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2일 토요일

고전추리걸작 르루주 사건 - 에밀 가보리오, 안회남,박진영

2011년 우리말(페이퍼하우스)

김동성의 <붉은실>때와 같은 재밌는 작품이다.
세계최초 장편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즈 사건>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13년으로, 이해조가 <누구의 죄>라는 이름으로 솜씨를 부렸다고 한다. 이해조하면 <쌍옥적>이 생각나는데 얼마전인가 <혈가사>와 <쌍옥적>을 두고 한국 추리소설의 효시를 두고 논쟁하던 일이 생각난다. 결론이 어떻게 났나 모르겠다. 뭐 분명 평행선을 그렸을 것 같다만..ㅋㅋ

아무튼 시간이 흘러 안회남이 재번역해서 내놓은 것이 <르루즈 사건>(원제 그대로)인데, 재밌는 건 둘다 번역 원본은 일본어판이라는 것. 구로이가와 루이코의 <사람인가 귀신인가>(일본어판 제목 정말 웃기다.ㅋㅋ) 였다는 것은 뭐랄까 슬픈 일이다. 제대로 프랑스어 원본을 갖다가 현대어로 재번역되도 재밌을 것 같지만,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럴 가능성은 요원하지 않나 싶다.

이유는 내용이 정말 고전이기 때문이다. 정말 고전이다. 물론 반복해서 사용한 고전이란 말에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로.


먼저 좋은 의미부터. 과부 르루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 개입해서 경찰이 놓친 부분을 일일이 설명해서 범인을 지목해서 체포한다. 여기에는 알리바이와 숨겨진 동기, 반전까지 현대 추리소설에서 필요로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초반 범인체포까지는 정말 속도감 있게 알뜰하게 잘 꾸며져있다. 1800년대 말에 나온 장편추리소설 치고는 정말 짜임새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나쁜 의미의 고전 추리소설에서 흔하게 보여주는 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다. 시작은 좋지만 막판에는 추리얼개와는 상관없는 곳에 집중투자를 한다. 범인의 정체 역시 너무 쉽게 독자에게 노출된다. 마지막까지 독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 범행동기와 밀접한 가족사를 두고 마지막까지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미워도 다시 한번'을 연출하고야 만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독자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기대는 멜로 드라마는 추리소설로서는 형편없을 정도.

그런데 아니러니하게도 재밌다. 지금 읽기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작품인데도 재밌게 읽었다니 나 스스로도 웃긴데 실제 그러니 어찌하랴. 그 이유는 '문장'이다. 1940년 안국선이 한 번역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실었다고 하는데, 이 문장은 지금 읽기에는 참 재밌는 표현이 많다. 그래서 사실 추리소설 자체보다는 외적인 부분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옛스런 문장이 맘에 들었지만 반대로 그래서 읽기 껄끄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뭐 이건 개인차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

세계최초 어쩌구는 솔직히 그리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최초보다는 1900년대 초중반에 나온 걸작들이 워낙 완성도가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 추리소설에고 고전 명작에 비추어 손색없는 녀석들도 많고 말이다. 해서 <르루즈 사건>은 추리소설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에 한해 추천하고 싶다. 순수한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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