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0일 일요일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2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패미통문고
2010년 우리말(학산문화사)

외전 단편집 모음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정말 외전 같은 외전이다.

오늘의 간식 시리즈는 전부 이노우에가 '오해'를 사는 촌극을 짤막하게 그렸고, 메인인 '시인' 시리즈는 본편에서는 서브캐릭터에 불과한 '모리'와 그녀를 좋아하는 '소리마치'라는 남학생이 주인공이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 내용으로 나나세 보다는 오히려 이쪽 커플 이야기에 힘이 더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나세 이야기가 두 편 들어가 있긴 한데 그냥 부록으로 끼어든 형국. 표지를 장식한 것 까지는 좋은데 그 정도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모리의 이름은 본인은 싫다는 설정인데, 귀여운 이름이다. ㅋㅋ
평점 6 / 10

2011년 1월 25일 화요일

루=가루~기피해야할 늑대 - 교고쿠 나쓰히코

2001년 도쿠마쇼텐
2004년 도쿠나 노벨즈
2009년 고단샤 노벨즈
2010년 애니메이션 (극장용)

이거 정말 교고쿠 나쓰히코 소설 맞나? 싶었는데, 정말 맞다. 표지만 보면 무슨 라이트 노벨 보는 것 같은데 교고쿠 나쓰히코 소설이 맞다. 왜냐하면, 일단 두껍다. 내가 읽은 녀석은 2009년도에 나온 녀석인데 거의 600페이지에 해당하니까 말이다.

먼저 장르부터 얘기해보자. 간단하게 말하자면 SF미스터리(또는 서스펜스 정도)가 되겠다. <교고쿠도 시리즈>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완전관리 사회라는 일상에 아무런 의문을 갖고 있지 않던 '마키노 하즈키'가 비일상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만 해놓으면 별로 흥미가 돋지 않는데 아니나 다를까 '늑대 신화'를 소설에 집어넣었다. (사실 부제에서 늑대라는 단어가 나오긴 한다.) 루갈은 원래 프랑스어라는데 늑대가 씐 사람(인랑)을 뜻한다고 한다. 해서 작중에도 늑대 소녀(?)가 나온다. 게다가 살인사건도 있고, 거기에 맞서는 소녀들과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도 있으니 미스터리가 맞다. 겉모습은 10대 소녀들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는 생과 사라는 무거운 녀석들이 교고쿠 나쓰히코 방식으로 들어가 있다. 후속편도 나올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그대로 이어지는 녀석인지 같은 세계관을 갖는 녀석인지는 모르겠다. 뭐 나온다고 해도 바로 입수해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냥 상상에 맡길 뿐이다.

아, 2010년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허허 이 두꺼운 녀석을 어떻게 잘 뜯어서 요리했나 싶었는데, 꽤 싱겁게 나왔다. 솔직히 원작이 낫다. 진행방식도 원작과는 좀 다른 면도 있는데, 뭐 간단하게 보기에는 애니메이션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애니는 1시간 40분 정도면 끝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좀 부실해 보였던 액션이 애니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는 것 정도 빼고는…….

평점 6 / 10

가상의례 (상,하) - 시노다 세츠코

2008년 신초사
2010년 우리말(북홀릭)

일본 소설치고는 꽤 두꺼운 책입니다. 상, 하권이면서 각 권이 600페이지 정도. 합해서 1,200페이지. 물론 페이지당 활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 800-900 페이지 정도겠다. 그래도 이 정도만 돼도 요즘 나오는 소설치고는 꽤 두터운 편이다. 뭐 교고쿠 나쓰히코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그리 많은 분량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특히 내용 때문에 말이다. <가상의례>의 주요 소재는 '종교'. 이걸 교고쿠 나쓰히코가 풀어갔다면 이 정도 분량에 동서양 각종 종교와 관련된 지식을 나불나불나불 대면서 독자를 진저리치게 만들겠지만, 다행히도(?) 시노다 세츠코는 대단히 쉽게 풀어간다. 평범한 공무원이던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종교를 만들고 거기에 신자들이 얽혀들어 가는지를 꼼꼼하게 처음부터 묘사한다. 그렇게 태어난 종교는 막 태어난 아기와 다를 바가 없다. 달리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들고 세가 점점 커진다. 하지만, 흥이 있으면 망이 있듯이 주인공이 만든 종교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질기다. 그렇게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 요량으로 만들었던 종교가 어떻게 주인공의 손에서 벗어나서 나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물을 내는지, <가상의례>는 그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그려놓은 소설이다. 그래서 페이지 수와 비교하면 상당히 읽기 편하게 꾸며져 있다. 물론 종교가 주요소재이면서 어려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다만, 읽는내내 든 생각은 종교의 부침을 만들기 위해 기용한 캐릭터들의 사정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뭐 이건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가상의례> 분량이 짧았다면 두루뭉술 넘어갔겠지만 안타깝게도 1,200페이지짜리 소설 안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속하긴 했지만 아무리 좋게 봐줘도 미스터리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모호한 소설이기도 하다. 종교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없는 과정을 미스터리로 본다고 해도 문제는 그게 재미로 연결되느냐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대기권을 뚫는다. 그리고 책임은 선장이 진다. 간단한 내용을 길게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에 비해 실 영양소는 부족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기분이다. 디저트를 먹어야 속이 풀릴 것 같은데 그마저도 배가 불러서 그냥 시큰둥해지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어려운 소재지만 읽게 쉽게 잘 꾸며놓았다는 것이고, 어둠과 관계됐지만, 거기에만 얽매이지 않는 면, 결정적으로 독자에게 '뿌듯함'을 심어주는 것이겠다. 나도 이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었어! 라는 만족감.....
평점 4 / 10

2011년 1월 24일 월요일

체인 포이즌 - 혼다 다카요시

2008년 고단샤

2010년 우리말(시작)



<체인 포이즌>은 소설추리 신인상으로 데뷔는 했지만, 미스터리 작가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미묘' 한(엄밀한 의미에서는 미스터리 작가는 아니다.) 혼다 다카요시가, 의욕적으로 썼는지 그냥 흥미를 끌기 위해 도입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쓰면 대박이요 잘못 쓰면 쪽박인, 미스터리 세계에서는 공정하냐? 공정하지 못하느냐로 말이 많은 '트릭'을 이용한 소설이다.

일단 소설은 크게 여자와 남자 주인공 두 축으로 나뉜다.

전자는 서른 중반이 돼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1년 후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은 여성의 이야기. 후자는 누가 봐도 - 가족이 봐도 - 자살임에 분명한 몇몇 사건에 의구심을 품은 남자의 이야기다.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여자의 이야기로 파고들어서 한데 묶이는 구조로,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에서는 흔한 구성 중 하나이다. 여기에 위에서 말한 트릭을 이용해서 독자를 속이고 있는데, 사실 해답은 XX에 다 있다. 여기서 어감 때문에 일본 독자와 우리나라 독자가 받아들인 반응이 좀 달랐을 듯한데, 그건 언어 차이 때문에 생긴 것이고, 궁극적으로 작가가 노린 속임수의 본질은 변함이 없으므로 그 정도 차이는 그냥 무시해도 좋다. 매우 간단한 트릭이지만 효과적으로 녹아들어서 즐겁게 읽힌다. 거기에 삶과 죽음에 대한 소재치고는 부담도 없기에 무거운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접근하기 쉽게 꾸며져 있다. 뭐 혼다 다카요시의 다른 소설을 봐도 소재치고는 풀어가는 수법이나 흥미나 생각보다 가벼우므로 작가의 다른 녀석들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체인 포이즌>을 집으면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 특히 미스터리 쪽에 잔뼈가 굵은 사람일수록 - 책 뒤에 수록된 역자 후기는 되도록 보지 말기를 권한다. 무슨 트릭이 쓰였는지 아는 순간 <체인 포이즌>의 노림수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평점 6 / 10

은폐수사 - 곤노 빈

2005년 신초사
2009년 우리말(시작)

곤노 빈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작가는 미스터리(경찰소설도 넓은 의미에서 미스터리에 속하니까 여기서는 그냥 미스터리라고 하겠다.) 쪽보다는 SF, 판타지 쪽에 적을 두고 있던 작가이기에 더욱 그랬던 듯하다. SF, 판타지라고 하면 기구치 히데유키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는 하는데 (아니면 다나카 요시키 정도? 쓰쓰이 야스타카까지 떠올렸다면 이미 마니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몇 권 되지는 않는데 일본 내 출간된 작품수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다. 곤노 빈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꽤 다작한 작가이다. 많은 작품 중에 유독 <은폐수사>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보통의 경찰소설과는 달리 이 시리즈는 '캐리어(일본 경찰관련 거시기를 보면 항상 나오는 단어라 익숙한 사람들은 익숙할 것이다)'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 안에 사건이 나오지만, 그 사건이 핵심 소재가 아니라 사건을 통한 주인공의 행동과 조직내 반응이 소설의 재미로 연결된다. 경찰소설은 경찰소설인데 기존의 것들과는 차별화시킨 것이다. 반응이 좋았는지 TV 드라마로 제작되기까지 했고 이렇게 바다 건너서 우리나라에 출간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인데 미스터리가 아니라 그냥 캐릭터 소설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은폐수사>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왕 읽는 책 조금 더 재밌게 볼 방법이 있다면 이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 아닐까? 굳이 억지로 미스터리 잣대를 들이댄다면 즐거운 독서를 방해하는 꼴이 될 것이다. 뭐 이것이 <은폐수사>의 한계점이긴 하지만, 일단 책 자체가 재밌다. 초반에는 주인공 류자키 신야가 얄미울 수도 있지만 갈수록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면이 아마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평점 6 / 10

우리말로 전부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진행된 시리즈는 이하와 같다.

(위키피디아 참조)

은폐수사 2005년

과단~은폐수사 2 2007년

의심~은폐수사 3 2009년

전미~은폐수사 4 2010년 연재 중?

초진~은폐수사 3.5 2010년 (외전)

소녀 - 미나토 가나에

2009년 하야카와
2010년 우리말(은행나무)

<고백>으로 데뷔해서 뜻밖에 인기를 끈 미나토 가나에의 두 번째 장편소설. 우리말로 발매된 건 3번째이긴 한데, 어쨌든 상큼 발랄한 청춘 미스터리라는 광고문구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해서 들춰보니 미나토 가나에의 다른 소설과 별반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얇은 페이지 수, 얼마 되지도 않는 활자수, 그리고 1인칭 시점의 진행, 완전 판박이다. 내용 역시 10대 소녀 두 명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자살, 죽음, 우정 등이 소재로 쓰인 점이 비슷하다. 사실 데뷔작 <고백>도 썩 재밌게 보지 않았다. 아마 점수는 그냥 보통인 5점 줬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그렇게 점수를 높게 쳐주지 않았던 이유가 아마 소설의 구조에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단편 하나로 끝날 것은 억지로 늘렸다고 생각했었다. <소녀> 역시 그냥 단편이었다면 평가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출판된 건 장편. 초반 유서의 등장과 곧바로 두 소녀가 등장하는 걸 살짝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야기 구조와 등장하는 캐릭터 그리고 작가의 패턴을 생각하면 플롯 자체는 대단히 단순하고 더는 들추어낼 여지조차 없을 정도다. 딱딱 맞을 수밖에 없는 게 그만큼 구조가 간단하다. 전체 구조에 독자의 신경을 쏠리게 하면서 마지막에 깜짝 선물이라고 준비는 하고 있는데, 뭐 그래서 어쩌자고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미나토 가나에는 나한테 단단히 찍혔나 보다. 나한테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대충 훑어 보고 구석에 던져버려도 아무 지장 없을 정도의 책이란 인상이다. (실제로는 구석에 꼽아놓고 있다만) 최종 결론은 돈값 못하는 소설이다. 다음에 읽을 녀석은 괜찮으려나? 한번 미운털 박히면 그거 뽑기가 꽤 어려운데 말이다.

평점 3 / 10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별미궁, 거울미궁 (교&잇페이 시리즈 03) - 카미야 유우


2004년 문고판 (백천사) (해설: 칸나즈키 후미)

우리말 출간



-별 미궁~다이아몬드 살인

표제작. 삼각관계가 주요 소재.

유망한 야구선수가 시합중, 관객이 지켜보는 와중에 교살당한 게 아닌가 하는 대담한 살인을 다루고 있다. 뭐 실제는 그렇게 대단한 트릭이 들어간 것은 아니고 결국은 그냥 남녀상열지사다. 용의자도 몇 명 안 되고 초반에 다 알려주기 때문에 상당히 뻔한 듯한 내용이지만 복선과 진상 그리고 플롯이 부드럽게 잘 어우러져서 보는 맛은 있다.

-연주 미궁~성 마리아 살인

살인을 위한 살인 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주요 소재가 '음악'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쏙 들었던 단편. 약물 때문에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벌인 살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법적으로는 무죄판정이라고 해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웃집 형

유우키 & 아키라 콤비가 처음 결성된 단편. 사실은 이쪽 콤비가 더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친한 누나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충격받은 아키라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런 아키라를 유우키가 도와준다는 내용. 누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 '였다거나 대놓고 그쪽 취향을 노리고 있다. 캐릭터가 캐릭터다 보니 유머가 강조된 듯한 내용이다.

-만남

쇼트쇼트. 부록만화.

-거울 미궁~괴인 X의 살인

태아적 기억이 있다는 소녀. 엄마 뱃속에 있을 무렵 엄마를 죽인 괴인 X가 이제는 자기도 죽이려고 한다고 어른들에게 호소해보지만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때마침 교가 병원실습에서 소녀를 만나고 사건에 연루되는데……. 핵심소재가 여기저기서 자주 사용된 녀석이라서 짜릿한 맛은 없다. 단지 단편에 어울리도록 간편하게 요리해 놓아서 괜찮았다. 사실은 본 내용보다는 '새침데기' 교가 귀엽게 나오는 단편이다.

-길 잃은 어린 양의 여름

아키라&유키 콤비 편. 역시 본 내용보다는 누가 攻이고 누가 受인지가 더 궁금한 단편. 응?

-고찰 아야노코지 교

쇼트. 부록만화.

-날아라 파라다이스

시리즈와 관련없는 초기 단편만화. 장르는 로맨스.
평점 5 / 10

2011년 1월 12일 수요일

코끼리와 귀울음 - 온다 리쿠


1999년 쇼덴샤
2003년 문고판 (사진)
2008년 우리말(비채)

요즘은 뜸한데 몇 년 전 온다 리쿠 열풍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경쟁적으로 온다 리쿠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다. 적이 있다고 한 것은 이제는 광풍이 지나간 다음인지 출간이 뜸하기 때문이다. 뜸하기보다는 거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해야 할까? 신간은 나오는 데 그게 우리말로 재빠르게 소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이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소개되는 것과는 다르게 유행처럼 퍼지는 독감 같은 기세로 나왔던 온다 리쿠 소설이 지금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해답은 뜻밖에 간단한데, 소설을 읽어보면 된다. 너무 싱거운 답이겠지만 그게 최선의 답이기도 하다.

온다 리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독창성이 없다는 것이다. 데뷔작부터 시작해서 최근작까지 - 가장 최근작은 읽어보지 못해서 판단에서 제외 - 다 읽어봤지만 거의 대부분 작품에는 '모티브'가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썼더니 결과물은 달랐네요. 작가 후기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 심지어는 책 장정부터 해서 - 원서 <코끼리와 귀울음>이 대표적인 예 - 따오는 걸 좋아한다. 안 좋게 말하자면 표절의 여왕이라고 봐도 좋을까? 그래서 온다 리쿠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향수의 여왕이네 어쩌고 하는 좀 웃긴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사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진실도 알고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온다 리쿠가 거기서 끝났다면 우리나라에 이렇게까지 소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티브는 따왔을지 모르지만 그걸 온다 리쿠 나름대로 재가공을 했고, 그 가공작업이 다행히 독자들 입맛에 맞았다. 그래서 나도 그랬지만 온다 리쿠에 푹 빠진 사람은 푹 빠졌고, 한 두 권 읽어보고 내 취향이 아니야! 한 사람도 있었고 뭐 그런 거다. 그 재가공이 잘 된 예는 <초콜릿 코스모스>를 보면 된다. 딱 봐도 <유리 가면>에서 나온 소설인데, 캐릭터 조형부터 문장으로만 진행되는 소설이지만 단어와 단어 사이에 긴장을 집어넣은 면밀한 점은 전부 온다 리쿠의 노력의 결정체이다. 태생은 독창적이 아닐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진품에 가까운 녀석이 나온다. 이것 또한 온다 리쿠의 특징이다.

<코끼리와 귀울음>은 그런 온다 리쿠의 요소를 잘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기본적으로는 안락의자 탐정물이라는 고전 미스터리물을 빌리면서 온다 리쿠 자기가 좋아하는 요소를 집어넣고 있다. 공포와 판타지 그리고 유머를 말이다. 총 12개 단편이 수록됐는데 각 단편의 분량은 대부분이 짧다. 무리해서 결말을 지으려 하기보다는 '정말 그랬을까?'라는 선에서 타협하는 면이 오히려 재밌다. 엄밀한 의미에서 공정한 미스터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단편집이지만 미스터리로 읽어도 재밌는 녀석이기 때문에 온다 리쿠의 대표 미스터리 단편집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탁상공론'이다. 세키네 슈운과 나쓰가 사진을 놓고 벌이는 추리대결이 익살스럽게 잘 그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키네 집안 총출동 버라이어티 장편소설은 지금도 기다리는 중이다. 언젠가는 나오겠거니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마술사' 역시 도시 괴담이란 판타지를 미스터리로 맛깔나게 포장한 녀석이고, '왕복 서신'은 작위적이긴 하지만 편지만으로 이루어진 미스터리라는 면에서 흥미로운 단편이다. 물론 세키네 다카오와 슈운 두 부자가 나오는 '대합실의 모험' '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역시 즐거운 단편이다. 개인적 경험 때문에 '급수탑'이 준 애틋한 재미 빼놓을 수 없다.

평점 7 / 10

2011년 1월 11일 화요일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와카타케 나나미

2000년 고분샤
2003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작가정신)

<하자키 시리즈> 2탄이다.

하자키 히가시해안에 '이 나쁜 새X야! (원문과는 좀 다르다……?)' 라고 울분을 토해내려 찾아온 마코토에게 다가온 건 파도에 떠밀려온 시체. 이런 불운이 따로 있나? 그렇게 여주인공은 하자키 시에 얽혀들고, 우연히 찾아간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주인과 나눈 대화 때문에 그대로 하자키 시에 눌러앉게 된다. 물론 한 달이라는 기간 한정이지만. 로맨스 소설 전문 헌책방을 맡은 첫 날부터 심상찮다. 웬 도둑이 들지를 않나, 도둑으로 오인당하여 이웃집 사람에게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얻어맞질 않나. 그야말로 마코토 수난시대.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 헌책방 안에서 '진짜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1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과 관련 있는 부분은 그저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제외한다면 독립적인 내용이다. 굳이 순서대로 볼 필요가 없긴 하지만 이왕이면 차례대로 보는 편이 더 재미가 있다는 건 보증한다. 아무튼, 1편을 봤을 때는 재미는 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2편부터가 진짜배기다. 캐릭터 조형이 좋다. 특히 헌책방 주인 베니코가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였다. 특히 고딕 로맨스 마니아인 베니코와 불운 처녀 마코토가 나누는 대화가 흥미진진하다. 마니아는 마니아를 알아본다고 하나? 고딕 로맨스 이야기였지만 장르를 미스터리로만 바꾸어도 크게 공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니면 무협소설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하반신은 친일이라는 일본 AV 이야기? 베니코의 인생스타일이 무척 부러웠기 때문에 더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딱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인생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기본적인 미스터리는 전작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 바닷가에서 발견된 시체.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부터 시체의 정체. 그리고 새롭게 일어난 살인. 숨겨진 진실. 뭐 미스터리라면 당연히 나와야 할 요소들이 나오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공주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니 그러면 된 거 아닌가?

평점 7 / 10

모먼트(MOMENT) - 혼다 다카요시

2000년 슈에이샤
2005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예담)
<미싱>과 <얼론투게더>를 쓴 혼다 다카요시의 연작 단편집이다. 이번 단편집의 소재는 죽음과 소원. 병원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간다'는 필살 청부업자이다. 아니, 본의 아니게 죽음을 앞둔 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소문의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간다에게 소원을 의뢰하는 의뢰인들. 과거 2차대전 시절에 사람을 죽였다는 노인의 소원.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열네 살 소녀의 애틋한 소원. 암 재발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여성의 소원. 그리고 마지막 단편.

시작은 상당히 애틋하면서 포근한 느낌의 단편들이다. 그러다가 점점 분위기가 바뀌면서 약간은 씁쓸하면서 웃음이 나오게도 하고, 씁쓸한 채 끝나기도 하는 등, 첫인상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끄트머리 순위로 자리매김을 했었나 보다. 기본 구도는 의뢰인의 소원 -> 의뢰를 받은 주인공이 의뢰를 완수 ->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 이런 도식이다. 미스터리다! 라고 선언하기에는 좀 껄끄럽지만 뭐 이런 것도 미스터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나쁘지 않다.

다만, 마지막 단편은 다르다. 죽음에 대한 입장 차이 탓에 마지막 단편은 교과서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잘 지은 농사를 추수하면서 스스로 망치는 격이다. 왜 그런 내용을 집어넣어야 했을까? 싶다가도 뭐 이런 결말을 마음에 들어 하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테고 반대로 나같이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뭐 그런 거다.

참고로 후속편이라기보다는 자매편 격인 녀석이 있다. 제목은 <윌(WILL)>. <모먼트>에서 주인공의 동창으로 나오던 '모리노'가 주인공이다. 시간적 배경은 <모먼트>의 7년 후.

평점 5 / 10

의학의 초보자 - 가이도 다케루

2008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2010년 우리말(들녘)

들녘에서 꾸준히 발행 중인 '미스터리 야!' 시리즈 중의 하나. 이번에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가이도 다케루' 소설이다. 제목은 <의학의 초보자>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 의학을 소재로 한 오락 소설이다. '미스터리 야!'에 속하긴 하지만 이 시리즈 자체가 미스터리에 속박되기보다는 넓은 의미로 접근하기 때문에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가는 뒤통수를 얻어맞을 것이다. 아니, 작가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알맞다.

줄거리는 중학생 소년이 어쩌다가 잠재능력 시험에서 전국 1등을 하는 바람에, 도죠 대학 병원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미스터리야 시리즈 자체가 초등학생 고학년에서 중학생 저학년 정도의 대상이다 보니 보통은 어려운 내용의 소설이 아닌데, <의학의 초보자>는 좀 다르다. 아무래도 의학이 관계되다 보니 생소한 용어들이 꽤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멍청한 듯한 주인공과 게임 이론교수라는 주인공 아버지가 나누는 이메일 대화. 주인공이 학교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 등이 즐겁게 그려진다. 다만, 주인공 조형이 작가의 대표작인 <다구치 시라토리 시리즈>에서 다구치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맹한듯 하면서 할 일은 하는 구석이 닮았다고 해야 할까?

결국, 이야기는 천재(?) 중학생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거기에 맞서 후반부에는 진실폭로게임도 나오는데 충격은 없다. 생각보다 흐지부지 끝나서 싱겁다. 해일 같은 분위기가 될 듯하더니 그냥 찾잔 속 태풍으로 끝나버린 격. 작가의 다른 작품도 미스터리 강도가 높다고 볼 수 없는 데 <의학의 초보자>는 이걸 미스터리에 넣어야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다.

도죠 대학병원 응급센터가 부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간호사로 약간은 나이 들어 보이는 기사라기 쇼코도 나온다. 반가우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같은 세계관을 갖는 <꿈꾸는 황금 지구의>도 비슷하다.)

평점 4 / 10

2011년 1월 10일 월요일

옥상 미사일 - 야마시타 타카미츠

2009년 타카라지마샤
2010년 문고판 (상,하)
2010년 우리말(북홀릭)


 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매년 미스터리 순위로 좀 유명하긴 한데, 동명의 공모전도 있다. 물론 둘 다 주관하는 곳은 같다. 이 공모전의 특징은 뭐랄까 미묘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회 대상, 우수상, 장려상 등 전부 읽어보고 내린 판단이 아니라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손에 쥐고 읽어 보는데 어째 '꽝'이 많아서 그런 생각이 든 것 같다. 초기 수상작 중 <4일간의 기적> 정도만 기억에 남고 - 핵심 소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과 똑 닮은 소설 - 나머지는 뇌에다가 전기자극을 주면 떠오를지 모른다. <옥상 미사일>은 후자에 속한다. 아니 어찌 보면 전자 쪽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초반 몇십 페이지 넘기거든 생각은 '이사카 고타로'였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테러범에게 잡혀서 언제 미사일이 발사될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 그 와중에 옥상에 모인 고등학생 남녀 학생이 이런저런 일에 끼어들면서 왔다 갔다 한다는 내용. 대화 위주의 진행. 킬러가 나오지만, 농담 따먹기 캐릭터. 심각한 듯하면서 웃길 것 같으면서 결국에는 안 웃기는 붕 뜬 느낌부터 아무 관련 없던 것 같은 일들이 하나하나 이어지는 것까지 철저하게 이사카 고타로를 의식하고 쓴 소설 같다. 미스터리 쪽 역시 주목할 곳은 없다.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는 플롯은 그냥 난잡할 뿐 캐릭터들의 만담 같은 대화가 그저 플롯을 이어가는 생명줄이다. 마지막의 반전이랍시고 들고 나오기는 하는데, 뜬금없는 전개다. 막판에 가서 그래 봤자 점수가 만회되기는커녕 그냥 실망스럽다. 초지일관이 좋은 거다.

이사카 고타로 냄새를 풍기지만 이사카 고타로 같은 깔끔함은 보여주지 못한다. 그냥 <옥상 미사일>은 이사카 고타로를 흉내 낸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로 나왔으면 오히려 점수가 더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평점 2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