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 토요일

명탐정의 아들 - 최상희

2012년 비룡소

 중학생 소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하는 도입부 부터 화자의 재치와 입담이 경쾌하고 발랄해서 쉽게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들게 해준다. 현실감각이 없는 것 같은 자칭 명탐정 아버지와 학업과 가사를 병행해야하는 조숙한, 명탐정의 아들이라는 구도는 만화같으면서 일본의 라이트노벨 같은 느낌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밝아 보인다. 하지만 행운의 열쇠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아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결코 소설의 내용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시작은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같지만 실제 속 내용은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주인공 덕분에 균형이 맞는 것 같다.

 기본 뼈대는 하드보일드다. 아무래도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 미스터리로 꾸미기에는 가장 쉽기(?) 때문인 것 같지만 <명탐정의 아들>은 그럼에도 미스터리 부분이 빈약하다. 자살, 사고사, 살인을 놓고 저울질 하지만 이미 답은 처음부터 나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순서를 섞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건 단서 배분 문제로 역효과다. 독자의 흥미는 유발할 수 있겠지만 미스터리로서는 감점요인이다. 미스터리가 줘야하는 재미를 희생한 만큼 주제를 깊게 파고들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어둠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주변만 살짝 살짝 건드리다가 끝난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과 결말을 보고 있으면 열린 결말이나 마찬가지다. 책 속 밖의 아이와 어른에게 던지는 화두다. 이대로 괜찮겠나?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그런 것 말이다.미스터리만 보면 전반적으로 부족한 느낌의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리즈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든다. 시리즈물이라면 이번 작에서 부족한 부분은 속편에서 만회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도 궁금하고(어릴적 사건의 뒷이야기) 주인공 친구 몽키(...) 이야기도 더 보고 싶고, 주인공 아버지와 어머니 에피소드도 파고들면 한없이(?) 나올 것 같다. 게다가 주인공이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생이 되면? 꽤 재밌을 것 같은데 과연 후속편은 나올 수 있을까?

평점 5.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