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고단샤
1999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시공사)
구라치 준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몇 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읽은 책이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물론
원서로 읽었다. 의외로 두툼한 문고판을 손에 집어들고 (아마도..)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챕터
앞에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이 참 재밌는 부분이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다운 논리적인 면모 역시 좋았다.
이런 추리소설이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가보다 포기하고 있던 차에
시공사에서 우리말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 집어든, 이번에는 고대하던 우리말로 번역된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말로 책을 봐야 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ㅠ.ㅠ
이 정도는 헤살이 아니라서 단언하는데, 이 책의 특징은 챕터 앞의 힌트가 철저하게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가
어디에 집중을 해서 책을 봐야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초보자한테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지에 관한 지침이 될 것이고,
숙련자에게는 작가가 말하는 진짜와 거짓의 줄다리기의 완급 조절에 주의를 해야한다. 그래서 <별 산장>은 두루 먹히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걸 초월해서 범인을 알아채는 능력자들이 있는데, 그런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위장전술이 책의 두께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속에, 단서를 숨기려면 글자속에! (....) 라는 말 처럼 활자량이 많아야 한다.
(페이지당 2-3줄 넣는 반칙은 물론 제외) 활자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설명이나 대사가 많다는 소리. 당연히 독자는 많은 정보
속에서 단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힌트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핵심을 관통하는 힌트
그리고 두꺼운 분량 속에 숨죽이고 있는 단서와 복선. 독자와 작가의 공정한 경쟁이다.
다만 이런 류의 추리소설은 선점효과가 무척 중요한 요소인데, 본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쓰즈키 미치오의 작품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성향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한테는 그 재미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아무런 지식 없이 보는 것과 이미 알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이럴 때는 미스터리 비기너 쪽이 추리소설 익스퍼트보다 재밌는 독서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즐거움이니까.
평점 6.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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