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동아일보 신문연재
1923년 단행본
2011년 결정본 (페이퍼하우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의 추리소설이 나왔다. 나온 거야 벌써 작년 여름이니까 꽤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한국 탐정소설(추리소설)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한테 더욱 큰 의미를 주는 녀석이기 때문에 한번쯤 언급하고 싶었던 녀석이다.
일단<붉은 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번안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원작과 동일하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라면 이름과 지명이 우리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왓슨은 조군자. 셜록 홈스는 한정하. 베이커 거리는 백일동. 이런 식이다. 하지만 이름만 우리식이지 조군자와 한정하가 활약하는 곳은 영국이다. 원작 그대로 면서 이름만 바꾸어놔서 오히려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 차라리 완벽한 현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번역가 김동성도 분명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고심 끝에 현재의 결과물이 나온 걸테니 내 아쉬움은 그냥 넋두리 정도로 흘려보내야겠다.
그리고 하나 더 가장 놀라운 점은 중역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1921년이면 일제 강점기. 당시라면 대부분의 외국 소설은 일본에 번역된 걸 번역해서 내놓은 중역이었는데 (아직도 이 짓거리를 하기도 하지만;;) 김동성은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경력으로 직접 영어 원문으로 번역을 했다고 한다. 아서 코난 도일 원작을 떠나서 직접 번역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 아닌가 싶다. 해서 원본의 1부와 2부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 구구절절한 2부를 그대로 번역한 것만 봐도 얼마나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붉은 실>은 그냥 재밌는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 녀석이다. 어느 정도 추리소설에 대해 애정도 갖고 있고,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야 하고, 특히 '셜록 홈스 시리즈'를 누구보다 사랑해야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독자라면 <붉은실>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책 값도 9,000원으로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다.
참, <붉은 실>에는'주홍색 연구'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표제작 외에도 네 개의 단편(셜록 홈스의 모험에서 발췌)이 더 실려있다. <보헤미아 왕> <붉은 머리> <보손 촌 사건> <비렁뱅이>이다. 이것만 봐도 원제목이 뭐일지 이미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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