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8일 토요일

허구추리~강철인간 나나세 - 시로다이라 쿄

2013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제목부터 재밌다.
허구 추리.
표지를 들추면 허구와 추리에 관한 뜻풀이를 담은 페이지가 나온다. 두 개를 합쳐서 해석해보면 이게 대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직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러나 1장, 2장이 넘어가면서 <허구추리>의 세계관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하면 작가의 노림수가 슬슬 보인다. 그리고 후반부는 제목 그대로 '허구' '추리'를 독자에게 피로하면서 대망의 결론을 내린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미스터리)은 사실을 끝까지 캐내는 집요함에 재미가 있다. (변종도 있지만 여기서는 본격 미스터리를 추리소설의 대표자로 보고 말하고자 한다.)
그에 반해 <허구추리>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거짓이든 사실이든 결론에 제대로 안착하면 그걸로 끝나는 끼워맞추기식 억지 추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것은 그 억지추리가 말도 안되는 비논리가 아니라 나름의 논리적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논리를 담은 거짓말 역시 하나의 추리소설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미스터리 본격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지 않았을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역대 수상작을 보면 굳이 '본격'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대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아마 이 수상에만 혹(?)해서 낚인 독자들도 꽤 많겠지만 어쨌든 <허구추리>는  유쾌한 본격 (요괴) 미스터리임에는 분명하다.

결말을 보면 후속 시리즈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 하지만 나오면 읽긴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신선한 재미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여담)
<스파이럴~추리의 띠>라는 만화가 있다.
제목만 보면 추리(?) 만화로 생각하겠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당혹스런 작품이다.
추리는 추리인데 판타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액션(?) 느와르(?) 미스터리풍(?)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대단히 오묘한 작품이었는데 이 만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세계관이 있다면 귀신이건 전설이건 판타지이건 그걸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대로 '팩트'가 되고 그 진실을 깨부수는 건 '논리'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미 <허구추리>를 읽은 독자라면 '어!!!!!' 할 것이다.
<스파이럴>은 사실 시로다이라 쿄의 초기작이었고 세계관은 좋았지만 미스터리로서는 그다지 별 볼일 없던 만화였다. 하지만 그런 토대가 있었기에 <허구추리>라는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지 않았을까? <허구추리>는 소설의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만화로 나왔어도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만화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평점 6.5 / 1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3 - 미카미 엔

2013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시리즈 세 번째.
모든 것의 흑막(?)인 그녀의 엄마 이야기를 중심으로 곁다리로 단편이 끼어든 형태다.
엄마 얘기는 전편부터 떡밥을 계속 깔았지만 3권에서도 딱히 큰 발전은 없다.
그냥 다음 권에 계속! 이렇게 하고 끝이다. 어떻게든 다음 권을 계속 사게 만들어야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일개 독자가 봤을 때는 감질난다.

미스터리는 전편 처럼 평이하다. 뭐라 말할 건덕지도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

평점 5 / 10





2013년 9월 21일 토요일

마루타마치 르부아 - 마도이 반

2009년 고단샤BOX
2013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시로사카 론고.
우연히 만난 정체모를 여인 '루주'
그녀를 잊지 못하고 3년이란 세월이 흐르지만 론고에게는 할아버지 살해라는 죄명으로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재판에서 론고는 '루주'를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데........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다. 변격이긴 하지만 아주 유쾌한 로맨틱한 미스터리다.
소설이기에 보여 줄 수 있는 마지막의 먹고 먹히는 술수가 정신없을 정도로 재밌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막바지 롤러 코스터는 작위적이지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이 전부 '연극 같은' 느낌 덕택에 위화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 소설의 중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재판극은 아무리 봐도 <역전재판>이란 게임이 생각난다. 역전재판 처럼 과장된 만화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실제 재판이 아니라 관객을 의식한 연극 같은 재판이란 점이 게임 속 재판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간만에 즐거운 미스터리를 만났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괜찮은 미스터리다.
후에 '르부아 시리즈'라고 해서 몇 권 나온 것 같던데 후속작도 꼭 우리말로 소개됐으면 좋겠다.


평점 7.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