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4일 금요일

다이아몬드 원맨쇼 - 피터 러브시

2012년 우리말 (시공사)

시리즈 두 번째. 첫 번째 작 <마지막 형사>가 정말로 '마지막'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불안요소는 있지만 제발 시리즈 네 번째까지 잘 나올 수 있기를,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기도라도 하고 싶다. 아무튼 전편도 은근히 묵직한 두께였다면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무게감을 선사해준다.

백화점 경비원으로 일하는 피터 다이아몬드. 그가 담당한 층에서 신원불멸의 일본인 소녀가 발견된다. 결국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짤린 피터.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소녀의 정체를 밝히려고 소녀가 임시거처중인 보호소로 찾아간다. 하지만 소녀의 반응에 피터는 당혹해한다. 일본인 꼬마여자애는 바로 자폐증 환자였기 때문.....해서 책 중반까지는 피터 다이아몬드와 일본인 소녀의 교감을 ET가 생각나게끔 그리고 있는데 이 부분이 사실상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뚱뚱한 거구의 몸을 이끌고 자그만 꼬마 소녀의 눈길을 끌기위해 어릿광대 짓도 마다않는 주인공 모습이 머릿 속에서 자연스레 그려지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없을까? 게다가 피터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는지 소녀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 진행 중간 중간 제약회사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독자는 교활한 여우 아니겠는가? 작가도 그걸 알고 미리 다 까발려놓는 것이고. 아무튼 막판에 가서 자폐아 소녀와 제약회사가 연결된다는 건 기정사실인데, 이게 어떻게 연결되는지 얼마나 부드럽고 설득력있게 진행되는지가 핵심일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원맨쇼>는 그 부분에서 좀 실망스럽다. 굳이 처음부터 관련성이 있다고 밝히지 않았어도 스토리 진행상 별 무리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 중후반에 가서야 제약회사 파트가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당혹케 하는 전개가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 뜬금없이 들어가서 일관성을 해치는 기분이 더 크다. 이러 생각 때문인지 나에게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피터 다이아몬드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소녀의 신상명세-거의 확실한-를 얻는 부분까지 였다. 극후반부 일본파트는 분량도 적지만 사족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소녀가 일본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 부분을 전부 드러낸다고 해도 이 작품의 스토리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도 않으니까) 특히 스모 선수의 활약은 그림상으로는 즐거운 부분인데 하드보일드가 갑자기 코믹 활극으로 변질된 기분-아니 아예 그런 분위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이다. 어쨌든 '소녀'가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과 비교해서 읽으면 꽤 재밌을 거라 본다.

그런데 3,4 번째 작품은 우리말로 언제 나오는겨?  ㅠ.ㅠ

평점 5.5 / 10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 라이스 보엔

2012년 우리말 (문학동네)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조지애나(통칭 조지)는 왕위서열 34위인 사실상 무늬만 왕족으로 현재는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워하는 궁핍한 재정상태다. 런던으로 상경해서 이런 저런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자기 집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만다. 해서 그 범인을 잡는 내용.................일 것 같기는 한데 정작 본 내용은 '처녀딱지 떼기'도 아니고 '백수 날건달' 미남과 로맨스 뿌리기도 아니고, 이건 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설익은 감자 찔러보기 같은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아 맞아! 하면서 범인은 순식간에 잡히고 경사로세~ 경사로세~ 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무슨 변고인고?


추리소설? 아니다.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이 필요로 하는 조건 중 하나일 뿐, 살인이 나온다고 모든 소설이 추리소설인 건 아니다.


연애소설? 연애 비스무리한 장면 비슷하게 나오려고 하기는 하는데, 이 역시 비중이 낮다. 할리퀸 같이 구리빛 피부에 플레이 보이 기질 다분하고 페로몬 가득한 땀 가득 뿌려주면서 여주 허리를 확 휘어잡고 폭풍 키스를 뿜어대지도 않는다. 초중반에는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다가 중분 이후에는 실종, 그리고 마지막에 부활하지만 예수도 아니고 뭔 짓을 하는 건지 대체 의도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연애소설로 보기도 힘들다

코미디? 주인공 조지 성격이 활달하고 해서 좌충우돌 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게 웃기냐고 반문해 보면 웃기기는 한데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짜증섞인 답을 들려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기준으로는 코미디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결론은....

캐릭터와 소재는 다 좋은데 그걸 풀어가는 수법이 병맛 이다. 주인공 처녀딱제 떼어줄 캐릭터는 비중이 너무 없고, 미스 디렉션은 가출을 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싱겁고(물론 건강을 위해서는 싱겁게 먹어야 한다!)  그마저도 단순무식한 사건과 맞물려 참 허무한 소설이다. 시간이 아깝다. 시리즈 물인데 이런 내용이라면 후속편은 읽어보지 않아도 소화불량 가스 차서 배가 부를 듯한 느낌이다. 단,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아마 시간 죽이기용으로는 볼 만한 완성도는 나올 것도 같다. 이쁘장한 남녀배우 캐스팅해 놓으면 그거 보는 맛이라고 있을테니까.

평점 1 / 10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나를 아는 남자 - 도진기

2012년 시공사

<순서의 문제>의 김진구를 주인공으로한 장편 추리소설.
진구를 위해 사건을 물어오는 기특한 해미 덕분에 진구는 회사 상사의 뒷조사를 해야한다. 상사의 이름은 박민서. 민서의 아내가 남편이 바람 피는 것 같다고 그 조사를 해달라는 것. 민서의 아내와 친한 해미는 그 조사를 진구에게 맡긴다. 해서 진구는 야음을 틈타 민서의 아파트에 친입을 하는데, 아 이거 눈앞에 박민서의 시체가 떡!
아뿔싸!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제1용의자 신세가 되버린 진구. 해서 진구는 누명(?)도 벗을겸해서 진범을 찾아 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요약(?)해놓고 보니 꽤 간단한 내용인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다. 범인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여기 저기 대놓고 숨겨놓은 복선과 단서들에 그 모든걸 다 예측하고 맞추었다고 해도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딱 한 문장 덕분에 독자는 그저 씁쓸해진다. 절대 마지막 페이지 들쳐 보지 말자. 진범의 정체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동기를 밝혀줄 이야기가 마지막 문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나온 단편집도 괜찮았지만 장편인 <나를 아는 남자> 역시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다.  알리바이 트릭 쪽에서 부족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그런 단점을 전부 감안한다고 해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 추천작.

사족 아닌 사족) 마지막 페이지는 정말 먼저 펴보지 말기를........
나중에 고진과 진구 더블 주인공으로 한 대장편이 하나 나와주면

평점 6 / 10

2012년 8월 9일 목요일

순서의 문제 - 도진기

2012년 시공사

 도진기의 추리소설에 대해 약간의 의심이 남아있었다면 이번 도라에몽 김진구를 주인공으로 한 <순서의 문제>와 <나를 아는 남자>는 정말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이다.

먼저 <순서의 문제> 부터.
6개의 단편과 1개의 중편을 묶어 놓은 단편집이다.  각 단편은 단순히 김진구를 탐정으로 한 미스터리 보다는 좀 더 세부적인 하위장르를 섞어 놓아서 부페에서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가령 표제작인 순서의 문제는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기이지만 여기에 주인공 캐릭터성을 첨가해서 전혀다른 맛을 내도록 꾸몄다.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안락의자 탐정물. 분량이 짧은 편이라 내용도 간단하고 추리도 빠르게 진행되는데 설득력이 다소 모자란 편은 아니었다 싶다. 굳이 무거운 내용보다는 다음편과 연계되기 쉽게 일상 미스터리+안락의자로 꾸몄어도 좋았을 것 같다.

다음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일상' 미스터리 물에 가깝다. 겉으로는 일상 미스터리겠지만 달리 해석하면 알리바이 트릭물이기도 하다.

유일한 중편인 티켓다방의 죽음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살을 살인으로 몰고가는 내용인데, 마지막에가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혼동하게끔 만드는 구성력이 좋다.

신 노란방의 비밀은 다분히 올드 팬들을 위한 제목인 것 같지만 정작 내용은 주인공 진구의 어린 시절 비중이 더 높아 보여서 아쉬운 내용이다. 진구의 과거 이야기는 따로 떼어놓고 노란방에 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법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단편이다.

뮤즈의 계시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카메오로 출현하는데 정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내용은 알리바이 깨기. 하지만 법정에서 주인공이 증인심문을 하는 과정이 대부분인지라 법정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마지막 단편 환기통. 이번에는 도서추리에 가까운 내용에 트릭이 들어갔다. 덤으로 시간은 거꾸로 흘러 주인공 진구와 해미가 만난 이야기도 같이 그리고 있다.

매우 재밌는 단편집이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이라서 알게 모르게 점수를 후하게 줬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근래 나온 미스터리 단편집 중에는 으뜸이라고 봐도 좋다.

평점 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