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광풍사
2010년 우리말 (시공사)
모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이 우리말로 나왔다. 아마 내가 알기에는 아유카와 데쓰야의 추리소설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도 작가 이름은 많이 들었지 정작 그 작품은 많이 보지는 못했고, 동경창원사에서 간행한 두 권짜리 단편기획물을 본 것이 전부다. (이 기획물 1권이 '다섯 개 시계'이고 그중에는 호시카게 류조가 등장하는, 비슷한 제목의 '장미장 살인사건'이란 녀석도 있다.)그 기획물을 보고 느낀 점은 고전의 향수+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명작이었다는 점. 그런 면에서 이번 <리라장 사건>도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이야기는 대단히 단순하다. 리라장 이란 곳에 대학생들이 모이고 하나 둘 살해당한다. 분명히 범인은 이 안에 있는데, 누군지 모른다. 동기도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러다 마지막에 명탐정이 등장한다. 만세 만만세~끝.
정말 간단하지 않나? 전형적인 고전의 탈을 쓴 플롯이며, 거기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퍼즐이다. 따라서 캐릭터들이나 이야기 진행이 대단히 작위적이다. 이건 사실 두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고전미를 풍기는 좋은 의미인 동시에, 최근의 추리소설과 비교해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나쁜 의미도 풍긴다. 물론 나는 전자 쪽이다. 후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자 쪽 회색 뇌세포가 쪽수로 앞서니 어쩌겠나. 소수의견을 존중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그래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추리소설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영미의 고전 미스터리가 출간됐는데 그런 녀석들을 보면 눈이 사이코패스처럼 빛나는 사람이라면 <리라장 사건>은 꿀 맛일 테고, 아니라면……. 뭐 알아서 해석하길……. 어쨌든 기괴하면서 오묘한 맛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투아웃 쓰리볼에 직구로 승부를 겨뤄오는 분위기의 소설이니 맘껏 범인을 추리해보길…….
여담) 몇 가지 트릭은 워낙 많이 쓰여서 곧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험에 의한 통계에 기반을 뒀을 뿐, 똑똑한 독자라면 해결편을 직접 집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런 독자는 되지 못했다. 참, <검은 트렁크>도 우리말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도 되려나? 되겠지? 되야지? ㅠ.ㅠ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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