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우리말 (피니스아프리카에)
일본에서는 나온지 좀 된 놈인데 꽤 늦게 우리말로 소개됐다. 그래서 그런가 일본추리작가협회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이라고는 하는데 빛이 바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미스터리는 이런 면에서 한계를 갖기 쉬운 것 같다.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언제나 반짝이는 놈들도 있다. 우린 그걸 쉽게 명작이라고 부른다. 걸작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을 그런 명작이니 걸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술집 마스터 구도 데쓰야가 탐정 입장으로 장르 속성은 '안락의자 탐정물'에 가깝다. 독자와 탐정은 서술트릭으로 직접적으로 독자를 속이지 않는한 같은 입장에 위치한다. 그래서 접하는 단서는 똑같다. 그리고 페이지 한계상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결말과 운이 존재한다. 그냥 탁하고 탁자를 내리쳤더니 그 소릴 듣고 놀라서 억!하고 죽었다는 상상에 가까운 진실 같은 미스터리 플롯이다. 뭐 이런 것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량이 단편이건 정답이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특성상 답은 존재해야하는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고 최소한의 복선을 한정된 페이지 안에서 전부 깔아야한다는 건 고난이도 작업이다. 미스터리는 어찌보면 장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추리단편은 맛을 내기가 더 까다롭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니 단점을 덮기 위함보다는 이렇게 써보니 자연적으로 단점이 덮어지더라, 같은 느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잔잔한 파도(겉으로는 잔잔하지만 그 속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 없는) 같은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여는 단편과 닫는 단편을 같은 인물과 소재를 이용해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미스터리 자체는 거의 같다. 트릭과 반전보다는 인생과 사사연 위주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내 평가가 박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은 꽤 마음에 들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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