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2010년 우리말(생각의 나무)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는 정작 원작인 소설 보다는, 1940년도 알프레드 히치곡 영화 <레베카>로 더 잘 알려지지 않았나 싶은 녀석입니다. 그동안 동서문화사 번역본 외에는 쉽게 구할수 없던 녀석을 다른 출판사에서 '분권'해서 재출간했습니다. 동서판본의 일반적인 번역의 질은 익히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을 거라 보고 여기서는 자세한 얘기는 넘어가고, 2010년도판 번역은 80점 정도 주고 싶네요. 중간에 오타도 좀 보이고, 대화에서 좀 어색한 부분이 보이거든요. 그래도 동서판보다는 개인적으로 이 쪽이 더 낫더군요. 대신 2010년 판은 1,2권으로 분권 됐고, 각 권 14,000원 합해서 28,000원으로 엄청난 고가의 서적이 되버렸더군요. 나중에 50% 할인해도 14,000원이니 눈물이 흐르는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멋드러진 양장으로 나온 것도 아니라서 가격대 성능비는 그야말로 바닥을 칩니다. 덕분에 저렴하게 <레베카> 맛을 볼 수 있는 동사판의 존재의의는 사라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내용이야 익히 알려진 이야기니 그렇다치고, 사실 <레베카>는 명성에 비해 요즘에 읽기에는 좀 재미가 떨어질지도 모르죠. 일단 진행속도가 꽤 더디고, 초반에는 '로맨스' 소설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인데요. 한 소녀(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레베카라는 책 제목과 대비되는 점이다.)가 아버지 뻘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갑작스런 결혼까지만 본다면 사실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거기서 끝을 맺었을 겁니다. 그렇게 결합한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해피 엔딩~ 경사로세~ 경사로세~ 끝이겠지만, <레베카>는 그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남편의 죽은 전 아내의 망령에 시달리는 주인공.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사람을 서서히 압박해가는 모습이 음습하게 그려지죠. 그러다 레베카의 진실과 직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스피디한 전개와는 거리가 멀죠. 그렇다고 숨은 진실에 놀랄 요소도 없습니다. 당시 기준이라면 모르지만 요즘에는 색이 바랜 요소들이죠. 핵심만 뽑아다가 더 맛깔나게 꾸민 작품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레베카>를 무척 좋아합니다. 주인공 소녀가 여성에서 아내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도 맘에 들지만, 사실 레베카라는 여자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선악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이미 죽어서 없는데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 그래서 제목이 <레베카>겠지만 말이죠.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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