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4일 금요일

컬렉터의 신비 - 니카이도 레이토


2005년 고분샤 (캇파 노블즈)
2008년 문고판

 미즈노 사토루 학생편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미즈노 시리즈는 편의상 두 가지로 갈리는 데 데뷔작 <가루이자와 매직>은 사회인으로, <기적섬의 신비>는 학생 시리즈로 나뉜다. 그리고 시리즈 구분은 제목으로 바로 알 수가 있다. 무슨 무슨 매직으로 끝나면 사회인이고, 아무개 신비로 끝나면 학생편이다. 해서 이번에 읽은 <컬렉터의 신비>는 볼 것도 없이 학생편이고 순서상으로는 세 번째이다.

 책 사진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가 눈에 띄는데 (최근 독자 연령대에 따라서는 모르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왜 데쓰카 오사무 그림이 미스터리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나 의아해할지도 모르는데, 이번 편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데쓰카 오사무 동호회' 회장이 살해당하고 보유하고 있던 희귀본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 미즈노 사토루는 해당 동호회원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학생편에서의 미즈노는 각종 거기기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설정이다.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듯. 한마디로 그냥 갖다 붙이면 다 되는 수준이다.)

해서 프롤로그는 살인장면이면서, 어째선지 그 살인이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지 100페이지도 넘게 걸린다. 거기다가 다시 탐정 역인 주인공이 참가하기까지 수십 페이지 잡아먹는다. 그런데 초반부 내용은 데츠카 오사무 만화 관련 이야기다. 아무개 책이 희귀하네, 어쩌네 하면서 떠드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붓다> <불새> <우주소년 아톰> 등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작품이 워낙에 많은 작가이다 보니 아마 그쪽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솔직한 심정을 글쎄올시다 수준이다. 물론 작가가 데츠카 오사무 광팬이기 때문에 지나친 면도 있을 법도 하지만 그걸 살핀다고 쳐도 그렇게 떠든 이유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범행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의 컬렉터(수집가) 심정은 같은 컬렉터만이 알 수 있듯이,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뭐 초록은 동색이란 말이 딱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초반의 허들을 넘으면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머리 위로 슬며시 물음표가 옅게 떠오른다. 밀실 살인이긴 한데, 밀실이 중점인지, 알리바이 쪽이 중점인지 애매하고, 해결방식 짜깁기해놓은 스타일이다. 치밀함 보다는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플롯이려나? 겨우 이런 걸로 포장한 범행을 표현하기 위해서 430여 페이지가 필요했나? 싶은 마음이다. 오히려 미스터리는 손님이고 데츠카 오사무관련 이야기가 주인이다.

평점 4 / 10

2011년 6월 8일 수요일

일곱 번째 이름 - 루스 뉴먼

2009년 Twisted Wing
2011년 우리말(비채)

케임브리지 대학을 배경으로한 엽기살인사건. 그리고 마지막 사건의 목격자. 하지만 목격자에게는 비밀이 있는데............ 일단 소설은 3번째 살인사건의 목격자인 올리비아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는 일시적 기억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걸 치료하는 것이 다른 법의학자 매튜이다. 소설은 그렇게 매튜가 올리비아의 기억을 복원하는 장면과 함께 올리비아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같이 그리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살인사건의 이야기도 나오게 된다.  중반이 넘어가면 모든 것이 '현재'로 일치된다. 해서 초반이 너무 루즈하다. 게다가 올리비아의 첫 번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들은 '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뭐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읽어가다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바탕으로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후던잇이지만 그걸 알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올리비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곱 번째 이름>은 직설적인 작명이다. 원제인 <비틀린 날개>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만, 읽기 전의 제목으로는 <일곱 번째 이름>이 낫다. 모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런 소재는 이미 전세계 공용(?)이다보니 굳이 그런 걸로 이 소설에 흠집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영상화가 된다면 훨씬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일반 영화보다는 3부작 특집극 정도의 TV영화 버전 정도면 잘 어울릴 법하다.

평점 5 / 10

2011년 6월 7일 화요일

어둠의 변호사 - 붉은집 살인사건 - 도진기

2010년 우리말(들녘)

국산 본격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범인은 누구인가와 범인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 후던잇과 하우던잇 두 가지를 맛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초반은 주인공 고진이 한 여성의 의외로 집안에 찾아가면서 그 집안에 얽힌 과거사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되는데, 본격적인 사건은 100여 페이지가 지나간 뒤에나 시작된다. 초반 스타트가 좀 느린 감이 있지만(전체는 약 400 페이지 정도) 전체 분량을 감안하면 페이스 조절은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해서 진짜 뜀박질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는 꽤 진행이 빨라진다. 과거의 사건은 게속 불거져 나오고, 현재의 사건 역시 알리바이 때문에 애를 먹는다. 그러면서 피해자 집안의 숨겨졌던 이력이 야금야금 드러난다. 그러면서 마지막 '봉인' 페이지에 도달하게 되는데.......서점에서 그냥 서서 읽는 사람들한테는 '천인공노'힐 짓이다. 결말을 봉인해놓다니!! 후던잇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봉인하다니!! 라고 하지만 마지막 부분 전부를 봉인해놓은 게 아니라서 사실 봉인부분을 건너띄더라도 전체 구성을 아는 데 지장은 없다. 그게 좀 아쉽다. 아예 다 봉인하는 편이 더 낫지 싶다. 반전의 반전을 넘다드는 구성은 분명 볼만하지만, 시종일관 등장하는 '유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좀 불편하다. 뭐 이건 개인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올테니 그러녀니 넘어간다고 한다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꽤 좋은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막장 중의 막장'같은 결말이 아니라서 상당히 '의외'였긴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가가 일부러 그런 막장을 피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불공정한 면도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이 공정하다고 재밌는 건 아니니까 크게 문제 삼을 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국산 본격미스터리에 목말라한 독자에게는 단비 같은 녀석이다. 현직 판사가 썼다고 해서법률용어가 난무한다거나 현장감 넘치는 그런 녀석이 나오나 싶었지만 의외로 평범한(?) 추리소설이라서 관련 지식이전혀 없는 독자도 손쉽게 집어들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그런 게 아마 배려가 아닌가 싶다.

평점 7 / 10

추상오단장 - 요네자와 호노부

2009년 슈에이샤
2011년 우리말(북홀릭)

정작 데뷔작은 소개되지 못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이 우리말로 나왔다. 보통 요네자와 호노부 하면 청춘 미스터리라는 말을 떠올리는데 아마 데뷔작이 고등학생들의 일상 미스터리 모험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소시민 시리즈>나 <사요나라 요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분명 초반에는 젊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결코 즐겁게만은 그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 여타 청춘 미스터리와 노선을 달리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우울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던 <사요나라 요정>은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 안에 숨어든 미스터리의 완성도는 솔직히 별로였다. 아마 그 후부터 노선이 살짝 변경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후에 나온 <보틀넥>은 미스터리보다는 판타지스런 소설이지만 우울한 분위기는 <사요나라 요정>에서 잘 계승됐고, 잘 섞여들지 못했던 일상 미스터리의 완성도는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서 처럼 이야기 자체에 잘 융합되도록 다듬고 있다. <추상오단장> 역시 그 연장선상 중의 하나다.

간단한 내용은 이렇다. 고서점에서 알바중인 주인공은 한 여성의 의리로 다섯 개 단편소설을 찾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섯 단편은 과거의 어떤 사건과 연관이 되어있다. 짤막한 스토리의 단편이 다섯개 하지만 결말은 없다.미스터리 강도는 약한 편이지만 분위가와 구성력으로 재미를 찾아야 하는 녀석이다보니 정통 미스터리 팬 보다는 다양한 독자에게 먹힐 분위기의 단편집이다.  앞으로도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는 <소시민>과 <고전부> 시리즈는 일상 미스터리로 쭈욱 밀고 나갈 것 같고 그 외의 스탠드얼론은 이런 식으로 두루 먹히는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데뷔작인 <고전부 시리즈>도 잘하면 우리말로 나올 것도 같은데......

평점 6 / 10

손 안의 작은새 - 가노 도모코

2011년 우리말(노블마인)

<손 안의 작은새>는 <거울 집의 앨리스> <무지개 집의 앨리스> <유리 기린>에 이어 4번째로 소개된, 가노 도모코의 연작단편 미스터리집입니다.  게다가 초기작입니다. 데뷔작인 <일곱개 이야기>와 그 후로 이어지는 <코마코 시리즈>가 나오던 시기에 출간된 작품인데, 그래서 그런지 작풍이 당시 여타 작품과 흡사합니다. 독립된 단편같은 지류가 본류로 모여서 대해로 흘러가는 그런 느낌의 단편집이 말이죠. 가노 도모코 만의 특색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잘 꾸며놓았으니까요. 거기다가 이번에는 대놓고 (데뷔작 시리즈도 비슷하긴 했지만)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를 전면에 내세워놓고 일상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같이 진행시킵니다. 탐정역은 남자가 맡고 있습니다만, 요즘 이런 스타일이 나왔다면 여자가 탐정역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강한' 여성이 아름다우니까요.

어쨌든 처음 이 작품을 읽은 게 몇 년 전이긴 한데 당시에는 꽤 즐겁게 읽긴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미스터리 쪽 완성도는 솔직히 별로 볼 게 없네요. 심리와 서술트릭이 섞인 것이라서 딱히 정통 미스터리 쪽과 연관성을 찾는 것 자체가 바보스럽다고 느껴지니까요. 그냥 로맨스 장르로 받아들이고 미스터리는 부록 안의 부록 정도로 받아들이면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참고로 이 작품(5개 단편)에서는 사에의 가족이 나오지 않는데, 일종의 외전격인 단편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사에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물론 <손 안의 작은새>를 읽은 독자라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입니다. 그 단편집이 우리말로 출간될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외전 단편만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번역해보고 싶긴 합니다. 뭐 마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요. ㅋㅋ

평점 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