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2일 목요일

나의 계량 스푼 - 츠지무라 미즈키


2006년 고단샤 노블즈
문고판 간행중

 -줄거리
 초등학교 4학년인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인 '나'한테는 후미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후미는 도수가 높은 안경에 치아교정기를 끼고 다니며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아무나 친하게 얘기를 하지만 정작 친한 친구는 없습니다. 그런 후미는 학교에서 사육하는 토끼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토끼들이 무참히 토막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후미는 사건현장의 제1 목격자였습니다. 그래서 강한 충격을 받고 '혼이 빠져나간' 상태가 되버립니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학교 토끼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은 금방 잡힙니다. 이치무라 유타. 의대 2학년 남학생입니다. 나와 후미가 받은 충격은 컸지만 이치무라 유타의 죄는 기물파손죄입니다. 이치무라는 사건이 예상 밖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람에 집행유예 3년에 지자체 조례에 의거한 70만엔의 벌금형 판결을 받습니다. 유일하게 그가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은 다니던 의대에서 퇴학조치를 당한 것 뿐이죠. 나는 분노합니다. 후미는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넘도록 계속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데요.

 한편 이치무라 측 변호사는 사건의 목격자인 후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비춥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담임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후미 대신 이치무라의 사과를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허락받습니다. 그리고 그 사과를 받는 자리에서 이치무라에게 들려줄 '조건'을 생각하기로 합니다. 그 조건은 나 자신에 대한 속죄이자 후미를 그렇게 만든 이치무라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조건은 절대적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번에도 역시 이야기 속에 곁들여진 미스터리를 즐겨야 한다.  핵심은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고 그걸 위해 처음부터 복선을 깔고 있다.특수능력이 있는 주인공에게는 조언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아키야마 교수. < 밤과 노는 아이들>을 먼저 읽은 독자는 금새 감이 올 것이고, 아니라면 뭐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참고로 <밤과 노는 아이들>에서 아키야마 교수가 그 남학생에게 속닥속닥 들려준 대사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미스터리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가 만든 이스터에그 같은 느낌으로 즐기면 좋을 것이다.

 데뷔작부터 여전히 판타지 스런 설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다른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보인다. 그렇다고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는 아니니까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주인공과 아키야마교수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니까 말이다. 이 설정은 나중에 <츠나구>와도 이어진다.

 아무튼 작은 복수자의 복수 이야기 그리고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 마무리까지 잘 다듬어진 이야기다. <얼음고래>가 우리말로 출간되는 걸 보면서 <나의 계량 스푼>도 조만간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2012년인 지금도 우리말로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영영 출간은 물 건너 가는 것인가.

 여담) 중간에 모 영화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친절한 금자씨> 같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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