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말 (시공사)
<옥문도> <팔묘촌> <이누가미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렇게 4종류만 소개되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여겼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의외로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는 긴다이치 월드. 작년에 소개된 것이 <여왕벌>이고 최근에 나온 것은 <삼수탑>으로 한 10권 정도 채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왕벌>의 특징은 이미 소개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김전일 할아버지가 주인공 탐정인 건 맞고, 역시 사실 범인은 처음부터 짐작은 하고 있다고 복장을 긁는 것도 여전하지만, 기존에는 트릭과 기교가 분위기를 좌우했다면 이번 <여왕벌>은 오밀조밀 갖고 노는 재미는 없다. 기존에 맛보던 기믹이 없다. 밀실살인이 있고, 연쇄살인이 있다고 하지만 원래 해답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계적인 미스터리 구조 보다는 시종일관 강조되는 '분위기'에 소설은 좌우된다. 이쁘네, 아름답네, 요염하네, 섹시하네 설레발 치는 미사여구가 많이 등장하는 데, 얼마나 미인이길래 그러나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온다 리쿠의 <여섯 번째 사요코>는 이보다 더 심했지만) 해서 미스터리 재미보다는 여왕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 편의 드라마 보는 재미로 여긴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본다. 나는 만족스럽게 읽었다. 오히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기존 냄새가 덜 나서 신선했다고 할까.
참, 페이지만 두껍지, 한페이지당 활자수는 줄어서 실제로는 <이누가미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 정도의 분량이고 여전히 <팔묘촌>이 가장 두꺼운 녀석인 것 같다. 뭐 덕분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서 넘기는 맛은 있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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