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2일 토요일

고래 남친 - 아리카와 히로

2007년 가도카와쇼텐
2011년 우리말(북홀릭)

우리나라에 은근히 소개된 아리카와 히로. <고래 남친>은 여섯 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 장르는 로맨스!! 이미 <도서관 전쟁>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리카와 히로의 주특기는 청춘남녀가 밀고당기는 - 그것도 호쾌하게 - 로맨스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단편집인데, 결과물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일단 표제작 고래남친. 작가의 초기작 <바다 밑>이란 작품의 외전격이다. 그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귀중한 단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파이터 파일럿 그대라는 단편도 <하늘 속>의 외전이다. 나야 <하늘 속> <바다 밑>을 썩 재밌게 보지 않아서 두 단편도 그리 기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냥 독립적으로 읽어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완성도다. 굳이 외전이라고 의식하지 말고 읽는 편이 좋겠다.

 그외 단편 역시 전부 하나로 완결되는 형식인데 여섯 개 단편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위대원들이 주인공이라는 것. 우리 군대와는 다르지만 역시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해야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군대를 갔다 온 남성들이 오히려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싶다. 가령 네번째 단편 탈책 엘러지를 보면, 훈련기간 중에 여친이 만나러 와달라고 밤에 탈영을 감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군대를 가보면 그 심정을 알 것이다. 뭐 요즘이야 휴대기기가 하도 발달해서 예전만은 못한 감도 있지만 언제나 만날 수 있는데 만나지 않는 것과, 아예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 공통점 둘째. 주인공 성격이다. 각자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인데 다들 씩씩하다. 여자도 남자도 전부 말이다. 그래서 사랑앞에 움츠러들고 뒤로 내빼고 싶어하다가도 꾹꾹 눌러 담고 있지만 결국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유머. 사랑 싸움으로 울며 불며 서로 쥐어 짜면서 감정선을 긁어대는 연애물과는 다르다. 시종일관 심각하면서 웃기다. 자위대에 납품할 항공기에 설치할 화장실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두 번째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왕자님 만나서 신세 펴고, 공주님 잘 꼬셔서 인생 180도 달라지는 그런 황당무계 로맨스가 아니다. 그냥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로맨스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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