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문예춘추
2010년 우리말(재인)
2011년 문고판
이제는 국내에서도 고정팬을 확보한 일본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특히 시리즈물을 만들지 않는 걸로 알려졌던 작가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 가가 형사 시리즈와 지금 소개하는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가 그렇다. 그리고 두 시리즈는 전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크게 히트까지 쳤다. 뭐 국내에서도 많이들 보셨을 거다. 지금이야 인기 시리즈라고 하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작가조차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시리즈 첫작 <탐정 갈릴레오>(단편집)에 수록된 첫단편이 연재된 시기는 1996년 11월. 단행본은 2년 뒤인 1998년에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작<예지몽>(역시 단편집) 단행본은 다시 2년 뒤인 2000년 발간. 그리고 뜸하던 시리즈의 전환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용의자의 단행본은 2005년도에 나왔지만 원래 연재는 2003년부터였다. 두 번째 시리즈 <예지몽>의 마지막 단편 연재가 2000년도 1월이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3년 가까운 공백이 있다.
어쨌든 시리즈 3번째 <용의자 X의 헌신>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해 미스터리 관련 상도 휩쓸고 아무튼 팔리기도 엄청 팔렸다고 한다.(그만큼 논란도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본격 미스터리 정의와 관련해서) 아마 여기서 <갈릴레오 시리즈>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버렸다고 생각된다. 독자들도 속편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것이 작가와 출판사와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에 장기 시리즈화가 됐을 텐데, 여기에는 갈리레오 시리즈의 드마라가 성공한 것도 그런 요인중 하나였으리라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 버전 갈릴레오 시리즈가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원작 시리즈 1권과 2권을 갖다가 만들면서 원작에도 없는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여자 캐릭터 등장을 히가시노 게이고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캐릭터가 시리즈 네 번째 <갈릴레오의 고뇌>에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쓸데없는 얘기만 장황하게 늘어놨는데 <갈릴레오의 고뇌>는 일단 기본 노선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이제는 딱딱하게 맞아 떨어지는 물리학 같은 논리로 무장한 유가와보다는 부드러워진 인간미가 보이는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다우징'을 소재로 들고나온 '가리키다' 의 마무리가 특히 그렇다. (뭐 함께 들어간 다른 단편도 비슷하지만) <갈릴레오의 고뇌>와 같이 발간된 <성녀의 구제>의 내용도 마찬가지. (참고로 국내에는 <성녀의 구제>가 먼저 나왔고 거의 1년 뒤에나 <갈릴레오의 고뇌>가 출간됐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드라마와 인간미는 살아났을지 모르지만, 미스터리 재미는 많이 죽어버렸다. 시리즈 3작 <용의자~헌신>이 전환점이었다면 <갈릴레오의 고놔>와 <성녀의 구제>는 그에 대한 대답이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고.
현재 우리말로는 나오지않은 <한여름의 방정식>(장편)이 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이다. 뭐 금년에 다시 <갈릴레오의 선택>이란신작이 일본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읽기는 하겠지만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시절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안녕~ 갈릴레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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