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4일 토요일

악의 심연 - 막심 샤탕

조슈아 브롤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악 삼부작> 중에 2부입니다. 같은 주인공이 나오고 전작의 등장인물 중 일부가 후속편에 나오기도 하지만, 각 사건은 독립적입니다. 물론 2부에서 1부 얘기가 살짝 나오기는 하지만 자세하게는 건드리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1부에서 '포클랜드의 인간백정 사건'을 해결한 조슈아는 실의에 빠졌다가 탐정업으로 재기를 합니다. 그리고 2년 후 <악의 심연>에서 '칼리반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전작이 가을이 배경이었다면 이번에는 겨울을 배경입니다. 전작이 스산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차가운 영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차가운 영혼은 주인공 조슈아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범인을 잡기위해 스스로 '살인자'가 되어야 하는 조슈아에게도 말이죠.

머릿가죽이 벗겨진채 나채로 질주하던 한 여성을 경찰이 보호하면서 사건이 시작합니다. 애너벨(여성)은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악의 심연'으로 한발작 한발작 걸어들어가게 됩니다. 한편 조슈아는 실종된 여성을 찾아 뉴욕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애너벨과 조슈아는 70명에 가까운 사람을 납치한 주범 '밥'을 찾아 공동전선을 펼칩니다.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스릴러입니다. 전직 형사 조슈아는 프로파일러 경험을 살려서 살인자 입장에서 범인 행동을 추리하고 단서를 찾아갑니다. 전편과는 많이 달라진 조슈아를 바라보자니 겨울을 배경으로한 차가와진 그의 영혼의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파트너 에너벨이 등장해서 '춘풍'의 예고를 보여주는 자그마한 희망을 담은 내용이기도 하죠.

잔학한 묘사는 전작보다 더 발전했습니다. 이런 쪽에 익숙한(?) - 어떤 의미에서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 독자에게는 큰 충격적인 내용은 아닐 것이고,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라고 생각하는 일반 상식적인 독자라면 좀 쇼킹한 사건일 수도 있겠네요. (실제 저자도 현실 사건을 파헤치면서 대단히 엽기적인 사건이 많다는데에 놀랐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범죄사에 관심 있는 분은 함 찾아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놀라실겁니다.) 피해자 수도 수이니만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은 '제프리 디버' 소설과 비슷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3부작 중 마지막편인 <악의 주술>을 남겨두고 있는데, 큰 기대는 안 하겠지만 1,2부 정도 수준만 되어도 재밌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담1) 영화 같은 빠른 전개가 볼거리입니다만, 이 시리즈는 실제로 영화로 만들기는 꽤 부담스러울겁니다. 소설에서 꼼꼼하게 꼼꼼하게 묘사한 신체훼손과 피해자가 겪는 공포가 볼거리중 하나인데, 어설프게 영상화 해버리면 그저 그런 스플래터 무비 될 겁니다. 역시 소설로 읽는 편이 제일 낫겠죠.

여담2) 밤에 불 꺼놓고 혼자 보면 분위기가 더 산다는 데 그 정도까지 '호러'스럽지는 않습니다만,(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이런 쪽에 약한 분들은 조심하세요.

평점 7 / 10

악의 영혼 - 막심 샤탕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은 프로파일러입니다.
포클랜드의 백정 또는 유령이라 불리는 연쇄엽기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조슈아는 연쇄살인범 인간백정 롤랜드를 범행 현장에서 사살합니다. 그렇게 사건은 완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같은 수법 동일인임을 암시하는 연쇄살인의 진정한 서막이 떠오르는데........

<악의 영혼>은 <링컨 라임>, <스카페타> 시리즈 등에서 익숙한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하여 단서를 찾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 조슈아는 감정이입을 통해 범인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수사를 한다는 내용의 하드보일드 스타일 미스터리입니다. 제목에서 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처럼 소설 안에서는 잔혹한 묘사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공포와 엽기적인 범죄 수법 등 묘사가 철저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일으킬 요소이기도 합니다만, 이런 것들은 '호러' 소설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간담을 서늘케하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극한의 공포를 맛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았습니다만......작가의 말대로 소설보다 현실에 더 엽기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수사를 하다가 뜻밖의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고 의외의 결말을 보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만 꼼꼼한 묘사와 조슈아 브롤린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전편에 걸친 스산한 분위기에 매료됐습니다.

사실 이 소설에 제일 놀랐던 건, 막심 샤탕이 프랑스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예, 프랑스 소설이더군요. 놀랐습니다. 하긴 작가 이름을 보고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프랑스 사람이 프랑스어로 쓰고 프랑스에서 출간했는데, 등장인물, 배경은 미국입니다. 내용도 아메리칸 스타일을 따르는 과학수사+스릴러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헐리우드 스타일은 아닙니다. 나중에 나오게 된 2부와 3부가 합쳐서 <악 3부작>이 완성되는데, 이 3부작이 하나로 합쳐져서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악의 영혼>의 계절적 배경은 가을입니다. 포클랜드를 배경으로 스산한 내용이 펼쳐지죠. 결말도 쓸쓸하며 씁쓸합니다.

惡 시리즈는 3부작으로 되어있는데

1. 악의 영혼
2. 악의 심연
3. 악의 주술

입니다. 전부 우리말로 나왔더군요. 지인이 이 책을 보고 바로 저를 떠올렸다고 하더군요. 제 취향에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길래 선뜻 읽었는데, 꽤 재밌는 미스터리입니다.

평점 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