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1일 월요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 R.오스틴 프리먼

1907년
2010년 우리말(시공사)

국내에 붉은 손가락이란 소재로 3권 정도의 추리소설이 발간됐다. <붉은 손가락> <붉은 오른손> 그리고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이다. 이 녀석들의 공통점은 전부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데 그 중에 <붉은 손가락>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더 직접적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것과는 다르다. <붉은 손가락>은 과학수사와는 상관없이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철저하게 증거와 추론에 초점을 맞추어, 보석 도둑으로 몰린 피고를 변호하기 위해, 검찰 측에서 주장하는 명백한 증거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소설이 나온 연도가 더 대단하다. 1907년. 내가 태어나기 100년(?) 전에 나온 소설인데 그 내용은 과학수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렇다고 재미 면에서도 좋으냐고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지문이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다른 부차적인 사건의 매력은 '전혀' 없다. 손다이크 박사를 도와주는 작중 화자 '나'가 있긴 하지만 여자에게 한 눈이 팔려서 고민하고 있고, 실제 범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명명백백해서 이 소설은 초반부터 진범의 정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틀리지 않은 이유는 작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도 크게 특별날 것도 없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지문에 대한 상식을 깨기 위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해서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빈 '계몽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다. 어려운 통계, 수학도 만화로 하면 쉬운 것처럼 (쉽기는 개뿔이지만 아무튼)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의 위치는 그런 곳에서 찾아야지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면 결코 재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1900년대가 소설을 접했다면 정말 '경악'했을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2010년도다. 지문 '따위'는 훗하고 웃어넘기면서 미세증거물 갖고 씨름하는 '링컨 라임'을 읽고 있으니까 말이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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