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고단샤 노블즈
1996년 문고판 (사진)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 전작 <지옥의 기술사>가 에도가와 란포 풍의 기괴한 분위기를 맘껏 살린 괴기 미스터리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험 미스터리가 됐다. 이번에도 란포 오마주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외딴섬 악마>의 후반부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본서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됐다. 단, 그냥 찬조출연 수준이다.
아무튼, 대략적인 이야기는 수도원에서 발생한 기괴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란코와 레이토가 아우스라 수도원으로 가면서 일어난다. 밀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여학생의 투신사건. 그리고 목이 잘려서 벚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발견된 외국인 신부. 그리고 또다시 벌어지는 밀실 살인. 이렇게 기괴한 분위기에 의존한 미스터리를 기본 플롯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진행방식은 전작과는 많이 다른데 <지옥의 기술사>가 소거법에 의한 란코의 추리가 기본이었다면 이번에는 하드 보일드 풍으로 이런저런 조사를 하면서 밝혀지는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이 독자에게 밝혀지는 구조다. 따라서 전작에서는 란코의 생각을 독자도 같이 공유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결정적 구간을 제외하면) 이번에는 탐정 란코가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독자도 잘 알 수가 없다. 물론 작중화자인 레이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논리적인 추리에 의한 범인 검거보다는 기기 괴괴한 사건 속에서 밝혀지는 진실이 주는 충격이 <성 아우스라 참극>의 재미의 핵심이 되겠다. 약 600페이지 정도 되는데 후반부 100페이지가 해결부분이다. 해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범인의 정체뿐만 아니라 '진짜'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다들 '헛웃음'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허허. 그런 면에서 교고쿠 나쓰히코 분위기가 많이 풍긴다. 출판시기를 기준으로 데뷔작 <우부메의 여름>은 1994년도 작품이니 시기적으로는 니카이도 레이토가 앞서지만.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니카이도 레이토에 대한 판단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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