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1일 수요일

완전연애 - 마키 사쓰지

2008년
2011년 우리말(문학동네)

<완전연애>는 짝사랑을 담은 연애소설이면서 그 안에는 서술트릭, 알리바이 트릭, 밀실 트릭 등이 숨어있는 본격 미스터리 테이스트를 물씬 풍기는 녀석입니다. 제목 부터 연애라고 달고 나오는데 이 제목이 참 재밌는 것이 아무도 모르는 범죄(물론 범인은 알고 있는)를 완전범죄라고 하듯이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 있다면 완전연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완전연애를 기본 바탕으로 두고 그 안에 본격의 풍미를 내주는 요소들이 꼽사리(...)로 껴있습니다.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사건도 3가지죠. 챕터 하나당 사건 하나 정도로 보면 됩니다. 주인공 기와무의 어릴적 에피소드와 미군 장교 살인사건이 첫 사건이고, 기와무가 화백으로 데뷔해서 어느 정도 명성이 알려진 시기에 일어난 원격 밀실 살인사건이 두 번째, 노년의 기와무가 겪는 불가능해 보이는 철벽의 알리바이 트릭이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끝에가서 진실이 밝혀지는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고나면 의미심장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이랬구나. 제목의 완전연애는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는, 아무튼 제목 자체가 소설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게 지었습니다. 아마 이 소설의 재미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만 재밌습니다.

문제는 본격 테이스트는 떨어지더라도 연애에 집중을 했다면 오히려 멋진 작품이 나왔을지 모른다는 것이죠. (이누이 구루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가 대표적) 하지만 작가는 욕심꾸러기라서 그런지 이것 저것 잘도 갖다 붙여버렸습니다. 비대한 몸집을 자랑하지만 여기저기 반창고로 떼운 구석에, 붕대를 감은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삐걱거리는 느낌입니다. 책은 두툼한데 진행은 워낙에 빨라서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생각은 알 수도 없습니다. 엄멀히 말하자면 그것 자체도 책 전체의 구성을 아우르는 하나의 미스터리 장치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생기는 단점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상까지 탔다고 하는데, 이 정도가 상을 탈 수준이라면 일본 본격 미스터리도 이제는 볼 장 다 봤나 하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혹평을 하는 것 같지만 뭐 '사랑놀음'에만 주목한다면 아주 못 볼 녀석은 아닙니다. 실제 제가 주는 평점도 나쁘지는 않으니까요. ㅋㅋ



마지막의 삼억 엔 사건은 그냥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네요. 실제 저는 데굴데굴 굴렀으니까요.

평점 4 / 10

통제불능 - 찰리 휴스턴

2006년 No dominon
2010년 우리말(시작)

뱀파이어 탐정 조피트가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기본 설정은 전작에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해서 전작 덕분에 실업자(?)가 되버린 조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들어온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냄새가 난다. 냄새가. 결국 조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진짜 난관은 따로 있었다. 일처리를 하려면 조를 따다가 볕에 말리려고 벼르고 있는 뱀파이어 그룹을 지나가야 하니까.

기본 노선은 전작과 동일.
일을 받는다.
단서를 찾아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생명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진실을 밝히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미스터리 재미를 여기서 찾으면 GPS 맛탱이 간 내비 달고 골목길 돌아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시리즈의 재미는 그저 조 피트라는 캐릭터에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조 피트의 끊임없는 수다(?)를 따라서 챕터 구분도 없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굴곡을, 우리 독자는 음미해가면서 따라가야 하는데, 이 일이 결코 쉽지많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놀라울만한 미스터리 쾌감이 따라온다면 다행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일이 없어서 독자를 가린다. 첫 편 <이미 죽다>를 재밌게 봤다면 <통제불능>까지 읽고 후속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할테고, 첫 편에서 재미를 못 봤다면 이런 녀석이 있는지 조차 관심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평점 5 / 10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 기노시타 한타

2011년 우리말 (바다출판사)

악몽 시리즈 외에 처음으로 소개된 녀석인 것 같은데, 뭐 노선은 별 차이는 없다. 아니, 전작 악몽은 그나마 미스터리 분위기를 살짝이라도 풍기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그런 냄새의 냄자도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려나?

아무튼 소설의 줄거리는, 콩가루 가족(이라고 해도 요즘에는 하도 막장스런 집안이 많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수긍하고 넘어갈 수준의)이 이런 저련 일을 겪으면서 결국 가족愛를 회복한다는 감동 스토리.

진행 대부분은 대사에 의존하고 있고, 대사 자체도 매우 짧은 구어체라서 소설을 처음 접하는 미취학아동들도 '속독법'을 패시브 스킬로 습득하게 해준다. 게다가 페이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이리 저리 줄이면 아마 중편소설 정도 분량 밖에 되지 않을 정도라서 진짜 빨리 읽는 사람이라면 1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걸 뒷받침 해주는 것이 내용인데, 내용은 위에 간략하게 요약해놓은 것이 전부고 그 이상의 것은 없기에 '킬링 타임용'으로 정말 적격인 소설이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요즘 금값은 장난 아니고) 어느 의미에서는 귀중한 시간을 들여서 돈을 발로 차는 형국이긴 한데, 요는 그렇게 투자한 만큼 '재미'를 보장해주느냐는 것이다. <폭주가족>의 문제는 그 재미에 있다. 워낙 빨리 읽혀서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아니 쥐는 알고 있었을지도) 끝나버리고 마니까.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이 책의 가치를 크게 떨구는 요소는 아니다. 이 녀석의 단점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다. 정가 11,000원. 8,800원 정도였다면 그냥 저냥 수긍이 갔을 법하지만 11,000원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딱한번 읽고서 다시는 찾지 않을 내용인데, 이걸 11,000원이나 (실제 투자해야할 돈은 그보다는 적지만) 갖다 바쳐야 하는지 의문이 간다.

평점 3 / 10

2011년 8월 24일 수요일

제물을 품은 밤 - 니시자와 야스히코

2004년 고단샤 노블즈
2007년 문고판 (사진)

시리즈 7번째이자 4번째 단편집. 총 7개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 타이틀과 같은 제목은 중편에 가까운 분량이긴 한데 편의상 그냥 단편으로 분류해도 지장은 없겠다. 아무튼 이번 단편집 최대 특징은 시리즈 정규 캐릭터 시점이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첫번째 수록된 단편만 주인공급인 호시나 노케오(미스터리 작가 겸 시리즈 탐정 역활)와  가나마리 교코(초능력대책 소속 소녀) 의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작가 후기에서도 스스로 언급하고 있지만 니시자아 야스히코는 시리즈물이 거듭되면 주인공을 다른 캐릭터 시점으로 바라보는, 외전 같은 내용이 정말 써보고 싶어진다고 한다. 뭐 그래서 나온 것이 <제물을 품은 밤>이란 것인데, 문제는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레귤러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서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 자체가 재미가 없다. 그나마 첫 단편은 걔중 그나마 읽어줄 만한 미스터리여서, 마지막 단편은 미스터리는 볼 것 없지만 동기가 웃겨서 나름 재밌게 봤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시리즈 최신작은 2006년에 나온 <소프트 터치 오퍼레이션>. 역시 단편집이다. 그 후로 영 소식이 없다.

평점 3 / 10


2011년 8월 16일 화요일

소녀지옥 - 유메노 큐사쿠

2011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최근에 읽은 소설들이 대부분, 정말 하나같이 대부분 지뢰 같은 녀석들이어서 우울증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하나같이 내용이 다 그따윈지 내가 써도 그것보단 잘 쓰겠다-이게 얼마나 오만스런 생각인지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집은 것이 <소녀 지옥>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게 읽은 <도구라 마구라>의 작가의 단편집이라서 오히려 기대감이 더 상승했기에 사실 위험한 독서였기도 했죠.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 기대에 그대로 부응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일단은 총 여섯 편이 수록됐는데 앞선 세 편은 소녀 지옥이라는 것으로 묶여 있고, 뒤의 세 편은 아마 페이지 수를 맞추기 위해서 비슷한 작품특성의 녀석을 골라서 넣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각 단편의 방향성입니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은 (화자를 떠나서) 여성입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성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단편들 배경은 전부 1930년대 일본입니다.)에 비추어 보았을 적에 우리식으로 보자면 '신여성'에 가까운 그런 캐릭터들입니다.

여기에 전부 서간문 형식의 고백체를 이용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진실을 알리려고 고백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 자체도 하나의 흥미진진한 요소가 됩니다. 뭐 지금이야 '편지'라는 것이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지만 예전에는 일상적인 의사소통 중 하나였죠. 편지와 이메일(휴대전화) 변화를 동시대에 살면서 겪어본 사람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정말 설렜는데, 이제는 편지가 오면 설렙니다.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는 완전 쓰레기통 천국이 돼버렸으니까요. 스팸만 보면 넌덜머리가 납니다. 아무튼 일단 소녀지옥 파트 단편 세편(그 중 하나는 중편입니다만)은 전부 추천작입니다. (물론 후삼편도 재밌는(?) 녀석들입니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찾아보자. 맞는 말입니다. 최근에 읽은 녀석들이 하나같이 기대 이하였다가 1930년대 나온 단편집을 보고 개안한 기분입니다. 아, 이런 느낌의 소설을 찾고 있었다고 말이죠.
평점 7 / 10

카인의 유전자 - 톰 녹스

2010년 The Marks of Cain
2011년 우리말(레드박스)

데뷔작 보다 더 못한 완성도의 두 번째 작 이라고 평하면 딱 좋을 녀석이다. 데뷔작 <창세기의 비밀>은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5점 정도 수준은 되는 무난한 녀석이었는데, 어째 두 번째 <카인의 유전자>는 전작의 '우성인자'는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온데 간데 없고, '열성인자'만 갖다가 모아서 만들어놓은 '독특한' 녀석이 되버렸다. 탄생의 신비인가?

일단 초반은 두 가지 시점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하나는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한 기자의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할아버지의 이상야릇한 유언으로 스페인 지방을 찾게 된 남자의 시점이다. 딱 이때까지가 제일 재밌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초반 몇 십 페이지 정도까지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고 그 이후로는 정말 너무나도 뻔한, 게다가 개연성 떨어지는 허무하기 짝이없는 플롯으로 도배한 내용이, 그것도 페이지 수를 엄청나게 잡아먹으면서 - 나무가 아깝다 - 진행되는데 읽고 있노라면 대체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이 책을 붙잡고 있는가? 철학적 사색에 잠기게 된다.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마다 오 자네는 누구이군, 아버지랑(또는 할아버지)너무나 닮았어! 라면서 설을 풀어내는 플롯을 보고 있으면 무협지(무협소설이 아니다...) 주인공이 만나는 기연이 생각날 정도다. 이건 주인공 보다는 그따구로 플롯을 만든 작가가 욕을 먹어갸겠지만 말이다.

대체 이딴 내용으로 600 페이지 가량을 잡아먹는 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실제 소설을 써본 분들은 알겠지만 양을 늘려서 쓰는 것 자체도 엄청난 능력이니까. 그런 면에서 작가는 분명 칭찬받을만 하다. 다만 다음부터는 제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줬으면 싶다. 그래서 +1점해서

평점 2 / 10

달과 게 - 미치오 슈스케

2010년 문예춘추

2011년 우리말(북폴리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아마도 국내 출판사 간의 작은(?) 경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미치오 슈스케가 수상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수상작이려면 차라리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하 해바라기)>이 훨씬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달과 게>의 내용은 <해바라기>의 순화 아니 퇴화 버전이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여러 작품이 존재하지만 결국 원점은 언제나 해바라기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달과 게>의 주인공의 시선의 높이는 결국 해바라기의 주인공, 아니 <섀도>의 소년과 마찬가지다. 초기작에 보이던 차이점이라면 기괴하면서 마니악한 요소를 전부 쳐내버리고 최대한 모양 좋게 빚어낸 것이 <달과 게>라는 것. 나같이 작가의 초기작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달과 게>는 심히 심심한 녀석이다. 데뷔 이래로 지속적으로 미스터리 색이 옅어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실망이다. 독특한 미스터리 작가였기 때문에 좋아했지 일반문학가 미치오 슈스케라면 관심을 둘 이유가 전혀 없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을 다시 읽을 기회는 없으리라, 아마도.

<까마귀의 엄지> 정도까지가 좋았다. 뭐 하긴 매번 비슷한 서술트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작가의 한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기출간된 작가의 소설을 전부 읽어보면 속임수 자체의 방향성이 전부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평점 2 / 10

2011년 8월 13일 토요일

라이브하우스 살인사건 - 아비코 다케마루

2011년 우리말(북홀릭)

<인형 탐정 시리즈> 4편입니다. 일단은 시리즈 마지막(?) 이긴 하는데, 이번에는 원점으로 회귀해서 다시 단편집이 됐더군요. 다만, 추리 요소는 갈수록 퇴색해서 이번에는 이게 추리소설로 봐야 할지 (없는 건 아닌데) 시트콤으로 봐야 할지 애매합니다. 일단 수록된 단편은 총 6편. 살인사건도 나오고, 강도에 등장하는 사건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데 어째선지 라이트한 느낌이 강한데 아무래도 사건과 사건 사이에 끊임없이 주인공들의 연애전선 이야기가 끼어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실질 탐정인 마리오(..)의 활약이 눈에 잘 띄지도 않네요. 뭐 그냥 시리즈 읽던 것이라서 여기까지 함께해 왔을 뿐, 이젠 더는 이 시리즈에서 미스터리 재미를 찾는 것은 포기해야겠습니다. (뭐 1권에서 포기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작가 후기를 보면 뒷이야기를 더 그리고 싶다는 이야기는 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단편 몇 편은 있지만, 쪽수를 못 채워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딱히 찾아서 확인해볼 기운도 안 생기네요. 그냥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의욕상실이네요. 사실 나오더라도 그걸 읽어야 하나 고민 좀 하게 될 것 같네요. 그래도 그동안 4권까지 함께 해 온 정을 생각해서……. 옛따~

평점 3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