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010년 우리말(북피시)
캐나다 미스터리 작가 모린 제닝스의 데뷔작. E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영향으로 원작이 우리말로 소개된 것 같은데 솔직히 좀 많이 늦었다. 지각생이긴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가끔은 지각도 하니까 말이다. 소설은 19세기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 윌리엄 머독은 경찰이다. 해서 경찰 미스터리로서 접근해도 좋고 당시 캐나다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시대 미스터리로 읽어도 좋다.
추운 겨울날 알몸으로 발견된 소녀의 시체. 사건은 머독 담당이 되고 조사를 하면서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는 구조다. 뭐 미스터리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이 소설의 장점은 그게 다가 아니다. 이 녀석의 미덕은 약 100년 전의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현대의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 간의 대립, 계층 간의 대립, 인종 간의 대립 등, 예나 지금이나 어째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 말이다. 시체로 발견된 소녀는 프랑스계면서 어린 나이에 귀족 가문에 하녀로 와서 일하고 있다. 나이는 15-6세이지만 부검 결과 '임신' 사실이 밝혀진다. 게다가 팔뚝에는 아편 주사 자국까지. 그래서 머독의 경찰 '혼'이 불타서 범인을 잡게 되기는 하지만, 가련한 한 소녀의 죽음을 앞에 두고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은 심히 씁쓸하다. 비록 바다 건너 저 멀리 캐나다라는 이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소설이라고 한다고 해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미스터리를 대단히 좋아한다. 따라서 내 취향에는 꽤 잘 맞아떨어지는 녀석이지만 그게 모든 이들에게 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스터리 재미는 좀 떨어질 것이다. 단서와 미스 디렉션등 기본적인 요소는 깔고 들어가지만 아무래도 플롯 자체가 간단해서 영악한 독자들은 범인의 정체를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죽음 이외에는>이 가지는 장점을 전부 조각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아쉬움은 남는다고 해도 말이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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