 요소는 별로 없고 그냥 <달의 문>을 즐겁게 읽은 독자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한 편 당 40페이지가 될까 말까 하는 적은 분량이다보니 단편 초반에 간략한 사건상황, 이어서 곧바로 오사코 경감이 자마미 군을 만나서 얘기를 하고, 얘기가 끝나면 자마미 군이 거기에 '토'를 다는 형식입니다. 또한 이미 끝난 사건에 메스를 대는 구성이다보니 탐정의 추리가 정말 '진실'일지 여부는 모릅니다. 설사 그 추리가 매우 그럴싸하기는 해도 말이죠. 구성과 추리를 잇는 프로세스는 논리적입니다만 본격 미스터리 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단, 논리적 재미와 더불어 극적인 충격까지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기대에 좀 못 미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독자에 따라서는 <심장과 왼손>보다는, 저자의 다른 미스터리 단편집 <따뜻한 손>이 따뜻한 느낌과 더불어 더 재밌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시모치 아사미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의외로 좋다고 느껴서 이 작가 소설은 틈틈이 읽고 있는데, 언제까지 개성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작가라는 점만은 단언할 수 있겠군요.

여담) 2007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8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텐 10위 랭크인 했더군요.

평점 6 / 10

2009년 9월 26일 토요일

늑대 우화~남방서 강력계 - 곤도 후미에




2003년 도쿠마쇼텐
2007년 문고판

교통과에 근무하다 오사카 일대에서 청소년 조직의 소매치기 일당을 검거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서 형사과로 배속된 주인공 '아이카와 케이지' 그러나 사건 현장의 사체를 보고 졸도하고, 실수해서 결정적 증거물을 없애기도 하는 등 아직은 신입 형사입니다. 결국 케이지는 '구로이시'라는 형사 밑으로 옮겨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시 시작합니다. 케이지는 구로이시를 도와 '남편'을 죽이고 행방을 감춘 '아내'를 찾습니다. 사건은 매우 단순해 보입니다. 증거물도 결정적이진 않지만 범인은 도주한 아내가 유력하죠. 하지만...........

병행해서 '루카'라는 소녀가 등장하는 동화가 나옵니다. 루카는 마을에서 신에게 바칠 제물로 뽑히고 곱게 단장한채 산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것은 신이 아니라 '늑대'입니다.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힌 루카. 하지만 다음날 루카는 되살아 납니다. 그리고 늑대와 루카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죠. 배가 고프지 않을 때의 늑대는 루카에게 몹시 친절합니다. 친절한 늑대죠. 하지만 배고픈 늑대는 미안하다면서 루카를 잡아먹습니다. 늑대와 루카는 어떻게 될까요?

장르는 경찰소설입니다. 그리고 소재는 '사회파' 카테고리에 들어갈만한 녀석입니다. 소재를 여기서 밝힌다고 해도 딱히 스포일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그냥 덮어두기로 하겠습니다.(힌트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위에 써놓은 줄거리 보면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짐작하실 '그것'이 소재입니다.) 아무튼 '곤도 후미에'의 데뷔작 <얼어붙은 섬>과 최근작 <새크리파이스>를 읽은 독자라면, 곤도 후미에가 경찰소설?하고 고개가 갸우뚱하실텐지만, 본격적인 경찰소설은 아닙니다. 사사키 조 스타일의 딱딱한 듯한 경찰소설과는 다르죠. <늑대 우화>는 단정한 문장이 읽기 편하고 때때로 유머스런 구석도 있으며 무엇보다 책이 얇습니다. 그만큼 부담없이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죠. 뭐 반대로 경찰소설 치고는 아무래도 가벼운 느낌이 있습니다만. 그런 가벼운 느낌을 소재로 커버하는데, 소설 속에서 다루는 소재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 흔한 것이죠. 흔하다는 표현 자체가 슬플 따름입니다만.

당연한 얘기겠습니다만, 현실의 사건과 동화가 연결되면서 결국 사건은 해결된다는 스토리입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구석도 나오긴 합니다만, 아마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초반에 당장 진범(?)을 밝힐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 구조는 매우 간단합니다. 단지 드문드문 독자에게 이런 것은 한 번 생각 좀 해보면 어때? 라고 던지는 작가의 의도가 과히 나쁘지는 않더군요. 저라면 제3의 결말을 생각했겠지만요,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만......

진지하고 집요한 내용의 경찰소설을 원한 독자에게 <늑대 우화>는 해당사항무이겠습니다만, 통근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부담없이 읽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본서는 딱 맞을 내용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장단점과 그대로 연결되지만요.

여담) 후속편(2005년도 발간)도 있습니다만 그 이후 얘기는 아직인 걸 보면 별 인기를 끌지는 못 했나 봅니다.

여담2) 표지만 보고 '훗! 라이트노벨이구먼~'이라고 생각하시면 큰코 다칩니다. (......)

평점 4 / 10

2009년 9월 24일 목요일

식물의 법칙 - 사와키 쿄




1990년
1997년 창원추리문고

일단 제목은 <고금화가집>에 수록된 시에서 발췌한 문구입니다. 원문 해석은 제 능력(?) 밖의 일이라 내비두고, 일단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해보면-오역은 제 기본(?) 스킬이니 그걸 감안하셔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 이름에 자부심이 있다면
자, 물어보자, 검은물떼새여(미야코도리)
내가 사랑(생각)하는 사람이 무사히 서울에 있는지 없는지....

이 중에 두 번째 문구의 원문이 "いざ言問はむ都鳥" 인데, 이게 바로 원래 책 제목입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우리말로 바꿔야 알기 쉬울까? 머리를 쥐어 짜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창원추리문고에서 나오는 모든 일본 소설에는 '영문 제목'이 딸려나온다는 걸 말이죠. 이 책의 영제는 'Rule of Green' 입니다. 아하~ 직역하면 '녹색의 법칙'이 되겠지만(rule를 또 어떻게 번역해야 느낌이 사나 고민을 해봐야하지만 다행히(?) 저는 영어 까막눈입니다.뭐 일본어도 까막눈 수준이긴 하지만요. 아니 우리말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군요. 호호) 본서에서는 '식물'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 때문에 <식물의 법칙> 정도로 해석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서 결국 이걸 제목으로 정해버렸습니다. 뭐 국내에 이 소설이 정식으로 소개될 확률은 거의 없을테니 대충 대충 했다는게 정답이지만요. (무책임은 저의 기본덕목이죠....)

아무튼 얘기가 길어졌는데, 본서는 1990년도 '기타무라 가오루' 일당 (와카타케 나나미, 가노 도모코 등)의 주특기인 '일상 미스터리' 계열에 속하는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등장했고, 제가 읽은 문고판은 1997년도에 발간됐습니다.

식물과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상에 놓인 사건을 놓고 벌이는 추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끝났다고 생각한 단편이 후반부에 가서 새롭게 부상하는 스타일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가노 도모코의 <나나쓰노코> 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본서가 앞의 두 권과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는 첫째 '시적'인 느낌의 문장이 보다 '문학'적 향취를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마무리입니다. 앞서 나온 두 권은 결국 깔아놓은 복선과 암시를 회수하면서 안정된 착지를 보여주지만, 본서는 복선과 암시를 다시 회수하는 것까지는 같지만 착지가 불안정합니다.(특히 괴테의 문구로 마무리하는 결말의 여운이 인상적입니다.)이런 부분은 '안티 미스터리'로 해석할 여지로 남습니다. 아마도 첫째 부분 때문에 오히려 미스터리가 불완전해 보였을지도 모르죠. 굳이 '미스터리'에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당위성 문제까지 생기니까요. 미스터리 색채를 더 엷게 만들었다면 오히려 평가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작가 사와키 쿄는 이 책을 끝으로 작가생활을 접었다고 하네요. 단행본 발간당시 혹평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혹평을 받을만한 내용인가 자문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와카타게 나나미, 가노 도모코, 기타무라 가오루의 일상 미스터리와 비교해서 명료한 전개와 깔끔한 결말과는 거리가 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당시 출판된 일상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들과 차별화가 되는 하나의 근거가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차별화된 부분이 비평가와 독자에게 흔쾌히 받아들여지지 못한게 패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와카타게 나나미의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제8화 '판화 속 풍경'에서 '아마츄어 오케스트라단에 소속된 바이올린 취미를 가진 식물학자'가 등장하는데요, 본서의 주인공 '사와키 케이'는 식물 분류학자이면서 바이올린 취미를 갖고 아마츄어 오케스트라단에 소속되어 연주회를 갖기도 한다는 설정입니다. 아주 똑 닮았죠? <식물의 법칙> 안쪽에 보면 릿쿄 대학 미스터리 (立教大学ミステリ) 클럽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보이는데, 와카타케 나나미 경력을 보면 같은 대학 소속으로 미스터리 클럽에서 활동했었다고 하죠. 이런 것을 보아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서 나온 바이올린+아마 오케스트라단+식물학자는 본서의 사와키 케이가 분명해 보이며 이건 일부러 작가가 카메오로 출연시킨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참고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1991년 발간됐습니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