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겐토샤
2009년 우리말(이레)
원제목은 <한큐 전차>인데 전차는 뭐 전철이나 마찬가지니까 패스하고 앞의 한큐는 노선 이름. 당연 한큐 전철로 책을 내놓으면 쥐 풀 뜯어먹는 소리라서 알기 쉽게 <사랑, 전철>이란 제목으로 내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제목은 진부하지만 매우 적절하게 잘 지었다. 딱 제목 대로의 내용의 소설이니까.
전철 안을 배경으로 남녀의 이야기가 크게는 상행선, 하행선과 작게는 스치는 인연 식으로 화자가 이리 저리 바뀌는 연작 스타일 단편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치는 그녀와 같은 전철에 타게 된 마사시.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마사시와 그녀는 대화의 물꼬를 틀게 된다. 그리고 그걸 듣고 있던 쇼코는 전애인의 결혼식에서 복수를 하고 오는 길, 그리고 그런 쇼코에게 조언해주는 한 노부인 도키에와 그녀의 손녀...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은 순환식으로 이어지는데 처음 나온 남녀 커플이 마지막 단편을 장식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쇼코라는 여성이다. 바람핀 전남친의 결혼식에 참석해 통괘한 복수를 하고 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작은 쇼코를 만나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 장면 또한 몹시 기억에 남는다. 아마 단순히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다분히 핑크빛 해피엔딩 식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도키에라는 노부인 역시 인상적인 캐릭터다. 요즘에는 나이를 똥꾸멍으로 쳐먹은 것들이 많아서 나는 저렇게 나이를 쳐먹으면 안 되겠다 반성하는 시대에 도키에 같은 노인은 거울로 삼고 싶은 그런 캐릭터상을 보여준다. 토키에가 지하철의 무개념 아줌마를 혼내는 장면은 통쾌하기 그지 없고, 쇼코에게 충고를 해주는 장면에서는 인생의 연륜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아리카와 히로의 로맨스 소설은 이런 맛 때문에 보게 된다. 솜사탕 같은 내용의 로맨스인 듯 하면서 묘한 곳에 숨어있는 현실미가 감칠맛을 내준다고 해야할까? 여기에 씩씩한 여자 캐릭터들또한 재미의 한축이다. 좌절도 하고 분노도 하고 실연도 하고 등등 실패를 겪지만 언제나 힘내서 재기하는 씩씩한 여자 캐릭터. 그래서 아리카와 히로의 로맨스는 밝고 즐겁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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