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7일 월요일

하울링 (2012) - 송강호, 이나영

원작 : 노나미 아사 <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는 좋겠다. 영화때문에 원작 좀 팔리려나?
원작이 우리말로 나온 건 거의 5년 전인데, 그 때는 본전치기나 했으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게 송강호와 이나영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질 거리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황제 펭귄 다키자와 역에는 송강호
오토미치 다카코 역에는 이나영

기본적인 범죄가 발생하고 그걸 해결하는 굵직한 노선은 원작과 같다.
하지만 캐릭터 성격이나 세부 에피소드로 들어가보면 원작과 다른 부분이 은근히 많다.어디가 원작과 어떻게 다르고 다 까발리면 나중에 볼 사람은 재미없을테니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그냥 다른 부분이 꽤 있다는 점만 지적하고 넘어가자.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카펜터즈 노래 나오는 대목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오려나 기대했는데........ㅠ.ㅠ

원작에서 압권은 후반부 고속도로 추격신인데, 영화에서는 좀 실망이다. 좀 더 속도감있게 긴장 넘치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보기도 전에 추적장면 부터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며 엄청 기대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딱 그 꼴이었다. ㅠ.ㅠ

그래도 우리식으로 바꾸어놓은 송강호와 이나영의 역할연기는 볼만했다. 명장면을 꼽으라면 거시기로 이나영 고개 돌아가는 장면. 한 번에 오케이 사인 떨어졌을까? 보는 내가 다 시껍했다.  자세한 건 직접 보시길..ㅋㅋㅋ 이나영은 연기 쪽은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하울링>에서는 그래도 발전한 것 같다. 특히 늑대개와 교감해가는 장면은 원작보다 좋았다. 그래서 더 마지막의 질주장면이 아쉽다. 아, 생각할 수록 아쉬워! ㅠ.ㅠ

아, 잊은 게 하나 있다, 2010년 일본에서는 기무라 요시노 주연으로 스페셜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딱 2년전 이야기네. 촤악이었다. 일본에서 만든 드라마보다 한국땅에서 만든 영화가 훨씬 원작에 충실할 정도. 2010년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란 이름의 탈을 쓴 그것은 존재자체를 말살해야하는 녀석이다. ㅋㅋ

평점 5.5 / 10

2012년 2월 26일 일요일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 히가시가와 도쿠야

2003년 고분샤
2008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폴라북스)

<저택섬>을 시작으로 은근히 우리말로 계속 소개되고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 소설들. 그 중에서 <완전범죄 고양이~>를 이제서야 읽게 됐다. 일단 원래 이 녀석은 이카가와 시를 배경으로한 우가이 모리오 탐정을 주인공으로한 일련의 시리즈 중에 하나인데, 어째선지 이 녀석이 우리말로 나온다는 소식에 당시에 약간은 얼떨떨했던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이 난다. 알고보니 다른 곳에서 시리즈 1편과 2편이 출간됐다.정답은 미스터리고 뭐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른들의 사정이었을 뿐.ㅋㅋ

아무튼 내용은 그냥 10년전에 일어났던 미제 살인사건. 주인공 우가이는 실종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의뢰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고양이와 살인사건이 교차되는 그런 미스터리다. 참고로 고양이는 무척 중요한 소재다.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고, 내용에도 끊임없이 고양이가 나오는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마네키네코 어쩌구 하는 부분이 계속 나와서 약간의 걸림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는 그냥 술술 잘 읽힌다.아, 상상이상으로 썰렁한 개그 장면도 꽤 나오니까 주의를 요한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소설의 매력은 그런 썰렁한 유머에 있지만 말이다. 의외성은 별로 없지만 깔끔한 트릭과 구성으로 산뜻하게 끝나는 편이라 뒤끝이 없다. 명작은 아니고 수작도 안되지만 평작 이상은 된다. 그러고 보니 책이 의외로 두터운 편이다.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스의 추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는 해문, 서울문화사, 태동 이렇게 세 가지가 존재하는데, 해문과 태동은 지금도 구해서 읽을 수 있고, 서울문화사는 절판이다.

평점 5 / 10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온다 리쿠

2010년 미디어팩토리
2011년 우리말(노블마인)

몇 년 만에 읽는 온다 아줌마 소설인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책이 엄청 얇다. 200페이지 정도 되려나? 글씨도 큼직하니 라이트노벨 보다도 훨씬 얇은 소설이다. 그런데 책은 연작 단편집. 게다가 단편은 총 10개. 헐. 평균잡아 단편 하나당 20 페이지를 잡아먹는다는 것인데, 과연 그 20페이질 갖고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느냐. 처음 읽으려고 할 때는 좀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이 아줌나는 역시 하나도 안 변했구나라고 느꼈다. 아니 하나도라고 하면 좀 어폐가 있고 본질은 그대로구나 라고 표현하면 딱이다.

어느 집이 있다. 유령이 출몰하는 집이라고 한다. 과거 그 집에 살던 사람, 그 주변 사람, 그리고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중시점으로 표현한 단편집이면서 단편은 전부 하나로 이어지는 연작형식이다. 장르는 굳이 따지자면 괴담 수준 정로 미스터리는 아니다. 물론 소설 안에서는 죽고 죽이는 피 튀기는 장면도 심심찮게 보 지만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사람 사는 곳에 살인이란 필수불가결아닌가. (응? ㅋㅋ) 사건은 있지만 명명백백해서 미스터리가 치고 들어갈 여지를 처음부터 주질 않는다. 그저 시점을 이리 저리 바꾸어가는 기묘한 이야기일 뿐이다.
뭐 미스터리로 꾸밀려면 꾸밀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금 이대로가 더 좋다. 뭔가 아쉬운 듯, 미진한 듯, 뒤끝이 살짝 남는 그런 기분으로 말이다. 다만 인간적으로 책값은 좀 비싸다.

평점 5 / 10

2012년 2월 12일 일요일

맹독 - 도로시 L. 세이어즈

1930년 Strong Poison
2011년 우리말(시공사)

귀족 탐정 피터 웜지 경 시리즈 3번째 작품.
그런데 사실 3번째가 아니라 5번째 작품이다.
<시체는 누구>와 <증인이 너무 많다>는 원래 순서대로 출간되서 맞는데 3번째로 나온 <맹독>은 5번째이고 그 사이에 빠진 녀석이 <부자연스런 죽음>과 <벨로나 클럽의 불쾌한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맹독>에서 맹활약하는 캐릭터가 나왔다는 안타까운 사실마저 있다. (크림슨 양이 그렇다) 난 처음에 이 시리즈가 순서대로 다 출간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맹독>때문에 그런 희망찬 기대는 버렸다. 그럼 그렇지, 다 나올리가 없지 하면서. 포기하면 편한 법이다.

아무튼 <맹독>은 시리즈 전환점 같은 녀석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피터 웜지가 첫눈에 반한 여성 '해리엇 베인'이 처음으로 나왔으니까. 게다가 해리엇의 직업은 추리소설가. 여기에 해리엇은 전남친을 독살했다는 혐의가 걸려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녀의 누명(?)을 피터 웜지 경이 벗기려고 이런 저런 활약을 한다. 피터 웜지 경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보다는 조역들 활약이 더 눈부시다. 특히 자물쇠 따기와 후반부의 페이크다!! 강신술! 파트의 유머와 스릴이 <맹독>의 단순한 미스터리 구조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 그에 비해 해리엇 베인은 시종일관 수동적 자세로 매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뭐 나중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캐릭터로 <Have his carcase>에서 피터 웜지 경과 같이 시체를 발견하고 수사하기도 하고 <Gaudy night>에서 피터 웜지 경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Busman's Honeymoon>에서 다시 같이 등장한다니. 이 녀석들이 우리말로 나오길 바랄 뿐이다. 이외에 다른 필명으로 나온 세 편의 소설이 있는 것 같은데, 영어에 약한 나는 그저 발가락만 빨이지........

우리말로 피터 웜지 경 시리즈가 어디까지 나올런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해리엇 베인이 제대로 활약하는 녀석들 정도는 출간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유머와 위트 있는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이 시리즈가 계속 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서 

평점 6 / 10

사족) who? 에 집중하면 정말(x3) 재미없을 것이다. how?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검은 계단 - 루이스 베이어드

2008년 The Black Tower
2011년 비채

프랑스 혁명으로 죽었다고 생각했던 루이 샤를 왕자가 실제로는 생존해 있었다? 라는 설정에다가 스릴을 곁들인 창작 소설. 책 뒷표지 보면 극찬이 있는데, 보고 있으면 내 몸이 다 간지럽다. 아부도 그런 아부가 없을 거다. 탁 까놓고 말해 <검은 계단>의 어디가 열라 치밀하게 짜여져있고 극적인 반전이 있단 말인가? 그냥 역사와 허구를 섞은 모험 낭만 소설! 이라고만 했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녀석을 갖다가 과대포장을 신나게 해버리면 그걸 구매한 사람은 대체 어쩌라는 얘기란 말인가.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책 광고문구의 오버액션이야 뭐 어느 정도는 눈 감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게다가 쓸데없이 두꺼워서 읽는 내내 나는 인내심 시험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살인자의 연금술>이 생각난다.이것도 역사적 인물과 허구를 섞은 그런 류 소설이었는데, 뭐 그럭저럭 읽을만 했던 기억이 난다. <검은 계단>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뭐 읽지 못할 정도로 재미없는 녀석은 아니지만, 가격대 성능비기 심히 좋지 않다. 14,000원은 너무 비싸다. (뭐 정가 다 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겠다만) 재미로 따지면 4천원 정도면 딱 알맞은 가격.

아 그러고보니 무작정 까기만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별거 없다. 플롯이 열라 간단하기 때문. 경찰 한 명이 주인공을 찾아온다. 주인공 아버지가 옛날 무슨 일인가 했다. 문제의 인물을 찾는다. 주인공과 문제의 인물이 습격당한다. 음모의 배후가 드러난다. 그리고 엔딩. 반전? 있긴 있다. 근데 그게 어쩌라고? 반전이라고 해봤자 믿거나 말거나로 끝나는 터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녀석이다.이렇게 일직선 스토리도 참 드문데, 그걸 갖다가 낯간지런 미사여구로 이러니 저러니 하고 있으니 내가 다 쪽팔린다.

책 서두에는 장 자크 루소의 '인내란 아이가 가장 먼저 배워야할 미덕이다' 어쩌구란 말이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인내심 함양에 큰 도움을 줬다. 그래서 +1 점.

평점 3 / 10

2012년 2월 9일 목요일

갈릴레오의 고뇌 - 히가시노 게이고

2008년 문예춘추
2010년 우리말(재인)
2011년 문고판

 이제는 국내에서도 고정팬을 확보한 일본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특히 시리즈물을 만들지 않는 걸로 알려졌던 작가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 가가 형사 시리즈와 지금 소개하는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가 그렇다. 그리고 두 시리즈는  전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크게 히트까지 쳤다. 뭐 국내에서도 많이들 보셨을 거다. 지금이야 인기 시리즈라고 하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작가조차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시리즈 첫작 <탐정 갈릴레오>(단편집)에 수록된 첫단편이 연재된 시기는 1996년 11월. 단행본은 2년 뒤인 1998년에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작<예지몽>(역시 단편집) 단행본은 다시 2년 뒤인 2000년 발간. 그리고 뜸하던 시리즈의 전환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용의자의 단행본은 2005년도에 나왔지만 원래 연재는 2003년부터였다. 두 번째 시리즈 <예지몽>의 마지막 단편 연재가 2000년도 1월이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3년 가까운 공백이 있다.

 어쨌든 시리즈 3번째 <용의자 X의 헌신>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해 미스터리 관련 상도 휩쓸고 아무튼 팔리기도 엄청 팔렸다고 한다.(그만큼 논란도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본격 미스터리 정의와 관련해서) 아마 여기서 <갈릴레오 시리즈>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버렸다고 생각된다. 독자들도 속편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것이 작가와 출판사와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에 장기 시리즈화가 됐을 텐데, 여기에는 갈리레오 시리즈의 드마라가 성공한 것도 그런 요인중 하나였으리라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 버전 갈릴레오 시리즈가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원작 시리즈 1권과 2권을 갖다가 만들면서 원작에도 없는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여자 캐릭터 등장을 히가시노 게이고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캐릭터가 시리즈 네 번째 <갈릴레오의 고뇌>에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쓸데없는 얘기만 장황하게 늘어놨는데 <갈릴레오의 고뇌>는 일단 기본 노선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이제는 딱딱하게 맞아 떨어지는 물리학 같은 논리로 무장한 유가와보다는 부드러워진 인간미가 보이는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다우징'을 소재로 들고나온 '가리키다' 의 마무리가 특히 그렇다. (뭐 함께 들어간 다른 단편도  비슷하지만) <갈릴레오의 고뇌>와 같이 발간된 <성녀의 구제>의 내용도 마찬가지. (참고로 국내에는 <성녀의 구제>가 먼저 나왔고 거의 1년 뒤에나 <갈릴레오의 고뇌>가 출간됐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드라마와 인간미는 살아났을지 모르지만, 미스터리 재미는 많이 죽어버렸다. 시리즈 3작 <용의자~헌신>이 전환점이었다면 <갈릴레오의 고놔>와 <성녀의 구제>는 그에 대한 대답이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고.

 현재 우리말로는 나오지않은 <한여름의 방정식>(장편)이 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이다. 뭐 금년에 다시 <갈릴레오의 선택>이란신작이 일본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읽기는 하겠지만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시절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안녕~ 갈릴레오.

평점 5 / 10

2012년 2월 8일 수요일

어나더(Another) - 아야츠지 유키토

2009년 가도카와쇼텐
2011년 문고판(상,하)
2011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현재 우리말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 정도만 읽었던 사람들한테 <어나더>는 마치 다른 작가가 쓴 글인 마냥 장르가 일치하지 않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알고보면 아야츠지 유키토는 '호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쉽게 국내에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속삭임 시리즈 3부작>은 작가 초기 대표작인데 <관 시리즈>와는 노선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서스펜스다. 그 밖에도 초기 걸작(?)중 하나인 <살인귀>는 스플래터 호러. <13일의 금요일 밤>같은 내용에 미스터리 양념을 가미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노선은 계속되어 <안구기담>이라는 단편집에서는 아예 미스터리 색채는 옅어지고 (거의 없다시피) 호러위주로 꾸며졌고, <최후의 얼굴>에서는 판타지 호러가 되버린다(그런데 재미는 없었다.) 게다가 미스터리는 완전 빠지고 오로지 호러만으로 꾸며진 <미도로가오카 기담집>도 나왔다.(단 하나 단편만 미스터리고 나머지는 그냥 괴담수준의 단편이었다.)

그리고 <어나더>.  호러 미스터리 중에서도 특히 <최후의 얼굴>의 후속작 같은 느낌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따랐는지, 작가 이름 바꾸고 라이트노벨로 내놨다면 그대로 속았을 법한, 그런 캐릭터와 구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반진담 섞인 농담조로 <어나더>를 아야츠지 유키토의 라이트노벨 데뷔작이라 부른다.

이야기는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가 요미야마 시라는 곳에 전학을 오는 걸로 시작된다. 그런데 주인공이 전학 오게 된 반에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괴담? 저주?가 있어서 거기에 주인공도 휘말리게 되고 어쩌다 보니 한쪽 눈에 안대를 한 귀여운(?) 여자애도 나온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어나더>를 다 읽고 가장 처음 느낀 건, 문장 몇 개면 요약될 내용을 이 정도로 분량을 잡아 늘려서 글로 완성하는 것, 이거야말로 재능이 아닌가? 였다. 말 그대로 <어나더>의 핵심은 정말 별거 아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광고는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식 반전도 아니고, 그냥 호러 영화라면 으레 등장하는 마지막 살인귀의 부활(?) 정도 수준이다. 반전은 빛바랜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읽는 내내 무척 지겨운 진행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독자를 감질 나게 약 올리듯이 서서히 진행하는 부분은 분명 장점. 다만 호러보다는 모험 소설 같은 분위기가 짙어서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 게다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서 주인공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정교하지 않다. 웃긴건 주인공 심리조차 심도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어나더>는 외형만 10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굳이 중학교, 중학생을 소재로 삼을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나더>를 갖고 이렇게 미디어믹스를 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본전치기라도 할 수 있으려나) 만화연재, 애니메이션 방영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말야. 개인적으로 만화판 <어나더>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건 내용 보다는 오로지 작화를 맡은 '기요하라 히로'가 그린 '메이' 그림이 몹시 예쁘기 때문이다. ㅋㅋ (만화판 어나더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상할 정도로 미소년 미소녀로 꾸며져 있다.) 애니메이션은 아직 방영중이긴 한데, 그냥 저냥 볼 만하다. (특별편으로 수영복 에피소드가 나온다고 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ㅋㅋ)

여담) <살인귀>나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살인귀2는 제외하고)

평점 5.5 / 10

2012년 2월 4일 토요일

유포리아 (euphoria) - 클락업 (2011)



2011년 클락업 (등급 : 성인용, 언어 : 일본어)

게임을 시작하면 느닷없이 하얀 방에 갇혀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다카토 케이스케.
케이스케 이외에도 반친구인 마나카 네무, 바쿠야 린네, 호카리 가나에, 반장 안도 미야코. 담임 선생 아오이 나츠키 그리고 후배 마키바 리카가 있었다. 정체불명의 방에 갇힌 일곱 명.

그리고 이어지는 게임. 간단하게 밀실편이라 명명하자.
밀실의 규칙은 간단하다. 주인공은 열쇠가 되고, 여자애들 중 한 명이 '열쇠구멍'이 된다. 열쇠를 열쇠구멍에 집어넣으면 문이 열린다. 하지만 단순히 열쇠를 구멍에 집어넣으면 안 되고 거기에는 조건이 붙어있다. 해당 조건을 만족해야지 스테이지 클리어. 이렇게 5번을 무사히 넘겨야지만 탈출에 성공. 아, 참가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죽는다.  그리고 열쇠구멍으로 선택된 이가 거부해도 게임오버.  살고 싶으면 참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장인 미야코가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이따위 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고 표명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룰 적용. 미야코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전기고문을 당해 사망한다. (진짜다;; 이건 헤살도 뭐도 아닌 것이 반장은 프롤로그 단계에서 죽는 캐릭터다.)

해서 주인공 일행은 살기위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의 내용은 열쇠가 열쇠구멍을 하드코어하게 능욕하는 것이다.  자위,레이프, 폭력,배설,방뇨,고문,아날,확장 또 뭐 있더라 아무튼 아주 다양하게 등장해준다. 뭐 그러기 위한 주인공 남자 1명과 상대역 여자 5명이니까.

여기까지만 보면  <유포리아>는 그냥 수많은 하드코어 어덜트 게임 중 하나다. 밀실을 탈출하기 위한 능욕. 능욕의 당위성을 위해 나온 것이 게임의 규칙. 내가 살기 위해서는, 아니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짓밟고 짓밟혀야한다는 관계 설정. 이런 류 설정의 영화나 게임은 참 많은데, 대충 설명만 보고도 머릿 속을 스치는 그 무엇(?)이 있을텐데 그 생각이 맞다. 거기에 성인용 게임 답게 하드코어 포장과 양념을 첨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 <유포리아>는 게이머를 배려한(?) 능욕물이다.(....)

이렇게 열심히 능욕작업에 심취(?)하다보면 밀실편이 끝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리.
이게 뭐시여?
뭔가 이상한 기분이다.
꿀꿀한 기분으로 엔딩까지 도달해도 개운한 기분이 아니라 더부룩하다.
미진한 느낌.

해서 다른 캐릭터를 계속 공략한다. 하지만 속시원하게 밝혀지는 진상은 없다. 설마? 하는 느낌은 있지만 만약 그런 설정이라면 에이 SIBAL 하고 패키지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쨌든 마지막까지 열심히 플레이를할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타 엔딩 루트는 오로지 '진엔딩'을 위한 희생양이기 때문이다.정말이다. 모든 건 트루엔딩을 위함이다. 그리고 그 트루엔딩을 보고 게임의 '제목'이 가지는 의미와 오프닝 주제가 가사를 음미해보면서 씨익 웃어주면 끝난다.

최대한 스토리 누설이 없도록 하고 있지만 구글로 검색하면 본 게임의 개략적인 스토리부터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담은 내용까지 가감없이 찾아 볼 수 있다. 아, 좀 엽기적인 그림도 나오니까 비위 약한 사람은 검색을 삼가자.


개인적으로 추천하고픈 캐릭터 공략 순서. 이렇게 하는 것이 전체 시니리오와 반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좌측부터 공략해서 우측을 제일 마지막에 하면 되겠다.

마키바 리카 -> 아오이 나츠키 -> 바쿠야 린네 -> 마나카 네무 -> 호카리 카나에

여담)

1. 게임 속 표현으로도 나오지만 구멍 뚫린 치즈 같은 설정중에 이건 좀 아닌데 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만능(?) 목걸이.

2. 트루엔딩을 본 다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밀실편을 해보자. 그리고 캐릭터들 대사와 반응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의외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3. 호카리 카나에의 심정만을 생각하면서 진행해보자.

4. 리카 또는 나츠키 루트 엔딩을 보면서 다른 캐릭터 입장을 생각해보자. 특히 네무와 카나에.

5. 캐릭터 심리 표현에서 불친절한 부분도 많은데 (특히 카나에) 그 부분은 그냥 각자 상상력(?)으로 극복하자.

6. 막장of막장 엔딩이 하나 있는데 그걸 진엔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신경끄자.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