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9일 월요일

쿠도랴프카의 순서 - 요네자와 호노부



2005년 각천서점 (원제 : 쿠도랴프카의 순서~십문자 사건)
2008년 문고판

<古典部> 시리즈 제 3 탄입니다.
캐릭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레키 호타로' '치탄다 에루' '후쿠베 사토시' '이바라 마야카' 이렇게 네 명이 등장하며 시간적 배경은 2탄 <바보의 엔딩롤>에서 문화제 준비를 위한 영화 동아리의 영화촬영이 이은 '학원제'가 펼쳐지는 3일간입니다.

고전부는 1탄 <빙과> 사건으로 가미야마 고교의 문화제를 어째서 칸야제 라고 하는지 어원을 밝힌 문집을 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쇄주문 부수의 오기로 30권을 뽑으려는 문집이 200권이 나오는 바람에 다들 곤란해하죠.

그러던차에 아카펠라 부에서 물건이 도난당합니다. 이어서 장기부에서 장기말이 없어지는 등 이상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도난당한 그곳에는 카드 한 장이 있었는데, 'XX (없어진 물건의 이름)은 사라졌다' 라며 '十文字'라는 서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십문자 사건.

호타로는 십문자 사건의 일정한 법칙을 발견하고 에루와 사토시는 이걸 고전부의 악성재고가 되버린 문집 '빙과'를 많이 팔수 있는 호재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합니다. 그래서 결국 호타로는 다시 한 번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 들게 됩니다. (....)

2탄까지는 일반 라이트노벨 브랜드로 나왔지만 이번 3탄은 시리즈 처음으로 일반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그래서 문고판이 작년에 발매됐죠. 그래서 2탄이 2001년, 3탄 문고판이 2008년이니 어찌보면 7년만의 신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나온 속편이다보니 시리즈 팬들은 나름 기대를 했음직 한데, 까놓고 말해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1탄과 2탄을 한데 합친 볼륨을 자랑하는 약간 묵직한 페이지수와 (문고판 기준 390) 즐거운 학교축제를 배경으로 한 수수께끼의 도난사건이란 일상 미스터리 소재를 잘 융합했습니다. 거기에 시리즈의 모토였던 청춘 미스터리라는 면도 자연스레 녹아듭니다. 이번에는 '재능'과 '기대'라는 키워드가 들어갔습니다. 어릴적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적성이나 재능이죠. 그래서 소설 결말은 깔끔하게 끝나지만 키워드 때문에 뭔가 씁쓸한 뒷 맛이 남습니다. 작가의 다른 청춘 미스터리와 비슷한 구성이죠. 달콤 쌉싸름한 청춘 이야기죠.

아무튼 이번에는 탐정역인 주인공 호타로가 고전부 동아리방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는 설정이다보니 - 안락의자 - 스토리 전개를 위해 필연적으로 다중시점을 채용했습니다. 고전부원 4명의 시점으로 진행되다보니 전작에서는 잘 알지 못했던 조연들의 내면을 알 수 있는 귀중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여담) 단서는 초반 한 페이지에 모조리 들어가있더군요. 복선은 제대로 깔고 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을 읽어본 독자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여담2) 쿠도랴프카는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져 지구의 위성궤도상을 돌았던 최초의 생물이었던 개라고 합니다. 라이카라고도 부른다네요.

평점 7 / 10

2009년 6월 28일 일요일

명탐정의 규칙 (TV드라마) 전10부작

2009년 아사히TV (전 10 부)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뇌(?)가 담긴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감초역인 오가와라 경부 두 콤비가 벌이는 코믹한 본격 미스터리 단편인데, 드라마에서는 여자 형사 한 명이 추가됐더군요. 아무래도 남정네들만 나오면 시청율이 좋지 않을 듯 해서 넣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드라마에서 첫등장한 신규 캐릭터는 일종의 태클 거는 역할을 맡습니다.

1. 밀실선언
2. 흉기의 정체
3. 다잉 메시지
4. WHO DONE IT
5. 알리바이 -시각표트릭
6. 동요살인
7. 1인 2역
8. 2시간짜리 서스펜스
9. 언페어
10. 서술트릭

원작도 코믹(패러디) 노선이다보니 드라마도 거기에 충실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째 소설보다 웃기지가 않네요. 원작은 보면서 배꼽을 잡기 바빴는데, 드라마는 일본애들 특유의 괴랄한 연기 센스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명탐정의 규칙>은 그냥 원작을 추천합니다. 원서는 코믹한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미스터리의 규칙을 재밌게 패러디한 것이 재미의 핵심이거든요. 그에비해 드라마는 미스터리의 룰이 어쩌구 나오긴 하지만 뭐랄까 너무 코믹에만 의존하다보니 미스터리의 맛을 제대로 우려내지 못했더군요. 그냥 저냥 볼만은 하지만 그뿐입니다. 원작은 아직 우리말로 나오지 않았는데, 드라마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이 드디어 우리말로 곧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감감 무소식입니다.

평점 5 / 10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길고 짧은 주문 - 이시자키 코지



2001년 고단샤 노블즈

<길고 짧은 주문>은 '이시자키 코지'가 탐정역(?)으로 유리, 미리아 두 명의 여고생 합해서 트리오가 등장하는 유머스런 본격 미스터리 시리즈 세 번째 스토리입니다. 시리즈 첫 작은 제 18 회 메피스토상 수상작입니다. 메피스토상 수상했다는 말에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 시리즈는 '안심'해도 좋습니다. 자학개그가 책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프로세스는 로직을 바탕으로 한 본격에 가까우니까요.

오란 여고에 다니는 유리와 미리아. 그리고 마미(전작에서 나왔던 캐릭터). 이 세명은 '미스터리 연구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클 고문 담당이 '이시자키 코지'. 일반 샐러리맨인데 스스로 본격의 혼을 추구하는 오타쿠 같은 캐릭터죠. 그리고 언제나 유리와 미리아 여고생 콤비이게 농락(?)당하는 불쌍한 중생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마미에게는 '미키'라는 친구가 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쌍둥이 여동생에게도 저주가 걸렸을지 모른다면서 여름방학을 맞이해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마미는 친구 미키가 걱정되서 어쩔줄 모르다가 결국 이시자키와 유리, 미리아가 마미를 대신해서 미키의 고향섬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저주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저주의 내용은? 저주를 건 사람은? 등등의 이야기가 시작되죠.

외딴섬. 폭풍우. 쌍둥이 (단 5살입니다. 이상한 기대는 금물....)여고생. 저주.
대략적인 키워드는 이정도가 되겠네요. 세세한 부분에서 복선을 잔뜩 깔고 그 복선을 전부 논리적으로 회수한 다음에, 마지막에 다시 한 판 뒤엎는, 본격 스타일 미스터리에서 자주 보이는 기본 패턴을 구사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자학개그를 전부 제외하고 남는 뼈대는 매우 간단합니다. 어찌보면 좀 앙상할지도 모르겠군요. 막판 뒤집기 시도는 좋았지만 깔끔하게 상대방을 넘어뜨린 것이 아니라, 힘에 부치다가 어거지로 넘긴 듯한 인상이기 때문인데요, 차라리 저주 쪽으로 좀 더 파고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래도 이시자키와 여고생 트리오의 개그는 매우 좋습니다. 특히 툭하면 미스터리 소스와 연관지어서 자학개그를 보여주는데, 이게 제법 재밌고 유쾌하더군요. 그래서 점수를 좀 후하게 줬네요. 덕분에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 읽어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예정만 주야장천 늘어날 뿐이네요, 예정만.....

여담)

참고로 저주를 푸는 핵심(?) 키워드는 이하와 같습니다.

[마미 짱이지?] 이시자키가 말한다. [이시자키인데]
[예, 마미에요. 이시자키 씨, 미키 짱은 무사하죠? 무슨 일 있던 건 아니죠?]
마미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미 짱, 잘들어. 중요한 일이야. 지금부터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 해줘]
[예.] 마미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 물어볼께.....

마미 짱의 가슴 사이즈를 알려줬으면 해.

여담2)

<이시자키의 여고생 트리오 시리즈>
1. 일요일의 침묵 (18회 메피스토상)
2. 당신이 없는 섬
3. 길고 짧은 주문 (본서)
4. 봉철 사건
5. 복수자의 관

평점 6 / 10

2009년 6월 24일 수요일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 제프 린제이

2005년
2007년 우리말

매력적인 살인마 '덱스터 모건'이 돌아왔습니다. 전작에서 정체를 거의 들킬 뻔(?) 했던 덱스터에게 숙적이 생겼습니다. 사사건건 덱스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독스'라는 경사가 숙적인데요, 우리의 주인공 덱스터는 독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기다림'의 인내를 실천하게 됩니다. 당장 보름달 뜬 야밤에 검은 손님의 욕구를 들어주고 싶지만 '미래'를 위해, 양아버지 해리의 '가르침'으로 인해 덱스터는 참고 또 참습니다. 덕분에 덱스터가 원치 않는(?) 유머스런 면이 제법 많이 등장하더군요. 가장 압권은 리타와의 '약혼'입니다.

이렇게 따분하게(?) 보내는 덱스터의 일상 앞에 어김없이 '엽기범죄'가 등장합니다.
사지절단은 기본이요, 눈꺼풀에 입술에 혀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구토를 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 엽기사건이 일어납니다. 물론 덱스터는 흥미롭게 지켜보죠. 전작에서 매춘부 단속을 위해 원치않는 잠복수사를 하던 데보라(덱스터 동생)는 이번 속편에서는 당당한 강력계 형사로서 등장합니다. 담당구역에서 벌어진 엽기사건이지만 어째선지 워싱턴에서 온 FBI 요원이 사건을 맡습니다. 그리고 요원을 부른 당사자는 덱스터의 숙적인 '독스' 경사였죠.

그래서 이번 편은 덱스터가 어떻게 숙적의 감시(?)에서 벗어나는지, 얼마나 자상(?)한가를 그린 내용이 되겠습니다. 또한 미래의 작은 덱스터가 될지도 모를 보석(?)을 찾은 주인공의 기쁨(?)을 팬이라면 함께 축하해줘야겠죠? 생각만해도 오싹하면서 웃깁니다.

미스터리는 변함없이 있는 듯 마는 듯 합니다. (거의 없습니다.) 엽기 사건을 일으킨 댄코 박사라는 범인이 나오고, 이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거기서 끝입니다.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한 덱스터의 심리 변화 - 특히 주위 환경때문에 검은 손님의 욕구를 참아야만 하는 - 가 재미의 핵이죠. 독특한 설정과 유머로 분명 재밌는 소설이지만, 이런 미스터리적 장치가 부족해서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계속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이 시리즈가 1년에 몇 권씩 나오는 것은 아니다보니 그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단점은 단점이죠. 캐릭터 조형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미스터리 요소를 도입하면 최소한 수작 이상의 완성도가 나오지 않을까? 즐겁게 읽는 독자 한 사람으로서 그런 요구를 작가에게 하고 싶습니다.

평점 6 / 10

2009년 6월 23일 화요일

포기가 빠른 상담자 - 겐모치 다카시



1995년 동경창원사
2005년 창원추리문고

겐모치 다카시의 데뷔작 <포기가 빠른 상담자>는 제1회 창원추리단편상(현행 '미스터리즈 상'을 수상한 표제작 외 3편을 포함한 단편 미스터리입니다.

-포기가 빠른 상담자
-규칙적인 엘리베이터
-너무 자세한 진술서
-포기가 느린 상담자

이렇게 총 4 편이 들어있는데요, 각 단편집의 화자이자 주인공 겐모치 다카시 (엘러리 퀸 스타일이죠.)의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단, 다른 변호사무소에 소속된, 경력이 아직은 미천한 변호사입니다. 이런 다카시 앞에 법률상담을 오는 사람들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푸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다카시는 와트슨 입장일 뿐이며 홈즈 역은 다카시의 친구이자 아직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한 '미츠테루' (통칭 코키)가 됩니다. 논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코키는 어째선지 사법시험에 아직도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표제작 단편은 다카기사 소속된 법률사무소 빌딩 (입주한 업체가 전부 변호사무소)에 한 상담자가 찾아옵니다. 호텔 로비가 어두워서 자동문에 부딛혀 머리에 상처를 입었는데, 해당 호텔을 어떻게 할 수 없느냐? 내용입니다. 그래서 겐모치 다카시는 상담자에게 민사소송을 낼 수는 있지만, 들어가는 시간, 노력과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적고, 호텔측의 귀책을 증명해야하는 어려운 점 그리고 당사자의 과실도 포함한 과실상쇄 등으로 실질적으로 메리트는 없다는 답변을 해줍니다. 그러자 상담자는 알겠다면서 바로 자리를 뜹니다. 오잉? 너무 포기가 빨라서 다카시는 의외라고 생각하죠. 일반적인 상담자는 어째서 그러냐는 등 여러 각도에서 따지거든요.

그러다가 다카시는 다른 동료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상한' 고객 이야기가 나옵니다. 법률사무소 빌딩내 사무소에 들락거리면서 같은 내용의 상담을 반복하는 손님 이야기였습니다. 다카시 자신도 그런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고, 다른 변호사는, 볼륜을 하던 딸래미가 자살했는데 뷸륜 상대방에게 귀책사유를 들이댈 수 없냐는 등의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내용을 다카시는 친구 코키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코키는 한 마디 하죠.

'그 이상한 상담자가 조만간 살인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고 말이죠.

두 번째 단편 '규칙적인 엘리베이터'는 다카시의 친구중 한 명이 사는 8층 아파트에 아침 특정 시간이 되면 항상 엘리베이터가 2층에 세워져있는 걸 궁금해하는 걸 코키가 해결해주는 내용입니다. 초반에 엘리베이터가 특정 층에 위치할 확률을 구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수학 좋아하시는 분은 꽤 흥미로운 내용일 겁니다. 실생활(?)과 수학(논리)의 결합이죠. 아무튼 여기에 다카시에게 찾아온 이상한 남자 고객이 등장합니다. (어떤 패턴일지 슬슬 보일 겁니다.) 결혼 약속을 한 여성이 있는데, 약혼 하고 나니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등, 전화를 걸어도 잘 받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는 '의처(?)증' 같은 증상의 남자입니다. 다카시는 흥신소 같은데 말고 직접 증거를 찾아보라고 조언을 해주죠.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의처증 은 부드럽게 연결이 됩니다.

세 번째 '너무 자세한 진술서'는 이혼을 하려는 한 여성 고객이 나옵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버린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하는 여성, 하지만 남편은 이혼동의서에 도장을 찍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재판에 회부하게 되지만, 상대편 즉 남편의 진술서가 문제가 됩니다. 아내 측 입장과 정반대거든요. 하지만 코키의 도움으로 다카시는 멋지게 재판에서 승소(이혼성립)하고 위자료까지 받아낸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은 표제작과 대비되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별 시덥잖은 것 가지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고객이 나옵니다. 코키를 비롯한 히로세라는 친구와 술을 마시던 다카시는 다음 날 아침 뉴스에
서 한 남성이 살인 현행범으로 잡혔다는 걸 듣습니다. 뉴스를 보고 다카시는 문득 생각이 들죠. 얼마전 3번에 걸쳐서 자신에게 상담을 왔던 한 남성을 말이죠. 그래서 자기가 받았던 상담내용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거기서 남자가 살해할만한 사람을 찾는 내용입니다.

위에서 괄호안에서 업급했던 패턴이 이제는 확연하게 보입니다. 서로 다른 사건이 한 데 합쳐지는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여기에 홈즈 역인 코키는 직접 관련있는 당사자가 아니라, '안락의자 탐정물' 같이 단순히 다카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하나의 '논리'를 찾아내는 역할입니다. 복선은 상담 내용 안에 충분히 들어있고, 거기서 끄집어내는 프로세스는 충분히 논리적입니다. 그래서 <포기가 빠른 상담자>는 본격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들어갈 자격을 갖춘 추리 소설입니다. 대충 미스터리 풍이면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고향 내음(?)'을 풍기는 작품을 만나면 약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변호사다보니 법률용어가 좀 등장하는 편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니 우리나나 법률용어 자체가 어차피 일본에서 건너온거라 쓰이는 단어도 거의 같죠. (안타까운 역사.....) 그래서 독자가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단편 안에서 충분히 같이 추리할 수 있습니다. 비록 도전장은 없지만 도전장이 들어가도 괜찮은 단편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냥 고만고만한 녀석들만 읽어서 그런지 꽤 만족스러웠네요.

여담) 겐모치 다카시의 소설은 이걸로 끝(?)입니다. 대충 검색을 해봤지만 1995년 나온 본서를 제외하고 다른 소설은 발표하지 않은 듯 합니다. 단발로 끝난 작가지만 데뷔작인 <포기가 빠른 상담자>의 완성도를 보면 충분히 다른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컸을텐데 말이죠. 아쉽습니다.

평점 7 / 10

2009년 6월 22일 월요일

키리사키 - 타시로 히로히코



2005년후지미 미스터리 문고
2007년 우리말

나는 죽습니다.
죽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내인'이란 사람(?)이 나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줍니다.
원래 '나'의 수명은 더 길었을거라면서 더 살고 싶으면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줄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나는 현실로 돌아오지만, 눈을 떠 보니 '키리사키 이즈미'라는 여학생 몸에 들어와 있습니다.
게다가 이즈미라는 여자애는 알고보니 자살미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즈미의 몸을 지배하는 것은 '나'라는 남자죠.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기억상실을 핑계로 이즈미 행세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즈미가 자살한 것은 학교에서 일어났던 '왕따' 때문입니다. 결국 이즈미의 탈을 쓴 나는 다시 왕따의 표적이 되고,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계획을 위해 조신하게 지내려던 나의 계획은 틀어집니다.

이즈미를 괴롭히던 주인공은 같은 반 여학생 '리에'입니다. 나는 리에와 일당을 협박해서 일단 괴롭힘 사건은 끝나는 듯 보이지만, 리에가 '연쇄살인마' 키리사키에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나는 경악하죠. 왜냐하면 키리사키는 '나'거든요.

자세한 사건의 내막을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미스터리 풍이지만 일단 기본 베이스는 '판타지'입니다. 여기에 미스터리 보다는 '서스펜스' 색채를 덧입힌 것인데, 그게 그다지 효과적이고 재밌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군요. 가지치기를 좀 더 세세하게 했더라면 완성도 높은 라노벨 미스터리 - 그것도 단권으로 완결나는 멋진 작품이 탄생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키리사키>는 덜 정리된 미스터리입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데뷔작이 '후지미 미스터리 문고'라는 라이트노벨 미스터리를 표방한 브랜드에서 나왔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라노벨 미스터리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 라노벨 미스터리 1위는 <문학소녀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브랜드로 나온 소설들은 미스터리가 색채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라노벨 요소가 많은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이미지 때문에 현재는 거의 유명무실합니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고식 시리즈> 정도가 미스터리 탈(?)을 쓰고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쿠라바 가즈키 曰 고식 빼고는 라노벨 쓸 예정에는 없다고 하더군요.)그래서 그쪽 계열 출신의 작가인 타시로 히로히코의 <키리사키> 역시 미스터리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논리적이고 질서정연한 내용은 아닙니다. 아니 분명 이야기를 하나로 수렴(?)하는 논리(복선도 앞서 나옵니다만)는 존재 하지만 그 과정 속에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버렸다는 게 흠이죠.뭐 슈노 마사유키의 <검은 부처>라는 황당한(?) 미스터리를 생각해보자면 <키리사키>는 어린애가 그냥 칭얼(?)거리는 수준밖에 안 되겠습니다만...... 아무튼 다양한 미스 디렉션 - 서술 트릭의 기초를 응용한 - 이 등장합니다만, 별로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는 못 합니다. 마지막 한 문장 역시 놀라움 보다는 좀 억지스런 구성입니다. 앞서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 부분과 관련한 주인공의 인식이 누락되어있는 걸 알 수 있죠.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 깨어보니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몸이라는 스토리 - 이야기는 제법 많습니다. 보통 SF나 그냥 판타지 쪽으로 분류할 만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걸 미스터리로 만든 소설 중에서 라이트 노벨 쪽에서는 다카하라 교이치로의 <더블 캐스트>가 그럭저럭 읽을만 했고, 최근에 읽은 이누이 구루미의 <마리오네트 증후군>(상당히 깨는 내용입니다.) 정도가 괜찮았습니다.

아무튼 정말 시간이 남거나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쪽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읽어보세요.

여담) 그러고보니 '살인마'가 주인공이다보니 그런 쪽에서 거부감을 일으킬 독자들도 있겠군요. 결말까지 포함해서요.

여담) 제목 키리사키(찢어발기다)는 중측적 의미를 갖습니다. 주인공이 들어간 여자애의 이름이 '키리사키 이즈미'이며 (물론 동음이의어) 연쇄살인범 '키리사키'는 제목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이 키리사키는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잭 더 리퍼'라는 영국의 연쇄살인범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일본어로는 '키리사키 잭'이라고 합니다. 더 있긴 하지만 그냥 핵심 내용과 관련있다보니 이쯤에서.....

평점 3 / 10

2009년 6월 21일 일요일

경관의 피 (상)(하)- 사사키 조

2007년 신초사
2009년 우리말

사실 사사키 조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제복수사>였습니다. 주재경관(<경관의 피>에서도 끊임없이 나오죠)이 주인공인 단편 미스터리인데, 아는 분이 선물로 줬지만 생각보다 시시해서 도중에 포기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겨우 다 읽었던 작품인데, 그 덕분에 사사키 조 소설은 솔직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 이 사람 소설은 나한테는 질적으로 맞지 않는구나!'라고 확신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경관의 피>를 집어든 이유는 한 소설 때문이었습니다.

친절하게 시간 연대순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는 얼마전 국내에서 소개되었던 '사쿠라바 가즈키'의 <아카쿠치바 전설>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입니다. (뭐 이런 방식 자체가 사쿠라바 가즈키의 독특함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굳이 비슷한 소설을 찾는다는 가정하에서 예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면서 서로 대극인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그 속에는 약간의 미스터리 장치를 했다는 점 정도겠네요. 차이점이라면 <경관의 피>쪽이 <아카구치바 전설>에 비해 미스터리 강도가 약간 더 강하고 캐릭터 조형이 전형적이라고 봐야겠죠. <아카쿠치바 전설>도 연대기 식이지만 캐릭터 조형이나 분위기 때문에 '만화'같은 분위기를 많이 풍기죠.

아무튼, 2008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에 랭크인 한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쳐 경찰이 된 세 명의 남자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90년대 초까지 삼대에 걸친 긴 이야기는 두 권이란 분량과 함께 경찰이란 입장에서 바라 본 일본 현대사가 함께 녹아든 내용입니다.

세이지 - 다미오 - 가즈야 로 이어지는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걸친 이야기는 분량 - 대략 900 페이지 정도임에도 불과하고 대단히 빠른 속도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결혼을 한 세이지가 가정의 안정을 위해서 때마침 있던 대량 경찰 공채 시험에 응시해서 순경이 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상권 도입부부터 화재장소에서 갑작스레 사라진 후에 시체로 발견된 다미오의 최후 모습까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런 방식은 다미오, 가즈야의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다미오는 아버지 세이지의 불명예스런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한을 풀어주기 위해 경찰관이 되지만 실제로는 공안 소속이 되어 스파이 짓이나 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까지 앓습니다. 결국 꿈에 그리던 주재 경관이 되지만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이 휩쌓이죠.

마지막 주인공인 가즈야 역시 '운명'에 이끌리 듯이 경찰이 됩니다. 그리고 맡은 직책도 아버지인 다미오와 비슷하죠. 일종의 내부 고발자가 되는 업무를 맡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의 진상과 아버지에게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역할은 손자인 가즈야의 몫이 됩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만 보자면 실망스럽습니다. 무슨 미스터리 순위 1위했다면서? 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순위는 어디까지나 '광의'의 미스터리 개념으로 매기는 순위입니다. '협의'의 미스터리 순위를 매겨보자면 <경관의 피>는 랭크인은 커녕 명함도 못 내밀겠죠. 사실 비슷한 본격 미스터리 순위에서 1위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여왕국의 성>이었습니다. <경관의 피>는 20위권 내에는 들지도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해 최고의 일본산 미스터리는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와 같은 불길한 것>이었습니다. 최고였습니다. 요즘 제가 주는 점수로 따지면 9/10 짜리죠.)

각설하고 세이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일단 일차적인 미스터리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이쪽은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진범(?)이 누군지 알아차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미오 쪽에서 나오는 사건 역시 좀 뻔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 보다는 그냥 삼대에 걸쳐 경찰이 된 남자 3명 정도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편이 독서하기 더 좋을 겁니다. 단 마지막 가즈야의 활약(?)이 생각보다 유쾌하다면 유쾌했습니다. 피는 이어받았지만 그대로 '반복'하지는 않으니까요.

<제복수사> 때 느꼈던 실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습니다. 뭐 <경관의 피>는 도중에 표지를 덮거나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었으니 재미없는 소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사키 조'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요.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일반 소설로 읽는 편이 더 재밌을 겁니다.

평점 5 / 10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추적자 - 리 차일드

1997년
2008년 우리말

<추적자>는 잭 리처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시리즈 첫 번째입니다. 소설의 도입부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나는 이노식당에서 체포되었다'로 시작하는 서두는 주인공 잭이 살인누명을 쓰고 경찰에게 잡혀서심문을 받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게다가 살해당한 이는 잭의 형으로 판명 납니다. 이렇게 해서 뜨내기였던 잭은 거대한 음모 속에 복수의 칼날을 야금 야금 들이밀게 되는 것이죠.

책은 550 페이지 정도로 상당히 두껍습니다. 요즘 나오는 책은 한 페이지당 활자수가 대단히 적은 편이라 페이지 수만 보자면 550페이지 정도는 약간 두껍다(?) 정도로 인식하기 쉽지만, 이 책의 페이지당 활자는 많습니다. 27줄이 들었더군요. 글자 크기도 요즘 소설에 비하자면 - 특히 일본산 - 깨알(?) 같습니다.

두꺼운 분량에 비해 문장은 호흡이 대단히 짧으며 건조합니다. 딱딱하고 약간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주인공 잭 리처와 맞물려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독서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총 34 장으로 구성된 챕터 각각의 분량은 적은 편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죠.

어쨌든 주인공 조형만 보면 <마이클 해머 시리즈>가 생각나는 구석이 있습니다. 마초에 가운데 다리(?)를 이리지러 놀리고 다니는 마이클 해머의 통쾌한 액션이 일미였던 미스터리 시리즈인데, 해머 시리즈의 단점은 넓은 의미의 추리소설로는 맞지만 좁은 의미로는 미스터리적 쾌감을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었죠. 그러나 리 차일드의 <추적자>는 하드보일드 스타일 액션을 표방하면서도 그 안에서 미스터리적 장치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액션과 두뇌,두 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비교적 잘 맞아들어갑니다.

일단 해머 시리즈를 '싫어하는' 독자들은 이 시리즈에도 거부감을 느낄 분들이 많을 겁니다. 주인공 잭 리처는 적에게는 '무자비'하거든요. 사정없이 목을 자르고 총알을 퍼붓습니다. 그것도 '지능적'으로요. '비폭력주의'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소설 속 잭의 행동은 그저 폭력적으로 밖에 보이질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스타일 주인공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에는 '인과응보'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소설은 멋지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소설이나 붙잡고 자위하고 있기에는 서글픈 면도 있지만요. OTL

현재 우리말로는 시리즈 두 번째 <탈주자>까지 나왔습니다. 시리즈가 대략 12권 정도라는데, 과연 다 소개될 수 있을런지 회의부터 들긴 합니다만, 꾸준히 나와준다면 좋겠네요.

여담) 원제목은 'Killing Floor'이더군요. 영어에 약해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평점 6 / 10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다질링 살인사건 - 로라 차일즈

2001년
2008년 우리말

<다질링 살인사건>은 <찻집 미스터리 1>이란 부제가 자그마하게 달려있는 미스터리 시리즈 첫번째입니다. 이 시리즈만 대략 7권 정도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한 것은 '일본어 번역본'이었습니다. 내용은 제목대로 '홍차'와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에서는 끊임없이 홍차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중간에 '홍차 강의?'까지 들어갈 정도죠. 원래 홍차를 좋아하던 입장이라 - 주로 밀크티와 레몬티를 선호합니다 - 홍자+미스터리란 말에 그저 눈물을 흘리고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디고'라는 찻집을 운영하는 '시어도시아 브라우닝'이란 여성이 주인공이자 일종의 탐정역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 행사 도중 휴즈 배런 이란 남성이 인디고 찻집에서 제공한 차를 마시고 죽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형사는 인디고 찻집을 조사하는데, 시어도시아는 이에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홍차 이야기에 아마추어 탐정 스토리가 스며든 내용입죠.

아마 이와 비슷한 장르의 소설 중에 국내에 소개된 것 중에 '조앤 플루크'가 쓴 <한나 스웬슨 시리즈>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겠네요. 일상 계열인 듯 하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보다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의 잔잔한 분위기가 잘 살아나는 - 특히 먹거리와 연관이 많죠. - 이런 계열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코지 미스터리의 단점이라면 미스터리적 쾌감을 얻기가 좀 어렵다는 것이겠죠. <다질링 살인사건>도 미스터리 완성도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탐정이 아마추어이고 사건 자체도 '오리무중'같은 기괴한 사건이 아니다보니 이쪽에서 만족을 얻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법이죠.

살인사건은 분명 등장하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미스터리입니다. 주말 오후에 우아하게 밀크티와 쿠키 몇 조각 옆에 두고 느긋하게 독서를 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단 미스터리 마니아 보다는 미스터리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 알맞겠죠.

여담) 우리말 1권 표지가 일본판 문고 1권 표지와 같더군요. 저작권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중간에 번역도 그렇고 영어 원서가 아니라 일본판 갖다가 중역한 느낌이 들던데 확실한 건 모르겠군요. 아무튼 번역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참고로 일본판 번역도 그다지 매끄러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원문 자체가 별로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여담2)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얼 그레이, 재스민 티, 블러드 오렌지 티, 그린 티..앞으로 나올 후속작에 쓰일 제목입니다. 우리말로도 전부 나온다면요. 다 나올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걱정이 드네요.

여담2) 원래 얼 그레이를 즐겨 먹었었는데, 시중에서 파는 티백에는 대부분 '페르가모트 향'을 '합성착향료'로 쓰던데, 원래는 페르가모트 오일로 향을 내는거더군요. 제대로 먹으려면 역시 비싼 놈들을 골라야 하는 거였습니다.

평점 5 / 10

2009년 6월 16일 화요일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 제프 린제이

2004년
2006년 우리말

<음흉....덱스터>는 제프 린제이의 데뷔작입니다. 아마 국내에는 원작 소설보다는 TV 드라마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일부 미국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나 말이죠. 이 작품이 유명해진 이유는 아무래도 주인공 캐릭터가 큰 요인 중 하나일 겁니다. 주인공 '덱스터 모건'은 사이코 패스입니다. 지금은 우리도 '사이코 패스'라는 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겁니다. 덱스터도 마찬가집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살인 충동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이죠. 어릴적 트라우마로 인해 생겨난 그런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던 덱스터는 양아버지 해리의 조언(?)을 좇아 '죽어 마땅한' 살인범을 찾아서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주인공 덱스터의 직업은 일개 샐러리맨이 아니라 혈흔 분석가라는 설정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레 경찰 업무에 개입할 수 있는 덱스터. 그 앞에 마이애미에서 벌어지는 연쇄엽기토막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그냥 연쇄살인사건인 듯 보이지만, 사건 하나 하나는 덱스터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거디가 덱스터는 정체성 혼란도 겪습니다. 혹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연쇄토막살인을 벌인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시점은 덱스터의 1인칭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레 덱스터의 시선으로 덱스터의 입장에 서서 사건에 개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덱스터의 설정이죠. 독자의 대부분은 '사이코 패스'가 아니기 때문에 덱스터의 고민에 공감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소설은 그런 문제를 '유머'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덱스터의 독백과 행동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꽤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흉....덱스터>는 잔혹한 토막난 시체들이 나뒹구는 내용이 계속 등장하는데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장르는 미스터리는 미스터린데, 스릴러로 봐야 더 정확합니다. 또한 반전을 곁들인 스릴러라기보다는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종의 도서추리 형식으로 접근해서 봐야 즐거운 독서가 될 겁니다. 그래서 뒤집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덱스터>는 그리 만족스런 독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독특한 설정과 유머를 즐기고픈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짧은 호흡의 문장과 빠른 사건 전개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거든요. 페이지도 대략 350 정도로 그리 딱 적당합니다.

토막난 시체는 등장하지만 피(?)는 나오지 않는 - 나오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 소설입니다.

평점 6 / 10

2009년 6월 15일 월요일

어제의 세계 - 온다 리쿠



2008년 고단샤
우리말 출간중

<어제의 세계>는 현재 일본에서 출간된 것 온다 리쿠 신간 중에, 가장 빠르게 국내에 소개된 작품입니다. <브라더 문, 시스터 선>이나 현재 최신작인 <방문자>가 얼마나 빨리 우리말로 나오느냐에 따라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설 내용의 기본 베이스는 '미스터리'를 깔고 있습니다. M마을이란 곳에 찾아온 이치가와 고로라는 남성이 사체로 별견됩니다. 그런데 이치가와 고로는 약 1년 전에 실종된 채로 있었죠. 그리고 '당신'이란 방문자(2인칭)가 M마을에 찾아와 그의 행적을 추적합니다. 동시에 M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시점으로 '이치가와 고로'를 회상하는 방식을 병행합니다.

온다 리쿠는 독자를 어떻게 하면 흥미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는 작가입니다.실종된 남자가 사체로 발견된 미스터리. 당신이란 지칭의 2인칭을 이용해 독자를 교묘하게 끌어들이는 수법. 더불어 3인칭 시점을 병행해서 미스터리를 더욱 부각시키는 기법 등, <어제의 세계>는 독자를 강하게 끄는 매력으로 뭉친 소설로 작가가 참 좋아하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과거의 살인
-같은 사물을 다른 시점으로 바라 보기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온다 리쿠의 여타 소설에서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작가 자신의 세계관 내에서 확대재생이나 축소재생산을 거치고 있는 소재들입니다. 국내에도 소개된 <흑과 다의 환상> <굽이치는 강가에서> 등은 이런 캐릭터들의 다면 시점을 적절히 이용한 수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세계>는 여기에 독자라는 대상을 2인칭 묘사를 통해 추가합니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이 수법자체도 참신한 것은 아니고 , 에서 이미 써먹은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의 특징은 위 2가지 뿐만 아니라 하나가 더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즈노 리세의 1인칭으로 진행되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상당히 특이한 작품입니다.)

-결말에서 말아먹기

좋은 표현으로 하자면 '열린 결말' 나쁜 말로 하자면 '용두사미'겠죠. 초중반은 독자의 흥미를 엄청나게 자극하고 재밌는 요소로 가득하다가 막판에 가서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것 역시 온다 리쿠 특징 중 하나인데요, 이 대표작으로 <금지된 낙원>과 <겁진동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세계>는 결말은 일단 나와있습니다. 문제는 그 결말이 '허망'하다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어제의 세계>는 저한테는 <허무의 세계>가 되버렸습니다.

아마 이 소설을 '미스터리'로만 접근한 독자라면 1,2점 줄까 말까 할 것이고, 그냥 '이야기'로 접근했다면 5,6점 정도는 줄만 할 겁니다. 안타깝게 저는 미스터리 쪽으로 주로 접근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그래도 초중반 낚시질은 즐거웠으니 +1 점 정도는 해주고 싶습니다. 참고로 온다 리쿠 스스로 자기 집대성이라고 했다는데, 딱 그말이 맞습니다. 안좋은 의미의 요소까지 포함한 집대성이기에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소설입니다.

여담) 미즈노 리세 최신작인 <장미 속의 뱀>의 완성도 여하에 따라 온다 리쿠 졸업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OTL

평점 3 / 10

2009년 6월 12일 금요일

다이어트는 살인 암호!? - 미야와키 아키코



1993년 슈에이샤
2006년 문고판

졸업을 앞둔 여고생 '다이후쿠 마미코'는 곧 스미레 은행에 취직예정입니다. 하지만 스미레 은행이 다른 은행과 합병하고, 마미코가 일하게 될 지점에 새로 부임한 지점장이 마미코를 보더니 '뚱땡이 같은 여자가 창구를 담당하다니 말도 안돼!!'라면서 노발대발 합니다. 마미코는 그런 지점장을 어퍼컷으로 날려버리고 내정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마미코의 시원한 모습을 보고 유쾌하다고 웃던 '야마지 도쿠타로' 라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부동산 재벌입니다. 그리고 얼마후 야마지가 죽으면서 유언이 공개되는데,

'내 사후 6개월 안에 마미코가 체중을 50키로그램 이하로 줄인다면 전재산을 물려준다'

라는 쇼킹한 내용이었습니다.
야마지의 고문변호사인 '미아게'는 그런 유언을 마미코에 들려주고, 마미코는 '다이어트'하기로 결심합니다. (미아게라는 변호사는 미남입니다. 당연?)

하지만.......

마미코 주변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돕니다. 마미코가 다이어트 하는 걸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추거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죠. 여기에 '공원 건립'에 집착하는 이상한 청년 공무원에, 야마지는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하는 형사에, 야마지의 죽은 딸의 숨겨진 자식이라고 말하는 청년에, 마미코 주변은 이상한 일 투성입니다.

자, 과연 마미코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수백억의 유산을 물려받고 미남과의 로맨스도 이룰 수 있을까요?

다이어트에 열심인 복(?)스럽게 생긴 소녀가 미남 변호사를 보고 뿅가서 헤롱헤롱하기도 하는 뭐 그런 귀여운 미스터리입니다. 세부장르로 들어가자면 '서스펜스'로 분류하는 편이 좋겠죠. 딱 한권으로 끝나는 내용이라, 분량도 적당하고 양념같은 미스터리 요소까지 있으니 부담없이 읽기 좋더군요. 그러고보니 1시간 30분짜리 특집 드라마 정도로 만들면 정말 '딱'인 내용입니다.

미스터리적 구성도 나쁜 편은 아닙니다. 기본 얼개는 대단히 간단합니다만, 복선의 활용이 적절하고 미스 디렉션도 중반까지는 제법 잘 펼쳐놓고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만 놓고 읽어도 뒷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단지, 마지막 진범을 밝히는 방법이 너무 안일하다는 점이 흠입니다.

여담) 다이어트의 기본은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 그리고 칼로리 조절입니다. 이것만 해도 살은 빠집니다. 물론 적절한 운동은 당연히 좋죠. ^^

평점 5 / 10

물총새 숲에서 - 아시하라 스나오



2007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제목은 뭔가 문학적(?) 내음을 풍기는데, 실제 내용은 정통 미스터리에 가까운 '연쇄 살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구와야마 미라'는 여고생입니다. 딴 여자와 눈이 맞아 아내와 딸을 버리고 도망간 남편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린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엄마가 원하는 사립여고에 진학한 구와야마 미라. 길었던 머리도 숏컷으로 자르고 육상부에 들어가서 장거리 달리기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미라는 학교 운동장에서, 근처에 인접한 다른 여고에 다니는 '미야마 사기리'라는 소녀와 만나면서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사기리는 미야마 재벌의 총수의 외동딸로 한마디로 양가집 아가씨 같은 캐릭터입니다. 말투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죠. 그러나 이런 사기리의 행동을 싫어하는 불량그룹이 그녀를 체육관 뒷공터로 불러서 괴롭히려고 하지만, 사기리는 '뜻밖의' 행동으로 불량그룹을 전원 두들겨 패버립니다. 알고보니 사기리는 이중인격자였던 겁니다. 원래 사기리는 쌍둥이였는데, 태어나면서 오빠인 메구루는 죽었고, 어머니는 과다출혈로 사망합니다. 그걸 그녀는 전부 자기 탓으로 돌렸고, 그후로 메구루가 사기리에게 빙의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하죠.

사기리의 뜻밖의 면모를 본 미라는 놀라지만 그녀가 걱정되서 집까지 바래다 주게 되고, 자연스레 미야마 집안 사람과 면식을 틉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여름방학. 사기리의 초대로 미야마 집안 별장에 미라도 놀러가는데, 거기서 괴이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340페이지 정도의 적당한 분량인데, 실제 사건은 230페이지 부터 시작입니다. 분위기에 비해 실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가 꽤 재밌습니다. 미스터리지만 유머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읽는 맛이 있어서 실제 사건이 늦게 등장해도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늦게 일어나는 만큼, 주인공 미라의 말대로 '제트 코스터' 같은 빠른 진행을 보여줘서 후반부는 쾌속질주합니다. 그리고 별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러온 형사 중에 아빠의 동창생이 있어서 미라는 자연스레 사건에 개입합니다.

원래 구와야마 미라, 이 캐릭터는 아시하라 스나오가 기존에 발표한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미스터리 야!' 브랜드로 소설을 집필하면서 당시 캐릭터의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나온 것이 본서 <물총새 숲에서>라네요.

미스터리 얘기를 하자면, 기본 베이스는 '애드거 앨런 포'를 모티브로 하고 있고, 내용은 별장을 배경으로 한 클로즈드 서클입니다. 주인공 미라도 포를 좋아하고, 시가리의 엄마 '니노코'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대학교 교수이면서 미국문학을 가르치는데 '애드거 앨런 포' 전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둘이 만나서 포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무척 재밌게 그려지죠. 그리고 별장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하와 같습니다.

세탁기 안에 머리부터 쳐박혀 죽은 시체
의치 하나 하나를 다 뽑힌채 목졸려 죽은 시체
목마에 탄채 불 타 죽은 시체
빨간 풍선이 달린 리본에 목이 졸려 죽은 시체
etc....

'미스터리 야!'가 아동용 - 초등학생 6학년 이상 - 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인데, 상당히 기분나쁜(?) 상황의 살인사건이 등장하더군요. (저한테는 딱이었지만요.) 이 밖에도 사건이 더 있지만, 여기서는 이정도까지만 말하렵니다. 아무튼 약간은 엽기적인 분위기까지 풍깁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천천히 벌어지는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납니다. 경찰이 개입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건은 '계획'대로 벌어지죠. 그 속에서는 사건+1을 위해 등장한 캐릭터와, 추리소설 작가라고 나대면서 '황당한' 프로파일링을 만드는 캐릭터까지, 사건 자체만 보면 섬뜩하지만 실제로는 웃깁니다. 어쨌든 기본적인 사건의 얼개는 전부 밝혀집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남는 의문점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남는 의문점은 독자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솔직히 복선의 배분과 논리적 해답의 카타르시스라는 면만 보자면 그리 뛰어난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지만, 차라리 초반부 진행과 마지막 사건 진행속도를 잘 믹싱 했더라면 어땠을까? 합니다. 그냥 적당한 완성도의 미스터리에 은근히 웃긴 유머스런 면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미스터리 야!'로 나온 미스터리 중에 <카카오 80%>와 함께 가장 마음에 든 소설입니다.

여담) 제목의 '물총새'는 주인공 구와야마 미라가 좋아하는 새입니다. 어릴적 아빠가 사다준 새도감을 보고 그 안에서 물총새를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어린 소녀. 하지만 아빠는 소녀에게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죠.

평점 6 / 10

2009년 6월 10일 수요일

선생님과 나 - 사카키 츠카사



2007년 후타바샤

<선생님과 나>는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는 사카키 츠카사가 2007년도에 발표한 단편집입니다. 총 5 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작중 화자이자 와트슨 역인 '이토 후타바' 18살 대학 신입생과, 후타바를 과외교사로 직접 스카웃한 미소년 중학생이자 홈즈 역인 '세가와 하야토' 이렇게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이토 후타바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한 소심한 성격의 청년입니다. 미스터리는 어린이용으로 어레인지된 홈즈 정도밖에 읽은 적이 없을 정도로 미스터리를 극단적으로 기피합니다. 이유는 추리소설은 대개 '무서운' 살인사건을 다루기 때문이죠. 그에 반해 세가와 하야토는 나이는 어리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미스터리를 무척 좋아하는(마니아) 소년이죠. 게다가 얼굴까지 반반해서 연기도 잘 합니다. 쟈니스(미소년 아이돌) 계열에 속할 정도로 이쁜 얼굴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면모도 보여줍니다.

표제작이자 1화인 '선생님과 나'는 후타바와 하야토의 만남, 그리고 둘이서 서점에 갔다가 조우한 작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2화는 노래방 실종사건, 3화는 시민 수영장에서 벌어진 'xx'사건으로 일종의 암호물로 볼 수도 있습니다. 4화는 사기에 얽힌 내용이고, 마무리 5화는 애완동물과 도난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편 마지막에는 하야토가 후타바에게 추리소설을 한 권씩 추천합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나>는 작중의 후타바 처럼 추리소설을 거의 읽은 적이 없는 초보자에게 딱 알맞은 내용입니다. 다루고 있는 내용도 간단하고, 캐릭터 조형도 읽기 편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캐릭터는 뭐 전형적인 사카키 츠카사 스타일이긴 하지만요. 검은 고양이 같은 하야토 군이 참 귀엽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각 단편 분량도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죠. 그러나 마니아 입장에서 보자면 미스터리 완성도는 낮습니다. 작중 하야토의 말대로 현실 속의 미스터리는 '로망'이 없죠. (간혹 소설을 능가하는 현실 속의 미스터리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얼마전에 읽은 <호텔 주시>보다는 이쪽이 미스터리에 더 가깝습니다. 가볍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참고로 제목인 <선생님과 나>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적절하게 나타냅니다. 과외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보자면 제목의 나는 하야토가 되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권해주는 세가와 군이 미스터리 선생님이고 나는 후타바가 되죠.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 타이틀입니다.

그러고보니 <워킹 홀리데이>만 읽으면 사카키 츠카사가 현재까지 발표한 책은 전부 읽게 되는군요. 딱히 무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를 찾다가 알게 된 경우인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국내에는 <끊어지지 않는 실> 달랑 한 권만 소개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데뷔작인 <은둔형 외톨이 탐정 시리즈> 3권이 먼저 소개되길 바랐습니다만......

평점 5 / 10

2009년 6월 9일 화요일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 1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패미통 문고

웹상에 연재됐던 단편과 새롭게 쓴 단편을 한 데 묶은 <문학소녀 시리즈> 첫 단편집입니다. 총 10개 단편이 들어갔는데, '노동자, 소녀, 인어, 특별편' 4편은 새롭게 쓴 단편이고 나머지는 연재분의 재수록입니다. 주로 코노하와 토오코 선배 위주의 에피소드가 7편이고, 미우,류우토,마키 관련 내용이 3편이 들어있습니다.미수록분은 삽화집 2권에 수록된다고 하니 최소한 두 번째 단편집도 출간예정이네요.이하 간략한 내용소개입니다.

1.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우마왕(미노타우로스)

유도부 주장 '우시조노'가 아마노 토오코를 짝사랑하는 에피소드입니다. 토오코에게 접근하기 위해 이노우에의 조언을 듣는 우시조노. 하지만 우시조노의 사랑은 멋지게 격추당한다는 내용이죠.

2. '문학소녀'와 오늘의 간식 ~사라시나 일기

삽화집 첫머리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된 '나'가 토오코 선배를 떠올리는 내용의 프롤로그가 장식하고 있는데, 딱 거기에 맞는 내용입니다. 나는 이런 토오코 선배를 보았다 라며 시작하는 간식 시리즈는 총 4 편이 수록됐습니다.

3. '문학소녀'와 혁명하는 노동자(프롤레타리아)
보트부 부원들이 과격한 코치의 지도에 맞서 들고 일어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이노우에가 말려들지만 결국 토오코 선배의 도움으로 보트부 부원들은 '정신' 차리고 일치단결해서 악덕 코치를 몰아냅니다.

4. '문학소녀'와 오늘의 간식 ~ 만엽집
간식 시리즈 2번째. 여기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토오코 선배가 코노하 군에게 '의리 초코'를 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의리 초코야'라고 말하는 토오코 선배의 심정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되겠습니다.

5. '문학소녀'와 병약한 소녀
첫사랑을 의식하기 시작한 소녀의 심정을 그린 외전입니다. 토오코와 같은 반 학우인 이마이 카호라는 여학생 시점에서 쓰여졌는데, 친구같았던 소년이 점점 남자로 인식되면서 사랑에 눈떠가고 마지막에는 '결심'하기까지 과정이 그려지죠. 여기에 토오코 선배가 카호가 결심을 하는데, 문학작품을 거론해서 도움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스탠다드입니다.

6. '문학소녀'와 오늘의 간식 ~ 염소와 임금님
간식 시리즈 3번째. 본편에서 코노하의 회상장면에서 등장했던 나무에 '리본' 묶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7. 과묵한 왕자(프린스)와 걸음이 서투른 인어(머메이드)
문학소녀 본편에서 묘사가 좀 부족하다 싶었던 아쿠타가와 군과 미우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단편집의 '베스트'는 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짤막한 내용이지만, 가즈시와 미우의 관계를 적절하게 보여준 단편입니다. 배경은 본편이 끝난지 1년도 넘은 아쿠타가와가 3학년이 되어 수험준비중이고 미우는 퇴원해서 자취를 하면서 아동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츤데레 미우의 시점-1이칭-으로 묘사되고 있고, 내용은 딱 제목대로입니다.

8. '문학소녀'와 문 안쪽의 공주(레이디)
히메쿠라 마키 에피소드입니다. 마키 시점에서 고교 1학년 시절의 토오코 선배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키와 토오코의 첫 만남을 포함해서 사라진 책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토오코 선배는 역시 귀엽네요.

9. '문학소녀'와 바람둥이 예언자
사쿠라이 류우토 에피소드입니다. 본편 3권의 뒷 이야기 형식으로 류우토카 토오코 선배와 코노하 군을 이어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걸고 마키와 내기를 합니다. 하지만 멋지게 내기에 져버린다는 내용이죠.

10. '문학소녀'와 오늘의 간식 특별편~ 스노 구스
본편 후일담입니다. 어흑.......잊지 않았습니다!!

평점 6 / 10

사슴 남자 - 마키베 마나부

2007년 겐토샤
2009년 우리말

마키베 마나부는 <가모가와 호르모>라는 작품으로 '제 4회 보일드 에그즈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작가입니다. 같은 상 수상작으로 히나타 마사키치의 <본격추리위원회>라는 소설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에그 보일즈 상은 '팔릴 만한' 소설에 상을 수여합니다. (딱히 미스터리 터치의 소설에 상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장르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물에 속하겠네요. 대학원에서 실험을 하던 주인공이 간사이 지방, 정확히는 '나라'에 가서 임시교사를 맡아서 일하는 와중에 점점 사슴 얼굴이 되어갑니다. 사슴의 심부름꾼이 되버린 주인공은 처음에는 자신의 '망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신의 사자가 되어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일본 고대사의 단골이라면 단골인 '야마타이 국'과 '히미코' 소재가 기본 베이스로 깔리고, 맛깔스런 진행을 내기 위해서 '여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나라, 교토, 오사카 세 솟에 위치한 자매 여학교 간의 운동회가 그것인데요, 검도 시합 내용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죠. 세부적으로 장르를 규정하자면 역사 학원 판타지 정도가 되겠네요. 여기에 여우와 쥐의 심부름꾼 정체와 눈의 행방을 둘러싼 가벼운 미스터리적 접근법도 생각해봄직 합니다. 미스터리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렴풋이 그런 향내가 나기도 하니까요.

여기에 '홋타 이토'라는 귀여운 헤로인(여고생)이 등장해서 소설은 더 재밌어집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에게 훼방을 놓는 소악마 같은 캐릭터가 점점 주인공을 도와주는 과정이 재밌게 그려지죠. 이렇게 <사슴 남자>는 데뷔작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재밌는 상상력과 소설적 재미를 잃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단, 기본 구성은 데뷔작이나 이번 작이나 큰 차이는 없다는 점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읽고 나서 뭔가 남는 것 보다는 그냥 즐겁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소설이죠. 책 두께만큼 묵직한 내용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즐거운' 독서를 원하는 분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여담) 어딜 가나 쥐가 문제군요. 쥐가 문제에요.
평점 6 / 10

2009년 6월 8일 월요일

걸레를 든 천사 - 곤도 후미에



2003년 지츠교노니혼샤 노블즈
2006년 문예춘추 문고


<걸레를 든 천사>는 7층 오피스 건물을 혼자서 청소를 하는 기리코를 탐정역으로 한 일상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잠시 제목 얘기부터. 원제는 <천사는 몹을 들고>입니다. 몹이라고 해도 되지만 그대로 사용하면 국내에서는 MMO에서 주로 사용하는 '몬스터=몹'이라는 말 때문에 말을 바꾸어야 했는데, 몹을 그대로 번역하면 자루걸레, 대걸레가 되는데, 처음에는 빗자루라고 할까, 그냥 '청소'라고 할까 하다가 일단은 '걸레'로 칭했습니다. 걸레라고 해놓고 보니 이 또한 뉘앙스가 좀......

어쨌든 총 8 개의 짤막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가지모토 다이스케라는 남성 1인칭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신입사원인 다이스케가 여자들이 대부분인 오퍼레이터 룸에 배속되고, 회사 오피스를 청소하는, '시부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을 한' 기리코라는 청소女를 만나면서 8개 단편의 막이 오르죠.

직장내 알력과 인간관계를 희미하게 다룬 '오퍼레이터 룸의 괴사건'
미신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이 등장하는 '피클리스는 보고 있다'
다단계 판매와 스트레스 해소에 얽힌 '마음을 둘 장소'
여직원들의 다이어트 분투기에 얽힌 '다이어트 광상곡'
직장내 성희롱을 소재로한 '락커룸의 병아리'
직장내 상사와 여직원의 불륜과 보일 듯 말 듯한 악의를 그린 '핑크 판다'
호감과 착각을 다룬 '신데렐라'
그리고 마지막 '사상최악의 히어로'는 뜬금없는'서술트릭' 등장으로 독자들을 당혹케한 마무리였습니다.

실제로는 주인공 다이스케와 기리코가 사건에 관계하게 되고, 기리코의 지혜로 사건이 해결나는 구성입니다. 일종의 탐정역인 기리코의 풀네임은 2번째 단편에서 딱 한 번 나옵니다. 미네가와 기리코. 그 외에는 전부 그냥 기리코로만 등장하죠. 또한 정확한 나이도 나오지 않습니다. 18,19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여성, 아니 소녀같은 이미지라고만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장르는 일상 미스터리입니다. 사람이 죽는 사건을 다룬 단편이 딱 1편 있고, 나머지는 그냥 직장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사소한 내용이 산뜻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묘하게 뒤가 캥기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가령 '핑크 판다'와 '신데렐라' '락커룸의 병아리' 이 세 단편이 대표적입니다. 딸에게 선물로 해줄 특수주문제작한 분홍색 판다 인형이 토막나는 사건과 그 뒤에 숨은 희미한 집착, 그리고 좋아하는 상대방을 내 잣대에 맞춰서 재단을 하려는 착각,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면서 역으로 그걸 이용하는 여직원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죠. 그 외에는 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당연 미스터리적 쾌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좋겠죠. 굳이 그런 마무리를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은 앞서 수록된 7개 단편을 읽은 독자를 '속이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 구성을 취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오랜만에(?) 청소나 해볼까 했지만, 현실은 역시 시궁창입니다. 방 하나 청소하는데도 세월아 네월아인 저한테는 말이죠. 그러고보니 작가 곤도 후미에가 작가생활 초기에는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청소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소설 속 기리코라는 소녀는 그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인 듯 합니다.

여담) 이 시리즈는 이후 2편 <걸레의 요정은 한밤에 나타난다>, 3편 <걸레의 마녀는 주문을 알고 있다>까지 출간됐습니다.

평점 5 / 10

2009년 6월 5일 금요일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2005년
2009년 우리말

<천사의 나이프>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야마다 가쿠의 데뷔작입니다.
다섯 살 배기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하야마 다카시. 4년전 아내가 중학생 소년 3인조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소년원에서 몇 년 살다가 사회복귀를 합니다. 사건 당시 매스컴 인터뷰 상에서는 ‘국가가 범인의 죄를 묻지 않는다면 자기가 범인을 죽이고 싶다’는 발언도 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그리 녹녹지 않죠. 시간이 흘러 4년 후. 당시 소년B로 알려진 범인 그룹 중 한 명인 사와무라 가즈야가, 하야마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근처 공원에서 살해당한채 발견됩니다. 하야마는 단숨에 용의자 취급을 받습니다만, 당시 범인 3인조가 차례 차례 습격을 받으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집니다. 그러나.....

일단 기본적인 소재는 ‘사회 문제’ 그 중에서도 ‘미성년 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자 저지른 범죄를 심판하는 잣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아니 대부분의 나라에서 옹호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중에도 두 갈래로 나뉘거나 중도파인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소설의 주인공 하야마는 미성년 범죄로 아내를 잃은 피해자입니다. 피해자지만 소년법에 의해 가해자에 관한 정보 열람조차 할 수 없죠. 이런 면모는 같은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계단>은 사형제도의 모순을 소재로 삼았으면서 미스터리 트릭을 적절히 활용한 소설이었습니다. <천사의 나이프>는 미성년자 범죄를 소재로 삼으면서 미스터리적 엔터테인먼트를 잃지 않은 수작입니다.

사건의 기본은 하드 보일드와 유사합니다. 아내를 살해한 범인 그룹 3명 중 한 명이 살해당하고, 주인공 하야마가 소년의 궤적을 추적합니다. 소년들은 과연 자신이 저지를 죄를 뉘우쳤는지, 어째서 지금에와서 살해당했는지 하야마는 조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베일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소한 반전까지 곁들여서 알찬 구성을 보여주죠. 독자에 따라서는 사건의 큰 그림을 중반에 알아챌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암시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인데요, 그런 암시와 큰 그림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사건의 진상 그리고 반전이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100% 다 맞춰버려서 좀 싱거운 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소설의 재미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트릭과 반전에 치중한 미스터리였다면 김이 샜을 법하지만, <천사의 나이프>는 사회파 미스터리 카테고리에도 속하는 소설입죠.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보고 미스터리적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분이라면 <천사의 나이프>를 권하고 싶습니다. <모방범>처럼 쓸데없을 정도로 집요한 피해자와 가해자 묘사에 진저리를 친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350페이지 정도의 적절한 분량으로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부 말하는 소설이 <천사의 나이프>이기 때문이죠. 물론 <모방범>에 비하면 미스터리적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여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아마 ‘쇼코’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점 7 / 10

2009년 6월 4일 목요일

시작은 푸른 달 - 신조 세츠미


1990년 고단샤 푸른새문고
2004년 창원추리문고

블루네아 왕국의 국보 '칼리만타인의 푸른 달'이라는 블루 다이아몬드를 도난당한 왕자의 의뢰로 25년이나 쉬고 있던 가업(....)을 재개한 할머니. 할머니는 25년전까지 '붉은박쥐'라는 예명(....)으로 의적활동을 하던 분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자 할머니의 손녀 '아토 아이리'는 현재 고교 2년생으로 25년만의 가업 재개로 붉은박쥐 2세 - 유치한 예명이라 '스칼렛 파라솔'이란 이름으로 바꾼 다음, 할머니를 대신해서 블루 다이아몬드를 훔쳐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리 앞에는 할머니의 숙적인 명탐정 다케치 다이고로의 손자 다케치 롯페이가 등장해서 아이리의 가업을 방해하죠. 자 과연 첫 가업(?)을 성공할지 실패할지, 두근두근 미소녀 괴도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시작은 푸른 달>은 '스칼렛 파라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원래는 할머니의 조수로 참가하려다가 할머니가 조깅 중에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서 가업을 이어야 하는 아이리. 원래는 탐정인 할아버지의 조수로 참가해서 괴도를 잡아야하지만 할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서 괴도를 사로잡아야 하는 롯페이. 두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와 뤼팽으로 대변되는 명탐정+괴도라는 전형적인 조합의 소설입니다. 여기에 '푸른새 문고'라는 아동대상용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읽기 편한 내용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재밌을 법 하지만, 실제 소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설은 창원추리문고판 기준으로 240페이지 정도인데, 실제 아이리가 저택에 잠입해서 블루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내용은 160페이지 정도에 등장합니다. 그전까지는 전부 아이리와 롯페이가 어떻게 할머니 할아버지에에 이끌려서 일을 맡게 되는지에 관한 설명입니다. 도입이 너무 길어요. 그래서 실제로 사건이 벌어지는 부분은 너무 짧아졌고 두근거리는 요소가 대폭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절정 부분 역시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괴도 VS 탐정이란 공식을 활용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전개가 아니라 너무나 평면적인 내용을 보여줍니다.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숨겨진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괴도가 도둑질 하러 갔다가 탐정과 눈이 맞았어~~ 하면서 끝입니다. 말이 시리즈 첫 번째 내용이지 사실은 그저 괴도와 탐정이란 캐릭터 소개에 불과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시리즈 두 번째 <성야(노엘)은 검은 드레스>는 본서보다는 내용이 충실하다고는 하는데, 이래서는 다음 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 이 소설이 창원추리문고로 나왔는지 그게 최대의 '미스터리' 입니다.

여담) 신조 세츠미의 대표작은 '스칼렛 파라솔 시리즈'가 아니라 데뷔작인 <여름방학에만 탐정단 시리즈>와 <명탐정 치비 시리즈>라고 하네요. 하야미네 가오루와 함께 아동 미스터리 작가이면서 어른 아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평점 2 / 10

2009년 6월 3일 수요일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 다카노 가즈아키

2007년
2009년 우리말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총 5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서로 연결점을 공유하는 연작 단편들입니다. 공유 포인트는 '야마하 케이시'라는 한 청년인데, 그는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표제작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 케이시는 미오라는 여성을 보고 제목 그대로 예지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미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둘이서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 다닙니다. 표제작과 대극에 위치한 것이 '3시간 후 너는 죽는다'인데 마무리 단편입니다. 여기서는 케이시가 3시간 후에 죽는다는 예지가 등장합니다. 미오는 케이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하게 되죠. 이 두 단편이 그나마 미스터리성이 가장 농후한(다른 단편에 비해서) 내용입니다.

처음부터 독자를 확 잡아끄는 매력 있는 소설입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첫 단편은 재밌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전부 야마하 케이시가 등장해서 미래를 예지하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내용의 간략한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처음과 마지막 단편 사이에 들어간 3개 단편은 일종의 외전격입니다. 공통으로 야마하 케이시가 조연으로 나오고는 있지만 미스터리로 보기는 좀 애매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습성(?)을 떠올리면 이런 구성이 오히려 작가가 노린 것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지향하면서 항상 그 안에 일정한 주제의식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사형제도의 모순을 대변하는 '사회파' 메시지가 담긴 미스터리였던 <13계단>을 시작으로 <그레이브 디거>는 장기이식을 소재로한 속도감 있는 스릴러였고, <유령인명구조대>는 자살을 소재로한 판타지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습니다. 이어서 국내에 4번째로 소개된 <6기간 후 너는 죽는다>는 '운명과 미래'를 소재로한 소설입니다.

미래와 예지를 소재로하면서 독자들에게도 의문을 던집니다. 과연 정해진 운명이란 존재할까? 그런 운명에서 벗어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을까?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소설은 '낙관적'인 하나의 결말을 제시합니다. 이런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서 첫머리와 말머리를 야마하 케이시와 하라다 미오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그 사이에 주제를 돋보이기 하기 위한 장식격인 3편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아우르는 마무리가 에필로그 '미래의 일기장'이 되는 것이죠.

인간은 착각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내일은 분명 좋은 일이 있을거야'라고
긍정적 착각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여담) <13계단>만 읽은 독자라면 <6시간 후.....>에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여담2) 다카노 가즈아키는 점점 미스터리에서 벗어나서 일반문학을 지향하는 듯 합니다.

평점 5 / 10

2009년 6월 2일 화요일

텐더니스 - 로버트 코마이어

1997년
2008년 우리말

텐더니스 = Tenderness
부드러움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단어가 어째서 타이틀을 장식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 에릭 풀레는 부드러움에 대한 집착으로 연쇄 살인까지 저지른 10대 살인마입니다. 어릴적에 고양이 털을 만지면서 느낀 부드러움 때문에 고양이를 죽입니다. 이윽고 고양이 살해는 소녀 살해로 발전합니다. 자신이 죽인 소녀의 시체를 만지면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심취한 에릭은 15살 나이에 어머니와 양부를 죽이고 소년원에 수감됩니다. 물론 에릭은 담뱃불로 자기 팔뚝을 스스로 지지고, 팔을 부러뜨리는 등, 아동학대 증거를 '스스로' 남긴 후에 경찰에 잡힙니다. 그리고 매스컴 앞에서 슬픈 눈과 아동학대 증거를 보이는 것만으로 이 '사회'는 에릭을 피해자로 여기죠. 심지어 10대 소녀는 에릭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3년후. 청소년법으로 인해 18살이 되는 해 에릭은 소년원에서 풀려납니다. 하지만 프록터 경위는 에릭이 부모를 살해한 같은 시기에 죽은 소녀 2명 사건의 범인도 에릭이라고 의심하고, 에릭이 풀려난 후에도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릭 앞에 15살 가출소녀 로리 (로렐라이) 크랜스턴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에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과거 에릭은 3명째 소녀를 죽였을 당시, 기찻길에서 만났던 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 소녀가 로리였던 겁니다. 결국 에릭은 로리를 죽여서 입막음을 해야하지만 이 역시 에릭의 뜻대로 되질 않죠. 그리고.........

일단 주인공은 에릭과 로리 두 명입니다. 소설 진행도 주로 에릭과 로리 두 명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에릭은 3인칭, 로리는 1인칭으로 나오죠. 또한 두 사람 다 '부드러움'에 집착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소년은 그래서 살인마가 되고, 소녀는 그래서 가출을 하게 되죠. 살인마와 가출소녀라는 점을 빼면 전형적인 Boy Meets Girl 계열 스토리에 속합니다. 여기에 노형사(프록터 경위)가 추가됩니다. 살인마와 가출소녀 그리고 형사라는 삼각형 구도가 되는 것이죠. 노형사 시점의 진행도 들어가서 간간히 들어가서 극의 긴장을 유지합니다.

사실 <텐더니스>를 미스터리로만 보면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일종의 스릴러 계열로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손에 땀을 쥐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러면 소년과 소녀의 러브 스토리냐? 라고 한다면 이 또한 적당하지 않습니다. 분명 '사랑'이 나오기는 하지만 로맨스 계열로 넣기도 애매합니다. 뭐 굳이 분류하자면 청춘 미스터리 계열로 넣을 수 있겠네요. 10대 소년, 소녀의 일탈과 방황 그리고 살짝 미스터리 양념을 곁들인 청춘소설 정도로 인식하고 읽는다면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짧은 분량의 소설인데, 읽고 나서 뭔가 묵직한 것이 가슴 한 켠을 지긋이 누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지나친 부드러움은 오히려 고통이 된다'라는 말을 되새겨보니 의미심장하더군요. 또한 책 표지를 보고 나니 '깃털과 핏방울'의 묘한 대비가 그런 느낌을 부추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노벨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여담) 영화 버전도 있다는 군요. 나중에 봐야겠습니다.

평점 7 / 10

2009년 6월 1일 월요일

또 한 명의 나 - 기타가와 아유미



2000년 집영사
2004년 문고판

일단 제목 얘기부터.
총 9 편의 단편이 들어간 단편집인데, 책 타이틀 '또 한 명의 나'라는 단편은 책 안에 없습니다.
그럼 왜 저런 제목이 붙었을까?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텐데요, 미스터리의 고전적 소재 '그것'을 떠올리시면 간단합니다. 단편 속에서 '또 다른 나'는 쌍둥이이기도 하고, 똑닮은 사촌이기도 하고, 몹시 닮은 완전 남이기도 하고, 인터넷 상의 연출된 나이기도 하고..........아무튼 짤막한 9개 단편의 공통 소재가 '또 한 명의 나'이기 때문에 제목을 저렇게 정한 것이죠

-분신(分身)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된 사촌을 대신해 주인공이 병자 행세를 한다. 하지만.......

-전달받은 살의
어느날 갑자기 '네 진짜 부모는 따로 있어. 사실 너와 나는 간난아기 시절에 바꿔치기 당한거야'라는 말을 들은 고교생 주인공. 소년은 상대방의 협박으로 인해 살인을 강요받는데......

-약혼자
자기를 사칭해서 여자에게 돈을 뜯어낸 사기범을 잡으려는 주인공이, 사기당한 여자의 약혼자 행세를 하려고 하는데...........

-달이 빛나는 밤
고교생 주인공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알게된 여성과 로맨스에 빠진다. 하지만 상대 여성이 직접 만나자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차가운 새벽
죽은 쌍둥이 언니를 살리려고 냉동보존 하려는 남편을 의심하는 동생. 하지만.......

-섬광
어릴 적 천재적인 수학실력을 갖고 있던 주인공. 하지만 최근 한 여성이 자꾸 신경 쓰여서 연구에 매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때마침 그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소한 거짓말
첫경험이 언제냐는 말에 잘못 대답했다가 '동성애자'로 몰린 주인공. 오늘도

-사슬
다단계 판매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회사 세미나에서 정신교육을 받던 도중 동료 한 명을 집단구타로 사망케 한다. 그러나 사인은 병사. 하지만 죽은 동료의 약혼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죽은 줄 알았던 동료의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

-스페어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모텔로 간 주인공. 한 번으로 끝낼 작정이었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아파트에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는 여자의 시체가.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자기와 똑닮은 한 남성을 대타로 쓰려고 하지만...........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해봤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꽤 재밌을 단편 내용인 듯 하지만 실제는 '그더 그렇습니다'. 소재는 나쁘지 않지만 - 너무 흔한 소재죠 - 단편마다 쓰인 기본 트릭이 너무 뻔해서 읽고 나서 아무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전에 기타가와 아유미의 장편 미스터리 <투명한 하루>를 읽은 적이 있지만, 소재와 전개는 괜찮지만 트릭과 결말이 평범했던 것과 비슷하더군요. 겨우 장편 1권, 단편집 1권만 읽고서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도 있지만, 작가 스타일이 그렇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너무 무난한 전개를 보여주는 미스터리 단편집이라 별달리 할 말도 없군요. 그나마 9개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것을 꼽으라면 '약혼자' '사소한 거짓말' 정도가 되겠군요. 본 단편집은 어차피 한 편당 40페이지 정도인데, 버스타고 이동하면서 지루함을 살짝 달래는 용도로 족합니다. 그 '이상'을 바라면 안되고요.

여담) 기타가와 아유미는 95년 <내가 죽인 여자>로 데뷔했습니다.

평점 3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