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오늘밤 안녕을 - 마이클 코리타

2004년  Tonight I said Goodbye
2012년 우리말

오늘 밤 나는 작별을 고했다.
원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뭔가 끈적거리는 듯 재즈 음악과 함께 담배연기와 향수 냄새가 느껴지는 그런 제목입니다. 미국 1900년대 초반 하드 보일드 풍의 스릴러입니다. 딱 그 냄새가 물씬 납니다. 물론 배경은 현대 미국이지만 소설이 지향하는 바는 과거 하드보일드 풍에 대한 찬가같은 느낌입니다.

작가의 나이 21세에 쓴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역시 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확실이 나이에 비하자면 높은 완성도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작가에 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책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기본 얼개는 너무 단순하고 단서를 찾아 움직이는 과정은 기계적인 반복입니다.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은 탐정에게 애수를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고안된 것일 뿐 그것 자체가 딱히 큰 의미를 지니지도 않습니다. 다만 필력은 살아있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플롯만 잘 다듬으면 충분히 중박이상은 꾸준히 칠 만한 여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일단은 링컨 페리 다음작을 읽어보기는 할텐데 지금 당장은 아니네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평점 3.5 / 10

내가 살인범이다 (2012)

2012년 개봉
 정재영, 박시후 주연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정재용은 형사, 박시후는 범인입니다.
 그런데 범인은 그냥 범인이 아니라 살인공소시효가 만료된 범인이죠.
 그래서 범인인데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재밌는 건 이런 범인이 '내가 범인이다!'라는 책을 출판해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TV토론에 나와서 형사랑 맞짱토론(?)도 벌이고 뭐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스컴의 주목을 한몸에 받습니다.

 영화의 기본 뼈대는 이렇습니다. 여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기에 감독은 초반부터 액션에 공을 들입니다. 초반 추격신의 흔들리는 카메라,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장면, 초중반 자동차 추격장면과 액션 등 단순 스릴러가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것에 많은 장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액션 자체로는 크게 나무랄 데 없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재밌게 볼 수 있는데 이게 영화의 기본 뼈대와 합체하고 나니 어딘가 어긋나는 느낌이 듭니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데 스릴러 파트와 액션 파트 두 개를 나누어 찍어서 한데 합쳐놓은 느낌입니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연쇄살인범의 피해자 유가족 중 한명인 석궁을 쏘는 여자의 등장 장면입니다. (이 정도는 헤살 범위 안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 외에 영화의 큰줄기와는 상관없지만 세부적으로거슬리는 부분을 꼬집자면, 영화의 스토리중 의도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넣은 장면이 있습니다.. 살인범 빠순이 여고생들의 희화화된 부분, 여자 변호사의 눈물 등 일부 여성들의 행태를 비꼬는 연출이 눈에 띄더군요. 이런 어이없는 행태를 담당하는 것이 어째선지 전부 '여자'라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여겨집니다. 여기에 살인범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자극하는 연출이 맞물리니 그에 대한 복수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죠. 이런 식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이 다수 보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도 빛이 바랬습니다. 범인이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해서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답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반전의 정체거든요. 액션과 감정을 자극하는 연출에 신경 쓸 여력을 좀 더 형사-살인범-반전-동기등에 쏟아부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족) 마지막의 담뱃불이 정말이지........... ㅠ.ㅠ

평점 5.5 / 10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 시마다 소지

2012년 우리말 (해문)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시각표 미스터리다. 그 시간표는 당연 열차겠고.  그리고 난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런 시각표 미스터리는 정말 싫어한다. 이유는? 그냥. 산수가 싫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심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침대특급~ 벽>은 그런 단순한 열차 타고 비행기 타고 용의자가 땀나게 뛰어다니면서 살인 저지르고 알리바이 만드는 미스터리에 '플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은 알리바이 트릭이다. 여기에 플러스가 추가되는게 이 추가요소가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알리바이(?)를 부수는 것이다. 사망추정시각에 열차에서 목격된 피해자. 유령도 아니고 대체 어째 이런 일이? 설마 쌍둥이? 오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일까? 아무튼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면 될 테고 실망스런 작품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80년대 초반에 나온 소설이다. 그걸 감안해서 읽어야 겠다.

 요시키 형사 첫 작품이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가 먼저 나왔지만 요시키 형사의 데뷔작은 <침대특급~ 벽>이다. 꽤 많이 나왔는데 과연 어디까지 우리말로 나올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평점 5 / 10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1990년 고단샤
2012년 우리말(포레)

 처음 <요리코를 위해> 우리말 출간 소식을 접하고 그 뜬금 없음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진 연속!으로 잘 팔릴 내용도 아닐텐데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 번역됐다는 것이 놀라웠다.

 소설의 기본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도입부는 한 아버지의 수기로 시작한다. 여고생 딸이 살해당하고 딸을 사랑한 아버지는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 복수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렇게 수기는 끝나고 린타로가 수기를 바탕으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는 방식이다.

 하드보일드 풍이면서 범인의 정체와 동기를 동시에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의욕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이라서 정직한 소설이다. 해서 수기만 잘 봐도 범인과 동기까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독자들도 그리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페어 플레이를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맞지만 추리소설을 막판의 큰 한방을 원해서 읽는 독자에게는 배고픈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이 걸 조율하는 것이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긴 한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계량 저울로 재듯이 쉬웠다면 얼마나 좋으랴. 

책 제목 또한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 장을 손에서 내려놓았다면 제목을 음미해 보자, 요리코를 위해...........

평점 5.5 / 10

2012년 11월 1일 목요일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 엘러리 퀸

1930년 The French Powder Mystery
2011년 우리말 (시공사)

 국명 시리즈 두 번째.
 초기작 답게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 꼼꼼한 단서와 논리가 어우러진 퍼즐 같은 재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서 사람은 죽었지만 싱긋 웃으면서 게임을 시작하죠라는 엘러리 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극히 미스터리에만 초점을 둔 작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퍼즐에 집중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독자 사이에서 취향 차이를 탈 가능성이 높다.

 퀸의 초기작품이지만 역시 흡입력이 대단하다. 초반 빠르게 사건이 일어나고 퀸 부자의 개입과 동시에 지면의 대부분은 - 아마 80% 정도는 수사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시체를 조사하고, 관계자의 증언을 듣고, 단서를 확보하고 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정작추리소설 독자에게 익숙한(?) 알리바이는 소설 막바지에 가서야 나온다. (이건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딱히 스포일러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단원. 결말이 무척 깔끔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허무할 정도로 깨끗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여기에 서문의 도움말의 어떤 대목과 제목의 파우더를 떠올려 보면,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는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임에 분명하다.

평점 6 / 10

1929년 로마 모자 미스터리
1930년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1931년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1932년 그리스 관 미스터리
1932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1933년 미국 총 미스터리
1933년 샴 쌍둥이 미스터리
1934년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
1935년 스페인 곶 미스터리

버닝 와이어 - 제프리 디버

2010년 The Burning Wire
2012년 우리말(RHK)

 링컨 라임 시리즈 9번째 이야기.

 시리즈 전환점은 7번째 <콜드 문>이었다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그 전까지는 소규모 연쇄 살인사건이 시리즈의 주요 소재였다고 한다면 콜드 문 이후로는 대규모 사건으로 스케일이 확장됐다. 전작 <브로큰 윈도>가 그랬고 이번 <버닝 와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의 필수불가결 전기를 핵심 소재로 택했다. 전기를 이용한 테러. 그게 대응하는 링컨 팀. 반면 콜드 문에서 파생한 캐스린 댄스는 링컨 라임 초창기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다.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는 <잠자는 인형>과 소셜 네트워킹의 위험성을 소재로 했지만 속은 인간 내면의 문제를 다뤘다고 보이는 <도로변 십자가>는 현재 링컨 라임 시리즈와 정반대의 입장에 위치한 듯한 느낌이다. 일부러 작가가 노리고 만들었을 거라는 짐작은 간다. 제프리 디버가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꾸몄을 거라 믿기지 않으니까.

두 시리즈는 노선을 완전 달리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링컨 라임의 초창기 시리즈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콜드 문까지는 상당히 괜찮았다. 하지만 브로큰 윈도 부터 '브로큰' 하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버닝 와이어>에서는 시리즈가 세운 공든 탑이 '불타기' 시작한 느낌 마저 든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어째 완성도와 재미는 갈수록 떨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족시켜준다는 것이 제프리 디버의 마술이지 싶다. 무서운 작가다. 개인 취행에 빗대서 <버닝 와이어>가 별로라고 했지만 반대로 콜드문과 버닝 와이어를 더 좋아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현재 내 안에서 링컨 라임 시리즈는 확고한 믿음에서 한 단계 추락한 상태다. 10번째를 읽고 나면 이 시리즈에 대한 내 느낌이 정확해질 것 같다. 역시 캐스린 댄스 시리즈도 3번째 작품에 나와야 믿음으로 갈지 그냥 기대에서 머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최신작들은 내년에나 나오려나?

평점 5.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