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일 목요일

눈의 단장 - 사사키 마루미



1975년 고단샤
1983년 문고판
2008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아스나로 고아원 원생인 구리오리 아스카. 어릴 적, 눈 내리는 겨울 날 삿포로 시내에서 미아가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스카를 도와준 친절한 청년이 있었다. 얼마 후 아스카는 모토오카 집안에 양녀로 들어가지만 그곳은 그녀가 기대하던 낙원이 아니었다. 모토오카 집안에는 아스카와 동갑내기 나츠코, 나츠코의 언니 세이코가 있지만 두 자매는 오직 아스카를 갈구기만 할 뿐. 아스카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아스카는 버티다 못해 가출을 하고 눈이 내리는 삿포로 시내에서 친절한 청년과 기적의 재회를 한다. 청년의 이름은 다키에 히로야. 히로야의 도움으로 모토오카 집안에서 벗어난 아스카는 히로야와 한가족이 된다. 하지만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스카에게 모토오카 집안과의 악연은 끝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나게 된 나츠코. 그리고 그녀의 언니 세이코가 아스카와 히로야가 사는 사원아파트에 입주하게 된다. 그리고 세이코의 환영파티에서 독살사건이 발생한다. 형사가 개입하고 아스카마저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범인은 오리무중.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지만 시간이 흘러 아스카는 당시 독살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깨닫고 심한 갈등을 하게 되는데..............
 
줄거리만 보면 뭔가 미스터리 틱(?)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사실 <눈의 단장>은 엄밀한 의미의 미스터리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분명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있으며 동기도 있다. 그리고 그걸 추리하는 탐정 역까지. 하지만 이 소설의 본질은 범인의 정체도, 범행의 방법도 아니다. 독살사건은 그저 주인공 아스카가 겪는 성장통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중요도가 높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다. 그래서 소설은 단순히 아스카가 겪은 독살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그냐가 다섯 살 부터 나이를 차근차근 먹어 여대생이 되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게다가 탐정 역으로 분한 아스카가 진범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은 소설책 중반 정도면 나온다. 미스터리에 몰두해서 읽는다면 허탈한 결과다. 물론 단서를 뿌리고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건의 이면을 지적해서 그걸 논리적인 연결로 이끌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의 정체까지 깨닫는 과정은 충분히 본격다운 내용이긴 하다
 
살인사건과 사건의 범인의 정체를 알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아스카. 그리고 아스카는 소설 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법은 심리적 활동의 범죄자는 방임하고 있다고. 사건의 발생과 결과는 물리적 활동이며 그것을 법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심리적 활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그대로 아스카가 왜 진범의 정체를 알면서도 주위에 진상을 밝히지 않았는가의 대답이 된다. 또한 이것은 고아 소녀로서 성장하게 된 아스카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고아 소녀 물에서 보이는 순진무구한 캐릭터성이 아스카한테는 없다! 고집쟁이에 자기 것을 뺏기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속성, 그리고 자기의 복수심을 위해서라면 비록 많은 고민을 하지만 살인범을 감쌀 줄 아는 여주인공. 그것이 바로 주인공 아스카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 성이 <눈의 단장>의 재미이다. 

여담)
<눈의 단장>은 고아를 주인공으로, 같은 세계관을 갖는 사부작 중 일부에 해당한다.
미스터리 완성도는 1977년에 나온 <절애의 관> 쪽이 더 높다.
아, <눈의 단장>은 사사키 마루미의 데뷔작이다.
 
평점 5.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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