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0일 월요일

홍콩비취환상 (주얼리 커넥션 6) - 노마 미유키


작가의 보석 에세이 중 하나로,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보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속 그림이 노마 미유키 버전 앤.

1999년 백천사 문고판 (해설 : 아비코 다케마루)

-하이힐 밑의 파베(pave)
 가지노와 미도리, 하루가 근무하고 있는 오카모토 귀금속점 조사부에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간사이에서 유명한 보석상의 딸인 '미도 미카코'. 거만하고 거시기하다는 소문과 달리, 미카코는 상당히 착실한 여성인 듯 한데........

  하이힐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되는 점이 포인트가 아닌가 싶은 내용이다. 참고로 파베는 보석을 자갈길처럼 촘촘히 밖은 걸 말한다고 한다.

-보석의 맨얼굴
 오랜만에 고등교 동창 오사나이 군을 만난 미도리. 오사나이는 프로프즈를 위해 반지를 사고, 상대 여성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얼굴도 모르는 상태지만 전화로 서로 통화까지 한 상태라는데........

 이야기, 새롬데이타맨프로,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정겨운 에피소드지만 미스터리적 내용은 없고 그냥 로맨스를 다룬 단편이다.

-별하늘 라피스
 우주의 돌을 아느냐는 꼬마의 질문에 당혹하는 미도리. 하지만 곧 밤하늘에 별이 빛나는 듯한 청금석,즉 라피스라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보석에 얽힌 일반 에피소드. 미스터리는 없고 약간의 감동코드가 들어갔다.


-홍콩비취환상
 가지노가 행방불명되고, 홍콩의 한 호텔에서 오카모토 귀금속점 조사부앞으로 보석이 온다. 보석은 바로 비취. 미도리와 하루는 가지노가 걱정되서 바로 홍콩으로 날아가서 가지노의 행적을 쫒는데..............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구성되어있긴 한데, 시리즈 마무리를 위한 밑밥 용도의 에피소드라서 미스터리는 기대할 부분은 없다. 그냥 가지노와 미도리 캐릭터 이야기이다.


-장갑과 다이아몬드
 사내에서 장갑을 잃어버린 미도리. 잃어버리 장갑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찾지만, 장갑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나오는데..........

 짧은 단편으로 왜 장갑 안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냐는 걸 생각하면 일상 미스터리 계열이겠지만 사실은 그냥 로맨스 쪽이 더 강한 내용이다. 슬슬 시리즈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드는 단편.

-곁눈질하는 캐츠아이
 한 장의 사진을 들고 그 안의 반지와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한 여성. 알고보니 모 유통업체 사장의 딸로 이름은 코구마 사에코(....) 이다. 하지만 사진 속 여성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망한 여성 미카가 사에코 남편의 애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복잡하게 생각하면 복잡하고 단순하다면 매우 단순한 사건으로 미스터리 요소가 있긴 하지만 강도는 역시 약하다. 묘안석을 메인으로 활용한 것 자체는 좋지만.......

-이터너티 러브
 가지노와 미도리의 결혼식 당일. 결혼식 장에서 미도리 친구가 결혼반지를 실수로 흘리고 반지를 주으려고 허리를 숙였더니 떨어진 반지 근처에 새반지가 같이 떨어져있었다. 왜 새반지가 떨어져있을까? 가지노와 미도리 두 명이서 결혼식 축하연 하다 말고 반지 미스터리를 규명해가는(....) 내용.......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결혼하게 되면 보통 여자가 남자 성을 따른다. 가지노 시로(남) 과 다카오카 미도리(여)가 결혼하면 미도리의 성이 남편을 따라서 가지노 미도리가 된다. 따라서 운전면허증 부터 통장 기타 등등 전부 이름을 바꿔야 한다. 아무튼 이걸 이용한 '오해'를 푸는 내용의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는데, 장르로 따지면 일상계열이겠고 제목대로 로맨스 성향이 강하다. 아무튼 1부 끝.

평점 4 / 10

2010년 8월 25일 수요일

퍼펙트 블루 - 사토시 곤

1998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동명의 원작 소설 (원작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을 각색한 <퍼펙트 블루>는 당시 상상히 충격적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처음 기획 단계는 '실사' 영화였다고 하던데 노선이 수정되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됐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퍼펙트 블루>를 보고 있으면 흡사 '영화' 한 편 보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카메라 기법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수법 등 전부 말이죠. (영화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것만 같은 거라고 비판받기도했습니다만)

 일단 장르는 사이코 스릴러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챰'이라는 3인조 아이돌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던 기리고에 미마. 그룹에서 탈퇴한 미마는 성인 연기자로 데뷔하기 위해 '누드 사진'과 '간간 장면 연기' 등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미마의 열성 팬의 짓으로 보이는 협박사건과 미마 주변의 인물이 하나 둘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마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일단 이 만화영화는 '친절한' 내용이 아닙니다. 이유는 감독의 모호한 연출기법인데요, 현실과 망상의 경계선을 딱 갈라놓지를 않았습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그것이 작품내 캐릭터가 겪는 현상인지, 작품밖 관객을 타깃으로한 현상인지 그 구분 조차 애매하고, 구분이 됐다 싶으면 그걸 반박하는 연출을 다시 들고 나오곤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 - '내가 진짜야!'라는 연출에서 많은 분들이 벙 쪘을 겁니다.

 <퍼펙트 블루>의 내용은 단순하게 보면 참 단순하고, 어렵게 보면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관객은 이게 정답이다!라고 놓고 서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연출과 플롯 전부 아무리봐도 감독의 의도로 보이거든요. 이렇게 모호한 경계선은 사토시 곤의 차기작에서도 보입니다. 역시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파프리카>가 있는데요  꿈과 현실의 이음과 혼란이란 구도는 <퍼펙트 블루>와 비슷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대단히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아직도 코드2번 일본판DVD로 소장중인 녀석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나중에 중고로 안 팔려서 안고 죽은 것 뿐이긴 합니다만..ㅋㅋ) 온가족이 둘러 앉아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만화영화는 아닙니다만, 독방에서

 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미마 역을 맡은 '이와오 준코'(여자성우)의 '신음'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해서 이상한 쪽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만, 물론 저는 그런 사람은 '결코'아닙니다!!

 평점 7 / 10

2010년 8월 19일 목요일

셜록 SHERLOCK - 위대한 게임 The Great Game

2010년 영국BBC

드디어 3부작 마지막편 <위대한 게임>입니다. 이번 편은 2편 같은 스타일의 연장선이면서 세세한 부분에서 원작을 잘 재현하거나 재구성한 내용으로 홈즈 VS 모리어티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단 드라마의 기본 구조는 미사일 설계도 사건과 홈즈에게 보내진 다섯 가지 사건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미사일 사건이야 원작 잠수함 사건과 거의 판박이인데,이 부분의 디테일은 분홍색 연구 = 주홍색 연구 관계와 거의 똑같습니다. 도면 대신에 USB메모리가 나오는 부분이 현대판 답다고 해야겠죠? 그리고 모리이터와 홈즈의 대결인 본구도는 역시 원작에서 따온 부분이고 가장 의외였던 것은 모리어티 교수의 '정체'일 겁니다. 아니 그 '분'이 교수'님'이라니!! ㅋㅋ 놀랍다면 놀랍고 실망스럽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는 꽤 즐거웠습니다. 속옷트릭이라니!! ㅎㅎㅎㅎ 뒤집어집니다.

홈즈가 무식하다고 와트슨이 까대는 장면이나, 블로그 드립하는 장면, 심심하다고 벽에다 총질하는 장면, 몸무게 늘었다고 놀리는 장면, 와트슨 걱정하는 홈즈 장면 등등 전체적으로 원작에서 나오던 부분 부분을 충실하게 재구성시켜서 등장시킵니다. 게다가 다섯개의 사건 자체도 흥미롭게 꾸며놓아서 드라마 보다보면 그냥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ㅋㅋ

마지막 장면이 수영장이고 - 원작은 폭포.ㅎㅎ - 원작처럼 두리뭉실한데 아무래도 시즌2가 나오겠죠? 빠른 시일내에 속편을 보기는 힘들 것 같고 뭐 차분히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나오리라 믿습니다.  여기에 자극 받아 현대판 뤼팽도 나오면 좋겠습니다다. (일본의 루팡 3세는 말고요.ㅋㅋ)

평점 7 / 10

셜록 SHERLOCK - 장님 은행원 The Blind Banker

2010년 BBC


 <장님 은행원>은 영국 BBC에서 제작한 현대판 셜록 홈즈 드라마 3부작 중 2번째에 해당합니다. 전편 <분홍색 연구>는 대놓고 <주홍색 연구>의 패러디 + 재해석이었습니다. 그래서 2편도 비슷한 콘셉트로 나갈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따 보니 예상외의 구성을 보여줍니다.

 일단 <장님 은행원>의 미스터리 포지션은 '암호 해석'에 있는데 이 모티브는 원작 <춤추는 사람 그림의 비밀>에서 따온 듯 합니다. 역시 암호 해석이란 부분에서 비슷한 것 같고, 다음으로 기본적인 배경 - 갱단이 등장하고 여기에 희생되는 여성이라던가 - 과 사건 전개도 좀 유사한 면이 있더군요.

 하지만 <분홍색 연구> = <주홍색 연구> 관계와는 다릅니다. 모티브는 가져왔지만 철저하게 재해석하기 보다는 좀 여유있게 구성했습니다. 드라마 마무리 쪽은 <공포의 계곡>에서 따온 것도 같긴 한데(기억이 정확하지 못해서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2편은 셜록 홈즈 원작 소설을 다방면으로 본 사람이 아니라면 원작을 패러디한 부분을 찾기는 좀 힘들 듯도 하네요. 저도 몇 개 못 찾았습니다. (원래 저야 홈즈보다는 뤼팽 시리즈를 더 좋아했으니까요. ㅋㅋ)

 액션이 전작 보다 좀 더 강해져서 더 긴박감있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변함없이 유머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홈즈를 사모하는 듯한 그녀(!).....ㅋㅋ 와트슨의 파란만장한 첫 데이트(?) ㅋㅋ

 평점 6 / 10

2010년 8월 15일 일요일

증인이 너무 많다 - 도로시 L. 세이어즈

1926년 Clouds of Wittness
2010년 우리말 (시공사)

피터 윔지 경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물두 번째인 <증인이 너무 많다> - 원제목이 참 재밌습니다. 번역파자면 구름떼 같은 증인인데 의미심장합니다 - 는 전편인 <시체는 누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시간대를 갖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만 보면 전형적인 속편격인데, 사실상 시리즈물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면을 보자면 <증인이 너무 많다>야 말로 진정한 시리즈 신호탄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그맘큼 전작들에서 미진했던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관계가 이번에 매우 멋드러지고 흥미롭게 그려지기 때문이죠. 윔지 경의 속사포 같은 만담이나 옆에서 거들어주는 하인 번터는 물론이고, 우직한 파커 형사까지 개성을 한껏 부여합니다.

미스터리는 가징 기본적인 구조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증인들이 증언을 하고 용의자가 지목되고 범인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증인들의 증언이 중구난방이다보니 사건의 본모습이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피터 윔지경과 그 친구들이 주변에 퍼진 안개를 하나 하나 처리해가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죠. 진행과정 자체는 하드보일드에 가깝습니다. 단서를 포착하고 가봤더니 양파 한 껍질 벗겨지고 사건은 원점으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전형적인 룰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별로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소설을 읽어보면 매우 재밌습니다. 그 이유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과 유머와 위트 풍자가 느껴지는 문장 문장이 몹시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미스터리조차도 무척 대담한데, 감이 좋은 독자는 첫장에 바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작금의 미스터리는 그야말로 스피드 시대죠. 빠르게 술술 잘 읽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이 없으면 간첩이고, 뒷통수를 사정없이 찍어눌러야 하는 반전이 없으면 식상합니다. 그런 면에서 <증인이 너무 많다>는 전부 반대되는 성향의 미스터리입니다. 하긴 80년도 전에 태어난 아이인데 2000년대 아이들의 스펙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욕심이긴 하죠.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빨려들어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막판 법정장면은 클라이막스로 손색없을 정도죠. 아무튼 추천작! 개인적으로 전편보다 후속편이 더 재밌었습니다.

평점 7 / 10

2010년 8월 14일 토요일

셜록 SHERLOCK - 분홍색 연구 Study in Pink

2010년도 영국 BBC에서 3부작으로 나온 현대판 셜록 홈즈 드라마입니다. 1편이 90분 정도 하니까 3부작 영화 보는 느낌으로 봐도 좋습니다. 아무튼 1화는 주홍색 연구가 아니라 분홍색 연구....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패러디 분위기를 풍기는데, 본편 들어가면 이건 뭐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로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각색을 참 잘했습니다. 19세기런던이 아니라 21세기 런던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소품과 사건이 원작을 답습하는 듯 하면서 꽤 의미있게 다 현대판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휴대폰과 스마트폰 GPS 추적, 노트북과 인터넷의 적절한 활용. 그리고 마차와 택시 등. 원작을 아는 사람 뿐만 아니라 원작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미스터리 자체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 - 각색했다손 치더라도 - 이라 더 그랬을 가능성도 큽니다만, 뭐 원작 자체가 그리 추리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없어서 - 셜록 홈즈 혼자 아는 것 가지고 궁시렁 구시렁 대는 것이라 - 드라마 쪽 추리 얼개도 큰 기대는 하면 안 되겠습니다. 하지만 패러디와 코미디 쪽은 완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 헐리우드 버전 영화 셜록 홈즈 - 아이언맨 주인공이 셜록 홈즈 역할을 맡았죠 - 는 이건 뭐 완전 '악숀' 영화였는데 영국 드라마 버전 현대판 셜록은 원작을 적절히 재해석 잘 했고, 여기에 추가 요소까지 잘 비벼넣었으니 그야말로 영국 쪽이 원조 답게 셜록 홈즈는 이렇게 만드는거야! 하고 미국 버전 짝퉁 셜록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리는 걸 재밌게 본 기분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YOU IDIOT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포복절도였습니다.  1화만 보고도 이 정도인데, 이거 당연히 인기를 끌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고로 본편과는 별개로 트릭을 쓰고 있는데 역시 원작을 아는 사람을 향한 장난질이란 생각이 듭니다. '모'로 시작하는 그 분 이야기입니다. ㅋㅋ

7 / 10

2010년 8월 13일 금요일

밤에 걷다 - 존 딕슨 카

1930년 It walks By Night
2009년 우리말(로크미디어)

 존 딕슨 카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입니다. 아주 예전에 무판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적이 있던 걸로 압니다만, 그건  그냥 공공연하게 만연되던 '흑'역사중 하나일 뿐이고, 공식적으로는 <밤에 걷다>가 제대로된 제목 달고 나온 건 2009년이 맞겠죠. 아무튼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러서 정식으로 소개된 존 딕슨 카 데뷔작인데, 분량은 좀 빈약합니다. 300페이지도 채 안됩니다. 페이지당 글자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뭐 일본 소설 보다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활자수가 많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나오는 영미권 소설에 비하면 반쪽 분량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얇습니다.

그러나 두께는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건 '재미'. 분량에만 연연한다면 단편 소설은 읽을 수가 없을 겁니다. 일단 소설은카 답게 '밀실'로 시작합니다. 결혼식 당일날 살해당한 남편.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범인은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탐정역으로는 '방코랭'이 등장합니다.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흑역사'의 한축인 '동서' 거시기에서 나온 <해골성>에도 방코랭이 나왔을겁니다.그 외에도 몇 편 더 있다고 하는데 우리말로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원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조 김밥이네 원조 교제네 (이건 아니구나.ㅋㅋ)  하면서 원조를 강조하는데, 사실 원조라고 별 다를 건 없습니다. 원조는 말 그대로 처음 했다는 것 뿐이고, 실제 맛과 감동은 원조를 바탕으로 '변조'한 녀석이 확률적으로 더 낫습니다. 물론 반대로 원조를 결코 뛰어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그런 녀석들이 오히려 드물다고 봅니다.

 이런 원리는 미스터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밀실의 대가 하면 떠오르는 존 딕슨 카의 일련의 추리소설이 거기에 딱 맞죠. <밤에 걷다>에 쓰인 트릭은 그야말로 담백하기 그지없습니다. 기본적인 밀실구도와 쓰인 트릭, 사건 전체를 아우르는 트릭까지 포함해서 좀 싱거울 정도로 수수합니다. 오히려 비슷한 구도를 차용해서 더 발전시킨 후손들이 더 맛깔스럽고 자극적인 맛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하지만 음식도 먹다보면 조미료 맛보다는 재료 고유의 담백하고 수수한 맛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경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존 딕슨 카'의 미스터리는 그런 '원조'같은 맛을 잘 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딕슨 카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밤에 걷다>에 쓰인 트릭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인간이 얼마나 착각을 잘 하는 동물인지 안 다면 반대로 인간을 속이는 것이얼마나 쉬운 일인지도 잘 알 수 있으니까요.

 평점 6 / 10

2010년 8월 11일 수요일

허몽 - 야쿠마루 가쿠

2008년 고단샤
2010년 우리말(북홀릭)

얼마전 국내에서 있었던 조두순의 아동 강간 상해 사건. 당시 가해자는 나이가 많고 '알코올'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형기가 감형이 되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본에도 이와 거의 유사한 법이 있는데 그게 형법39조로, 이번에 소개하는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이 그걸 소재를 삼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자주 노는 공원에 나이프를 들고 닥치는대로 아이들과 부모를 습격한 엽기연쇄살상사건의 범인 후지사키 히로유키.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지만 정신병 판정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그리고 4년후, 당시 사건으로 딸 루미를 잃은 사와코는 후지사키를 목격하고, 지금은 이혼한 전 남편 미카미에게 연락합니다.

<허몽>은 기본 소재와 사건의 진행, 복선과 반전까지 전부 독자에게 한 번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려는 소설입니다. 술 또는 마약을 인한 심신미약상태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 정신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행위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허몽>은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과연 정신병으로 인한 범죄자도 보호해야할 피해자인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듯이 어처구니없게 당해버린 피해자만이 피해자인지, 누군가 나서서 딱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이건 뭐 죽을 때 까지 계속해서 논의해야할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감정은 그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말만큼 울분을 풀어줄 말은 없는 것 처럼요.

 내용은 무거운데,진행속도는 대단히 경쾌하고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술술 잘 읽힙니다. 페이지 수도 300 쪽 좀 넘다보니 데뷔작 <천사의 나이프> 처럼 산뜻하게 읽힙니다. 어찌보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특집 드라마' 한 편 봤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안에서는 영상으로 옮기면 재미가 약간은 떨어질 요소가 있습니다만) 막판 여운도 없이 칼로 두부 자르듯이 탁 끝나버려서 더 그런 느낌이 컸나 봅니다. ^^ 소재는 무겁지만 진행은 경쾌하고 짧게. 이게 작가의 모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작가가 소설을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소재를 이용한 돈벌이 수단을 생각하는 것인지, 작가 나름의 주제의식을 흥미롭게 표방하기 위한 자기만의 노선을 구축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둘을 잘 양립하려는 것인지까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야쿠마루 가쿠 소설을 읽은 게 겨우 두 편이 다거든요. (데뷔작 <천사의 나이프>가 청소년 범죄자 처벌에 관한 내용이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어둠의 밑바닥>은 아동 성범죄 이야기가 나오고, 작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악당>은 범죄피해자의 감정의 굴곡을 그렸다고 하네요.)

소재와 진행, 읽는 맛 등은 확실히 나쁘진 않은데, 미스터리적으로 재밌냐고 묻는 다면 좀 고민좀 해봐야 할 듯 하네요. 트릭까지도 전부 생각할 거리로 만든 면 자체는 점수를 줘도 괜찮겠지만요.

평점 5 / 10

2010년 8월 9일 월요일

동쪽의 에덴 TV판 전11화, 극장판 전2화

< 동쪽의 에덴>이 전부 끝났다. TV판 11화를 보고 '얼빠진' 월요일이 아니라 기분이었던 시청자들에게 극장판은 기대작이었다. 극장판 2부작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내용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끝나버려서 상당히 허무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남게 됐다. 이 떨떠름한 맛을 어찌 풀어야할까?

일단 기본 줄거리부터 가보자.
미국으로 졸업여행을 떠난 여주인공 모리미 사키가 기억상실에 걸린 다키자와 아키라를 만난다. 남자주인공 첫등장이 '전라'여서 상당히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청자 이목을 단숨에 확 끌었던 연출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아무튼 아키라는 괴상한 휴대폰을 갖고 있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은 총 12명인데, 일본을 바꿀 구세주 어쩌구 이상한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만 그 휴대폰을 갖고 있고, 다키자와도 그 중 한 명이다. 1인당 100억엔의 돈이 주어지고, 그 돈범위 안에서 쥬이스라는 협력자를 통해 현실적인 소원을 이룰 수 있다. 아무튼 마법의 휴대폰을 소지한 다키자와 아키라는 모리미 사키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오고,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된다. 이러면서 다키자와의 과거나 게임의 주최자의 정체, 다른 참가자들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이 과정이 미스터리 터치가 가미되어서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TV판 11화는, 시원하게 볼일 본 느낌이 아니라, 뭔가 아직 좀 더 힘을 줘야할 것 같은 미적지근한 느낌을 남긴채 끝난다. 아니나 다를까, 극장판이 나온다고 한다. 극장판은 90분짜리로 2편. 시간이나 스토리로 보나 TV판은 1부끝, 극장판이 2부끝. 이런 구성이다. 아예처음부터 20화 정도 TV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극장판이네 뭐네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켜서 재미를 더 해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뒷맛이 별로였나 보다. TV판이 무슨 내용이었지? 떠듬떠듬 기억을 되새김질 하면서 극장판을 보다보니 더 그런 느낌이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1편은 국내 개봉해서 흥행은 죽조차 못 쓴 걸로 기억한다;;;;;;)

시종일관 뭔가 사회에 대해 할말이 있어 보이는 듯한 플롯과 대사들이 핀트가 어긋난 느낌의 코믹과 로맨스가 섞여서 잘 어울리지가 않는다. 이럴 때야말로 그런 걸 잘 섞어줄 유화제가 필요한데, 안타깝게 <동쪽의 에덴>은 그냥 버무려만 놓았지 잘 섞지를 못했다. 그래서 떨떠름한 맛이 강했나보다. TV판 초기에는 참 재밌었는데말이다. 그래서 더 아쉽나 보다.

<허니와 클로버> (우미노 치카가 그린 순정만화로 전 10 권으로 완결) 때문에 다키자와 아키라가 자꾸 '그'캐릭터와 겹쳐 보였다. 디자인도 그렇고 캐릭터 성격 자체도 그렇고 '닮았어!!'

평점 4 / 10

2010년 8월 8일 일요일

5ive Days To Midnight 전 4 화

한 편당 40분, 총 160분 정도 되는 TV드라마.
장르는 그냥 스릴러 정도 되겠네요.

마누라 기일날 딸래미와 함께 마누라 무덤 찾은 주인공 JT 뉴마이어 교수. 그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케이스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안에는 5일후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이 기록된 신문, 검시결과 등등이 들어있었다. 교수는 담당 학생의 불쾌한 장난 이라고 생각하지만, 신문에 나온 예언(?)대로 현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미래의 신문기사를 점점 믿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귀여운 딸래미와 최근에 사귀게 된 보험원 클라우디아를 제외하고는 원한을 살 일이 없는 교수, 대체 누가 그를 죽이려 하는 걸까?

뭐 대충 이런 스토리인데, 일단 기본 설정은 미래에서 누군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려주고 그걸 막기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입니다. 케이스를 보낸 사람의 정체는 중반 정도면 누구나 알 수 있고, 남은 것은 범인(?)의 정체가 어떻게 되는가인데, 사실 초반부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전개 자체에서는 별다른 흥미로운 요소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꽤 재밌게보다가 1화 후반부에 흥분이 급격하게 식어버렸습니다. 너무 식상한 플롯을 들고 나오니 이건 뭐 그냥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그래도 이왕 본 거 끝까지 봐야하고 봤지만, 역시..ㅠ.ㅠ 막판에는 나름 반전이랍시고 뭔가 일을 보여주긴 하는데, 이 역시 뻔한 전개라서 시큰둥할 뿐입니다. 러닝 타임이 160분인데 한 번에 몰아봐서 더 지루했을지도 모릅니다. 3화 정도면 그럭저럭 맞았을 듯.

비교해서 보면 좋은 것 : <여섯 시간후 너는 죽는다> (다카노 가즈아키)

평점 3 / 10

2010년 8월 2일 월요일

탈취 - 심포 유이치

1996년 고단샤
1999년 문고판 (상,하)
2010년 우리말(노블마인) (1,2)

 <화이트 아웃>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는 참 재미없었지만) 심포 유이치의 대표작중 하나인 <탈취>가 꽤 늦었지만 우리말로 나왔더군요.예전에 이거 문고판 원서로 읽을 적에 용어들 때문에 꽤 애로사항이 꽃 피었던 녀석인데, 역시 우리말로 보니 안개가 싹 걷혀서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 드는게 역시 모국어로 봐야 제 맛이구나! 캬아! 새삼 느꼈습니다.아무튼 <탈취>는 위조지폐 만들기가 주요 소재입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둡니다만 이 녀석한테 미스터리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없습니다! 그냥 꽝!입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이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랭킹이네 등등 이런 데 귀가 솔깃해서 <탈취>를 집어든다면 '잘못된' 선택입니다. 심포 유이치를 좋아해서 선택했다면 물론 '잘한' 선택이지만요.

 이 녀석이 미스터리가 없다고 한 이유는 제대로 사람이 죽는 내용이 안 나와서가 아니라 시간 순서대로 물 흐르듯이, 시점은 언제나 주인공 시점 고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위조지폐 만들기에 매진하는 무슨 오타쿠들의 모험담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있기 때문입니다. 중간 중간 확실히 작가가 조사를 하긴 했구나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위폐를 만든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긴박감은 별로 없고 그냥 '유머'스럽죠. 그래서 소설의 무게감은 별로 없고 - 책은 2권이라 물리적으로는 묵직합니다. - 그냥 가벼운 느낌의 일본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일본 액션영화 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뭔가 나사 한 두 개 부족한 듯하고, TV드라마 보는 듯도 하고 뭐 그런 느낌입니다.  덕분에 술술 잘 읽힙니다. 1권에 400페이지 전체 80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일본 소설치고는 두껍지만 영미권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이 정도 분량은 그냥 평범하죠. 실제 내용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보니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갑니다. 인쇄나 그런 쪽 전문용어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생선가시 같은 기분도 안 듭니다. 그런 용어조차 안 나왔으면 그냥 라이트노블 읽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실시간으로 일본애들이 읽으면서 느꼈을 심정을 우리는 결코 느낄 수 없다는 점과 14년이 흘러서 늦어도 한참 늦게 우리말로 소개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탈취>는 이제와서 읽기에는 시간이 좀 많이 흘렀다는 게 단점입니다. 시간이 나는 분들은 한 번 집어보세요.

 평점 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