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8일 수요일

어나더(Another) - 아야츠지 유키토

2009년 가도카와쇼텐
2011년 문고판(상,하)
2011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현재 우리말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 정도만 읽었던 사람들한테 <어나더>는 마치 다른 작가가 쓴 글인 마냥 장르가 일치하지 않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알고보면 아야츠지 유키토는 '호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쉽게 국내에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속삭임 시리즈 3부작>은 작가 초기 대표작인데 <관 시리즈>와는 노선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서스펜스다. 그 밖에도 초기 걸작(?)중 하나인 <살인귀>는 스플래터 호러. <13일의 금요일 밤>같은 내용에 미스터리 양념을 가미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노선은 계속되어 <안구기담>이라는 단편집에서는 아예 미스터리 색채는 옅어지고 (거의 없다시피) 호러위주로 꾸며졌고, <최후의 얼굴>에서는 판타지 호러가 되버린다(그런데 재미는 없었다.) 게다가 미스터리는 완전 빠지고 오로지 호러만으로 꾸며진 <미도로가오카 기담집>도 나왔다.(단 하나 단편만 미스터리고 나머지는 그냥 괴담수준의 단편이었다.)

그리고 <어나더>.  호러 미스터리 중에서도 특히 <최후의 얼굴>의 후속작 같은 느낌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따랐는지, 작가 이름 바꾸고 라이트노벨로 내놨다면 그대로 속았을 법한, 그런 캐릭터와 구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반진담 섞인 농담조로 <어나더>를 아야츠지 유키토의 라이트노벨 데뷔작이라 부른다.

이야기는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가 요미야마 시라는 곳에 전학을 오는 걸로 시작된다. 그런데 주인공이 전학 오게 된 반에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괴담? 저주?가 있어서 거기에 주인공도 휘말리게 되고 어쩌다 보니 한쪽 눈에 안대를 한 귀여운(?) 여자애도 나온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어나더>를 다 읽고 가장 처음 느낀 건, 문장 몇 개면 요약될 내용을 이 정도로 분량을 잡아 늘려서 글로 완성하는 것, 이거야말로 재능이 아닌가? 였다. 말 그대로 <어나더>의 핵심은 정말 별거 아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광고는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식 반전도 아니고, 그냥 호러 영화라면 으레 등장하는 마지막 살인귀의 부활(?) 정도 수준이다. 반전은 빛바랜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읽는 내내 무척 지겨운 진행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독자를 감질 나게 약 올리듯이 서서히 진행하는 부분은 분명 장점. 다만 호러보다는 모험 소설 같은 분위기가 짙어서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 게다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서 주인공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정교하지 않다. 웃긴건 주인공 심리조차 심도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어나더>는 외형만 10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굳이 중학교, 중학생을 소재로 삼을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나더>를 갖고 이렇게 미디어믹스를 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본전치기라도 할 수 있으려나) 만화연재, 애니메이션 방영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말야. 개인적으로 만화판 <어나더>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건 내용 보다는 오로지 작화를 맡은 '기요하라 히로'가 그린 '메이' 그림이 몹시 예쁘기 때문이다. ㅋㅋ (만화판 어나더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상할 정도로 미소년 미소녀로 꾸며져 있다.) 애니메이션은 아직 방영중이긴 한데, 그냥 저냥 볼 만하다. (특별편으로 수영복 에피소드가 나온다고 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ㅋㅋ)

여담) <살인귀>나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살인귀2는 제외하고)

평점 5.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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