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우리말 (시공사)
시리즈 두 번째. 첫 번째 작 <마지막 형사>가 정말로 '마지막'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불안요소는 있지만 제발 시리즈 네 번째까지 잘 나올 수 있기를,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기도라도 하고 싶다. 아무튼 전편도 은근히 묵직한 두께였다면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무게감을 선사해준다.
백화점 경비원으로 일하는 피터 다이아몬드. 그가 담당한 층에서 신원불멸의 일본인 소녀가 발견된다. 결국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짤린 피터.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소녀의 정체를 밝히려고 소녀가 임시거처중인 보호소로 찾아간다. 하지만 소녀의 반응에 피터는 당혹해한다. 일본인 꼬마여자애는 바로 자폐증 환자였기 때문.....해서 책 중반까지는 피터 다이아몬드와 일본인 소녀의 교감을 ET가 생각나게끔 그리고 있는데 이 부분이 사실상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뚱뚱한 거구의 몸을 이끌고 자그만 꼬마 소녀의 눈길을 끌기위해 어릿광대 짓도 마다않는 주인공 모습이 머릿 속에서 자연스레 그려지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없을까? 게다가 피터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는지 소녀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 진행 중간 중간 제약회사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독자는 교활한 여우 아니겠는가? 작가도 그걸 알고 미리 다 까발려놓는 것이고. 아무튼 막판에 가서 자폐아 소녀와 제약회사가 연결된다는 건 기정사실인데, 이게 어떻게 연결되는지 얼마나 부드럽고 설득력있게 진행되는지가 핵심일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원맨쇼>는 그 부분에서 좀 실망스럽다. 굳이 처음부터 관련성이 있다고 밝히지 않았어도 스토리 진행상 별 무리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 중후반에 가서야 제약회사 파트가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당혹케 하는 전개가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 뜬금없이 들어가서 일관성을 해치는 기분이 더 크다. 이러 생각 때문인지 나에게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피터 다이아몬드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소녀의 신상명세-거의 확실한-를 얻는 부분까지 였다. 극후반부 일본파트는 분량도 적지만 사족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소녀가 일본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 부분을 전부 드러낸다고 해도 이 작품의 스토리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도 않으니까) 특히 스모 선수의 활약은 그림상으로는 즐거운 부분인데 하드보일드가 갑자기 코믹 활극으로 변질된 기분-아니 아예 그런 분위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이다. 어쨌든 '소녀'가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과 비교해서 읽으면 꽤 재밌을 거라 본다.
그런데 3,4 번째 작품은 우리말로 언제 나오는겨? ㅠ.ㅠ
평점 5.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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