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살인의 숲 - 타나 프렌치

2008년 In the Woods
2011년 우리말(영림카디널)

2008년인가 그 해 유력한 미스터리 신인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단, 미리 말해둘 것은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살인의 숲>은 정말 실망스런 녀석이 될 거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스터리는 있지만 '진정한' 미스터리는 없으니까.

정말 방대한 분량이다. 페이지 수만 보면 540. 여기까지는 영미권 소설이라면 뭐 보통 수준의 페이지다. 하지만 한 페이지당 활자량으로 세세하게 따지면서 들어가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살인의 숲>은 1페이지당 '27줄'이 들어갔으며 폰트 크기도 '작다'. 작금의 초등학생용 소설 같은 폰트 크기만 보다가 깨알같은 녀석을 보니 내가 벌써 '노안'인가 싶은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아무튼 사실 마음만 먹으면 두 권으로 분권해서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분량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단권으로 나왔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느낀 거지만 단권으로 내놓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분권으로 내놨다면 아마 욕은 딱 10배는 더 먹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과거 실종됐다가 기억을 잃은채 발견된 주인공이 커서 형사가 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맡은 어린소녀가 살해당한 사건이 과거의 잃어버렸던 기억과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 페이지 수는 엄청나게 많은데 사건 자체는 황야 처럼 썰렁하다. 과거의 사건이 있지만 그 과거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성장에 영향을 줄 뿐 결정적인 부분과는 끝까지 동떨어져있다. 오히려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보다는 주인공 라이언의 파트너 '캐시'라는 캐릭터가 훨씬 생동감 있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알고보니 다음 작의 주인공이 캐시라고 한다. 오히려 그 작품이 훨씬 재밌을 것 같지만, 데뷔작 같은 심리묘사에만 중점을 둔다면 별로 읽고 싶지는 않다.)

왜 제목을 '살인의 숲'으로 했을까? 다 읽고 나면 부적절한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그냥 숲 속에서 라고 했더라면 차라리 점수가 +1은 됐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감성이 심히 거슬린다.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가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부' 드러내도 충분히 통할 법한 내용이다. 뭐 다른 의미로 독자 뒤통수를 후려 패는 구조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집 뒤에는 무조건 해답편이 실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내가 싫어했던 요소를 다른 누군가는 장점이라고 치켜 세울 것이다. 말하자면 <살인의 숲>은 취향차이를 노골적으로 타는 소설이니까 잘 선택해야한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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